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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로와 OTV

십수 년 전, 재���가 시들해져 새로운 십질꺼리를 찾다 처음 땅고를 잡했던 당시엔 황금기를 선도한 다섯 명의 거장이 있었단 얘길 주워들었다. 몇 년 뒤 다섯이 아닌 네 명이란 주장을 접했다. 쁘란씨스꼬 까나로가 다섯엔 포함되고 넷엔 빠진 문제적 인물이다.

역사적으로 이분은 아직 '땅고'란 말이 정착하기도 전 시기에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는 있으나, 이른바 "예술가 정신' 같은 건 없어 뒤로 갈수록 공장에서 물건 찍듯 대중 취향에 영합하는 음반을 양산했단 게 명에의 전당(?)에 못 들어간 결정적 원인이라 하겠다.

어쨋거나 확실한 '까나로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밀롱가에서 음악이 나오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호불호를 말하자면 나는 불호 쪽이긴 하다. 박자, 선율 모두 단조로운 국민체조식 땅고. 그래서 까나로가 나오면 (어쩌다 까베쎄오가 이뤄지지 않는 한) 쉬는 편이다.

OTV는 '오르께스따 띠삐까 빅또르' 약자이고 빅터 레이블에서 오로지 음반 취입 목적으로 만든 거라 대중 앞에서 공연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시 빅터 경젱사는 오데온 레이블이었기 때문에 혹시 '오르께스따 띠삐까 오데온'도 있었을까 인터넷 검색해봤지만 없는 거 같다.

까나로 히트곡 하면 '시(=Poema)'와 '겨울(=Invierno)'을 꼽을 수 있듯이 OTV는 '교대부리다(=Coqueta)'를 떠올릴 분이 많을 듯.

간혹 까나로 딴다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또 나오네?' 싶어 샤잠을 켜면 대개 OTV일 때가 많다. 상업적 목적을 우선하는 두 악단 연주가 비슷하단 거는 이런 게 당시 알젠틴 사람이 선호했던 원래 취향에 가까울 수도 있지 않을까란 짐작.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엔쏘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미쳐 날뛸 수밖에. 여기에 더해 우아한 까를로스 디 살리, 땅고 성자(聖者) 오스발도 뿌글리에쎄, 막내 아니발 뜨로일로까지. 왜 이들을 4대 악단으로 묶는지는 땅고 역사를 훑다 보면 자연히 알 수밖에 없긴 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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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걸을 때 무게 중심이 뒷발에서 앞발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순간순간이 존재한다. 이를 2등분 하는 사람, 4등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고, 8등분, 16등분, 32등분… 이론상으로는 무한대로 간다. 싯다르타 가르침을 수용한다면 '찰나 = 1/75초'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아날로그 파형을 디지털화하는 샘플링(Sampling)과 같은 원리다. 명상걷기의 핵심은 샘플링 비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있다.

글과 책에서 명상과 사색은 전혀 다르다라고 여러 번 주장했다. 사색만으론 문턱조차 밟지 못한다. 다시 말해 '뇌'를 써서는 절대로 등분할 수 없다.

뇌는 무게중심에만 집중한다. 나머진 무게중심에 맡긴다.

이때 관절이 톱니바퀴 이음새처럼 작동하는 현상이 몸 안에서 일어난다. '나'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그것'을 관찰할 뿐이다.

'각성'은 더 촘촘한 톱니바퀴로 갈아타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샘플링 비율이 올��가고 몰입감도 더 깊어진다.

태극권 수련을 느린 동작으로 하는 목적도 그렇다. 처음엔 느리게 하는 걸 흉내만 낼 뿐이지만, 각성 후엔 느릿느릿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내적 논리가 완성된다.

개개인이 행하는 샘플링 비율이 다르듯,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주관적 시간 간격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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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일체유심조, 안이비설신의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이퍼는 배신자 캐릭터다. 이름부터가 Cyber + Lucifer의 합성어 아닐까 하는데 철자는 'Cypher'로 돼 있긴 하다.

비싼 식당에서 스미스 요원을 만나 모피어스를 잡게 해주는 댓가로 자신을 매트릭스 안에서 부자로 살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때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어 바라보며 중요한 대사를 한다.

"난 이 스테이크가 없다는 걸 알아. 이걸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내 뇌에 맛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임을… 내가 9년 만에 깨달은 게 뭔지 아나? 모르는 게 약이다."

앞대사는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를 변형한 말이다. "일체(一切)가 오직(=唯) 마음(=心)이 조작(=造)해 낸 것". 책과 글을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바이나 잔소리 한 번 더하자면 "세상 일은 자기 맘 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 영화에 비슷한 대사가 한 번 더 나온다. "숟가락은 없다(=There is no spoon)".

2012년 출판했던 '명상적 걷기'도 도덕경과 더불어 싯다르타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고, 움직임을 관찰하는 '나'가 잠시 있을 뿐"이란 주장을 하기 위해 책을 썼다. 현재 내가 행하는 몸공부 역시 이 썰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땅고를 출 때에도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다. '몸힘'을 내기 위한 기본 조건은 '뇌 쓰는 나'를 없애는 것이다.

"매우 짧은 시간"을 가리키는 찰나(刹那)의 출처는 '아비달마구사론'이라고 한다. 보통 "눈 깜박할 새"와 같은 표현으로 쓰이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으로 1/75초라고 나온다. 만약 초능력(?)으로 이 순간을 잡아낼 수 있다면 세상이 사실은 끊긴 채로 보인다는 썰이 있다.

오늘날 영화 필름은 초당 약 30프레임이다. 동체 시력이 미친 듯이 좋은 사람은 이걸 잡아낼 수 있다고 하던데, 찰나는 이보다 2.5배 더 뛰어나야 한다. 즉 전혀 믿을 수 없는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본다"가 아닌 "보는 나"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그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목표 설정으로는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론 태극권과 명상 걷기를 하는 동안 눈뿐만 아니라 귀, 코, 혀, 몸, 의식 등 총 여섯 가지 감각을 관찰하는 수련을 수레바퀴를 돌리듯 관찰하는 몸공부가 몇 년 전부터 행하는 나만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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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몇 주 전 카톡 단체방에 올라온 영상인데 보고 나니 좀 복잡한 생각이 들길래. 일단 나는 이 영상이 주려는 메시지를 공감 못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폭력적이라고까지 느낀다.

나 같은 한량일수록 한국 사회에서 "왜 그렇게 사니?",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따위 남 걱정하는 척하며 비하하는 발언을 당연시하는 풍조를 더 강하게 느낄 것 같다. 저 영상은 정확히 반대편에서 월급 받으며 사는 삶을 향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개인이 맡아 하는 대다수 업무는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처럼 단순하고 재미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 댓가로 돈을 받아 본인 사고 싶은 걸 사고, 지인과 술도 마실 수 있고, 조금씩이나마 저축도 하며 사는 게 뭐가 어떻다고. 영상에서처럼 회사 일 하느라 친구조차 못 만나는 워커홀릭은 너무 과장됐다.

에리히 프롬이 쓴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소유형 인간으로 살겠다고 다짐할 인간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다. 한편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자유를 추구해 조직을 이탈한 자가 무소속 상태의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실감하다 다시 조직으로 복귀했을 때 충성도가 전보다 더 강해지는 역설이 핵심 내용이다.

유행한 지 꽤 된 거 같은 '워라벨'이란 말은 소유형 인간과 존재형 인간 사이 내부 갈등 속에서 각자 균형점을 찾으란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따위 문구는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한다. 대개 사람은 배부르고 등 따시면 빈둥대는 게 본성이고, 가슴 뛰는 거 찾아 아드레날린 남발하면 피곤하기만 할 뿐.

개개인이 타고난 재능도 대부분 고만고만하다. 십 년, 이십 년 내공 쌓아 자기만족은 누릴 수 있을지언정 상품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운칠기삼인 거 같다.

나는 학교 졸업하자마자 월급쟁이 생활을 4~5년 했고 이후 일용직 개발자로 근근이 먹고 살면서 운동(=몸공부)와 글쓰기를 하며 살았다. 가슴 뛰는 일을 찾은 게 아니고 가만히 있자니 권태가 스멀스멀 차오르는 걸 떨쳐내기 위해. 그래서 열심히 하지 않는 대신 긴 호흡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다.

삶은 본질적으로 허무한 것. 초등학교 아닌 국민학교 다니던 나이 때에 이미 나는 진실을 알았다. 당연히 출세욕이 있을 수 없어 뭐든 대충대충 적당히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쉽게 질리기 때문에 긴 시간 몰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늘고 길게 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재즈, 요가, 태극권 덕질 최소 20년, 땅고 덕질을 십 년 넘게 이어온 것이 다 지금 말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내가 매번 고생해 쓴 책들은 사후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까. 훅 불면 사라지는 한 줌 먼지로 변해 버리겠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자기 만족감을 주는 개인 콜렉션일 뿐.

인류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쌓은들 어차피 인간 수명은 백 세를 못 넘긴다. 죽는 순간 주변을 감싼 우주는 일거에 무너져 내리고, 육신 또한 별먼지로 흩어진다.

내 윗세대 상당수는 고도성장기에 밤낮으로 일만 ��고 살았다. 내 삶은 한국 사회가 정해 놓은 레일에서 확실히 이탈했다. 좋든 싫든 각자 선택한 길이다. 반사회적이지만 않으면, 어느 쪽이든 존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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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리눅스"

몇 주 전 구형 노트북에 우분투 리눅스 깔아 만족하며 쓰는 김에 자매품(?)인 민트 리눅스도 함 깔아볼까 해서 마침 집에 방치한 노트북이 하나 더 있어 설치해 보고, 이것은 리눅스인가 윈도인가 잠시 혼동할 정도로 닮아서 놀랐네. 뭣보다 리눅스에 '제어판'이 있다니 말 다한 거.

나무 위키에는 애초 윈도 OS 우라까이를 목표로 2006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나온다. 근 이십 년 지속했으니 이 정도 완성도를 당연하다 말해도 되려나?

믈론 OS 설치부터 환경 설정까지 끝내려면 리눅스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 되긴 하지만, 일반인은 윈도도 남이 설치해 준 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민트도 같은 조건에서 인터넷, 워드, 엑셀 정도 쓰는덴 무리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윈도랑 너무 흡사해 개인적으론 우분투를 더 선호.

윈도10 설치는 언감생심인 십 년도 더 된 구닥다리 노트북을 이런 식으로 또 하나 되살리니 소소하지만 기분 좋네. 딱 하나, 2.5인치 하드 디스크는 떼고 2만 원 정도 주고 산 SSD로 바꾸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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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댓땅고 26회 (2025/4/26) 미겔 깔로 Miguel Caló"

미겔 깔로 Miguel Caló 1907년 생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토박이. 오스발도 쁘레쎄도와 까를로스 디 살리를 계승한 부드럽고 감미로운 연주를 한 악단.

오스마르 마데르나와 공동 작업 다신 돌아오지 않겠지 Jamás Retornaras 내가 너 땜에 울든 말든 상관마 Qué Te Importa Que Te Llore

라울 베론 Raúl Berón 본래 다른 장르 가수였으나 미겔 깔로가 발굴. 주위 반대다 심했으나 '심장 박동에 맞춰(=Al Compás del Corazon)'가 히트하며 정식 가수가 됐다는 이야기.

[인용한 곡목] Miguel Caló & Raúl Berón - Jamás Retornaras (1942) Miguel Caló & Raúl Berón - Qué Te Importa Que Te Llore (1942) Miguel Caló & Jorge Ortiz - A Las Siete en el Café (1943) Miguel Caló & Raúl Berón - Al Compás Del Corazon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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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권도의 길과 땅고"

땅고 추는 여성들은 어느 남자가 잘 추는지 뒤에서 정보 교환한다고 들었다. 남자끼린 이런 얘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거 같다. 이유는 단순하고 상당히 속물적일 거로 본다. 노골적으로 까 놓고 말해 춤 못 춰도 이쁘면 다들 추려고 할 테니까. 그럼에도 누가 느낌이 좋고, 나쁘고 평가를 하긴 하던데, 난 세 가지 이유로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첫째, 타인이 나에 대해 좋아요 싫어요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행위를 불편해하고 때때로 불쾌함을 느낄 때도 있다. 같은 논리로 내가 남에 대해 뭐라고 하는 태도를 취할 순 없는 거. 한때 유행했던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란 말. 이걸 유머로 써먹어 망정이지 비교당하는 거 좋아할 사람이 있겠냐고. 처음 땅고판에 들어왔을 땐 별생각 없��� 이 대화에 끼곤 했지만 어느 때 스스로 문제를 자각한 뒤부터 안 한다.

이걸 주제로 한 밀롱가 곡도 있다. 제목은 "나에 대해 하는 말들(=Se Dice de Mi)"이고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내가 난폭하다고 하지. 거칠게 걷고, 삐뚤어졌고, 허세 부리며 움직인다고…중략… 남자 놈들은 내 목소리, 걸음걸이, 외모, 심지어 기침 소리까지도 수군댄다. 몸매가 변했다거나… 내가 가는지, 오는지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쓴다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만약 내 존재가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들은 나에 대해 신경을 쓰며 미쳐가는 걸까?"

둘째, 이미 여러 번 얘기했듯이 '땅고 = 합기도'라고 보기 때문에 나와 합(合)이 잘 맞거나 그렇지 못한 여성이 있을 뿐, 객관적으로 춤을 잘 추는 여성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이른바 '라인'이 좋은 걸 잘 추는 거로 착각들을 많이 하는 듯한데 타고난 각선미는 공연할 땐 절대로 필요하지만, 밀롱가에선 의미 없다.

셋째, 초보자와 합을 잘 맞추는 능력 키우는 것이 진정 몸공부다. 이거는 내가 무술 덕질할 때 읽은 책에서 배운 거.

'절권도의 길(=Tao of Jee Kun Do)'은 이소룡 사후에 유족이 그가 남긴 원고를 모아 편집해 출판한 책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 모든 타입의 사람들과 스파링을 한다는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빠른 사람, 서투른 사람… 더구나 서투른 상대는 그의 서투름이 마치 일종의 변칙적인 리듬과 같이 사용되어지기 때문에 그보다 더욱 뛰어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것이다. 가장 으뜸가는 스파링 파트너는 비록 무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빠르고 힘찬 사람이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할퀴고, 쥐어뜯고, 갈기고, 발로 걷어차는 등 전력을 투구하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땅고는 무술 아닌 춤이기 때문에 여성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할퀴고, 쥐어뜯고, 갈기"진 않지만, 초보 여성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하단 점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고를 방편으로 몸공부하는 자칭 도사라면 상대 여성의 무게 중심을 찾아 맞춘 뒤 시종일관 연결 상태를 잃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상체를 밀착한 초기 조건에서 여성이 박치이거나, 등근육을 쓸 줄 모른다거나 따위는 (도사 입장에선) 죄다 변명일 뿐이다. 땅고 경력이 6개월을 넘긴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편하게 춤출 수 있게 하려는 목표가 있다.

매주 2~4회 밀롱가를 가는 행위 또한 놀기와 몸공부가 반반 섞여 있다. 얼마 전 '꾸준함에 관한 메모'란 제목으로 쓴 글처럼 밀롱가 출입하는 행위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땅고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알젠틴 지도법에서 동떨여져 있어 스스로 외도(外道)임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틀린 길은 아님을 밀롱가를 드나들며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다.

접근법이 다르므로 일반적인 땅고 추는 남자가 리드하는 느낌과 다를 거로 예상한다. 다른 이에게선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고유성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갈 것이다.

때때로 땅고 추는 여성에게 특이한 경험을 선사하는 댓가로 나는 몸공부 수련 기회를 얻는 물물교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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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와 잠"

방구석에 책 한 권이 처박혀 있었다. 1989년 5월 15일 출판, 정가 3천 원. 책 두께가 얇아 아마도 발췌본이었을 거 같다.

역자로 나와 있는 문영기란 인물을 구글 검색해 봐도 나오질 않고, 책에 한 줄 소개조차 없단 점으로 미뤄 다른 사람이 번역한 거 쎄벼다 불법 출판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당시엔 저작권 개념이 전무해 처벌받지 않았다고 하니.

번역 상대도 매우 좋지 않다. 전문 용어로 발번역. 당시 철학책이 다 이런 식이긴 했지만… 암튼 내가 처음 읽은 짜라투스트라였단 상징성이 있긴 해도 소장 가치는 없는 책이라 기록 남기고 처분하려고.

이십 대 때부터 자칭 도사 지망자였기 때문에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칼릴 지브란 '예언자',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같은 종류 책을 이것저것 꽤 찾아 읽었다. 어언 도사짓 짬밥 이십 년을 넘기고 난 소감을 한 줄 요약하면, 그 시절 막연히 멋있다고 느꼈던 구절 상당수가 허세였구나.

이 책만 해도 초판 발매년도는 1883년이니까 1844년생인 니체 나이 서른 아홉에 나온 거. 이분이 천재였단 걸 감안하더라도 긴 세월 축적한 몸공부 체험 없이 뇌피셜로 썼으리란 사실에 이견이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이 먹을수록 공감 가는 구절이 하나 떠올라 책을 뒤져보니 36쪽에 "잠은 보잘것없는 기술이 아니다. 잠자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깨어 있어야 한다. 낮에 열 번, 그대는 그대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충분한 피로의 원인이 되고 영혼을 마취시킨다"라는 내용을 찾았다.

바로 이어지는 문장은 "낮에 열 번, 그대는 그대 자신과 다시 화해해야 못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룬다"라며 문맥이 전혀 이어지지 않는 엉터리다. 아마도 "낮에 열 번, 그대는 그대 자신과 다시 화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룬다"가 아녔을지? 인터넷으로 올바른 번역을 찾은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잠을 잔다는 것, 그것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다. 낮 동안 열 가지 진리를 그대는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대는 밤에도 진리를 찾게 되고, 그로 인해 그대의 영혼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낮 동안 열 번, 그대는 웃어야 하고 쾌활하게 지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밤 동안 슬픔의 아버지��� 위장이 그대를 괴롭힌다. 단잠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신과도 평화롭게 지내라! 단잠이 원하는 바는 이것이다. 그리고 이웃의 악마와도 평화롭게 지내도록하라! 그러지 않으면 악마는 밤중에 그대 곁을 맴돌게 된다. -=-=-=-=-=-=-=-=-=-=-=-=-=-=-=-

내가 처음 무술 도장에 입문하던 때에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위한 시간이 이른 아침밖에 없어, 알람 설정해 놓고 매일 5시~5시 반 기상했다. 도장까지 대중교통으로 약 40분, 택시 타면 15분 정도 걸렸다. 6시 전까지 도착해 도복 갈아입고 한 시간 반 수련하고, 샤워하고 출근하는 패턴을 몇 년 반복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이 돼 버려, 거의 20년 가까이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절대로 이렇게 안 한다. 암묵의 규칙을 스스로 깬 계기는 단순하다. 쉰 살 전후부터 단잠을 깊이 못 자게 되더라고. 어릴 땐 작정하면 10시간 스트레이트로 잘 수 있었으나 지금은 5~6시간이 한계다. 가끔 8시간 내리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니체의 글과 맥락은 다르지만 아무튼 잠은 보잘것없는 기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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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어

'꾸준함에 관한 메모'란 제목으로 쓴 글의 연장선상에서, 글쓰기는 내가 오랜 세월 내공을 쌓은 분야 중 하나다.

몸공부는 과거외 현재 비교를 기억에 의존해야 하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변모 과정을 선명하게 알 수 있다.

내가 처음 작문을 한 시기는 1980년대 말 PC 통신을 시작하면서였고, 십수 년 습작 기간을 거친 뒤 2005년에 첫 번째 책을 출판했다. 어느새 그 때로부터 20년이 흘렀음을 새삼 깨닫고 흠칫했다.

아마도 모든 작가는 본인이 처음 출판한 책을 선뜻 읽지 못할 것 같다. 당연히 애정은 있지만 조금 부끄럽기도 하거든. 기슬적으로는 주어-서술 관계가 잘못된 비문, 횡설수설한 만연체 거슬림, 내용상으로는 본의 아니게 묻어 들어간 '허세'를 똑바로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습작을 거친 덕분에 어느 정도 선방했을 것.

과거엔 쓰다 보면 취지에서 벗어나 기-승-안드로메다-결로 끝나는 때가 드물지 않았다면, 이젠 생각한 바를 거의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타이핑하다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 종종 애먹을 때가 있다.

장식에 불과한 수사학적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 나만의 담백한 고유 문체를 갖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수련을 겸해 매일 한두 줄이라도 글을 끼적인다. 이짓이 꾸준함의 핵심이다.

항상 소재거리를 찾고 있다. 나는 법과 경제 관련 지식은 超 Idiot이다. 그래서 이거 뺀 나머지에서 주로 찾는 편이다.

문화, 예술 업계 종사자를 만나면 무슨 전공인지 꼭 물어보곤 한다. 이런 분과 10~20분 대화해 수확한 게 있으면 꼭 글로 옮긴다. 하지만 매번 성공하진 못한다.

대화를 마치고 여운이 길게 남는 경우는 스스로 체험한 바를 본인 고유의 표현을 써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아마도 그 정체는 일종의 동질감이 아닐까 싶다.

반면에 시종일관 책에서 읽은 걸 복사&붙여넣기하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관이 없는 대화의 공허함… 솔직히 지루하고 재미 없다. 이제 그런 건 챗GPT가 더 잘한다고. 유감스럽게도 한 분야에서 이십 년 이상 내공을 쌓았음에도 자기 언어로 말하는 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이가 의외로 많은 듯.

몸공부는 분야를 막론하고 술(術)→예(藝)→도(道) 단계를 거치며 도약한다. 체(體)와 용(用) 양면에서 갈고 닦은 기술의 바탕 없이 예술 운운하는 짓을 '딜레탕트'라고 한다.

긴 얘기를 다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예술을 미학과 동일시하는 관점에는 부분만 동의한다. 예술이 내포하고 있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탈경계(脫境界)다. 본래 화가와 음악가는 피차 공감해 통하는 바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칸딘스키와 쇤베르크의 교류가 당장 떠오른다. 내 경우 무술과 춤의 근본이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이 단계를 조금은 맛봤기 때문 아니겠냐.

예(藝)에서 벗어나 도(道)에 접근할수록 탈경계마저 흐릿해지며 무경계(無境界)로 진입한다. 오랜 세월 곰삭아서, 물크러질대로 물크러져 형체를 분간할 수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거기'에 있는 '그것', 이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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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뉴스. 내가 가톨릭 신자는 아니라 이분의 업적에 대해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세 가지를 기억한다.

첫째,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말씀. 개인적으론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며 양극화가 심화해가는 풍조를 비판한 거라고 이해.

둘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한국 방문 당시 세월호 유족을 만나고 하신 말씀.

셋째, 바티칸에서 열린 야외 밀롱가. 땅고인들은 많이들 아실 텐데 지금부터 11년 전인 2014년, 이분 78세 생일 때 바티칸에서 땅고 추는 행사가 열렸다.

이 사건이 굉장히 상징적이었던 이유는 유럽에 땅고가 처음 소개됐을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5세(제위기간 : 1914~1922)는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음란하고 야만적인 춤"이라고 평했기 때문. 백여 년 세월이 흐른 뒤 무려 '바티칸'이란 성지(聖地)에서 밀롱가가 열린 것. 물론 프란치스코께서 아르헨티나 사람인 점이 작용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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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에 관한 메모"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것인데, 지나온 내 삶이 음악 덕질과 몸공부로 점철된 한량 인생이란 점에서 딴 건 몰라도 이 주제에 관해선 한두 마디 할 자격이 있지 않나 자평을.

그림에서 보듯 꾸준함이란 게 모든 걸 꽉꽉 채우는 것일 순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그렇게 살면 단명할 수밖에 없지 않나. 원래 평소 몸공부는 자기 에너지의 60~70% 정도만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아주 가끔 이른바 '각성의 시간'이 올 거 같은 느낌이 진하게 올 때 밤낮으로 매진해 90~100%로 풀파워 다 쓰고, 탈진해 버리는 거. 그 다음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 관점 자체가 확 바뀐다.

몸공부를 의무감으로 할 때도 있지만 평생 그럴 순 없고, 이 또한 타고난 덕목이 있어야 하는 거 같다. 내 경우는 첫째, 호기심, 둘째는 권태였다.

돌이켜보면 전자로 인해 자연히 관심거리가 생겨났다. 또 심심함을 못 견뎌 '방콕', '시체 놀이'를 전혀 못 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몸이 피곤해도 뭔가를 끼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나는 한 우물을 파는 성격이 못되고 이것저것 조금씩 조금씩, 얕은 삽질밖엔 못 한다. 하지만 일단 하면 기본 십 년이고, 이십 년 넘긴 것도 몇 개 있다.

한 우물을 계속 파면 당연히 깊어질 거고, 여기저기를 조금씩 파다 보니 따로따로 삽질했던 게 연결돼 큰 분화구 같은 게 생기더라고.

"티끌 모아 태산"은 과장이고, "티끌 모아 티끌"은 자기 비하이고, 나 같은 보통의 존재도 꾸준히 하면 "티끌 모아 언덕" 정도는 구축할 수 있다.

이걸로 만족이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자족할 줄 알라"는 격언이 내려오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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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쓰 땅고"

2025년 4월 18일, 금요일에 '서울 마포구 동교동 158-27 / 동교로 190'에 위치한 '루쓰 땅고'에서 열린 '허그밀' 방문. 주소를 자세히 말한 이유는 조만간 문 닫을 공간이기 때문.

개업 때부터 잘 나가다 코로나 때 직격탄을 맞은 뒤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인상이 있다. 얼마 전 폐업한 '탱고 스쿨'도 비슷하다고 느낌. 암튼 긴 시간 지속했던 공간들이 사진 속 기억으로만 남는 반면에 새로운 장소에 새 밀롱가가 열린단 소식도 들려와 과도기적 변화를 체감중이랄까.

창업자에게 확인한 것 아니지만 '루쓰'란 이름은 '은은한 불빛 아래(=A Media Luz)'란 땅고곡에서 따왔을 거로 짐작한다.

에드가르도 도나또(Edgardo Donato)가 작곡한 선율에 까를로스 렌치(Carlos Lenzi)가 작사한 가사는 "꼬리엔떼스 3, 4, 8"로 시작하는데 까페, 레스토랑, 극장, 공연장, 카바레 등이 밀집해 있어 세칭 "절대 잠들지 않는 거리"라고 불렸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밤 문화의 상징과 같은 동네였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348번지에 땅고와 관련한 업소가 있었던 증거 사진도 있다.

그 다음 문장이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2층"인데, 루쓰 또한 건물 2층에 있다. 거의 모든 밀롱가가 월세 문제로 지하 세계에 있는데 여기만 2층이란 점이 개인적으로 좋았던…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닭살 맞다.

"칵테일과 사랑이 가득. 메이플이 꾸민 작은 집: 피아노, 매트, 스탠드 조명, 자동 응답 전화기, 옛 사랑의 탱고를 애절하게 틀어주는 축음기, 그리고 사랑 때문에 울지 말라고 도자기 고양이 하나. …중략… 은은한 불빛 아래서 나누는 입맞춤, 둘만의 시간, 마치 실내의 황혼처럼. 사랑의 은은한 빛은 벨벳처럼 부드럽다."

오래 전 구글, 파파고 번역기로 가사를 살피던 당시엔 로맨틱한 연애 얘기구나 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AI에게 번역시킨걸 읽으면서는 매춘 업소를 미화한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 사실 땅고 초기엔 이런 경우가 다반사라 애써 부정하는 게 더 이상할 때도 많다. 가사 끝부분엔 코코(cocó)란 말이 나오는데 당시 속어로 코카인이라네.

설령 내 짐작이 맞다 하더라도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 백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퇴폐 문화��� 사라졌으니 딱히 문제될 것은 없겠다. 애초에 루쓰란 이름을 이 곡에서 따왔는지도 정확지 않고.

우주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고,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십여 년 쯤 세월이 흐른 뒤엔 "루쓰를 가본 사람"과 "전해 들은 사람"으로 갈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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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 카페"

지난 화요일 신논현역 근처에서 지인과 잡담하기 위해 잠깐 들른 카페. 이름이 '피노'라길래 '피노누아'가 연상돼 와인점으로 잠깐 오해했다. 'Pino(서반어 & 이태리어) = Pine(영어) = 소나무'란 뜻.

불란서에서 'Pinot'는 포도나무이긴 하지만 이 또한 소나무(=Pin)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Pinot Noir = 검은 소나무'란 이름이 붙여진 거는 포도송이 모양이 솔방울 닮았단 의미라고.

지인은 '피노키오' 얘길 하던데, 문득 소나무 깎아 만든 인형 아닐까 싶어 인터넷 검색하니 원작 소설에 구체적인 품종이 나와 있진 않지만 다들 소나무일 거로 간주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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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댓땅고 25회 (2025/4/19) 오스마르 마데르나 Osmar Maderna"

오스마르 마데르나 별명은 '땅고의 쇼팽'. 속주에 능했다. 1939년 미겔 깔로 악단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두각.

다정한 그대가 떠나가네 Ahí Va El Dulce 후안 까나로 (쁘란씨스꼬 동생) 작곡.

파란 이야기 Cuento Azul 오스마르 마데르나 & 미겔 깔로 공동작곡.

그대 떠난 밤 La Noche Que Te Fuiste 오스마르 마데르나 작곡. 호세 꼰뚜르씨 작사.

유성우 Lluvia de Estrellas 오스마르 마데르나 작곡 및 본인이 직접 연주한 영상. 쎄쓰떼또 마요르가 TV 출연한 영상.

[인용한 곡목]

Miguel Caló - Para Osmar Maderna (1963)

Osmar Maderna - Ahí Va El Dulce (1950)

Miguel Caló & Raúl Iriarte - Cuento Azul (1943)

Anibal Troilo & Floreal Ruiz - La Noche Que Te Fuiste (1945)

Osmar Maderna - Lluvia de Estrellas (1950?)

Sexteto Mayor - Lluvia de Estrellas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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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 + 내강"

'자이로볼'이라고, 예전에 꽤 자주 했던 손목 강화용 운동 기구. 롤러 바깥을 플라스틱으로 감싼 단순 구조인데, 안쪽 롤러가 회전하면 그 힘이 바깥으로 전달된다.

왠지 자이로스코프(gyroscope)를 단순화해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사전에 "자이로스코프 = 임의의 축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 틀 속에 빠르게 도는 팽이를 장치한 것"이라고 나온다.

위키 백과에 기본 구조 그림이 있던데, 이를 (첨부한 이미지에서처럼) 몸힘(=勁)을 이끌어 내는 몸의 주요 부위로 대체해 볼 수도 있겠단 생각.

며칠 전 '태극공(=Taichi Ball)'이란 제목으로 글 쓴 내용이 이것과 거의 같다. 실제로 몸 안과 밖이 자이로볼처럼 작동한다.

무술 수련자는 십자경(十字勁)이라 부르고 커플 댄스에선 CBM(=Contrary Body Movement)이라고 하는 운동 원리를 가장 낮은 단계에선 사람이 걸을 때 손과 발이 엇갈려 나가는 걸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구체적인 몸힘을 유도해 내려면 몸 안과 밖이 자이로볼처럼 작동한다는 걸 체험한 후부터인 것 같다.

이때 몸 안은 회전력으로 인해 (활시위 당기듯) 응축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몸 바깥이 경직되면 응축된 힘은 초점을 모으지 못하고 분산돼 사라진다. 그러므로 몸 바깥은 '이완의 극치'를 지향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몸으로 구현한 외유(外柔) + 내강(內剛)이라고 할 수 있다.

땅고에선 종종 두 사람이 본의 아니게 서로를 도발해 몸을 경직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상황에서조차 이완을 추구해야 해 큰 몸공부 방편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화(和)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이 돼야 합기도에서 말하는 화원류(和圓流)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무술 수련자는 전사경(纏絲勁)이라 부르고 땅고에서 분리(=Dissociation)라고 하는 것은 십자경의 응용이다. 몸 안에는 하단전 + 중단전 두개의 무게 중심이 있고, 십자경은 하단전 무게중심에서 일어나는 것.

만약 중단전 무게중심에서도 십자경을 쓸 수 있게 되면 하단전과 중단전 십자경은 (신체 구조상) 항상 반대 방향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 빨래를 양손으로 잡고 쥐어짜는 것 같은 일이 몸 안에서 벌어지게 돼 있다. 다시 말해 전사경은 하단전 십자경의 튼튼한 기초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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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미래에 관한 메모

그저께 밤 전철 승강장에서 땅고 지인을 만남. 각자 다른 밀롱가에서 놀고 집 가는 길에 우연히.

함께 전철 타고 가며 잡담하던 중 그분이 보유한 테슬라 전기차 얘기가 나와 자율 주행 기능이 진짜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니 초기에 산 모델이라 그렇지도 않다는 답변. 주기적으로 S/W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말을 듣고, 이거슨 OS를 내장한 컴퓨터가 맞구나 실감했다는.

어릴 때 TV에서 시청한 ('미드' 아닌) 외화 '전격 Z 작전'에 나온 키트는 당시만 해도 꿈의 기계였지만 인터넷 + 챗봇 + 내비게이션 + 자율주행 기술 등이 점점 무르익으며 대중화가 코 앞까지 온 느낌이다.

자율주행 관련 자료를 보면 수준을 0 ~ 5레벨까지로 나누던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레벨 간신히 넘어 3레벨에 접근 중이라더만 이젠 4레벨을 넘보거나 이미 넘어가 버린 듯?

자율주행 최대 걸림돌은 '사람'이란 말이 있다. (자주 실수하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와 자율주행 차가 공존하는 게 제일 위험하단 의미로 이해했다.

그래서 사람은 운전 못 하게 하고 도로에 자율주행차만 다니도록 하면 현재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모든 구식 차량을 버릴 순 없으니 일일이 자율주행 기능을 이식, 교통 신호 체계를 싹 바꿔야 하는 문제, 만의 하나 소프트웨어 버그, 정비 불량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 해킹에 의한 대형 사고 위험 등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긴 하다.

하지만 작년에 일론 머스크가 보인 데모 영상엔 아예 핸들조차 없던데, 최종 단계인 5레벨도 더 이상 소설만은 아닌가 봄.

암튼 이 모든 난제가 해결돼 진짜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면 스스로 운전 안 하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단 거로 끝나지 않고, (드라마 속 '키트'가 그랬듯이) 사실상 각자 개인 비서를 하나씩 거느리는 시대로 갈 거란 점에서 일상이 근본부터 바뀌리란 게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올해는 사실상 'AI 에이전트' 원년 시대랄 수 있는데 이걸 자동차, 로봇에 이식하려는 시도를 당연히 하겠지.

기본 소득이 전제되지 않은 인공 지능의 미래는 극단적 부의 양극화가 불 보듯 뻔하지 않나 싶다. 자율주행 미래 또한 마찬가지일 거 같다. 어쩌면 차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공공재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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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ardo Tantu & Alberto Castillo - 인생은 짧다 La Vida es Corta"

마포 FM '불멸의 탱고'를 두어 달에 한 번씩 '팟빵'에 들어가 다운받아 몰아서 듣곤 했는데, 우라질 것이 "저작권 음원 사용 권리 검토중"이라며 죄다 막아 놨다.

그래서 유튜브로 옮겼다는 공지를 봤고, 51회부터 올라와 있어 들어보니 그 사이 오프닝 음악이 바뀜. '항구 출신이자 춤꾼(=Porteño y bailarín)' 대신, 리까르도 딴뚜리 악단에서 가수 알베르또 까스띠죠가 1941년 녹음한 '인생은 짧다'라는 곡.

작곡은 딴뚜리 본인이 했고, 작사를 쁘란씨스꼬 고린도(Francisco Gorrindo)가 했는데 다리엔쏘 악단 연주로 유명한 '마녀(=La Bruja)'를 작사한 분임. 다음은 가사 전문.

"얘들아, 나는 즐기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정신없이 지내고 싶다고. 짧은 인생, 잘 살고 싶어.

현실은 잠시 접어두고. 힘들게 빵을 얻기 위한 희생 따위는 잊어버리고.

웃음과 흥겨움이 있는 이 밤, 영혼에 새로운 가면을 씌우려고.

짧은 인생, 잘 살고 싶어. 내일 따위 ���지 말고.

오늘의 거짓이 꿈이라 불린다면, 아마도 내일은 진실일 수도 있지 않겠니.

짧은 인생, 잘 살고 싶어. 한 여인의 곁에서 행복하게.

그녀가 내게 거짓말한 것일지라도, 그녀 눈앞에서 사랑할 이유는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