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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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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3 다야의 지혜
다야는 21개월의 삶중에 대부분을 손가락을 빨며 잠이 들었다. 잠이 드는 순간 뿐만 아니라 잠이 든 후에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에도,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늘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쭈꾸미같이 작고 오동동한 엄지손가락에는 그 크기의 절반만한 굳은살이 양 손 모두 박혀있고, 나는 이미 다야의 엄지손톱을 마지막으로 잘라준 때가 언제였는지 도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구강기라니까, 어디서 주워들은 그 구강기가 지난 다음에도 나중에 말귀를 알아듣는 때가 오면- 이라는 핑계로 얼른 재우고 싶어 혹은, 같이 눈물에 짜증섞인 힘겨루기 하며 지독하게 찰싹 붙어버린 그 버릇을 고쳐줄 자신이 없어 나는 손가락 빠는 다야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이상 시간이 흐르기 전에, 그 예쁜 손가락에 나의 귀찮음으로 인한 더 큰 흔적이 남기 전에 정신차려 강한 엄마를 다시 소환해 내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손가락 빠는 모습이 눈에 띄면 단호하게 “손가락은 안된댔지!”라며 입에 물린 손가락을 몇번이고 빼줬더니 그 말을 알아듣는지 내가 호통을 치면 얼른 손가락을 빼내고 눈웃음을 치는 다야가 예뻤다. 그 예쁨에 용기를 얻어 오늘 밤은 한번 고생 해 보자라며 몇번이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하루종일 손가락 빼라는 말을 해서인지 잠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 그저 능구렁이 처럼 장난을 치며 손가락 냄새를 맡는척, 은근슬쩍 입 근처에 가져가 보고 내 얼굴을 만지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충분히 잠이 들 시간인데도 일부러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 모습처럼 보였다. 결국 손가락을 빨지 않고 잠이 들어야 한다는 현실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왔을 때 즈음, 다야는 눈물이 터졌고 한참을 우는 동안에도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았다. 
울다 지쳐 물과 쥿스(우유)를 찾는 다야를 데리고 나와 물을 먹이고 우유를 줬더니 우유를 마시지 않고 마시는 시늉만 한다. 손가락을 빨지 않고 잠이 드는게 무서운거구나, 싶어 블럭을 가지고 잠깐을 놀아주었다. 그리고 “이제 잘 시간이지-”라며 싫다고 발버둥치는 다야를 억지로 끌어안고 불이 꺼진 방으로 들어왔더니 대성통곡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숨이 차오를 대로 차올랐지만 이제 8개월을 향해가는 볼록한 배 위에 다야를 얹혀안고 눈물이 그칠 때 까지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평상시와는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다야야, 손가락을 빨면 손가락이 아야 아야 하니까 이제 손가락 빨지 말고 자자, 우리 다야 손가락 빨지 않고 잘 수 있지?”라며 몇번을 속삭였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야는 알수 없는 말로 몇마디를 떠들었다. 깊고 크고 맑은 두 눈이 몇번이고 강하게 마주쳤을 때 나는 다야가 무슨 말을 하고 있구나, 단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이제 누워서 코, 하자. 나잇 나잇 하자-” 
그대로 침대에 팔베게를 하고 누웠을 때, 아까와는 다르게 다야는 전혀 울지 않았다. 그저 평상시와 똑같이 손가락만 빨지 않은 채로 내 품에서 1분만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깊이 잠이 들었다.
니가 내 말을 알아 듣는구나, 새삼 감동스러워 울컥한 밤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수저를 쥐어주는 일, 양치질을 시키는 일, 배변훈련을 하는 일 등 의례 포기하게 되어 버리는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힘들어 조금 더 편하고 싶어 다야는 아직 모르니까, 라거나 다야는 아직 싫어하니까 라며 본인이 들으면 어이없어 할만한 이유를 만들어 1분이라도 더 쉬려고 노력해온 것이다. 
너는 내가 짜증을 낼 상대가 아닌데, 내가 쉬고 싶어 너와 작고 예쁜 대화들을 줄여나가서는 안되는 건데 나는 한참이 미안했다.
매일 밤 하는 다짐이지만 오늘은 좀 더 강하게, 내일은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하고 자상한 말과 행동으로 너를 가르쳐주고 모르는걸 알려줘야지. 라고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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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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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남은 여행을 앞두고 벼락치기 운동을 하고 있던터에 오늘은 더욱이 한여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같이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다독여 평상시엔 못미치지만 그래도 근육의 긴장에는 적절한 경고가 되겠다 싶을 정도로 몸을 움직였는데, 지금 난 기분좋게 보드카를 퍼마시고 있다.
그냥 이걸 집에 사다 논 세현이를 원망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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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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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떴지만 엄마는 아직 31살이란다.
지금껏 굳은 어깨근육과 목근육을 맛사지하면서 문득 아줌마의 억척스러운 실루엣은 뭉친 어깨근육에서 나오는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세현이의 말을 빌어 침이 흘러내리는 고통을 이겨낸 첫 맛사지를 이겨내면 다음날 부터 한결 부드러워지고 덜 아프게 되는데 우린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침 몇방울로 그나마 예전의 가녀린 실루엣을 찾을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 하지 않은가, 한번 해볼만한 아줌마 운동이다.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끔 우리집 식단의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리틀포레스트를 다시 보면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찰나의 장면에서 어차피 아이는 ‘다 컸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어미라는 삶의 개미지옥에 빠져들고 있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왕 이렇게 된거 저 귀여움을 두배 세배로 증폭시켜야겠다는 다산의 욕심이 들기도 했다.
아 하지만 힘들다. 난 엊그제까지만 해도 부지런히 키워놓으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단순한 생각만 해왔다. 눈 앞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희미한 행복만이 진짜였다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듯 하다. 머지않은 시간이 지나 지금의 어리석은 나를 후회하겠지. 눈 앞의 말랑말랑한 반건시 호빵같은, 차가운 듯 축축한 저 사랑스러운 볼따구니를 엄청나게 그리워하겠지.
아주아주 느리지만, 여기저기 치이고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그래도 맞게끔 방향을 잡는 기분이 든다. 엄마는 아주 크고 거칠은 원을 그리지만, 그래도 제대로 방향을 틀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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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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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나자신은 핸드폰을 잃어버린지 채 두달이 되지 않아 다시 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다야를 재우러 들어갔지만 다야는 잠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냉장고에 남은 맥주 생각이 난 나는 따뜻한 분유를 타서 다야를 재우고 혼자 나와 오랫만에 맥주를 마셨다.
정말 힘에 부쳐 눈물이 울컥한 순간에는 지금 어디에 내가 있는지, 내가 누군지 상기시켜 우울한 기분을 가라앉힌다. 내인생을 뒤흔든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공포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지금에 그래도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묘한 기분이 금단의 열매를 깨물어버린 하와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든다.
살짝 추운듯한 가을의 새벽 밤공기가 좋아서 모든 잡념을 버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집앞에 세워둔 파란색의 자전거가 반가워 몇번을 쓰다듬으며 세현이가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중얼거렸다.
엄마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까지 일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듯 싶다. 나는 아직 늘어지게 낮잠이 자고 싶고,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추한 취한 기억을 갖고 싶고, 내몸을 치장하기 위해 더 돈이 쓰고 싶다.
꿀단지처럼 말랑말랑한 단호박같은 다야 얼굴이 만지고 싶다. 그아이가 내게 준 행복은 가시덤불에 두 팔이 상처투성인채로 움켜쥔 향기로운 장미꽃과 같다. 
우리의 기억은 거의가 사라질 것이다. 어렴풋이 남은 우스개 소리로 오늘을 얘기할 것이다. 나는 그저 이시간을 살고 있었고, 네가 있었고, 나는 네가 기억도 못할 이시간을 살고 있었던 우리들에 대한 아주 작은 이야기를 남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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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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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야 엄지가 엄청 커졌네 #아빠와딸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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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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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딸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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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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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머털이. 307일의 다야 #딸 #10개월 #dayamond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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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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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ee_han 언니랑 연어마켓. 다야가 잘먹어서 기분좋다. #Friday #fishmarket #brklyn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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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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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빠가 좀 축축하네 고향생각에 #딸 #dayamond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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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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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렙 #딸 #10개월 #girls #playtime #dayamond #VSCO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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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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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임 쉬고 #박카스 #젊음 #열정 #10개월 #VSCOcam #day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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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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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트 #squat #걷기나해 #VSCOcam #딸 #baby #day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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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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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play at Lily’s #girls #play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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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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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꼭 내가 옆에 있어야 자려고 한다. 잘자🌛#여름 #딸 #baby #dayamond #VSCOcam (at Greenpoint, Brooklyn,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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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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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새 핸드폰 생기자마자 엘모와 통화 #sesamestreet #VSCO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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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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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lunch #homecook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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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a-mond-blog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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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보면서 점심먹는 일요일 #home #family #sunday @av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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