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편리해지고 의미는 잃어간다.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더랬다. 친구가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해 우편함에 꽂아 놓았던 그때의 감성을 잊지 못한다. 음악 하나를 듣기 위해 열심히도 찾아서 mp3에 담아두고 지겨워질 때까지 듣다 용량이 가득해지면 다른 곡으로 다시 채워 넣는다. 더 이상 주말마다 비디오 가게에 들려 수십 번의 고민으로 영화를 고르지 않아도 되고 게으름에 반납을 미뤄 연체가 될 일도 없다. 과거에 우리는 마음을 주고받고 자신의 감성을 채웠던 시간들이 얼마나 수고롭고 정성스러웠을까. 아니면 그만한 사랑. SNS로 확인하는 소식. 기다림이 설레는 것이라곤 택배뿐이다. 그래도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과거의 것들이 유행 따라 돌아오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감성을 그리워하며 우리의 마음만은 계속 불편하고 또 수고스럽게 쓰였으면 한다.
지금껏 나의 서툴었던 말과 어설펐던 수많은 행동들이 스쳐간다.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미워하고 증오했던 그때의 감정 그 전부 같던 시간들이 다시 살아났다. 나에게도 엄마라고 수 없이 불렀던 그날, 멍하니 아무 대답 없는 엄마의 모습이 미워졌던 그 날이 떠 올라 가슴이 아팠다. 나 또한 엄마를 누구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와 자식이 아닌 독립된 여성으로써 바라보지 못했던 시간들이 부끄러워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