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ori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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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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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는 것
1. 매주 목요일은 강의도 없고 쉬는 날이다. 뭘 해야 보람찰까 고민하다가 머리를 좀 다듬으러 미용실에 갔다. 나는 손톱도 발톱도 머리카락도 쑥쑥 빨리 자라는 편인데(심지어 눈썹까지) 이건 꽤나 귀찮고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손톱이 긴 걸 못 견뎌하고(네일도 못 받고 매니큐어도 안 바른다) 머리도 어느 정도 기르면 답답해서 못 참는다. 성격이 그렇다. 눈썹도 칼로 미는 걸로 만족을 못 해서 족집게로 다 뽑아낸다. 그래야 후련하다. 어쨌든 근 4주만에 머리를 조금 잘랐다.
2. 예약을 하고 간 게 아니라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요즈음의 나는 처음 본 사람과도 제법 말을 잘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용실 디자이너와 스텝이 말 거는 게 불편해서 집에서 내가 직접 머리를 잘랐었다. 아주머니는 주식에 관한 얘기를 했다. 나는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잘 들었다.
3. 엊그제는 일 끝나고 k와 소주를 마셨다. 술을 먹으면 집에 오는 길이 짧게 느껴져서 좋다.
4. 자꾸 추워지고 슬프다는 ���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게 무섭다. 최근엔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소설 교수님은 내게 괴상한 시를 그만 쓰라고 했다. "저 연애시만 써요." 말했더니 교수님이 웃었다. 내 연애는 괴상하다.
5.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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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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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만두 단체주문 환영
1. 요즘 담배를 피우면 한 번에 한 대 이상 피운다. 내가 사는 곳은 금연 아파트라 단지 바깥까지 나와야 하는데 보통 공중전화 옆에서 쭈그려 앉아 피운다. 잡생각이 많아지면 우울해지니까 간판들을 천천히 읽거나 머릿속으로 일기를 쓴다. 제일 유심히 보는 간판은 저거다. 김밥과 만두, 단체 주문 환영. 저 김밥집은 현금밖에 취급을 안 해서 자주 가지 않는다.
2. 김밥 한 줄을 먹고 그걸 도로 다 토하고 자는 게 술버릇이던 때가 있었다. 이제 더이상 억지로 토는 하지 않는데 김밥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보통 그렇게까지 하면 질리지 않나. 그래도 김밥은 계속해서 맛있고 토하는 건 괴롭고 사는 건 매일매일......
3. 가끔 춘심이가 너무 조용히 자면 등을 만져본다. 내 손이 들썩들썩 하면 아 숨을 쉬는구나 싶어서 안심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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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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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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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1. 이제 씻고 나오면 춥다. 샤워기 물을 끄고, 수건을 꺼내면 그때부터 춥다.
2. 나는 정말 잘 살고 싶었다.
3. 한 달 동안 쌀을 끊었고, 한 달 만에 다시 쌀을 먹기 시작했다. 체중은 다시 0.6 키로 플러스 되었다. 그래도 이제 토는 하지 않는다.
4. 술을 먹으면 자주 넘어지고, 자꾸 넘어지고, 자주 헛소리를 하고, 자꾸 헛소리를 하고.
5. 추운 사람과 추운 사람이 만나서 덜 추웠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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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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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뱉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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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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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마시고 한강 걸었던 날. 물 비린내 맡으면서 내일이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날, 그런 이야기들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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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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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보니 내가 했던 것이 폭력이었을 때
 그럼에도 떳떳할 때
 1. '진지해지거나 너무 슬퍼하지는 말기로 한다.' 열여덟에 썼던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 엊그제 지인들을 만나서 고기를 구워 먹고 술집에 가서 맥주 마시며 많이 웃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좀 걸을까 하다가 추워서 그만 뒀고, 화장도 지우지 않고 이불을 덮고 잤다. 울다가 깼다.
3. 선물 받은 담배 한 보루를 다 피워 간다. 요즘엔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그 복도식 아파트에서 남동생이랑 둘이 살았을 때. 오래된 아파트라 보일러를 올려도 난방이 잘 되질 않았다. 외풍이 심해서 창문이랑 벽에 뽁뽁이를 붙였어도 밤마다 추워서 깼다. 웅크리고 자는 버릇이 그 때 생겼다. 외출을 할 때엔 부엌 수돗물을 조금 틀어두고 나가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수도가 얼었다. 그 집에 살 땐 불도 안 켜놓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 소주랑 맥주 사서 술만 마셨다.
4. 그 땐 우울��다기 보다는 외로워서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만났던 사람들은 잘 생각이 안 나고... 그 때 사겼던 남자애가 나한테 그랬었다. 넌 니가 불쌍하지.
5.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6. 슬프고 싶을 땐 바다를 보러 가야지, 내가 말했을 때 후배 j는 보통 사람들은 바다를 보면 기쁘고 신이 나요 대꾸했다. 정말이야? 묻자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했다.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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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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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게 에이즈 뿐이라도 난 문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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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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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demon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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