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날이면광화문에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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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연가
어쩌거나 방황의 발끝은 광화문에 정착한다. 늘 분주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거리. 이곳에서 우리는 제각각의 삶의 무게를 버티며 담배 한 대 혹은 쓰디쓴 커피 한 잔으로 습관을 만든다. 내가 이곳에서 쉬이 감탄하는 풍경은 빛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시간인데, 아마도 광화문은 서울에서 한낮의 해가 가장 유난하게 들이치고 바람마저 화려하게 부는 곳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광화문 거리를 걷는다. 그 옛날에는 왕과 신하가 걸었고, 이제는 연인들이 걷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오래된 유물 위의 밤의 공기가 쓸쓸하야 남몰래 울었을지 모른다. 오늘 광화문엔 바람이 많이 분다. 저 멀리 인왕산으로부터 빌딩 사이로, 청계천에서부터 아직은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바람결에 젊은이들은 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종로통, 을지로, 아현동의 골목으로 사라져 자취를 감춘다. 나는 아직 여기에 남아 해지는 광화문을 가만두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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