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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nd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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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2
꿈 속에서 우리는
내 작은 다섯 평짜리 집에 누워
서로를 안고 긴 잠을 잤다지
꿈도 꾸지 않고 까만 세상을 부둥껴안고 헤매다가
부스스 일어나 어둑한 창문을 바라봤지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배고픔도 걱정도 없이 너를 안고 있는 지금을
내 인생 소중한 순간에 깊게 깊게 새기고 싶다고
이루어 지지도 않을 그 꿈 속에서도 나는 꿈을 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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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nd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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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6
또 다시 도진 예민함.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줄줄 흐르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절망적이고,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것들이 기분으로만 존재하는 시기.
부모님과 살고 있는 경기도의 아파트. 벌써 이 집에서 산지 10년이 넘었다. 20살 이 후에는 4년간 나가살았으니, 성인이 되어서 같이 산지는 2년. 막내로 태어나 언니보다 부모님을 볼 시간이 16년은 적을 애틋하고 기특한 막내 딸이 집으로 돌아온 순간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을까.
어릴 땐 공부 문제, 20대엔 돈 문제로 꾸준히 속 썩여왔던 언니에 비해 나는 순종적이고 딱히 말썽부린 건 없는 딸이었다. 원하는 대학에도 순탄하게 입학한데다가, 어쩌다 덜컹 수석으로 들어갔으니. 안 그래도 딸바보인 아빠 눈엔 보석같이 보였으리라.
그러나 머리가 커지면서, 내 기분을 주체할 수 없는 미성숙한 어른으로 자란 나는 애정과 관심이 부담스럽고 보답해야할 것으로만 느껴지기도 한다. 때때로 그 안에서 어디에서든 받을 수 없는 사랑에 안도감을 느끼다가도, 내 기분에 그 들의 기분도 달려있으니. 그냥 지나가도 되는 일을 위로해준다며 쿡쿡 쑤시니. 이젠 집에서도 괜찮은 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제도 그런 기분을 내내 참다가, 자꾸만 일찍 자라고 하는 엄마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 했더니 돌아오는 원망과 서운함이 섞인 비난.
망쳐버린 기분은 잠이 들고 나서도, 오늘 아침 운동을 다녀와서도, 아침 밥을 먹고 나서도, 나아지지가 않았고 결국 애꿎은 아빠한테 화풀이. 난 나가 살아야된다고. 집에서도 척하고 있잖아. 난 어디서 솔직하게 살 수 있는 건데 따위의 가시 박힌 말을 던지고 나��는데, 지하철 역을 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 아빠의 모습. 난 진짜 나쁜 딸이다.
나는 미련한 사랑이 싫다. 끝이 없을 미련한 사랑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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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nd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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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기 위해 탄 버스에서, 자기 몸통만한 가방을 맨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를 봤다. 꽤 많은 정거장을 함께 가는동안에 무심한 어른들은 아무도 아이를 자리에 앉혀주지 않았다. 서 있는 나를 밀치고 뛰어가서 자리에 앉는 마당에.. 아이와 노인 비율이 비슷한 이 동네에서 버스에서 앉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상황같기는 하다.
19살. 1박2일로 진행 된 사진 캠프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데다가, 끌려다니며 남은 행사일정을 소화하고 탄 지하철은 무거운 가방과 눈커풀을 가진 나에겐 꽤나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자리가 나서 앉으려고 하면 (마치 시트콤같이) 어떤 아줌마가 와서 쏙 앉아��리고. 뒤 쪽으로 난 자리로 몸을 틀면 또 어떤 어른이 와서 앉아버리고.
울상으로 서있던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나를 앉혀주던 어떤 언니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당시만 해도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진 않았으니까) 나를 앉혀주고, 내가 불편할까 본인은 내 자리와 떨어져서 서서 가던 그 언니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양보는 이런 거구나. 감사하고 감동적인 마음으로,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했었는데.
오늘 버스에서 중학생 아이를 보면서 그 때의 내가 떠올랐다. 잊고 지낸 줄 알았는데. 짐이 많고, 힘들다는 핑계로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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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nd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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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스무 살 이후로 처음 맞는 혼자인 생일
주변의 사람들에게 여러 형태의 애정을 느끼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순간 내게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아진 것 같다. 나락으로 떨어질 듯한 외로움을 가끔 느끼면서도, 이런 순간들을 되새기며 견딘다.
긴 하루였다.
부모님과 좋은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한강도 보고, 날씨가 좋고, 예쁜 구름이 잔뜩 하늘에 퍼져있었고, 오래되고 소중한 친구는 마음에 쏙 드는 신발을 선물해줬고, 또 오래되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서 초를 불고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선 깨끗히 씻고, 일하느라 엉망이 된 내 방을 치우고, 일 할때 자주 입는 옷과 아닌 옷들을 분류하고, 잠옷과 운동복도 잘 개어 넣고, 받은 생일 카드도 읽어보고, 잠자리에 누웠다.
침대에 누우니 애써 미뤘던 생각들이 몰려온다.
그저 한 번만 물어보고 싶다. 잘지내냐고.
생일이 끝나니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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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nd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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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6. 29
기억에서 흐려져 계절감만 남은 추억들이 떠오를 때.
허름한 마음으로 애써 기억들을 눌러내린다.
평범하고 뻔했던 데이트.
주말 어느 날 만나, 영화를 보고, 눈에 보이는 아무 곳에 들어가 밥을 먹고.
생각해보면 건조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들.
때때로 무심한 네가 미웠지만 싫은 건 아니였다고.
그럼에도 부여잡은 손의 온기만 남아서 괴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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