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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7
2019. 10. 23.
점심약에 큐로켈이 들어간 적이 있었나? 아무래도 예전 정병일지를 잘못 쓴 것 같다. 뭘 착각한 모양이다.
점심약은 이제 없어지고 자기 전에 먹는 약만 처방받았다. 자살사고 때문에 늘었던 약이라 자살척도 설문지를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까짓거 죽을 생각 없다 적고 죽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똑같은 설문을 몇 번이나 하는 건지...
아무 의욕이 없다. 그저 매일 얼마나 더 잘 수 있을까 궁리하기 바쁜데 나무는 나가야겠고 퇴록하자니 독립주거 문제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별 노력 없이 지낼 거라면 내년에 2년 월세로 사는 건 이어지지 않을 거란다. 뭐 당연한 거지만 너무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큰일이다.
중고거래앱으로 물건을 이것저것 팔다가 왜 쓸데없이 책을 많이 샀을까 후회했다. 일부는 빌려읽어도 좋을 것들, 일부는 사도 읽지도 않을 것들... 예전처럼 읽지도 않고 팔아버릴 수도 없는데, 책 읽기도 귀찮고 버겁다.
그냥,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뭔가가 없이 텅 빈 느낌이다. 글을 자주 쓰던 것도 이제는 더 못하겠다. 기사를 쓰고 책을 내려고 했던 것도 정말 내가 원했던 건지 의문스럽다. 시간만 무의미하게 흘러서 어느 새 10월도 거의 다 갔다.
무기력하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게 싫은데 계속 그렇게 살고 있다. 일이 힘들어도 좀 버틸걸 6월에 퇴사해버린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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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6
2019. 9. 22.
사는 게 너무 지겹다. 정신재활시설에서 매일같이 보는 사례 담당자는 늘 둥둥 떠있어서 조증에 걸린 사람 같다. 항상 쾌할하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걸까, 아니면 가라앉은 분위기를 못 견디는 사람인 걸까. 하여간 마음에 안 든다. 나무를 더는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 안에 다시 취업하기는 글러먹었다. 친구는 내가 퇴사하고 적금을 깨서 까먹고 있다고 한 걸 잊은 건지, 11월에 제주도에 놀러가자고 했다. 일부러 알면서 놀리는 걸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본인이 일하면서 힘든지 얘기하려고 안���이 나있다. 지긋지긋하다.
너무 답답하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 내 주변엔 붕 떠있거나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우울한 사람들뿐이다. 때때로 자살사고가 들지만 생각뿐이다. 도대체 왜 사나 싶다. 난 오직 인간의 본능적인 세 가지 욕구(배설욕, 식욕, 수면욕)와 영상 보기에만 전념하는 것 같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 오직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만이 지루함을 달랜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걸 못 견디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건 나여야만 한다. 다행히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 안에서 소음을 들을 일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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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5
2019. 9. 2.
한 달 동안이나 기록을 하지 않다니... 게으른 탓이다. 그간 약이 몇 번 바뀌었는데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취침 전 약에는 브로마제팜 3mg이 추가됐고, 점심 약이 생겼다. 1층에 사는 흡연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고 해서였나 우울하다고 해서였나. 병원에 가면 엉뚱한 말만 늘어놓고 오는 것 같다. 감정이 수시로 변해서 뭐가 진짜 내 감정인지 모르겠다.
점심약: 자나팜정 0.5mg, 큐로켈정 25mg(너무 졸리다고 했더니 50에서 반으로 줄었다.)
취침 전 약: 자나팜정 0.5mg, 명인트라조돈캡슐 25mg, 브로마제팜 3mg, 큐로켈정 100mg
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하면서 사는 건지... 최근에 자살 시도로 주변에 걱정 끼친 일이 있어서 다시는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괜찮은 척하면서 사는 것 같은데. 이제 안 괜찮다고, 자살사고가 잦다고 하면 병원에 입원하기를 권유받을 것이다. 취업성공패키지를 하겠다고 십여 명이 있는 곳에서 약속했는데. 엉망이다.
퇴사 이후로 계속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다시는 취업은커녕 알바도 못할 것 같다. 누구든 남의 밑에서 일하면 스트레스받고 공황장애가 재발할 것만 같다. 한편으로는 징징거리기만 하고 아무 대책없이 사는 건가 싶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벌어야 할 텐데. 늙어가는 부모님 돈을 계속 빨아먹고 있는 기생충이라는 생각이 든다. 쓸모없는 인간...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해도 문장과 문단이 잘 이어지질 않는다.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퍼져서, 뒤죽박죽인 글만 써진다. 얼마 전에 급히 써서 제���한 단편소설은, 1차 심사에서 떨어졌다. 다음 해를 준비하며 매일 썼으면 좋았을 것을. 되도 않는 글을 봤을 심사위원들을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저번주에 행정복지센터에서 보낸 우평물을 수령했다. 장애등급 부적격 판정을 알리는 통지서였다. 신체장애인은 경증장애인도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중증장애인만 있는 탓이다. 그런데 중증장애인이라는 기준이 대체 뭘까? 복용하는 약의 양? 입원한 기간? 하룻동안 드는 자살사고 횟수? 자해나 타해를 한 횟수?
겨우 1년치 진료기록을 보고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괴로워하는 정도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정신장애인에게는 왜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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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4
2019. 7. 29.
며칠 전, 장애등급 판정 심사를 받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서 동사무소에 제출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두 달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입원 경험이 없어서 3급 판정을 받을 확률이 30~50% 정도 된다 하셨지만 당장 백수가 된 마당에 마냥 하세월하며 지낼 수는 없었다. 때마침(?) 대상포진에 걸려 일주일에 드는 병원비만 5만 원이 넘는다.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각종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휴대폰 요금, 가스요금, 전기요금 등 공과금 할인과 지하철 무료 탑승, 문화생활비 반값 혹은 무료. 버스비 감면은 안 되지만 공과금만 줄어도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인 복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병이 있는 걸 숨기고 취업해서 갖은 고생을 한 뒤 그만두는 것보다는 정부 지원을 받아 일하는 게 훨씬 낫다. 1년마다 다른 곳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게 문제지만... 일단은 제값 받으며 취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퇴사하고 나서 실업급여 인정이 안 된다는 이야기에 너무나 울화통이 터진다. 퇴사한 곳에서 지겹게 봤던 두꺼비보다 더욱 개같은 작자를 만날까봐 다시는 취업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분노에 차있고 잠도 깊이 못 잔다. 몸이 약해서 대상포진이라는 병에 걸린 건데 더 약해질 판이다. 세상에 죽이고 싶은 인간이 너무 많아서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 캐릭터가 귀여워서 그렇게 잔인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광고를 보면 못 깨는 탄도 넘겨버릴 수 있다.
더워서 화가 나는지 화를 내서 더운지 헷갈린다. 마음이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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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3
2019. 7. 19.
갈수록 태산이다. 실업급여도 못 받는 판국에 가래톳 때문에 매주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타야 하고, 발목 인대 파열 때문에 한의원에 가야 하고, 정신과도 다녀야 한다. 게다가 A형 간염접종까지 맞아야 하니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100만 원 가지고 재취업할 때까지 써야 하니 목이 졸리는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간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을 것만 같아서 되든 안 되든 장애등급 판정 심사를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다음주에는 한 달 동안의 진료기록을 뽑아들고 동사무소에 가볼 참이다. 되기만 한다면야 각종 요금 감면 혜택을 받을 테고, 정신적으로 덜 힘든 곳에 취업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안 될 확률이 더 높으므로 일단 컴활 공부를 얼른 마쳐야겠다. 워드 자격증도 빨리 따고... 가능하다면 취업성공패키지를 다시 해��든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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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dea that we all have a fixed sexual identity has created a toxic environment for learning about asexuality and aromanticism, Attraction is far too complex to be constrained within the Western labels created to define (and pathologize) our experiences.
An absence of sexual and/or romantic attraction does not imply that a person has “no attraction” or desires lifelong solitude. Attraction functions on multiple levels and in a multitude of ways.
•Sexual attraction: sexual desire based on attraction to another person
•Romantic attraction: desire to form a romantic relationship based on attraction to another person
An absence of these forms is not an absence of attraction. Relationships also dont have to be sexual/romantic.
The idea of “romance” itself is a social construct relative to how Western society has defined courtship practices. “Love” (an equally complex, yet broader, concept) should not be conflated with “romance.” Romance should not function as an expectation of a “healthy” relationship.
The naturalization of (hetero)sexual and (hetero)romantic expectations (that this form of sexual/romantic attraction and desire are natural and “normal”) came to be as a result of colonialism. What society sees as human “truths” are largely accepted products of violence.
Recognizing how a societal expectation has become naturalized (rather than just accepting it) is important because it’s important to ask why things are the way that they are when what is now understood to be “natural” negatively constricts the complexity of human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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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2
2019. 6. 28.
사례담당 파트너가 바뀌기도 했고, 주말에 목을 매 죽으려고 했던 일도 있어서 외래동행을 다녀왔다. 자살 시도를 한 게 벌써 두 번째이므로 또 한 번의 시도가 있으면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절대 입원하고 싶지 않아서라도 허튼 생각 않고 잘 지내기로 했다.
너무 늘어난 약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질 못하고 얼굴에 자꾸 뾰루지가 생겨서 약을 좀 줄였다.
큐로켈정 100mg, 자나팜정 0.5mg, 명인트라조돈캡슐 25mg, 브로마제팜 3mg
캡슐이 두 개에서 하나로 줄었다. 퇴사하고 나니 ���염이 많이 나아졌다. 오늘 점심에 라면을 먹고 간식으로 파인애플 샤베트랑 빵도 먹었다.
월요일에 틈새미술전 시상식에서 신세계상품권 10만 원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쓰기 위해 포인트로 바꿨는데 교보문고는 상품권만 사용이 가능해서 난감해졌다. 포인트는 사용처도 별로 없어서 왜 포인틇 바꾼 건지 엄청나게 후회가 된다. 이마트편의점에서 간식과 반찬거리를 잔뜩 사다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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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1
2019. 6. 17.
증량 기록을 갱신하려는 건지. 또 다시 약이 늘었다. 지난주 수요일 정신과에 가서 잠들기가 어렵다 하니 브로마제팜 3mg이 추가됐다.
현재 복용하는 약: 큐로켈정 100mg, 자나팜정 0.5mg, 트라조돈캡슐 25mg, 브로마제팜 3mg
요즘 자는 시간이 너무 늦다. 밤에 휴대폰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노래 좀 틀어놨다가 한없이 듣다보면 시간이 마구 흘러가고, 게임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트위터를 보는 것도 문제다. 컴활 공부를 한답시고 문제를 푸느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잠을 더 일찍 잘 자기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낮에 다 해버릇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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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일지 90
2019. 6. 8.
와, 무슨 상호 존대하자는 거랑 사무보조가 아닌 업무시키지 말라는 말 때문에 해고될 수가 있냐. 존나 어이가 없다. 어쨌든 그만두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참 상상초월이다. 왕싸가지, 상또라이.
자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면 뭔 소용이여. 내 장담하건대 이용자는 내가 그만둔 이후로도 일을 너무 못해서 잘릴 거다. 나 덕분에 일자리 유지한 건 모르고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나.
공단에서는 15일간의 말미를 주라 하였다. 그런데 6개월 이상 일해야 실업급여가 나온다길래, 이용자에게 6월 말까지만 일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용자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나갈 돈을 생각하니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자살소동을 벌이고 난 뒤 일터로 복귀했다. 왜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웠냐고 재차 묻길래 죽으러 가는 것도 말해야 하냐고 쏘아붙였다. 이용자는 자기 동생이랑 똑같다며 목숨 가지고 사람을 협박한다고 했다. 나는 코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장애등급을 받으란 소리를 들었다. 내 상태로는 등급 인정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등급 판정을 받으면 제약이 생긴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장애인으로 인정된다 해서 좋을 거 별로 없고 낙인일 뿐이라 하니 장애를 나쁘게 생각하냐고 했다. 참으로 쓸데없는 참견까지 하는 데에 너무나 지쳤다.
어쩜 그리 끝까지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조롱할 수가 있는 건지. 내가 막냇동생보다 어린 건 또 무슨 얘긴가. 친하게 지낼 생각은 좆도 없는데 친언니처럼 구는 게 너무 재수없다. 엿이나 먹으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사실 이렇게 쓸데없이 마음 쓰며 생각하는 시간이 아깝다. 덕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요즘 푹 빠진 아이돌은 마마무와 최유정이다. 알라딘 영화 OST 중에서 Speechless를 몇 번이고 계속 듣는다. 벨소리로 설정하고 싶은데 아직 음원이 안 나와서 아쉽다.
수요일에 정신과에 가서 자살소동을 벌인 일과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죽을 만큼 힘든 일이라면 그만두는 게 낫다며 잘 선택했다고 위로해주셨다.
2주마다 가던 것이 일주일마다 가는 것으로 바뀌었고, 약이 더 늘었다.
큐로켈정 100mg, 자나팜정 0.5mg, 트라조돈 캡슐 25mg×2
여기에 필요 시 먹을 약 자나팜정 0.25mg이 추가됐다.
나쁜 일만 있으란 법은 없는 것인지, 6월 4일에는 틈새미술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장려상, 동생은 최우수상! 각각 10만 원, 80만 원의 상품권이 주어진다는데 아직은 무슨 상품권인지 모른다.
아무튼 24일에 나무에서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광주에 가기로 했다. 미술전이 무지하게 기대된다. 힘들어도 시상식과 전시회를 생각하며 견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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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mi Scott - Speechless (영화 알라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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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 축제? “무성애, 논바이너리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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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나는 69세 레즈비언, 이건 내 인생이야"
선배 퀴어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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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 명이 50명에서 100명을 담당하다니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민간 위탁하면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서비스가 낙후되면, 그 수많은 정신장애인들은 어디로 가나? 정신재활시설도 경기도에 열 군데뿐이고 그나마 지방 가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 이 정도면 정신장애인을 방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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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미국의 ‘퀴어. 여성. 미디어. 팬덤’ 축제가 남긴 것들
우울증 땜에 활자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ㅠㅠ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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