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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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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이별들
2월의 생각
“잘 지내. 악수 한 번 하자.”
“응. 안녕.”
가는 등 뒤로 손을 흔들었다. 눈물 없는 담백한 이별이었다.
  어렸을 때 이별엔 꼭 눈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졸업 후 친구들과의 이별, 장례식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별, 남자친구와의 이별, 정든 직장 동료와의 이별. 사실은 떨어지지도 않는 눈물방울을 있는 힘껏 짜내려고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지금 너무 슬픈 상태야.’ 보여 줄 수 있는 게 눈물이니까.  
내 기억 속 가장 서툴렀던 이별은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 온 이별이었다. 친척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스물 두 살쯤. 학생 때였다. 마스카라를 하고 힐을 신고 막 수업을 가려던 참이었다. 장례식장은 꽤 멀었다. 검은 옷, 검은색 구두, 검은 가방을 들고 밖을 나섰다. 지나치는 선배에게 괜히 슬프게 인사하고, 택시를 타고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냥) 창문을 반쯤열고 머리칼을 흩날리며 거짓 눈물을 똑 흘렸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장례식장엔 사촌 언니 오빠들과 아빠를 잃은 동생들이 눈물 없이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이 사람들은 슬프지 않나? 왜 울지를 않지.’ 부끄럽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별은 슬프고 슬픔은 눈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슬픈 모양만 내 비치다가 나왔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택시 안. 마스카라고 예쁜 척이고 뭐고 그제야 눈물이 나 컹컹큭억 괴상하게 울었다. ‘아, 다시는 못 보는 구나. 다시는 함께 한 그 추억을 함께 회상하지 못하겠구나. 나는 이제 다 커서 소주 한 잔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영정 앞에서 납골당에서 소주를 드릴 수밖에 없겠구나.’ 추억이 밀고 들어와서야 이별을 실감했다. 참, 미숙한 이별이었다.    
최근 이별은 애인과의 이별이었다. 이별하러 간 카페, 추억을 곱씹으며 처음 만나게 된 날만큼이나 심장이 두근댔다. 좋은 기억들이 많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다가오는 게 느껴질 만큼 그 사람에게 술 냄새와 담배냄새가 강하게 났지만 그 사람은 꿋꿋이 나왔고, 나는 몇 끼 먹지 못해 기운이 없었지만 정자세로 곧이 앉았다. 잘 지냈냐는 말에 (서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내가 참, 좋은 사람을 사랑했구나. 싶었다. 다시 보지 말자. 끄덕이고 끝이 났다. 30cm도 채 떨어지지 않는 위치에서 혼자 조용히 노트북을 하던 옆자리 여자 분이 자리를 피하지 않을 만큼, 아주 담백하고 간단한 이별이었다. 마음은 물론 담백하지도 간단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울면서 함께 우리 추억을 회상하고 들추어내면 뭘 하나. 여기 나온 목적은 단 한 가지, 그냥 이별인 건데. 가장 나이든 이별이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의 이별은 내가 겪은 가장 성숙한 이별이었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내 시간만큼 이별도 나이가 드나보다. 어느새 나는 내 의지대로 친구와, 애인과, 가족과, 동료와 이별을 한다. 강제 종료 당하는 이별이 아닌, 예약 대기 상태 이별이라 이별하는 순간은 점점 담담해 진다.    
그래. 좀 더 성숙하고, 강한 이별이 되기를. 이별 후 추억을 버리기 위해 애쓰기보다 추억을 되뇌며 웃음 짓는 마음이 되기를. 갈수록 잦아질 이별에 무뎌지기보다 단단해 지기를. 기억할 것이 많아지는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를. 나도 이별도 성숙하게 나이 들어가기를. 그렇게 점점 괜찮아지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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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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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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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이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를
이제야 봤다.
첫 장면은 울음으로 시작한다.
먼 발치의 무덤을 보고 주저앉아 울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마지막 장면도 울음으로 끝난다.
할아버지의 무덤을 뒤로 한 채 걷던 할머니가 다시 돌아 주저 앉아 버리는 모습.
밥을 먹고, 마당을 쓸고, 화장실을 가고, 길을 걷는 할머니 옆에는 항상 할아버지가 함께 였다. 영화 말미, 할머니 혼자 걷는 길이 너무 쓸쓸해 보여 눈물이 났다.
그 모습을 보기만 하는 나도 눈물이 나는데, 
먼 곳에서 입을 할아버지의 옷을 태우는 할머니의 마음은 절대 헤아릴 수 없을 거다.  
새삼스레, 세상 걱정들이 필요 없게 느껴졌다.
멀리 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들, 사실은 곧 해결될 일들.
마음만 곧게 잘 붙잡고 있다면 금방 지나갈 일들.
누군가 함께 있다면  옆에 있는 사람과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 만큼 
의미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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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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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내딸 서영이
얼마 전 , 드라마 학원에서 첫 발표를 마쳤다.
소주와 아메리카노. 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와 딸 내용이다.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내용인데, 내공이 부족하여
밑줄 쫙쫙 그어 고칠 부분 잔뜩인 대본을 선생님께 도로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무료 드라마 섹션을 눌러보다가
몇 년 전 인상 깊게 봤던 내 딸 서영이를 다시 봤다.
보면서 깨달았다. ‘아,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구나.’
의도치 않게 의도한 것처럼 나는 잠재적인 표절을 (ㅠㅠ) 하고 있던 것인가!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다니던 회사를 나온 지 어언 반 년 째.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들은 불안하지 않지만,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머릿속 글자들이 더 이상 조합이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렇게 하면 될 거야. 생각했던 것들이 ‘안 돼, 이건 안돼.’ 라는 생각들로
바뀌면 어쩌나. 생각이 드는 시간들은, 아주 많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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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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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는 왜 환상에 빠지고 싶은 걸까.
나는 왜 상상을 하고, 글을 쓰는 걸까.
나는 왜 하염 없이 쓰는 것이 좋을까.
나는 왜 별 생각 없는 일상을 생각하는 것처럼 쓰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안정적으로 살고 싶지만 편안한 삶이 불안할까.
나는 왜, 라는 고민을 나는 왜 하고 있는가. 자주 생각한다.
사실은 누구나 하고 있을 고민일 수도 있는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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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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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로 취향 맞춤.
술을 마실 때 안주는 별로 생각했던 적이 없다.
혼술이 대부분이었으니, 안주는 4캔 만원 하는 수입 맥주에 국산 맥주이거나,
맥주 마신 후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 정도.
몸의 구성 성분 중 70% 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
일주일에 네 번. 저녁으로 맥주 500ml  서 너캔을 마셨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내 몸의 한 5% 정도 지분은 맥주가 차지하고 있지는 않나 의문이 든다.
술을 마시면 시간이 빨리 가서 좋았다.
일어나기 싫은 다음날,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부랴 부랴 준비하면
너무 일찍 깨서 길을 잃은 시간들을 맞이할 필요가 없으니까.
술은 술을 부르고, 생각 없이 마시다보면 생각할 시간들을 앗아간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간에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술술. 하던 시간이 일 년이 지났다.
술로 보낸 시간이 그렇게 허무하지는 않다.
인생 뭐 있어! 다시 용기를 줬고, 
술은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만큼만 마시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으니.
좋은 장소를 더 아름답게 느끼기 위해,
힘든 날 나를 마시기 위해 술 한 잔 정도는 좋으나
쓸쓸한 방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끊기로 했다.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려고 혼자 술을 마셨으나,
그것은 매우 외로웠기 때문에 했던 일이었으니까. 
외로움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결해야지
혼자서 해결하면 더 외로울 뿐이니까.
맛있는 안주도 함께, 맛있는 시간도 함께. 그래도 함께 하는 것이 혼자 보다는 훨씬 나으니. 
아직 치킨에 맥주! 보다는 맥주에 치킨! 이 더 끌리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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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id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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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앞 카페 , 홍대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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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카페는 보통 책을 읽는 곳이거나, 글을 끄적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항상 라떼 한 잔 혹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 익숙한 장소 였다.
혼자 있기 좋은 곳,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시간.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최대한 사람이 없는 카페를 쏙쏙 골라다니곤 했다.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은 카페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누군가와 내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카페에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일 년 가까이 함께한 전 남자친구와 카페의 추억이 거의 없었다.
아마 그래서 헤어졌는 지도 모르겠다.
커피 대신 소주를 함께 마시는 날들이 더 많아져서.
소주를 싫어하는 내게 소주를 마시자고 하는 그가 싫었는지도.
술값과 그 남자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탕진한 나는 
한동안 혼자 카페 오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조금 안정이 되자, 다시 카페를 찾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함께 카페를 찾아 다니는 사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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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이는 유명한 카페에서 별 일 없이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고, 맛있다, 예쁘다. 말하는 소소한 시간들.
한 번도 먹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디저트를 시키고,
입맛을 이야기하는 시간들.
이런 시간들이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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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연애는 취미 같은 것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힘든 사회의 시간들.
맞춰가야 할 것들,  배려 해야 할 시간들이 많은 요즘.
그런 그런 와중에 내 취미까지 맞춰 가려다 어느 새 마음이 지쳐 버렸다.
다시는 연애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카페를 함께 가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
카페에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
연애를 다시 시작했다.
홍대 주변 카페는 보석 같은 카페들이 참 많은 줄도, 데이트 하는 연인들이, 친구들이 찾기에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참 많다는 것도 요새 들어 알게 된다.
그렇게 오래 서성이던 홍대 주변 인데, 이제야 새삼 새롭게 보이는 오랜 카페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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