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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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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영화 촬영을 마쳤다. 촬영은 마쳤지만 그 이후의 작업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촬영만 끝나면 그래도 마음이 괜찮아 지겠지-하고 자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이상하다. 계속해서 불안하고 자꾸만 잠에서 깬다. 사람들 틈에 섞이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너무 외롭다. 그리고 무섭다. 그리고 또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계를 잃거나 사람을 잃었다기보다는 관계를 망치거나 사람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망쳐 놓은 관계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늘, 아팠어-, 너무 힘들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라고 핑계를 댔지만 그건 말 그대로 핑계에 불과했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이다. 누구와도 함께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계속해서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 세상엔 아름다운 게 참 많아-, 좋은 사람이 참 많아-, 라고 추잡한 입술로 말하고 있던 내가 혐오스럽다. 정말 자신이 없다. 혼자 살아갈 자신도 없는데, 함께 살아갈 자신도 없다. 그냥 앞으로를 살아갈 자신이 없다. 
지하철에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읽었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구역질이 나서 책을 덮었다. 내가 타고있던 4호선 열차는 그 순간 지상으로 올랐다. 스치는 풍경들이 전부 뿌옇게 보였다. 열차에 앉은 사람들은 전부 지친 표정이었고, 마주앉은 사람도 날 보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힘이 나지 않는다. 사당역에서 내려 김윤아 콘서트 티켓을 직거래로 샀다. 거금을 들여 구매 했고, 주말에 있던 오랜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했다. 나를 위해 뭔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도 좀처럼 기뻐지지 않는다. 사당역에서 상암으로 출근하는 길에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마저 읽었다.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작가노트까지 다 읽고 책을 가방에 넣었다. 답답한 기분이 되었고 매우 우울했다. 사람과 사랑과 삶이 너무 지독하다고 느껴졌다. 숨을 쉬고 길을 걷는 것이 힘에 부쳤다. 
장비 반납하는 날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올 가을에 결혼을 한다고. 꼬박 10년 전에 같은 남자 애를 동시에 좋아했던 친구다. 시간은 계속 흐르거나 쌓이고 어떤 일은 완벽한 과거가 된다. 이 시간들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보내는 시간들을 과거형으로 말하게 되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들을 해봐도 좀처럼 괜찮아지지 않는다. 
일단 내일은 집을 좀 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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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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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기를 쓰면서도 100년 뒤 누군가가 읽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쓴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끔씩하면서도, 어떤 글을 쏟아내는 공간을 꽤 여러 개 만들어두고 열심히 글을 쓰다가도 내가 아는 누군가가 들어와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금세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그러다가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이곳 텀블러.. 텀블러에도 계정을 참 많이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쓴 일기들과 기록사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는 것이 조금 아쉬우면서도 안심이 된다. 사실은 다른 계정에 글을 써보고자 로그인 했는데 우연히 우연히 이 계정으로 들어오게 되어 여기다 적는다. 이렇게 우연히 우연히 지난 글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좋다.
지금은 2019년 봄이고 졸업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친한 선배들의 졸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졸업영화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저리들 호들갑일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닥치고나니 누구보다도 유난스러운 호들갑을 떨고 있다. 2014년에 입학해서 6년차다. 그 중 2년은 휴학을 했고, 1년은 다른 건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열렬한 사랑을 했고, 1년은 두 편의 영화를 찍었다. 1년은 1학년이었고, 6년차인 지금은 4학년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만난 사람들과 새로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영화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처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15살 때부터, 학교로 가서 영화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리고 친구들과 첫 영화의 마지막 회차를 찍던 날까지. 그런 것들이 자꾸 생각난다. 마음은 붕 뜨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또 외롭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미 학교를 떠났고, 다들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늘 허망한 꿈을 꾸기를 좋아했고, 늘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곤 했는데, 그 나이가 대체로 스물 여덟이었던 것 같다. 지금 그 나이가 되었고 그 때의 상상처럼은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마 내년도, 내후년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졸업영화가 두렵고 무겁고 무서운 것은, 모르겠다.. 주위에서 이 영화가 마치 나의 졸업 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지표처럼 말하기 때문일까? 워크샵 수업에서 선생님은 늘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명확히 구분지어 말씀하시는데, 나는 그 수업에서 예술영화를 찍는 애가 되었다. 내가 찍는 게 예술영화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지만, 그래 뭐 상업영화도 아닌 건 맞으니까. 그리고 선생님은 내 영화를 관객들이 왜 봐야하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대답을 못했다. 한참 생각하다가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들이..’어쩌고 저쩌고 말을 이었지만, 선생님은 그걸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 나도 모르겠다. 내 영화를 왜 봐야되는지. 영화를 찍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공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만들어 놓고 사람들한테 보여줄 이유도 없으면서 나는 왜 영화를 찍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너무 지쳤다. 
불안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불안하고 외롭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먹고, 푹 자고, 사랑도 하고 그렇게 내일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고, 사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2019년의 내가 하는 생각,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몸 담고 있는 공간과 내가 보는 것들을 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이 태도를 지표로 삼아서 살 거다. 영화를 찍는 삶이 아니라 영화도 찍는 삶을 사는 거다. 소형 영화 제작기 3탄 앞으로 4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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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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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들과 포커를 쳤다. 만 원씩 냈는데 나는 계속 잃기만 했다 특별히 많이 땄던 순간도 없이 계속 조금씩 잃었다. 그리고 돈을 빌려 또 쳤다. 그게 만 오천원이 되고 이 만원이 됐다. 나는 또 빈털털이가 됐다. 근데 그냥 조금 더 치고 싶었다. 믿는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확률 같은 건 계산할 수도 없었다. 그냥 더 치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만 원을 더 빌려 시작했다. 결국 나는 최종 승자가 됐다. 왠지 마음이 뭉클했다. 돈을 따서가 아니라 그냥 뭔가 내게 희망을 줬다. 믿는 구석이 없도 확률 같은 건 계산도 못할 정도지만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그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포커를 치다가 깨달은 게 웃기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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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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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이 날 보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다. 나는 붕~ 떴다가 순식간에 울어버리고 또 꺄르르 웃어대다가 불안해서 숨도 못 쉬고 그런 게 계속 반복된다. 누군가는 날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아주 건강히 잘 지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는 점점 더 사람이 무서워진다~~~~~ 그리구 거기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조금만 더 힘들고 곧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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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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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다시 처음으로!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믿는 바보가 되는 거다. 바보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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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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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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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잘못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너무 오래되고 너무 깊은 곳까지 곪아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냥 내 삶이 이렇게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걸 내가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내야 하는 게 너무 부당하게 느껴진다. 내가 왜 그래야하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나열해보고 자꾸 떠올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이 삶의 무게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 괜찮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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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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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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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나는 진심을 담는 것에 매우 서툰 사람 마음을 여는 것에 매우 더딘 사람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나 스스로를 그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으니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몰랐던가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으면서 내가 만든 영화들이 진솔하다고 믿었으니 내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탓했으니 얼마나 큰 착각이었던가 지금까지 가졌던 모든 관계에서 내가 먼저 도망쳤으면서 왜 내 곁에는 아무도 없느냐고 투덜댔지 솔직하게 살 수 있을까 앞으로 내가 맺는 관계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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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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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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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는 그동안 남의 말과 글이 주입해 온 이상을 좇아왔을 뿐 제 마음의 욕망을 따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행로는 언제나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좌우되었을 뿐 제 마음이 진정 원하는 바를 따른 적이 없다. 초조한 마음으로 그는 이 모든 거짓을 내던져버렸다. 그는 지금까지 미래만을 염두해 두고 살아왔다. 그래서 현재는 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이상? 그는 의미없는 삶의 무수한 사실들로 복잡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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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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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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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지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래 해가 지고 있지. 그녀가 말했다. 해가 지고 있으니 뭘 할까. 그가 말했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술 마실까. 그가 말했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울지마. 그가 말했다. 안 울어. 그녀가 말했다. 울고 있는 거 같은데. 그가 말했다. 안 울어. 그녀가 말했다. 술 사 올까. 그가 말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는 술을 사러 나간다. 해 지는 겨울. 그가 술을 사러 나간 사이에 그녀는 죽지 않겠지. 그는 빨리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다. 그는 가게를 지나쳐 계속 걸었다. 그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졌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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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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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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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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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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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f-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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