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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8

올가 토카르축의 책을 읽고있다. 글을 이렇게도 쓸수 있구나, 감탄하고 있다. 방랑자들Flights. 저자는 방랑하는 사람들처럼 가만히 있지말고 움직이라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형벌같은 인생을 극복할 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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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를 보고 ��음이 복잡해졌다. 삶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문득 겁이 난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아닌게 아니겠지. 공교롭게도 이 즈음에 돈 드릴로의 ‘제로 K’를 읽고 있었다. 책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죽음이라는 것을 치열하게 다루고 있었다. 시작이 없다면 죽음이 필요없겠지만, 시작이 있는이상 죽음은 필연이다. 라고 주인공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흔들리면 안된다. 항상 거리감을 유지하고 내가 가진 범위를 지켜야 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쉽진 않다. 우린 아무것도 아니며, 무대 위에서 가까스로 연기하는 가짜들에 불과하다. 진짜는 죽음너머에 있다. 아니, 이것보다 더 복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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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9

사람들은 가을에 무슨 생각을 할까. 나뭇잎의 황혼을 보며 쓸쓸해 하는 걸까, 위로를 받는 걸까. 궁금하다. K가 새로운 결심을 했다고 한다. 부디 그것으로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삶은 생각보다 가혹하니깐. 결국 그가 어떤 가치있는 것을 얻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들의 인생의 황혼에 만나면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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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6

가을이다. 45년 생으로 거렁뱅이 생활에 지게꾼으로 살다가 시인이된 사람의 장편소설을 읽고 있다. 투박하고 거칠고 촌스럽다. 요즘 날씨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시를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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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낙엽이 제법 떨어지는지 치우는 소리가 새벽부터 요란하다. 하긴, 지금이 가을의 한복판이니깐. 그런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읽고 있는 독일 단편소설도 별 감흥이 없다. 불과 몇 주 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작은 것이었지만 보람도 느끼고 여러가지 재밌는 생각들도 있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책 읽기 전에 산책을 조금 했다. 30분정도 걸었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몇몇있었다. 너무나 잘 아는 길이라 평소에 가지 않는 길을 걸었는데, 역시나 별건 없었다. 요즘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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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4
예전에 살던 동네에 왔다. 그때 나는 Y와 잘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동네에 외국인들이 저녁시간이면 모여서 시간을 죽이던 편의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고백했고 Y는 받아줬다. 그리고 하루가 채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별통보를 받았다. 그 편의점도 그대로 있다. 이 동네가 갈아엎어지지 않는 한 그때의 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끝이 있는 아픔이었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열병으로 눈뜰때마다 살아있는 것이 원망스러웠던 그 아침은 사실 몇주 가지 않았다. 괜찮아지고 나서 그때 쏟아냈던 어설픈 감정의 찌꺼기들은 모두 버렸다. 좋은 것들만 남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었던건지 동네를 돌아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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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4
밤 공기가 시원한 계절이 왔다. 나는 남해에 있는 U로 시작하는 숙소 베란다에서 밤 공기를 맘껏 즐기고 있다. 아래로 보이는 풀장에는 텅 비어 물 만 있다. 멀리 어른과 아이가 보랏빛을 내는 장난감을 하늘로 던지고 받고를 반복하고 있다. 중년 부부가 부둣가를 산책하고 있고 그 뒤로 젊은 커플이 따라 걷고 있다. 중년 부부의 빨간 아우터가 인상적이다. 택시는 분주하게 호텔에서 사람을 태우고 시내로 가느라 바쁘다. 바다는 그런 것들을 인상파 그림처럼 흔들거리며 담고있다. 아마 예전에 누군가와 이곳이 왔었다면, 그때가 그리워 질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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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밖에 빗자루로 바닥 쓰는 소리가 들린다. 까치 몇몇도 운다. 며칠 전 선물한 책의 간지에 Life is... 이라고 시작하는 셰익스피어의 구절�� 적었었다. 선물을 받은 이는 나에게 종교책을 줬기 때문에 내가 적은 문구가 모욕적이진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신의 품에서 평화를 ���았고 그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인생이란 정말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모르겠다. ‘단순’ 이라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 삶에 대한 복잡함과 무질서함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난 말을 끝내자마자 후회했다. 나 역시도 그것에 대해 아는게 없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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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계몽 시대의 철학자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저자는 존 로크를 가장 처음에 그리고 긴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시대의 철학은 로크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자 핵심이라는 듯이 그의 견해들을 하나하나 달고 해설하고 있다. 읽기가 쉽지 않다. 로크는 자신의 소임이 갈릴레오, 뉴턴 같은 대가들이 개척한 길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며 닦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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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9

네 명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맛은 별로였지만 재밌었다. 무슨 말들을 했던 걸까. 며칠 전 일인데도 아주 예전같이 느껴진다. 가족, 결혼, 연애, 취미 같은 것들을 얘기했던 것같다. 정말 그랬나? 정말 그 정도의 잡담이었나? 카운터에 있던 키 큰 남자가 흥미로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넓었고 식당은 마당이 딸린 단층 주택 몇 개를 지나자 나타났다. 오른쪽 잔디밭에는 야외 테이블이 꽤 있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전면 창으로 밖이 시원하게 보였다. 야외에 꾸며놓은 전구들이 켜지면 어떤 분위기일까 생각해 보았다. 한 명이 종로 같은데 가면 넥타이 부대가 많더라는 얘기를 했고 다른 한 명이 그 말이 뭔지 몰라 해서 우리들은 한참을 웃었다. 그 얘기가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한 명의 헤어짐 때문에 모인 자리가, 결국 네 명 모두 헤어지게 됨으로써 마지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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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책을 읽다가 문득 지겨워져서 산책을 좀 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요즘이다. 가끔은 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때가 있다. 하긴 그렇다고 그걸 알고 있었던 적도 없다.
이제 K는 졸업하고 어디론가 간다. 늘 그랬듯 그의 길을 가겠지. 나는 또 가끔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예전에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위해 의식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고, 하나마나한 뻘 짓이었다.
주어진 삶의 조건에 충실 하는 것. 작은 수준의 평화를 유지 하는 것.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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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7
요즘 XXX의 ‘LANGUAGE’ 를 자주 듣는다. 여기엔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제까지 베트남은 다낭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호이안이다.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고 몇 개의 제안을 했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K에게 줄 목적으로 읽고 있다. 맞는 선물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어정쩡한 옷차림으로 하루를 보낸다. 점점 어정쩡한 사람이 돼가는 듯 하다. 꿈에서 J가 등장했고 난 원한에 쌓여 결투 신청을 했다. 어쨋든 모두가 웃는 해피엔딩이었다. 가방 자크가 고장나, 가방을 열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안에 들은 책들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이 에너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또 작별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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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4
덥다. 서울 출장을 갔다왔다. 더웠다.
오늘 ‘아이네이스’를 다 읽었다. 아이네아스와 적수인 투르누스의 싸움이 인상깊었다. 투르누스가 창을 맞고 살려달라며 탄원하자 아이네아스가 흔들리는데, 팔라스의 전리품을 투르누스가 멜빵에 두른 것을 보고는 죽여버린다. 정말 인상깊은 마무리였다. 11년 동안(기원전 30~19)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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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그래, 오늘 K가 전도서를 추천해 줬다. 솔로몬이 썼다는 그 글을 읽어보니, 예전에 읽은 해럴드 블룸의 책에서 욥기와 함께 소개되었던 것이었다. 당시에 욥기는 읽어봤지만, 이 글이 기억이 안나서 성경책을 뒤적 거려도 못찾았었다. 고맙게도 K가 그 글을 추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10년후에 뭐가 돼있을것 같냐는 내 질문에, 그는 소박하게 웃으며 ‘엄마?’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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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오랜만이 친구 H를 만났다. 한땐 H와 L과 셋이서 매일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우린 어렸고 시간이 많았고 농구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 뿐, 나이를 먹고는 멀어지게 되었다. 반갑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특히 내 기억에서 방치되어있던 시절의 얘기를 H에게 들으며, 나라는 정체��에서의 어떤 빈 틈이 매꿔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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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사로잡힌 영혼>을 읽고 있다. 그는 나치 독일 시절 폴란드 게토에서 살아남았는데 그 생생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이런 굴곡진 역사를 통과했으면서도 폴란드계 유태인으로 독일문학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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