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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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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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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못 펼치셨습니다 그냥 넘기세요 당신은 잘못된 페이지입니다 당신은 당신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사건현장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사체가 흰 천에 덮여 있는 골목입니다 당신은 접근금지구역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라는 무한히 갈라지는 무한골목 내부에 있씁니다
북쪽으로 검은 모자와 시계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남쪽에선 이빨이 썩은 코스모스들이 악취를 풍기며 웃고 있습니다 서쪽에선 죽은 고양이들의 교미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동쪽에서 아기울음소릴 내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이해될 수 없는 장소입니다 당신은 빨간 노끈으로 차단된 살인현장입니다 당신이 흘리는 피와 시간이 흰 천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침묵하는 미궁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목격하며 당신에 갇힙니다 당신 사체 옆의 당신 사체 옆의 당신 사체 옆의 무한 사체들
잘못 펼치셨습니다 당신은 썩어가는 페이지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악취로 파리와 쥐 떼를 부르는 기이한 골목입니다 당신은 음모와 발톱이 자라는 사건현장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접근금지구역입니다 당신은 무한히 갈라지는 무한개의 폐곡선입니다 찢어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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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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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면 휘파람을 불러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캐듯 캐내어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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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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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 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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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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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누가 이 침대를 사가겠지 이게 제일 비싼 가구지 눈물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 마지막 입술 달싹이는 소리 못 듣겠지 나 혼자 더 이상 서두르지 않겠지 읍내까지 약 사러 식료품 사러 달려가지 않겠지 옷가게 유리창에 붙어 서지 않겠지 신발 안에 새똥이 문제되지 않겠지 마당 가득 잡초들이 우거지겠지 네가 내 아빠보다 나이 많은게 문제되지 않겠지 네 말에 난 죽겠지 내 약에 넌 죽겠지 누가 먼저 죽을까 봐 죄의식 가질 리 없고 여기 요양지에서 죽는다 해도 방을 따로 쓰지 않아 밤낮 떨어지지 말고 산책로든 물 뜨러 가는 길이든 내가 끌리는 데로 너도 갈 거지 타자기랑 책상은 같이 쓰고 트렁크는 옷장 위에 창문 아래까지만 상자를 포개놓을게 배달기사가 곁눈질하며 돌아가고 우주에서 우리 둘 뿐 사랑해 죽을 때까지 파산한다 해도 지금은 머리칼 흐트러진 채 돛보다 넓은 치마를 걷어 올린다 배 가운데 온몸을 실어봐 다시 해봐 발바닥을 간질이는 물결이여 그러나 침대 모서리에서 모서리까지 부딪칠 뿐 흘러가지 않는 배가 무슨 소용이람 어떻게 좀 해봐 아무래도 양쪽 책장이 무거운 거야 책 따윈 저리 치워 창턱에 빼곡한 화분들도 밖으로 밀어버린다 널 태워도 날지 않는 꺼지지도 않는 매트리스가 무슨 소용이람 좀 더 미치게 해줘 폭죽 터지는 지옥으로 날 데려가줘 오 당신 맙소사 사랑해 미치도록 사랑하지만 어떻게 매일 사랑하니 당신은 엉엉 울어대다 태연해지지 뻔뻔스러운데다 요구까지 많아 너무 사치스러워 이렇게 큰 침대를 사들여놓다니 매달려 흔들리는 거울 속 깨끗이 면도한 명상가의 얼굴은 후벼 판 듯 움푹하다 산골짜기에서 받아온 물을 따라놓고 난 너에게 약을 삼키게 한다 맹렬히 날 소모시켜야 나는 조금 연장된다 방을 다 차지한 이 침대에서 나는 죽어가길 바랄 뿐 네 소원대로 넌 소박한 풀덤불에 둘러싸이겠지 아껴 사랑하자고 날 설득할 필요 없겠지 결코 삐걱거리지 않겠지 나라면 부업을 접고 남은 돈을 쓰겠지 다른 침대를 들여놓을지도 모르지 어둡고 커다란 방에는 조금씩 아무 냄새도 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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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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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대화
그 탱자나무 울타리, 어머니 생각나세요? 이젠 네 아들이 거기서 놀게다, 네가 뜻을 바꾸거라. 희뜩하니 문지방까지 내려온 하늘… 나는 중얼거리며 돈과 안락한 생활이 모든 인간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어머니가 절 포기하세요. 나는 너를 낳고 온몸에 두드러기로 고생했다. 알아요, 그러셨어요. 바느질감을 내려 놓으시며 어머니, 긴 한숨이 차고 슬프다. 나는 시계를 본다. 왜 이렇게 어수선한지 모르겠군요, 날 좀 내버려둬요.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냐? 가족이 나를 필요로 하진 않아요, 벌써 오래된 일이잖아요. 그건 네가 환상을 꿈꾸어 왔기 때문이야, 이제라도 뜻을 바꾸면 행복해질 게다. 행복? 그래요, 행복… 하늘은 매양 왜 저 모양인지, 나는 집을 나선다. 한 곳으로 몰리던 바람이 저만치 날 밀어다 놓고 골목길 접어 사라진다. 멍든 곳을 훤히 드러낸 나무들 몸통은 어떤 힘으로 겨울을 버티는 걸까. 어머니, 이 손톱 끝을 보세요, 아직도 가시에 찔린 자국이 시퍼런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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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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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들판
내 다정한 안부를 전해요 둘이 듣는 혼잣말처럼, 한번도 들린적 없는 속삭임처럼
여기는 지구의 첫별이 뜨는 곳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모서리를 접는 곳 이상하게 부풀었다가 기쁘게 사라지는 곳
그러니 잊어도 좋아요 구름을 구획하는 바람이 우리를 거를때까지 둥글게 둥글게 여행을 떠나요 기억할 필요 없어요 뚫린 천장위로 날아간 새가 자신의 곡선을 기억하지 않듯이 처음 태어난 지도를 따라 단종(斷種)될 말들의 사막을 걸어가요
모래의 책을 건널 때마다, 넓어서 캄캄할 때마다 깊은 구름이 달려왔다. 나는 절망으로 바꿔 적기 시작했다.
내가 건넌것은 구름의 푸른 웅덩이 내가 지나야 할곳은 푸른 웅덩이 속 검은 구름
나는 어제보다 느려졌고 나는 내일보다 조금 길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슬프거나 아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언제나 처음인 저녁 쪽으로 마지막의 들판 쪽으로
그러니 이제, 당신의 안부를 묻지 않아요 묻은 것과 묻지 못한 기억 밖으로 여행을 떠나요 돌고 돌아 돌아오지 않을 쪽을 향해 당신의 짧은 눈썹에서 햇빛이 사라지기 전에
곧 흩어질 내 인사를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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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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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잠긴 TV
TV는 마치 욕조와 같아 나는 TV 욕조 속에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는 그녀를 들여다보네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지고 거울은 뿌옇게 흐려지고 머릿속까지 밀려들어오는 미지근한 물 마치 더운물을 보충할 때처럼 돌려지는 채널 암흑 방에서의 TV 시청 점점 더 깊은 땅 속으로 끌려 들어가서는 묻혀서도 숨쉬는 허파처럼 끝나지 않는 TV 시청 그러나 자정 뉴스가 끝나면 그 뉴스에 이어서 그 뉴스를 견뎌내는 건 바로 그녀 오늘 밤 자정 뉴스는 오십 명의 넥타이 맨 남자들을 보여 주었지만 여자들이 맡은 배역은 불에 타 죽은 아이를 껴안고 몸부림치며 우는 역할뿐 나는 이어서 그녀라는 이름의 TV를 들여다보네 푸른 그늘이 용솟음치고, 침묵으로 얼어붙는 수초들 그 사이로 통곡하는 물고기들이 장의사 행렬처럼 떠가네 TV가 끝난 후 이 뇌파 어항의 불빛은 너무 춥고 곧 이어서 흘러나오는 죽은 아가들의 울음소리 그녀는 절대로 TV를 감지 않네 잠을 자는 것도 그녀에겐 일종의 말하기 방식 그녀는 잠 속에서도 우는 배역은 싫어 잉크도 종이도 없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TV 욕조 속 미지근한 물 속을 무거운 고개만 이리저리 흔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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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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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찾아가는 길
사슴이랑 이리함께 산길을 가며 바위틈에 어리우는 물을 마시면 살아있는 즐거움이 저 언덕에서 아련히 풀피리도 들려오누나. 해바라기 닮아가는 내 눈동자는 자운(紫雲) 피어나는 청동의 향로 동해 동녘바다 해 떠오는 아침에 북받치는 설움을 하소하리라 돌부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풋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도 가꾸어보자 빛을 찾아 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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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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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
You do not do, you do not do Any more, black shoe In which I have lived like a foot For thirty years, poor and white, Barely daring to breathe or Achoo. Daddy, I have had to kill you. You died before I had time—- Marble-heavy, a bag full of God, Ghastly statue with one gray toe Big as a Frisco seal And a head in the freakish Atlantic Where it pours bean green over blue In the waters off the beautiful Nauset. I used to pray to recover you. Ach, du. In the German tongue, in the Polish town Scraped flat by the roller Of wars, wars, wars. But the name of the town is common. My Polack friend Says there are a dozen or two. So I never could tell where you Put your foot, your root, I never could talk to you. The tongue stuck in my jaw. It stuck in a barb wire snare. Ich, ich, ich, ich, I could hardly speak. I thought every German was you. And the language obscene An engine, an engine, Chuffing me off like a Jew. A Jew to Dachau, Auschwitz, Belsen. I began to talk like a Jew. I think I may well be a Jew. The snows of the Tyrol, the clear beer of Vienna Are not very pure or true. With my gypsy ancestress and my weird luck And my Taroc pack and my Taroc pack I may be a bit of a Jew. I have always been scared of you, With your Luftwaffe, your gobbledygoo. And your neat mustache And your Aryan eye, bright blue. Panzer-man, panzer-man, O You—— Not God but a swastika So black no sky could squeak through. Every woman adores a Fascist, The boot in the face, the brute Brute heart of a brute like you. You stand at the blackboard, daddy, In the picture I have of you, A cleft in your chin instead of your foot But no less a devil for that, no not Any less the black man who Bit my pretty red heart in two. I was ten when they buried you. At twenty I tried to die And get back, back, back to you. I thought even the bones would do. But they pulled me out of the sack, And they stuck me together with glue. And then I knew what to do. I made a model of you, A man in black with a Meinkampf look And a love of the rack and the screw. And I said I do, I do. So daddy, I'm finally through. The black telephone's off at the root, The voices just can't worm through. If I've killed one man, I've killed two—- The vampire who said he was you And drank my blood for a year, Seven years, if you want to know. Daddy, you can lie back now. There's a stake in your fat black heart And the villagers never liked you. They are dancing and stamping on you. They always knew it was you. Daddy, daddy, you bastard, I'm thr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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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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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girl's love song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lift my lids and all is born again.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The stars go waltzing out in blue and red, And arbitrary blackness gallops i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dreamed that you bewitched me into bed And sung me moon-struck, kissed me quite insane.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God topples from the sky, hell's fires fade: Exit seraphim and Satan's me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fancied you'd return the way you said, But I grow old and I forget your name.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I should have loved a thunderbird instead; At least when spring comes they roar back agai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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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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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
내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때가 있다. 나는 양복점에도 들어가 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 본다. 펠트로 만든 백조처럼 바싹 말라붙고, 방수(防水)가 되어, 자궁들과 재의 물속으로 나아간다. 이발관 냄새는 나로 하여금 문득 쉰소리로 흐느껴 울게 한다.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돌이나 양모(羊毛)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것.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더 이상 상점들을 보지 않고, 정원들, 상품, 광경들, 엘리베이터들을 보지 않는 것. 내 발이 싫어지고 내 손톱과 내 머리카락 그리고 내 그림자가 싫을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허지만 멋진 일일거야 한 송이 자른 백합으로 법원 직원을 놀라게 하고 따귀를 갈겨 수녀를 죽이는 건 말야. 참 근사할거야 푸른 칼을 들고 거리를 헤메며 내가 얼어죽을 때까지 소리 지르는 건 말야. 나는 줄곧 암흑 속에서 뿌리로 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불안정하고, 길게 뻗어 있으며, 잠으로 몸서리치고, 땅의 축축한 내장 속으로, 계속 내려가, 흡수하고 생각하며, 매일 먹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무 심한 비참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계속 뿌리나 무덤이기를 원치 않는다. 시체들의 창고인 땅 밑에서 혼자 거의 얼어서, 슬픔으로 죽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게 바로 월요일이, 내가 가책받은 얼굴로 오고 있는 걸 볼 때, 가솔린처럼 불타고, 상처입은 바퀴처럼 진행하면서 울부짖고, 밤을 향해 가며 따뜻한 피로 가득 찬 자국을 남기는 이유. 그리고 그건 나를 어떤 구석으로 몰아넣고, 어떤 축축한 집으로, 뼈들이 창 밖으로 날아 나오는 병원들로, 식초냄새 나는 구둣방으로 몰아넣고, 피부가 갈라진 것처럼 끔찍한 어떤 거리로 몰아넣는다. 유황색 새들, 내가 증오하는 집들 문 위에 걸려 있는 끔찍한 내장들 커피포트 속에 잊혀진 틀니, 수치와 공포 때문에 울었을 거울들, 사방에 우산들, 독액(毒液), 그리고 탯줄. 나는 조용히 거닌다. 두 눈을 가리고, 구두와 분노를 지니고, 모든 걸 잊어버리며, 나는 걷는다. 사무실 건물들과 정형외과 의료기구상들 사이로, 그리고 줄에 빨래가 널려 있는 안뜰들 - 속옷, 수건, 셔츠 들에서 더러운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거길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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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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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눝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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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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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t 66
Tired with all these, for restful death I cry,
As to behold desert a beggar born,
And needy nothing trimmed in jollity,
And purest faith unhappily forsworn,
And gilded honor shamefully misplaced,
And maiden virtue rudely strumpeted,
And right perfection wrongfully disgraced,
And strength by limping sway disablèd,
And art made tongue-tied by authority,
And folly, doctor-like, controlling skill,
And simple truth miscalled simplicity,
And captive good attending captain ill.
Tired with all these, from these would I be gone,
Save that to die, I leave my love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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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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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t 81
Or I shall live, your epitaph to make,
Or you survive, when I in earth am rotten,
From hence your memory death cannot take,
Although in me each part will be forgotten.
Your name from hence immortal life shall have,
Though I, once gone, to all the world must die.
The earth can yield me but a common grave,
When you entombèd in men’s eyes shall lie.
Your monument shall be my gentle verse,
Which eyes not yet created shall o'er-read,
And tongues to be your being shall rehearse
When all the breathers of this world are dead.
You still shall live—such virtue hath my pen—
Where breath most breathes, ev'n in the mouths of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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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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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랑 이랑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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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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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
아침에 어떤 죄악은 손으로 주울 수 없어서 비닐테이프로 주웠네 우리의 죄를 셀 수 없는 것처럼 불쌍한 일이 또 있을까 그 죄를 살피는데 그것은 꼬부라졌고 검었네 솜털이 아름다운 건 아직 죄의 시작이 미미하기 때문이야 검고 꼬부라진 털은 어디서 나왔을까 죄의 뿌리가 세상 밖으로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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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s-for-u-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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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본 순간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시커먼 밤이었고 너는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 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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