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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에도 자극이 없는 날이었다
늦은 점심을 치뤘다
조금 마른 식물이 그림자와 함께 창틀을 지키고
많이 마른 빨래가 건조대 위에 듬성듬성 하다
나는 가만 벽에 붙었고
옆과 앞을 이불로 막았다
조금 남은 틈은 음악이 흐르는 노트북이 채운다
오늘 하루 어땠어 라는 말을
생소 할 만큼 오랜만에 들었다
일과를 나열해야할지 맺어진 내 감정을 표현해야할지
오랜만에 응하는 대답을 하려니
억지 스럽기 짝이 없는 답이 나왔다
그날의 하루가 어땠는지 대답한 그 순간을 자꾸 떠올린다
오늘 하루 어땠어 라는 질문 하나로
쓸쓸함에 잠기는 내가 되었다
관심섞인 마음을 함구 하면서도
표현하기에 앞서 젖은 지푸라기가 되곤한다
무겁고 질척이다가 이내 쉽게 말라 버린다
따듯한 글과 지혜로운 입술이 필요하다
음악과 시간�� 필요하다
자주 필요하다
막아둔 이불을 조용히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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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문제일까 관심의 문제일까 표현의 문제일까 얼마만큼 구태여 말해야 관심을 건네 받을까 일종의 관심이 사랑을 입는걸까 사랑의 표현이 일종의 관심 정도로 변질되는걸까 표현하고 관심을 갖는 관계를 사랑이라 말하는걸까 서로가 애쓰지 않고 사랑을 향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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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돌
너는 물에 젖은 돌과 같아 가만히 무겁게 눌러 앉아있고 그렇게 너를 홀로이게 만드는 것은 네 옆을 지나는 무수한 어느 것들이 아니었고 무겁게 내려앉은 너 자신이고 그저 색이 짙어지고 너를 지나 쓸려 사라지는 지경을 너는 여전히 무겁게 바라보고만 있고 비로소이랄 것도 없이 그 자리 그 곳에서 나를 두고 휩쓸린 저 먼 곳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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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내는 동네는 누구님에서 시작해서 호의적인 누구가 되었다가 한끗 차이로 애정의 우리누구가 된다 그리고 조금만 삐끗해도 다시 냉랭한 누구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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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말하는 당신 당장 멈춰주세요 그 입을 조용히 묻어주세요 의미심장한 속내가 느껴지는 눈초리를 당장 멈춰주세요 그 눈을 지그시 감아주세요 해결되지 않을 상황을 만들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뾰족함을 숨겨주세요 겪을 수록 괜찮은 사람이 되어주세요 각자의 방식은 존중할게요 마음이 딱딱해 지기전에 어서 빨리 당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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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냐고들 많이 묻는다
왜 묻는지도 알고있고 무어라 대답할지도 어느정도 정해두었다 명확한 무슨 일이 있어야만 덜 행복한 얼굴로 지낼 수 있는 걸까 무슨 일이라고 칭할 만한 기준은 또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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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막혀서 숨을 좀 쉬고싶은데
숨 구멍 이겠다 싶어 열면 돌덩이들이 와르르 쏟아져 이 돌을 어쩌나 좀 옮겨 놓아야겠다 싶어 하나 둘 옮기다보면 그렇게 단순해지기 짝이없어 다 옮긴 돌들을 보고는 이상한 허망함을 느끼고 잠시 무얼 하려했나 방황을 해기분이 답답한건지 마음이 답답한건지 답답한건지 먹먹한건지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그냥 좀 숨이 쉬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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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만 나 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버려내고 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는 것을
버려내지 못해
버려지고 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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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갖
그게 전부였다 전부를 다 보였다 전부가 다 드러났다 내 전부인데 이제 어쩌지 그 전부 말고 다른 전부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 전부가 나였고, 나이고, 나 일 텐데 나에겐 그게 전부인데 정말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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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너랑 나만 아는 그런 무엇을 했다 무던히도 노력했는데 처음으로 노력도 배신을 아는구나 싶었다. 아무도 모르게 너랑 나만 아팠고 내가 더 많이 아팠다. 아픈게 아픈게 아닌거라고 나를 다스렸고 마음의 멍으로 느낀 마지막 아픔은 나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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