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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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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우리엄마 2015-05-24
최근에 잘 빠진 기계 하나를 샀다. 제발 자신을 내버려달라는 사춘기 아이인 꼬장쟁이 중고폰에 지쳐 연락 외에 쓸 용도로 넥서스 7 2세대―이 때 아니면 언제 자랑하랴.― 태블릿을 하나 장만했다.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정체되었던 내게 5.1 롤리팝은 신세계와도 같고, 빠른 처리속도 덕분에 하루 종일 부여잡고 ‘첨단기기 만세~ 태블릿 만세~’ 상태로 있었다. 사실 내 기계를 소개하기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들의 편의성과 화려함 속에서 우리는 더욱 빛나지만 그들은 점점 도태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누구냐고?
여자친구와 약속장소로 향하던 중 시끄러운 강아지를 껴안고 휴대폰과 씨름을 하고 있는 아줌마 아니 우리 엄마 또래 혹은 이모였다. 두 분 다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여 조그만 전자기기 하나에 속을 큼지막하게 썩히고 계셨다. 오죽 답답했으면 지나가는 젊은이(우리)를 붙잡고 아들·딸뻘인 우리에게 공손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셨을까.
첫 번째 이모는 전화를 걸 수 없고 왜 자꾸 긴급전화만 할 수 있냐고 울상을 짓고 계셨다. USIM칩의 문제로 5초 만에 뚝딱 고쳐드리자 5일 동안 받을 감사를 한 번에 다 받았다. 두 번째 이모는 잠금 설정 소리와 앱 설치를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사연이 짠하였다. 단지 사소한 기기 이상으로 인해 휴대폰을 아예 초기화(공장 초기화) 시켜버린 것이다. 사전 지식도 없이 다짜고짜 수리를 위해 이모가 그 카메라로 찍어왔던 수많은 추억과 순간들은 버튼 한 번으로 공중분해 되었다. 갤러리에 대략 2400장 정도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울분이 터졌을까, 마치 자신의 추억이 담긴 앨범들을 싸그리 불태운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설치해달라는 앱은 강아지와 함께 자신의 심심함을 달래줄, 단지 맞고 게임 하나였다.
“확실히 젊은이들이 만져야 잘해.”
너털거리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시는 모습 속에서 저 말은 왠지 자조적인 색이 짙게 묻혀 있었다. 잘 지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얼마 만에 해 본 자발적 봉사였는지 기억을 상기시켜 보았다. 당연히 머릿속에는 없었다. 그리고 걷는 내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만졌던 엄마가 생각났다. 기초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들은 다 알려줬지만 그래도 오류에는 취약한 우리 엄마. 섣불리 무언가를 만지면 사고를 칠까봐 두려워하는 우리 엄마. 그래도 누구보다 저가형 폰으로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 우리 엄마. 6월에 집에 내려가면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백업해드려야겠다. 지난 추억이 의도치 않은 도움의 실수로 인해 날아가지 않도록.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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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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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感) 2015-05-19
흐리멍덩한 하늘 아래 여우비인줄 알았던 요놈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잠비로 바뀌었다. 한 여름, 외출도 작업도 못하게 만드는 이 비는 돌연히 계절 속에서 느낄 짧은 시원함이자 휴식을 취할 충분한 변명거리였다. 식욕은 중요치 않다. 지금 필요한건 쉬어야한다는 것이었기에 얼른 식욕을 충족시켜줄 오뚜기 메밀비빔면 두 봉다리를 사고 빗속을 여유롭게 걸었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감(感)을 생각했다. 아침 수업을 위해 부랴부랴 일과를 준비했었던 나는 ‘부랴부랴’와 달리 어느 정도 여유시간을 만들어냈다. 그 짧은 5분은 결코 작지 않은 평화를 주었고 애정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순간이었다. 싸구려 구두끈을 묶고 햇살을 맞으며 모퉁이를 돈 순간.
‘아 맞다’ 내 별명을 입으로 되뇌었다. 이런 괜찮은 시작에 걸맞게 헤드폰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샤워하는 내내, 머리와 얼굴을 단장하는 내내, 잠시 여유를 가진 그 시간동안에도 등굣길에 음악을 들으면서 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바보짓을 한 것이다. ‘정말 조기치매가 다가온 것일까?’, ‘하아, 나란 새끼 답이 없다.'라는 자조와 반성을 짬뽕시키며, 학교 라디오에서 나오는 <DJ DOC - Run To You>는 오늘따라 괴악스러운 괴음악으로 들렸었다. 지금도 참 좋아한 데 말이야.
오늘은 화요일이다. 선명한 9시부터 마무리 조명을 준비하는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나에게 일절 쉬는 시간을 허용치 않는 고등학생 빙의의 날이다. 오전 수업 후 싸구려 도시락을 입에 물고, 애인과 차가운 음료수 두 캔을 사들고 벤치에 앉아 잠시 여유로움을 함께 머금었다. 작년 겨울 이후 오지 않았던 이 자리는 조금 더 낡아졌고, 위치도 바뀌고, 불개미도 좁쌀마냥 보였었다. 그래도 강의실 안 창밖너머보다 좀 더 살결이 맞닿을 수 있는 이 자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위에서 운동장을 중심으로 쫙 펼쳐진 학교를 볼 수 있다. 추억은 이 자리를 중심으로 우리의 사진을 하나씩 꺼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우리는 서로의 감을 직접과 간접의 경계선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애정은 지나가는 길에 보았던 수목처럼 늘 오고갈 때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따 봐! 응~ 안녕~”
이후 굳이 오후수업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니 이미 이야기의 궤도를 벗어나 당신은 읽다가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1181자인데…. 이런 재미없는 글을 어느 누가 읽으랴.
다시 나는 비를 맞는 청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실 오전에 헤드폰을 챙겨오지 않은 것은 무의식에 잠재된 직감이 아니었을까. 맑은 햇살 속 헤드폰을 가져오지 못한 것보다 더 짜증나는 것은 빗물이 헤드폰에 스며들까봐 하는 두려움이다. 나는 불현듯이 그것을 알았던 게 아닐까. 오후 수업 내내 읽고 있는 단편 소설내용의 기승전결을 보지 않고도 알아내는 것처럼 나도 나이라는 것을 먹는 것일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생기는 게 뭔지 알아? 감이야, 감.』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 문장과 문장이 담긴 내용을 다시 곰씹으며,
‘와,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라는 감탄 속에서―우습게도 나이를 먹는다는 스스로의 생각을 적으니 건망증과 치매도 나이와 함께 찾아옴이 생각났다.―현관문을 여니 진한 어묵향이 코끝과 마음 한 구석을 강하게 찔렀다.
“일찍 왔네? 이런 데리러가려 했더니…. 오늘은 밥을 일찍 했지요~”
일단 원 아웃, 비가 와서 장을 안 볼 줄 알았는데 보고 왔다.
그리고 투 아웃, 라면이 아닌 든든한 밥을 챙겨먹게 되었다.
“오늘 점심을 일찍 먹어서 배고플 줄 알고 미리 해놓았어~”
너의 감도 아웃, 삼진 아웃, 오늘 내 식욕은 그렇게 중요치 않다.
이 묘한 느낌 속에서 밥과 반찬 향은 없었던 식욕도 다시 생겨나게 만들었다. 밥을 다 먹으니 잠비는 그치고 살랑살랑한 바람은 반지하의 여름 옷을 잠시 벗게 해줬다.
체리까지 다 먹은 후 체인지!
날아오는 공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구별하는 감을 다시 되찾기 위해 지금은 좀 쉬자. 부둥켜안은 채 우린 잠들어버렸다.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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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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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짚동가리쌩주 생막걸리 (빈곤형 막걸리, 입문용)
: 백미(60%), 소맥분(40%), 아스파탐(페닐알라닌 함유)
♠ 청와대 만찬주에 대한 모욕, 부드러움과 부족함은 다른 것이다.
강원대 후문, 대학로에서 어슬렁어슬렁 술거리를 거닐다가 '짚동가리쌩주'라는 식당에 들어가 발견한 막걸리다. 메뉴판 내에 쓰인 문구가 깨알같이 웃겼었는데 그 내용이 '청와대 만찬주로 쓰인 대강막걸리의 재탄생'이었다. 바로 충북 제천 대강 양조장에서 나오는 대강소백산 생막걸리, 전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마신 대강막걸리를 따온 것이다.―나는 아직 대강막걸리를 마셔보지 않았다.―1918년에 탄생한 대부 앞에서 2006년에 갓 태어난 꼬맹이가 대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호기심 승천, 간단히 소주 한 잔 걸치려 했다가 짚동가리쌩주 생막걸리를 시켰다.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는데 가게 안에서 판다면 그래도 2,000원 정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4,000원이나 요구하다니……. 그렇게 궁시렁궁시렁 거리다 술이 나타났다.
우선 정말 놀라웠던 것은 잔에 술을 부어 코를 대보았으나 전혀 막걸리 향이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늦게까지 싸돌아다니다 코라도 막힌 줄 알았건만 아무리 킁킁거려도 냄새의 ㄴ도 느낄 수 없었다. 첫 맛을 삼켰을 때 탄산(신맛)과 미묘한 쓴맛만 느껴질 뿐 그 이후 단맛마저도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 목넘김은 살짝 묵직하였는데 이는 술의 농밀함을 살리고자 최선이 아닌 발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심심한 막걸리였고, 내 아가씨는 노잼맛, 재미없는 맛이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재밌게도 홍보 문구에 쓰인 대강막걸리도 백미(60%), 소맥분(40%) 비율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막걸리인데 짚쌩 생막걸리 또한 이 비율을 따라하여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 베이스가 같을지언정 제조 과정과 첨가물의 차이에 따라 명주냐, '이걸 마시려니 내 코에 누룩을 찧어 발효시켜 만든 술을 마시겠다.' 수준의 술이냐로 갈리는 것이다.―내가 비록 대강막걸리를 마시지는 않았지만 시음 후 짚쌩 막걸리와 유사한 맛을 느낀다면 바로 사과문을 올리고 짚쌩 막걸리 한 박스를 사겠다.― 즉 문구에 쓰인 단어 '재탄생'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그냥 '모방', '따라함' 이 정도 수준이다. 그래도 식당에서 나오는 안주들과 먹기에는 나쁘지 않았고, 술자리에서 이야기할 즉석 소재거리가 되어준 것만은 좋은 점이었다. 비록 까임대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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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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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배혜정도가 생막걸리 (균형적 막걸리, 입문용)
: 쌀(국내산), 정제수, 물엿, 아스파탐, 구연산(산도조절제), 효모, 국, 젖산
♠ 의도적으로 줄인 묵직함, 막걸리 입문자들에게 다가가다.
서울권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한 막걸리로 성분 표기를 보면 다른 막걸리와는 다르게 구연산, 젖산이 들어가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구연산은 주로 비타민이 많은 과일에 함유되어 있는데 막걸리에서는 PH5 정도로 산도를 맞출 겸 첫 맛에 상큼함을 주기 위해 넣은 것으로 된다. 하지만 무난한 신맛과 쓴맛을 가진 채 알코올의 농도가 적어 그야말로 향과 단맛,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승부수를 걸은 것으로 보인다.
생산 과정 중 특이점으로 ‘쌀을 찌지않고 생쌀을 파쇄하여 빚는 술 제조법’ 즉 배혜정도가만의 생쌀 발효제법에 대해 적혀있다. 배혜정씨는 영양성분의 손실을 최대한 막아주며, 젖산 함유와 함께 영양적 요소를 어필하고 있지만, 막걸리를 마시는 애주가의 입장에서는 다른 이면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기본적으로 배혜정도가의 생막걸리는 술의 식감(?)이 적으며―밍밍함을 의미한다.―그것을 감추기 위한 첨가물은 막걸리에서 제일 중요한 단맛, 쓴맛, 신맛(탄산 포함), 향, 농도가 아닌 이미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버린 감칠맛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회사에서 나온 술 『송산포도 생막걸리』와 같이 뚜껑을 열었을 때 코 끝을 살랑살랑 기분 좋게 하는 향, 목넘김의 부드러움은 입문자들에게 추천해줄만한 막걸리로 꼽을 수 있다. 더워지는 여름날, 양념이 적은 밑반찬과 따뜻한 밥공기와 함께 반주로 마시기 딱 좋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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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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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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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소양강댐 주차장 벚꽃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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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nture Time S04E10 Goli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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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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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똥 2015-04-19
♤ "엉덩이는 배신치 않는다." 글을 쓰는 핫가이 허지웅은 말했다. 옳은 말이다. 나 역시 미루고 미룬 보고서와 마감기한이 ��는 글들을 제출 3시간 전에 엉덩이를 붙이면 정말 원하는 분량까지 글자가 최고급 샤워기마냥 콸콸콸 써졌으니까. 그런데 요즘 나는 뭔가 이상하다. 엉덩이는 목석같은 마음으로 나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는데 이 망할 머리가 갑자기 돌변했다.
간단히 말하면 입력은 되는데 출력에서 계속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동시에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장 큰 첫 번째 가능성은 창작자에서 점점 멀어지는 생활습관이다. 난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고프거나 쓰고픈 욕구를 품지 않았다. 그런 것 없이 난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내기 때문이다. 바쁜 학교생활과―법학 복수전공에 21학점을 들으며 동아리 활동중! 이라고 말하면 변명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대학생 사이에서 물어봐라―하루하루 무조건적 지출 요인과 내 통장 잔고 생각만 해도 골머리를 앓는데 창작의 고통까지 가미하다니. 이건 흡사 안 그래도 독한 술에 바카디를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신은 여기서 날 욕할 근거를 찾았을 것이다. "하! 창작을 이미 고통이라고만 생각하는 것부터 글러먹은거네?" 아니다. 만드는 과정 속에서 물론 희열과 기쁨도 중첩될 수 있지만 그래도 고통은 존재한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300km/h속도를 유지하며 창작의 길을 달리지 않는다. 나 역시 서론에서 말한 출력의 오류 속에서도 계속 결과물인 문장을 토해내면서 기쁨과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어쩌면 이 고통은 또 다른 고통을 잊기 위한 작용이 될 수 있다. 영화 <와일드>를 보면 주인공 '셰릴'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바비'에게 부끄러운 사람으로 남지 않기 위해 PCT를 도전한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잇는 4285km 트래킹 코스를 걷는 이 미친 짓 속에서 그녀는 발톱이 빠지고, 물집 투성이에 낯선 괴한과 조우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고통은 자신의 피폐하고 망가진 삶으로 인해 발생한 고통들을 승화시켜주며 동시에 본연의 나를 찾는 경지에 이른다. 나 역시 괜찮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조금씩 누적된 피로와 고통들을 창작의 고통을 통해 자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것, 쓰기 위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 머리를 헤집으며 하고픈 말을 정하는 것' 나로부터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을 하나하나 고사리손으로 줍는 이 느낌. 난 요즘 그 느낌을 느낄 이유가 없거나 느끼기 위한 과정이 오지 않았으면 하기에 창작에서 멀어진 게 아닐까.
어느 순간 이야기가 궤도이탈을 넘어 그냥 다른 은하수로 건너갔다. 다시 돌아와 두 번째는 소비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소비는 주로 문화의 소비를 다룬다. 책 한 줄은 개뿔 한 글자도 읽지 못하고, 영화는커녕 간단한 단편 영상마저도 즐기지 못한 채 일상에, 관계에 그러니까 난 문화 그 자체를 향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곧바로 반납까지 이틀 남은 책을 줄줄이 읽고, 쌓아놓은 드라마나 영화에 남은 시간을 돌려준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빠져들고픈 나의 욕구와 그 속에 고통은 존재치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합쳐 난 여유 속에서 소비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읽는 것을, 보는 것을 잠시 멈춘다는 것은 너무 힘들다. 계속해서 문화와 유희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로 남고 싶다. 하지만 그건 중독자에 지나지 않다. 잠시 음미할 시간 즉, 먹었던 것을 다시 상기하여 글로 옮기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고 곧장 또 다른 문화를 삼킨다는 것은 군것질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사례로 니체 또한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홀로 사색에 잠길 때 비로소 생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이 원인, 첫 번째랑 거의 유사하다.
에휴, 세 번째, 네 번째, 천 번째까지 쓰다가 결국 결론은 내 스스로가 물러터짐으로 끝날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실베스터 형이 읽으면 스트레이트 펀치로 내 얼굴에 안면맞이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결국 난 무엇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번쯤 튀어나오는 글이 없을 때 뻘로 싸지른 내용이라고 생각해라. 그게 편하다. 제목은 편하게 ‘똥’이라고 하겠다. 아니 뻘똥이 더 좋겠군. 읽느라 고생했습니다. 다음 뻘똥은 2000일 후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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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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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Feb & After
# 아르바이트와 게임만 달린 2월이었다. 모아놓았던 돈들은 애초에 푼돈이었기에 결코 아낄 생각도 없었기에 놀아야 할 것, 놀게 될 것들에 전부 지출하였다. 저금이라는 감각이 없는 내게 지하철을 타면서 짬짬이 가계부를 쓰는 모습은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그래도 어디로 내 돈이 흘러가는 지 확인이라도 하는 게 어디인가. 장하다, 장해~ 게임은 'The Binding of Isaac : Rebirth'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한두 번만 해보려고 했더니 이 망할 강박증 어디 가만두랴, 결국 도전과제를 모두 클리어한 후 가까스로 게임에서 손을 놓을 수 있었다. 플레이 후 소감은 '더 이상 도전과제 게임에 손대지 않겠다.'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후반부로 갈수록 키보드에 샷건을 두들기고픈 순간이 건설현장근로에서 욕설을 잦게 듣는 수준이었다. 율이랑 나중에 한 집에서 살게 되면 콘솔게임을 사자고 했는데 가능한 고전 'NES 악마성 드라큘라 I'과 같이 쌈박하게 엔딩을 보는 게임을 사야겠다.
# 개강준비를 하면서 학교에서 공부할 궁리보다 역시 율이와 같이 놀 것들에 더 혈안이 되어있다. 월공강을 성공시킨 우리 둘은 벌써부터 3월에 한적한 에버랜드를 가자고 낄낄낄 좋아라 상태. 나는 법학 복수전공, 그녀는 학과 학생회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놀 계획을 짜느라 정신없다. 그 외에도 월간 사진, 요리, 칵테일. 무엇이라 말로 할 수 없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 우리 둘이 같이 놀 때에는 더 정신이 없어질 것만 같기도 하고. 놀 계획을 이야기하니 춘천 World DJ Festival(월디페) 5.15 단일권을 예매해놓았다. 하드스타일 아티스트로 Zatox와 Wildstylez가 온다는 말에 바로 율 것까지 질러놓았다. 내 음악 분야를 열심히 영업하면서 EDM 페스티벌 + 하드스타일 라이브를 보여줄 생각에 약간 불안하기도 하다. 취향에 맞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접근은 오히려 기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하드스타일 곡 중 'Year of Summer'를 들려주니 신나서 좋다는 반응에 흐뭇흐뭇. 5월까지 번 아웃할 체력을 길러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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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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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애국을 실천하고 계십니까?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 1화>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278
<나는 꼼수다>, <현대사 팟빵> 이후로 펜이 아닌 마이크를 잡은 시사in 주진우 기자와 달변가로 유명한 김제동이 만나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을 다음·카카오에서 1월 5일에 첫 방송 하였다. <애국소년단>은 과거 정치·사회관련 의도적 편향 방송을 통해 특정층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애국'이란 무엇이고 누가 애국자인지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다. 방송 시작 전에 올라온 평범치 않은 티저 영상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후원금으로 목표 금액 1억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다. 이에 대해 몇 몇 네티즌은 '나꼼수'를 뛰어 넘는 정치·사회 인터넷 방송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하였고 첫 방송 이후 다음 실시간 검색어 4위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방영된 1화의 주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이다.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두 진행자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쓰이고 있는 용어 '종북'과 그 종북세력의 실체에 대해 논의한다. 김제동은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역으로 북한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였다. 그 의견에 더해 주진우는그 세력에 대표로 국방부를 언급하였고, 김제동은 선거철에 국가안보와 북한을 들먹이는 일부 정치인들을 간접적으로 저격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계속 깊게 파고들기보다 두 진행자는 종북으로 오해 받는 사람들에 대해 변호해주는 역할에 나섰다. 둘은 북한과 관련된 경험담을 토대로 생각보다 보편적 '애국'을 실천하는 사람들 중 '종북'이라는 단어 하나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음을 말하였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반기, 국가에 대한 반기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위해 김제동은 '정부'를 5년간 대한민국 운영을 국민을 대신해서 맡기는 곳이라고 말하였다. 덧붙여서 과거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언론에 대한 문제도 언급하였다.
시험 방송으로 1화가 나온 <애국소년단>은 계속해서 진격할 수 있을까? 정치적 냉소주의가 다시 퍼지고 있는 오늘날에 정치·사회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애국소년단>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애국을 엮어 듣기에 거북함이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는 과거 <나꼼수>보다 청취자 연령대를 늘리고, 듣기 편한 방송을 추구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진우가 위험한 발언을 할 때마다 김제동의 입을 막는 제스처나 입담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마지막에 뜬금없이 나오는 연예계 소식과 그에 대해 입씨름을 하는 모습은 기존 정치·사회 매체의 무거움을 덜고, JTBC의 <썰전>과도 같이 편안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1호, 2호 애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 3호, 4호 등등 계속해서 방송 출연진을 확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진행자 각자가 주력으로 맡는 분야가 달라 다양한 게스트 섭외 가능성도 있다. 과거 <나꼼수>가 사회를 강타했던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공중파 혹은 TV, 신문에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할 것들을 인터넷에서 말했던 것이고(주진우는 이로 인해 3년 구형을 받았다) 또 하나는 바로 '재미'이다. <제동이와 진우의 애국소년단>은 이 2가지 중 '재미'는 확실하게 잡았다.
"불의에 침묵하는 일은 불의에 동조하는 일이다."를 슬로건으로 <애국소년단>들이 등장했다. 이 둘은 계속해서 이 차가운 겨울에 혹독한 돌팔매를 맞으며 오해받는 '애국자'들을 위로하고 대변하기로 하였다. 비장한 각오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계속 사람들을 웃겼으면 좋겠다. '일단 웃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나라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간접적 희열을 청자들이 느끼게 해준다면 할아버지·할머니도 하하호호하시며, 쓰담쓰담하실 <애국소년단>으로 남을 것이다. 인터넷 방송과 사회에 파급적 영향을 끼칠 '거인'이 아닌 동네에서 입소문난 동네 꼬마아이처럼 방방 뛰며 <애국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진격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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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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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Diary [검은사막, IZM, 서태지 리믹스, 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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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RPG게임 시민의식 : 굴뚝 퀘스트 줄서기]
# <검은사막> 오픈 베타 시작이라는 말에 시험 끝나자마자 피시방 뛰었다. 직업은 소서러랑 레인저에서 갈등하다가 컨트롤 부족을 생각하여 후자를 택했다. 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생각은 전체적으로 UI가 조잡하고 복잡하였다. 단축키를 모르는 상태에서 마우스를 쓰려면 Ctrl로 클릭/이동 전환을 요구하고, 스킬 커맨드와 단축키 옵션이 같이 있다는 게 상당히 웃겼다. 단순히 키보드로 플레이하기보다 게임패드로 조작을 하는 게 좋을 정도다. 퀘스트도 위치 자동 이동도 정교하지 않고,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는 다르게 퀘스트 설명은 많이 미흡하였다. 무언가를 찾거나 잡는(쿠쿠새, 건달, 소매치기 등등) 퀘스트에서 위치조차도 표시하지 않고 무작정 찾으라는 것부터 참….  불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들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면 국내산 MMORPG로는 꽤 훌륭하다. 무엇보다 사냥하는 타격감이 좋았다. 그냥 모든 시스템을 포기하고 흑정령 퀘스트와 함께 사냥만 하면 꿀잼.공헌도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되면 다시 플레이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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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ZM에서 필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지원을 했다. 최대한 웹진에서 나를 필요로 한 이유를 자기소개서에 크게 어필하였는데 과연 지방생의 한계를 넘기고 필자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무언가에 대해 평을 하는 글을 썼었는데, 이젠 나도 비평과 리뷰를 남기는 사람의 일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 이번 서태지 Remix Contest에서 300여 곡밖에 참여했다는 이야기에 의외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도 논란과 기삿거리의 중심인 ‘서태지’의 영향력이 감소한 게 원인일까? 아니면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TAK, Jake K 등등 웬만한 리믹서들의 곡들을 들어보았는데 역시 내 귀도 Johann Electric Bach의 신바람 리믹스가 최고였다. 개척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나온 크리스말로윈을 제대로 뽕짝화해서 대단히 만족감을 느꼈던 곡이었다. 생각해보니 PUMP에서 서태지 곡을 수록할 때도 Short Version도 본인이 만질 정도로 자기 곡에 집착이 강한 분이었는데…. 이렇게 리믹스 대회도 열고 원곡 소스를 주는 것을 보면 정말 대장도 많이 변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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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주에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창, 사이비를 전부 다 봤다. 나는 앞으로 그의 모든 작품들이 극장에 걸릴 때마다 개봉일에 바로 보러갈 것이다. 정말 내겐 국내 최고 존엄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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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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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LOVE, BOOK 201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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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살다 이런 대회도 나가보고 무려 3위를 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우리는 여러 번 전략을 재구성하고 역할 분배, JTBC 범죄 추리 예능인 크라임씬(Crime Scene)과 과거 대회 자료까지 보며 준비를 ��였다. 사전강의에서 한국 과학수사대원(KCSI)이 학교에 찾아와 실제 살인현장 사진―70대 할머니 성폭행 사건이었는데 시체 사진을 보았다―과 루미놀 반응, 과학수사 용품들을 보면서 감탄사 연발. 하지만 초반 추리 실수랑 범인의 흔적 중 하나인 족적(발자국)을 분명 발표 내용에 포함하였는데 막상 ppt준비 및 발표 중 빼먹어서 개망했다.―PPT를 15분 안에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원인, 급했다― 너무 아쉬운 나머지 멤버들끼리 모여서 학교 근처 술집에 쳐들어가 폭탄주를 죽어라·마셔라·부어라를 갈겼다. 그래도 이런 참가기회가 어디 있고 순위권에 입성했다는 게 어디인가. 특별한 금요일이었다.
이승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 히든싱어3
# 아가씨를 만난 지 90일이 다 되어간다. 술자리에서 사회학·심리학을 복수전공한 06학번 형님이 "이 애를 좋아하는 외부적 요인 3가지, 내부적 요인 3가지를 빨리 불러봐."라는 명령에 번뜩 떠오르는 것을 바로바로 불렀더니 그 형이 "와…. 진짜 둘이 오래 잘 되겠다. 나 이 질문 수 많은 커플들한테 해봤는데 대답 어버버하는 애들 다 좆됐었거든." 라는 구수한 호평을 우리에게 주셨다. 아직까지도 완벽치 않다고 방심하지 않는 우리에게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애정행각이나 행동들을 보면 일상다반사로 <오래 지내겠다, 매력적인 커플이다>등을 쏘아댄다. 이게 칭찬인지 아니면 비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우리는 어느 정도 남들에게 축복받으며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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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학기에 복수전공으로 법행정학을 하려고 한다. 학점관리는 그래도 1학기 때보다 훨씬 신경써서 자신있다만 그래도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 이대로 취업과 대학원생 준비 사이에서 어정쩡 남는 것보다 한가지 길을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찍 준비한다. 대회가 어느 정도 동기요인이 되어 정말 범죄·법심리학 쪽으로 아예 다이빙할 생각이다. 최근에 다자이 오사무 전집 <만년>을 다 읽고 요즘에는 코멕 메카시의 장편소설 <더 로드>를 읽는 중. YES24 교양부문 올해의 책 후보에 올라온 <바른 마음>도 빌려놓았다. 시험기간과 중첩되어 연애하랴, 드라마보랴, 공부하랴, 책읽으랴. 아,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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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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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가지고 있는 취미생활 중 하나
포토샵으로 간단하게 최근 들은 앨범 커버 이미지를 1366x768 기준으로 바탕화면을 직접 제작해서 쓰고 있다. 윈도우 7 슬라이드 + 페이드 효과로 쓰니 깔끔하게 아름다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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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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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 인터스텔라 // 염색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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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간실격>, <달려라 메로스>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을 읽고 있다. 출판사 b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을 번역하는데 무려 두꺼운 10권이나 나온 것을 보고 젊은 나이에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설을 써냈다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이다. 전집을 읽어가면서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복합적 심리적 병폐를 끌어안고 살던 그도 웃음을 유발시키는 소설이나 상당히 평범한 작품들도 있었다는 게 뭔가 묘했다. <인간실격> 내에서도 그의 문체는 정말 특유하였는데, 몇 몇 단편들은 한번 ��� 읽고 넘어가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글도 많았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가 엄청난 독서광이면서 당시 문학과 관련된 인물들의 책을 거의 모두 탐독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가 나열하는 문학가들의 리스트들을 보면 a4용지를 꽉 채울지도 모른다.
국내문학은 이상전집이랑 최근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기창의 <모나코>를 읽을 예정. 그 외 해외문학은 <THE ROAD>를 빌려놓은 상태이다. 아, 읽고픈 책은 정말 많은데 학교생활이 1달도 채 안 남았다니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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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stellar> 보고 왔다. 초반에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 '놀런 많이 죽었네.' 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를 감상하면서 그야말로 경악했다. '놀런 성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하고 포스터 앞에서 절을 하고 싶었다. SF를 좋아해서 웜홀로 들어가는 장면이랑 블랙홀 연출을 보았을 때는 팝콘을 멍하니 든 채 땀을 흘리면서 봤다. 진짜 영상미 하나는 상당히 쩔어서 올해 보았던 영화 중 가장 극장에서―그것도 IMAX로―보길 잘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극장을 빠져나와 방방뛰는 나와 다르게 여자친구는 결말부분을 생각하면서 재밌었다는 말과 함께 약간 뚱한 표정이었다. 새벽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비가 추적추적 땅을 차디차게 하고 있었다. 고개를 멍하니 들고 입김과 같이 밤하늘을 오래 지켜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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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후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바꾸기로 결심했는데 게릴라 할인을 발견해서 질렀다. "무슨 제품인데 이렇게 유명하지?"라고 생각해서 검색해보니 연관 검색어로 '청담동 미용실 샴푸'…. 아, 좋은걸 질렀구나. 오늘 냉큼 써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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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ife Party 신보 들어봤는데 아 슈퍼 짱짱이다. 내년 겨울까지 지겹도록 들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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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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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Oct, The Begin of Nov. : 201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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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Oct.
# 우리 프레임에 페이드 아웃(Fade Out)을 연출치 않고, 긴 시간동안 손으로 체온을 나누며, 생각의 교감을 더해 두 발로 목적지까지 향하는 우린 워킹 커플(Walking Couple)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교내 운동장 바퀴를 돌던 우리의 시작점에서 정신을 차리니 석촌호수 한 바퀴를 걷고 있었다. 호수에 등장한 거대 오리처럼 나와 그녀도 비현실적일 수준으로 이어지는 점들이 수 없이 많을 줄은 몰랐다. 만나는 매순간마다 함께 한다는 사실이 꿈과도 같았고, 교감의 선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뤄냈다. 떨어지는 낙엽을 부스럭부스럭 밟으며 그녀를 바라볼 때 그녀의 시선은 주변을 맴돌았고, 오리를 쳐다볼 때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시선을 보냈다. 우리는 처음에 서로의 익숙지 못한 이 느낌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이 설렘에 마음과 마음을 감싸 안았다. 이후 롯데월드 월드 몰과 타워 외관을 살짝 보다가 할로윈 기념으로 롯데캐슬 TGIF에서 식사를 하고, 인도좌식 칵테일 바에서 도수가 낮은 가벼운 술과 함께 10월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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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gin of Nov.
# 11월의 시작은 홀로 놀기였다.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기 위해 시청역에 있는 서울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 앞 광장은 하나하나 엮어있는 노란 리본들이 큰 조형물이 되어있었고 분향소에 유가족 두 분이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지키고 계셨다. 대비적으로 옆에서는 한우축제로 시끌벅적 이었고,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기세에 눌린 몇 몇 동네 서점들은 야외에서 책을 헐값에 팔고 있었으며-주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책들이었지만-몇 몇 대학교는 입시부스를 차려 열심히 학부모들에게 호기심과 학생들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옛 청사를 탈바꿈한 서울도서관은 꽤나 정갈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였으며, 시설들도 시민들이 갖춰졌으면 하는 것들이 골고루 분포되어있었다.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이용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중장년층이 많았다는 점이다. 어린이 도서코너 쪽에도 아이들이 몰려있었는데 부모 손이 아닌 친구들이 모여 읽는 애들이 대다수였다. 그 외에 한국어를 공부하기위해 있는 외국인들도 보였으며, 데이트 겸 독서를 하는 얌전한 연인들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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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서관이 가진 그 특유의 정숙, 엄숙, 그 분위기는 언제라도 나를 수면의 나락으로 나를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결국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다 5층에 카페가 있다는 말에 부랴부랴 짐을 싸 위로 올라갔다. 도착한 5층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보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원과 피크닉으로도 괜찮은 벤치와 돗자리를 깔아 누울 수 있었다. 햇볕은 곧 이불이요, 추풍은 온몸을 시원하랴. 가방이 곧 베개요, 소설은 얼굴을 가리니라. 그렇게 누워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며 히피와도 같은 삶을 보냈다. 그래서 책은 다 읽었냐고? 조만간에 이 책에 관한 평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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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노량진에서 팝픈 뚱땅땅 빠라빠빵 하고 쳐봤는데 실력 다 날아갔다. 건져낸 성과는 코어락과 클래식10 클리어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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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nd.
# 춘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친과 김유정역에 들렸다. 경춘선을 처음 탔을 때부터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같이 가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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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촌을 둘러보면서 당시에 썼던 물품들을 살펴보고, 생가를 둘러보면서 “엘리트였다·소작민의 슬픔을 아는 가진 자였다.” 라고 우스갯소리를 떠들었다. 소설 속 장면을 따온 동상들을 보며, 서로 동백꽃과 봄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짧게 둘러볼 줄만 알았던 착각 속에서 의외로 긴 시간을 함께 했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른 아침부터 싸온 아가씨의 도시락에 감탄연발, 감동을 에볼라 바이러스 수준으로 온 몸에 퍼진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만든 계란말이라는 말에 “얘는 진짜 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는 다할 수 있구나.”라는 내 생각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후식으로 손난로와 같은 차와 꿀과 같은 과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CGV 춘천에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를 보고 왔다. 이 영화 역시 시간이 된다면 길게 평을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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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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꽦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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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boy · 1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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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meter in 춘천명동
with You(ng)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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