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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 아빠랑 같이, 집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단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니, 장난감 목걸이와 반지를 하고는 어서 나가자고 보채었단다. 버스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 차를 두고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단다. 너 혼자서 우산을 펴겠다고 고생하다 아빠가 몰래 도와주어 우산을 펼수 있었고, 큰 분홍색 우산을 너 혼자서 쓰고 걸어갔단다. 엄마도 곧 너와 아빠를 따라오고, 버스 정류장에 막 도착했을때,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했단다. 나는 너에게 잠시 내리다 그치는 '소나기' 라는 단어를 말해주고, 너는 정류장에서 세차게 내리는 비를 살펴보았단다. 버스를 타고 도착했을 때, 너는 분홍색 자리에 앉은게 너무 좋아, 노래를 불렀단다. 분홍색 자리는 누가 않는거에요? 를 오늘 하루 스무번은 물어보았단다.
밥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어두웠단다. 양손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하나, 둘, 셋 하면 점프!를 하며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또 버스를 타니 분홍색 자리가 비어있어 신난 너는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 보였단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엄마 손 번쩍! 아빠 손 번쩍!'이라고 말하고 슈퍼로 달려갔단다. 슈퍼에서는 같이 우유를 하나 사고, 늘 사던 엄마 꼬꼬 과자를 하나 사고, 사과를 하나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이렇게 별거 아니지만, 너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정말로 즐겁고 행복했단다. 오늘 하루가 다 지나고, 너도 자고 너를 재우던 엄마도 잠들고 이제 아빠도 잠들려다가, 너와 함께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가 생각나서 적어보았단다. 오늘 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다녀온 길은 사진 한장 없지만, 엄마와 아빠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너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웃으며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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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누워있었다. 그 전에는 이 집과는 다른 집에서 아버지는 쇼파에 누워 야구도 보고 어느날에는 방에 들어가 티비를 보았다. 어느날에는 큰 냄비에 백숙을 해서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보다 전에는 또 다른 집에서 나는 그 집에 살고 아버지는 그 집에 살고있지 않았다. 방학에는 아버지가 사는 집에 가서 오뎅국도 먹고 오징어채도 먹었다. 아버지 집은 자주 바뀌었고 해가 잘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누나랑 나를 씼기었다.
이방에서 ��금은 함께 누워있지 않다. 말은 매번 몇마디 못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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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아픔은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아팠고, 할아버지가 아팠다. 오래보았고 가까이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빠가 이렇게 아플 줄은, 아빠가 아프다는 것이 이렇게 문득문득 생경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픈지 이십오개월이 되었다. 그 후로 가장 좋았을 때는 그래도 꽤 많이 좋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봄처럼, 여름처럼 느껴진다. 철을 모르던 때의 봄과 여름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들은 한다. 아빠는 어린 누나와 나를 데리고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물어도 답을 할 수 없는 아빠를 두고,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작별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뜻있는 몇마디를 서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 복받쳐 서러울때도 있다.
아픈 아버지 곁에 누워서, 아파서 누워있는 나를 상상했다. 그때 나는 누구와 어디에 있을까. 꽤 오랜 시간을, 내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아빠 곁에 누워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같이 누워있지는 않다. 삶은 계속 살아야하고, 또 그렇게 지나간다.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끔 또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게 생경하다.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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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네가 태어난지 정확히 며칠인지는 아빠는 모른단다. 아마도 엄마는 알고있겠지. 지금은 너가 세살. 달수로는 이십구개월. 한참 말도 많고, 말썽도 많고, 떼도 많고, 예쁜 짓도 많은 때란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때도 말도 많고, 말썽도 많고, 떼도 많고, 예쁜 짓도 많았단다. 그치만, 그때는 시간이 왜이렇게 더디가는지, 엄마 없이 둘이 있을때면 엄마가 언제나 오나, 십분이, 오분이, 참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단다. 그렇지만, 엄마도 아빠도 지안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말 행복하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그렇게 힘들고, 시간이 더디가는데,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일 수 있겠냐고 묻겠지만, 정말 그렇단다. 아빠도 엄마도 그 전에는 아빠,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었단다.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올 때, 아빠하고 뛰어오는 지안이가 있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뿌듯할 수가 없단다. 반달같은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는 그 모습은, 아마도 아빠의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되겠지. 그리고 아마도 지금 이 순간들은, 때로는 회사일에 바쁘고, 지쳐 돌아오면 말썽부리는 너를 붙잡고 씼기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같이 뛰고, 춤추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때로는 엄마랑 서로 아쉬운 마음에 다투기도 하는 이 순간들은, 남은 아빠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되겠지.
시간이 가고, 너가 크고, 어느새 아빠가 모르는 일들과 걱정들이 생기고, 그래서 조금은 아빠는 모르는 너가 되고, 지금처럼 아빠를 반겨주지 않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안단다. 그것은 아빠의 아빠에게 아빠가 그랬고, 엄마의 엄마에게 엄마가 그랬던 것들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안단다. 그런 때에 이 편지를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그때의 너는 어떤 지안이가 되어있을까. 너가 어떤 모습이건간에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모습이든지, 아빠에게는 항상 아빠!하고 달려오는 우리 지안이의 모습이 겹쳐보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단다. 영원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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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 너의 모습을 보았단다. 아직은 너, 라고 부르지도 못할만큼 너무나도 작고 또 작아서 정말 어찌해야할지 모를만큼 작았단다. 나는 건너편에서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엄마가 태어나서 30년이 넘도록 한번도 경험해보지못했을 아픔을 소리내는 것을 들으면서 기다려야했고, 마침내 너가 세상에 나온 11시 30분. 엄마는 너를 낳고 피가 주륵주륵 흐르는 중에도 너를 처음보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단다. 이렇게 작다고, 이렇게 작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단다.
아빠는 어제 세시 반에서 네시 사이에 혼자서 너를 처음 보았단다. 유리창 너머로 너를 홀로 만난 순간, 너를 부르고 아빠야, 아빠야, 라는 말이 저절로 수없이 다시 나오고 다시 나왔단다. 너라는 기���적인 존재 앞에 한없이 부족한 아빠도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었단다. 이토록 작은 너가 이토록 컷고, 너의 존재가, 너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토록 모두에게 감동적인 시간이었단다. 너의 존재가, 너가 그저 있음에, 모두를 이처럼 환하게하고, 눈물짓게하고, 다른 모든 것을 다 빨아들여 작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준비되지 않은 엄마와 아빠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많고,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낮설고 믿기지 않고 두렵단다. 너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엄마와 아빠는 다 준비되어 있지는 않았단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존재한 순간부터, 우리는 함께한 시간이 이제 막 서른 시간이 조금 넘었지만, 영원히 눈감는 날까지 너를 걱정하며 너를 생각할 것을 알있단다. 너가 이제부터 경험하게 될 모든 기적들을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너라는 사람이 하나의 큰 사람이 되는 모든 기억들을 엄마와 아빠는 하나하나 기억하며, 또 그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며 남은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이란다.
오늘 엄마와 아빠는 너가 이랬는데 이런것 같더라. 이건 이런데 이건 어떻게 해야지. 같은 이야기들을 보내며 하루를 보냈단다. 너와 만난 첫날, 둘째날은 이렇게 지나갔단다. 앞으로 함께할 수많은 날의 첫날, 둘째날은 이랬었단다. 이렇게 작으면서도 크고, 크면서도 작았던 날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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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츠를 먹었다. 꽈배기도 먹었다. 요즘은 이런것도 세트로 스타벅스 원두랑 같이 판다. 나는 완전히 잊고있었다. 종종 이렇게 먹었다는 것을. 할머니는 늦게오는 손자를 위해 가끔 도너츠를 사오셨다. 나는 늦게 작고 어두운 방에서 도너츠를 먹었다. 완전히 잊고있었다. 기억들이 잊혀진다. 그 때 그러지 않았었냐고, 그 작은 방에서 딱 이런 도너츠를 사와서 먹지 않았었냐고, 이야기할 사람이 이제는 없다. 그렇게 지난 나는 조금씩 사라지고 어느새엔 지금의 나도 사라질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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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과
매번 새로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얘기를, 처음 듣는 것처럼 하는 와중에도, 분명히 이 얘기 또 하고있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나서서 이 얘기를 그만했으면 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누구나 늙으면 할 얘기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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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년된 우리집 마루에는
벌써 눌린 자욱이 여럿이다. 아니 그 아저씨가 조심을 안하고 영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여기에 상처가 낫지뭐야. 그렇게 하나의 기억이 쌓이고 또 쌓였다. 알고있다. 어떤 기억도, 영원하지.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렇게 여러 자욱이 남겨진 것에 감사하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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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나갈 것이다. 어려운 것들은 사실은 일주일, 한달, 그 정도였었는지 모른다. 기억 속의 긴 터널은 고작. 그마저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할 수있다. 무엇이었는지는. 가슴을 죄는 고통. 오한이 드는 불안. 높은 곳에 서있는 듯한 기분. 그것들이 얼마나, 어떻게, 그리고 왜. 어떤 방식으로 나와 함께 있었는지가 생각나지 않을 따름이다.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기분이다. 기분, 미량이 케미칼들이 순환계를 움직인 결과. 그런 것이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그 케미칼이 나의 모든 것을 굴복시킬수 있음을.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알고있을 따름이다. 아아. 케미칼. 그때만큼은 이 큰 세계가 오직 내 안에 있고, 나는 또 이 케미칼 속에 있어서, 이 작고 낮은 것이 나를, 나의 세계를 마음대로 흘려가고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케미칼로 극복할 것이다. 어차피 다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프리즘 네개를 이어 자신의 두뇌를 처음 들여다 본 사람처럼, 나는 보이지 않는 나의 분비체계를 생각하고, 더 좋은 케미칼을 분비시키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케미칼들이 다시 안정을 찾을때에 다시 나는 나의 분비계와 순환계의 평화 속에서 이 글을 다시 볼것이다. 고통의 시간을 다시 들여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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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지 못한것을 가진 친구들을 볼때 걱정했다. 나는 가지지 못할까봐. 그것 또한 나의 것이었으면 했다.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나의 욕심이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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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보인다.
삶은 어느하나도 긴 이야기를 하지않는 것이 없지만, 어느 순간에는 다 비슷비슷해보인다. 그렇게나 대단할 것도, 그렇게나 아쉬울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크게 보였는데, 닳지 못할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새 아무렇지가 않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하면서 살고있다. 그저그런 이야기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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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때엔 통일 안보 글짓기에서 대상을 탔어. 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른여섯. 여태껏 나에게 문예의 소질을 말해주는 것은 것 밖에 없다. 기자가 된 친구의 집은 여태껏 내가 가본 어떤 집보다도 좋았다. 문득 그가 학생일때는 내 글에 사뭇 기죽기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 통일 안보 글짓기 금상밖에는 문예의 소질을 말해줄 것이 없다.
책 많이 봐. 어디 작가같은 것 한다는 소리 말고. 라고 쌓여있는 책을 보고 작은 아버지가 말했다. 작은 아버지 집은 내가 살던 할아버지 집에서 채 십오분이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고 내 생일 마다 하나씩 받는 옷은 내가 교복 외에 밖에 입고나갈 유일한 옷이었다.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은 기가 부족해서, 어려서부터 무엇하나 가지고 싶단 얘기 한번 못하고 내내,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밖에 못하는 기가 약한 아이었기 때문이다.
기가 약한 아이어서 내내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는 입밖에 내지 못했다. 기자 친구의 집은 여태껏 직접 가본 집 중에서 제일 크고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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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싶었어. 엄마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행복했고, 엄마를 찾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어딘가 좀 이상했고, 엄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어려움을 느꼈고 가까워지기 힘든 시간을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입 밖에 내본적이 없는 말. 내 키가 채 1미터도 되지 않던 시절부터 단 한번도 내어본적 없는 말. 그 말을 생각해본다. 어린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많이 많이 외로웠구나. 그게 누구라도, 어떤 사람이라도, 한번 쯤은 보고싶고, 한번 쯤은 기대고 싶은 사람이, 모두가 한명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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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들이 있었지만
다 가린다. 나에게도 좋은 것들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떤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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