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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늘과 복잡한 전선의 조합이 좋다. 전선을 땅 속으로 묻는 게 꼭 낭만을 묻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냥 전선은 저 하늘에 걸쳐서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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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눈 덮인 차, 그리고 분홍빛 바깥.
예뻐서 나가보고 싶지만, 이불 밖은 위험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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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울푸드, 엄마의 오징어덮밥.
이라기엔 엄마가 해주는 모든 음식을 소울푸드처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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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참 영화가 예뻤다.
사실 큰 사건따위는 없다. 시간을 돌린다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걸 어마어마한 일을 위해 쓰지 않는다. 단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기 위해 하루를 다시 살아볼 뿐이다. 뭔가 격정적인 사건 전개라던지 엄청난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 같은 것도 없다. 그런데도 여운이 참 길다. 아니, 그래서 여운이 참 길다. 이 영화를 느끼고, 내 소소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걸 누릴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를 되새겨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생각에 잠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름답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배우자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가족의 삶을 사랑한다. 영화의 영상도, 색감도, 음악까지도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에 맞게 참 아름답다.
그래서 이 영화는 참 예뻤다. 세상에 내가 로맨스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만큼 이 영화는 예쁘고 따뜻했다. 참 좋다.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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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느끼게 만든 책이다. 고작 책 한 권으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별로 이렇게 된 표지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양장이 아니라서 읽다가 책이 구겨질지도 모른다는 것부터가 별로 마음에 안 들 뿐더러, 창문 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부터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 여자까지 ���어진 이런 종류의 표지가 나는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책을 처음 폈을 때, 아이패드를 사러 간 이 늙은 남자가 너무 귀여워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블릿이 뭔지 랩탑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이런 할아버지가 나한테 와서 그렇게 따진다면 실제로는 고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걸 사겠다고 온 오베라는 남자는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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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컴퓨터야! 빌어먹을 평범한 컴퓨터!” 침묵이 잠시 두 남자 위로 내려앉는다. 점원이 헛기침을 한다. “에…… 그게 사실 그냥 평범한 컴퓨터는 아니에요. 아마 손님께서는……” 점원이 말을 멈췄다. 자기 앞에 있는 남자의 이해 범위에 들어맞는 단어를 찾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헛기침을 하고는 말한다. “……랩톱을 쓰셔야겠죠?” 오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위협적으로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 “아니. 난 ‘랩톱’을 원하는 게 아냐. 컴퓨터를 원한다고.”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을 가르치듯 말한다. “랩톱이 바로 컴퓨터예요.” 모욕을 당한 오베는 그를 노려보더니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너 내가 그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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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는 퉁명스럽다. 그렇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예의 없는 이들은 아니다. 그냥 무뚝뚝할 뿐이지 실제로는 누구보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존중한다. 그의 아내는 그걸 제일 잘 알았던 사람일 뿐이다. 그의 규칙은 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거주지 구역에 주차를 단속하러 다니는 것도, 트레일러가 쳐박혀 있는 꼴을 못 보는 것도 말이다.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역시 세상을 뜨고 싶었다. 그래서 자살을 하려 하지만 이웃이 영 도와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오베가 다른 이들과 새로 엮이고 관계를 맺고, 또 모르는 이의 ‘할부지'가 되는 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즐겁게 한다. 내가 실제로는 겪어보지 못한 따스함이다. 그래서 나는 오베라는 남자가 좋다. 내가 겪을 수 없는, 소소한 신경써줌. 무뚝뚝한 배려. 그런 것을 오베라는 남자가 가졌기 때문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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