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yeol

[munyeol]

할아버지가 언제인가 우산을 줍고 고치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아니 비는 오랜만에 왔다 뿐이지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바람이 여기저기로 불어서 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찌보면 비가 아주 골고루 온 셈이다 누군간 이게 너무 필요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구석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어서 춥고 불편했다. 해가 날 거라고 생각해서, 비가 그치던지 바람이 멎던지 하는 것을 기대해서 옷을 꽤 가볍게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어서 우산 살이 휘었고 나는 그걸 손으로 구부려 피는데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언제였나 그가 적어도 살아 있을 때 내가 아직 어릴 때 우리 집이 서울이 아니었을 때, 할아버지가 우산을 꿰메고 고치던 모습이 생각났다. 늘 하는 짓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장마 때이던 그때 우산을 줍고 고치고 하였다. 몇 개는 집에 두고 대다수는 어디에 줬나 뒀나 하는데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건네거나 하는 방식은 아니었고 거의 내버리다 싶은. 그런 방법으로 다름의 선행을

내가 기르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 그걸 어딘가 묻었던 것도 그였다. 어느 곳에 묻었나 말해주지도 않았고 대충 어느쪽 이다 정도만 알려주었다. 나는 병아리 죽는 것을 보질 못해서 어린 나는 그가 병아리의 죽음과 무엇인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사람들은 그가 성질이 고약하다 했다. 어딘가 예민했던 것 같다. 더 기억을 쓰고 싶지만 귀찮다. 같이 수원성, 화성을 걷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가 안내를 했다. 그때가 좋았다. 뭔가 어른을 돌보는 기분이 좋았다. 뿌듯함이 있었고 뭔가 칭찬받을 만한 짓을 한게 좋았다. 할아버지가 좋아서 가 아니었다. 같이 있다고 해도 뭐 간식한 번 사준 적 없고 용돈은 언제나 천원짜리 몇장이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놀아준 적 없다. 그가 어린 나와 놀아준 기억이 도저히 없다. 안아준 기억도 없다. 반가워는 하더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노인네 치고는 깔끔 했다. 아빠가 나에게 할아버지를 닮았다 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젊었을 때 멋있었냐 물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나. 한 두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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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