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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드 조각

그에게도 별에 천사가 산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조곤한 목소리로 나의 스타로드, 라고 읊조려주던 어머니를 따라 별자리를 손 끝으로 가리키던 시절이, 쏟아지는 별똥별에다 대고 아버지가 돌아오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던 시절이. 그는 우주선에 앉아 그 때를 떠올리려 애썼지만 애석하게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문득 자신의 존재가 슬퍼졌다. 아직 단단하다고 믿었던 심장의 일부분이 불고 물러져 흐트러지는, 손으로 붙잡아도 틈 사이로 미끄러져 나가버리고, 종내에는 어딘가의 수챗구멍으로 아득히 떠내려 가버리는, 그런 서글픈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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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퀼

스타 트렉 '칸 누니언 싱' X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피터 제이슨 퀼'

"당신은 어디서 왔지?" 낯선 목소리에 퀼은 고개를 돌렸다. 콧대가 자로 세운 듯 올곧고 희끗하며 길다란 눈매를 지닌 남자였다. 퀼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의 시선을 마주한 채 중얼거렸다. "그쪽은 누군데?"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숨기는 게 있는 듯한 기묘한 웃음이었다. 퀼은 뒤로 조금씩 물러서며 어깨를 으쓱였다. 주변은 생물체 하나 없는 외곽지역이었다. 경계심을 돋우며 그의 미소에 대응하듯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난 지구에서 왔지, 그거 하나는 확실해.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오. 지구인……." 남자는 부러 입을 빠르게 놀리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퀼을 향해 이를 내보였다. 말려있던 입매가 좀 더 뒤틀리며 묘한 얼굴이 되었다. 퀼은 남자의 허여멀건한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걸 보며 주춤거렸다. 남자는 허리춤의 총에 손을 댄 뒤 말했다. "아닐걸." 남자의 손이 빠르게 총을 거두었다. 당황한 퀼이 마스크를 꺼내기도 전에 총성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가슴에 와닿은 따끔거림은 묵직한 총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퀼은 자신의 가슴팍에 박힌 마취침을 내려다보았다. 눈 앞이 흐릿해지며 땅이 기울었다. 퀼은 비틀거리면서도 남자를 눈으로 좇으려 노력하다 까무룩 기절했다. 기절��는 순간에도 남자는 웃고 있었다. 남자는 경련하는 입 주변을 문지르며 퀼을 잡아들었다. 찌든 땀냄새가 났다. 방랑자인 그의 신분으로는 옷을 갈아입기가 힘들었을 터였다. 남자는 퀼이 우주를 얼마나 떠돌았을까를 홀로 가늠했다.

* *

퀼은 미적지근한 표정을 짓고 벽에 등을 기댔다. 뒤로 묶인 소매가 불편한 듯 팔을 몇 번 움직이다 이내 행동을 포기했다. 남자는 약을 넣은 주사기 끝을 손가락으로 몇 번 튕겨냈다. 정체모를 액이 방울져 맺혔다. 남자가 다리를 내놓으라는 듯 손짓을 몇 번 하자 번거롭다는 듯 뭉그적대며 왼쪽 다리를 뻗었다. 바짓단을 접어 올리자 반점처럼 남은 온갖 멍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잠시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쓰다 곧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웃었다. 그런 남자의 태도에 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얇은 침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 "또." "또 왔지." 침이 퀼의 다리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봉긋하게 부풀어오르는 그의 핏방울을 손 끝으로 훔쳤다. 퀼은 남자가 바짓단을 펼쳐주는 걸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때 하나 타지 않은 하얀 천장에는 하얀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팬이 반 바퀴를 돌아갈 때마다 까딱이던 발 끝이 조금씩 느려졌다. 몸 속을 온통 물로 채운 듯 움직임이 는적거렸다. 뇌가 물컹해지듯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 퀼은 팬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어지러워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아직도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남자의 미소가 신경쓰여서인지 멍한 와중에도 인상을 풀지 않던 퀼이 중얼거렸다. "며칠 지난 거야?" "일주일." "이제 보내줘." 퀼의 새는 발음에 남자가 소리내 웃었다. 퀼은 기분이 나빴지만 더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여력도 없어 멀건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빈 주사기를 수거해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도 목소리가 나오나?" 무슨 뜻이냐며 반박하려는 퀼의 목소리가 목구멍 중간에서 틀어막혀 나오질 않았다. 몇 번씩 목소리를 내려던 퀼은 점점 느려지는 뇌에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직한 탄식을 내뱉었다. 남자는 방을 울리는 공허한 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젠 말할 수가 없을 거야. 몸에 말할 힘조차 안 날 거거든." "……." "그렇게 생각할 힘도, 눈을 뜰 힘도, 음식을 소화시킬 힘도 없어질 테지." 남자의 말은 인식체계를 느리게 거쳐 퀼에게 한 박자 느리게 와닿았다. 느즈막하게 몰려오는 위기감에 퀼은 소름이 돋았으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깨를 겨우 들썩거리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왜? 힘겹게 모였다 떨어지는 입술을 보면서 남자는 퀼에게로 다가섰다. "네 반쪽짜리 유전자는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아. 연구대상이야." 남자는 손가락으로 퀼의 턱을 툭툭 쳤다. 퀼은 반응이 없었다. "실험체로 적합하다 판단되었어." 퀼의 힘풀린 동공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손을 뻗어 퀼의 눈을 감겨주었다. 남자에게 있어 반항과 모험심으로 반짝이던 눈이 시들어버린 것을 보는 것은 분명 흥미롭기는 하였으나 시체마냥 죽어버린 눈을 마주하고 있기에는 기분이 마뜩찮았다. 묶인 몸 위로 남자의 그늘이 짙게 졌다. 잠든 것인지 여전히 깨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퀼을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늘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남자는 혀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말했다. "칸……. 칸." 흰 방에 칸의 목소리가 부딪혔다. 퀼의 눈가가 가늘게 경련하다 이내 잠잠해졌다. "앞으로 피터 제이슨 퀼은 칸 누니엔 싱이 소유한다. 실험자의 권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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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War & Peace

Is war as old as gravity? If I love peace do I have to love trees? Are there animals that like peace and animals that like war? Is peace quiet? Is making war an instinct we inherited from our hunting or farming ancestors? Were farmers the first warriors? Do we love without thinking? Do we do the right thing without thinking? When children fight with their brothers and sisters are they learning how to make war? How do we test the limit of our bodies without war? Why do they compare war to a man and peace to a woman? Peace is unpredictable. Why is war so exciting? War is the best game and the worst life. Is peace the hardest work? Is peace a time of tension? What are the different kinds of victory, in a war, in a race? Is despair a solution? Why is it dangerous to say "never fo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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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ies and gentlemen, and by ladies I mean fangirls, I give you the ultimate Evan Peters gif set with EVERY tv production he has starred in…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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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피터 [달의 몰락]

제 1악장. 달의 몰락 *이클립스

그는 신기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럴 것이다. 피터는 눈을 감았다.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눈을 뜨면 항상 세계가 반복되어간다. 똑같은 짜임에 움직이는 인형극에 참여한 하나의 바보가 어제, 드디어 줄을 끊은 듯 보였다. 어쩌면 끊은 것이 아니고 더 단단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터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축축한 찬 물기가 남은 바닥이 머릿속까지 얼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지러운 머릿속에서는 어린아이 열댓명이 동시에 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실감했다. 멍하니 뜨인 눈은 환한 빛을 다 받아들이지 못해 느리게 끔뻑거리기를 반복했다. 한참 있어서야 그 빛에 적응이 된 동공은 옅게 수축하고 이완하기를 반복했ㄷ-. 허억, 하는 짧은 신음이 입 안에서 튀어나왔다. 해리.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기억도 나지 않는데 대뜸 들이대는 것에 인상을 찌푸린채로 몸을 뒤로 빼 반쯤 일어서선 쳐다보니 마냥 웃고만 있다. 재수 없기는. 마음속으로는 침을 퉤퉤 뱉었지만 꾹 참고서는 어디냐 묻지않고 그저 주위만 휘둘러보았다. 딱 봐도 깔끔하고 넓은 디자인과, 멋들어지게 배치된 가구들이 어서 봐 달라는 듯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살면서 이런 집은 그저 뉴스나 텔레비전에서나 볼 줄 알았는데. 허, 하며 팔을 누워있던 곳에 가져다대니 손이 안으로 쏙 빠져버리는 게 아마 물침대인 듯 했나보다. 주변을 다 둘러본 뒤에 앞에 앉아있는 해리를 바라보니 피터의 반응에 공연스레 뿌듯한 듯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있었다. 이거, 당신 집이에요? 하니 배시시 웃는것이 맞는가 보다 하고 어림짐작을 했다. 신이나서는 가구 하나하나 어디서 구입하고, 가격대는 얼마이다하고 말을 듣는 순간 피터는 말 그대로 놀라 눈이 빠져나올 뻔 했다. 손가락을 들어, 일, 십, 백, 천, 만… 피터는 수 세기를 그만두었다.

“실례일수도 있겠지만 물어봐야겠어요. ..당신 부자예요?”/”아. 어제 말을 주의 깊게 들었어야죠. 나는 ‘오스본’이에요. ‘오-스-본.’”

피터는 자신이 들은 것을 의심했다. 해리 오스본. 오스본. 오스코프의 그, ‘오스본’이 어째서 그런 누추한 공원에서, 그런 싸구려 캔맥주와, 그저 일반인일 뿐인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일까? 왜 나지? 그리고, 왜 천체망원경 따위를 조립을 하는 법을 알았을까? 피터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클립스]개기월식(total lunar eclipse): 월식에서 달이 완전히 지구의 본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 이때 지구대기를 통과한 빛 중 붉은 빛만 굴절되어 달에 도달하게 되고, 이 빛이 다시 반사되어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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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to westmete or like thi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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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Garfield being ador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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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reading Mysterious Skin.

His body language makes me wanna finally learn how to make gif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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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ter  \ˈban-tər\

noun

an exchange of light, playful, teasing remarks; good-natured raillery

verb

to talk or exchange remarks in a good-humoured teasing m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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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Gordon-Levitt - Inception Interview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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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피터 taboo

그 방의 벽에는 언제나 먼지가 눌어붙어 있었고, 불쾌한 습기 냄새가 났다. 손 뻗는 곳마다 거미줄이 달라붙기 일수였고 거미줄을 만진 손에서는 메스꺼운 신내가 났다. 몇 번이나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방에 들어선 해리는 덜그럭거리는 문고리를 고쳐 쥐며 문을 잠그었다. 습기 탓에 끈적한 문고리에서 손을 떼어낸 해리가 손바닥 냄새를 맡았다. 오래된 녹냄새가 났다. 칙칙한 문을 바라보던 해리는 몸을 돌렸다. 열려 있어도 햇빛이 쏟아지지 않는 창문 옆에 침대가 있었다. 다림질을 하지 않아 심하게 구겨진 이불에는 좀쓴 자국이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띄는 자국이었다. 품어놓은 성경을 꺼내 해리가 조심스레 침대로 걸어갔다. 몇 발짝을 두고 서자 무언가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성경의 커버를 만지작거리며 해리가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것은 구겨지는 소리가 아니라 거미가 실을 뽑는 소리였다. 거미줄이 그의 온 몸을 칭칭 휘감는 상상을 하며 해리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피트. 이불��� 움직였다. 피터 파커. 움직이는가 싶던 이불이 잠잠해졌다. 해리는 덜컥 솟아오른 겁을 속으로 애써 누르며 이불로 손을 뻗었다.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냈다. 목덜미가 희끗한 남자애가 잠들어 있었다. 피터였다. 거미들이 피터의 어깨와 목덜미 위에 올라타 살결따라 거미줄을 뽑아내고 있었다. 거미줄로 천천히 덮여가는 피터는 시체같았다. 뒷목으로 기어가던 거미가 맺혀있던 땀방울에 미끄러져 매트로 떨어졌다. 해리는 피터의 짧은 뒷머리가 땀때문에 목덜미에 가닥가닥 달라붙은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트. 해리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피터가 눈을 떴다. 몸을 기어오르던 거미들이 도망치듯 이불 속으로 숨었다. 피터는 천천히 몸을 틀어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오스본 신부님.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경의 중간을 펼치고 손으로 페이지를 더듬으며 해리는 사도신경을 읊조렸다.

나는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사죄와 육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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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 상처 알티 해시태그

피터를 만신창이로!

피터는 몇 번정도 울컥거리며 다문 입 사이로 피를 흘렸다. 벽을 더듬어 걷는 걸음은 이리저리 흔들려 위태로워보였다. 피 묻은 신발바닥은 일정하지 못한 자국을 남겨갔다. 얼핏 보면 춤을 춘 것같은 어지러운 자국들이었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코너가 나타났다. 피터는 좁은 골목으로 몸을 들여 쓰레기가 놓여진 귀퉁이에 토악질을 했다. 붉게 뭉친 피와 담즙이 바닥을 잡아먹었다. 음식물 쓰레기 위에서 천천히 흐르는 멀건 토사물을 내려다보며 피터가 역겨운 듯 장난스런 표정을 짓다가 웃었다. 아주 잠시였다. 화상을 입은 팔뚝 안쪽과 어깨가 떨려 버티고 서있을 수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높은 두 개의 벽돌담 사이로 좁은 밤하늘이 보였다. 융단에 흩뿌린 슈가파우더같은 별들이 반짝였다. 예쁘다. 피터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피식거리며 솟아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비틀리는 입꼬리는 상처가 짓물러 따갑고 물이 나왔다. 피터는 웃는 걸 멈추고 진물이 배긴 왼쪽 입매를 내리눌렀다. 그러다 방울진 눈물 탓에 손을 올려 눈도 닦았다. 코피가 흘렀다. 피터는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 걸 느끼고서는 그냥 손을 내려놓았다. 거센 호흡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런 거 못 씁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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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태현

1.

  그때 우리는 참 아름다웠다.

그때는 몰랐으나, 왜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을까. 이제는 다시 돌아가려 해도 그 시간은 지상의 어느 곳에도 없다. 없다. 그렇지? 그렇지?

  배수아, 그 사람의 첫사랑 中

        2.

  천천히 태현을 훑어보았다. 걸친 카키색 가디건이 희끗한 바지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리어 손잡이를 매만지던 태현이 수줍게 웃었다.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리는 걸 보며 나도 기분좋게 웃었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붉은 빛을 등진 채 서있는 ���현은 손을 뻗어 내 앞머리를 만져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태현을 보다가 소리를 내서 웃었다. 내 웃음소리에 멍한 표정을 짓던 태현이 곧 따라 웃었다. 우리는 역전에 서서 한참을 웃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갔다. 아무래도 좋았다. 웃다보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보았다. 오렌지색에서 남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이었다.

  "너랑 지내는 거 좋았어."

  태현이 그리 말하며 캐리어의 손잡이를 쑥 뽑아들었다. 눈을 내리깔고 웃는 모습을 멀건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희미한 석양빛을 받아 포슬거리는 속눈썹을 딱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쯤 해두는 게 좋겠지."

  고개를 든 태현이 손을 뻗어 내 눈두덩이를 만졌다. 어쩌면 울음을 참느라 눈 주변이 붉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은 채 태현의 손길을 느끼며 맥없이 웃었다. 태현의 손가락은 차가운데 반해 내 눈은 너무 뜨거웠다. 이 감각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이었다. 끼쳐오던 차가운 감각이 사라졌다. 목 아래로 올라오는 울음소리를 집어삼키느라 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태현이 말했다.

  "잘 있어."

  눈을 퍼뜩 떴다. 내 앞에는 태현이 보이지 않았다. 옆으로 돌아보면 역 안으로 들어가는 태현의 뒷통수를 볼 수 있을 터였으나 그러지 않았다. 나는 입술을 물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한참동안 소리죽여 울었다. 우리의 이별은 이다지 차갑지도 않았고 뜨겁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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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아서

건물에서 빠져나오며 금발의 머리를 풀어헤치자 그것들은 바닥에 숱하게 떨어지며 사라졌다.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며 임스는 유유하게 에스토니아 탈린의 거리를 걸었다. 첨탑 사이를 거닐다 골목으로 몸을 돌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임스는 아서의 킥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모를 낙하의 순간을 기다리며 몸을 긴장시켰다.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임스는 무심코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발을 내딛었다가 넘어졌다. 옆으로 뒤집힌 중력이 임스의 발목을 낚아챈 것이었다. 벽돌바닥에 쓸리는 재킷을 붙잡으며 임스는 또 다른 골목에 올라탔다. 빈 캔을 뱉으며 낙하하는 쓰레기통을 내려다보며 임스는 인상을 썼다. 이것은 킥이 아니었다. 시간도 일렀을 뿐더러 의식을 불러 일으키기엔 모자른 충격이었다. 임스는 탈린 거리의 사물들이 점점 옆으로 쏠려가는 걸 보며 총구를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눈을 뜨자 임스의 몸은 안전벨트와 함께 앞으로 퉁겨나갔다. 갖은 총소리가 베이스가 되어 온갖 소음이 뒤섞여 임스의 귀를 아프게 찔렀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차 속에서 벨트에 짓눌린 배를 문지르던 임스는 파열음을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어 올렸다. 차창이 파문처럼 거대한 동그라미를 그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총알을 버티지 못한 차창이 마침내 반쯤 으스러졌다. 임스가 당혹감에 윽박을 지르려 하기 전에 아서가 핸들을 세게 틀었다. 차가 좁은 골목으로 파고들었다. 차의 양 옆이 시멘트 벽에 갈려 마찰과 함께 거친 소리를 냈다. 임스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아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임스는 보조거울에 비친 아서의 표정을 응시했다. 보기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방황하는 아서의 시선을 보며 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을 빠져나온 차는 너덜거리는 양쪽 문을 달고 느리게 도로를 달렸다. 임스가 아서에게 물었다. "해명해, 아서." 아서는 입술을 옴싹달싹할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말하면 나중에 널 때리지는 않을게." 한참 뒤에 아서가 핸들에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나는, 나는…… 당신을 발견했어." "뭐?" "당신을……." 아서가 말을 끝내��� 전에 차가 한 번 더 무언가에 부딪혔다. 아서와 임스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앞좌석에 머리를 박은 임스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서는 눈을 크게 뜬 채 핸들을 부여잡고 있었다. 임스가 조심스럽게 시선을 옮겼다. 아서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리자 차 썬팅에 달라붙은 유리파편 틈새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앞으로 고개를 내빼 사람을 살피다 임스는 입을 벌렸다. 차 앞에는 또 다른 임스가 총을 든 채 서있었다. 또 다른 임스는 쥐고 있는 샷건에 새로운 총알을 장전한 뒤 아서에게 겨누었다. 다발의 총알이 아서의 이마를 꿰뚫었고 곧 임스의 목덜미와 심장을 지나쳤다.

눈을 뜬 임스가 토템을 만지작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쓰러진 채 아직 잠에 빠진 여성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돌렸다. 반대편 침대에서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입술을 물어뜯는 아서가 있었다. 여자를 구두 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임스가 말했다.

"임무는 이미 수행했으니 상관 없어. 어서 나가지."

그러나 여전히 침대에 붙박힌 듯 앉아있는 아서를 보며 임스가 중얼거렸다.

"대단한 잠재의식이던데, 그래."

문을 밀어내자 한기가 몰아닥쳤다. 옅게 풍기는 향수냄새를 맡으며 임스는 아서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코브 옆에 서서 입술을 굳게 물고 있던 몇달 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류의 표정이었다. 반에서 재수없는 여자애를 괴롭힌 것같은 통쾌함을 느끼며 임스가 끌끌 웃었다. 임스의 웃음에 아서가 미간을 구기고 눈빛에 날을 세웠다. 어깨를 으쓱이며 임스가 말했다.

"자네는 그러다가는 포인트맨으로도 실격이야."

"……."

"우선 우리, 오늘 밤에 심도 깊은 상담을 해보지."

임스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하자 아서가 부러 큰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챙겨온 가방을 들고 빠르게 임스 앞을 앞지르는 아서를 보며 임스가 덧붙였다.

"상담 이후에는 나의 빡센 훈련이 있을 거야."

"허."

"기대되지?"

임스의 말에 아서가 고개를 돌려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울상인 것 같기도 했고 화를 내는 것도 같았다. 임스의 눈에는 부끄럼을 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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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기, 살아있는 연대기, 중립자.

모든 존재들이 시간을 함유하게 됨으로서 제멋대로 흘러가던 세계는 그 시간을 중추로 하여 생명들을 길러내고 보살폈고 생명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났다.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 둘은 지상으로 파견되어 세계의 시간을 관장하였다. 세계는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흘러갔으며, 시간이 고차원화됨에 따라 역사라는 개념이 생겼다. 시간이라는 물방울들이 모여들어 역사라는 거대한 강을 만들자 이 강의 흐름을 기록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강의 방향을 인도할 따름이던 둘이 아닌 다른 존재여야 했다. 신은 강지기를 만들어, 그에게 역사의 처음과 끝을 영원히 함께 할 소명을 부과하였다.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살아있는 연대기, 에프라임 젠킨스였다.

[olgatime]

크리한스 사소하나 사소하지 않은

그는 아침해가 뜨기 전에 일어났다. 지난 몇 년간 해온 것처럼 머리를 감고 옷을 입은 뒤 스벤에게 가 당근을 주었다. 스벤이 반쯤 베어문 당근을 씹어먹으며 하늘에 느리게 뜨는 해를 보는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안나로부터 받은 썰매에 올라타 아렌델에서 내려와 숲 속 호수로 달려갔다. 이전보다 덜해진 추위였다. 입을 가린 마스크에 갑갑함을 느껴 마스크를 벗자 찬 공기가 입 안으로 쏟아졌다. 상쾌했다. 폐포 하나하나가 생경하게 기지개를 피는 기분이었다. 산 아래로 내려가다 호수를 발견해 그리로 스벤을 이끌었다. 차갑고 투명하게 얼어붙어 있어야할 호수가 어째 허전했다. 크리스토프는 생전 하지도 않던 채찍질을 스벤에게 구태여 해가며 ㅡ 아주 약했지만 ㅡ 호수로 단번에 내려갔다. 호수는 깊이가 푹 꺼져 있었고 옆에는 얼음덩어리가 반듯하게 쌓여있었다. 채찍이 거치고 간 스벤의 등가죽을 쓸어주며 크리스토프가 썰매에서 내렸다. 높게 쌓인 얼음덩어리가 붉은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크리스토프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토프가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등을 보인 채였다. 언제 오나 기다렸어요. 참, 이 곳은 몇 번을 와도 춥군. 뭐야. 크리스토프가 날선 목소리로 받아치자 남자가 느리게 움직이며 고개를 그에게로 돌렸다. 크리스토프의 눈살이 비틀렸다. 붉은 머리가 바람에 좀 엉키고 옷차림이 추레해지긴 했어도 그 남자는 한스 서던이었다. 고개를 돌리며 머금은 미소가 크리스토프에게 더욱 강한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이거 내가 가신들에게 시켰어요.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문가의 솜씨를 따라갈 순 없네요. 너 나랑 장난쳐? 무슨 심보야? 약속 지키러 온건데? 그게 다예요. 지금은 안나나 엘사에게 눈곱만한 미련도 없어요. 멍청한 년들. 마지막에 낮게 뇌까린 욕을 들은 크리스토프가 주먹을 그러쥐었다. 자신의 옆에 높게 서있던 얼음을 발로 걷어찼다. 높게 쌓여있던 얼음들이 휘청거리다 쏟아졌다. 햇빛을 받아 붉던 얼음덩어리들이 딱딱한 땅바닥으로 돌진했다. 여러 개의 조각들로 분해된 얼음들이 햇빛을 여전히 머금은 채 반짝거렸다. 한스는 멀리서 그걸 흘끗거리다 다시 크리스토프를 쳐다보았다. 네가 누구랑 약속을 했는진 몰라도 다신 내 앞에 알짱거리지 않는게 좋을걸. 어차피 마지막 외출이라 오고 싶어도 못 와요. 그나저나 그 약속이란 거요. 뭐. 당신이랑 한 건 알아요? 허? 이럴수가. 설마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죠? 당신때문에 힘겹게 허락받은 외출인데. 기억을 몇 번 더듬어도 떠오르는 것이 하나 없었다. 골똘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다시 인상을 쓰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한스가 인상을 썼다. 매고 있던 망토를 겹쳐 쥐며 한스가 말했다. 이래뵈도 우리 사이는 꽤 돈독한 줄 알았는데. 무슨 헛소리야? 이해 되게 설명해. 우리가 어릴 적에 얼마나 친했는데. 한스가 섭섭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토프는 다시 기억을 더듬으며 땅에 흩뿌려진 얼음조각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란 트롤들과 함께한 시간 뿐이었다. 한 번 머리를 다쳐 치료받았던 기억이 제일 또렷한 기억이었다. 문득 그 기억을 떠올리고 보니 꼭 친구가 트롤 뿐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던 듯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끄집어지는 기억에 머리가 아플 무렵이었다. 한스가 입을 뗐다. 여전히 기억 못 하는 모양이네요. 내가 안나를 꼬드긴 것도 따지고보면 당신 탓인데. 뭐 상관없죠. ... 약속이라는 게 뭔데. 크리스토프의 말을 듣고 한스가 가만히 웃으며 말했다. 서던 왕실 전용 얼음 공급원이 되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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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옛날에 쓴 크리한스. 한스는 예뻐요. 예쁜 썅년....

[olgatime]

크리한스

크리스토프는 멀찍이서 양 손이 묶인 채 감옥으로 끌려가는 한스를 바라보았다. 고즈넉하게 비쳐오는 노을 가운데 한스는 끊임없이 버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감옥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내팽개쳐진 한스가 벽에 머리를 찧었다.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단말마처럼 짧게 울려퍼졌다. 여전히 비쳐오는 붉은 햇빛이 감옥 안쪽으로 기어들아가 한스의 부츠 끝을 비추었다. 멀리 서있는 크리스토프에게도 똑똑히 빛났다. 뒷머리를 붙잡고 한참 늘어져있던 한스가 몸을 추스렸다. 부츠가 빛의 영역에서 사라졌다. 그림자 안으로 들어간 부츠를 쳐다보다 슬슬 고개를 들었다. 한스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 전 안나에게 얼굴을 맞기 직전의 표정과 같았다. 가만히 크리스토프를 쳐다보던 한스가 입을 뻐끔거렸다. 크리스토프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 입모양에 주목했다. 가느다란 입술이 조악스럽게 움직였다. 뭘 봐, 멍청한 얼음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