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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일을 그르치는 성향
피크닉 매트 위로 와인이 쏟아졌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직임으로 개미때들이 모여들었고 나는 그 옆에 얼굴을 맞대어 누워있다 내 눈이나 코 속으로 들어와서 폐허의 일부분이 된다면 기꺼이 그들의 신전이 되어줄 셈이였다 5월인데 매미가 짖는다 셔츠를 벗어 매미를 잡아볼 생각으로 펼쳐본다 사실 나는 그들에게 신이기때문에 해를 가한들 죄를 물을 자가 없다 고목나무에 붙은 탈피를 한 껍데기에 손을 갖다 대자 나무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속에 수많은 매미유충들이 들끓었다 나는 안다 소수해로 태어나는 그들의 생존지략과 달갑지 않은 생의 출구가 나무 밖에 있다는 것을. 매미는 매미가 되기전 오롯이 숨겨져있을때 그 정체성의 의미를 갖는다 유충 하나가 내 손을 타고 다가왔다 불안함을 꿈틀거리면서 신에 도전하는 이 존재가 원하는 것은 저 무리에서 탈출하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신이라서 내 기분에 따라 움직이기에 자리로 돌아와 와인과 크래커 옆에 두었다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을 본 사제가 된 기분이겠다 자 한잔 두어라 근엄한 목소리를 일부러 내어 작게 말했다 너는 절대 매미가 되지 말아라 노자가 말했다 나를 주장하지 않기에 나를 이룬다고 하였다 마음 속에 불안이나 불만이 많아질수록 너는 창의적이게 되고 온전히 자신이 된다 고통 속으로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밀어 넣을 수 있어야한다 위대한 예술은 고통속에서 태어난다 나는 내 멋진 말에 감탄했다 유충은 매트에 스며든 와인에 조금씩 다가가 개미들과 합을 이루었다 조금 아픈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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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가본적은 없지만 늘 내 마음에 고향인 곳 하천의 로즈마리들은 항상 날 그리워한다 우리 할머니는 샬레에 살아본적 없지만 그곳에서 스프를 아주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안다 뭐가 가장 그립냐면 잔잔하고 거대한 호수 주위로 담벼락같이 둘러쌓인 알프스 산맥들 그곳을 올라가면 가본적없는 낭떠러지 언덕이 세상의 끝과 마주하고 있다 스위스와 세상은 완벽히 분리되어 있고 밖은 혼돈이자 엔트로피기 때문에 오로지 안쪽 스위스만이 따뜻함과 안정감을 갖는것이다 아 그리워라 티켓 하나 주세요 용산역에서 스위스를 가기위해 캐리어를 싣는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지 나는 도시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 티켓에 써있는 호차에 올라 좌석에 가니 림보라고 써있었다 집에 도착했을때 벗어던지는 옷자락처럼 나는 좌석에 널부러졌다 기분을 내려고 삶아온 감자를 먹으며 창밖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한글 간판에 조각난 얼굴 파편들은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이윽고 환한 빛이 일었다 백년설이 묻은 산맥과 수백채의 집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호수가 보였다 나는 캐리어를 내려 냄새를 음미했다 먹어본적 없지만 뢰스티 냄새인게 분명했다 가파른 각도의 산행열차가 내 앞에 서고 열차장이 내 티켓을 확인했다 점점 하얘지는 그린델발트를 지나 열차는 꼭데기에 올랐다 열차장은 이번이 막차라 일러주고 다시 내려갔다 나는 어둠을 바라봤다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춥진 않지만 바라보았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김유정역 언젠가 들어본 춘천분지 분지에서 새작물이 자라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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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나무에 걸려있는 블루베리를 사다리에 올라탄 채 한입 베어 물었다 혀 안에 오색 진주가 굴러다닌다 어쩜 너희는 이렇게 사랑스럽니 투명 반찬통에 알들을 집어넣는다 나는 이것을 먹지 않고 시간이 지나 쭈글해지면 이것을 작은 우울함이라고 불렀다 작은 우울함은 그마다의 형상을 가지고 있고 고유의 기분처럼 특징적이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것을 좋아했고 가는곳마다 외로웠다 풍경이 달라지면 똑같은 외로움도 고유의 기분이 된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 나의 직업은 외로움 수집가가 되었다 반찬통의 알갱이들은 그것을 기록해 주었다 사다리에서 내려왔을때 어떤 알갱이가 말을 걸어오기를 호숫가가 첨벙이는게 외로웠다 하여 나의 마음이 반짝였다 나는 그것을 내 품에 안고 방문을 꼭 걸어잠그고 싶었다 동전을 튀겨서 앞면이 나와야 만날수있는 인연같은 우연성도 갖고싶었다 알갱이들은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 죽기전 니체처럼 채찍받는 말을 끌어안고 싶었다 그것은 나를 가치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 긴시간을 보상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외로움은 나를 고귀하고 존엄있게 만들어야줬다 긴 수풀을 지나가던중 돌맹이에 걸려 반찬통이 와르르 쏟아졌다 빗물에 몇개가 쓸려내려가고 슬픔이 가득찼다 나는 그것을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팔이 닿지 않는 깊은 구덩이에 빠져있었다 땅 속에 박힌 작은 우울함은 이렇게 말했다 깊은 관심과 애정은 어느순간 눈 앞에 나타나는게 아니라 안보고 있다가 쳐다봤을때 쌓여있는 선물같은거니까 날 땅속에 두고 간다면 언젠가 이곳에 열매가 맽힐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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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악어는 농구에 소질이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농구교실에 갔고 담임쌤은 시간이 지나면 스테판커리처럼 될거라고 말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악어는 두발로 서기 시작했다 악어는 농구가 재밌었지만 주위 누구도 악어에게 노력을 안한다는 얘긴 해주지 않았다 점프의 높이가 점점 줄어들었다 끝내 계속 덤벼오는 한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자 네 발로 주저앉고 말았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유투브로 농구영상을 보고있었다 케빈듀란트,안테토쿰보 천재는 계속해서 쏟아져나온다 세상은 천재들로만 이루어진게 아닌가 의심했다 강넘어 그들의 경기를 진흙밭 위에 눈만 둥둥 띄운채 구경하며 질투조차 느껴지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있을곳이 그곳이 아니란걸 상념했다 지나가는 왜가리 한마리를 사냥했다 누군가가 운동출신은 물리치료사가 유리하다길래 공부를 했다 첫 실습날에 네 발로 코끼리 등에 매달려 까슬까슬한 배로 문질러대자 주위에서 환호를 보냈고 조금 머쓱한채로 입을 벌려보았다 만족감은 울타리의 모양이라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걸 상상했다 조금씩 손님이 생기고 나름의 명성을 쌓아 늙은 악어는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악어의 주름은 농구공의 실밥을 닮았다 그래서 악어는 뭐랄까 두 발로 섰을때가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손님을 받았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땃쥐라는 이름의 동물로 장님이면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3시간안에 먹이를 찾지 못하면 죽는 운명의 두더지였다 너무 열정적인 삶의 태도여서 악어는 눈물을 흘렸고 그 자리에서 땃쥐를 잡아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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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학교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은 무엇이죠 아이들은 고민없이 당차게 대답했다 전쟁이요! 미국남북전쟁이 한창인 중부의 작은 시골마을은 부녀자들과 아이들로 들썩인다 밤낮없이 총성이 울려퍼지는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위에는 전쟁극장이 한창 성행이다 일렬횡대로 나란히 선 사내들이 천둥소리와 함께 후두두 쓰러지는 모습은 어떤 뮤지컬을 떠올리게 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밤전쟁이다 컴컴한 가운데 우렁찬 소리에 작은 꼬마전구들이 퐁퐁 피어난다 그곳에는 돈좀꽤나 있는 명망있는 외부의 귀족들이 플로럴 테이블보 위에서 오페라 글래스를 끼고 홍차를 즐긴다 아..장군님 어떤 여성이 볼에 홍조를 띄며 눈을 감는다 그 옆에 다른 여성은 장군의 얼굴을 스케치 하고 있었다 매주 오는 남성은 옛전쟁의 품위를 잃어버렸다며 팔랑크스와 망치와모루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입장료를 낼 돈이 없기때문에 바위 틈 사이에서 전쟁을 훔쳐본다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전쟁의 분위기는 달아올라 총구연기가 뒤덮이고 백병전으로 돌입한다 하나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가운데 전쟁극장에서는 사회자가 장군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장내에 노예해방 이라는 구호를 외치게했다 여자들이고 아이들이고 구호를 따라했다 무슨 뜻인지 알게뭐람 그때 장군의 머리가 댕강 하면서 또르르 굴렀다 여자들이 꺄악 하며 비명을 질렀다 언덕의 전쟁이 끝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자들은 모여서 장군을 추억했다 정말 핸썸했지 정말 젠틀했지 근데 저쪽 장군 눈썹이 꽤 짙었지 목소리는 여자같았지만 키득키득 백병전에서 돌아온 부상병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누군가에게 비극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되기도 하니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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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서바이벌
내가 좋아하는 개그스타일을 가진 그녀가 웃으면서 걸어온다 난 책 뒤에 숨어 그녀를 훔쳐본다 파도보다 ��칠게 내리치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맘 속 돛단배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성의 끈을 붙잡는 항해사들을 놀리듯 그녀의 친구들은 꺄르르 웃는다 아 넘 웃기다..그녀의 개그는 정말 최고다 내 돛단배가 뒤집어졌다 부여잡은 배를 일으켜세우며 책 속에 얼굴을 묻었다 한번만 단한번만 같은 공간에서 단 둘이 얘기 해보고싶다 나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 내가 좋아하는 눈썹을 가진 그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난 책 뒤에숨어 그의 눈썹을 지켜보았다 금방이라도 갈매기가 날라갈듯이 씰룩대고 있엇다 나는 코피를 닦으며 생각했다 무슨 병이 있는게 아닐까 죽을병에 걸린걸까 그렇다면 내가 그의 인생 마지막 간호원이 되는걸까 나 아직 죽을 끓여본적 없는데 이따 집에 가서 연습해야겠다 나는 결심하듯 주먹을 꽉지었다 // 내가 좋아하는 팔씨름 동호회에 그녀를 꼭 초대하고 싶다 도서관 사서이자 팔씨름동호회 임직원인 나는 그녀의 팔을 감상하며 한솥도시락을 먹기 위해 열었다 // 창문 밖에 있는 다람쥐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한솥도시락의 치킨가라아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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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오렌지색 거베라는 장난감에 먼지가 앉아 후 불었더니 멋진 스포츠카가 되어 달리는 꿈을 꿨다 인생의 황금기라는 시티팝이 흐르는 뻥뚫린 야간 도로에는 가로등이 무수히 나란하다 꽃잎이 속도에 못이겨 하나 날아가고 그 기분이 썩 나쁘지않았다 라디오에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지배배하고 배경은 고요하다 잘모르겠던가 잘알겠던가 봉우리였던때를 생각하며 핸들을 꺾어 기어코 도착한 카페에서 멋드러진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켰다 내 향기가 이 향보다 진할까 혼잣말을 알아들은 바리스타는 꽃은 그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법이라고 말했다 잠시 바람을 쐬자고 청했다 야간의 불꺼진 공원은 얼마간 지나 수많은 별들을 탄생시켰다 거베라는 볼 옆으로 스치는 별 하나를 집으려했지만 손에 닿으면 죽어버린다고 바리스타가 말렸다 별은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거라고 말했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정적을 즐겼다 마을은 저마다 불빛의 파도를 치고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거같은 묘한 마음이였다 저 파도는 아름다운것인지 바리스타에게 물었다 바리스타도 잘모르겠다고 했다 손님이 있기 때문에 돌아가야한다며 서둘러 내려오면서 바람이 불면 거베라는 밀려왔다 떠내려갔다 바닥이 찬 평지에 딛자 꽃은 편의점 의자에 앉아 펑펑 울었다 꽃잎이 떨어지고 수술이 풀이 죽어갔다 맨드라미는 거베라의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쁨받고싶었구나 상처가 예쁘게 아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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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뙤약볕 정자밑시골청년 귀남은 마루에 누워 수박밭인지 참외밭인지 구분조차 힘겨운 풀숲밭을 거꾸로 본다 쫙 붙어 왁스바른 머리같은 덩쿨들은 중력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귀남은 자기 뒷머리를 쓰담으며 부추를 생각했다 그 매콤한 부추는 프랑스로 유학간 입술을 떠올렸다 상큼한 풀잎향에 눈물이 찔끔햇다 눈물향이 배인 허브는 귀남의 마음속에 평생 자리잡을 것같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덩쿨들이 춤을 춘다 귀남은 관심없이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내렸더니 한 여자가 참외밭 위에서 춤을 췄다 뭐랄까 잡풀도 없이 잘 가꾸어 놓은 열무 한단같은 표정과 연한잎 연노란 원피스는 물기를 머금어 생기를 얻는중이였다 신성한 의식에 방해를 두기 싫어 시선에 무게를 두지 않았지만 천근만근 눈꺼풀이 끌렸고 귀남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못보던 참왼데 어디서 왔니 참외공주는 아무말도 안했다 귀남은 집으로 대려갔다 씻기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텃밭에 조용히 이불을 깔고 참외공주에게 편히 쉬라고 하였다 참외공주는 고개를 끄떡이고 얇은 이불을 턱 끝까지 덮었다 시시탐탐 공주를 노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로부터 귀남은 마당에서 밤새 지키었다 꽃이 진후에야 봄이 온걸 안게지 나시를 입은 귀남의 할아버지는 말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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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번달 집세를 마지막으로 부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다 자신들의 보험금으로 신세졌던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고 최대한 피해가 안가도록 멀리 가기로 했다 바닷가에 있는 조그만 성당에서 극락왕생하길 기도하고 새우깡 큰 봉지를 뜯어서 갈매기들에게 나눠주었다 여자는 미련남았는지 새우깡 한입먹고 다시 집어넣는 손을 남편이 톡 하고 때렷다 모래사장에 조개껍대기가 아무렇게 널부러져있다 아무도 모르는 하나처럼 죽은조개들 속에 하나가 되고싶다고 부부는 생각했다 그때 파도가 일렁이고 갈매기들이 떠나간다 집채만한 크기의 파도속에 거대한 괴수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안전요원이 외쳤다 괴수가 나타났다!! 조용하던 바닷가는 아수라장이 되고 자동차경적들로 부산했다 부부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카페로 가서 명물오징어먹물 아이스크림을 두개 주문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걸먹기위해 동해까지 온것이기때문이다 빨리주세요빨리 사실 부부는 죽기직전꼭해보긔 라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성당과 새우깡도 그중 하나였다 식은땀을 흘리던 직원이 다급하게 메뉴를 완성했고 여자는 재빠르게 카메라로 찍었다 음~(샵)단짠의조화 죽기전에 꼭 먹어볼것! 이라고 업로드 한 뒤 한입씩 먹고 가게밖으로 도망나왔다 그다음은 생선구이집이였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으나 괴수가 거의 부부쪽까지 쫓아왔다 망연자실한 여자는 쭈구려 울기 시작했다 주머니속에 있던 먹물아이스크림 쿠폰이 떨어졌다 죽는마당에 쿠폰까지 챙겼던 이 부부를 본 괴수는 크게 감동하여 너희처럼 삶에 미련이 많은 부부는 처음이다 오늘은 파괴할 기분이 안나니 이만 돌아가도록하마 라고 말하며 바닷가로 돌아갔고 부부는 하이파이브를 크게 하며 다음 맛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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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펭귄은 수영장이 딸린 집을 원한다. 베버리힐즈의
스퀘어한 부자집은 아니여도 내 취미생활 하나 온전히
받아줄수있는 심심하고 아량넓은 집. 지금은 놀이터의
모래성같은 축축한 원룸에 살지만 펭귄은 그런 꿈을
꾼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미니욕조를 구입했다.
집의 3분의1을 차지하고 호수를 화장실에서 끌어다쓰고
물을 버릴땐 직접 바가지로 퍼야만 청소가 가능하다.
수분이 온몸을 하늘로 띄워주는 느낌 모서리에서
모서리까지 0.5초동안의 펭귄의 눈은 행복함으로
뿜뿜한다. 어느날 수달이 놀러와서 욕조를 보더니
기겁을 한다 너 지금 제정신이니 이 집에 이 하늘색
욕조가 어울리니 어휴 정신좀차려 펭귄은 좀처럼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속으론 수달의 수염 하나하나 뽑으면서
다시한번말해봐 하는 상상을 했지만 겉으론 표현못하는
소심한 성격이기 때문이였다.
왜 내 행복은 남의 걱정이여야 하는걸까.
택배일을 하면서 펭귄은 생각했다. 배���하려는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어떤여자가 나오고 그 작은 문틈사이로
푸른빛이 반사되는 수영장이 영롱하게 나타났다.
펭귄은 택배모자를 꾹눌러쓰고 울음을 참았다.
여자는 말했다 싸인은 어디다가 할까요.
펭귄이 말했다 여기다가. 여자가 말했다.
우리수영할래요
펭귄은 놀란 눈으로 고갤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마였고 하마는 포악한성질로 자기구역의
침입자들을 공격하는 맹수라는것을 티비를 통해 배웠다.
펭귄은 당장에 모자를 벗어던지고 엔틱하고 작은
수영장에 멋지게 다이빙을 했다. 곧이어 하마도
다이빙을 했다. 입수할때 첨벙하는 물방울들이 마을
가장 높은곳까지 치솟아 구름까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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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한 30대 감성
영희는 새해마다 몰스킨 다이어리를 모으는 3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흰색 검정색 도트 체크무늬 그녀는
얼마나 버라이어티한 인생을 살고있길래 다이어리를
사모으는걸까. 나는 늘 궁금했다. 직접 공들여
조립한듯한 오래된 빨간 이케아 책장엔 다이어리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그것들은 반짝반짝하고 옆에는
해외에서 사온 머그컵들이 놓여져있다. 노란색 필라멘트
전구가 끊어질듯 아슬하게 애태운다. 영희는 만날때마다
이케아를 욕한다. 싸고 질낮으면서 돈없는 20대들의
스웨덴 감성을 충족시켜주는대 이만한게 없단다.
그러면서 자기는 다신 이케아를 안살거라 말한다.
대부분 한귀로 듣고흘리며 다이어리를 쳐다본다.
무슨내용이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녀가 화장실로 갔을때 나는 자체비지엠
007을 허밍으로 부르며 그녀의 20대때 싸구려취향의
이케아로 다가갔다. 빰밤빠밤 내 눈에 어느샌가 검정색
선그라스가 끼워져있고 슈트를 입고 있었다. 노란색
필라멘트 전구의 레이저 공격에 내 몸이 유연하게
반응했다. 아 잠깐..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 선그라스를
벗고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다이어리 하나를
집어챘다. 2013년도 와인색 몰스킨 다이어리 고무링을
통하고 튕겨내서 열어보았다.
클래식한 음악이 흐르는듯한 글자로 여행계획이
빼곡히 써있는 1월이였다.
이직하고싶단 얘기가 반인 3월이였다.
우울한 청춘의 사랑이 은은한 5월이였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9월이였다. 9월쯔음에서 시가
적혀있는 말린 낙엽이 나왔는데 나는 풉하고 웃었다.
역시 30대 감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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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남들 앞에선 상냥하지만 혼자 있을땐 괴팍한 성격과
예민함으로 불안전한 존재로 살아가는 푸른 수염은
벌써 세번의 이혼을 했다. 워낙에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항간에는 그가 살인마라는 소문이 무성함에도
특별히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털달린 패딩점퍼를
턱까지 올리고 마트에서 빗자루를 사고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집는다. 푸른 수염은 사악하다.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 안줘도 될 빵을 주고 위험천만한
동네언덕에 눈이 쌓이면 빗질을 시작한다. 그러던
그에게 네번째 아내가 생겼다. 푸른 수염은 아내에게
지하실에 잠겨있는 문을 절대 열지 말것을 경고한다.
아내는 혹여나 떠도는 소문대로 전아내들이 이곳에
있다는게 사실일까 생각했지만 티내지 안았다.
어느 눈이 많이 오는날에 푸른수염은 이태원 언덕을
쓸다가 허리를 삐긋하여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내는 호기심을 못참고 지하실로 내려가 문앞에
마주했다. 혹여나 시체가 나올까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아내가 본것은
엄청난 양의 러브라이브 피규어..미소녀 배게..
2d애니매이션 콘서트 티켓 그는 오타쿠였던것이다.
그가 억울한 소문을 들으면서까지 비밀로 간직해온
취미생활 아내는 본것을 후회하며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취미생활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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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인간
어느날 코를 풀었더니 점액이 나왔다.
휴지로 닦으면서 감기인가 생각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더듬이 두개가 생겼다.
흑채로 까맣게 칠하고 머리카락으로 가렸더니
잘가려졌다.
엄마는 어렸을때부터 내가 누워서 밥먹으면 달팽이
같다고 하였다. 행동이 느리고 이불속에서
꼼짝도 안했기 때문이다.
아뿔사 진짜로 달팽이 인간이 될줄이야.
나쁘지는 않지만 한가지 걸리는것이 있다.
지금 여자친구에게 이별편지를 써줘야겠다.
나는 책상위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짰다. 더듬이가 뿅
하고 올라와서는 그 둥근모양 끝에 검은 망막이
생성되었다.
나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
고시원에서 생활할때 그녀는 형사처럼 들이닥쳐
내 라면과 단무지를 던져버리고 그 틈으로 자신이 싼
도시락과 꽃을 욱여넣고 갔다. 오랜시간 후에 그날의
목격자가 된것처럼 그녀의 전화번호로 신고하였다.
결혼합시다. 집은 제가 어떻게든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아마도 곧 집은 생기겠지만 1인용이겠지..
편지를 받은 여자는 달팽이 인간 앞에서 눈물을
흘리었다.
왜 내가 더 잘하면 돼잖아. 여자는 말했다.
나는 이제 더이상 네 손을 잡을수가 없어. 너무 뜨거워서
내 손이 화상을 입거든. 달팽이 인간이 말했다.
옆에서 지켜만 볼게. 여자가 말했다.
네가 울면 짠맛 때문에 내 피부가 녹거든 달팽이 인간이
말했다.
여자는 울면서 너무해 하고는 잠깐 편의점에 들려 상추
몇장을 던져주고는 잘살라는 말을 남기고 가벼렸다.
떠나가는 뒷모습쪽으로 달팽이 인간은
느리고 낮게
천천히 기어가다가
어느새 커져버린 등딱지집 안으로 들어가
전구를 키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세상에 상처없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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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는 담배를 핀다
밤이 될듯한 노란색 시간의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회사에서 방전된 배터리를 갈듯이 수구려
내 어깨를 토닥인다.
우리 상사는 정말 밉상이다. 파티션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빛이 미러볼처럼 눈부셔 달력근처는 쳐다볼수도 없다.
앗 눈부셔.. 벤치 위 가로등은 눈부시게 빛난다.
별을 보고 싶은데 가로등도 상사눈빛도 누가좀 꺼줬으면
좋겠다.
그때, 스르륵 하는 풀을 해치는 소리와 함께 아무도 없는
공원이 음산한 기운으로 변한다.
나는 먹던 빠삐코를 벤치위에 놓고는 정적을 살피었다.
고양이 한마리 없는데도 누군가 있음이 느껴졌다.
인기척. 분명 누군가 있다.
오늘아침에 누가 화장실에 자기욕을 적었다고 화냈던
상사가 기억났는데 나는 아니였다. 암살하러 온
닌자일까싶어서 오해를 풀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났다.
내 그림자가.
담배를 피고있었다. 실루엣은 어딘가 웃는듯이 보였다.
나는 비흡연자이고 담배보다 빠삐코를 더 좋아한다.
소름이 끼쳐 소리를 낼것같아 입을 막았지만
그림자는 그저 웃고만 있는다.
넌 뭐야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진짜 대답할거같아서
쭈구리고 있던 나는 주인을 따르지 않는 그림자를
흘겨보았다.
어쩌면 나보다 잘생겼는지 모른다.
요새 운동은 하니. 힘든일은 없니. 소화가 잘되지 않아 잠시 밖에 나왔어. 요즘 밤이 되면 쌀쌀하니 가로등 없는곳으로 떠나가지 않게 친구가 되어줄게.
라고 나는 말하고 빠삐코를 빨기 시작했다 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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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
그녀는 그로부터 편지를 건네받을때마다
말린 꽃잎이 편지에 끼어져 있는것을 보았다.
왠지 박제된 꽃잎의 기분을 그녀는 알것만같았다.
아마 나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그는 생명없는 나의
아름다움만 기억한채 살아갈것같은 생각에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자신이 우울해졌다.
우울함과는 상관없이 꽃잎은 아름답기만하다.
나는 손으로 꾹 눌러봤다. 마치 채도낮은 빛깔에
나비가 한마리 앉은듯했다.
나비는 성난듯이 꽉 물어뜯고는 그 남자의 놀란
얼굴 위로 흩뿌려뜨렸다.
너의 상냥함이 날 놀리는것같아서 참을 수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상기된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지 않을거면 만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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