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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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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8번째 주제 "환생"
"환생"
*환생
최근에 본 드라마에서 천국과 지옥 그리고 환생을 다루고 있었다.
모든 인연이 단순히 좋은 끈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악연도 필연도 다 결국 이어진다는 것.
내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하고 이어져왔는지, 혹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들이 결국 나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자주 했는데, 지구 반대편의 내가 살고 있다던가 때론 어떤 동물로 일주일 살다 간다던가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그래서 전생도 환생도 지금의 나도 다음 생의 나도 존재함을 어렴풋이 믿게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라마에서도 결국 그랬거든.
모든 스치는 인연까지도 내 연이 닿은 결과라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상처가 되지 않게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대단하진 않아도 나쁜사람이 되진 말아야지.
이얍.
-Ram
*환생
1. 점심시간에 산책하는데 같이 산책하는 회사 동료가 물었다. "연희씨는 다음 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동일한 생각을 혼자 해본 적이 있던 나는 단숨에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전생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의 내가 죽으면 또 다른 자아를 가진 내가 태어날 것 같긴 해요. 과거에도 그랬을 거고. 근데 그 자아들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2. 수많은 단톡방 중 하나의 단톡방에서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연희씨는 해산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진짜 이러다가 다음 생에 물고기로 태어나겠어요."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전 물고기보다 차라리 범고래로 태어나고 싶어요."
3. 어디선가 그런 글을 봤다.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에도 존재하고, 내리는 비에도 존재하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이별을 맞이한 사람에게 꽤 괜찮은 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ee
*환생
49재는 아빠가 원체 불교에 진심이었던지라 당연히 하기로는 했지만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 장례 산업 전체에 대한 회의가 염불 외는 스님에게까지 옮겨붙어 뭐든 아니꼽게 느껴지고 죄다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님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크고 작은 대가를 요구했던 데다가 아빠를 위해 올린 노잣돈도 결국엔 스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또다시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어쨌거나 아빠의 무사 환생을 기원하는 자리 아니었던가. 지옥의 재판들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끝내 환생하길 바라며 정성스럽게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도 잔뜩 먹고 그렇게나 좋아했던 술도 마시고, 다음 생에서도 엄마를 만나 둘이서 그렇게나 노래를 불렀던 전국 차박 여행도 꼭 하시라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시라고.
-Ho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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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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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7번째 주제 "독후감"
"독후감"
*독후감
어릴땐 왜 꼭 독후감 숙제가 싫었는지, 숙제같은 독서가 싫어진 이유라고 핑계를 대본다.
사실 책을 읽기시작하면 너무나 즐거운데 뭔갈 해야한다면 하기 싫어지는게 인간의 본능 아니겠나.
그 때의 독후감은 또 너무나 아날로그라 빨간 원고지에 ��꾹 눌러쓴 얇은 종이를 싫어했다.
그때가 아니면 가로로 칸칸이 새겨질 글을 쓸 일이 없을 줄 몰랐지.
원고지가 얼마나 감성으로 글자수를 채워줬는지도 그땐 몰랐지.
책을 읽는다기보다 소비하게 된 순간이 아마 독후감을 안써도 되는 때 부터 같다.
독후감 대회를 준비했던 친구를 응원하며 미뤄둔 쌓인책을 곁눈질로 보는 주말 저녁.
잔뜩 소비할게 남았어도 나는 꼭 도망치고 싶어진다 독후감도 쓰지 않을거면서!
-Ram
*독후감
3주 전, 집 앞 교차로를 지나가는데 언뜻 한 플랜카드가 눈에 띄었다. 시에서 독후감 대회를 연다는 것! 한번 해볼까 싶다가 시간이 없겠지 싶어서 외면하고 잊었다. 며칠 뒤 정우가 카톡으로 '연희 한번 나가봐'라는 말과 함께 하나의 이미지를 보내왔다. 그것은 바로 내가 며칠 전 봤던 독후감 대회 플랜카드와 동일한 내용의 배너였다. 아, 이 독후감 대회는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집에 미리 빌려 놓은 책 3권 중 한 권을 골라잡았다. 가장 빨리 읽으려고 얇은 책을 골랐는데 내가 빌린 책 중 가장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몇 챕터 중 하나의 챕터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 내용으로 독후감을 쓰려고 생각한 뒤 독후감 내용을 어떤 식으로 쓸지 며칠을 메모하며 구상했다. 샤워하면서도 생각하고, 점심시간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고, 자기 전에도 고민했다. 당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스케줄이 꽉꽉 차 있어서 독후감 대회 마감하는 날이 되어서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들과 고민들을 모으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한글로 써야 하나, 워드로 써야 하나, 어떤 소프트웨어로 써야 하는지 순간 애매해져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고문을 다운 받은 뒤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한글이든, 워드든 상관없다는 말에 그럼 그냥 한글로 써야겠다 하면서 공고문 마지막 부분까지 읽었는데, 아뿔싸. 사서들의 선정도서들 중 한 권을 골라 독후감을 쓰라는 내용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물론 그 사서들의 선정도서 중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은 야속하게도 없었다. '아..' 시간이 만약 더 있었다면 그 책 중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린 후 독후감을 다시 썼을 텐데 이미 마지막 날이 아닌가..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쇼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거진 일주일을 고민하게 했고, 사서들의 선정 도서에 있길 간절하게 바라고 책은 '생각의 음조'였다. 이제 두 번째 챕터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남은 마지막 챕터를 읽어야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독후감
책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나는 최은영 작가를 좋아한다. 울고 싶은 날 일부러 읽을 만큼 슬픈책 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이제 방학이니까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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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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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6번째 주제 "박빙"
"박빙"
*박빙
언제였던가, 사주를 보면 자꾸 경쟁자가 있을 팔자라고 했다.
잘 되겠지만 꼭 아득바득 경쟁해야 하는 운명이라나. 나는 아직 정말 그런 일을 한다 (영업이니까)
그리고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가도 눈물나게 서럽기도 하다.
나는 왜 꼭 이런 경쟁속에 던져져서 지내야하나 싶어서 말이다.
얼마전까지 한끗 차이로 윗 등수와 박빙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매일밤 잠을 뒤척이고 아침에 실망하고 다시 이내 힘내고 이런 날의 반복이었다.
나는 그 경쟁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차라리 박빙이지 말지, 나는 왜 이런 길고 가느다란 경쟁의 희망 속에서 덜렁 입만 떠있는 기분을 느껴야 하나.
숨막히는 나날, 그리고 어느 때에 쏟아지며 해결되거나 망쳐버릴 때의 시원섭섭함.
그게 내 인생이 굴러가는 굴레라면 나는 80살쯤 까진 조금 어려워지려나보다. 안온한 81살을 기대하며.
-Ram
*박빙
엊그제 테니스를 쳤는데 1:5로 지고 있었다. 근데 그날따라 정말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아서 눈에 쌍심지 켜고 공이 노려보며 한 점 한 점 따라갔다. 신기하게도 한 세트, 두 세트 이기더니 결국 5:5로 아름답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테니스는 치면 칠수록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게임에 간절하지 않거나 그냥 마음 편히 치면 공도 마음 편히 홈런으로 날아간다. 근데 마음가짐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고 제대로 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하면 자세도 더 잘 잡히고 공도 잘 나간다. 치면 칠수록 너무 어려운 운동이야.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운동이다. 곧 있으면 롤랑 가로스 결승에 시너랑 알카라즈가 나온다! 너무 박빙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알카라즈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중이다. 알카라즈를 보면 뭔가 인간적인 면모가 많아서 이유 없이 정이 간다. 표정이 많고, 잘 웃어서 좋아. 테니스 실력은 뭐 두말하면 입 아프지.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박빙
박빙까지는 아니었지만,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씁쓸했다. 그래도 그걸로 되었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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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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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5번째 주제 "식빵"
"식빵"
*식빵
식빵 좋아.
호밀빵이 더 좋고, 결이 살아있는 페스츄리도 좋아.
그냥 떼먹어도 좋고, 구워도 좋고, 계란물을 잔뜩 넣어 구운 것도 좋아.
피자처럼 먹어도 러스크로 먹어도 그냥 다 좋아.
아니, 어쩌면 식빵 정말 만능이었나봐!
그런게 좋아.
예측 가능하고 어디에나 자연스럽고 여기저기 어우러지는 그런게 좋아 나는.
식빵 좋은가봐 나.
-Ram
*식빵
일주일에 보통 5번 이상. 술을 많이 마시는 주엔 3번 정도.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생두를 사다가 직접 집에서 로스팅을 한 다음, 아침마다 그라인더로 갈아서 1년 반 넘게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마셔왔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드립백도 종종 애용한다. 신혼여행 때 우리가 볶은 커피를 코사무이에서 아침에 마시고 싶어서 가기 전, 드립백 키트를 산 뒤 집에서 열심히 드립백에 커피를 넣고 고데기로 실링했다. 그렇게 실링된 드립백 열 한 개(원래 열 두 개를 만들었는데 정우가 그새를 못참고 하나를 바로 마셔서 홀수다)를 가져가서 2개 빼고 다 마셨다. 드립백을 산 적은 있어도 직접 만든 적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집에 아직 드립백 키트가 남아서 핸드드립 필터 대신 우리는 드립백을 종이필터삼아 커피를 내린다. 커피만 마시기엔 배고픈 아침이 많다 보니 냉동실에서 소분해서 보관해 두었던 가염버터와 식빵 두 장을 꺼낸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굽는 다음 실��에 살짝 녹인 버터를 발라먹으면 행복한 아침이 시작된다. 이렇게 토스터기에 넣어서 구운 뒤 버터와 먹을 용으로 여러 식빵을 사봤지만 살짝 두툼한 탕종식빵이 가장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탕종식빵이 다 팔리고 없어서 조금 다른 식빵을 샀는데 바보같이 토스터기의 가로 길이를 생각하지 못해서 식빵을 반으로 잘라 넣어야 했다. 두 사람 용이니, 두 번 토스터기에 식빵을 구워야 했다. 젠장. 우리의 아침 시간은 1분 1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뒤론 식빵을 살 때 키가 큰 식빵은 피한다. 그렇게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커피를 마시며 아침마다 여러 주제로 수다를 떨다보면 출근을 위해 씻어야 하는 시간이 턱 밑으로 다가온다. 수다가 끊기고, 씻으러 가야하는 때가 늘 아쉽다.
-Hee
*식빵
아직까지도 주변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유명한 빵돌이긴 한데,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인정하기에는 꽤나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빵에 대한 취향이 너무나 편파적이라는 점과 건강에 생긴 다양한 이슈들 탓에 빵을 섭취하는 양 자체가 굉장히 적어졌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제는 더 이상 빵돌이가 아닌 셈인데, 그럼에도 빵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변함없이 견고하기 때문에 차마 빵돌이가 아니란 말은 할 수가 없겠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베이킹을 했던 경험이 오히려 취향의 폭을 대폭 좁혔다. 무지가 축복이라더니, 설탕과 버터가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가늠이 되는 빵들은 일단은 거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고도 밀가루를 먹고 난 뒤에 더부룩해질 속을 생각하면 빵의 양을 많이 가져갈 수 없는데, 그래서 도무지 사 먹을 수 없는 게 식빵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헤어진 전 여친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식빵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음식들이, 그 맛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단한 식빵을 두껍게 잘라 계란물에 밤새 불린 뒤 버터에 익혀 먹는 프렌치토스트가 특히 그립긴 한데, 역시 이왕 빵을 먹어야 한다면 식빵 보다는 지속 가능한 다른 빵을 선택하리…
-Ho
*식빵
동네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뭐가 그리 바쁜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이 2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빵집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바게트, 깜빠뉴 종류도 많았고 맛있는 빵이 많았지만, 옥수수 식빵을 고르고 포장했다. 명장님이 만든거라는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어제는 엄마 동네근처에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하는 빵집에서 우즈베키스탄 주식이라는 빵을 샀는데 엄청 컸다. 2500원주고 샀는데 거의 후라이팬만 했다. 남편이 먹어보고는 생각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세상이 유지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베이킹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여유로운 날이 오겠지.
주말은 너무 짧아. 주 4일제에 9-4근무시간으로 전세계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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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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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4번째 주제 "청량함"
"청량함"
*청량함
소박한 날들, 겨우내 얼었던 것들이 녹아내리면서 무릇 푸르른 것들이 고개를 내민다.
여름은 이글거리며 뜨겁게 땅을 달구는데도
그 여름의 청량함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여름을 기다릴지 손꼽기를 포기했다.
어느날은 따갑도록 뜨거웠다가 시리도록 심심했던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나는 여름을 그래도 버텨내겠지. 이렇게 푸르고 아리고 청량한 나의 여름을.
그리고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면서 말야.
-Ram
*청량함
요즘 나무에 초록 잎들이 무성하고, 여기저기 새빨간 장미들이 담벼락에서 빼꼼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눈이 즐겁고, 길을 걸을 때마다 시야에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들어와서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생각하는 것이지만, 또다시 새삼스럽게 '겨울보다는 여름이 최고지', '역시 여름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습도가 낮아 청량하고, 하늘은 파랗고,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는 날씨는 사랑이다. 겨울에는 진한 레드와인에 손이 갔는데, 여름에는 레드보다는 화이트를 찾게 되고, 이번에 코사무이에서 리즐링 와인에 눈을 뜨는 바람에 리즐링 와인에도 눈이 가고, 손이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와인 쇼핑을 했는데, 날씨 영향으로 샴페인까지 사게 됐다. 상자 가득 와인들을 담아오니 올여름 대비는 다 했다.
-Hee
*청량함
녹음이 짙어졌고 해도 충분히 길어졌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량함을 찾게 된다. 레몬을 사와 셔벗을 잔뜩 만들어두었고, 수박을 잘라 냉장고에 채워두었고, 가스파초를 만들어 며칠째 먹었고, 이마트 와인 장터에서 상큼한 쇼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를 사는 데에만 두 달 치 용돈을 모두 썼다. 지영은 누가 보면 임신은 내가 한 줄 알겠단다. 그러게, 입덧도 아닌데 왜 자꾸 시큼하고 시원한 게 생각날까.
사실 무더위는 아직까지 오지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철저히 청량함을 쌓아둔다면 다가올 여름도 무난히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작년 여름은 에어컨도 없이 버텨냈으니 말이다.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지금의 집과, 아침저녁마다 선선한 바람과, 잔뜩 저장된 청량함이라니, 자신감이 생긴다.
-Ho
*청량함
오늘 날씨가 매우 청량했다. 비가 온 뒤라 바람도 시원하고 산책길엔 장미가 잔뜩 피었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이고, 그게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눈앞에 해야할 일이 있을때 그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마음이 들때 산책을 간다.
남편이랑 걷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게되고,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껏 더위가 오기전에 이 청량함을 즐겨야겠다. 찹찹하고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이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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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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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3번째 주제 "풍경"
"풍경"
*풍경
덧대어 이어 붙여본 날들, 구름 가득한 날도 햇빛 쨍한 날도, 눈발 수북히 쌓인 날도
온전히 나의 것들이었다.
그 사이사이에서 나는 덧없이 웃거나 울거나 짜증내거나 놀라거나 다채롭게 굴었었다.
감정을 감출줄 몰라 넘어지던 순간에도 나의 날들은 어떻게든 이어졌다.
나라는 사람의 속내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그런 것들이 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돌아보면 예쁘고 아쉬운 것 투성이 같은 멋진 여행 풍경같이
나라는 사람이 그렇다.
어린 나는 반짝거렸던 것 같고, 지금의 나는 바람엔 흔들리지 않는데도 작은 물결에 바스러지고 만다.
내 품이 그런가보다.
나는 빛나고 부서지고 또 피워내고 잃고 그렇게 나는 이어붙여져 왔다.
-Ram
*풍경
좋아하는 풍경들이 늘어날 때 마치 곳간에 곡식이 가득해진 것처럼 마음이 풍족해진다. 이번 여행에서도 잊지 못할 풍경들을 마주했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랑 멋진 풍경이라며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보다 감상을 더 잘하는 그는 분명 내가 모르는 풍경들을 더 담았을 것이다. 나보다 아침에 더 먼저 일어나서 혼자 산책하는 중 나무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있는 릴라와디 사진을 보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며 잘근잘근 안주 삼을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Hee
*풍경
제주도를 무려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딱히 제주가 그립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없었던 그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그간의 공백이 길었는데도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은 생기지 않았고, 관성처럼 렌터카를 빌려 김녕, 성산, 중문, 협재를 순서대로 돌았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이끌려 다녔고, 그래서 여전히 제주의 다른 무엇보다 풍경만을 눈에 가득 담아 왔다.
윤철 유리 커플이 제주에 집을 사서 숙박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 아마 여름 장마가 지나가면 다시 한번 제주도에 들릴 것 같다. 그래서 짧지만 아쉬움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게 됐달까. 나도 그들처럼 한 일 년이라도 제주에 살아볼까 싶다가도 1년에 한두 번 정도 이렇게 여행으로 오는 것이 딱 적절한 것 같다. 꼭 제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암만 반짝이는 좋은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꼭 무뎌지니 말이다. 풍경이 뭐 변하기야 하겠냐만.
-Ho
*풍경
토요일에 아빠 텃밭에서 여동생과 남편이랑 테이블을 펴놓고 맥주를 마셨다. 노을이 지는 순간이었고, 하늘이 참 예뻤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멈추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가듯이 소비되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은, 나무가 많은 초록색 뷰, 바다, 공원 같은 자연이 좋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 좋았던 여행지, 비행기 안에서 보는 창밖의 모습 같은 게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내 두 발로 건강하게 좋은 풍경을 많이 보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잘 관리하고 건강하게 지내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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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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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92번째 주제 "비키니"
"비키니"
*비키니
어쩜 요망하기도 한 단어.
한국에서는 좀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더운 나라에가면 괜스레 입었던 것 같다.
남들 시선 중요한 나에게 내가 그렇게 썩 완벽한 몸은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나를 온전히 예뻐하질 못했다.
사랑받으려 지극히 애쓰는것 같아도 사실 곧잘 도망쳤다.
구태여 상대를 생채기 내고 후회하고 그런 날의 반복이다.
배가 나왔던, 팔뚝이 어떻던 간에 그런것보다 내가 입고싶은걸 입을 용기 같은게 조금 없달까.
비키니 그런거 입을 날이 또 오려나 나의 추악한 속내를 좋아할까 싶어, 그런 날이 올까나.
-Ram
*비키니
1. 하루 종일도 아닌 길어봤자 반나절 정도일까 싶은 결혼식 날이 가까워질수록 모든 신경이 그 날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뒤 3주라는 시간 동안의 여행보다 고 몇 시간의 중요성이 더 컸던 것이지. 사실 분하기도 했다. 고작 그 하루가, 그 몇 시간이 나를 이렇게 여러모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신경 쓰게 하는 것이. 심지어 내가 주인공이었던 날이기에 모든 것을 내 계획대로 해야 직성에 풀려서 1부터 100까지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디데이 전 날 자기 직전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내일 눈 뜨자마자 모든 것이 실전이고, 이제 내 손안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즐기자'라고.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서 하루 종일 웃고 울고 떠들며 최대치로 즐긴 나는 밤 10시가 되어도 배고픈 지 몰랐다. 10시가 넘어서야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디로 들어가는지, 내 배를 채우고 있는지 모를 만큼 묘한 각성 상태가 지속됐다. 다음날 아침, 못해도 두 달 전엔 잘랐어야 했지만 메이크업샵에서 더 이상 머리 길이가 짧아지면 안 된다는 말에 정말 꾹 참고 길어지게 두었던 머리를 자르러 미리 예약해둔 미용실에 갔다. 싹둑싹둑 속 시원하게 머리를 자른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되자 피로가 몰려왔다. 미리 싸둔 배낭을 어깨에 메고 공항으로 가서 전날의 결혼식과 끝났다는 후련함을 잘근잘근 곱씹으며 집에서 출발한 지 거의 18시간 만에 코사무이에 도착했다. 첫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입고 있었던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비키니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하얀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2. 사실 나는 도시여행을 더 좋아했다. 딱히 바다와 친하지도 않았다. 근데 바다가 있는 여행지 매력을 이제 깨달았다. 그저 하루 종일 비키니만 입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Hee
*비키니
이곳저곳 다녀봐도 비키니는 마른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게 확실한데 유독 그런 인식이 한국에는 있다. 그건 아마 평생을 살아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면서 병든 단면 같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뭐랄까 그 자그마한 천 쪼가리에 대해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고작 수영복일 뿐인데…
-Ho
*비키니
살면서 비키니를 입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언젠가는 입겠지?
뱃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키니를 못 입지 싶은데, 그럼 이번생에는 안될 것도 같다. 허허
여름이 다가온다. 또 얼마나 더울지 겁나지만, 워터파크 가서 신나게 놀생각을 하니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건강하고 재밌는 여름을 보내야지!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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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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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9번째 주제 "오렌지"
"오렌지"
*오렌지
두꺼운 껍질을 까는게 싫었다.
귤도 손밑이 노랗게 물드는게 싫은 나는 오렌지처럼 두터운 껍질에 손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
내 식욕이 그걸 넘지 못했다.
그러다 턱턱 오렌지 껍질도 간장게장도 손에 묻어도 별스럽지 않다는 널 보며 마음에 배시시 웃음이 나더라.
내 마음이 꼭 꼭 그랬다.
괜히 네게 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네게 자꾸 기대고 싶었다.
잔잔한 네 마음을 자꾸 혼란스럽게 하고 싶었고
오렌지도 귤도 턱턱 까주는 네 손을 굳이 엉뚱하게 괴롭히고 싶었다.
나의 못된 마음이 너를 조금 흔들고 싶었나보다.
사실 혼자서도 오렌지를 잘 까먹게 되었지만, 그냥 네가 해주는 게 좋았거든 내가.
그렇게 얄궂은 마음이었거든 내가.
-Ram
*오렌지
왜 사사로운 것에도 불만을 내비치는지. 물론 입장은 다르지만 내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말하면서 풀고 싶었다. "오렌지 먹을래?"
-Hee
*오렌지
영은 입이 짧은 편인데도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게 아무리 대용량이라도 일단 사고 본다. 저렴하게 샀다고 늘 말하지만 결국 절반 넘게 썩혀 버리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여전하다. 요즘은 입덧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는 못 하고 과일만 찾게 되어서 냉장고 속이 어느새 과일가게 냉장고처럼 변해 버렸다.
이미 집에 사과, 딸기, 토마토, 파인애플, 바나나가 있는데도 어제 마트에서 대용량 오렌지 번들을 또 사 왔다. 뻔히 또 절반은 버리게 될 걸 알았지만, 옹심이(태명)가 먹고 싶어 한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아직은 난황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았지만, 아직 2.5cm 남짓한 작은 생명체가 오렌지의 존재조차 알 리 없겠지만 말이다.
싱그러운 오렌지 향이 집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마음이 몽실몽실해진다. 옹심이가 얼른 자라 오렌지의 달고 시큼한 맛을 같이 즐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몽실몽실하고 신비로운 시간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면 좋겠다.
-Ho
*오렌지
오렌지는 카라카라가 맛있다. 가끔 코스트코에서 살수있다.
나는 레드향이나 천혜향이 좋다. 철마다 제철과일을 사먹기 위해 열심히 해야지. 화이팅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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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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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8번째 주제 "식탁"
"식탁"
*식탁
우리가 마주 앉아서 딱 그만큼 떨어진 거리였다.
그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너도 나도 모난말 하나를 뱉지를 못해.
그런게 웃기고 슬펐어,
시켜놓은 커피는 식은지 오래였어도 나는 그 잔 언저리를 자꾸 만지작거리며 입을 옴싹 거리기만 했지.
뭐 끝이라는게 따로 있나 그런게 끝이라는 걸 너도 나도 넘치도록 느끼고 있었어.
늘 너는 마주앉는 것보다 곁에 앉는 걸 좋아했고 그 식탁의 거리만큼도 떨어지길 원하지 않았어.
너의 그런 따스함을 동경했어, 모질게 말 못하는 너의 그런 것들을 아꼈다.
내 기억은 온통 뒤죽박죽이어도 누군가 먼저 일어나야할 자리임은 알았거든.
딱 그만큼 식탁 공간만큼 우리가 조금 다르게 앉았을 뿐인데 말야.
-Ram
*식탁
1. 벌써 20년도 더 됐을까. 시험기간이 되면 동생이랑 나랑 한 식탁에 앉아서 각자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늦은 밤 홀로 공부하는 것보다 같은 식탁에 마주 앉아 공부하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더 공부가 잘되고 집중이 잘 됐다. 마치 혼자 책상 위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모두가 공부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더 잘 외워지고, 이해가 잘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몇 년 뒤 그렇게 시험공부를 하던 식탁이 어느 순간 각자 다이어리를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던 테이블로 용도가 바뀌었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동생은 잔뜩 사 온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이며 미뤄둔 다이어리를 쓰곤 했다. 각자의 방에 책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식탁을 활용했다.
2. 한때 하얀 원형 테이블을 무척 갖고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 있는 테이블은 직사각형이 되었고, 여전히 나는 또 다른 직사각형의 커다란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하얀 원형 테이블을 갖겠다는 마음은 아직 남아있다. 다만 과거엔 지름이 커야 했지만 지금은 지름이 그리 크지 않는 원형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딱 노트북고 공책 하나, 그리고 커피 한 잔 둘 정도면 될 충분할 것 같다.
-Hee
*식탁
새로 이사 온 집에는 식탁을 비싸고 작은 것으로 두었다. 무신경한 지영이 먹고 난 자리는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지저분하지만 이제는 착색이나 긁힘 없이 깨끗한 생태를 유지하기가 쉽게 되었고, 무엇보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식탁 위로 가득 들어찬 것 같은 느낌이 음식을 자주 하고 싶게끔 만든다. 식탁의 위치도 바뀌었다. 전에는 거실 한가운데 있었는데 지금은 주방에 두었다. 애석하게도 여전히 지영은 잡다한 것들을 식탁 위에 몽땅 올려두고 지금도 지영의 의자에는 한겨울 옷부터 봄옷까지 4벌 정도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어서 보기가 싫긴 하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안정된 느낌을 준달까.
이 집에서 유일한 나만의 영역이 바로 주방이다. 주방에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주로 음식을 하는 사람도, 설거지와 냉장고, 팬트리 정리를 하는 사람도 나지만 금토일만 이 집에 산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지영의 취향으로만 꾸며져서 내심 서운함과 불만이 가득했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식탁 하나를 두었다고 여태까지의 처량했던 처지가 모두 위로받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 사고 싶은 건 그냥 사야 하나 봐.
-Ho
*식탁
최근에 식탁 겸 책상을 샀다. 1600에 800의 크기로 꽤 큰편이다. 이래저래 마음에 든다!
나는 책상이나 식탁은 큰게 좋다. 내 로망 식탁은 원목으로된 엄청 큰 식탁을 사는 것이다. 원목의 부드러운 갈색이었으면 좋겠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가구는 정착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가구를 집에 들이고, 내 취향대로 집을 꾸밀날이 오겠지.
너무 길고 멀어서 까마득한 길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반드시 도착하니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즐기면서 이 여정을 나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오히려 이 시기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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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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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7번째 주제 "일기예보"
"일기예보"
*일기예보
짓궂은 날은 예고도 없이 온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오는 대로 맞아가며 길을 잃었다.
늘 나는 앞서서 준비한 건 쓸모없이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곤 하였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날마다 몽땅 젖어들고 말았다.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어느 날엔 날이 좋았다. 그저 따스한 날이 좋아서 가지 않았던 곳에 가고
바람이 일렁이기에 밟지 않던 땅을 밟고 풀냄새가 좋아서 그래서 밤을 거닐었다.
나는 그런 행복이 언제고 이어질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예고도 없이 많은 것들을 잃고, 태우고, 흘러보내면서 그렇게 지나가게 둔다.
날씨라는게 다 그렇지 뭐.
-Ram
*일기예보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토요일. 괜히 내일 일기예보를 들여다본다. 일기예보를 보면 뭐하나. 비가 와도 뛰러 갈 것이고, 비가 오지 않지만 추워도 뛰러 갈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뛸 것인데. 그 사실은 변함없는데. 이렇게 으슬으슬 봄바람 불고 흐린 날씨를 싫어하는(사실 그냥 추운 걸 싫어한다) 나는 취소하지 못할 내일의 마라톤을 접수한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은근하게 원망을 해본다.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제대로 마라톤 연습을 하지 못해서 자신이 없었고, 그냥 완주를 목표로만 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하지만 난 나를 잘 아는걸. 내일 신나게 뛸 것이라는걸. 아니나 다를까 마라톤 당일, 평일에 출근하는 날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서 미리 꺼내둔 운동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벽까지 잔뜩 껴있던 먹구름이 점점 걷히고 해가 쨍하게 비추자 더욱 흥이 돋았고, 커다란 운동장에 빼곡하게 모인 사람들을 보자 도파민이 팡팡 솟았다. 작년에 뛰던 코스와 동일하므로 분명 후반부에 긴 오르막을 오를 때 햇빛이 정면으로 비출 것이므로 캡모자도 준비해서 한쪽 팔에 끼웠다. 마라톤 때 캡모자를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 따사롭다 못해 강한 햇빛을 정면으로 맞서려면 이런 준비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뛸 때 캡이 자꾸 팔을 쳐서 불편했지만 어떻게든 뛰었다. 후반부에 오르막이 시작돼서 바로 팔에서 캡모자를 꺼내서 머리에 푹 눌러썼다. 와, 완전 신세계잖아? 고작 얼굴을 햇빛에서 가릴 뿐이었는데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고? 캡모자 덕분에 오르막을 아주 가뿐하게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꼭 그 오르막에서 내 기록을 다 잡아먹었는데 이번엔 캡모자 덕분에 오르막을 잘 넘어서 개인 신기록도 세웠다. 러닝모자 좀 쇼핑해 볼까.
-Hee
*일기예보
안동, 울주, 산청, 하동, 애틋함이 잔뜩 서려있는 도시와 산을 태우던 불이 겨우 진화됐다. 무력하게 뉴스를 보며 마음만 졸였던 며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안타까움은 나 자신의 내면의 실체에도 큰 흉터를 남겼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희생자의 숫자를 지켜보면서, 검붉은 화마에 삼켜진 숲과 생명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비가 곧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만을 기다리면서, 두 손을 그러모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기도를 했다.
-Ho
*일기예보
꽃을 드디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마침 봄비가 내렸다. 봄은 약속처럼 오는구나.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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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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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6번째 주제 "상대적"
"상대적"
*상대적
애정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이만큼 주고 요만큼 받아도 마음이 넘치도록 좋다가도 가끔은 덧없이 부족해지곤 한다.
그렇게 파도처럼 요동치는 나를, 나의 옹졸하기 짝이없는 마음을 그대로 놓고야 만다.
나는 늘 도망쳤고 그걸 이해할 줄 몰랐다.
솔직한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그저 나는 그렇게밖에 할 줄 몰랐다.
마음은 그렇게 상대적으로 구멍을 만들어낸다.
여기저기 파삭파삭 바스러진 것들이 때로는 무한히 채워지기도 하면서 잔뜩 행복해지다가도 바닥까지 내달린다.
그렇게 마음은 상대적으로 자라나다가 부서지다가 그렇게 사그러진다.
-Ram
*상대적
1. A를 바라보는 눈이 정말 다르다. B는 A를 매사에 불만이 많고 불평만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욕심쟁이. C는 A를 그래도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B에게 A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았다면 나를 아껴주는 천사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그래도'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B의 시각에서 보는 A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도'를 붙였고, '그래도' 뒤 '나에겐'은 생략했다. D는 A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C에게 A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이다. 잘해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사실 C는 그런 사실들만 기억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사실만 D에게 전달한 것일지도. E는 A를 눈에 비유하자면 흘겨보듯 생각한다. 왜냐면 C에게 A에 대한 작은 불평을 들었는데 그게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E에겐 C에 대한 의견이 거의 지배적이다. 그래서 C는 E에게 A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을 이야기할 때도 늘 여러 번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F는 A를 굉장히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F에겐 과거에 A가 했던 행동들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그런 부분에선 A를 굉장히 외면한다. G는 A를 어떻게 생각할지 아직 모르겠다. 부디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2.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정말 그렇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상대적
어디선가 봤는데, 우리는 요즘 너무 많은 걸을 볼 수 있어서 남과 나를 더 자주 비교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티비에 나오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뭘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유튜브에 자기의 일상을 올린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그걸 보면 그냥 단편적으로 그 영상 자체만 볼 수 없다. 저걸 하려면 얼마가 드는 거지?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이런 생각이 따라온다.
예전에 미국 포틀랜드를 여행하면서 독일 사람이랑 같은 방을 쓴 적이 있는데, 독일 사람들은 회사 퇴근하면 집 뒤에 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다.(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집 뒤에 호수가 있다는 것도, 그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것도 부럽고 신기했다. 6시에 퇴근하면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짬을 내어 산책이라도 할라 치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우리나라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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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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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5번째 주제 "관계의 끝"
"관계의 끝"
*관계의 끝
너는 알까, 내가 이 지긋지긋한 엉망의 관계를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사실을.
나를 왜 믿었냐고, 너를 왜 기다렸느냐고, 우리는 상처뿐인 말로 생채기내면서 슬퍼했지.
그 때가 지금도 나에게 한없이 슬픈 날이면서 아픈 날인걸 알까.
사실 우린 진작 끝났어야 했다.
내가 네게 싫은 소릴 못하게 된 순간부터, 네 눈치를 보던 나, 그리고 내 눈치를 보던 너,
우리가 우리가 아닌 사이로 지내던 날들, 붕붕 떠있던 거짓된 시간들이 그래도 행복했다.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난 같은 선택을 할거야. 내가 도망쳤다고 비난해도 좋아, 아니 조금 슬프겠지만 말야.
모든 슬픈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매일을 울고 후회해도 끝은 변함없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될 줄 알았거든, 결국에 관계라는 게 야속하고 이기적이거든.
이런 끝을 바란 건 아니었어. 그럼에도 끝이 있을 줄 알았어.
그런게 관계의 끝에 다다랐다는 거니까.
-Ram
*관계의 끝
1.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보지 않을 사람(들)이고,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들은 일주일 전, 한달 전의 나를 비웃듯 기약 없이 이어져 가게 되었다. 반면 나랑 평생 알고 지낼 것 같았던 사람(들)은 인연의 끈이 허무하게도 쉽게 끊어져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일까.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모르니 어디서든 잘 해야 한다고.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잘하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2.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가끔씩 대화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대상이 있다. 그 대상과의 대화가 그리운 날들이 있다. 그렇게 끝을 내지 말걸. 아니 끝을 맞이하도록 두지 말걸 그랬나.
3. 관계를 이어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체력에서 나오는 것 같아.
-Hee
*관계의 끝
몇 달 전부터 잡힌 약속을 취소하고 다음 주말 부산에 간다. 아빠의 얼굴 좀 보게 내려오라는 말이 비장하게 들린 탓이다. 나 또한 비장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된다. 아빠의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혼자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된 순간부터였는지, 시야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게 된 순간부터였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부쩍 느껴진다. 끝을 준비하려는 것이.
지영이 아직까지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무시하고 2세가 생긴 것을 아빠에게 말했다. 아직 성별조차 알 수 없는 내 자식의 존재가 아빠에게 약간의 기쁨이라도 줄 수 있을까 봐서.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으면서도 끝내 태어나는 것까지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산통이 다 깨졌지만.
사람이 죽는다고 관계가 끊어지는 건 분명 아닐 텐데, 아빠의 삶을 마무리하는 모습에서는 자주 그 끝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흔적이 보인다. 어쩌면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끝난 게 아니라며 붙잡고 있는 것이 산 사람의 욕심일 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본격적인 모습이다.
삶과 죽음이 갈라놓는 그 분명한 단절에 대해 자꾸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 같다. 배신감과 슬픔에 잠긴 미련한 자식으로서 아빠의 준비를 도울 수는 없더라도 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놓고 이 다음에 찾아올 무엇들을 대비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자주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해야 할 일을 이어서 해야겠지.
-Ho
*관계의 끝
흔히 이야기하는 손절을 해본적도 있고, 당해본적도 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기 보다는 그냥 관계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인 거 아닐까? 그 관계가 소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은것 이겠지. 그래서 인지 몇 없는 남은 인연들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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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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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4번째 주제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걸 알지만 누군가 날위해 고민했을 그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애정의 깊이만큼 날 알고 고르는 그 입맛이 복에 겨워서.
그래서 욕심이난다.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이 욕심이 난다.
-Ram
*생일선물
1. 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으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생일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대다. 사라진 포장지의 감성이 아쉬워서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귀여운 포장지에 꼭 포장을 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소에서 포장지 두 개를 겨우 골랐다.
2.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언니의 어머니는 꼭 집에 포장지를 몇 개씩 사다 뒀다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예쁜 편지지와 귀여운 카드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에 사둔다. 나중에 포장지를 둘 공간이 생기면 포장지도 사둘 생각이다.
-Hee
*생일선물
올해 생일에는 휴가를 쓰지 않고 그냥 출근했다. 평일이었고, 조촐한 파티는 지난 주말에 이미 열었었고 딱히 할 일도 약속도 없이 휴가 쓰고 쉬어봤자 한 층 더 침울해질 게 자명했다. (작년에는 셀프 선물이랍시고 그렇게 의미 없는 휴가를 썼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까. 주변에 뿌린 만큼 돌려받은 자잘한 선물들 말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차마 살 수 없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쯤을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과소비 말고, 무엇을 주면 좋을까. 고민을 거듭할수록 꼭 무언가를 선물해야 할 필요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내가 그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일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걸까…
-Ho
*생일선물
최근에 이사를 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짐이 너무 많았다. 버릴걸 미리 버리고, 미리 박스를 구해서 짐을 쌌다. 버린다고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아빠의 트럭 뒤가 꽉 찼다.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건, 가구를 마음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오래 발품을 팔아 샀던 원목 식탁과 의자를 친구에게 싸게 팔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서 공부하고 밥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식탁 겸 책상을 샀는데 기대가 된다.
3월, 4월은 남편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줄 선물은 잘 생각이 나는데, 뭘 받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어렵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뭘 가지고 싶은지를 몰라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럴 거면 그냥 빨리 생각해서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가도, 또 뭐 하러 그러나 싶다. 그래도 올해 생일엔 소소하게라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해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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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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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4번째 주제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선물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걸 알지만 누군가 날위해 고민했을 그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애정의 깊이만큼 날 알고 고르는 그 입맛이 복에 겨워서.
그래서 욕심이난다.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이 욕심이 난다.
-Ram
*생일선물
1. 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으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생일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대다. 사라진 포장지의 감성이 아쉬워서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귀여운 포장지에 꼭 포장을 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소에서 포장지 두 개를 겨우 골랐다.
2.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언니의 어머니는 꼭 집에 포장지를 몇 개씩 사다 뒀다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예쁜 편지지와 귀여운 카드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에 사둔다. 나중에 포장지를 둘 공간이 생기면 포장지도 사둘 생각이다.
-Hee
*생일선물
올해 생일에는 휴가를 쓰지 않고 그냥 출근했다. 평일이었고, 조촐한 파티는 지난 주말에 이미 열었었고 딱히 할 일도 약속도 없이 휴가 쓰고 쉬어봤자 한 층 더 침울해질 게 자명했다. (작년에는 셀프 선물이랍시고 그렇게 의미 없는 휴가를 썼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까. 주변에 뿌린 만큼 돌려받은 자잘한 선물들 말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차마 살 수 없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쯤을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과소비 말고, 무엇을 주면 좋을까. 고민을 거듭할수록 꼭 무언가를 선물해야 할 필요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내가 그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일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걸까…
-Ho
*생일선물
최근에 이사를 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짐이 너무 많았다. 버릴걸 미리 버리고, 미리 박스를 구해서 짐을 쌌다. 버린다고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아빠의 트럭 뒤가 꽉 찼다.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건, 가구를 마음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오래 발품을 팔아 샀던 원목 식탁과 의자를 친구에게 싸게 팔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서 공부하고 밥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식탁 겸 책상을 샀는데 기대가 된다.
3월, 4월은 남편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줄 선물은 잘 생각이 나는데, 뭘 받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어렵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뭘 가지고 싶은지를 몰라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럴 거면 그냥 빨리 생각해서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가도, 또 뭐 하러 그러나 싶다. 그래도 올해 생일엔 소소하게라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해봐야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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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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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3번째 주제 "낙관"
"낙관"
*낙관
어떻게든 되겠지,
이 지독한 말을 난 끝없이 내뱉었다.
사실 알고있었다. 어떻게도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되기까지 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긋지긋한 낙관주의로 살고싶어 발버둥친 것 뿐이다.
사실 나아지는 것은 없겠지 그럼에도 빌고 또 빈다. 어떻게든 되라고, 되리라고.
나는 지나치게 걱정했고 두려워하며 쏟아지는 미래를 받아냈다.
과거는 놓지도 못하고 버릴줄도 모르면서, 뭐든 움켜쥐고 싶었거든.
놓아야 다시 잡을 수 있는걸 그땐 두려워서.
그래도 이제 어떻게든 되어가는 나를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이 찬란한 시간들이 온통 낙관에 기대어 버려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가여워서, 슬프지 않다 되뇌이는 내가 안타까워서 그렇다.
낙관, 좋아지고 괜찮아질거란 기대를 나는 이제 조금 버리고 가려고 한다.
난 사실 끔찍하게도 낙관을 흉내내는 비관주의 일지도 모른다는 그 현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사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불신을 담고서.
-Ram
*낙관
1. 골치 아픈 일들이 은근히 내 머릿속에 스며드는 요즘. 다르게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신경 쓰고 싶은 일들이기도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도 있다. 그래도 하나하나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으니까! 생각한 대로 해내면 되고,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지금처럼 웃고 있을 거니까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약간 스스로가 염세적이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은 머리가 안 아플 순간이 있을까? 걱정만 해야 하고, 좋지 않은 결과들이 마구 떠오르면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일 텐데. 아예 뇌의 구조가 다른 걸까?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Hee
*낙관
1. 최악을 가정하는, 기대를 품지 않는,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삶에 신물이 올라올 때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나이스한 사람을 만나 바라지도 않던 호의를 입었을 때, 우울과 불안에 익숙한 삶이 나와 이어진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그가 밝고 맑은 마음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삶을 낙관적으로만 살아가는 그를 현실을 간과하거나 외면한 채 이상을 추구하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굳이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늘 친절하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는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극적이고 도망만 치는 비겁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2.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을 한 주 앞두고 있다.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욕심이 많아서 자주 몸을 혹사했고, 자주 부상을 입어 쉬었다. 러닝 시계는 내가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낙관하는데, 스스로 세운 목표 기록은 점점 낮아지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저 걷지 않고 완주만 할 수 있어도 성공이라 정했다.
겨울 동안 춥다고 조깅을 소홀히 했던 스스로를 후회하긴 하지만 괜찮다. 뜀박질을 몰랐던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뛸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전을 훈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쉽게 뛸 생각이다. 마라톤 한 번 완주한다고 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Ho
*낙관
낙관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기 싫으니까 대충 이쯤에서 타협하자는 게 낙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이기에, 나는 최소한 플랜 C까지는 세워놔야 되는 사람이었다. 근데 점점 그런 내모습에도 진이 빠졌고, 그냥 순리대로 되겠지. 일단 할수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던, 절대신에게 맡기던 맡기자고 생각하니 좀 편해진 것 같다. 나의 이런 성향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던 교육의 영향 같기도하다. 천연자원이나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실패는 곧 죽음을 뜻했음으로 "절대 실패하면 안되"하는 마음이 지배적인 것이다. 음식 하나를 시켜도 몇십개의 리뷰를 보고 검색을 한다. 언제부턴가 그게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메뉴이름만 보고 고르기도 한다.
반면에 우리 남편은 내가 이런 생각도 미리 해둬야지, 이런 것에 대한 계획도 미리 해둬야되지 않아?(주로 부정적인 쪽으로)하면 "나는 그런 네거티브한 생각을 미리 해서 나의 자신감을 하락시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내가 그걸 해낼수 있다고 믿고, 내가 그걸 가질거라는 걸 믿어"라고 한다. 너무 다른 우리지만, 결국엔 남편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둥바둥, 악착같이, 독하게, 갓생 이런 키워드가 장착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결국엔 낙관이 비관을 이기는 건 사실이니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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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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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두 번째 주제 "향긋하다"
"향긋하다"
*향긋하다
기억을 되짚어볼 때 그 향기와 느낌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대체로 포근한 기억이 난다. 아니 사실 그렇게 기억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냄새, 옷장을 열면 나던 오래된 가구 냄새속에 엄마옷에서 나던 향,
밥 짓는 냄새, 의자 마디마다 만져서 나던 씁쓸한 쇠냄새,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던 날의 차가운 냄새. 빳빳하게 다려진 교복 사이로 나던 새옷 냄새 같은 것.
그런 향긋한 날들이 두번은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자꾸 그걸 헤메이게 된다.
나는 과거로부터 그것들을 잔뜩껴안고 돌아온다.
그럼에도 어떤 공허함이 그걸 대신해주질 못해서,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외로운 순간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혹은 그리움이라던가.
내가 그것을 잊지도 잃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Ram
*향긋하다
꼭 월요일 저녁만 되면 술이 땡긴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본 결과 보통 금요일보다 월요일에 술을 많이 마셨다. 금요일은 괜히 주말이 코앞이므로 테니스를 치러 갔다가 술을 먹거나, 술을 먹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월요일은 테니스고 뭐고 술을 찾은 적이 많았다. 일요일엔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술은커녕 저녁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운동을 하고 바로 잠들고, 월요일엔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 만큼 회사 특성상 훨씬 바쁘고 정신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집중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월요일 저녁은 그냥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말레이시아에 사는 친구와 언어 교환을 위해 영상통화하는 날을 월요일로 잡았는데, 그마저 약속이 미뤄지거나 하면 그냥 곧바로 술을 마셨다. 집이든, 밖에서든. 지난주는 말레이시아 친구가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술 마시기 딱(?) 좋은 월요일이었다. 하루 종일 답답한 사무실에 있었더니 집에서 뭘 먹기가 싫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집 앞에 여러 음식점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정말 코앞이지만 이사 온 지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식당에 가기로 했다. 바로 막창집! 나는 사실 당면과 야채가 많이 들어간 돼지곱창이나 소 곱창(특히 그중에선 염통)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롯하게 막창이 메인인 식당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외면하고 지나갔던 곳이었는데, 늘 정우는 내게 막창 맛있으니 한번 먹어보자고 권유했다. 이번엔 어찌 된 노릇인지 못 이긴 척 가보기로 결심. 모듬 소곱창을 먹을 때 나온 막창이 난 제일 별로였기 때문에 궁시렁거리며 따라갔다. 돼지막창 2인분과 술을 주문했다. 막창은 초벌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직원분이 막창을 찍어 먹을 소스와 깻잎과 상추를 넣은 파절임, 그리고 콩나물국과 계란찜을 미리 내왔다. 에너지를 많이 쏟은 하루라 배가 고파서 계란찜을 한 입 먹고 난 뒤 시콤새콤한 맛이 땡겨서 바로 파절임 소스에 무쳐진 깻잎 몇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커진 눈. 깻잎 향이 너무 향긋하잖아? 내가 살면서 먹었던 깻잎 중 가장 향이 강한 깻잎이었다! 난 깻잎을 좋아하니 향이 강할수록 더 좋아할 수밖에! 정우한테도 빨리 깻잎 좀 먹어보라고 말하며 한 번 더 먹었는데 깻잎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그렇게 깻잎을 몇 젓가락 더 먹고 황금비율의 소맥까지 입에 털어 넣으니 월요일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 게다가 초벌이 되어 나온 막창을 바짝 구워 먹으니 내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의 그 살짝 탄 맛의 몇 백배 업그레이드된 맛이 느껴져서 난 이날 이후로 돼지막창을 좋아하게 됐다. 왜 지금까지 살면서 돼지 막창은 쳐다도 안 봤을까. 올해 말 전세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다른 동네로 이사갈까 기웃거렸는데 이 동네에 남고 싶은 마음이 살짝 더 생겼다.
-Hee
*향긋하다
1. 단맛 짠맛 쓴맛 신맛만 느껴지는 미각보다야 셀 수도 없이 넓고 다양한 후각의 ���계가 취향의 호불호에 미치는 영향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와인, 위스키, 커피 그리고 심지어 담배까지. 그저 즐기고 말았던 향의 취향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 이제서야 커피와 술을 마시며 연상되는 향들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다. 한순간에 예전 어느 특정한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금방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이 향이니까.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순간의 감상을 굳이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를 느낀다.
2. 이탈리아 여행 중 잠깐 들렀던 이름 모를 카페에서 마신 음료의 향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알 듯 말 듯 ,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신비하게 느껴지던 그 향이 도대체 무슨 향인지 궁금한데 몇 년째 그 이름을 몰라서 찾아 헤매는 중이다. 언젠가 마셨던 매실 향 술과도 비슷하고 그 옛날 맥도날드에서 났던 향과도 비슷한데 도무지 뭐라고 특정할 수는 없는 향. 맡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살레르노로 데려다줄 수 있는 향긋한 냄새.
-Ho
*향긋하다
As spring rolls by and I walk down the narrow lanes I smell the fragrant cherry blossoms in the air. This brings a smile to my face as the cherry blossoms smell is so pure. The fragrant smell of the flower fills my heart full of joy and wonder as I am excited what this new year will bring. The fragrant smell of cherry blossoms are beautiful and wonderful and give me a spring in my step. Alas, as quickly as they came they are gone but the fragrant smell still remains in the air as I wonder down the lane ways of the journey they call life always holding your hand in mine.
봄이 지나가고 내가 좁은 길을 따라 걸을 때, 공기 중에서 향긋한 벚꽃 향기가 느껴진다. 그 향기는 너무도 맑고 순수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꽃의 향긋한 냄새가 내 마음을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며,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게 만든다. 향긋한 벚꽃 향기는 아름답고 황홀하며, 내 걸음마저 가볍게 해준다. 아아, 벚꽃은 그렇게 빠르게 피어났다가 사라지지만, 그 향기는 여전히 공기 중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언제나 네 손을 꼭 잡고 함께 나아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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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smil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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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81번째 주제 "아이스 초코 라떼"
*아이스 초코 라떼
요즘 커피 대신 초코라떼를 마신다.
카페인이 요즘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어려워지는 것들이 생긴다.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으레 까탈스레 느껴지곤 한다.
나이를 먹어서도 시간이 흘러서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변해서이다.
커피를 모르던 내가 커피를 마시던 내가 되고 그걸 피하는 나도 내가 된다.
사람을 끝없이 좋아하다가 믿었다가 다시 또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곤 한다.
인생이 재밌어지는 순간도 끝없는 슬픔으로 몰려들어가는 때도 있다.
나는 지금 꽤 어리광부리고 싶은 그런 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 같다.
핫초코로도 마시고 아이스 초코라떼로 털어넣는 소박한 사치가 제법 재밌다.
아무래도 복잡하고도 웃긴 나의 30대 어느즈음이다.
-Ram
*아이스 초코 라떼
맛없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것은 실수였다. 도대체 관계에 대해선 진전이라곤 없는 대화들이 오갔다. 서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쁘고, 영양가 없는 말들이 눈앞에 떠돌았다. 허탈감 외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시간들. 총기 한 줄기 찾아볼 수 없는 초점없는 눈빛으로 같은 불만들을 얘기하고, 답이 없는 걱정만 한다. 다른 관점도, 다른 생활도, 다른 방안도 전혀 없다. 표정엔 반가움은커녕 기쁨 역시 딱히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웃음 소리는 내고 있지만 침울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달디 단 아이스 초코 라떼라도 주문할걸.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한동안 멍만 때리며 걸었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아이스 초코 라떼
초콜렛을 좋아하는데, 군것질을 안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달달한 디저트를 포기하는건 너무 어렵다.
대학교 다닐때, 학교카페에 아이스 초코 라떼를 팔았다. 커피를 먹기시작하면서 부터 음료로 단거를 고르는 일은 드물고, 더구나 초코를 음료로는 더더욱 안먹는 것 같다.
쓴 커피를 무슨맛으로 먹나 생각했던 20살의 꼬꼬마는 지금은 커피없이는 살 수 없는 육체가 되었다. 아무생각없이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떨던 그 시절이 약간은 그리워진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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