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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지나간 것에 미련이 남는다
그때라서 그때이기에 빛나는 것들인데 미련한 아쉬움인지, 못다한 그리움인지 쉽사리 놓아주지 못한다 자꾸만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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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시기와 질투는 삶에 어느 정도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시기하고 찬미할 대상이 사라지고 난 뒤 32년이라는 세월동안 서서히 시들고 비틀어진 살리에리의 얼굴이 말해준다
자신의 욕망과 열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재능의 차이에 무력감을 느끼고도 그 대상 앞에 철저하게 무릎꿇은 그는 고통스럽게도 성숙해진 사람이다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보다 재능을 인정한 채로 빨려들어가는 그 순수함이 진정한 광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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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랑은 희생이다
너의 안위와 안녕을 위해, 너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 너의 오늘 하루 기분과 아득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그 모든 순간에 희생할 수 있을 때. 기꺼이 그러한 마음을 품을 수 있을 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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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려보내자구요 우리, 홀로 자책하지 말고 지레 걱정하지 말고 온갖 후회들로 하루를 채우지는 말자구요
서러운 슬픔 속에 있지 말고 시린 고통 속에 있지 말고 분노 가득한 원망으로 이 삶을 채우지는 말자구요
순식간에 비어버린 이 공허를 무엇으로든 채워보겠다는 얄팍한 욕심까지도 다 흘려보내자구요 우리,
오늘 밤은 한껏 비워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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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것
밀어내면 쏟아지고 붙잡으면 넘쳐버린다 적당한 균형을 찾아내기까지 부단히도 부딪혀봐야겠지 모난 부분이 닳을 때까지, 그렇게 마모되더라도 뛰어들 용기가 내게 남아있을까 애초에 있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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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주마다 있는 가을날, 안국역 거리를 걷다 문득 결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누군가와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아직은 그저 낯선 나인데,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자는 확신과 약속을 하고 수많은 절차와 결정이 있을 결혼식을 해낸 친구가 대단해보였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인가, 현실적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는 되었나, 함께하는 일상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마주해야할 때가 있다. 언젠가 하겠지 막연하게나마 피한다고 피해질 치운다고 치워질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를 먼저 돌봐야 그 다음으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래도 그려볼 수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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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낯선 곳에서 먹고 자고 걸었다 사진도 찍고 술도 마셔보았다 오로지 나의 기분과 나의 좋음, 나의 배고픔과 힘듬만 느끼면 되는 그런 쉼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익숙해진다 이러다 나눌 수 있는 것도 나누지 못하면, 함께할 수 있는 것 조차 혼자해내려면 어쩌나 조금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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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아하는 것과 가짜 좋아하는 것
가짜 좋아하는 것
- 한 순간에 좋아지고 또 쉽게 싫증난다
- 이것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한다
- 보여지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 결국 남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진짜 좋아하는 것
- 그 자체를 즐긴다
- 정신이 고양되며 맑아진다
- 삶이 충만하고 다채로워짐을 느낀다
- 에너지가 오히려 나에게 집중된다
요즘 드는 가장 큰 생각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오로지 주체적인 나의 시선에서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고
더 나은 하루를 살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그러한 것들로 채우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가려내는 과정 또한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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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에 대하여
이것은 ‘사랑할 수 있냐’ 보다 ‘신뢰할 수 있냐’ 에 대해 묻는 이야기다 ‘난 널 사랑해’ 보다 ‘난 널 믿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잡음없이 견고하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순간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신뢰하는 사람의 모든 순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뢰라는 것은 한 순간에 화르륵 생기지 않는다 함께 하는 동안에 나눈 모든 말과 행동, 관계, 추억, 약속과 이행, 책임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견고한 성을 이룰 것이다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확신 같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래성 같아서 단 한번의 실수로도 쉽게 부서져버린다 그렇게 부서지고 부서졌을 수 많은 마음들이 있기에 그렇기에 더 어려운 것이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에는 참 많은 것들이 덕지덕지도 붙어있다 단지 어여쁜 서로를 향한 애정과 갈망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만 질투와 기대 바람, 의심, 싫증, 권태와 같은 것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다 때로는 불확실함이라는 어떤 큰 자극들이 매력으로 다가와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어 라며 둔갑해버리기도 한다 견고하고 단단한 무언가이기 보다 가변적이며 어떠한 것도 약속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사랑하기 보다 앞서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어렵고 쉽게 포기해버릴 수 있는, 때론 누군가에게 귀찮을 수도 있는 그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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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지는 특정한 시기의 것이다. 삶이 ‘어두움과 어지러움’ 뿐 일때. 그러니 이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지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어떤 예감이 있다. 그들은 왜 웃음을 멈추지 않는가.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웃음를 멈추는 순간 슬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신형철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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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쉽게 못드는 사람은 나른하게 졸음이 몰려오는 그 시간을 잡아야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 날은 기분 좋게 단잠을 곤히 잔 밤이었다 좋은 꿈을 꾼 날
꿈에서 아버지를 뵈었다 놀랠 것도 아닌 게 가끔 아버지가 자연스레 꿈에 등장한다 어제까지 2,3번. 그때마다 그 꿈에서는 아버지가 없는 일상을 살지 않는다 내일이라도 눈뜨면 함께 할 일상을 전제한다 그래서 불완전한 미래는 없고 온 가족이 그저 평온하다 아버지의 형체가 나타나도 그것이 반갑거나 놀라운 기색이 없다 거기서는 언제든 함께일 거니까 (깨고나면 부서질 순간이지만)
본가 양평에서 잠든 하루였다 꿈에서 잠에 깬 나, 방에서 나오려던 참에 아버지가 곤히 잠들어 계신걸 발견한다 편히 잠드시길 바라는 마음에 환히 켜진 불을 끄려고 스위치를 끈다 무슨 문제인지 이리저리 스위치를 조작해보지만 불이 안 꺼진다 아버지가 나를 보시고는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신다 불이 꺼진다 짙은 어둠이 깔렸다 평안하게 누우신채로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시고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오케이 제스쳐를 보이신다 그 평안한 미소가 아직 아른거린다 그렇게 잠에서 깼다
나는 착각한다 그 꿈을 매개로, 아버지는 그곳에서 잘 계신다고 그러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그 꿈으로 위안을 삼는다
작년에는 직접 불러드렸던 생신 축하 노래, 오늘은 아버지가 계신 나무 앞에서 축하드렸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처음 맞이한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아빠, 추석 때 또 올게! 너무 더워서 자주 못오겠어 그래도 이해하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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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 릴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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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불행에서 지켜주었다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LP를 꼭 안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저 마음은 어떤 용기였을까 1997년 작이지만 은미도 수현도 사랑 앞에 참 솔직하다 그때 그 시절의 여성상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수현과 동현은 통신으로 주고받은 마음보다 서로를 마주하고 난 뒤의 마음이 더 커졌을까 닿지 못한 사랑보다 직접 만지고 꺼내어 말하고 눈을 보며 마주한 사랑이 더 의미 있었을까 그렇게 낭만적이었던 시작의 사랑을 꼭 쥐어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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