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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하는 것.
나는 안다. 나는 이기적이다.
그 모든 인연을 내 입맛대로 재단하려 했고 우습게 여기기도 하며, 쉽게 잊고 뒤돌아서 도망가려 했었다.
상처받았다 말하고 나를 방어하려 했다.
나는 오롯이 나의 마음을 내어 준 적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내가 내어준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포장한 동경과 동정, 자기 위안, 연민, 자아도취였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만약 우리가 사랑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한다.
내가 사랑 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 했을 뿐.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사랑이라 속이며 한 번도 상대의 위치로 내려가 본 적 없는 것. 더 랍스터에서 데이빗이 눈을 과연 찔렀을까 하는 것.
나는 몰락으로 한 발짝 걸어가 보겠다. 세계의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연한 의지로 몰락을 향해 한 걸음 떼보려 한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모든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 몰락은 패배이지만 그 하나는 파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면서 이긴다.”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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