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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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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누리는 일
혼자 잠을 자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나를 친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외롭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나는 친구의 질문을 곱씹는다. 외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그러곤 대답한다. 외롭다고. 외롭지만 참 좋다고. 친구는 그게 말이 되냐는 눈빛이다. 괴짜를 바라보듯 씨익 웃으며 나를 본다. 그리고 연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사랑이 얼마나 활기를 주는지를 설파하며 못내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바로 그때. 나는 즐거운 토론을 시작할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어쩌면 친구에게 외롭지 않다는 대답을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도식에 의해서라면, 나의 면면은 외롭지 않은 쪽에 가까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대답을 하고 싶어서 나는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을 할 수밖에는 없다. 외롭다. 하지만 그게 좋다. 이 사실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건, 외로운 상태는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들 믿어온 탓이다. 가난하다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들 믿고 있듯이. 하지만 나는 외롭고 가난하지만 그게 참 좋다. 홀홀함이 좋고, 단촐함이 좋고, 홀홀함과 단촐함이 빚어내는 ���씩함이 좋고 표표함이 좋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외로우려 하고 되도록 가난하려 한다. 그게 좋아서 그렇게 한다. 내게 외롭지 않은 상태는 오히려 번잡하다. 약속들로 점철된 나날들. 말을 뱉고 난 헛헛함을 감당해야 하는 나날들. 조율하고 양보하고 희생도 감내하는 나날들의 꽉참이 나에겐 가난함과 더 가깝기만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알람을 굳이 맞춰놓지 않고 실컷 자고 일어나는 아침, 조금더 이불 속에서 뭉그적대며 꿈을 우물우물 음미하는 아침, 서서히 잠에서 벗어나는 육체를 감지하며 느릿느릿 침대를 벗어나는 아침이다.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사과 한 알을 깎아 아삭아삭 씹어 과즙을 입안 가득 머금고, 찻물을 데우고 커피콩을 갈아 까만 커피를 내려서 책상에 앉는 그런 아침이 좋다. 오늘은 무얼 할까. 영화를 보러 나갈까. 책을 읽다가 요리를 해볼까. 내가 나와 상의를 하는 일. 뭐가 보고 싶은지, 뭐가 먹고 싶은지를 궁금해 하는 일. 그러면서, 나는 소소한 마음과 소소한 육체의 욕망을 독대하고 돌본다. 외롭다. 그러나 오랜 세월 매만진 돌멩이처럼, 그런 외로움은 윤기가 돈다. 
외로움이 윤기나는 상태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외로울 때면 쉽게 손을 뻗어 아무나에 가까운 사람을 애인으로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고, 외롭다는 사실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전화로든 채팅으로든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아무 말이든 나누어야 잠이 들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고, 혼자서 식당에 찾아가 밥을 먹는 일이 도무지 어색해서 차라리 끼니를 굶는 시절도 있었다. 연락처 목록을 뒤져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지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나날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히는 게 두려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확인을 해야 안도가 되는 나날도 분명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그 시절들에 나는, 사람을 소비했고 사랑을 속였고 나를 마모시켰다. 사랑을 할수록, 누더기를 걸친 채로 구걸을 하는 거지의 몰골이 되어갔다. 사랑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기보다는, 나의 허접하고 경박한 외로움이 사랑을 그렇게 만들었다. 서로를 필요로 하며 부르고 달려오고 사랑을 속삭였던 시간들은 무언가를 잔뜩 잃고 놓치고 박탈당한 기분을 남기고 종결됐다. 그래서 지나간 사랑을 들춰보면 서럽거나 화가 났고, 서럽거나 화가 난다는 사실에 대해 수치스러워졌다. 어째서 사랑했던 시간의 뒷끝이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그러한 고독의 맛을 결코 음미해본 적이 없다면 그때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동녘 
지금 나는 사랑의 숭고함보다 혼자의 숭고함을 바라보고 지낸다. 혼자를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 가끔 거짓말조차 꾸며댄다. 선약이 있다며 핑계를 대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나에게 신중하게 오래 생각할 하루를 주기로 약속을 했으므로 선약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와 놀아주기로 한 날이라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은 안타깝게도 타인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허용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다하다 지치면 두어 달을 잡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하는 것을 두고 나는 가끔 농담처럼 ‘회식자리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는 경우’와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관광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인간관계로부터 언플러그드하러 떠나는 것이므로. 오롯하게 혼자가 되어서, 깊은 외로움의 가장 텅빈 상태에서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므로. 감정 없이 텅빈, 대화 없이 텅빈. 백지처럼 텅빈, 악기처럼 텅빈. 그래야 내가 좋은 그림이 배어나오는 종이처럼, 좋은 소리가 배어나오는 악기처럼 될 수 있으므로. 
외롭다는 인식 뒤에 곧이어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뒤따르는 일을 나는 경계한다. 잠깐의 어색함과 헛헛함을 통과한 이후에 찾아올 더없는 평화와 더없는 씩씩함을 만나볼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어딘가에서 감염된 각본 같아서이다. 슬프다는 인식 뒤에 곧이어 슬픔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뒤따르는 일 또한 나는 경계한다. 역시 어딘가에서 감염된 각본 같기만 하다. 외로움에 깃든 낮은 온도와 슬픔에 깃든 약간의 습기는 그저, 생물로서의 한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조건이라는 걸 잊지 않고 싶다. 
요즘은 외로울 시간이 없다. 바쁘다. 탁상달력엔 하루에 두 가지 이상씩의 해야 할 일이 적혀 있다. 어쩌다가 달력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지 않는 날짜를 만나면, 그 날짜가 무언가로 채워지게 될까봐 조금쯤 조바심도 난다. 바쁠수록 나는 얼얼해진다. 얼음 위에 한참동안 손을 대고 있었던 사람처럼 무감각해진다. 무엇을 만져도 무엇을 만나도 살갑게 감각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좀 질 나쁜 상태가 되어 있다. 쉽게 지치고 쉽게 피로하다. 느긋함을 잃고 허겁지겁거린다. 신중함을 잃고 자주 경솔해진다. 그런 내게 불만이 부풀어오르는 중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다린다. 오롯이 외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오롯이 외로워져서 감각들이 살아나고 눈앞의 것들이 투명하게 보이고 지나가는 바람의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나의 시간을. 
외로워질 때에야 이웃집의 바이올린 연습 소리와 그애를 꾸짖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모르는 사람들의 생활에 빙그레 웃기 시작한다. 외로워질 때에야 내가 누군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연결은 불길하고 어떤 연결은 미더운지에 대해 신중해지기 시작한다. 안 보이는 연결에서 든든함을 발견하고 어깨를 펴기 시작한다. 골목에 버려진 가구들, 골목을 횡단하는 길고양이들, 망가진 가로등,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에 담긴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이런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걸 수도 있다. 사랑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의식을 오래토록 행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경박한 외로움이 사랑을 망치게 하지 않으려고, 사랑을 망쳐서 사람을 망가뜨리고 나또한 망가지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으려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예가처럼 무언가를 연마하는 중일 수도 있다. 집착하고 깨작대고 아둔하고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든든하고 온전하고 예민하고 독립적인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게 되는 게 지금은 나의 유일한 장래희망이다. 
  월간 <해피투데이> 2014년 1월호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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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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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_이제니
매일 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 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모르는 사이 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굳건함이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오래 믿는다는 뜻인가. 꽃이 있던 자리에는 무성한 녹색의 잎. 잊는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인가.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준다는 것인가. 흙으로 돌아가듯 잿빛에 기대어 섰을 때 사물은 제 목소리를 내듯 흑백을 뒤집어썼다. 내가 죽으면 사물도 죽는다. 내가 끝나면 사물도 끝난다. 다시 멀어지는 것은 꽃인가 나인가. 다시 다가오는 것은 나인가 바람인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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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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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
안녕 오랜만이지
집에 다시 와서는 보통 하는 일은 네가 써준 편지를 다시 읽는 거야.
밥먹고 내 방에 들어와있을 때나 자기 전에 주로 다시 꺼내 읽어.
네가 훈련소 있을 때에 써준 편지도 꺼내서 읽고, 오늘의 한마디도 다시 읽어. 그러다가 진짜 예전에 써준 편지들도 꺼내고 그래.
그리고 그 편지들에는 항상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꼭 빠지지 않고 써있더라구. 그걸 읽으면 엄청.. 진짜 엄청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리고 물론 엄청 속이 답답해지면서 자책도 해. 사실이니까 그냥 말할게. 내가 너한테 진짜 모자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널 위해서 널 계속 만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해. 그냥 내가 엄청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죄책감도 들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감당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는데 이렇게 옆에서 내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너를 그런 너를 차마 사랑한다고 해도 되는 걸까.
내가 어떻게 이 마음을 갚을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그냥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네가 지금 나에게 주는 마음들은 결코 쉬운 게 아니란 걸 알아서 더 미안해지고.. 또 이루어 말할 수 없이 고맙고.. 정말 네가 없었으면 견딜 수 있었을까 싶어.
이렇게 대단한 너한테 사랑받는 존재가 나라는 사실이 지금은 날 더 못나보이게 해. 그럴 가치도 없는 나한테 과분한 것 같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참 못났지.
한동안은.. 분명 앞으로 한동안도 나는 너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어찌해야할 지를 몰라서 울어버릴 수도 있고, 지난 나에 대한 화를 쏟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래 갑자기 확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꼭 노력할게. 조금이나마 너한테 더 사랑받는 ���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더 사랑받아도 될 가치가 있도록 나아질게. 지금은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의 무게가 훨씬 커서 자꾸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네.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정말 사랑해. 내 온맘으로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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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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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_ 이제니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오늘부터 나는 반성하지 않을 테다. 오늘부터 나는 반성을 반성하지 않을 테다. 그러나 너의 수첩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채로 스프링만 튀어오를 태세. 나는 그래요. 쓰지 않고는 반성할 수 없어요. 반성은 우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너의 습관. 너는 입을 ���문다. 너는 지친다. 지칠 만도 하다.
우리의 잘못은 서로의 이름을 대문자로 착각한 것일 뿐. 네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네가 없어지거나 내가 없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너는 등을 보인 채 창문 위에 뜻 모를 글자만 쓴다. 당연히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느다란 입김이라도 새어나오는 겨울이라면 의도한 대로 너는 네 존재의 고독을 타인에게 들킬 수도 있었을 텐데.
대체 언제부터 겨울이란 말이냐. 겨울이 오긴 오는 것이냐. 분통을 터뜨리는 척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중얼거린다. 너는 등을 보인 채 여전히 어깨를 들썩인다. 창문 위의 글자는 씌어지는 동시에 지워진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나도 그래요. 우리의 안녕은 이토록 다르거든요. 너는 들썩인다 들썩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 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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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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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1
온다와 간다. 붙었다와 떨어진다. 모인다와 흩어진다. 잡는다와 놓는다. 만난다와 헤어진다. 사랑한다 그리고 이별한다. 간다, 떨어진다, 흩어진다, 놓는다, 헤어진다, 이별한다.
‘회자정리’라고 소리는 내지 않더라도 입안에서 조용히 한 글자씩 발음해본다. 한번으로는 부족해서 여러번 말해본다. 누가 그랬더라, 자꾸 무언가를 말하면 정말 이루어진다고. 아니, 이건 조금 다른 느낌이다. ���신한테 바라는 걸 자꾸 말하면 자기도 모르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거였던가. 이 생각이 떠오르고 난 후에 한번 더 말했다. 이번에는 작지만 소리도 내어서.
오늘 영선이가 오랫동안 키우던 쫑이를 묻어주고 학교에 왔다. 괜찮냐는 질문도 가당치않은 것 같아서 수고했다고 겨우 손을 잡았다.
이상하게 화요일에 진짜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거야. 원래는 화정에서 공부하다가 들어가려고 했거든. 근데 자꾸 집에 들어가고 싶어서 일찍 들어갔다? 그랬더니 집에 언니도 일찍 와있고 엄마도 있고 그랬어. 그리고 그 다음날에 엄마가 아빠 아침 챙겨주라고 하고 나가서 아침 준비하고 아빠를 깨웠어. 요즘 아빠가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쫑이한테 가서 괜찮냐고 말하면서 상태 확인하고 그랬단말이야. 그래서 어제도 아빠가 일어나서 쫑이한테 갔는데 쫑이가 숨을 안쉰대. 그 소리듣고 나도 그 쪽으로 가서 쫑이를 보는데 정말 숨을 안쉬는거야. 몸도 점점 딱딱해지고..
그런데 나는 정말 내가 안 울줄 알았다? 왜냐면 10일전부터 밥도 아예 못먹고 내가 우유만 좀 먹여주고 그랬어서 거기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아, 얼마안지나서 쫑이가 정말 죽겠구나 하면서 마음 정리도 하고 준비도 했었거든. 그래서 그동안 하도 펑펑 울고 난리도 아니었어서 딱 그 순간이 오면 내가 안울겠지 했었어. 그런데 쫑이를 보는 순간 눈 앞이 가려져서 진짜 쫑이가 안보일정도로 눈물이 나는거야..묻어줄 때도 또 엄청 울고..
감정을 정리하면서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라는 게 가능한 걸까.
눈 앞으로 달려오는 이별을 보면서 두 다리가 굳은 듯이 멍하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떤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도로 한가운데에서 차에 치이듯이 맞닥뜨리는게 이별인게 아닐까.
그리고 어떤 이별은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 지금 나의 이별은 열 손가락을 모두 접었다가 다시 펴면서 헤아려야 할 만큼의 횟수를 기록했다. 울며 불며 매달려도 보고, 맞기도 하고, 키스 한 번 하지않던 강제적인 섹스가 있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줄 알았다.
피곤하니까 잠 좀 자게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퉁명스러운 말에도 방에서 나가라는 짜증에도 너는 나를 분명 사랑하지만 단지 지금 화가 나있는 것 뿐이라고 내 스스로를 달랬다. 이 순간도 다 지나가면 우리가 사랑에 다다르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을테니까. 너랑 내가 앞으로도 계속 계속 사랑한다면. 구원을 기다리는 신도처럼 메시아가 당도하는 그 날만을 기다리며 오늘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난 끝없이 내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난 사랑받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은 없었다.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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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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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글을 읽는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 붕 떠있는 기분이 든다.
여태 내가 느꼈던 슬픔, 기쁨, 초조함, 갈증..이런 종류의 것들을 모두 뒤에 남겨 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한동안은 계속 글을 읽고, 글을 쓸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감정이 흐려질 때까지는
30.0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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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fvl-blog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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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내 자신한테 되뇌고 있다.
아쉬운 사람이 움직이는 거야.
이제 그만 먼저 애타서 속끓이고 몰아세우고 닦달하지마.
침묵하고 말을 아끼자.
이제 그만둔다고 한다면 그냥 그만둬.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이제 그만해.
애써 노력해서 뭘 하려고 되돌려보려고 곁에 남게하려고 하지마.
이제 움직이지마.
그래 지쳤어. 그만하자.
26.0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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