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m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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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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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랑을 대놓고 놓쳤다.
놓친 순간 조차 불확실한 마음에 애쓰고싶지않아 손놓고 바라만 봤다. 각자가 가진 슬픔 앞에서 자꾸만 경계가 심해졌다.
자주 생각났지만, 연락 한 통, 얼굴 한번 마주하지 않았다. 사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섰던 우리는 비열했다. 그때 그와 나는 정말 사랑이었을까. 어쩌면, 진짜 사랑이 아닌데 그저 누군가와 함께 하고싶었던 걸지 모르겠다.
난 사랑할 자격이 없다.
*최근의 나는 엉망이었다. 상처를 적잖이 받기도 하였고, 몇명의 관계로부터 도망을 쳤다. 그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자학하듯 일을했다. 새벽이 가는 줄 모르고 노트북을 두들겨 대며 밀리지도 않은 일들을 끌어다가 일을 했다. 그러고서도 잠을 이루지 못해 반병의 와인을 입으로 쏟아붓고는 어지러운 모습으로 잠에들었다. 그러다 보면 매번 새로운 아침이 돌아왔다.
나는 사람 때문에 힘든게 아니다, 그들을 선택했던 내 결정이 견디기 힘들었던 거지. 그들에게 주었던 진심과 걱정이 후회되었다. 내가 아무리 속상하다고 몇리터의 술을 쏟아붓고 방구석에서서 울지라도 그들은 그런 나를 전혀 모를 것이다.
그들은 날 등지고 들여다 보지도 않는데 내가 왜.
나는 더이상 그들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회복되지 않는 기억이 있을까,
저울에 좋은 것과 나쁜 기억을 올려놓으면 한쪽만 주저앉을까 봐 조마조마한 머리를 달고 산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처럼, 기억의 일부를 삭제할 수만 있다면 사는게 더 나아질까.
여름 장마에 우악스럽게도 범람한 마을 개천, 수의 문자, 그 애의 목소리, 술에 취해 겨우 잠들었던 밤, 도망을 쳤던 밤, 수많은 밤. 그러한 것들 말이다. 그 기억들을 떼어 놓고 반대편으로 오래도록 뛰어갈 수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럴 것이다.
*여름이 온다고 하니 괜시리 마음이 두려워졌다. 슬픔으로 얼룩진 지난 몇년을 매주 처리되는 쓰레기처럼 쉽게 버릴 수는 없으니까.
*서울에 갔을 때, 나는 내 방에서 오래도록 잠을 잤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깨지도 않고서 깊은 잠을잤다. 그 잠이 그리운 건지, 어디에 누워야 잘 사는 지를 알려주는 건지, 그렇게 환경은 계속해서 내게 삶의 힌트같은 것들을 던져주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고나니, 내가 가져 본 적 없던 사랑들은 전부 거기에 있었다.
연락 한통에 내 집앞을 매일 같이 서성이는 F가 있었고, 그 애의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만났던 십분 남짓의 시간은 분명 사랑이었다. 마치 우리는 허들링을 하는 무리에서 낙오된 가족을 만난 펭귄 같았다.
지난 일년 반 동안의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드라마 시리즈를 정주행 하듯이 매일 만나는 골목길에서 커피 한잔과 담배 한개비에 걸쳐 오고갔다. 그녀를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마음이 너무 편안해서, 불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지하철 노선, 내 언어가 어색해졌던 수치심. 내 몸에 베어버린 재수없는 습관들을 전부 떼어내고싶었다. 기억의 일부가 오래 일시정지가 되어왔다는 듯이 지난 비하인드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비오는 날 합정에서 T를 만났던 날.
일년만에 보는 T가 반갑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함이 어렸을지 모른다. 그는 단 한치의 불편함도 없이 내게 인사를 하고는 작게 악수를 했다.
유연하게 일상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T를 보며 조금은 넋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내 일상을 설명하는 거라곤 그저 바쁘다는 말 뿐이었으니까. 사실 그 말이 그의 앞에서 조금 부끄러웠다. 나와의 짧은 만남속에서도 그의 전화는 수십번이나 울려대며 내게 어떤게 바쁜 건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와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망원동 일대를 걸어다니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우리의 이야기는 대부분 각자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은 어쩌면 그날 밤 무언가 삶에 열렬히 열광하고 있는 그를 본 걸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8살이 더 많던 그, 나는 문득 내가 지금 당장 미친듯이 무언가에 빠져 열심히 한다해도 그와 내 사이의 8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좁혀나갈 수는 없다는 사실과 그가 가진만큼의 열정을 나는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난 시간이 너무 후회됐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았다. 노력도 하지않았다. 그러면서 삶에 온갖 문제들을 제기하며 자신을 깎아먹으려 들었다.
사랑에 치인게 슬프고, 몇몇의 인간에게서 믿음을 잃어 오래도록 방황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T뿐만이 아니라 내가 오랜만에 만난 수 많은 사람들의 상황이 변하고 그들의 삶이 한단계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나는 그들의 삶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누구하나 무너지지않고 꿋꿋하게 견뎌냈던 그들의 점진적인 행보가 기뻤다. 그 기쁨 속에서 피부로 체감했던 삶의 시간들을 죽 돌이켜 보니, 그들은 정신차리라며 잠들어있던 나의 뺨을 후려쳐준 걸지 모르겠다. 정신이 확 들기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곧 들이닥칠 서른을 가르쳐줬고, 방황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심장이 오락가락 흔들려 나는 결정을 해야만했다. 그들의 에너지가 내게 어떠한 주파수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늦은 밤 작은 언니와 어릴적 모습으로 돌아가, 같은 천장아래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덤덤하게 회상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했다.
지현아. 너무 힘들었겠다. 언니가 몰랐네
라고 작게 호응하던 작은언니의 말에 오래전에 묻어 둔 서글픔이 우글대, 나는 몰래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늘 그렇듯 인정과 사랑이 많은 작은언니의 천성이 슬프고, 나의 부재를 틈틈히 챙겼던 F가 슬펐고, 굽혀지지 않는 어머니의 손가락 마디가 슬펐으며, 선크림은 매일 바르고 다니라는 그녀의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들이 너무 보고싶었고,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들이 내게 내어준 시간과 기억을 가지고 나는 그들에게 곧 다시 올게. 라는 말 밖에 하지 못했지만.
지난날의 황사같던 유독한 슬픔과 객기어린 화들은 전부 그들 앞에서 연기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모든것이 느리고 천천히 울렁대던 여름의 기운을 가진 내 도시에서의 시간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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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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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프라하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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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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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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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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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여름, 나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여름의 청명한 날씨에 질투가 났는지 몇 시간을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고, 창밖에 마주한 울창한 나뭇잎들은 나를 웃겨라도 보겠다는 심산으로 바람을 타고 요란하게 움직였다. 창문이 덜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가 고파 음식을 입속으로 밀어 넣다가도 금세 그만두곤 술을 마셨다. 어지럽혀진 방 안은 마치 나를 보듯 엉망진창이었다. 나를 걱정하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자꾸만 못 본 척했다.
눈물이 자꾸만 나왔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나조차도 당황스러워 꺼이꺼이 울다가 잠들곤 해질 녘이 될 즈음엔 메마른 얼굴로 깨어났다. 너무 울어서 속눈썹이 무거웠다.
눈물이 자꾸 나서 지식인에 물었다.
우울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익명의 누군가는 열심히 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누가 있나 궁금해져 연관된 질문을 몇 가지 눌러보곤 화면을 닫아버렸다.
비참한 기분이다. 모멸감과 상실감으로 무장한 여름을 보낸다. 푸른빛이 남발하는 바깥세상에 나가 공원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내가 더럽히면 안 될 것 같은 세상이다.
사람을 너무 아끼고 믿었더니 병이 났을까, 혹은 정말 내가 못된 사람이었을까. 두 가지 의문점에서 나는 자꾸만 혼란스럽다.
*깊은 잠을 잤던 것 같은데, 꿈을 꾸었다.
K였다. 아주 큰 도로의 건너편에서 무섭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K가 내게로 건너올 것만 같았다.
K를 안고서 나는 또 울었다. 그의 뼈, 그의 장기, 그의 숨통을 끌어안았다.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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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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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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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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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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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3.02
붉은 마음이 우글 대던 겨울도 지나갈 것이다.
생각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 지나고 나면 마음이 답답해져 템펠호프를 걸었다.
그간 많은 눈이 내렸고, 잦은 안부가 오고갔으며, 늘 그렇 듯, 여직 쌓인 화가 마음 저 멀리서 활개를 쳤다. 불안함과 속상함이 섞여 움푹파인 눈 더미 처럼 마음을 푹푹 밟아댔다.
그렇게 못된 겨울을 보내고, 그 야박한 계절은 언제였냐는 듯이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거리로 사람들이 나왔고,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나는 오래 달려온 터널을 빠져나오듯. 숨을 쉬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두려워 벌벌 떨었던 터널의 계절이었다.
계절 탓을 하도 많이 했던지라, 이제는 여름이 와도 더이상 탓할 게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한다.
“그냥 한국에 들어와. 이만하면 됐잖아.“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나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매번 회피를 했다. 그들은 선택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 말이 유일한 해결책인 걸까. 마음이 답답해 친한 친구 H와 값 비싼 소주 한잔에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 놓을 때면 그는 계속 해서 내게 말했다.
“어쨌거나 모든 건 너가 선택한 거야”
그래 그렇지, 갈팡질팡 아무것도 못했던 건 나였으니까. 행복하지도 않았고, 일을 잘 한 것도 아니었으며, 무언가를 꾸준히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똑부러지게 하지 못하는 나는 그저 회피인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같잖은 소리 좀 그만하라며, 손에서 찰랑거리는 작은 소주잔을 깨부숴버리고 싶었다. 마음 속에 오래 자릴 잡던 화를 테이블 위로 우수수 쏟아 붓고싶었다.
소주의 알콜 냄새가 자욱하게 베어버린지도 모른채로. 지도를 봐야만 아는 낯설기만한 길을 오래도록 걸을테다. 간혹 나는 그런 상상을했고, 내가 기억하는 베를린에서의 내 모습은 대부분 그러한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들에게도.
걱정으로 무장한 마음 속엔 가식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실망을 배웠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정이 없고, 의리가 없으며, 위로를 잘 못 한다는 것. 나도 그들도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러한 해소하지 못했던 속상한 마음들은 저편에서, 마주하기 싫을 정도로 깊게 박힌 가시돌이 된다.
그렇게 불안은 쉽게 전염되고, 커다랗게 자라서 내게 돌아왔다.
대부분은 피곤에 절어 쌓인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않고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을 가장 아낀다. 그러다 금새 하루 중에 내뱉었던 실수같은 말귀들이 자꾸만 입가에 맴도는 기분이들곤 한다. 그래서 종종 슬펐다.
R에게 전활 걸어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 슬픔같은 것은 추호도 티가나지 않게끔 잘 섞어 말한다. 그러나 그는 다 알고 있는 듯했다.
그 또한 나에게 계속 한국에 가고 싶으면 가라고 말하니까.
그래서 덜컥 어느 날 아침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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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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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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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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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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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불러야 할지요, 띄어쓰기마다 내가 보여 위로를 받았다고 해야할까요?
텀블러를 어쩌다 알게 되었어요. 술김에, 예상보다 먼 과거로 돌아가 어렸던 제게 생채기를 내어야 할 때 그러지 말자는 용기를 얻고 갑니다.
고마워요.
이기적이겠지만 상처받기 싫을 때 복기하러 올게요.
한동안 신경쓰지 못하고서 방치해둔 오래된 창고 같던 이 블로그를 질문자님 덕분에 조금 더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습니다.
괜히 한번 읽어보고, 괜히 부끄러운 글은 숨겼다가, 괜히 기억을 더듬습니다.
한번 더 잘못한 생각들을 꼬집으며 조금 회상 아닌 회상을 하였더랍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잊어버렸던 세포 하나를 건드려주셔서요. 위로에 위로를 얻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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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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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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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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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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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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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gy
Guggenh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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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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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ight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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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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