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자꾸 거리를 걷다가도 튀어나오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풍경을 바라보다가도 튀어나와 도대체 내 울음의 근원을 모르겠어 그래서 그저 막연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성장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성장해야 하는데 어째서 나는 자꾸만 걸려 넘어지는 걸까 어째서 자꾸만 나는 휘청거리고 정신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걸까? 있잖아 나는 나를 떠난 사람들 혹은 내가 놓쳐버린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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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임을 알면서도 목을 걸었고, 그렇게 죽어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