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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갈겨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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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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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
1. 공부 하기 싫어서 일기를 쓴다. 지금 있는 이 곳의 카페는 1주일 전에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혼자서 뭘 하기가 참 좋다. 인테리어도 내 취향이고 화장실은 카페 내부에 있는데 무척이나 깔끔하고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고. 자리도 편하고 콘센트도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이라면 아주 불편한 접근성인데, 이곳으로 오는 버스가 없어서 한참 걸어가야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그 힘듦을 감수할 만한 곳이다.
2. 엄마와 아빠는 요새 말을 안 하고 산다. 이혼하기에는 그들의 감정의 골이 그리 깊지 않고 그 법적 절차가 무척 번거로우며 아빠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서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공간을 같이 점유하며 살기로’만’ 한 것 같다.
그와 별개로 나는 매주 금요일 밤에 부모님 집으로 온다. 홀로 있을 방이 부모님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모종의 책임감이 있다. 엄마와 외식을 하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다. 나는 이제 엄마와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런 책임감이 나한테 그리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엄마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는 것이 나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게 좋으니까.
3. 이번 학기부터 코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서약서에 동의하는 대가로 월마다 내 수중에는 75만원의 돈이 들어온다. 다음 학기부터는 월 60만원을 받게 되고. 그러나 내 지출은 월 75만원을 초과한다. 그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게 생길 때 먹으며 (그것이 만원이 넘는 초밥이라던가 3만원 가까이 되는 아웃백 스테이크라 하더라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고 매일 커피를 사 마시고 담배를 꾸준히 태워서 그렇다. 저번 달에는 노트북이 필요해서 인민에어를 사느라 60만원을 쓰기도 했다. 나의 지출 내역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코어 장학금을 받아도 불안하다. 그래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4. 오늘 아침에 신경정신과에 갔다. 3주치의 항우울제를 받기 위해서이다. 사실 학교 근처의 병원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이나 병원을 옮기는 게 귀찮고 나는 지금 다니는 곳의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 1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진료실에 들어갔다. 요새는 공부가 하기 싫으면 그냥 안하고 수업 가기 싫으면 수업에 안 가고 내가 그러는 것에 대해 그리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선생님이 혹시 무기력한 건 아니죠, 하고 걱정했다.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냥 내가 무척 놀기 좋아하고 몸이 힘든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고 항우울제가 그런 나의 성향을 마음껏 드러내게 해주는 듯 하다.
위기감이 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위기감이 든다. 그런데 전과 달리 그 위기감이 생각으로만 들고 그것이 나한테 불안을 주진 않는다. 지금 분명히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고 레포트를 써야하는데, 퀴플 초고를 완성해야 하는데 일기나 쓰고 있는 나 자신이 걱정스럽다면 걱정스럽다. 그런데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일기를 안 쓰면 하는 것이 뭐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가 트위터를 하고 있겠지.
5. 이번 학기에 내가 가장 공을 들이는 수업은 두 개다. 하나는 소그룹고전원전읽기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프랑스철학이다. 전자는 1학점짜리이고 졸업에 필수적인 수업이나 S/U라서 그리 공을 안 들여도 되는데 (즉 출석만 해도 된다) 현상학 공부하기가 좋아서 열심히 준비해서 간다. 덤으로 독일어 독해 실력도 기르고. (물론 실제로 길러진 건 독일어 단어 찾기 능력이다) 실제로 출석하는 수강생들은 총 4명으로 (나 포함) 내 독일어 실력은 썩 좋진 않은데 그 4명 중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제일 질문을 많이 한다. 그 사실이 우스울 때가 있다. 그 선생님은 내가 엄청 성실한 학생이라고 생각할 텐데 다른 수업에서는 개판이니까.
현대프랑스철학은 데리다를 배워서 좋다. 들뢰즈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교수님이 좋으니까 들뢰즈를 적어도 싫어할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동 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 간다면 현대프랑스철학을 공부할 가능성이 높아서 선생님의 눈에 들려고 나 나름대로 애를 쓴다.
6.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그럼 생각을 안 했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요새 하는 생각은 예전보다 더 문제의식이 날카로워지고 좀더 구체적이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더 괴로운 게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내가 예전보다는 아는 게 많아져서 더 민감해졌고, 느긋하게 있기에는 나를 자극하는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삶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새삼 뭘 그러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느끼고 그것이 나한테 제일 두려운 일이다. 요새는 피해/가해 구도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많고 인간으로서 내가 모르는 인간을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는 음험하고 피해의식에 가득 차 있고 상처 받기 쉬운 예민하고 나약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을 쉽게 평가하고 그를 매몰차게 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고 나는 그 가능성으로 인해 내가 가해자가 되는 가상의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옛날의 내가 외면했었던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에 대해 고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나 혼자 생각하는 일에서만 끝내고 싶지 않고 이에 대해 공부하고 이에 대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이 문제의식을 까먹지 않기 위해 혹은 까먹지 않았으나 그냥 외면해버려서 영원히 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기에다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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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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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5
1. 금요일에 집 근처 신경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타면서 비타민D 주사를 맞았다. 진료 중간에 “요새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전보다 더 우울하고 쉽게 지치네요” 라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비타민D 주사를 영업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비타민D 주사를 맞는 것은 호구가 되는 일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거 얼만가요” 라고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학생이니까 만원 할인해서 4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비타민D 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 지속된다고 하면서 비타민D 주사가 그렇게 호구잡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였다. 나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료를 끝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카운터에 앉아 계신 간호사님 또는 간호조무사님이 주사 키트를 들고 나를 주사실로 안내하였다. 주사를 맞은 자국이 욱신거렸다. 지금도 사실 손으로 그 부분을 문지르면 아프다. 비타민D 주사가 내 삶을 좀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안 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살고 있다.
2. 사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비타민 D 주사 맞은 게 호구 잡힌 일인지 아닌지도 사실 관심이 없고 인간들 대부분에게 관심을 잃었고 내 자신조차, 내 목숨의 온전함에도 관심을 잃었다. 그냥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버렸고, 귀찮음에도 계속 생각을 하는 것은 생각을 하는게 내 습관이라서 그렇다.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파이널판타지14이다. 숨 넘어가게 과외를 뛰고 집에 와서 게임을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요새 체력이 훅 떨어졌는지 게임을 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게임 하는 게 피곤해서다. 게임 하는 게 피곤하지 않았다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굳이 적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테니까. 내 말, 내 생각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열심히 글로 적어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쓰는 것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겠지.
3.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무척이나 약한 사람이고 생각보다 나는 많이 우울해하며 맨날 남들한테 나는 자살하지 ���을거야 욕심이 많아서 안 죽어 라고 말했음에도 꽤나 자살할 위험이 큰 자살위험군인간이라는 사실을. 약 몇 주 전에 임의로 우울증 약을 끊고 진지하게 내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던 이후로, 내 우울함은 몇달 전의 것과 좀 다른 것 같다. 다시 약을 꾸준히 먹어도 이전의 우울과 다르다. 약간 체념 섞인, 힘 없는 우울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이전에는 괜히 강한 척 하던 우울한 사람이었고. 나는 이제 괜찮은 척 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괜찮은 척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다. 나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평생을 이런 생각과 싸워야 할 것이다.
평생 이런 생각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늘 허무함과 싸우게 되겠지...
지금 살아있는 것은 그냥 의무감에서 꾸역꾸역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안 죽어 라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생각 없이 살기로 했다. 친구들이 나를 안타까워하든, 아무 생각이 없든, 뭐 어쨌든, 그것들은 나한테 별로 중요한 일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남들 눈치만 보던 내가 눈치를 안 볼 정도로 나는 세상 만사에 흥미를 잃었다.. 혹은 너무나 지쳐버렸다.
4. 상담을 다시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애인은 나한테 좀 더 전문적인 상담을 권하고 싶어하나, 그것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알기에 주저한다. 그 이전에 받던 학교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을 다시 찾아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요새 상담심리에 대한 불신이 강해져서 그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그 선생님을 상처주는 일이 아닐까 걱정되어서 못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을 가는 게 힘이 든다.
요새는 거의 매일매일 과외가 있기 때문에 과외 갔다가 겨우 집에서 쉬면서 정신차리고 커피 마시면서 게임하는 것으로 내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와중에 서울 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심지어 머리 자르는 일도 너무 힘들어서 미루고 있는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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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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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른되기
며칠 전 과외짤림트라우마 덕택에 오늘 과외는 지각을 거의 안 했다. 지각을 거의 안 하니까 그날따라 집에는 과외학생밖에 없었고. 그리고 이 애가 숙제를 안 해오면 엄청나게 진중한으른처럼 타일러야지 라고 마음 먹었는데 과외학생은 숙제를 다 해왔다.
과외 집을 오가는 버스를 타면서 생각한건데 내가 내 인생을 졸라 망한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내가 굳이 남들한테 나 졸라 못 사는 것 같다며 징징거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 인생 살기 바쁘기 때문에 딱히 불우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다 못마땅하고 성에 안 차기 때문에 내 친구한테나, 아니면 트위터나 텀블러 같은 데에 내 인생의 좆같음을 투덜거리기 때문에 나는 영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내 주변에 있는 ‘으른들’은 다들 조용하다. 그네들이 입을 여는 경우는 대체로 1000000000000년만에 자기의 소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이고, 대체로 그런 소식들은 자기가 이런 일을 했고 이런 것들을 경험했고 등등에 대한 것들이고, 나 같은 삐뚤어진 인간이 보기에 그것들은 다 자기자랑이다. 물론 그들이 살기 힘듦을 토로할 때가 있지만 역시 내가 보기에 그런 하���연은 하소연을 빙자한 자기 노력의 과시 같다. 어찌되었든 ‘으른들’은 내가 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하는 것처럼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으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으른이 될 수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기도 하다. 다행히도 내 친구들도 적어도 당분간은 으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으른 되지 못할 자들과 계속 으른답지 못하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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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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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8
저번 주 월요일부터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총 120만원을 들여서 산 컴퓨터 부품들을 조립했다. 주말 내내 게임을 했고, 요새의 평일 일정은 낮에 운전학원 저녁에 과외이다.
어제는 운전학원 아저씨 강사한테 호통을 1000000000번 들었다. 그 때문에 운전배우는 게 스트레스였다. 오늘 만난 강사는 기초를 중시하며 아주 차근차근 가르치고 화를 내지 않았다. 수업 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과외를 갔고, 대충 10분 정도 늦었고 10분 정도 일찍 갔다. 가는 길에 과외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과외 어머니는 애 기말고사가 1주도 안 남았는데 늦게 오고 일찍 가고 이래서 졸라 속상하다고 했다. 나는 어버버 하면서 곧바로 영업용 목소리로 죄송하다 했다. 그리고 찝찝해서 집에 와서 카톡으로 장문의 사과문자를 보냈다. 게임을 하다가 답장이 왔는데 그냥 쭉 게임을 하다가, 문득 게임이 질려서 게임을 끄고 핸드폰을 열어 봤더니 자기 애가 공부를 안하는 애라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애를 잡는 선생님을 바랐는데 선생님은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수업에 열의가 없어 보여서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미안하지만 수업료를 환불해주었으면 한다고 어쩌구저쩌구 해서 나는 알겠습니다 내일 입금시켜드리겠습니다 좋은 선생님 찾길 바랍니다 어쩌구저쩌구 답장하고 인생에 현타가 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일을 벌리니까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데 나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성공도 안하겠지만 실패도 안 할 것이니까...
어쨌든 과외를 하는 데에 엄청나게 진득한 현타를 느끼고 있다. 아니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애새끼를 내가 구워서 삶아서 어떻게든 연필을 쥐게 만드는 것이 너무너무 피곤하고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은데 과외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한국이 너무 싫다... 과외 아니어도 돈 벌 수 있는 일을 좀 많이 달라고.. 개짜증난다...
울적한 와중에 엄마 친구한테서 과외 제의 하나가 들어와서 그 학생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냥 너무너무 싫고 피곤하고 힘들고 그냥 먼지로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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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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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1. “네가 어떻든 난 너를 이해할 수 있어. 왜냐하면 난 너를 이해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양지 작가의 <우리는 시간문제>에서 나왔던 대사였고, 내 기억에서 끄집어내 쓴 문구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구는 저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지는 비슷하니까 상관 없겠지.
옛날의 나라면 저 말을 하는 사람을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어쩌면 경멸을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전혀 이해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또는 나를 이해할 가능성 자체가 없어 보였고, 그런 주제에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기에.
그런데 1주일 전부터 누군가한테 저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나라는 사람을 포착하려는 욕망을 위해 자신의 가치관도 꺾어 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선언’ 그 자체가 중요할 거 같았고. 그 선언을 위해 오만함을 감수하며 저질러 버리는 것. 그러니까 상처를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을 거 같아서. 그 사람이 이렇게 깊은 고찰 ���에 그런 말을 하든, 아니면 내가 너무너무 좋고 나와 어떻게 해서든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냥 생각 없이 저질러버린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상상인 것 뿐이고. 실제로 나한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또는 나한테 저런 말을 하고 싶은 살마이 있어도 내가 그 사람의 입을 막아 버리는 태도를 은연 중에 취할 것이다. 이제껏 나는 트위터에서나 아니면 친구들에게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1000000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왔으나 실제로 나한테 관심을 갖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나는 매우 뻣뻣해지고 그 사람을 엄청나게 경계한다. 그러니까 건전한 상식인은 나한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2. 왜 나는 여자인간즈를 불편해할까? 이것 때문에 동아리 갓 들어온 신입 시절에 많이 고민했었다. 레즈비언인간즈와 친해지고 싶은데 그들은 이미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1000000명 있고 갓 스무살이 된 꾸러기부치 같은 나한테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그래도 어찌저찌 레즈비언인간즈의 사교현장에 끼어들 기회가 몇 번 찾아와서 열심히 그들과 친해지려 했지만 막상 그런 자리는 나한테 너무 재미가 없었고 나한테 너무너무 죽고싶음을 선사해 주었다.
나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엄청나게 갈구하는 모양이다. 나는 내가 레즈비언인간즈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소속될 수 있기를, 나아가 레즈비언인간즈의 일원인 것이 너무너무 나한테 재미를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실패했다.. 실패했고.. 그런 좌절감을 느낀지 몇년이 되어가고 있다.
요새는 내가 여자인간즈 자체를 불편해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한 한달 전까지 대부분의 여자인간즈가 노잼이라서 나는 그들과 친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해왔었는데 요새는 그냥 내 잘못인 거 같다. 내가 그들을 불편해하니까 그들도 나를 불편해하는 것이다. 갑자기 2년 전에 나 설마 여성혐오자레즈비언인간이 아닌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초딩인간이던 시절 초딩고학년 때의 반 여자애새끼들은 나를 무척이나 적대시했었다. 어깨빵도 당한 적 있고... 체육시간에 발야구를 하다가 잘나가는여자애새끼의 면상에 공을 날렸다는 이유로 잘나가는여자애새끼들의 여자애새끼들무리의 일원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게 되어 그 무리들과 같은 팀이었던 반 친구가 내 쪽으로 와서 “쟤네가 너를 너무 욕해서 저기 못 있겠다” 라고 했었었고... 피구 시간에 여자애새끼들은 지들끼리 공을 맞추면 미안해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이지랄을 서로에게 해댔는데, 나한테 공 졸라 세게 던지고 내가 피구장 밖으로 퇴갤할 때는 나를 쌩깠고... 초딩방과후학교 글쓰기 시간에 6학년언니애새끼들이 나를 졸라 왕따시키려고 했었고 멍청한 글쓰기선생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도 안했고 병신같이 나한테 와서 너 괜찮니? 하고 물은 게 다였다. 6학년 시절에는 뭐 친구 한 명도 없었고...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고 남자인간즈가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여자인간즈에 의한 트라우마를 많이 겪었고... 지금도 여자인간즈(특히 헤테로여자인간즈)는 나를 이유 없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너무 고민이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100년 지나서도 여자인간즈트라우마가 날 지배할까봐
3. 곧 있을 어떠한 졸라멋진일 때문에 동아리에서 글쟁이들의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외로움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의 일원이고 싶어서...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일원이 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글을 써서 주면 된다. 그러면 그들은 내 글을 푸하냠냠 맛볼 것이고 나를 글쟁이파티의 회원으로 받아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 워드 2007의 파란 배경의 하얀 종이를 보면 손가락이 굳고 금방이고 침대에 누워서 게임 실황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나 자신이 너무너무 싫다.
얼마 전 신경정신과에서 타온 항우울제의 용량이 반으로 줄었고 아마 한달 뒤에 약을 더 이상 안 먹게 될 것 같은데 내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섭얼번에서는 과외로 돈을 벌고 누워서 먹고 자고 놀아도 되기 때문이다. 두달간 잊고 있던 글에 대한 공포와 학업 공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는 과외 갔다 오고 나서 엄청나게 늦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아빠한테 “나중에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바리스타해야지” 라고 씨부렸었는데 그때 당시의 나는 그 말이 걍 씨부리면 말인 줄 아는 걸로 내뱉어진 게 아니라 정말 그 말이 이루어질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 미래는 어떻게든 될 것 같았고 자살만 안한다면 어케든 나름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엄청나게 자괴하고 있지는 않은데 어제처럼의 이유 없는 낙관에 빠져있지는 않다.
4. 내가 바라는 것은 자살 안 하고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삶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될 것... 글을 써서 졸라 멋진 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 인간즈가 만든 사치와 쾌락과 문화 등등을 나름대로 조금씩 맛보며 살 수 있게 될 것... 그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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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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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오늘 수학 과외를 끝내고 침대에 눕는데 갑작스레 외로움이 닥쳐왔다. 그 외로움은 마치 내가 과외 학생을 떠나 보내서 공허함을 느낀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아. 이 학생을 이제 2달 정도 가르쳤는데 어제오늘 이 애가 아주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내가 가르친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외모가 제일 훌륭하고 수업도 가장 열심히 듣는다. 안 예뻐할 구석은 1도 없는 것이다... 굳이 안 예뻐할 구석을 따지자면 이 학생이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시급이 가장 적은데 그것은 얘에게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얘의 어머니한테 달린 문제니까... 어쨌든 이 애같은 학생만 백만명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빨리 다음주 일요일에 얘를 가르쳐서 수학을 잘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그 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있는데 그것은 여기서 말할 수는 없고... 그래도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최소 1g 정도 있기 때문에 왜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들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애가 나를 외롭게 만든 이유는 내가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 애를 훅 좋아하게 되었나? 그것은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필요라는 게 수학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 해도...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지독히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그 애가 아~ 하고 이해가 잘 되었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대단하게 여기는 이 감각이 너무 좋다.. 그래서 과외는 양가적인 감정을 준다. 졸라 피곤하다는 것과 졸라 자존감을 채워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감각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좋고 너무 좋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그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엄청나게 조심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이 사람을 나로 하여금 망가뜨리고 싶다는 파괴충동에 시달리기도 하고...
이런 비틀린 자아도취감을 갈구하기 때문에 나는 엄청나게 사람을 갈구하고 호감에 엄청나게 잘 휘둘리는 것 같다. 나는 어떤 ‘특별한’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엄청나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감정의 정체가 모호해서 혼란스러웠었다. 가끔씩 그게 연애감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사람의 전체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욕망은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나한테 괴로움을 줬고...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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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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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9
놀랍도록 쓸 말이 없다. 아니 어떻게? 곧 있으면 과외 학생은 5명이 될 것이고 덕분에 돈이 풍족해져서 이것저것 사고 먹고 놀러다니고 집 안에서 놀기도 많이 놀았는데, 그냥 귀찮아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일기를 쓴다. 뭐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제까지의 시간이 졸라 의미없어보이고... 그리고 일기를 쓰면 멋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세트를 마련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목요일 금요일을 빼면 매일매일 과외가 최소한 하나씩 있고.. 잠은 엄청 늦게 자서 점심 먹을 즈음에 일어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뭔가 가끔씩 너무 너무 심심해서 미쳐 돌아가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무언가 시간을 때울 일이 필요한데 책도 안 읽히고 핸드폰도 하기 싫고 기타 등등 심지어 숨 쉬기도 싫을 때. 삶이 안정되어도 가끔씩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그럴 때면 너무너무 살기 싫어지는데 살기 싫어지는 이유가 엄청난 심심함 때문이라니 가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보인다.
그런 순간에 심심함을 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를 만나는 것...
하지만 나는 섭얼번에 거주하고 있고, 사실 서울에 있었어도 그런 순간에 친구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더 안타까워지는 게 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저번 주 금요일에 상담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었다. 정말정말 일반적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사는지.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그들을 곤경에 빠뜨려서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도...
나는 나 자신을 엄청나게 사회 부적응자, 삐뚤어진 자로 보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여기면서 나 자신을 졸라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것, 한편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한테서도 이해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함축한다는 것....
나는 도저히 나를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배척하고 싶다는 욕망과 더불어 그런 사람에게 인정받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무척 개구쟁이 같다며, 그리고 엄청나게 모순적인 사람 같다고 했다. 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내가 너무나 특별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보통인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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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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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4
1. 지금의 생활이 나한테 안정을 준다. 돈도 적당히 벌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로운 한량의 시간. 잠을 맘대로 늦게 잘 수 있기 때문에 밤의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다. 엄마와 아빠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인간들은 새벽 1시를 넘기면 잠이 들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은 아주 조용하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자위를 하거나(기숙사에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어쨌든 어떤 것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할 수 있다.
2. 오늘은 낮에 자전거를 타고 섭얼번 등지를 돌아다녔다. 이 곳은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는 게 엄청나게 운동이 된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내리막에서 겨우 쉴 수 있다. 어쨌든 두어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중간에는 이마트에 들러서 진기한 것들을 구경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과외를 하러 갔다. 열심히 돈을 벌고 엄마랑 같이 집에 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엄마는 남이 해준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낮에 내가 집에 있으면 엄마는 파스타를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파스타 소스를 샀다. 바나나도 샀다. 집에 도착하니 아빠가 닭죽을 해 놓아서 그것을 먹었다. 양파를 넣어서 달고 맛있었다. 그리고 밀크티를 끓여서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핸드폰 게임을 했다가 쉬다가 등등을 했다.
3. 이틀 전에 허이모네 집들이를 갔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불안했다. 불안해서 불안했다. 막 얹히는 느낌도 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거기서 거의 먹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가고 나서야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환경의 변화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추구할 삶은 안정감이라고는 1도 없는 삶이다.
4. 지금까지 쓴 일기를 보니 행복한 중산층 지식인의 삶 같다. 그럼 나는 행복한가? 행복? 잘 모르겠다. 한달 전보다 꿈은 덜 꾸긴 해도 여전히 꿈에는 부모와의 불화라든지 폭력과 불안이 점철된 것들이 나온다. 일단 적어도 노트북이 병신같아서 일기를 쓰기 힘들어서 잠깐의 순간에는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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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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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3
생각보다, 놀랍게도, 잘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얼마 전에 갔던 지역도서관은 작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했고 쾌적했다. 그곳에서 내가 가져온 책을 읽었는데, 몇 년 만에 느껴본 생경한 감각을 경험했다. 책의 문장이 나에게 촉촉히 스며드는, 그러면서 지적인 쾌감을 주는, 즉 간단히 말해서 전에는 더럽게 안 읽히고 이해가 안 되었던 문장들이 이제서야 잘 이해된다는 감각. 그래서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좋았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한산함과 깨끗함. 이곳은 졸라 섭얼번이지만 어째선지 유럽의 어느 깨끗한 소도시의 길을 걷는 듯한... 선진국의 감각...
밥도 잘 먹고 있다. 엄마는 내가 와서 식비가 엄청 늘었다고 불평하지만 (왜냐하면 내 입맛이 쓸데없이 까다롭고 고-급이기 때문이다), 그네들은 내가 이 집에 온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 사람이 한 명 느니까 집이 그전만큼 적막하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내가 그네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말하자면 효녀가 된 것이다.
알바가 도통 구해지지 않아 며칠 전에 화상과외 업체를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 후에 어���둥절하게도 과외 일이 두 개나 들어왔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미팅이 두 개 잡혔는데, 설마 하나도 못 건지랴 싶다. 어쨌든 일이 확정된다면 나는 이것저것 살 수 있다. 친구들과 맛있는 커어-피도 마실 수 있고, 패-숀 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즉 잘 살 수 있다... 매우 말이다.
일단 커어피를 마시고 옷을 사고 기타 등등을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돈을 모으게 되면 할아범이 된 노트북을 편히 보내드리고 어린-이 노트북을 새로 들일 것이며... 할멈이 된 핸드폰도 바꿀 것이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아주 병신같게도 자꾸 타자가 끊겨서, 커서가 자꾸 이상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문장을 두다다 쓰려고 하면 내가 쓴 글자가 영 이상한 곳에 있어서 아주 아-주 불편하다. 어제 마비노기를 깔아서 그런가... 어제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이 문장을 치는 순간 커서가 맨 처음으로 돌아갔다.. 얘 왜 이러지..
하지만 앨버를 여러 개 구해도 아주 건강하고 튼튼하고 재능이 많은 어린-이 노트북을 사려면 돈이 백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2015년 끝자락~2016년 초가 되어서야 살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커서가 병신같이 이곳저곳으로 도망가니까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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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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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1
1. 생리 이틀째, 무더운 한낮에 빨빨 돌아다닌 탓인지 엉덩이가 접히는 부위가 짓물렀다. 어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쓰라렸고, 지금은 긁고 싶다는 마음을 참느라 다리를 떨 정도로 가렵다. 몇 년 만에 면 생리대를 꺼내 쓰고 있다.
2. 내일부터 내 친구들은 학교에 가고 나는 계속 집에 있는다. 기숙사 침대보다 훨씬 푹신하고 좋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이렇게 핸드폰을 볼 게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하는데, 글을 써야 하는데, 아니면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따위의 생각이 든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서 우울과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발적으로 책이 잡히진 않는다. 읽을 순 있다. 퀴어이론 세미나 때문에 젠더 트러블 1장을 읽는데, 옛날에 읽었던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고 집중도 잘 되었다. 그저 책을 읽겠다는 마음이 안 든다. 아마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실패할까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일수도 있다. 억지로 어디에 나가 있어야지. 돈이 있었으면 독서실 가듯 카페에 갔을 것이다. 돈이 없으므로, 카페 대신 도서관에 가는 게 좋을 듯 하다.
3. 과외는 번번이 짧게 끝난다. 저번 주에 맡았던 일은 딱 한번 수업하고 짤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과외 학생 어머니에게 입금 독촉 문자를 보냈다. 하루 수업 나가서 62500원을 벌었다. 수수료를 떼이지 않았으므로, 나쁘지 않은 벌이다. 이걸로 현재 내 잔고는 10만원 남짓이다. 내��은 용돈 30만원이 들어오고, 9월달은 약 40만원의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
이 중 15만원은 데이트 통장에 넣는다. 그리고 8월달 교통비는 11만원이 나왔고, 월초에 빠질 것이다. 핸드폰비는 대략 3~4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용돈은 똑 떨어진다. 십만원 남짓으로 기타 등등의 유흥비와 필요한 것들을 사야 할 것이다.
집에서 살게 되니까 밥 굶을 걱정은 없다. 하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집에만 있게 되는 게 싫다.
다행히 모종의 사은품으로 자전거를 얻게 되어서 이 동네 돌아다닐 때 드는 교통비는 절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조립에 실패해서 자전거포에 들고 가기로 했다. 당장 내일 자전거포에 들고 가서 조립 맡기고 싶다. 할 게 없으면 자전거 타면서 시간을 죽이고 싶어서.
4. 시간을 죽이는 게 나의 시급한 과제이다. 애초에 휴학을 건설적으로 보낼 계획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휴학한 것이다. 책을 읽는다든지, (우스갯소리로) 호모 소설을 쓴다든지, 알바를 한다든지, 이런 것들은 무엇보다 휴학 시간을 죽이기 위해 생각한 것들이다.
하지만 책은 잘 집히지 않고, 호모 소설은 아직 구상도 못했고, 알바는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이 없어서 못 한다. 그래서 요새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유튜브로 게임 실황을 보고, 조아라 등이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호모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쉽게 질린다는 것이다.
간신히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싫증나는 기분, 나는 그런 기분을 정말 싫어한다. 따분함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런 기분을 느끼면 결국 누워서 핸드폰으로 미친듯이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어찌어찌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내일이 두렵다. 친구들은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통장 잔고는 바닥났고, 나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제발 내가 어떤 일에 몰두할 수 있기를, 그 몰두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
5. 이런 무기력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런 무기력함이 마냥 무용한 것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외로운 것은 싫다. 나 빼고 사람들이 충실하게 사는 게 싫다.
못생긴 마음이지만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따분함과 무기력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책을 안 읽었으면 좋겠다.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따위의 생각을 하고 나면 내가 바보같다. 그런데 나는 바보가 맞다. 바보라서 대략 2년간 같은 말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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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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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1. 유독 요 며칠간은 누워서 핸드폰게임만 한 것 같다. 그렇다고 몸을 안 움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으며 케틀벨 스윙을 지나치게 한 탓에 온 몸이 욱신거렸다. 친구들도 가끔씩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시간이 남으면 낮잠으로 떼운다. 책도 읽기 싫어서 빌러비드는 연체된 상태이다. 오늘은 운동 갔다온 후에 계속 누워 있다가 잠이 오면 잠도 자고 그래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억지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은 느려 터져서 왠만하면 이것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라. 일기를 쓴다.
2.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을 느낀다. 이러다가 친구 및 가족들에게 확 화를 낼까봐 두렵다. 조금이라도 날 답답하게 하면 말에 가시가 돋고 얼굴이 구겨진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우울증 탓으로 돌리고 있다. 병에 걸렸으니까, 내 마음이 약해진 상태이니까 금방 짜증을 내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안 그래도삶이 재미 없는데 타인이 나한테 재미 없게 굴면 도저히 참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이걸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3. 만사가 너무 귀찮아진 탓에 옷을 계속 안 산다. 안 친한 사람한테 밥 한 번 먹자고 연락해야 하는데 그것도 자꾸만 미룬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은 기숙사에서 그냥 있는다. 계속 이렇게 냉장고에 묵혀진 햄처럼 되어 버릴까봐 걱정된다. 걱정을 해도 냉장고에 있는 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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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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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1. 섭얼번 집에서 허이모와 댜른이랑 함께 음식을 해먹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즐거운 홈컴파아티클럽 이었다. 리타 언니한테 추천 받은 영화였던 택시드라이버도 같이 봤다.
2. 허이모와 댜른이를 버스정류장으로 배웅하고 이마트에 들러 버블티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엄청난 급똥신호가 찾아왔다. 딱 이마트와 섭얼번 집 중간지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엄청나게 빨리 집으로 걸어갔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괄약근의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지더란다.. 바지에 똥을 쌌음에도 나는 침착하게 집으로 가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 더 나올 것 같았기에... 섭얼번 집으로 향하는 길은 인적이 드물고 길 옆에는 사람들이 불법경작을 해 놓은 빈땅이어서 그 빈땅의 수풀로 기어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똥을 쌀까 싶었는데 그렇게 하면 사람이 지나갈 것 같아서 열심히 집으로 가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집에 다다르기 1분 전 또 똥을 싸버렸고...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이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졌고 나는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서 당장 바지를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뒷처리를 했다. 나는 생리 중이었기 때문에 생리대도 찼고 생리팬티도 입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나의 팬티는 기저귀 같았다. 그래서 바지에 묻지도 않았다.. 나는 처량하게 일회용 생리대를 떼고 물로 행궈서 휴지통에 버렸고 팬티도 빨았다... 생각보다 인간의 괄약근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기 시절 이후로 처음 내가 내 의지로 괄약근을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겪어서 웃기기도 하였다.
3. 할 게 없으���까 시간을 떼우는 방법으로 낮잠을 택한다. 방금도 에어컨 틀고 자다가 일어났다. 내일부터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이나 읽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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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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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1. 저번 일요일부터 밤마다 인간을 미워하고 있다. 나의 불우했던 초등학생 시절이 나를 또다시 괴롭힌다. 그때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애들을 다 죽이고 싶고, 전국의 초등학생을 몰살하고 싶고, 내 또래 인간들을 싸그리 없애고 싶고, 그냥 인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나는 인간을 미워하느라 웃는 법을 몰랐고, 그래서 더더욱 내 또래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샀을 것이다. 애들 앞에서 자해한 것을 보여줄 정도로 반사회적 행동을 해도 어린 나는 그런 짓이 이상한 줄도 몰랐다.
지금도 이유가 궁금하다. 왜 그들은 나를 그토록 불편해했을까? 왜 나에게 적대적으로 굴었을까? 이유는 안다. 그냥 자기와 다른 인간이고 그래서 불편하니까, 사회화가 아직 덜 되었지만 유치원생보다는 영악해진 애들이 그렇게 나를 학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유가 내 억울함을 납득해주지 못하니까, 나는 자꾸만 이유를 알아도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나랑 같은 반이었던 애들한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물어봐도 그들은 까먹었을 것이다.
대학생이 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호감있는 사람이 되는 법도 익혔다. 하지만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다시 상기되자 왜 내가 인간들에게 호의적으로 굴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인간을 싫어했었는데 왜 내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구는 거지? 호구가 되는 건지? 비굴해지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무고한 인간 100명을 살해하고 싶어졌다.
이런 꼬락서니가 되어버려서 나는 나를 돌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트라우마는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호구같은 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냥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들을 좆되게 하고 싶다. 죽이고 싶다. 신세를 망치게 하고 싶다. 매우 부질없는, 파괴적인 욕망이어서 매력적이었다.
과거에 그들이 나한테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나의 일부는 그들이 내게 했던 짓들이다. 그때의 적대적인 말, 행동, 시선, 공기가 나를 이루고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머리를 박고 싶다. 나는 '이상적인 형태의 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원치 않은 수많은 순간들 때문에 원치 않는 내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공격성이 많은 줄 알았다. 내가 무력했던 순간 나는 나를 공격하는 것들에 대한 앙심과 분노로 어떻게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봤던 mmpi에서 나의 공격성은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왜일까? 너무나 공격적인 모습의 내가 두려워서 그런 모습을 억압했기 때문일까? 지금 mmpi를 다시 본다면 공격성이 아주 높게 나올 것 같다.
2. 원래 부정적이었지만 요새는 더더욱 부정적인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되도록 인간을 낳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져서 이 세상에 살아지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을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이 어찌저찌 나를 낳았고, 살다보니 어이없게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및 헛된 욕심이 생겨서 죽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을 낳았으면 인간을 낳은 인간이 그 인간이 최대한 이 세상에 살아지는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인간을 학대하고 자기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찌되었든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태어나버린 수많은 인간들은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괴롭게 여길 것이다. 그러니까 편하게 생을 그만둘 수 있도록 안락사를 인간들에게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죽는 것은 어찌 되었든 공포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것들을 줄일 수 있게,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살아져버린 게 고통스럽다. 금방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모든 것이 지겹고 힘들어진다. 공허와 불안에 먹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삶의 이유와 삶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하루하루 내 목숨을 연명하는 것 같아, 나는 지쳐버린다.
어제 아즈마 히데오의 만화 <실종일기> 1, 2권을 읽었는데 그런 말이 있었다. 끊임없이 "지겨워, 따분해"를 말하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즐겁게 만들지 못하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내 이야기였다. 너무 맞는 말 같아서 계속 그 글귀를 읽었다.
3. 위와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가 금방 새벽 4시를 넘긴다. 내 몸이 아주 지쳐서 더 이상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면 잠이 든다. 그리고 늦게 일어난다. 일어나서 늘 그랬듯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힌다. 어서 빨리 상담을 받아서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싶다. 고름 같은 이런 생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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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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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1
1. 오늘은 생각이 많은 날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 라고 자학하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지만 그런 생각은 장기적으로 나한테 도움이 안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그렇다고 내 방식을 관철하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막막했다.
2.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자초한 것도 있고 불행히도 조우하게 된 것도 있다.
3. 룸메이트는 굉장히 일찍 자서 밤에 뭘 하기가 눈치 보인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것도 룸메이트가 자려고 하는데 쓰는 거라서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이만 줄인다... 일기 왜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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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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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3일
1. 책읽기모임 끝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왜 이상하다고 느꼈냐면 방금 전까지 재미잇는 사람들과 아주 재미있고 충만한 시간을 보냈는데 행복하고 뿌듯하기는커녕 내 기분은 울적하려고 들어서 그렇다. 물론 재미있는 시간과 단절되어서 또는 뭐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아니면 이유없이 울적해질 수 있지만, 항우울제를 먹고 나서는 울적할 일이 그리 없어서 말이지. 정말 최근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나의 울적함이 이상했다. 지금도 조금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제 노는 게 권태로워서 그런 걸까? 뭐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되도록이면 울적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바람이지만.
2. 저번 주말에는 이틀이나 본가에 있었고 이곳 섭얼번이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이 한적한 섭얼번이어서 휴학하고 나서 어찌 지낼지가 걱정스러웠다. 금요일에 집에 갔었는데 엄마 아빠가 계속 집에 있고 엄마 아빠랑 이마트에 같이 갔기도 했기 때문에 도저히 몰래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 내 방 창문에서 마치 좀도둑처럼 몰래 헐레벌떡 피웠는데 그 꼴이 우스웠다. 어떻게든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신경쓰는 모습이... 본가에 돌아오면 담배를 어떻게 피울지를 고민해야겠지. 답은 집 밖에 하루 종일 나가있고 밤에는 내 방 창문으로 몰래 피우고 공기탈취제나 향초 등으로 냄새를 지우는 거겠지만...
그것도 그렇고 휴학하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다. 책 읽고 놀고 친구 만나고 돈 벌고 그러면서 살 텐데 그런 것을 하면서 무기력할까봐.
사실 아직도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 빼고 다른 사람 모두가 대단해보이는 마음.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의미 있게 산다는 마음. 나는 심성이 꽤 좋은 사람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 단지 그것 뿐, 심성이 거지같은데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더 나아 보이는 마음... 그냥 그렇다...
3. 옛 친구들에게 도저히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다. 막상 만나면 좋을 텐데 그 계기를 내가 만들어야한다는 게 귀찮고 그렇다. 사실 그 친구들이 나한테 먼저 연락해도 부담스러울 거 같다. 나는 대체 뭘 원하는 걸까?
4. 일기를 쓰자고 마음 먹고 “아 이 얘기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 안 난다. 쓰다 보면 기억나겠지 싶었는데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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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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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0일
1. 약 2년 전에 에반게리온 덕질을 했었다. 계정을 따로 파서 덕질을 했었고, 그때 여러 존잘들과 교류를 ���었다. 오늘 저녁을 버거킹으로 때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때 교류했던 한 존잘이 떠올라 그 사람의 계정을 검색했다. 여전히 트윗이 뜸했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준비를 하고 계신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만나고 말이다. 2년 전에는 개인 웹이 있었는데 이제는 블로그로 아예 이전한 모양이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자신의 작업과 자신의 일상, 생각들을 올려놓았는데 그걸 읽으니 정말 이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다른 예술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조금 애잔했다. 그 사람은 나를 아예 까먹었을 테고 그때 교류했던 것도 그 사람의 작업에 대한 감상 멘션을 보냈던 게 전부였고 말이다. 앞으로 흥미가 있는데 접점이 1도 없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쩌지... 그런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우연히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선망하고 재미있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우연적인 계기를 몹시나 갈망한다.
2. 이번 여름방학 한정 룸메가 이틀 전에 들어왔고 지금도 같은 공간에 있다. 이제껏 여러 룸메를 만났지만 이번 룸메는 몹시 어색..아니 불편하다. 그것은 이 기숙사가 구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살기에 몹시 불편한 탓이 클 것이다. 이 룸메를 919동이나 906동에서 만났더라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리라... 어제에는 안 들어왔는데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룸메도 이런 기분을 똑같이 느끼겠지.. 나는 하는 게 없어서 거의 기숙사에 있기 때문에 죄송맨이다.
3. 위에서 말했던 존잘 계정을 사찰하면서 나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사람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얕은 사람이 싫다...기 보다는 그리 친해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금방 이야깃거리가 떨어지고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침묵만 남으면 나는 몹시 괴롭기에... 생각과 고민이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심지어 유머러스하다면 정말 최고다. 그런 사람 100명과 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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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lq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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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30일
 일이 두개나 생겨서 나름대로 풍족해졌다. 오늘은 수학을 가르치고 나서 불레즈랑 홍대에서 놀았다. 라멘을 먹고 디저트카페에 가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입이 아프도록 떠들었고 그 후엔 북새통에 가서 만화책을 샀다. 그중 3권은 표지와 책소개를 보고 뽑기하는 느낌으로 샀다. 기숙사에 와서 랩핑을 뜯고 훑어봤는데 완전 꽝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새 만화책의 랩핑을 뜯고 만화지의 뻣뻣한 감촉과 그 특유의 냄새를 맡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레진코믹스가 많은 BL 만화책을 서비스하고 있어서 이런 종이 감촉을 느끼지 않고도 재미있는 남색 만화를 핸드폰으로 볼 수 있기에, 종이로 남색만화를 보니 기분이 다르다. 돈이 더 많았으면 10권 정도 더 사고 싶다. 이렇게 뽑기하는 느낌으로, 직접 서점에 가서 표지와 책소개를 보고.
 헛된 소비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해야 한다는 부모의 교육 방침이 내게 단단히 자리잡은 터라 이런 식의 모험은 두렵지만 재미있다. 나는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라 먹는 것도 늘 먹던 것만 먹고 하는 것도 늘 하던 것만 하고 그런다. 모험을 많이 해야겠다.
 내일 국전에 가서 닌텐도 게임 소프트를 살까 생각 중이다.
 돈이 생겨도 소비가 느니까 늘 거지가 된다.
 부모님한테 휴학 계획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본가로 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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