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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진짜 진짜 큰 그림. 근데 이게 그만한 큰 작업실이 없어서 오는 열망인건지 헷갈리기도 해. 막상 큰 돈을 들여서 진짜 진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진짜 진짜 큰 작업실을 얻었는데 캔버스나 종이를 사는 순간부터 김이 빠지기 시작한다면? 나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으유 인간아. 며칠 전에 퀸스갬빗을 하루만에 정주행했는데, 거기서 베스라는 체스 (개)천재가 밤마다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상상으로 체스를 두거든. 아 물론 약빨도 있어 베스는 약물 중독자거든. 근데 약물중독자이기 전에 일단 천재가 우선이야. 그걸 보는데 나도 누워서 분명 많은 생각을 하는데 싶은거야. 그렇다고 내가 베스처럼 개천재라는 말은 아니야. 그냥 나도 누워서 망상은 자주 한다는 말이야. 자려고만 하면, 음 나도 휘황찬란한 그림을 멋드러지게 그릴 수 있는데. 요즘은 과일이 진짜 예쁘던데...레드키위 봤어? 진짜 예뻐, 물론 맛도 있고. 그런거 그림으로 그리면 진짜 이쁘거든. 나도 그런거 좋아해. 아무 생각 없이 손이 다 더러워질 때까지 화면만 생각하는거. 어제는 교회 단상에 몇달 째 놓여있는 심홍색 호접난이 있는데(만천홍인가 잘 모르겠어) 내가 그걸 그리면 어떻게 그릴지 생각을 해봤어. 배경은 어떻게 처리할지 화분까지 그려야하나 그런거. 알지 머릿속은 늘 완벽하잖아. 너무 예쁠 것 같았거든, 그렇게 풍성한 호접난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어. 행사 때나 가끔 볼 수 있잖아. 나는 예배를 드릴 때마다 저거 내 카메라 가져와서 찍어가고싶다...예배 도중에 찰칵 소리가 나면 얼마나 웃길까. 다 그리고 나면 어떤 액자를 낄까, 비싼건 무조건 예쁘니까. 사쿠라나 호두나무가 좋겠다고 생각을 해. 액자는 박스식으로 띄워야 좋겠다. 잘만 그려두면 호텔 같은 데 걸어놔도 잘어울릴텐데. 누가 사가야 말이지.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해. 아, 그리고 그런거 있잖아. 면이랑 면이 겹쳐져서 어긋나는 면이 만들어지는거. 벽이랑 책상이랑 의자랑 네모 반듯한 애들끼리 다른 그리드를 만들어내는거. 유독 예쁘게 느껴질 때가 있어. 꼭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긴 하는데 이걸 내가 그림을 그릴지 뭘 할지는 모르겠어 일단은 그냥 모으고 있어. 근데 있잖아 베스는 맨날 맨날 체스를 둔다? 체스를 두지 않을 땐 체스를 두는 남자들이랑 자고 체스가 안풀릴 땐 술을 마시고 약을 먹어. 그니까 결국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는 만취 상태 빼고는 맨날 체스를 두거나 체스 생각만 한다는거야. 그게 말이 되니. 애초에 개천재랑 내 얘기를 한 글에 같이 쓰면 안됐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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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많은 것을 나누지 못하고 산다. 내가 입이 닫힌건지 정말로 서로 들어줄 사람이 없어진건지. 모두가 살기 피곤한 시대에 제 짐 지고 사는 것도 피곤한데, 누군가 정말 듣고싶어할까 싶기도 하고. 내가 이제 전혀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냥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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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살면서 갤러리에서 일하는 괴리감(미완)

우연히 운이 좋게 시작한 파트타임잡은 나에게 큰 돈을 쥐어주지 않지만 그보다 큰 안정감을 안겨주고 있다. 고작 주3일 뿐이지만 늘상 단기 알바와 일당 단위로 받아 살기 익숙했던 나에게 이 정도 안정감은 삶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기 충분했다. 

당장 떠오르는 예술인들만 해도 일반 직장인과 다를 것 없이 시간 맞춰 작업실에 출근하며, 작업실을 구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하다못해 침대에서 책상으로라도 출근한다. 그들은 창작자이면서 기획,예산관리,홍보,cs업무, 직종에 따라 팬서비스까지 스스로 감당하기도 한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씅내는 반말 존댓말 섞어쓰는 작가 할아버지-

내가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인데 말이야 왜 내 좋은 작품은 전시를 안하는거에요? 내가 책도 내고 전시도 했는데 왜 그쪽들은 매번 외국 작가 전시만 하냔 말이야 국내에도 좋은 작품이 있는데 내 작품 한 번 보시는게 어떠냐구. 아니 나도 책을 내고 전시도 했어요 ooo이라고 저기 인터넷에 치면 나오기도 하거든?메일주소 같은거라도 주면 볼 수 있게 보낼게요.

-대관하고 싶은 독립영화 감독-

-작품 평가해달라고 찾아온 신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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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 못드는 밤들의 연속이다. 부담스럽지만 기분 좋은 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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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솜을 끼워 넣었다.

더��든 추위든 변덕을 잘 타는 알루미늄 같은 내 신체는 전기세를 많이 잡아먹기에 다가올 환절기에 대비한 것이다. 올 여름은 초입부터 마음 먹고 이불 솜을 옷장 속에 넣어둔 채 커버만 덮고 지냈다. 어떤 날은 추웠고 어떤 날은 그래도 더웠다. 습하고 다소 칙칙했던 여름이 지났다. 내 안에 남은게 많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냥 아껴둔다 혹은 미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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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 산에 지는 거대한 구름 그림자를 보고 있자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으면서도 아주 빠른 것 같고 사실 별 거 아닌 듯한 기분이 동시에 든다. 그 느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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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 기억을 구태여 좋게 남기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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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차에 타기 위해 달려가는 얼굴을 마주하면 그가 탑승에 성공했는지 뒤돌아 확인하곤 한다.

조급한 몸짓, 늘어난 옷가지, 간절한 얼굴들. 어딘가 신경 쓰이는 구석들이 모여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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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을 다하면 불안하지 않는 일

시간을 소모하면 결과가 보이는 일

마음을 다하면 돌아오는 일

쌓으면 쌓이는 일

이 모든 것의 반대편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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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다 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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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들었고 볼품은 더 없어졌지만

마주할 때면 더 이상 감상에 젖지 않는다. 요녀석 언제까지 가나보자 기특할 뿐이다.

작년 가을 그러니까 첫출근을 할 때쯤이다. 금방이면 익숙해지고 말 그 길을 천천히 음미했다. 처음 걷는 길만큼 흥미로운 이미지의 나열은 없으니까.

반복 된 수차례의 출퇴근길에 멈춰서서 사진을 남기곤하는 나무가 있다. 처음 볼 때부터 그랬으며 그 때도 싱그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후 불면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았다. 이따금씩 바람이 많이 분 다음날엔 오늘은 떨어져 있겠지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웬걸 멀쩡히 붙어있지 않은가. 어딘가 얄미우면서 반갑기까지 하다.

그가 특별할 것은 전혀 없다. 자주 마주쳤을 뿐. 눈에 보였을 뿐이다.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랬다. 이제 누구에게 들은 말인지 기억이 안날만큼 스스로 자주 되뇌어버렸다. 마치 내 말인냥 느껴진다. 하다 못해 물건도 주인과의 만남에 이유가 있다는 세상에 식물이라고 안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본다. 지나야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다 지고 나야 아는거라면 결국 슬픔이나 아쉬움만이 결정(結晶)으로 남는건 아닐까. 사람이 곁을 떠나야 빈 자리를 알고 빈 자리에 무엇이 비었나 들여다 보아야 그제서야 그가 채우고 있던 것을 마주한다.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이 나무는 이제 나에게 커다란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익숙한 이미지가 주는 감상에 무뎌진다. 이유를 알 수 있는 때가 아니겠거니 싶다. 그것의 한 사이클이 지나고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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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여행과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가보고 싶어한 적도 없는 여행지 오타루. 얄밉게도 기억 속에 남은 키워드는 오직 두개뿐이기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오타루 여행 오르골당”. 초록창에 치고 블로그 검색을 100페이지도 넘게 탐색했다. 내가 찾는 이름은 눈이 빠지게 찾아도 볼 수 없었다. 그래, 오타루가 비싼 여행지도 아니고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아닌데, 걔 하나만 올렸겠냐. 70페이지 까지만 보자, 80페이지 까지만 보자, 결국 끝까지 다 봤다. 에라이 오타루 여행은 나 빼고 다 갔나 싶다. 일본 불매라며 이 사람들아.

 다음으로 기억하는 키워드는 아오이유우가 나오는 영화<남의 섹스를 비웃지 마>. 다행히 그는 블로그에 영문 제목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Don’t laugh at my romance” 우습게도 오타루보단 덜 유명한 이 영문 제목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단 몇페이지만에 난 그의 블로그를 찾아냈다. 그의 발자취를 쫒는 삼십분이 넘는 시간동안 난 눈이 빠지게, 속이 타게 그의 블로그 이름을 주문처럼 외웠다. ‘느리게,천천히.’ 그게 참 기분이 이상했다. 동일한 심정으로 내 인스타와 카톡을 훔쳐봤을 놈을 생각하니 웃기기도 했다. 참 징글징글, 이상한 관계였다.

 나는 그와의 지긋지긋하고도 뻔한 이야기를 겪은 뒤로, 남의 로맨스가 어찌 되었건 절대 욕하지 않는다. 방송 연애의 참견을 보면 나는 모든 사연자들이 이해가 된다. 부디 보면서 답답하다며 사연녀를 욕하지 마라. 경험해보지 않은 자는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없는게 로맨스다. 남의 로맨스는 비웃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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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쌀 쑥개떡 메모리

엄마는 쑥개떡을 잘해줬다. 우리 엄마 요리는 정말 뭐든 맛있어서 어쩜 쑥개떡도 잘한다. 어렸을 때 엄마는 이맘쯤이면 동네 산으로,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로 쑥을 캐러 다녀오곤 했다. 나도 두어번 엄마 뒷꽁무늬를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갤러리 옥상에서 이사님과 오순도순 잡초를 캐다가 발견한 쑥 덕에 안그래도 쑥개떡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던 참이었다.

오늘은 아빠가 직원 분이 사주신 쑥떡을 집에 들고 퇴근했다. 콩이 초코칩마냥 가득 박힌 모양새였다. 우리 엄마 쑥개떡은 훨씬 얇고 달달하고 반들반들했는데..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라 엄마에게 이런저런 쑥떡에 얽힌 기억을 서로 추억하며 대화를 나눴다. 잊고 있던 기억이 엄마 덕에 떠올랐다.

깊은 산 속 작은 시골 대안학교를 다닌 나는, 학교에서 주는 급식과 간식이 아니면 자유롭게 군것질을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고, 학교 3-40분 남짓 거리에 살았던 탓에, 엄마는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거나 혹은 친분이 있는 학부모나 교사를 태워주거나 등의 이유로 여러 학교 관련 일만 있으면 그 거리를 쉽사리 운전해오곤 했다. 도움 받는 이들에겐 편도 30분이겠지만, 왕복 운전을 하는 엄마에겐 1시간20분 가량의 운전을 주기적으로 아주 오래 해온 것이다. 그 탓에 엄마는 무릎이 좋지 않고, 요새도 장거리 운전은 힘에 겨워 한다.

이야기가 조금 새어나갔지만 다시 쑥개떡으로 돌아오자면, 엄마는 당시 초6 우리학년 친구들을 위해 봄철에 쑥을 손수 캐고 반죽을 만들고 직접 쪄서 학교까지 가져다주곤 했다. 온 김에 딸래미 얼굴도 보고 가고. 그렇게 몇차례 쑥개떡을 먹게 되자, 짓궂은 남자애들은 떡을 돌돌 말아 자기들끼리 집어 던지고 놀고 지우개 똥처럼 만들어 굴리고 놀고 있었다. (정말이지 난 유년이건 청소년이건 남학생들이 싫다) 그 광경을 몇차례 경험한 나는 학교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더 이상 쑥개떡을 쪄오지 말란 비보를 전했다. 엄마는 맛이 없나, 애가 떡볶이 같은 인기있는 간식이 아니라 창피한가 의아했을 터다. 다행히도 열세살의 나는 엄마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이유를 잘 설명했더라. 엄마 남자애들이 엄마가 힘들게 만들어서 운전해서 갖다 준거 안먹고 갖고 놀아. 집어 던지고 굴리고 그래.

우리집에서 오래 된 기억을 잘 기억해 내는건 나와 엄마다. 최근의 일은 언니와 아빠가 비교적 잘 기억해낸다. 아빠는 옛날 일을 너무 잘 기억하는 내가 무서울 때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또렷이 기억하고, 나의 상처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의식이 존재하는 이유가 우리의 의식을 ‘정상’의 범주 안에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하듯이 잊혀지는 기억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딸 먹이려고 정성껏 만든 쑥개떡을 그만 가져오라는 통보를 들은 엄마보다, 그 말을 전했어야 하는 내가 더 마음이 아팠었나보다. 그래서 이번 쑥개떡 메모리는 엄마가 더 많이 기억하고 있나보다. 옛날 일을 너무 잘 기억하는건 무서운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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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가능성이 많았던 사람’이 되기 싫지만 어쩌면 나도.

자아가 비대하고 이상이 크면 삶이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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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열심히 하고 싶으면 전시를 잡으라는 말은 존나게 맞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