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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4일 월요일
아침 9시경 친정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어젯밤 꿈자리가 사나워 잠에 잘 들지 못했던 터라 막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자다 깬 목소리에 남편 출근시키고 늦잠 자는 여자라고 하셨다. 30년 넘게 그리고 아직도 일하고 있는 엄마의 핀잔이었다.
이래저래 방황하느라 까먹은 5년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지만, 벌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친구들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연수원에서 만난 동기들의 나이 범위가 생각보다 더 넓어 안심했다. 나는 중간쯤이었다. 나보다 14살 많은 타 직렬 동기와 한동네 살아서 가끔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도 했는데, 날더러 좋은 나이에 입직했다고 잘했다고 하셨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더 어린 친구들에게 일찍 들어와서 부럽다 했다.
어느 공무직들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한다고 한다. 우리끼리도 조만간 늘어난 정년에 대해 발표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가 돌았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도 있었다. 20대에 까먹은 5년을 국가에서 채워졌다. 이로써 나는 다시 35년간 꼬박 일을 해야 은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까마득하게 남은 세월에 질리기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오래 남았음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가족이 생긴 탓이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인데, 벌써부터 승진루트를 살피고 있다. 태생이 욕심이 많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 뭐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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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일 토요일
다시 조금씩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지독한 악필이기 때문에 노트에 적는 것은 재미가 없고, 일기지만 혼자만 보는 건 외롭다고 할까.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너무 고립되기는 싫다.
네이버 블로그를 최근에 즐겨해서 그곳에다 옮길까 하다가, 지나치게 노출이 많은 플랫폼인 듯싶어 결국 텀블러로 돌아왔다. (뭐 어쩌고 싶은 건지?)
시간이 자꾸 흘러가는데 아무 기록도 하지 않고 살면 나중에 잊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았다. 또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생각의 종류도 잡다하며 범위가 넓다. 한데 모으고 싶었다.
최근의 변화들에 대해서 몇 가지 적어보자면 잠이 줄었다. 예전에는 밤이고 낮이고 잠에 드는 시간이 달콤하고 좋았는데 이제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그리고 잠에 드는 것도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수면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당황스러운 변화이다.
���리고 머리를 공들여서 빗기 시작했다. 나를 챙기는 행동 중에 하나이다. 머리를 빗으면 생각이 선명해지고 건강에 좋다길래. 또 식단에 신경을 쓰고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다. 흰밥은 먹지 않고, 튀긴 음식도 자제한다. 밀가루는 아주 가끔씩만 먹는다.
책도 다시 읽는다. 드문드문 항상 읽어오긴 했지만 이렇게 여러 권을 동시에 번갈아 읽는 건 또 오랜만이다. 오래된 습관인데 나는 책을 여러 권을 동시에 본다. 아마 자극에 절여진 뇌가 한 가지 맥락을 지속해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는 듯하다. 읽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는다. 대신 장르를 다르게 한다. 소설끼리 같이 읽으면 이야기가 섞인다.
최근 새로운 직업을 얻었고 지금은 발령 대기 중에 있다. 분기마다 할 일이 명확하고 정답이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정답이 없는 일만 해왔는데, 이상한 일이다. 나는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면서 괴로웠던 대부분의 이유가 ‘모호한’ 것을 쫓았기 때문일 테다. 애초에 답이 없는데 누군가는 답을 내야 하며 말단 직원인 내가 내린 정답은 오답인 경우가 많았다. 슬픈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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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21 수요일
겨울이다. 결혼을 했다. 집은 독립문으로 구했는데 어렸을 때 부터 살고 싶었던 곳이다. 강북으로 돌아온 것은 졸업 이후로 처음. 어째서인지 강의 남쪽에서 계속 머물렀다.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 순간들 - 불안한 마음이 있었고 정갈하지 못한 생활이 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깨끗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는 점. 이제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포만감 보다는 더부룩함이 반갑다. 나를 더 올바르게 만들어주는 불편함.
결혼은 이 남자와 떨어져 있는 순간들이 견디기 힘들어서 했다. 매주 만남과 헤어짐을 하는 순간은 극적이었고,아무리 오래 ���어있어도 지겹지 않고 더 함께 있고 싶었다. 4년의 연애 끝에 한 결혼은 달콤하고 즐겁다.
올해는 이뤄낸 것들이 많다. 우선은 직업을 바꾸기로 온전히 결심을 했다. 방송쪽일은 학부 졸업 이후로 계속 해왔던 일이고, 삶이 불만족스러웠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그 업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우리끼리는 지나친 자극에 이미 중독이 되어서 불나방 처럼 계속 달려드는 거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다섯명 남짓한 작은 회사를 다니며 부당한 급여나 회사 시스템에 너무나도 질렸더랬다. 노력해서 큰 회사를 들어갔다. 방송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곳이었다. 나 또한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 최종 목표는 방송국 입사라는 어렴풋한 기억도 있었다. 처음 걸어보는 사원증의 목걸이는 회사 슬로건 처럼 다채로웠다. 법인카드로 사먹는 식사와 커피는 나를 들뜨게 했고, 화려하고 웅장한 사옥은 내가 이 사회에서 한단계 성장했다는 착각을 심어줬다.
통장에 돈은 쌓여갔고, 이벤트 처럼 주어지는 상품권과 복지 포인트, 상여금은 쓸 바를 모른채 그저 두 어깨만 올려줬다. 돈을 쓸 시간이 없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퇴근하는 날이 주에 1회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차가 끊긴 시간에 아니 도로에 달리는 차 마저 많이 없는 새벽 시간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에 비몽사몽 몸을 맡기고 내달릴 때면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도 가끔 일었다.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는 시간도 종종 있었다. 남들이 아직 하루를 시작하지 않은 시간에 어딘가로 향하는 기분은 글쎄. 일찍 일어나는 새는 그저 피곤할 뿐이다.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내가 망가지기 까지. 아마 이곳이 ‘이상’이었기 때문에 더 쉽고 빠르게 내가 지쳤던듯 하다. 다를 줄 알았다.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줄거라고 믿었다. 퇴근하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고도 그 아무도 쉽게 집에 일찍 들어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분위기가 숨이 막혔다. 32시간을 근무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내 인생은 이렇게 일만 하라고 조상님이 미리 정해놨는지. 어쩌면 여기서도.
가장 충격 이었던 것은 이 모든 것들을 버티는 자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내가 포기하면 나는 도태되는 사람이었고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이 사회를 견뎌 나갈 힘이 없는 사람이었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짤리면 좋겠다는 생각 까지도 했다. 포기하는 사람보다는 모자란 사람이 나았다.
그리고 우울증에 걸렸다. 그때 당시는 몰랐다. 발걸음이 무거웠고 자주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밥��� 먹고 싶지가 않았고 내가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들만 없으면 당장 생을 끝낼 수 있을거 같았다.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하는 사람들 밖에 없었다. 숨을 쉬기 힘들어질 때가 있었고, 담배를 피우면 큰 숨을 쉴 수 있어서 자주 옥상에 올라갔다. 그때 아주 많이 담배를 피웠다. 눈물도 흘렸다. 소리는 지르지 못했다 그마저도 힘이 없어서.
사는게 왜 이리도 힘든지.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는걸까? 아닌것 같았다. 내가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느껴졌다.
고난의 운명.
모두 과거의 생각과 일들이다. 지금은 벗어났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이었다. 위험수위까지 갔을 때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 내가 잡고 있는 덧 없는 끈을 놓을 수 있었다.
포기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포기한 사람이다 라는걸 받아들이니 괜찮아졌다. 포기하면 안돼?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모두 귀엽다. 그리고 아마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을 존경하지만 안타깝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시 같이 회사를 다니던 아주 똑똑한 동료가 최근에 말했다. 아무리 불만을 가져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수 있는건 나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벗어날 방도가 안 보이는거야 내가 대학을 새로 가서 다른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그래서 결심했지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로 수능 공부 할거야 2025년에 입학할거고.
그녀가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어도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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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됐다. 예전 같았으면 하기 힘들었던 생각이다. 요즘은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이만하면 됐다.
좋은 사람들, 가족, 사랑하는 사람 - 끝나가는 겨울 , 인생의 새로운 시작 점들 ,그리고 아주 좋았던 기억들
뿐만 아니라 나빴던 기억마저 나를 지탱해주는 거름이 되었을거라 믿는 나의 굳세어진 마음.
나이가 든다. 아직도 너무나 어리지만 그래도 조금씩 단단해진다. 세월을 쌓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월도 함께 쌓여간다.
그저, 치사해지지만 말자 다짐한다. 가난해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도 또 너무 힘에 받쳐 이성을 차리기 힘든 순간에도 한숨만 돌리면 다시 생각해 볼 시간 정도는 있다. 치사해지지 말자. 그것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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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삼백 년 된 나무가 두 그루나 있다더라. 이사를 온 지 육 개월 남짓 되었는데, 동네 터줏대감 위치를 모르면 쓰나 싶어 구경 다녀왔다. 과연 큰 나무였다. 하지만 그늘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그늘을 만들어 줬다면 그 아래에서 한없이 앉아있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대로 소원은 빌어야겠다 싶어 두 나무 모두에게 가장 염원하는 일을 빌었다. 구체적으로 소원을 빌었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다소 추상적이다. 이를테면 제가 올해에는 마음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던지. 어느 대학에 가게 해주세요, 어느 회사에 가게 해주시라는 바램은 결국 이뤄졌을 때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을 만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속된 집단의 이름만으로는 절대 내 행복을 가늠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추상적이지만 확실한 단어들로 내 미래를 빌어보는 것 아닐까.
불안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평생 지금과 같은 시기는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하고, 밥을 지어 먹고, 모자라지 않을 만큼 잠을 자고 미뤄놨던 책을 읽고, 무엇보다 계절이 변화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날씨를 확인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식물을 내놓는다. 매일 지나쳐 가는 길에 나무의 이파리가 얼마만큼 자랐는지 또 푸르러졌는지도 볼 수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예전에 글을 쓰는 수업의 교수가 너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당시에는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들이 점점 줄어드는 걸까 했는데 웬걸 아니다. 그저 그것들을 느낄 겨를이 없었기에 보지 못했던 것뿐.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지금 다시는 잃지, 잊지 말아야 하는 감각들에 대해 새기고 또 새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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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운동하기 시작한 것은 훌륭한 생각이었다. '요가'라는 운동을 시작하였는데 꽤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단순히 유연성만을 단련시키는 운동은 절대 아닌 온몸의 무게를 받아내고 견디는 종류의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했다. 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는 '숨이 어디로 들어와서 나가는지 살펴보세요' '내 몸이 어디에 서 있는지 느껴보세요'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견디며 호흡하고 있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가 있었다. 몸은 분명 괴로운데 마음은 점차 편안해져 갔다.
식물도 키우기 시작했다. 나무 두 그루, 허브 하나, 수경재배 식물 하나 총 네 개이다. 아침엔 베란다로 '산책' 도 시켜준다. 햇빛을 받고 나면 조금 더 바르게 서는 거 같다. 기분이 좋다.
하루에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자꾸만 비워지는 냉장고를 보는 건 생소하면서도 기쁘다. 서울에 온 뒤로 상할 때까지 방치되는 냉장고 속 음식들을 버려내는 건 일상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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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과로로 인해 발목에 실금이 갔다고 했다. 현장 일은 그런 것이다. 물리적인 충격 없이도 뼈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가끔 현장 집합 콜 타임이 새벽 네 시 정도로 이를 때가 있었다. 보통은 서울 외곽의 로케이션 혹은 세트장이 촬영장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그리되면 집에서 적어도 두 시 반에는 나와야 하는 것이다. 세 시간 남짓 얕게 잠들고 일어나면, 순간 왜 지금 일어났지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숱하게 많았던 촬영 날 중에 다시 잠들어 버린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만큼의 긴장 상태로 견뎌내야만 하는 날들이었다.
현장에 모인 여러 팀의 사람들은 부족한 시간 내에 자신���게 주어진 일들을 문제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소 날카롭고 거친 모습들을 보이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장비가 오가야 하는 현장의 문은 영하 이십 도의 날씨에도 항상 열려있어야 했다. 나는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이지만,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핫팩을 붙이고 손난로를 잔뜩 넣은 주머니는 항상 무거웠다. 어떤 날은 화장실의 동파를 막기 위해 설치된 라디에이터 앞에서 한참 몸을 녹이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은 지쳐 보였지만 어떻게든 자기 역할을 다하려 애썼다. 나는 그저 몸을 움직이며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들도 늘 지나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도 흐려져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 순간까지 왔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수가 자주 했던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로사로 사망하거나, 자신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스탭들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쪽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그러하다. 우리도 누군가가 희생되어야지만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논의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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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5
회사를 그만둔 지 2주 정도 흘렀다. 처음에는 잠이 들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첫 주에는 강원도를 다녀왔고 지금은 부산에 내려와 있다. 사실 매일 크게 하는 일들은 없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하기를 원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어느 정도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성격 때문인지 가끔 찾아오는 불안감은 완전히 떨쳐내기는 힘들다.
나쁜 사람들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다들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얼마나 나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 내가 나쁘다고 느끼는 특성을 덜 들춰내면서 살아갈 방법을 연구하는 것. 비난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이 정도가 내가 앞으로 터득해 나가야 할 점들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살뜰히 보살피는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고,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사람이 되어야지. 십분 더 일찍 일어나서 화장도 공들여서 하고, 말끔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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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지쳤다.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 것 처럼 말하는 것도, 잘못이 크지 않은 사람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 처럼 말하는 것도. 크고 분명하고 거칠고 짜증 섞인 말투로 통화하는 것도, 전화 목록에 누군지 알 수 없는 수 많은 사람들과의 통화 내역이 뒤섞여 내가 누구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깊게 또 오래도록 기억을 더듬어 봐도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이 모든 것들이 지겹고 힘들다. 나는 지금 분명하게 지친 상태이고, 화가 났고, 행복하지 않다. 하루에 내가 웃고 있는 시간을 분으로 따져봐도 얼마 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에게 물었다 내가 원래 어떤 사람 같아 보였는지. 유쾌하고 느긋해 보였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정 반대의 사람인 것 같다. 조금 만 더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고, 조금만 더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나를 구해줄 수 있는건 나 밖에 없는데 자꾸만 누구의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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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편안함을 주는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는건 저에게도 무서운 일 입니다. 힘든 일이에요. 그럼에도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제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동물이지 않겠어요. 저는 결국 저만을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되겠지요. 혹은 지금의 커다란 결정을 언제든 번복할 수 있게 마음 먹고 결정을 내리던가요. 어느 쪽이든 제 인생에서는 큰 모험입니다. 어찌보면 제가 지금까지 내려왔던 모든 선택들은 가까이서 보면 즉흥적일지 몰라도 멀리서 보면 꽤나 신중했단 말입니다. 저를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불쾌해요. 저는 정말이지 이성적이고, 또 많은 계획 아래에 일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저는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저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설사 그게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에요. 언제나 사람들을 관찰하고 나열하며 세상(사람을) 정의하려고 드는 저는, 정말이지 인간이라는 족속들이 끔찍하게 싫으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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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지요. 내가 페달을 밟아 나서는 그 길에는 양복쟁이들이 많았어요. 어딜 그렇게 가는 길이었을까 나는 그들을 지나쳐 가는 길이 좋았습니다. 모두가 바라고 그리는 이상을 비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고 지나 다다른 곳에는 오롯이 나와 물 하늘 그리고 그리운 감정만이 있었지요. 그곳에 앉아 있는 시간은 지루하고 허탈하고 외롭고 불안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 아름다운 강을 한눈에 담으려 애쓰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페달을 밟아, 어느 곳에도 갈 힘이 없습니다. 그저 그때의 아름다웠던 공기 바람 냄새 기억들만을 방구석 한쪽에서 그리워만 하고 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다시 그곳을 찾았을까요? 아니 다시 찾을지라도 모든 건 예전과 같지 않겠지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갑니다. 어떻게 이 시간이 흘러가는지 부여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빠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 마음마저 빠르게 사라집니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보내면 일 년이 지나있습니다. 저는 예전의 제가 그립다고 하지만 그리 슬프고 예민하고 또 기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던 제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저는 살아질까요? 무디고 불필요하고 예쁘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요? 저는 그게 무섭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지는 걸까요 그러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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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3
이곳에 와서 단 하나의 신호등도 발견하지 못했다. 머뭇거리며 건너던 거리를, 지금은 여유롭게 건넌다. 그들과 나 사이에 모종의 규칙이 생긴 것이다.
여행을 가면 3 km 이내의 거리는 대체로 걸어 다닌다. 2.2km를 걸어 성당에 왔다. 오래된 성당이었다. 두 시까지는 내부 미사가 있어 출입이 금지라 하였다. 지금은 열한 시 반이다.
성당 맞은편 카페에 앉아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렸다. 미처 들어가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들은 그들의 친구들에게 이 성당을 왔었노라고 말할까? 나는 이곳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싶어 두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대체로 많은 가게가 문이 없고, 에어컨도 없다. 나는 더운 것을 잘 견디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물에 들어가려면 조금 더 더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했다. 나는 더위와 땀, 태양을 사랑한다.
그 사이에 관광버스 여러 대가 성당 옆으로 주차했다. 조금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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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기 까지 긴 시간이 있었다. 불현듯 복잡하던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이유가 무얼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햇살이 뜨겁고 초록 빛이 밝은 날이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으니 남들과 같이 살아야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잘못된 판단 이었던 거 같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고 인제야 알아서 부끄럽다.
생각을 멈추는 건 위험하다. 생각을 멈췄기 때문에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상황을 내 곁에 둘 수가 있었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혹은 깊게 잠기는 날이 잦아지더라도, 인생 복잡하게 살아지더라도 생각을 멈추고 살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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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마세요. 감정을 보이지 마세요. 내가 실은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켜봤자 좋을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모든 사람을 증오하지는 마세요. 증오는 괴로운 감정이에요. 증오는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어서, 회복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필요해요 말하자면, 아주 소비적이라는거죠.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너무나도 미워합니다. 이 감정이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저 입니다. 가끔 그녀가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멍청한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말이죠. 이 귀여워하는 마음은 애정이 아닌 조롱 혹은 비웃음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나는 누군가든 마음 깊은 곳 에서부터 싫어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인걸까 하는 그런 생각이요. 그도 그럴 것이 분기마다, 계절마다, 속해 있는 집단마다 나의 증오를 받는 사람은 늘 있었으니까요. 누군가가 어디선가 나를 이렇게 증오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소름에 끼치기도 합니다. 나는 그다지 친절한 사람은 아니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행복하고 싶었는데 쉬운 일은 아니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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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미리 책임질 것을 예상하는 건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갖게 한다. 내가 가끔 주변의 다른 이들이 예상치 못한 혹은 놀랄만한 결정을 하는 것은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걱정을 하는 시간이 견디기 어려워서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받아드리겠다는 결심이 전제되었을 때 혹은 어떠한 결과든 상관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주로 이런 태도로 세상을 대한다. 상관이 없는 결과들은 주로 어떻든 간에 괴로울 걸 아는 사건들이다. 내가 결정을 유보하는 순간은 이 선택이 나를,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롭게 할인지도 모른다는 예상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많은 것들을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이유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사건이 나에게 일어나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아서 이다.
이따금 터무니없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기억이 난다. 이 년 전 교정에서 보았던 목련이라든지 그리고 그 날 술을 마셨던 소줏집의 웃기게 생긴 화장실이라든지 갑자기 시를 읊던 ��� 교수라던지. 마지막에는 그 교수를 미워하게 되었었지만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은 나에게 오래도록 영향을 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었다.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되면 좋으련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최근의 어떤 선택도 괴로운 결과를 가져올 거란 걸 분명히 알았음에도 다시금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본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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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있는 아름다운 얼굴과 마주했다. 나는 그것이 좋다. 나는 사랑에 빠진 지 아주 오래되었다. 아마도 어쩌면, 평생 다시는 사랑에 빠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슬��� 때도 기쁠 때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나 느끼기 힘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소홀히 여기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때 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모순이지만 나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아름답게 포장된 채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살아가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이 너무나도 중요한 내가 증오스러우면서도 그렇기에 사랑한다. 이제는 사랑을 제외한 것들로 둘러싸여서 살아가면 행복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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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술을 많이 마셨다.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꼬치와 먹었고 다시 꼼장어와 조개탕을 안주로 소주를 먹었다. 그리고 나서 사케를 마셨는데 작은 병에 담아 데워 마셨다. 이때부터는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A와 나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 A는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 했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기회를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지 술이 먹고 싶었기 때문에 함께 술을 마셨고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가 그를 사랑할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듯 보였다. 그가 술을 더 먹자고 말을 하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가서 와인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그것이 힘든 일이라고 말하였고 이제 나는 더는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 집에 가겠다고 하였다. A는 나와 자신이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나는 단 하나의 공통점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다. 사람들은,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것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때때로 불쾌하기도 날카롭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러한 발견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를 애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쁘게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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