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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강아지의 세상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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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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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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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효율적이다. 즐거운 기업문화에 대해 믿었던 적 있다. 하지만 그건 더 무서운 지배방법이 아닐까? 성과가 없다면 가차없이 잘리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 어느새 그 사람의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이뤄온 업적에 귀 기울이는 나를 본다. 성과가 없다면 그 사람은 실패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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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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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따르면 인간의 ‘자연화’에는 ‘절대적으로 갑작스러운 것과 파괴적인 것에 대한 각오’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통용되던 것,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건은 자연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것은 모든 계산과 예상을 벗어난다. 이로부터 한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상태가 시작된다. 사건은 어떤 외부적인 요소를 판 안으로 끌어들여, 주체를 열어젖히고 예속 상태에서 해방시킨다. 사건은 새로운 자유 공간을 여는 단절과 불연속성을 의미한다. 푸코는 니체를 따라서 ‘유일무이한 결정적 사건을 부각시키는’역사의 이념을 고수한다. 푸코가 말하는 ‘사건’이란 ‘세력 관계의 역전, 권력의 몰락, 언어의 기능 변환, 기존 언어 사용자의 의지에 반하는 언어 사용’을 의미한다.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존재의 구도를 탄생시킴으로써 기존의 확실성을 파괴해버린다. 사건은 전환이다. 전환을 통해서 전도, 지배 권력의 전복이 이루어진다. 사건은 이전 상태에는 전혀 없던 무언가가 일어나게 한다. 체험과 반대로 경험은 비연속성을 바탕으로 한다. 경험은 변신을 의미한다. 어느 대담에서 푸코는 니테, 블랑쇼, 바타유가 말하는 경험이란 ‘주체를 그 자신에게서 떼어내어 주체가 더 이상 주체 자신이 아니게 되거나, 주체가 자신의 파괴 또는 해체로 내몰릴 지경에 이르게’ 하는 어떤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예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은 주체를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게 한다. 경험은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가 주체를 예속 상태 속에 더 깊이 빠뜨리기 위해 이용하는 체험 또는 기분과 정반대다. 푸코가 말하는 삶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삶의 형식을 낳는 자유의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탈심리화의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삶의 기술이란 심리학을 죽이는 것, 자발적으로, 또한 다른 개체들과도 어울리며, 아무 이름도 없는 존재, 관계, 특성 들을 생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이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삶의 기술은 예속화를 위해 동원되는 ‘심리학적 테러’에 반항한다. 신자유적 심리정치는 심리학적 프로그래밍과 제어를 통해 지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통치술이다. 따라서 자유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은 탈심리학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기술은 예속화의 매체인 심리정치를 무장해제시킨다. 주체는 탈심리화되고, 비워진다. 이로써 아직 이름이 없는 삶의 형식을 위한 자유가 생겨난다.
심리정치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주체를 넘어서. p. 10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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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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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날것이다
심리정치 (한병철,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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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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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왜 귀엽다 여기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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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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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서는 떠다니는 풍선이 있고, 그 아래에는 서서히 녹아가는 얼음이 있다. 얼음에 붙들렸던 풍선은 얼음이 녹으면서 서서히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풍선에 매달린 얼음은 녹으면서 물자국을 남긴다. 영상 속에서 풍선은 서서히 녹아가는 얼음무게 만큼이나 자유로워진다. 그러다가 옥상을 나가고, 결국 도시의 하늘로 올라간다. 도시와 사람. 팽팽히 당겨진 실과 풍선. 우리를 붙잡는 얼음. 어떻게 독해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소비의 외피와 그 이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는 무얼 말하는가? 흔들리는 이미지와 붙어있는 물건. 점차 물건은 낡고, 작아진다. 이미지는 따로 돌아다니다가 떨어져 나가고, 쓸모없어 날아가버린다. 쓰임이 없어진다는 건 죽음과도 같다. 한편으로는 그제서야 자유로워짐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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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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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포슈가맨 (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예술이란건 이미 어떤 물건을 생성해서 교환하는 형태는 너무 작은 건지도 모르겠다. ‘예술인간의탄생’이라는 책을 읽고서 이 영화를 봐서 일까. 어떤 걸 써야할까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걸까를 더 고민하게 된다. 더 좋은 작품보다는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인가? 어떤 존재로 기억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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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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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
예술인간의 탄생, 조정환
p 344
“누구나가 예술가다” 잠재성과 현실성 사이, 그러니까 잠재성의 현실화를 향한 강력한 경향의 정의로서 사용되는 것이 가장 적실할 것이다. (......) 2008년의 촛불시위와 촛불집회는 거대한 집체 예술이었다. 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전개되는/된 집체예술이 중앙에서 철저하게 계획되고 조직되는 집체 예술이었다면, 촛불집체예술은 특이한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또 자율적인 참여에 의해 꾸며진 집체 예술이었다.  (......) 사람들 누구나가, 스스로 의식했건 아니건 상관없이, 하나하나 예술가였다. 이 예술적 대사건의 시간동안 협의의 예술가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능력을 자본으로부터 훔쳐내어 다중의 투쟁 속으로 돌려준 스파이들로 가능했다.
p 347 ‘누구나가 예술가인 시대’ 라는 표어가 갖는 의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보지 말고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달을 보자는 것이다. 아니, 그 달이 우리 자신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자는 것이다. 고전적 의미에서 예술가임을 자처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전시, 출판, 연주될 것을 예상하고, 추구하고 또 그것을 권리로서 요구한다. 이와 달리,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도 골방에 숨겨두고 혼자 흘깃대며, 시를 쓰고도 일기장에만 남겨두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누가 들을까봐 곧 멈춰 버리곤 한다. 왜 그럴까? 저자로서의 권위있는 예술가의 존재가 다중을 비예술가로 만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예술제도에 의해 다중의 예술적 능력은 억압된다. 여기서 노동과정의 예술화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 억압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 다중이 바로 예술적 능력의 원천이자 담지자이자 발휘자라는 사실을 실제로서 입증해주기 때문이다.
p 348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뭐가 서로 이야기와 표정을 주고 받으며 음식을 접시에 들고 나르고 몸이 부딪치지 않도록 피하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계산을 하고 상을 닦고 있다. 컷트! 무한히 반복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삶을 잘라 그 단면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곳에서 복잡한 시간들, 계략들, 흐름들의 연결접속, 분리접속,통합접속이 발견된다. (……) 왜 우리들 왜 아름다움을 미래의 것으로 연기시키거나 나 자신의 것 외부에 위치시키는데 익숙하게 되었을까? (……) “지금 우리는 아름답고 싶다!” 아름답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도약은 끝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p 349 백남준의 예술이상의 실현은 다중예술의 개진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다중예술의 개진이라니? 그것은 전 지구적 삶 그 자체를 예술의 아뜰리에이자 무대로 만드는 실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캔버스나 스크린보다 넓고 크며, 1003개의 모니터를 결합한 작품 보다도 더 거대해서, 낡은 눈이나 귀로는 보고 듣기 어려운 삶의 목소리와 몸짓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사건적 작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예수루 감각의 형성과 단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혁명적 예술가에게 역할이 있다면 바로 이 형성과 단련의 과정에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함께한다'이다_ 서로 도우면서 지배 질서의 유통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이른바 '예술계'에서 예술 수단들과 예술 능력을 훔쳐내어 삶이라는 예술공간으로 이전하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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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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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
예술인간의 탄생, 조정환 
P.164 예술노동은, 물리력을 통해 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 노동과 달리, 상상력을 통해 특이하고 미묘한 감각들에 사회적 일관성을 부여하는 감각 생산물을, 즉 예술작품을 생산한다. 예술작품은 그 소비자/커뮤니케이터들의 영혼과 그것의 심리학적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그들의 감각과 취향을 자연적취향을 자연적이고 생득적인 것으로부터 서로에게 공통적인 하나의 집단적  감성으로 변형한다. 둘째로 예술노동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을 제도화하는 산업노동과는 달리, 양자의 구분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예술소비의 과정은 생산된 것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창의적이고 탐험적인 상상력의 집단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상상력의 발휘자이자 생산자이지 않으면 그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게다가 예술 생산자도 대중의 취미를 만족시키는 것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 자신의 취미를 만족시키려고 욕망한다. 즉 예술 생산자 역시 예술을 소비하려는 강력한 욕망을 갖는다. 이 때문에 예술노동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상상력이 꿈틀대는 겁나 어려운 책. 그나저나 이부분 읽다가 오타쿠 문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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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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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1일.
빽투더퓨처 1,2,3. 
그들이 꿈꾸던 미래. 내가 사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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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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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구워지지 않은, 이곳은 가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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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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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문래동에서. 
사진찍느라 나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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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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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만들기 # 후기
1. 이렇게 하나하나 옮겨쓰는건 지양하는 걸로. 
2. 내용자체를 왕창 올리기보다는 좀 더 자세한 리뷰와 고민을 남겨보자. 
3. 11월 14일 이전 공유회! 고민 나눔! 얼마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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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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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6.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지음, 메멘토)
p.64 오늘날 얻을 수 있는 사전 정보가 너무 많아서 끝끈내 자기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작은 규모라도 좋으니까 무언가를 해봐서 자신의 경험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모은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는 힘들다. 
p.65 내가 실감하고 있는 것을 어디까지, 어떤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생업의 규모를 결정한다. 
생업 10개조 생업을 하면 자기생활이 충실해진다. 손님을 서비스에 의존하게 만들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힘으로 생활해가는 사람을 늘린다.  생업은 혼자서 시작할 수 있다.  집세 등 고정 비용에 쫓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이 친해질 수 있다.  전업으로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전업보다 본질적인 것들을 실현할 수 있다.  실감을 갖게된다.  애써서 매출을 늘리지 않는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만든다. 
p.117 <생업을 만들기 위한 기초훈련> 미래를 내다 보는 것 일상생활에서 어딘지 이상하거나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p.121 꼭 ‘이런 방법이어야만 한다’는 철칙은 없다. 그러니까 자기 눈과 귀 혹은 피부로 무너가 벌어질 듯한 것을 감지해내는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 하나의 훈련이다. 
p.122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본다.  자기가 생각해낸 일이 어떠한 가치를 갖고 있는가를 고민한다.  (검증을 거치면 생업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기 쉽다) 내가 선택한 생업의 가치가 실현된다는 증거를 모으는 작업을 해야한다. 
p.127 ‘일상생활에서 어딘지 이상한 것을 생업으로 삼는다면?’ 사소한 것들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발견해낸 다음, 그것을 생업의 실마리로 삼는 귀납적 방법. ‘왜’보다는 ‘원래’ 
p.134  ‘프로’가 전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지는 일을 찾는 것도 생업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한가지 방법이다. 
p.145  자기가 선택한 생업이 가치가 있다는 근거를 모으는 세번째 단계까지 갔다면, 자기 생업을 홍보하는 전단이나 웹사이트를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p.145 이 단계까지 왔따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꼭 한번 찾아주시겠어요?” 하고 권할 수 있따. 우선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실적이 없으면 앞에서 말한 ‘근거’가 부족해진다. 
p. 151 우선 생업을 구상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시험적으로 손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여 성과를 얻고, 그 성과에 관해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확실한 자신감을 얻은 뒤, 간단한 전단이나 웹사이트를 만들어 널리 알린다. 
드디어 나름의 정리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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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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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풍광, 다른 이야기, 사람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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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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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볼 영화
살다보면
씨네21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까지는 그것 참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듯하지만, 이내 ‘다 있어요’라며 어찌됐든 앞의 말을 껴안아 어루만지며 화해하려 애쓰는 것 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곧 비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참 좋은 말이 가장 아름답게 쓰인 영화 가운데 하나를 골라보았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07)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지 않았다면 훨씬 현실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 속의 라이언 고슬링은 대단히 망가져 있으니 대충 용납해보기로 하자.
라스는 형과 형수와 함께 작은 마을에서 산다. 라스는 남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이 접근하는 걸 두려워한다. 아니, 두려워하는 걸 넘어 누가 만지거나 안으면 말 그대로 ‘아파한’다. 형과 형수가 집에 살고 자신은 헛간을 개조해 살아간다.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라스를 부부는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스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온다. 외국에서 와서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자니까 자신과 함께 헛간에서 머무는 것보다는 빈방 하나를 내어주는 게 어떻겠냐고 형과 형수에게 묻는다. 그들은 뛸 듯이 기뻐한다. 그리고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라스가 데려온 여자친구는 리얼돌이었다.
맞다. 리얼돌 말이다.
짐짓 태연한 척하지만 형과 형수는 크게 당황한다. 당연한 노릇이다. 식사 자리에서 라스는 리얼돌 ‘비앙카’와 아무도 듣지 못하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형은 괴롭다. 라스가 급기야 이제는 미쳐버린 거라며 자책한다. 부부는 비앙카가 외국에서 왔고 몸이 좋지 않으니 아무래도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라스를 회유한다. 그를 진찰받게 하기 위해서다. 라스와 비앙카를 만나본 의사는 최대한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일단 최선의 조치임을 설명한다. 형과 형수는 마을의 목사와 어르신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다. 비앙카를 실존 인물처럼 받아들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도무지 약해빠졌단 말이야.
그만해요. 샐리 삼촌은 고양이한테 옷을 입히죠. 헤이즐 조카는 UFO클럽에 돈을 쏟아부어요. 게다가 당신 죽은 부인은 도벽이 있었지요.
무슨 말이야, 그런 일 없어.
당신 부인 장례식 때 내 귀걸이를 하고 있더군요.
흠.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도… 설마 교회에는 오지 못하게 하실 거죠 목사님?
글쎄요, 이럴 때일수록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게 있지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한국의 대형 교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들은 라스와 비앙카의 관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비앙카는 이 마을의 일원이 된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이내 비앙카를 자연스럽게 대하기 시작한다. 인사를 하고 파티에 초대하고 심지어 공동체를 ���해 일을 부탁한다. 의상 모델이 되어달라고 하고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식이다(물론 실제 책을 읽는 건 녹음된 목소리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비앙카는 ‘마을 사람’이 된다. 그냥 이웃이 아닌, 없어서는 안 될 공동체의 일원 말이다.
라스는 불만에 가득 찬다. 비앙카가 마을의 대소사에 불려다니느라 자신이 그녀와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화가 잔뜩 난 라스에게 형수가 외친다. 마을 사람들이 비앙카에게 신경을 쓰는 건 당신을 염려하고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요?
그러는 와중에 라스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그녀는 늘 라스에게 관심을 갖고 잘 대해줬던 직장 동료다. 비앙카가 없는 틈을 타 라스는 그녀와 데이트를 한다. 그들은 볼링을 친다. 나오는 길에 라스는 죄책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말한다. 저는 비앙카를 배신할 수 없어요. 알아요, 나 그런 나쁜 여자 아니에요.
라스는 그날 밤 비앙카와 함께 자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비명을 지르며 형과 형수를 찾는다. 비앙카가 아프고 죽어간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라스는 비앙카를 떠나보내기로 결정한 것이겠지만.
이 영화는 라스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타인을 두려워한다. 사실은 누군가를 잃는 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언젠가는 무엇이든 잃게 마련이다. 라스는 부모를 일찍 잃었기 때문에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애초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라스가 비앙카를 찾는다. 비앙카에게 누군가가 꽃을 주자 라스는 말한다. 이건 조화라서 시들지 않아 좋아.
그런 라스가 비앙카와 관계를 맺고,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징징대고, 안기고 치유받다가, 급기야 이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 그게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다.
나는 그 무엇보다 이 영화 속에 그려지고 있는 공동체의 선함에 관심이 갔다. 나는 그것이 애초 선함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손해볼 일 없는 관심이고 가십이다. 그것에 참여하는 건 어느 정도의 오락거리다. 아마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일탈이 생겨서 더욱 적극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그들이 비앙카를 찾고 그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앙카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볼 때 나는 비로소 엉엉 울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다.
타인의 정상성을 의심하고 억지로 분류할 때 공동체의 정상성은 훼손된다. 반대로 타인의 정상성을 의심하거나 분류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을 때 공동체의 정상성은 굳건해진다. 부끄러운 벌칙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내게도 일어난다. 그러나 내 고통을 내가 별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사연을 별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훨씬 더 힘들고 어렵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말이다. 극중의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영화는 드물다. 나는 라스를 응원하고 싶었다. 저 공동체는 염려되지 않았다. 저런 공동체는 알아서 잘 굴러갈 수밖에 없다. 라스는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그가 정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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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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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5.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지음, 메멘토)
p. 55 생업이라는 차원에서 추천할만한 것은 물론 돈을 빌리지 않고 자급할 수 있는 정도의 채소와 곡물을 기르고, 남으면 그것을 파는 작전이다. 
p. 56 당장 이런저런 ‘노력’을 하기보다 사회구조와 상황을 통찰하는 편이 대단한 전문성이나 특별한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 
p. 56 농사 하나만을 보더라도 ‘농사는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 세상의 상식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자금하는 정도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방법을 찾으면 전업으로 할 수도 있다’,’단순히 농협에 출하하는 정도로는 힘들다’ 등 개별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그 가운데 어떠한 방향을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해야할 일이 크게 달라진다. 
p. 56 미국 서부 해안지역에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예약을 하게 해서 돈을 먼저 받는 식으로 채소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사는 내 사업’이라는 의식에서 ‘시민을 위한 농원 관리인으로 일한다’라고 발상을 전환하여, 먹고 싶은 채소가 무엇인지 먼저 의견을 물어 예약을 받은 다음 씨앗 뿌리기와 수확 등 일시적으로 손이 많이가는 작업에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농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p.57 생업은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서만 돈을 벌 수 있다. 
p. 57  생업은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생활을 자기 스스로의 힘이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꾸려가는 것이 출발점이고, 일하면서 생활의 자급도가 높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p. 59  굳이 말하자면 생업은 ‘유연한 콘셉트’ 이다.
p. 60  콘셉트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례의 집합체가 생업이 어떤 것인가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이런 것이 생업이구나 싶은 경험을 쌓는 사이에 생업적인 발상이 서서히 몸에 배어돈다. 
p. 61 거꾸로 생업적 감각은 생활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미로 천천히 단련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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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kaebi00-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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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위치한 쉐어 오피스(Share office) 공간에 대한 포스팅. 
흥미로운 부분은 수익구조를 보여준 한 장의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건물을 가진 건물주가 있고, 이 공간을 운영하는 쉐프가 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건물주가 가져가는데, 쉐프는 일종의 관리인으로 고용되어있다. 쉐프와 건축업자와 건물주는 운영회를 조직하여 하우스 내 메뉴 및 이벤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건물주가 주축이 되어서 이런 공간을 꾸린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면서, 국내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를 생각 하게 된다.
위의 모델에서는 건물주 역시 세를 받는 임대 사업자이면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를 기획하는 '기획자' 혹은 '사회 활동가' 의 모습을 띄고 있다.
임대수익이외에는 무엇도 누리지 못하는 건물주 입장 그를 소외시키면서 사실상 왕따처럼 만든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소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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