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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hoans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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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지진 여전한 불안

지난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더 이상 한국이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다. 또한 지진의 여파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The HOANS에서는 이러한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한계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응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전 국민을 뒤흔든 대규모 포항 지진

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국내 지진관측이 시행된 이후 규모 5.8을 기록한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진원과 가까운 포항 시내에서는 건물이 무너지고 외벽에 균열이 생겨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포항뿐만이 아닌 전국에서 수많은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고 국민들은 갑작스런 지진에 불안에 떨었다.

이 여파로 지난 달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15일 저녁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포항 지역의 수능 시험장을 전수 점검한 결과 일부 균열이 발생한 것을 확인해 행정안정부와 경상북도 교육청의 수능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진에 국민들의 불안감도 그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규모 5.0 이상 지진의 여진은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지진 발생 후 약 2주 후까지 여진은 총 68회 발생했으며 규모는 ▲2.0~3.0 미만 62회 ▲3.0~4.0 미만 5회 ▲4.0~5.0미만 1회를 기록했다. 작년에 연이은 대규모 지진은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국민들에게 재확인시켜줬다.

지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한계

작년 지진 당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겪은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중앙재난안전본부 1단계를 가동해 재난 대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브리핑을 통해 인명 및 재산 피해, 여진 횟수 등을 알렸으며 약 40억 가량의 특별교부세 지원과 이재민 거처 마련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발생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포항에 방문해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번 지진에서 확인된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단축된 긴급재난문자 발송시간이다. 작년 당시 경주는 지진 발생 후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까지 5분, 주변의 경북 지역은 12분이나 걸렸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기상청으로부터 재난 정보에 대한 공��적 통보가 온 후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비판을 수용한 정부가 재난 문자 송출 체계를 기상청으로 일원화해 발송시간을 23초로 단축시킴으로써 초동대처는 이전보다 신속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많다. 현재 이재민들은 실내체육관에 임시 대피한 상태이나 포항의 지진 대피 시설 9곳 중 내진설계가 제대로 된 곳은 3곳뿐으로 안전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원봉사 ‘사랑의 짜장차’ 단체장 김후남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 사태로 흥해 체육관 칸막이에 겨우 의지하며 머물러 있는 이재민들을 위해 급식차 봉사를 다녀왔다”며 “직접 가보니 이재민들의 불편사항이 매우 많아 정부에서 빨리 그들이 안전한 곳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만큼 포항뿐만 아닌 전국에 지진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의 자원봉사자들마저 체감할 정도로 미흡한 내진설계와 시스템 및 정보의 사각지대가 현 정부 대책의 한계로 지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내진설계 사각지대

가장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은 국내의 내진설계 실태다. 이번 지진으로 필로티 구조의 건물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 필로티 구조는 일반적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이나 벽을 설치하지 않고 1층을 개방시킨 구조를 의미하며 외벽의 부재 탓에 지진 발생 시 1층 기둥에 에너지가 집중돼 큰 타격을 입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도시형생활주택의 88.4%에 해당하는 1만 2천 321단지가 이러한 구조로 밝혀졌다. 2002년 건축물의 주차 공간 확보 기준이 강화되면서 따로 주차장이 필요 없는 필로티 구조가 선호됐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도시형생활주택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소규모 주택의 저렴한 공급을 위해 소방 시설 기준이나 밀집 구조 등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 상태에서 부실하게 지어졌다.

또한 1988년 도입된 한국의 내진설계 의무 규정의 경우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에만 적용됐다. 그 후 2015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로 의무 대상이 확대됐다. 이러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전국 건축물 수 약 698만 동 중 내진설계가 갖춰진 건물은 47만여 동으로 비율상 6.8%에 불과하다. 내진설계 의무화 이전에 지어졌거나 대상에 속하지 않는 건축물들은 내진 보강 혹은 설계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보강 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높은 비��으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진설계여부와 더불어 내진설계 건축물의 내진 능력도 중요하다. 내진 능력은 건축물이 지진 발생 시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현행법은 건축물의 내진능력 공개범위 대상을 ▲16층 이상인 건축물 ▲바닥 면적이 5,000㎡ 이상인 건축물 ▲그 외 건축물의 규모와 중요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15층 이하나 바닥 면적이 5,000㎡ 미만의 건물은 내진능력 공개 의무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건축물의 거주자나 이용자는 해당 건축물이 안전하다고 믿기 힘들다.

정부는 2030년까지 지진 방재 종합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민간시설 보강을 위한 단층대 조사도 국민안전처가 행정안전부로 흡수되면서 전국적 실시가 늦어지고 있다. 정부의 내진능력 공개범위 확대와 보강 비용의 직접적인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구멍 난 대비체계와 매뉴얼, 시스템 사각지대

또 다른 문제는 재난 대비 시스템의 결함이다. 경찰서와 소방서의 통신 시스템의 경우 주파수공용통신인 TRS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수단이 전무하다. 이마저도 예산상의 제약으로 대도시에만 상용화됐으며 농촌·도서 지역의 경우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의 단체 대화방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카카오톡은 서버 마비 시 안전 보장 확률이 줄어들고 국민의 안전이 사기업의 프로그램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국민들이 재난 정보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매체인 안전처 홈페이지 또한 작년 지진으로 순식간에 서버가 다운됐다. 이후 서버 증설 등의 대안이 나왔지만 언제든 다시 마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난 대응 기관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의 구축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처음으로 제안돼 14년이 지난 현재도 전국은 물론 대규모 지진 발생지인 포항과 경주시에도 아직 보급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지역은 통신망 구축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지만 비용 등의 변수에 따라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예측된다. 보통 서울 등의 수도권에 우선적으로 통신망이 설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규모 지진 발생 지역부터 신속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진 발생에 관한 안전 매뉴얼도 문제가 많다. 연세대학교 조원철 명예교수는 약 5천 300여 종류의 관리자 매뉴얼에 비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시민 행동 매뉴얼은 한두 가지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알리는 국민 행동 요령도 상황과 장소별 요령으로만 구별됐을 뿐 재난 강도나 지속 기간에 따른 유형이 세분화돼있지 않다. 행동 요령 또한 신체가 건��한 일반인을 기준으로만 설명돼 있어 노약자·장애인 등의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도 배제돼 있다. 매뉴얼은 피해대책 수립, 보고체계 구성 등 일반적인 내용만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실제 국민들을 위해 더욱 체계적이고 상세히 정립돼야 한다.

또다시 대두된 정보 사각지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재난 안전 교육에 관한 우려와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간 정부는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만들고 지진 옥외대피소를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정작 국민들은 이를 잘 알지 못했다. 이러한 정보는 주로 인터넷이나 TV를 통해서 알려지므로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 힘들다. 또한 표지판마저 없는 지진옥외대피소도 존재해 정보 취약 계층을 포함한 국민들이 대피소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조 모(정외 17) 씨는 “지진 발생 후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포항에 방문했는데 피해가 심한 지역이 아님에도 매일 걱정하고 계셨다. 지진 순간에는 시민들 스스로 안전을 챙겨야하므로 대처방식을 잘 숙지하도록 교육을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올바르게 대처하게 해 초반 피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유학생 타테노 스즈(경제 17) 씨는 “일본은 지진관측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국적으로 경고가 온다. 이미 시민들은 동내에 존재하는 피난 장소를 숙지하고 있으며 계속 소방차가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안내해준다. 일본은 지진뿐만 아니라 다른 자연재해에도 모든 국민들이 대응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론이 아닌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제도화하고 평소 재난 대응을 훈련을 강화해 국민들이 실제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든 국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정보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행동 및 대피 요령을 전달하는 매체의 범위도 확대해야한다.

지진의 여파에 이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

국민의 불안은 단순히 지진에서 끝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경주와 포항 일대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핵발전소 내진설계를 살펴보면, 현재 가동 중인 24기 가운데 신고리 3호기만 규모 7.0의 지진을 버티도록 내진설계 돼있고, 나머지 23기는 모두 규모 6.5에 맞춰져 있다. 원전 주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월성과 울진, 고리에 있는 핵발전소는 모두 양산단층대를 내진설계에 반영하지 않아 원전 사고 발생 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불붙은 탈원전 논쟁

이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새 원전 건설 중단을 정책으로 상정했으며 실제로 신규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여당 측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인구밀집지역에 설치돼 지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원자력 안전 위원회(이하 원안위)에서 무리하게 결정됐으며 한국도 신에너지원을 찾는 세계적인 추세에 합류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측은 안전성 문제는 시기상조이며 탈원전 이행 시 발생할 전력 수급 난항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한다며 이에 맞섰다.

탈원전 정책의 과제, 속도와 방향성

이렇듯 여야의 탈원전에 대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발생지역과 원전위치지역의 지역 언론 및 많은 시민단체들은 불안감 속에서 탈원전 가속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문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탈원전 로드맵’은 2038년까지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둔 장기적인 계획이지만 완전한 탈원전을 이뤄내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달성 전까지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필렬 교수는 “탈원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핵심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확고히 뿌리 내리는 것이다”라며 “지금은 노력하더라도 후세대까지 원전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탈원전에 대한 여야 입장은 물론 여론 또한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이 방향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저비용 고효율인 결과밖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탈원전 정책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끊임없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응답하라 대한민국

2014년 세월호 사건부터 작년 경주와 올해 포항 지진사태, 잠재적 원전 사고의 위험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늘 늑장대응과 미흡한 대처능력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대처가 몇 번의 재난을 거쳐 발전되고 있더라도 여전히 근본적인 구멍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정부는 여러 번의 국가적 재난 사태를 거치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한다. 단순히 재난 발생 후 응급처치뿐만이 아닌 발생 전 대비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불안’한 국가가 아닌 ‘안전’한 국가를 원한다. 그러나 정부의 근본적인 대응체계는 여전히 불안전하고 불완전하다.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전히 존재하는 내진설계와 시스템 및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야한다. 내진설계 건물의 확대, 체계적인 시스템과 재난 대응 훈련 등 정부가 가야할 길은 멀다. 지진은 지나갔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았다.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양다경·김도엽·김지용·이세정·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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