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yoon77

[steveyoon77]

[리디북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그래그래. 난 이게 탈이야. 주어진 걸 가지고 음식 장만해야 할 텐데 늘 재료 투정만 한단 말이야.” “둥글둥글 사는 거지 뭐.” “둥글둥글.” 둥글둥글 돌아가는 선풍기를 바라보면서 구보씨는 정말 세상은 둥글둥글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리구 다부진 망치로 모난 생각을 다스리면서 살아야 이 난세를 옳게 살려니, 이런 결심을 다시금 새롭게 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최인훈 저

[steveyoon77]

‘세상 물정의 사회학'에서 노명우 선생은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라는 글을 인용하여 캡쳐한 것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이 글을 읽다, 최인훈 선생의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 올랐어요.

—-

그 무렵에 명동은 전쟁 때 부숴진 대로였다. ‘실존주의’가 처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땐데 말하자면 실존주의적인 거리였다. 푸짐하게 부숴진 거리가 이 지역에 있는 어느 다방에서나 창밖으로 내다보였다. 어느 사람도 별반 영혼이나 빵이거나 간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실존주의는 긴말 접고 ‘不毛’ ‘廢墟’ ‘渴症’ 이런 따위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구보씨 느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금의 이, 외국에 가본 일도 없는 구보씨조차 그닥 겁나지도 않게 쓸데없이 되살아난 이 거리보다는 그때의 허물어진 터가 훨씬 건강하였다. 그 허물어진 터에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개화기 이래 명동이라는 이 땅뙈기를 덮어온 껍질이 한 번 부서지고, 맨살이, 이 땅의 벌거숭이 얼굴이 싱싱하게 드러나 있었다. 폐허는 미未개발지와는 다르다. 미개발지는 그저 물질일 뿐이지만 폐허는 사람 손이 간 땅이다. 그러면서 평지에 덕지덕지 분칠한 손때 묻은 땅이 아닌, 말하자면 지령地靈의 살결과 엉킨 채로 ���는 땅이다. 지령은 무너져내린 벽돌 틈으로 수시로 들락거렸다. 지령은 낯가림 않는 평등의 신이다. 지령은 거드름도 없는 소박한 신이다. 모든 폐허는 이름 없는 한 신의 제단이다. 그러길래 프랑스의 폐허에서 외쳐진 실존주의라는 넋두리가 여기서도 대뜸 통했던 것이다. 실지로 그때 ‘몽파르나스’라는 것도 여기 있었다. 몽파르나스에 가면 늘 시의 무당들이 마른 명태 안주를 찢으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지령은 이 자리 저 자리로 다니면서 한 잔씩 얻어 마신다. 그의 임하심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

발터 벤야민의 새로운 천사는 최인훈의 지령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폐허가 되고 다시 재건을 하면서 폐허가 되던 때의 희생은 잊혀지는 모습을 본 최인훈 선생이 자신만의 어투로 '역사의 관념에 대하여’ 이야기 한 것은 아닐까 했어요.

[steveyoon77]

[리디북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그래그래. 난 이게 탈이야. 주어진 걸 가지고 음식 장만해야 할 텐데 늘 재료 투정만 한단 말이야.” “둥글둥글 사는 거지 뭐.” “둥글둥글.” 둥글둥글 돌아가는 선풍기를 바라보면서 구보씨는 정말 세상은 둥글둥글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리구 다부진 망치로 모난 생각을 다스리면서 살아야 이 난세를 옳게 살려니, 이런 결심을 다시금 새롭게 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최인훈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SF 명예의 전당 1권

도시의 건설자들이 도시를 세울 때 깜빡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들은 사물이 영원히 지속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겁니다. - 어스름(twilight, 존 켐벨) 중

[steveyoon77]

[리디북스] 수용소군도

체포 ─ 이것은 느닷없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내동댕이쳐지는 놀랄 만한 행위를 뜻한다. 우리는 기나긴 인생의 오솔길을 따라 어떤 때는 행복하게 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불행하게 방황하면서 수많은 담 옆을 지나왔다. 그 가운데에는 썩은 나무 울타리도 있고, 지푸라기에 흙을 이겨서 만든 토담도 있고, 벽돌담, 시멘트 담 그리고 ���책 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담 뒤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미처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우리는 담 뒤를 엿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엿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거기, 우리에게서 2미터도 안 떨어진 바로 거기서부터 〈수용소〉라는 나라는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담에는 촘촘히 늘어선, 교묘히 은폐된 작은 문과 쪽문들이 무수히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바로 이 쪽문들은 모두 우리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그래서 그 운명의 쪽문이 홱 열리는 날이면 네 개의 희고 억센 손이, 노동에는 익숙지 않지만 체포에는 재빠른 그 손들이 우리의 팔, 목덜미, 모자, 귀를 움켜잡고 짚단처럼 우리를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하여 과거로 통하는 쪽문은 우리 등 뒤에서 영원히 굳게 잠겨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것으로 만사는 끝장이다. 당신은 체포되고 만 것이다! 수용소군도 |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찐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수용소군도

〈그래선 안 돼!…과거를 들추면 안 돼!…《과거를 기억하는 자는 한쪽 눈이 빠져 버린다!》는 속담이 있지 않느냐 말야.〉 그러나 이 속담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과거를 잊는 자는 양쪽 눈을 다 잃는다!〉고. 수용소군도 |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찐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신전을 들어서는 신도는, 신전이 동쪽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뜨는 해를 등지게 된다. 따라서 반 바퀴 돌아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고 나머지 반 바퀴를 돌아 신전이 봉헌된 신을 마주 봄으로써 온전히 한 바퀴를 돌아 두 신 모두에게 기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혹은 이런 식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이 아이귑토스의 바퀴처럼, 인간사에는 안정이 없으며 우리는 신들이 우리 인생에 부여하는 그 어떤 우여곡절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함을 가르치고, 또 은근히 암시하고 있을지 모른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 플루타르코스 저

[steveyoon77]

방송대신문 1794호, 시론(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steveyoon77]

방송대 신문 1794호, ‘읽기’ 사람을 말하다(신형철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steveyoon77]

[리디북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서비스 활동은 그 특성상 근본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불가능한 것이 많다. 생산성의 향상 자체가 오히려 그 제품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현악 4중주단이 27분짜리 곡을 빨리 연주해 9분에 해치웠다고 해서 생산성이 3배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일부 서비스의 생산성 증가는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킴으로써 가능했다. 미국과 영국의 소매업 서비스 분야에서는 종업원이나 매장의 수를 줄여 소비자가 더 멀리까지 운전하게 하거나 물건의 배달을 더 오래 기다리게 하는 식으로 서비스의 질 자체를 낮춰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예를 들어 나라 체제의 형태에 관하여, 민주 정치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가서 그대 집안에서부터 민주 정치를 구현하시지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 플루타르코스 저

뤼쿠르코스 편 IX

[steveyoon77]

[리디북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서른 살 가운데 마루턱까지 살아오면서 구보씨는 이렇게 사람이 모인 장소에 올 때마다 어김없는, 더도 덜도 없는 얼굴을 꾸미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것이다. 나는 나고 당신들은 당신들이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의 적인 것은 아니다. 서로 존중하기로 하자―이런 내용의 의사를 온몸으로 풍겨야 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최인훈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세상물정의 사회학

‘부자 되기’는 IMF 관리체제 이후 상식과도 같은 목표이다. 부자 되기는 소박하고 상식적인 희망이다. 하지만 소박하고 악의 없는 상식적 희망도 악마적 결론을 낳을 수 있다. 한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추구한다고 생각해 보자. 개인은 소박한 꿈을 따를 뿐이지만, 부자 되기가 유일한 상식이 되는 순간 몰상식이 시작된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겠다고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이과생들이 기초과학을 멀리하고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모두 의사만 되려 하고, 모든 의사 지망생이 성형외과 전문의를 선택하는 상황은 상식에서 분명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몰상식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 각각이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 단지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였을 때, 무시무시한 몰상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노동자를 대체하기가 더 쉬워졌음에도 포드는 직원들에게 후한 임금을 지급했다. 자신의 생산 방법이 ‘대량’ 판매를 할 시장이 없이는 작동할 수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저

[steveyoon77]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모멘토, 버텔 올먼 지음)

[steveyoon77]

[리디북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일들, 즉 처녀들이 가벼운 옷만 걸치고 젊은 남자들이 지켜보는 행렬에 선다든가 운동 경기에 참가한다든가 하는 것은 결혼을 촉진하기도 했는데, 이는 필연적인 것으로 플라톤의 이른바 “수학적인 필연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종류의 필연”에 의한 것이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 플루타르코스 저

[steveyoon77]

[리디북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뤼쿠르고스의 세 번째 레트라는 동일한 적과 싸우기 위해 여러 번 원정을 가는 것을 금하고 있었다. 이는 적이 잦은 방어에 익숙해진 나머지 호전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바로 이것이 훗날 아게실라오스 왕에 대해 특별한 불만이 쌓인 이유였다. 왕이 보이오티아에 대해 빈번한 습격과 원정을 계속한 탓에 테바이 사람들이 라케다이몬의 적수가 되었다는 주장이 일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처 입은 왕을 본 안탈키다스는 이렇게 말했다. “싸우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싸우는지도 몰랐던 테바이 사람들에게 싸움을 가르친 대가로 수업료 하나는 톡톡히 받으십니다.” 뤼쿠르고스는 이러한 법령을 ‘레트라’라고 불렀는데 이는 신으로부터 온 신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 | 플루타르코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