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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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0h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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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선원의 노래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에겐 둘도 없이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워즈워스와 콜리지는 절친한 친구이자 인생이란 모험을 함께하는 동반자였다. 문학적 협력자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영국과 유럽의 시골 지역을 여행하며 ‘자연과 감정’을 우선시하는 낭만주의 사상을 고취했다. 그리고 1798년, 둘은 합작품인 <서정 가요집>을 간행했다. 서로 각자 지은 시들을 한데 모아 엮어 펴낸 <서정 가요집>은 19세기 초 영국 문학사를 변혁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렇게 워즈워스와 콜리지 이 두 친구의 우정에서 비롯된 낭만주의 운동은 영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시적 사유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서정 가요집>의 서문에서 워즈워스는 본인의 확고한 문학적 세계관을 밝힘과 동시에 강한 시적 개혁 의지를 드러낸다. 그가 규정한 새로운 시감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워즈워스는 좋은 시를 “감정의 즉흥적인 흘러넘침”으로 정의 내리고, 그런 강렬한 감정의 근원은 “평온을 통한 회상”이라는 의견을 개진한다. 워즈워스는 또한 서민들의 삶으로부터 적절한 시적 감흥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겸손하고 소박한 시골 특유의 생활 양식이야말로 시상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어詩語를 최대한 활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견해를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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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하고 강조한 신고전주의 문학 작품이 활개를 치던 18세기에 외려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주된 시적 모티브로 간주한 워즈워스와 콜리지의 혁신성은 후대의 문인들로 하여금 낡은 문학적 관념과 전통에서 벗어나 한층 더 자유로운 문예 활동을 고무하는 발판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만큼 두 시인의 영향력과 <서정 가요집>의 파급력은 널리 퍼져 19세기 이후의 문학 판도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리지는 워즈워스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과 상황을 다룬 시를 다작했다. 그러나 <서정 가요집>에서만큼은 사뭇 다른 작품 세계를 구상해냈다. 워즈워스가 자연의 미와 자연의 이로움을 나타낸 낭만적 서정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콜리지는 도리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자연의 세계를 초월하는 초자연적 존재들을 포착해 그려내는 시 창작에 몰두했다. 요컨대 몽환적이며 미스터리한 시를 쓰는 것이 콜리지의 과제였던 셈이다. 그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노수부의 노래>, <크리스타벨>, <쿠블라 칸>이 대표적인 예다. 이 세 편의 시에서 콜리지는 일관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는 ‘신비와 마법’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통해, 황홀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콜리지는, 악몽과 유령 혹은 악령에 홀린 사람들의 경험담을 소재로 한 기묘한 이야기를 시적 내러티브에 정교하게 접목하여 괴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서정 가요집>에 실린 콜리지의 작품들 가운데 <노수부의 노래>는 단연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자 역작이다. 이 시는 여러모로 획기적인 작품이다.
첫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고딕물이다. 고딕물은 기괴한 사건을 중심으로 기이한 내용이 전개되는 공포물 장르의 작품이다. 따라서 고딕물은 대개 공상적이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하다. 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과학적 발견과 논리를 근거로 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허구성이 짙은 고딕시를 창작해 출간한 콜리지의 문학적 시도는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당시에는 사용이 보편적이었던 아편에 탐닉한 그에게서 이처럼 신비하고 몽환적인 정취를 풍기는 작품이 탄생한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항해 모험 판타지 장르의 시초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노수부의 노래>가 해적 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두고 있는 설화는 아니지만, 우리는 <노수부의 노래>와 상당 부분 닮은 비슷한 부류의 작품들을 익��히 알고 있다. 예컨대 지금도 여전히 연재 중인 만화 <원피스>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그러하다. 이 두 작품은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보유한 인기작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과 같이 해적들의 모험기를 중점으로 다룬 서사에서 <노수부의 노래>의 이야기적 요소와 유사한 장면들과 인물들을 간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예로 들어볼 때, 대표적으로 ‘데비 존스’와 그의 유령선인 ‘플라잉 더치맨’ 그리고 그가 벌이는 주사위 게임인 ‘라이어스 다이스’는 모두 <노수부의 노래>를 오마주로 차용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실례들이다. 또 <원피스>에서는 ‘브룩’이 소개되는 에피소드의 이야기 틀과 전반적인 분위기가 <노수부의 노래>에서 유령선이 등장하는 시퀀스와 흡사하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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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화자의 형이상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콜리지는 이 시에서 인간의 말이나 글로는 형용하거나 수식될 수 없는 초자연적 경험의 신비를 구현해낸다. 작품의 화자인 노수부는 젊은 날 떠난 길고 먼 항해의 길에서—유령선, 정령들, 산송장, 도깨비불—등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직접 보고 경험한다. 이렇게 오감을 벗어난 영적인 차원에 실존하는 형이상적 현상들은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곳에 실재하는 것들의 숭고함을 깨닫게 하는 환영幻影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비로소 인간의 영혼을 한층 더 성장케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믿으려 하는 무지한 이들에게 콜리지는, 형언할 수 없는 천지 만물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가르치고 상기시켜 준다.
네번째로 <노수부의 노래>는 빼어난 종교적 우화다. 이 시에는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알바트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거대한 바닷새는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노수부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고국을 떠나 남쪽을 향해 항해 중이던 배는 폭풍우를 만나 남극에 다다르게 된다. 주위가 온통 얼음과 빙산뿐인 남극 바다는 생명체가 쉽게 서식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다. 그런 남극의 망망대해 한 가운데 눈안개 속을 헤치며 알바트로스가 나타난다. 홀연히 나타난 알바트로스는 유유히 배를 따라 날아오며 선원들의 부름에 응하고, 그들이 건네는 음식을 받아먹기도 한다. 게다가 이로운 순풍을 일며 따르던 그 새를 선원들은 일제히 길조로 여긴다. 그��나 화자는 특별한 동기 없이 알바트로스를 십자궁으로 쏘아 죽이고 만다. 이후에 작품에서 일어나는 더욱더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더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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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쯤에서 드는 두 가지의 의문점에 대해 고찰해보자. 무고한 새의 죽음과 노수부의 뜬금없는 살생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먼저 알바트로스는 성령을 상징하는 생명체로 해석할 수 있다. 콜리지는 선원들이 알바트로스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마치 그 새가 성도의 영혼인 듯, 우리는 그 새를 환영했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남극에 기적처럼 나타난 알바트로스는 절망의 끝에서 찾아온 희망의 빛을 의미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죄악과 죽음에서 구원하는 구세주의 상징적 심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albatross’와 ‘cross’ 이 두 단어의 각운은 시인의 의도가 담긴 pun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우연으로 치기에는 ‘albatross’와 ‘crossbow’에서 ‘십자가’를 뜻하는 낱말인 ‘cross’가 너무나 자연스레 연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문점인 노수부의 살생은, 호기심 또는 유혹과 탐욕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인간의 원죄를 의미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알고 더 갖고 싶어 하는 욕구를 근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난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처럼 말이다. 이렇게 인간은 본능에 이끌려 열매를 따 먹거나 애꿎은 생명을 앗아감으로써 선과 악,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에 대한 섭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류는 예수를, 노수부는 알바트로스의 생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자아는 내적으로 갈등하고 이내 좀더 성숙해진다. 내면의 뉘우침을 통한 자기 통찰과 자아 성장은 한 사람을 영원히 변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계기는 타인에 의한 조언이나 충고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궈내는 깊은 반성과 일깨움이다. 콜리지에게 인간다움이란 자아실현을 통해 얻어지는 정신적 진화였던 걸까?
<노수부의 노래>는 인간의 윤리의식과 종교적 교훈을 담은 기독교적 알레고리다. 종교적 관점에서 죄악은 고독과 외로움을 가져오고, 육체적 역경은 영적 번영을 배양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일말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인간은 죽음을 겪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화자는 그런 기독교 교리를 체현하고, 새로운 영혼의 지도를 펼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시의 말��는 이렇게 장식된다. “한결 슬프고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 다음 날 아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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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lanos-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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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본 lazybone / 알바트로스의 노래 (single & digital) 기획사 : STAY GOLD 발매일: 2016.08.01 장르: 가요/인디/록 -떠나지 못했던 여행자의 노래! -레이지본 새 싱글 [알바트로스의 노래] -가슴의 목소리를 따라 길을 나선 순간 잃어버린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다시 만나게 된다! 멜론 ▶ http://bit.ly/2anjNbS 네이버뮤직 ▶ http://bit.ly/2aDFkeY 지니 ▶ http://bit.ly/2aJLt7m M-net ▶ http://bit.ly/2aDEC19 벅스 ▶ http://bit.ly/2aatZ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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