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yeonkwon

[seoyeonkwon]

아직도 이런 밤이면 여전히 나는 네가 그리워진다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무치는 마음 한 구석 부여잡고 네 이름을 불러본다 꿈 많고 무서울 것 없던 그 시절의 나를 사랑했던 것인지 아주 먼 곳에서 환하게 빛나던 나의 우상 너를 사랑했던 것인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조금은 바래진 추억에게 묻는다 너는 내가 그립지 않냐고 아직도 나는 이런 밤이면 네가 너무도 그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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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한 계절 가까이 사랑했다 두고두고 바라만 보면서 사랑만 했다 누군가를 이렇듯 나 스스로보다 사랑할 수 있음을 여실히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었다 너를 보고 있노라하면 가슴이 찌르르 한 것이 도저히 배겨낼 수가 없었다 네가 닳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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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죽어버리고 싶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연거푸 피어오르는 느닷없는 잔상들은 자정이 되기도 전 창을 타고 넘어와 숨통을 조이며 나를 괴롭혔다 항상 그리곤 네가 있었다 아니 어쩌다보니 네가 내 곁에서 당연하다는 듯 존재하기 시작했고 눅눅했던 나의 공간에는 네가 가진 따뜻한 볕이 함께 나누어 들기 시작했다 푸스스 잎새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활짝 만개했으며 울창한 숲 같은 네 등 뒤에서 잠깐씩 잠이 들기도 했다 너라면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을만큼 생의 욕심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만 갔고 너라면 당장 죽어도 좋을만큼 생의 미련은 끔찍한 쪽으로 흘러갔다 아니지 이렇 듯 거창한 수식어는 네가 존재한 이래로 사라진 것처럼 그냥 너라면 다 좋았다 당장 너의 울창한 그늘에서 잎새소리 같은 네 웃음소리와 함께 생이 끝나도 좋을 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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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잊고 나를 찾으려 떠났던 그 여정 속에는 나보다 더 많은 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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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별이었지 그래 너는 별이었어 밤이 되면 하늘께로 네가 하나 가득 몰려들었다

그래서 보지 않으려 눈을 감으면 네가 함박눈이 되어 쏟아졌어 그렇다면 너는 눈이었을까

그리고 너는 점점 더 불어나 나를 익사시키려 했어 수영하는 법을 모르는 내 폐부로 네가 가득 차오른다 그렇다면 너는 강물이었을까

네가 떠나고 긴 시간이 지나도 나는 너를 정의내리지 못하고 너���는 명사 속에서 영원히 머물러있어 그래서 난 너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물음이 끝나지 않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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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고 난 자리에는 기억만이 남았다 우뚝 서서 아름다운 위용을 숨기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었다 가만히 기억을 끌어 안았다 네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리는 소리가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네가 나갔던 자리가 그 모양 그대로 남아있었다 가슴에 기억을 아무리 끌어 안아도 네가 빠져나간다 아마도 네 기억이 닳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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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어 텅 비었으나 어둠으로 가득 찬 이 방에서 우린 사랑을 나눴다 사랑의 정의를 모르는 나는 조용히 누워 당신의 사랑으로 이 방이 텅 비길 바랐고 당신이 없어 이 방이 가득차길 바랐다 내게 주어진 사랑은 그랬다 비참하게 아름다운 비극적이어서 가득 차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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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번은 아무 이유없는 사랑을 받고 또 그냥 그 다음엔 아무 이유없이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고나면 값이 없는 나같은 사람한테도 이유없이 받은 사랑의 값이 더해져 값어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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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따뜻하게 잡고 놓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방법을 모르는 나에게 품 안에 무겁게 안은 채로 뜨겁게 속삭여주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나란사람에게 주어진 오답의 수식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까요 문제부터가 그른 것이라 애초부터 수정이 불가할까요

창틀로 새어나오는 달빛을 함께 사방에 끼얹은 채 정답의 조각으로 안아주세요

그조차 사치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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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것 들이 나를 떠난다 믿었던 그렇지 않았던 그러한 여부와는 상관이 없이 나는 물론 떠나는 것 들을 잡지는 않았다 그 많은 것 들을 가만히 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떠나 보냈으나 물론 모든 것 들이 나를 떠났다 기대는 부서졌고 나는 무너졌다 모든 것이 그저 단지 홀연한 마음으로 나를 들렀다 간다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나 남을 것은 검게 눌어붙은 바닥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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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이래로 너는 내게 슬픔만을 안겼다 나는 매일을 섧게 울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자진해서 너를 선두에 세웠고 너는 자진해서 나쁜 이가 되었다 너는 내가 사랑하기 전 타인이었고 너는 내가 사랑한 후로 나쁜 타인이 되었다

아무 것도 어느 것도 내 것이라 굳게 믿어온 감정 들도 그 어느 하나 맘처럼 되는 것이 없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너를 완전한 타인으로 만드는 것 가슴 속 굳게 걸린 빗장을 열어 네가 날아가게 방치하는 것

너를 손 틈 새로 새어나가게끔 하는 일을 포기했으니 방법은 하나 온 몸에 묻은 널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이후로 너를 완전히 보지 않는 것 그저 우두커니 희미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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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열망에 대하여

그 것을 이름을 붙일 때 나는 한참을 고심했다 너를 무엇이라고 칭해야 할런지 누군가 너에 대해서 물어온다면 나는 어떤 여운도 남기지 않고 단박에 너에 대해 무어라 말할런지

그 것 그러니까 너에 대해 나는 그 어떤 단출한 명사도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붙일 수 없었다 너는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었다 내 것이 될 ��� 없기에 이름 따위로 너를 정의내리는 것은 불가했다

나날이 자라나는 너라는 열망을 묶어두려 했던 것 그 것은 내 것이었던 욕망 그리고 영원히 가질 수 없어 이름이 없는 영원한 무제인 너라는 열망

무한히도 영원한 정의가 다른 두 개의 평행선 너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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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위로가 더이상 먹혀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 돌아서 바라본나는 너무 많은 자극들에 망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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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돌아 누워있던 그 겨울밤. 아니 겨울이 아니었을지도, 어슴푸레한 신새벽이었던지도 모른다.

소리없이 쌓여가는 눈 만큼이나 기척없이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나 비어있는 벽을 보며 그를 떠올렸다.

아니 그가 아니었을지도, 어쩌면 그였을지도.

창 너머가 밝은 것은 눈이 희기 때문인걸까. 아침이 오려는걸까. 의미없는 물음이 이어지고 이윽고 방 안으로 나리는 눈발. 눈발이 너인지 네가 눈발인지 거세질수록 가슴을 에는 그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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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분명하게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없이 느껴져오는 감정의 분화구를 무자비하게 틀어막은 채로 사랑의 감정을 부정했고, 너를 부정했다. 그리고 또 그것은 내 존재 자체를 완전하게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내가 너를 사랑함을 인정하는 순간 버림받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이태껏 내가 사랑해왔던 그 모든 존재 들에게 한 치 오차도 없이 버림받아왔고 나는 그때마다 한 치 오차도 없이 산산조각이 되어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공명으로 울었다. 나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사랑할 수 없었고,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의 스타트라인에서 언제나 스스로를 버려야만 했다. 그것은 스스로가 내린 규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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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에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