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inscrutabler ·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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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오늘 오랜만에 아빠엄마 만나서 얘기를 하는데
노인일자리라는 게 너무 형편없어서
일하는 당사자인 아빠도,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놀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나간다고 하시는데
그 일이라는 게 젊은 사람이 해도
힘을 많이 써야하는 거다보니
나랑 동생이 - 그만두시라 할 수도 없고 - 애매했거든
그러다 다마스퀵 같은 일 얘기가 나왔는데
이제 또 영업용 번호판은 현금주고 사야하는 거다보니
목돈이 필요하자너
근데 또 내가 대출이 그 정도가 되더란 말이야
그래서 대출해서 마련할 수 있다 했더니
그때부터 아빠가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거야
차는 할부로 하고, 번호판 사서 사업자 내고..
마지막에 집 가는 날 데려다 주신다고 하구서는
차 안에서
지금 하는 일이 실은 엄청 별로였단 얘기를 하시더라고…
엄마는 아무것도 안 해여 적자가 없다고
운전까지하면 더 고생하는 거라고 반대하시지만
나나 내 동생 머리로는 이게 지금보다는 나은 선택이고..
현금 딱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벌지도 못하고… 대출이 되는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연애도 결혼도 안 해놓고
돈도 안 모아둔 나 자신한테
좀 승질나더라고
나 머했니
머하고 살았냐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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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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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반성
친구가 연애를 하게 되어 축하했다.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그 남자가 좋다는 말보다는, 이정도면 됐지. 더 바라면 안 되지. 우리 나이에-로 이야기를 했고, 중간 중간 잘 지내는지 물어볼 때면, 그 남자에게서 발견한 어떤 불편한 지점들. 정치성향이 안 맞아서 그에 관한 이야기는 안 꺼낸다. 계속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와 같은... 이야기만 해서, 왜 만나는 걸까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그럼에도 왜 만나느냐 물어보면, 뭘 더 바라. 남자 다 고만고만하지. 라고 말해서 더 아리송...
그런데 이번에는 부모님 인사를 드린다는 거다. 결혼 얘기가 나왔어? 그 정도여?하고 물으니- 사는 것도 지치고 남들 해보는 거 나도 해야지 라고 말해서 ... 남들이 한다고 그 일 꼭 해야하는 거 아니라고 그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싶은 거냐고 되물어도, 잘 모르겠다. 아직 결혼 얘기를 한 건 아니다. 라고 답을 해서
계속 의문이었는데-
좋은 건 디폴트지.라고 말해서 ㅎㅎㅎㅎ 좀 당황스러웠다.
난 네가 나쁜 것만 줄창 말해서 왜 만나나, 왜 끌려가나 생각했다야.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좋은 것을 말한 적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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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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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 2차 시험은 전문제가 다 서술이라 아는 게 많으면 많이 써도 빠르게 쓰니 시간이 남고, 아는 게 없으면 쓸 것이 없어 시간이 남는다. 대충 앞자리였지만 답안지 걷을 때 허둥대는 사람이 느껴지지 않아서-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은 없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아는 게 없어 휙휙 쓰고 시간이 남아 남는 시간을 어찌해야할 지 몰라 헤맨 사람인데-
대충 손해사정사 공부를 하게 된 계기와 공부는 안 했지만 교재를 사서 처음 펼쳐볼 때의 그 느낌- 와 이거 다 알면 정말 좋겠다-과 시험지를 마주 했을 때의 헛된 희망 - 내가 언젠가 공부를 해서 이 시험을 보러 와서 이 질문에 슥슥 답을 써내려갈 수만 있다면 나 자신 얼마나 든든할까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회사에 있으면서 받게 되는 질문의 팔 할이 병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보상이라서 나도 궁금했던 것들이 '신체손해'를 사정하는 사람들이 알아야할 내용이라고 교재에 다 들어있다.
자동차사고가 나면 얼마나 보상이 되는지 일이 꼬였을 때에는 어디에서 어느 정도까지만 보상이 나가는지, 내가 아프고 다쳐서 병원 갔다 왔을 때, 실손이나 기타 정액담보들 - 입원, 수술, 후유장해 등은 어떤 기준으로 보상이 되는지, 내가 아니라 남이 다치면 배상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가는지- 배상책임의 주체가 나인지 회사인지 등을 따질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신체-의학이론까지 공부해야한다.
해야할 건 정말 많지만 하나씩 익히다보면 시험이야 단박에는 못 붙더라도, 말빨은 서겠지 생각하니까 기분이가 조금은 나아지더라. 그 당시 시험장에서는 큰 꿈이 있었는데 - 매일 공부하기 같은 거 - 한달이 지났지만 공부한답시고 앉은 건 오늘이 처음이고 한 장 읽고 이렇게 딴짓을 한다.
오랜만에 고양이와 마주 앉아 보기도 하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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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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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살기로 했다고 하지만, 간혹 실수하는 것들을 모아보면 대충사는 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그렇다고 넋놓고 살 수는 없어서 앞으로 사는 동안 그나마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내 먹고살 것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막막해.
집 하나라도 사놨어야 하는 게 아니냐 싶다가도 돌아보면 돈을 모을 수 있는 '때'같은 건 없었고, 그나마 지금이 가장 나은 시절임에도 뭔가 모으거나 뭔가를 꾸밀 수 없다는 것이- 골똘해질수록 서러워지는 것인데- 그래서 다시금 대충 살게 되는 것이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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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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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어오니 가입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알람이 있다. 아 정말? 10년이란 시간이 훅하고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리하여 카드결제일은 돌아오지만 월급날은 도저히 올 수 없는 그 삶에 뛰어든지 10년이 되었단 말이구나.
나이새기 진짜 고생 많았네. 며칠 전에도 친구와 이야기하며 서른살은 젊어서 좋겠단 얘기를 하면서- 그래도 지금이 덜 불안하니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모르고 덤벼서 그나마 살아낸 10년, 알고 덤빌 수는 없으니까. 회귀와 빙의와 기타 등등이 버무려진 콘텐츠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도 나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잘 늙어서 끝내고 싶어. 초고는 언제나 끝을 내야만 끝이니까. 그 이후에는 고치든 내버려두든 그때 가서 생각하는 거잖어.
나는 나의 이 40대를, 다가올 50대를 기대한다. 오래전 꿈많은 소녀일 때 그렸던 미래는 펼치지 못했지만- 삶은 어떻게든 이어지고 새로운 갈래길은 언제나 나타나므로... 우직하게 또 하루를 살아봐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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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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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희곡을 읽으면서 발견하는 작가들, 공부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찾아 읽게 되는 게 있는데- 후안 마요르가 진짜 짱이다. 비평가도 정말 재미있는데, 으뜨케 설명하지 ㅎㅎ
이번주 희곡
후안 마요르가 [비평가]
https://youtu.be/AVEyLiUy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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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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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집에서 뒹구느니 허공에 수다라도 떨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매주 뭔가를 해야한다는 걸 깨닫고부터는 약간 또 일 벌이고 일복러입네 신세한탄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일 끝내고 집에 오면 한없이 늘어지는 나한테는 시험준비와 유튜브가 동력이 되어주는 것도 사실.
시험은 34일 남았는데 그 사이에 문제집을 한번은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고- (걱정은 하지만 읽지는 않는다;;)
유튜브는 넘 대충대충 올려서 쌓여가는 컨텐츠에 약간… 지구에 미안해지는 수준 (불필요한 데이타 만들어서 미안해)이지만 그래도 하다보면 늘거란 믿음으로 ㅎㅎ
아이폰으로만 촬영하다가 줌으로 녹화해봤는데 … 내 막귀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껴서 다행이다 싶고- 늘 뭔가 하고 나면 아쉬워서 다시해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원테이크로 갑니다 ㅎㅎ
드라마 트롤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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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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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왜 벌써 3월 2일이지?
새삼스러워하는 척을 해보고 싶지만, 2월 말엔 또 할 말은 없는데 연락은 하고 싶어서 '어머 벌써 월말이네'라고 카톡을 보냈지 머야.. 그래 나는 이제 인간관계도... 연애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 40대가 된 것 같은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월말에는 기운 빠진 척 암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암것도 하지 않았다기에는 수많은 웹툰을 보고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있긴 했는데-그걸 뭘 했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내 어린시절의 그 바른생활 학생같은 그런 감성 때문이겠지.
카카오웹툰의 3다무-세시간 기다리면 무료- 웹툰들은 다양하게 많은데, 주로 웹소설을 각색한 것들이고- 회귀물이 주를 이룬다. 삶을 다시 살게 된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그전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여성독자 위주인 걸 봐서 그런지 대체로 지난생을 비참하게 끝낸 여주들이 정신차려보니 10년 전 혹은 그 전으로 돌아가있거나 현생에서 고생을 하다가 잠이 들거나 죽거나 기절을 하거나 하여간 정신이 끊겼다가 돌아보면 게임이나 이세계에 들어가있는 걸로 시작을 한다.
같은 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데, 대개 해피엔딩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사랑을 원한다. 요즘 판타지문학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오래전 귀여니의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 그 문체 정말 견디기 어려워..... - 선남선녀의 연애물을 다룬 것이라면 한 세대를 거쳐 현시대에서는 그 무슨 설정을 해도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 이세계로 뻗어나간다.
이게 얼마나 착찹한지.
그 사이에 트롤리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몇 번이고 멈출까 생각했지만 봤으니 끝내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봤고, 지금은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무 말도 못 꺼낸 상태다.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지껏 많은 드라마가 꺼낸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 소재가 '성폭력'이란 점에서 차별성을 둔다.
어릴 적 성추행을 신고하는 바람에 가해자가 자살하여 공소권없음으로 끝나버려 더는 자신의 피해를 항변할 수 없게 된 사람을 시작으로 성폭력을 당했으나 주변의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어 혼자 감당해보려는 사람 - 당연히 안 됨, 성폭력의 가해자지만 시간이 지났고 미안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후 관련된 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됐을 거로 믿고 산 사람...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한 데 몰켜 있는 걸 봐야한다...
정말 뒤로 갈수록 상황은 더 꼬이고 지저분하고 난리굿인 이 드라마를 만들어서 고생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좋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하나의 위로가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간 3월이 시작했다. 23년도 6분의 1일이 지나버렸고, 시험은 40일이 채 남지 않았고 학생들은 개강했고- 나는... 여전히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지만 봄은 왔으면 좋겠다
마침내 기어코 올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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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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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마무리하기엔 하루가 남았지만,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참아보려 했지만, 하여간 아쉬운 건 나이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보니 월말이라며, 그간 바빴던 것처럼-
이렇게 소심하게 살기도 쉽지가 않은데, 나는 이럭저럭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소심하게 시작한 게 하나 있는데, 유튜브 아카이빙이라고 해야할까. 유튜브에 남기는 영상이니까 대본도 쓰고 편집도 잘 해서 올려야하는 게 아닌가, 고민만 하느라 몇 년을 못하고 있는 게, 내가 나한테 짜증이 나서 - 언제까지 말만 하고 있을래? 그래서 대충 아이폰에 녹음해서 올렸는데, 본격적인 영상은 아니고, 이 채널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은 자의 인사같은 짧은 클립.
그러고 하나 더 이어서 찍긴 했는데- 굳이 이걸로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지만, 어쩌거나 시작을 했으니 무라도 써는 마음으로 저품질의 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실은, 자격증 공부를 해야할 시간인데- 하기가 싫어... 책을 쓰기로 했는데 글 쓰기가 싫고... 그냥 그래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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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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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새해 첫 책은 김영민 칼럼을 모은, 인생의 허무에 관한 이야기다. 책이 나올 때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바쁜 척 하느라 읽지 못하다가 드디어 끝냈다. 사실 이렇게 오래 책을 잡고 있으면 책도 상하지만 기억도 오래 남기 어렵다. 그래서 초반 부분은 벌써 기억이 안 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매번, 김영민 선생이 말하는 허무에 대한 단편들이 책 한 구절, 그림 하나, 시 한 편과 함께 나올 때, 아- 나만 외롭진 않았구나, 나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지낸 것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허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전도서와 자끄엘룰의 전도서 강해서인 존재의 이유를 떠올리게 되는데- 새해맞이로 둘을 다시 읽어볼까 생각도 해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래 문장이다.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공부하는 삶이 괴로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게 구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다." _ 157쪽.
결국 사는 것은 헛되고 헛된 것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이 어떤가에 따라 내 인생의 색이 정해지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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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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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환혼 시즌2 빛과 그림자
욱은 빛이고 영은 그림자이니-로 말하는 대사를 들으며 작가들이 빛과 그림자를 이야기하기 위해 작명까지 심혈을 기울였구나, 생각했다. 요즘 드라마는 점점 그 상상의 한계가 없어지는 기분인데, 환혼 마지막화를 보면서- 역시 돈이 중요하구나 현재 드라마 제작비로는 저 상상력을 구현할 그래픽을 쓸 만한 여력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돈이 더 있었다면,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는 좀더 제대로 그려졌을지도 모르겠고, 그랬다면 마지막화를 본 시청자의 분노도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빌런으로 설정한 직무가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세상에 나와 화조를 꺼내야만이 이 빌런의 몫을 다 하게 되는 것은 맞는데, 그리하여 온세상이 파국을 맞고, 예언대로 욱과 영이 합심하여 세상을 구하는 결말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마지막이 그간 보여준 스펙타클에 비해 너무나도 약했다. 빌런은 그냥 불타 죽어버리고 마을은 불에 타고 경천대오에서 장욱이 그냥 날려버린다. 이게 뭐야. 이 결말을 보려고 지금까지 달려온 거야? 시청자가 열받을 만도 해.
그나저나 나는 직무가 그전에도 사실 비실비실하게 빌런의 길을 걸었다고는 생각했지만, 마지막이 허무해서 아쉬웠다. 그는 환혼술을 소개하며 내내 '큰 힘을 가진 자가 영원을 누리게 하는 술법이 왜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장욱이 직무의 말을 빌려, 네가 말했듯, 큰 힘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 지켜보라고 할 때, 약한 자는 죽는 구나- 라는 마지막 대사가 인상 깊게 박히지 못한 것은 비실하게 이어온 빌런의 길의 마지막으로는 어울렸지만, 환혼이라는 드라마가 기대하게 만든 만큼에는 미치지 못했다. 예언이 이루어지고 정의가 바로서는- 환혼을 통해 태어나고 환혼을 통해 살아남은 자들이 환혼을 칭송하는 자들을 쓸어버리는 그 결말. 그 아이러니.
아주 가끔, 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사회에 묘하게 순응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한창 청소노동자들이 시위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그들이 정년보장과 정규직을 요구한다면서, 바랄 걸 바라야 하지 않느냐는 듯이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 일을 하면서 그런 걸 바라면 자기와 똑같이 되겠다는 거냐며 화를 냈다. 대기업 하청 청소업체에 정규직을 해달라는 건데, 그게 대기업 정규직과 같을 수가 없고, 정년보장이라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대기업 정년이 아니라- 청소업체의 평균 나이가 60-70세인 것에 대한 요구인데- 중간은 사라지고 원하는 말만 듣고 화를 내는 것을 보며- 곧 내 일이 될 수 있는 일에 대해 너무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위의 말을 한 사람의 아버지가 비슷한 부당한 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부당하다면서 속상해했지만, 사회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라 너무 놀랐다. 아- 나의 일이 되었을 때, 싸울 생각이 없구나. 그래서 싸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직무의 반응 또한 그랬다. 내가 느낀 그 허무함을 말하고 싶었더라도 크게 조명하긴 어려웠을 테다. 그렇지만 힘을 가진 자가 환혼을 통해 영원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그의 말이 헛헛하게 남은 것은- 수많은 자들이 힘이 없는 자들은 몸을 빼앗기고 죽어야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힘이 없으니 당연하다'는 것이 제 앞의 문제로 당면했을 때, 우리가 기대한, 보통 억울해 하거나 그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거나 기타 등등의 반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 시위로도 이어진다. 지하철 함께 타기 시위로 시민의 발을 묶었다며 화를 내는 이들에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후천적인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교통약자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고, 모두를 위한 시설이라고 말을 하고, 가끔 욱할 때에는 너 나중에 두고 보자,란 식으로 말을 하는데- 위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약간 먹먹한 것이다. 교통약자가 되는 순간, "맞아 난 교통약자야 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게 당연해."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겠다는 불안이다.
작년 한 해 드라마만 스무편이 넘게 봤는데, 그 숱한 시간을 보는 것에만 쓰는 것이 아쉬워 글을 쓰기로 해놓고는. 이렇게 아무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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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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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2018년은 그냥 좀 정신이 없었지 않았을까- 싶은 게, 내 20대의 바탕이 아닐까 싶은 것이 그만 자취를 감춰버려서 어디에도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레벌레 들어간 대학에 전공교수였던 분에게 수업을 듣고 그의 희곡을 읽고 그의 작품을 보고, 페이퍼를 내든 작품을 쓰든, 연기를 하거나 연출을 하거나 하여간 뭘 하든 평가를 하는 건 선생님이었고 선생님의 기준에 맞춰야했으니까.
게다가 그분의 작품은 매력이 많았기 때문에, 그를- 그의 작품을 좋아했다. 내가 혹시라도 계속 공부를 하게 된다면, 그래서 논문을 써야하고 연구를 해야한다면, 그의 희곡을 중심으로 텍스트연구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 극단에 찾아가 과정을 구경하고 싶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극단에 단원으로 활동할 때에도, 사람에 치이고 내 모자란 능력에 치여도, 그래도 계속해서 끌어가게 하는 힘은 선생님 때문이었다.
극단을 나와 다른 학교에 가서 또 연극을 할 때에도, 이후 희곡모임을 할 때에도, 나는 줄곧 선생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 얘기들, 선생님의 희곡을 읽으며 깨달은 것, 극단에서 배운 것-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였고 또 내 기반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런 메시지를 남기지 않은 채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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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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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마무리하며
생각해보면, 일을 이렇게 까지 망친 데에는 결국 나의 선택이 컸고... 내 인생이 왜 안 풀리나 생각해봐도 결국 내가 문제였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대장내시경 예약하고 흰죽을 먹냐 안 먹냐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 때문인데, 2-3일 전부터 고춧가루나 깨 등이 들어있지 않은 걸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에 말하면 "괜찮아 하루 전에만 조심하면 돼"라는 말을 듣고, 단호하게 굴지 못하고 음식을 먹거나 혹은 길게 얘기를 해서 결국 까탈스러운 여자로 남는, 그런 상황들을 결국 내가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어서 그렇다.
계속해서 겪게 되는 하나하나의 사건들, 그때마다 내가 선택하고 감당해야 할 결과들. 그리고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숱한 일들을 목도하면서- 아 그래, 이 모든 것이 내가 만든 '파국'인가 싶어지는 것이다.
에브리싱에브리웨어올��원스,를 보면서도 그 많은 멀티버스의 세계가 내 선택으로 인해 갈라지고 그 선택지로 발전하는 또 다른 내가 있고 하나의 선택이지만 그 끝은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멀다는 것을 확인할 때, 아- 이 모든 것은 내 불찰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두서없이 글을 쓰지만, 성격이 팔자라며 닥쳐오는 일들을 피하지 않고 악악거리며 받아쳐낸 나를... 한없이 가엾게 여겨주길 바라며 살아 온 시간을 이제는 뒤로 하고 싶다.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울기 전에, 그럴 일이 없도록 속속 피하고 싶은데-
깨닫는다고 바로 세계가 뒤집히지는 않으니까- 일단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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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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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뒤집어진 적이 없던 내 얼굴에 붉은 뾰루지가 군집을 이루어서 정말이지 놀랐다. 내 얼굴을 본 약사쌤은 간이 나가면 그렇게 된다며 간 영양제 7만원짜리를 추천하는 거야. ㅎㅎㅎ
피로회복제를 사서 먹고 자는데, 몸에 열이 호오오오옥하고 오르면서 몸이 일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미 불거진 뾰루지들은 어쩌겠어.
피부과에서 가서 얼굴 보여드리고 항생제 소염제를 받아 먹고 오늘은 응급패치를 샀어. 뾰루지 한두 개야 가끔 날 수 있는 거지만, 이렇게 단체로 나타나니까 당황스럽고 우울해지고... 자책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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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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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 안에서 사업부는 다르지만 지인이 이전에 했던, 직급이 같은 일을 하게 됐다.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지인들은 축하해줬다. 이 자리를 발판으로 다음으로 도약하기를 기도해줬다. 나도 내가 좀 잘 될 줄 알았고 기분이가 좋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같은 일인데 강도가 달라. 10월이 시작된 지 한 주밖에 안 됐는데 10월 치 체력은 이미 다 써버린 느낌이다. 이제는 어디에서 빌려와서 써야할 판이다. 죽을 것 같아 징징댔더니 기함이다. 그 지인은 그렇게 일한 적이 없다고.
결론은 또 나는 일복러.
같은 직급이어도 일의 양과 강도가 만만치 않은 천하제일일복러.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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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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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크리스찬? -2
엄마가 아주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내가 보니까 성공한 배우들은 다 무명시절이 있었어.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 거더라고, 그런데 있잖아. 네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엄마는 도와줄 수가 없어. 돈이 없어. 돈이 있어야 버티잖아. 그리고 나는 그렇게 힘들어할 너를 볼 자신이 없어. 연극 안 하면 안 될까?
그런 말을 듣고, 아니야 엄마 내가 어떻게든 버텨볼게,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돌아있긴 해서.. 그럼 엄마 나 재수해도 돼?라고 물었고, 극단을 그만두고 남들 사수하는 나이에 재수란 걸 하게 된다.
사실 편입을 해도 됐긴 했는데, 어린 마음에, 정보가 별로 없는 입장에서- 지방 전문대 야간을 졸업한 내가, 영어공부를 해서 편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잘할 수 있어 보이는 게 수능이었고, 나는 재수학원을 다닐 수도 없고, 또... 하여간 혼자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능을 다시 보자는 결심을...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런 결론을 냈고 공부했다.
그렇다고 수능 점수가 엄청나게 낮게 나온 건 아니었다. 서울에 ���는 이곳저곳에 넣어볼 정도는 됐던 것 같은데, 역시나 정보가 없었고, 쓰는 족족 떨어졌다. 지방대도 하나 넣었는데, 지방에 있어서라기보단 그 학교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놈의 H대, 하나님의 대학. 
04
왜 거길 지원했느냐고 물어보면, 마땅히 할 말은 없었지만, 점수가 되는 건지도 사실은 잘 몰랐던 상태라 되는 대로 답을 했었다. 그중에 그나마 정리된 답이, 내 신앙을 지키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지금 쓰려니까 오그라든다..... 
그런데 그 학교에 붙고 말았다. 우여곡절이 좀 있었는데, 일단 학교가 실수를 한번 했다. 내신을 적용하지 못하는 지원자들, 나같은 장수생이나 특목고 출신들의 내신등급을 애매하게 적용해버려서 특목고 출신들이 대거 탈락해버린 일이 생겼다. 당연히 들고 일어나지. 나는 옆에서 떡이나 먹고 굿이나 보면서 어떻게 들러갈 지를 구경했다.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카페가 생겼다. 가입해서 구경하다가 몇몇과 채팅을 했는데, 다들 잘 나가는 특목고 고3, 재수생들이었다. 
학교는 이렇다 할 답을 내지 못하다가 3차 추가합격생을 포기하고, 추가지원을 받겠다고 했다. 당연히 반발이 많았다. 다시 지원해야하잖아? 나는 ... 또 알바를 빼고 포항에 갈 수 없기도 했고, 돈도 없고, 뭐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카페에서 알게 된 한 친구가 자기가 지원하러 가니 그때 같이 해주겠다며 같이 입학하자는 게 아닌가. 응 그래 맞아 추가지원이라 온라인 지원을 받지 않았을 거다 아마.
햊준다는 걸 굳이 말리고 싶진 않아서 그러라고 했는데, 이게 웬일이야, 나만 붙었고 나만 면접을 봤고, 나는 붙었다. 그것도 대기번호 1번으로. 그때 대기번호 2번까지 붙었다고 들었는데, 문 닫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끄트머리인 건 맞지.
그때에도 아 이거 되려나 보다, 하나님의 뜻인가? 라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등록금을 내겠어? 추가지원 합격자가 발표된 날은, 발표된 날 입금을 해야 인정을 해줬다. 그러니까 오백 여 만원에 가까운 입학금+등록금이 없으면 등록이 안 됐던 거다. 지금처럼 마이너스 통장이 잘 될 때도 아니고... 당연히 돈이 없어서 난 아마 안 됐을 거다. 그런데 추가합격이 되면서 주말을 벌었고, 주말동안 융통한 돈으로 입금을 해서 ... 입학을 하게 된 거다. 진짜 어메이징 그레이스 아님?
+ 아 물론, 나에게 불로소득이란 것은 없다고 명쾌하게 깨닫게 된 것이... 지원했을 때 갑자기 사촌오빠가 찾아와서 고기를 사먹이면서 나 로또 됐다, 그 돈이 필요했는데 로또가 되어서 딱 막았잖아. 하고 가길래. 오, 이건가. 계시인가 싶어서. 추가합격, 돈 입금 소식을 듣고 바로 로또를 샀으나, 안 됐음. 그때 바로 느껴지는 것이 ‘응 너는 아니야’라는 그분의 뜻...? 
05
학교에서 혼란이 없었느냐, 아니 절대 아님. 늘 고민했고 늘 싸웠다. 나랑도 싸우고 공부랑도 싸우고 하여간 쌈닭모드로 살았다. 뭐가 그렇게 서럽고 억울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20대는 끝없는 서러움과의 싸움이었다. 이건 또 얘기할 일이 있겠지. 
크리스천으로 내 고민을 깊게 하게 된 건, 류교수님을 만나면서다. 우리학교에는 기독교학 전공이 있었는데, 나의 입학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정말로 있었는데 없습니다 상황이 됐고, 나야 뭐 그냥 전공 안 하면 되는 건데, 전공교수님들은 아 쩌란 말이냐, 상태가 된 거다. 그래서 몇 분은 다른 전공으로 가기도 하셨는데, 류교수님은 교양학부로 옮기셨다. 그래서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로 교양수업으로 그간 기독교학 전공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다 들을 수 있게 된 거다.
기독교역사, 문화 관련된 수업을, 교양으로만 전공보다 더 많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들었다. 신청해서 듣기도 하고 청강을 하기도 하면서.
선생님은 강의 외에 과제도 많이 주셨는데 그 양이란 게 다시 생각해고 그리 적지 않다. 한 수업 당 서너권의 독후감을 내야했는데 얇은 것도 아니었다. 학부생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수준은 높지 않다고 하셨지만 양은 다다익선이라 하셨고 다들 열페이지가 넘어야 했다. 전공일 때에는 수십장이었으나 교양이 되어 열 댓 페이지로 줄어든 것…
그때 읽은 책이 지금도 큰 바탕이 되어주었다. 기독교 교양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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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utabler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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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크리스찬?
스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마흔에는 좀 괜찮아지는구나,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일기장 같은 여기에까지 괜찮다는 말을 쓰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해지는 건 맞다. 어떤 의미에서든.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내 고민 중 하나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이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하나. 숱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몇 개의 말들이 나를 이끌었고 여기까지 왔다. 
01 
열살 때 큰 사고가 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덕분으로 교회분들은 나를 볼 때마다 너는 하나님이 뜻이 있어 살렸으니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그 뜻을 찾아 이루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했고, 나도 그게 맞다고 믿었다. 정말, 내 사고는 죽지 않은 게 신기한 거였어서- 나도 가끔 내가 살아있는 게 신기했고 또 감사했으니까. 시야가 좁은 우리들은, 나를 선교지로 보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고, 신학을 하든지 의료선교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하기 원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당연히 하나님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수능점수는 오르지 않았고, 마지막에 크게 망치면서 기대했던 약대 어디에도 원서를 넣을 수가 없게 됐다. 
어? 이거 아니야?
그때부터 삶의 방황이 시작됐다. 02  재즈처럼 하나님은, 으로 번역된 책이 있는데, 이게 영화로도 나왔다. 블루라이크재즈,인데 사랑영화제에서 상영한 적은 있는데 국내에선 쉽게 찾아보긴 어렵다. 남주인공은 미국남부,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가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찍 이혼을 하셔서 따로 사는데, 아버지는 트레일러에서 산다.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랄까. 어머니와 사는 남주인공은 교회 일에도 열심이다.  교회 전도사님과 영혼의 단짝으로 교회를 섬기면서 대입도 준비하게 되는데, 남부의 보수적인 기독교대학에 합격하고 입학을 기다릴 때, 아버지도 다른 대학 지원서를 준다. 서부에 굉장히 리버럴한 학교랄까. 이런 학교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낼 때, 엄마와 전도사님의 불륜을 알아버리고, 뻔뻔한 태도에 신앙마저 와르르 무너진다. 그래서 욱하는 마음에 갈 일이 없어보이는 그 리버럴한 학교로 진학해버린다.
학교는 첫날부터 엉망진창이다. 불경하게 교황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지를 않나, 게이 레즈비언 할 것 없이 자기 정체성을 밝히고 하여간 지금까지 금기라고 배워왔던 모든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남주인공은 오히려 좋다. 그간 신앙생활하면서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 아니라고 하는 느낌이잖아? 그래서 되는 대로 다 해보면서 살기로 하다가, 어떤 여자를 만나는데 이 친구가 진국이야. 그래서 그 친구랑 다니면서 다시 새로운 하나님을 찾아가게 된다. 
뭐 이런 내용인데- 내가 그랬다. 
수능을 망치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진한학 곳이 예술대였고 나는 연극을 전공하고 있었고, 학교 사람들은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그들을 따라 담배도 피워보고 (목이 안 좋아서 못 배움), 술도 열심히 마셔보고, 집에 안 들어가고 계단에서도 자보고, 연애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건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선배와 술자리에 있었는데, 그 선배가 자연스럽게 식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문화충격이었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린단 말이야? 게다가 그 선배는 당시 개신교의 역작, 사단이 문화에 손을 뻗친 뉴에지 뮤지션의 대표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었는데? 
유치한 깨달음이긴 했지만, 신앙이라는 것이 바르고 고운 것이라기 보다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살아가는 가운데에서도 내가 알아서 지키는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낀 계기였다. 식기도 한 게 뭐라고 그런 깨달음을 얻나 싶지만 정말 충격이었다니깐. 03  졸업하고 극단에 들어가서 막내로 이리저리 치이고 살던 시절이었다.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취업이다 싶어서 주일성수 잘하는 크리스천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예배를 마치고 출근하겠다고 했다. 선배는 그러라고 해놓구, 막상 예배 마치고 갔더니 한마디 하는 거였다. 그래 넌 예수 잘 믿어라 내가 청소할게. 
어?
그 다음주부터 그냥 출근했지. ㅎㅎㅎ 하여간 그렇게 극단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가 주일성수도 못하면서 주일에 돈 받는 일을 한다고 별 그지같은 소리를 해대서 아닌 것 같은데도 내 마음에 근심이 가득해지고 있던 어느 날, 우즈베키스탄이었는지 카자흐스탄이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 어디쯤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온 전도사님이 교회에 일을 하러 왔다. 정말 몇 주 안 있다가 사라진 분이었는데, 그 몇 주 사이에 이런 말을 해줬다. 
“선교지에 가면 주일성수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평일에는 어딜 가서 예배하든 다 환영인데, 주일에는 왜 우리교회 안 오고 저기 갔느냐 엄청 물어보고 갈등이 생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일에는 집에서 예배드리게 되더라고요.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 못하는 걸로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그것보다는 개인신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나 복음인지! 그때부터 조금은 누그러진 마음으로 다른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교회는 안 가지만 크리스천이라고 말을 해놓으니 주변에서 ‘나도 교회 다녔는데 하도 엉망으로 살아서 교회 다닌단 말을 못하겠어 하나님 욕 보이는 거잖아’ 등등의 말들을 해오기 시작했다. 신앙상담은 아닌데, 그래도 들어야하는 말이었고,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됐다. 내 신앙을 어떻게 지켜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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