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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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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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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9
감내력을 기르지 못해 작은 좌절에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는 금쪽이. 155, 156화를 봤다.
감정은 항상 진짜였다. 그래서 화가 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그건 그렇게 짜증을 낼 일이 아니라고 해도 그 말이 곧이들리지 않았다. 내 가슴안에 분노와 좌절이 이렇게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나 자신을 부정하고 속일 수 있는가.
하지만 자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사소한 일로 인해 하루 종일 기분이 망쳐지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거나, 더 이상 그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진다거나 할 때였다. 나도 이걸 멈추고 싶지만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런 날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채로 그저 지나가 버리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이 되면 어제와 같은 사소한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계획한 대로 시작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아이가 번지 요가 줄에 몸을 묶은 채로 앞으로 점프해서 엄마랑 손뼉을 치는 활동을 하는 장면은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실패를 감당하는 힘이 너무도 부족하므로 작은 일에도 큰 좌절을 느끼고, 이 좌절감으로 인해 활동 자체를 포기하려고 하고, 여기에 압도되어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나이와 상관없이 똑같았다.
감내력은 무엇인가를 새로 배울 때도 필요하고, 하기로 한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데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매일매일 똑같다면, 쉬운 것만 하고 어려운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마음이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행복할 수 있다면 아마 감내력은 필요하지 않은 자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싫고, 밉고, 그만두고 싶고 도망치고 싶다. 마음속에서 감정이 널을 뛰고, 그것 때문이 눈에서 불이 일고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부수어서 버리고 싶다. 하지만 스스로 진정할 수 있고 스스로 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일에도 분을 못 이겨서 잠을 못 이루고 화가 나서 진저리를 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성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감정은 항상 진짜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감정은 살아 있고, 그게 무엇이든 내게 아주 분명한 메세지를 준다. 하지만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내가 처한 상황이 다 내 감정대로 내가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내가 마구잡이로 행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마음속의 세계와 마음 밖의 세계 사이의 균형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이 상황을 잘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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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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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내 부족함을 비추는 빛을 피하고 싶다. 어둠으로 들어가면 마치 어떤 문제도, 잘못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쪽이를 볼 때마다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그게 걱정스럽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편을 보게 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은 정서 발달이 뒤쳐져 있거나 감정 지능이 낮아서 초래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솔루션이 바로 금쪽이가 아닌가 싶었다는 것이다.
당신은 너무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해.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해. 당신이 하려고 하는 일과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매번 겹칠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겠냐고. 하고 싶었거나 하려고 했던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삶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 버린 사람처럼 불행해하거나 미친 사람처럼 짜증을 내거나 하잖아. 그게 그렇게 소중한 거라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냐?
그것뿐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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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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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2
내일은 미술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중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미술관에 가고 싶기도 했고 모처럼 그런 시간을 보내면 어쩐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을 노력으로 두 손에 거머쥔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면서 그저 이 원하지 않는, 내가 하지 않은 선택의 결과로 주어진 고통의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 바랐다.
무엇을 하고 싶지? 무엇을 이루고 싶지?
내일은 수당을 챙기러 가야 하고, 시내에 나간 김에 이력서도 계속 돌리고, 미술관에 들러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란이랑 빵을 사서 감자샐러드를 만들면 좋겠다.
게임이나 SNS에 접속해서 시간을 보낼 때 안정이 되고 거기서 손을 떼면 불안감이 엄습하는 건 습관을 잘못 들여서 그렇다. 도파민 중독에 행위 중독이 겹친 형태이다. 금단증상은 마땅히 통과해야 할 일이다. 고통을 견뎌야 할 이유를 알고 있다면 해내기��� 한결 수월할 것이다.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내 옷들, 책들, 레시피들, 삶도, 여러 문제도. 아무도 나를 막지 않는데, 어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까. 나를 가엽게 여길 사람도, 비난할 사람도 없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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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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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0
수영하고 나면 나무 그늘에 썬배드를 놓고 누워 책을 읽는다. 공용 수영장을 다니면서 누리고 있는 사치다. 유독 피부가 잘 타는 편이라 잠시만 누워 있어도 살이 따갑고 후끈거리지만, 선크림을 잘 바르고 모자도 눌러쓰고 있자면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아주 좋게 만들어 준다.
미국 민중사를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인종 간의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극소수의 백인 지배계층이 인디언과 흑인 노예, 그리고 백인 하층민들이 연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종 간의 갈등을 조장해 본인들의 안전을 도모했다고 한다.
역사에 대해서는 과거의 일을 기록해 둔 지루한 정보값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사람의 마음은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제하에 누적된 케이스 스터디 자료라고 보니 웬걸 흥미가 생겼다.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우리는 그걸 안전하게 복기하면서 오늘의 선택과 내일의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으로 보인다.
집에서 키우는 마란타가 계속 새잎을 뻗고 있다. 흙을 쓰지 않고 화병에 물을 채워서 기르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자라나면 보기 좋지 않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플라스틱 커피잔에 이사를 시켰다. 이게 벌써 세 번째 화병이 되는 건데 너무 많이 자라서 감당이 되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이다.
빈티지 가구점에 들러서 구경하고 왔다. 60년대 미드 센츄리 스타일이 많아서 특히 즐거웠다. 디자인도 좋고, 소재도 마음에 들고 어떤 것들은 여전히 튼튼하기까지 했다. 잘 만든 물건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무척 좋게 만들어준다. 지구의 자원을 사용해서 아름답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을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T와 패션 산업에 대해서, 특히 버려지는 옷들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가늠할 수 없는 그 욕심에 과장을 좀 보태서 섬뜩함을 느꼈다. 우리의 욕망이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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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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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9
금쪽같은 내새끼 163화를 봤다. 핸드폰 중독 문제가 다뤄질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인지 왜곡이랑 사회성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사회성은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이고, 이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을 부드럽고 무난하게 통과해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할 경우, 사람 사이에서 편안함이나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불편함과 적개심을 느끼기 쉽다. 결국에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걸 제대로 풀어나갈 능력이 부족하므로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았다. 인지 왜곡이라는 것도 스트레스나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방법이 아닐까. 다른 사람과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으므로 혼자 그 상황을 정의 내리고 제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야 했기 때문은 아닐까.
여기 사회성을 충분히 기르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된 사람이 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달고 산다며 걱정하는 척 내심 무척 뿌듯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극을 차단한다거나, 자신을 현실에서 유리시키려고 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겠다. 컴퓨터를 알게 된 후부터는 더 강한 자극을 주는 게임으로 자연스레 바뀐 것뿐이고, 시디플레이어가 생기고 나서는 음악을 그렇게 사용한 거다. 스마트 폰이 나오고 SNS 시대가 된 지금은 내게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고 그때그때 기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호시절이다.
일단은 여기까지. 시간이 늦어져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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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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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어제는 직장이 꽤 바빴다. 새해를 맞이해서 많은 카페들이 문을 닫았고, 그 결과 가게 앞으로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테이블 세팅 자체가 내가 일해왔던 다른 직장들처럼 비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충분한 인력을 공급했기 때문에, 한창 바쁠 때도 심적으로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영하고 썬 배드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23도가량의 적당한 날씨 덕분에 바람이 불면 시원하고 얼굴만 가리면 햇살도 따뜻했다. 여름 시즌 내내 여기서 썬 바스를 즐길 생각을 하면서 신이 났다.
오은영 박사의 부부상담을 봤다. 풀 버전은 보기가 어려워서 아마 다음부터는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무척 자극적인 소재를 하이라이트만 모아 놓은 비디오를 봐서 기가 쭉 빨려 버렸다. 여러 사람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그 흥행을 위해서 극단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찾아가지 않아도 이미 내 일상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일고 사그라��다.
어제는 수영장에 다녀오는 길에 노란불에 차를 세우면서 T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굳이 차를 세웠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따라오는 차의 의무이긴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 때문에 불안하다고 했다. 불안하게 해서 미안하고,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짢고 불편했다. 말로 꺼내지 않은 생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러니까 나보고 운전 똑바로 하라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운전을 뭣같이 했다는 거야? 그럼 당신이 운전하던가. 나도 항상 안전운전 하려고 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려고 하고, 특히 노란불 상황에서는 굳이 교차로를 통과하지 말자는 얘기도 많이 들어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ABS가 작동할 정도로 급정거를 한 것도 아니고 오늘 운전하는 내내 그렇게 행동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쇼핑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 이 감정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T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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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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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랩탑을 열어 T의 사진을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온다. 그 사진을 찍을 때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서 한 번에 여러 날의 사진을 돌아볼 때는 켜켜이 쌓여온 애틋함의 크기가 느껴져서일 것 같기도 하고, 애틋한 만큼이나 큰 미안함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쓰고 나서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관계의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고 배워 갈 시기인 것 같다. 나와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관계라는 것, 또 고유한 관계를 위해서 많은 약속을 한 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우리 둘 사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식당에 같이 가서 점심을 먹고, 가볍게 장을 봐서 돌아왔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조명 가게를 봤고,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뒤에는 빨래방에 갔다. 드럼 세탁기가 돌고 있는 동안에는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서 가지 파스타랑 복숭아와 부라타 치즈를 넣은 샐러드를 먹었다.
우리는 조명 가게를 하나 더 볼지도 모른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렛이랑 무지개 색깔의 스프링클을 뿌려서 먹고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오늘 밤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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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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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연말이고 또 새해가 금방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특별함은 그 의미를 부여할 때 생긴다.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면 새해도 그저 또 다른 한 주에 불과할 뿐이다.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적극적으로 의미 부여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동안 계속 미뤄온 일이기도 하다.
아. 오늘이 새 직장에서 보낸 첫날이었다. 트레이닝 명목으로 시작했고 아직 계약서도 받아보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여기서 일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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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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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을 마저 다 봤다
바로 포스팅을 하고 싶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다시금 큰 충격을 받아서 이제서야 올리게 됐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작품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일은 자연스럽다. 십 년 전에 느꼈던 충격은 내가 본질적으로 전차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었다. 가까워지고 싶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사이가 안 좋아졌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내 말과 행동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일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믿을 수가 없었다.
혼자인 게 편하긴 했다. 혼자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었으니까. 그래서 이미 중학생 때는 등대지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나 향수 같은 작품들도 무척 좋아했다. 타인은 내게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하곤 하니까 적당한 가면을 쓰고 연기하듯 살아가고 진짜 마음은 저 멀리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
아이러니한 일은 언젠가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타인을 향한 피로감만큼 컸다는 것이다. 공감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친구를 사귀고 싶고, 내 짝을 만나고 싶었다. 세상 어딘가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혹은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요번에 영화를 보면서 "이봐 전차남, 버림받을 거라 걱정하지 마. 당신의 부모님이 계속 수수료를 지불하는 한 ��르메스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라고 하며 고용설을 주장했다. 에르메스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누군가에게 고용된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전차남은 오타쿠라고 정의되는 실존하는 사람 중 하나라니 놀랍지 않은가).
일단은 여기까지. 시간이 다 됐다.
#영화 #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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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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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6
우울한 날이었다. 우울할 만한 일은 없었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몇 번이나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내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고 모든 게 그저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삶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고, 인과를 통해서 다음 순간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속도가 감당할 수 없게 빠르게 느껴질 때 불우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피로감은 일터에서 종종 느꼈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차들과 계속해서 몰려드는 손님들 앞에서 느꼈던 무력함, 부질없음. 의미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내게는 뭔가 의미가 있다고 믿고 질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주도적으로 사는 건 힘든 일이다. 주도적으로 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할 무게를 말하는 게 아니다.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 너무 많고, 그 자질들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들은 너무너무 많다. 내 삶의 목표는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질을 갖추는 데 있는 것 같다. 그게 나를 때로는 미치게 만든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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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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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절반 정도 봄
십 년도 더 전에 본 영화를 T와 함께 다시 봤다. 그때는 각자 따로 본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만 많이 나눴었는데, 이번에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봤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하고 싶은 말이나 리액션이 있을 때마다 화면을 정지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쩜 이렇게 사람이 모자랄까. 서툴고, 부족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모르는 주인공 전차남을 보고 있자니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조여들었다. 정서발달이나 사회성은 후천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걸 남들처럼 때에 맞춰서 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어버리면 역시나 여러 가지로 곤란해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다. 영화에서 전차남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고, 여기서는 숨을 몰아쉬지도, 바짓단을 계속 문지르지도 않는다.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문자로 안전하게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피시 통신이나 싸이월드, 트위터를 통해서 스크린 너머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연결감을 느끼고 싶었고, 텀블러로 넘어온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직업이나 성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밖에서의 교류보다 더 순수하고 더 내밀한 것으로 보이기도 ��다.
무척 특별할 수도 있었겠지만, 양적으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바깥세상에서 보이는 전차남의 부자연스러움은 학습되지 못한 정서발달, 사회성과 관련이 있다.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배워야 아는 것이다. 유아들은 걸음마를 하다가 넘어지면 보호자를 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보호자의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깜짝 놀라거나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하는 거다. 이 영화의 묘미이자 조여드는 갑갑함의 근원은 성인 남성이 걸음마를 떼다 넘어진 아이의 얼굴을 하고 계속 어쩔 줄 몰라 하는 데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차남이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불안하지 않은 까닭은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를 익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규범을 익혀서 상식적으로 행동할 줄 안다는 것. 그래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연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일이라면 좋을 텐데.
#영화 #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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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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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5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다. 지난밤에는 늦게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뒤척이면서 얕은 잠을 자다 깨다 했다. 덕분에 피곤했지만, 하고자 했던 일을 미루고 싶지는 않았다. 오전에는 요리했고 점심으로는 딸기잼을 바르고 감자샐러드를 넣은 통밀빵을 먹었다.
내 감자샐러드는 감자 세 알, 계란 여섯 개, 브로콜리 하나를 넣어서 만든다. 브로콜리를 더 잘게 자르려고 블렌더를 썼더니 샐러드 색깔이 꽤 초록색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좀 별로인가 싶었는데, 갈색 빵 사이에 들어간 모습을 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소스는 하인즈 마요네즈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큐피 마요네즈로 산미를 약간 준 다음에 소금이랑 후추로 간을 한다. 소금은 짠맛을 맞추기 위함이고 후추는 마요네즈의 기름 맛이 가져오는 느끼함을 억누르기 위함이다.
가지 파스타 소스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져서 윗집에 2-3인분 정도 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배낭 짐을 챙겨서 차를 타고 나가는 걸 보아서는 캠핑을 가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뭐.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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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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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4일
십 년쯤 전에 처음으로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도 12월이었다.
오전에는 장을 보고 오후에는 카페에 이력서를 돌리러 시내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문을 연 곳들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중 한 군데서 연락이 왔고 금요일에 담당자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일단 내일이랑 내일모레까지는 집에서 잘 지내고, 금요일에 다시 구직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직장은 까다롭게 고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3시에 문을 닫지 않는, 4시나 5시까지 문을 여는 곳은 방문하지 않았다. 일을 일찍 마치고 나면 나머지 시간에는 건강이나 살림, 관계나 새 능력 개발에 힘을 쓰고 싶다. 이번에 일할 곳에서는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행운이 따라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최근에 prayer plants 라고 부르는 식물을 기르게 됐는데 아는 게 없어서 꽤 애를 먹고 있다. 중미 열대 우림에서 왔기 때문에 습도도 높아야 좋고, 수돗물이 아니라 정수된 물을 차갑지 않게 줘야 하고, 직사광선이나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게 뭘까? 일상을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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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nchorandthekey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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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매일 매일 기록을 할 매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성에 따라서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에 태클을 걸고 의식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글을 쓰는 작업이 꼭 필요해 보인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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