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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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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포켓몬고 하다보니 동네 애들 몇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술래잡기 공기 놀이에 까르르 웃는 것을 보니 애들은 애들. 요즘 무개념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 괴물이 많다지만, 어리지만 감사와 배려를 아는 기특한 보배도 있다.
문득 영화 콘 에어 생각이 났다. 이 영화의 신스틸러는 최악의 흉악범 갈랜드 역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 영화 후반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갈랜드와 순진한 아이가 인형 놀이 하는 장면은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킨다. 갈랜드는 언제고 아이를 죽일 수 있는 싸이코라.
결국 갈랜드는 꼬마를 죽이지 않고, 대다수 죄수가 비참하게 죽은 가운데 의외의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당시에는 그저 괴이하고 유쾌한 반전 또는 꼬마를 죽이지 않은 보답 쯤으로 봤는데, 어쩌면 꼬마의 순결한 영혼이 죄인 중의 괴수를 치유하고 정화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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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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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
『논어』에 나오는 고사성어 和而不同 뜻 풀이는 '어울리지만 같지 않다'로, 남을 이해하여 함께 어울릴 수 있지만,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르지는 않는 군자(君子)의 마음가짐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동물은 나와 다른 존재를 본능적으로 배척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서로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처럼, 곁을 내주는 조건으로 동질감을 요구한다.
융화를 중시하면 근묵자흑(近墨者黑) 물들기 쉽고, 끝내 동(同)하지 않으면 화(和)를 잃는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나, 논어에 따르면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나쁜 사람이 미워하는 자가 낫다.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군자는 언제나 화목한 자가 아니다.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되도록 적을 만들지 않으면 좋지만, 이것이 군자의 지상 과제는 아니다. 대개 진리가 그렇듯, 화이부동 역시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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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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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요즘 백종원 까는게 유튜브 유행 장르인가 싶을 만큼 백종원은 매일 욕을 먹는다. 빨아댈 때는 언제고 요즘은 왜 이러냐며 대중의 이중성을 탓하는 의견도 있는데, 대중의 상반된 반응에는 일관된 맥락이 있다. 사람들은 장사치 백종원을 찬양했지만, 무리한 확장과 상장 이후 혁신은 커녕 언행일치도 못하는 기업가 백종원을 욕하는 것이다.
백종원은 방송에서 그의 장사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장사가 잘되서 커지면 좋던 싫던 기업화가 된다. 장사꾼은 합법적 테두리에서 돈만 잘 벌면 그만인데,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고 확장하고 자기 파괴적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모두가 반드시 기업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사만 잘 해도 잘 먹고 잘 산다.
장사꾼은 장사가 흥할 때 자기 한계와 정체성에 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장사치로 남을지 기업가로 거듭날지. 하지만 운명의 기로를 인지하고 자성을 하는 이는 드물다. 백종원 역시 고민 없이 상장을 추진했고, 이후 주가는 연일 하락. 그는 자타공인 요식업 장사꾼 만랩이지만 기업가 그릇은 아니었다. 한 마디로 넘치도록 담으려다 엎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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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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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불법 계엄 당일 밤, 단 두 시간 만에 달러 환율 1440원대로 말 그대로 수직으로 치솟는 상황에 너무 놀랐지만 수영하고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계엄이 해제된 상태였다. 지금은 굥 석방 아니 탈옥 이후 좀 더 올라 1450원대. 만일 바로 해제되지 않고 계엄 상태가 몇 일 몇 주 몇 달 지속되었다면 외국 자본 전부 빠져나갔을 것이다. 흔히 하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현재 굥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전망하거나 심지어 바라는 분들은 정말 이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것일까? 전 재산 금으로 바꿔놓고 해외로 튈 준비라도 해 놓은 것인가? 아닐 것이다. 전광훈 손현보 따위로 대표되는 저 분들 대부분은 애국심 하나 만큼은 누구보다 진심. 애국심 투철한 분들이 나라가 망하길 간절히 바라는 웃픈 모순. 환율만 봐도 한 눈에 보이는 뻔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실상 데이터 문맹 상태.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 아니겠나. 원론적으로 말해서, 공교육 제도 최우선 목표가 민주 시민으로서 현대 사회 살아갈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저런 부류가 존재하면 안되는 것이다. 백년대계 관점에서 건전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도록 공교육을 재정비하고, 이런 교육 충실히 받지 아니한 자에게는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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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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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카
집 근처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는 종종 멀쩡한 물건이 나온다. 환경 보호 재사용 목적으로 가끔씩 주워다 당근 마켓에 염가에 팔거나 무료로 나눈다. 어쩌다 내가 쓰는 경우도 있고.
오늘은 아동용 멜로디카 드렸는데, 받으신 분께서 말하길, 아이가 쓸 것이 아니라 뇌경색 맞은 어르신이 호흡과 손동작 연습을 같이 하는 용도로 쓰신단다. 소소한 나눔이지만 나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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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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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주변에 내가 고집이 세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제법 있는데, 내가 의외로 고집이 없다. 고집은 기본적으로 자기애에서 비롯하는 감정인데, 나는 자기애가 부족하다. 자기애가 부족한 것은 굉장히 희한한 성격인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바로 유연한 사고와 자기 객관화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나는 타인에게 엄격한 것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나 자신에게 엄격하다. 내가 잘나서? 아니. 못난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고집이 없다고 아무렇게나 쉽게 타협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 입장에서 나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내가 고집이 세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은 보통 두 부류인데, 어떤 이유에서건 내 집요한 태도에 된통 당한 적이 있거나, 아니면 실은 본인 고집이 센대 내가 그 고집대로 비위를 맞춰주지 않았거나. 다시 말해 나라는 거울을 통해 자기 고집을 본 것인데, 자기애 혹은 권위 의식 때문에 자기 고집을 내 고집으로 착각한 것이다.
어쨌든 주변 사람이 나를 고집 세다고 여기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타인에게 관대해지려고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고, 실제로 전보다 많이 유해졌다. 그 만큼 나이를 먹기도 했고. 때때로 속으로 정말 하잘것 없다고 여기는 자에게 맘에도 없는 좋은 말을 해주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같잖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소위 말하는 사회 생활 원래부터 은근 잘하긴 했다. 언젠가는 유비처럼 봄바람 같은 기운이 감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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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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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피터 드러커의 정의에 따르면 기업은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이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단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장사치에 불과하지만, 기업의 가치 창출이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적 이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만드는가? 다시 한 번 피터 드러커를 인용하면 기업은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혁신은 신기술 개발 뿐 아니라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파는 것과 같은 기존 기술의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는 것으로도 이룰 수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은 가치를 창출하는 독보적 역량이다. 성과를 명확히 확인하려면 핵심 역량을 측정할 정량적 (북극성) 지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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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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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사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는 개인 컴퓨팅 기기 혁명을 낳았다. 월드 와이드 웹을 통해 기기들이 연결되자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인터넷은 상거래의 장이 되었다. 터치 디스플레이 기술과 Covid19 확산은 또 다시 변화를 가속했다.
스티브 잡스는 실리콘 밸리 혁명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전략과 미려한 디자인과 직관적 사용자 경험을 갖춘 제품으로 시대를 주도했다. 그가 제시한 사용자 경험 개념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폭증한 콘텐츠를 양분 삼아 인공 지능이 폭발하자, 혁명은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사용자 경험의 핵심 구성 요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AI 기술로 옮겨지는 듯.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건 그냥 기본으로 깔고 가는 느낌.
지금껏 과학 기술 발전은 개인에게 무한에 가까운 막강한 권능을 부여해왔다. 동시에 대체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심해질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했던 역할들을 자가 학습 AI 로봇이 대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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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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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낭인 십년 배운게 하나 있다면 힘을 빼는 것이다.
복싱 물구력 팔년차 배운게 하나 있다면 힘을 빼는 것이다.
수영 만으로 일년차 아직은 힘을 빼는데 익숙하지 않다.
새로 산 수영복 아레나 누드레이서 맘에 든다.
마흔 넘어 처음 시도한 투블럭컷 완전 맘에 든다.
주변과 세상사 모두 혼돈이지만, 오늘도 마음에 감사가 넘친다.
겁 많고 나약한 내가 원한 지름길이 아닐 지라도 조바심 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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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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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나는 희한하게 페이스북을 메모장처럼 쓴다. SNS에는 긍정적인 것만 올려야 한다는 조언 듣는 경우가 있는데, 실은 내게도 그런 공간이 있다: 인스타 스토리.
딱히 의식하는 것은 아닌데 인스타에는 밝고 웃긴 것만 올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 게시물 봐도 이런 것들 뿐. 비관 따위 끼어들 틈이 없어 더 우울한 인스타그램.
저커버그가 오기로 만든 트위터 대항마 쓰래드도 요즘 많이들 쓰던데, 난 굳이 넘어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긍정 허세는 인스타 스토리로 족하고, 미완의 뻘글은 페북으로 족하다.
짧던 길던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풀어야할 고민이나 응어리가 있다는 뜻이다. (짧은) 글이 점점 줄어 언젠가는 멈추면 좋겠다.
드넓은 강과 바다에 돌맹이 던져봐야 딱히 티도 나지 않듯, 엉터리 세상의 크고 작은 자극들을 허허 넘기고 마는 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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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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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일론 머스크 평전 드디어 읽음. 내용 전개는 스티브 잡스 전기와 비슷하나 감상은 사뭇 다르다. 잡스 전기 정독할 때는 당시 운영하던 팀이 깨져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젊었지.
나와 동시대 사람인 머스크는 열세살에 코딩 독학해 게임 만들고 이제는 우주를 향한 신인류 계획을 실현해 나가는데, 나는 마흔 넘은 나이에 겨우 다시 잡은 직장에서 답답한 맘을 달달한 초콜릿으로 달래는 신세. 신야에서 돗자리 삼던 유비 곁에는 관우 장비라도 있었지.
내게 다시 기회가 올까? 확실한건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필사적으로 운동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내 운명은 여기 까지라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아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사실 나 혼자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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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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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논어가 현실을 살아갈 삶의 기준을 제시한다면 장자는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 우주 만물을 넘나든다. 논어는 충효(忠孝)와 인의예지(仁義禮智) 같은 덕목을 두루 갖춘 참다운 인간상을 군자(君子)라 하였다. 장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삼라만상의 근본은 결국 하나라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이치를 깨닫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체득한 자를 진인(眞人) 또는 신인(神人)이라 한다.
현대의 통념과 달리 논어는 상당히 실제적이다. 말했듯이 애초에 현실 문제를 다룬 것이니까. 논어의 가르침 중에는 놀랍게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많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밀 관찰 기술은 물론 과학 개념 조차 없던 시대에 장자는 우주 혹은 양자 관점의 사유한 점이다. 이러한 장자는 다른 의미로 실제적이다.
장자는 기술의 경지가 극에 달해 도의 도를 깨우친 백정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얼마 전부터 자주 찾아뵙는 콩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본래 미각이란 천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감각을 뜻하거늘, 인공 첨가물로 미각이 둔해진 현대인은 거칠고 부드러운 식감과 음식 본연의 맛을 혼동하니 안타깝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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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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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뛰어난 독서가는 아니다. 응용은 잘 하지만 학습은 느린 나는 책 읽는 속도가 워낙 느리다. 수능 끝나고 교실에서 만화책 돌려볼 때도 교통 체증 피하기 위해 나는 끝 순번에 배치되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양서를 골라 보려고 노력한다. 술에 약하다보니 기왕이면 좋은 술을 마시려고 했던 것 처럼. 이제는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는 몸뚱아리 되었는데, 언젠가 노안 오면 정말이지 슬플 것 같다.
이삼년에 한 번 쯤 서가 정리에 꽃일 때가 있다. 새로운 책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책이 처분된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어 지금은 별도 책장 없이 구석에 적당히 놓아도 좋을 만큼만 남았다.
최근 서가 정리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책을 두세권 더하고 그보다 많은 책을 떠나 보냈으며 앞으로 좀 더 처분할 예정. 집돌이인 내게 독서는 최고의 여행. 앞으로 더 오래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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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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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극
학창 시절 유독 별명 많은 애들 있다. 내가 그랬다. 중딩 때 대표 별명은 둥근달, 고딩 때는 외계인. 요즘 나는 마르고 광대뼈 튀어 나온 타조나 기린 또는 곤충 닮은 독특한 인상이란다. 달이 지고 외계인만 남은 샘. 인생 대부분을 퉁퉁이로 살아온 나는 이런 시선이 여전히 낯설다.
너와 내가 서로 인정하고 알아보는 아름댜운 상황이면 겸손과 칭찬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내가 누군줄 모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오히려 날 가르치려 들고 막말로 줘도 못 먹는 한심한 자들 앞에서는 겸손은 힘들다. 나 같이 하찮은 자도 이러할 진데 예수님 심정은 오죽했을까.
전자의 경우로 만난 사람은 나를 마냥 사람 좋은 무골 호인으로 여기고, 후자의 경우로 만난 사람은 나를 할 말 안할 말 다 하는 냉혹한 독설가로 본다. 이처럼 나에 대한 주변 평가는 상황과 관점에 따라 극과극. 나도 이제 나이 먹어서 요즘은 독설과 언쟁은 왠만하면 피하고 본다만.
타인의 한심함을 곱씹지 말고 바꾸려고 하지는 더더욱 말자. 사람은 지극히 감정적인 동물. 함께 천하를 도모할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면 굳이 기분 상하게 해서 좋을 것이 별로 없다. 결국 다들 운명대로 인연대로 사는 것이고, 나 또한 다를 바 없다. 부족한 나는 그저 범사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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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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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내게는 타인에게 애초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근 많이 했다지만 이제 보니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 두고 보기 안타까워도 내버려 두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해야 한다. 대놓고 척질 필요는 없지만 속으로 조용히 거리 두거나 손절하면 된다. 그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 왜냐면 내게는 다른 이의 운명을 바꿀 능력도 권리도 없으니까. (사소해 보이는 언행 조차 비가역적 운명의 산물.) 거리 두기 어려운 관계는, 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거리 두거나, 아님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접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라는 인간은 허망한 망상으로 가득한 형편 없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나는 순간적인 두뇌 회전과 상황 판단이 빠르다. 잔머리가 좋다. (이기적인 것과는 좀 다르다.) 그래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사람이라, 변수가 많고 중대한 사안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앞으로 맞이할 인생의 중대사가 많아질테니, 두려운 마음으로 오직 주님 보살핌만 구할 따름.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 (각잡고) 조언 따위를 하는 경우는, 마치 평경장 조르는 고니처럼, 상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거듭 청할 때 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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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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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위기 상황에 할 수 있는 일은 걱정과 고민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걱정과 고민을 굳이 구분한 이유는 위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걱정과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고민은 다르기 때문. 고민은 노력으로 이어지지만 걱정은 불안만 낳는다.
성경은 걱정 대신 기도를 하라고 가르친다. 걱정으로 머리카락이라도 자라게 할 수 있냐고 묻는다. 기도의 효력을 믿는 것은 신앙의 영역이지만, 신앙은 차지하고라도 실제로 걱정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맞다. 아무 대책 없는 상황에서 조차도.
고민은 하되 가능한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신자라면 걱정 대신 기도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걱정 엄습할 때 마다 기도하면 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지만 애써볼 가치는 있다. 걱정 대신 기도 나오는 것 만큼 확실한 성령 임재 증거도 드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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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ju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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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
‘뜻밖에 아주 야비하거나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 그저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하는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해진 것 뿐이다.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우연히 손에 넣은 광물학자 같은 태도를 취하라.’ - 쇼펜하우어
학벌은 지력과 근성을 가늠하는 일반적인 잣대지만, 명문대 출신 모지리 또라이도 쌔고 쌨다. 심지어 직장에서 나름 승승장구하는 고위직 인사 중에도 폐급 관종 비율이 꽤나 높다. 지혜나 인성은 학벌과 상관 관계가 크지 않다. 돈만 많은 허접 쓰래기도 수두룩하다. 돈에 미친 수전노만 돈의 노예가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일확천금 노리거나, 자기 자신의 가치를 소유한 자산 액수와 동일시하는 자도 돈의 노예. 현금 흐름은 몸 안에 흐르는 피와 같다. 정상 혈압 혈류 유지는 건강의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돈의 축적과 소비가 전부인 인생은, 제 아무리 픙요롭다한들, 지극히 저열한 수준의 천민 자본주의 노예의 삶이다.
소위 말하는 처세 혹은 사회 생활이란 관계와 문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람들 사이의 크고 작은 마찰 처리 방식이 아닐런지.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은 선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미덕으로 여긴다. 문제가 답보 상태가 되거나 꼬이더라도 자기 권한 범위 밖의 언행을 삼가한다. 반대로 문제 해결을 중시하면 다소 선을 넘더라도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어한다. 전자는 원만하나 답답하고 옹졸하다. 후자는 명석하고 호쾌하지만 건방지고 경박하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이 가장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인생의 진리. 그런데 세상에는 전자 부류가 훨씬 많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것이 현실. 
요즘 현명하다고 여기는 인간 관계 방법은, 사람들이 거슬리는 헛소리나 헛짓거리를 하더라도, 나 또는 내가 속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설령 해가 된들 나 혼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조언은 상대방이 직접 요청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좋은데, 이런 경우라도 조언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사람은 남의 말을 듣는 척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누구나 남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는 정당하고 선량하고 생각하고 지적 당하면 싫어한다. 위인도 이러할 진데 그릇이 작고 옹졸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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