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per-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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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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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가난하다 마음마저 가난할 생각은 없었는데
고양이가 날 보며 우는데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우는구나 나도 그냥 우는구나 그냥 근거 없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를 망친다
망한 걸 망치는 것은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나는 춤 안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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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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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웁니다, 우리는 울 일이 없어도 적극적으로
 감자탕은 이름을 잘못 붙여도 한참 잘못 붙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사실 감자탕의 정체성은 등뼈에 있는 거 아냐? 나는 국물만 떠먹었으니 감자탕을 먹은 게 맞고 소주도 반 병 정도 마셨다 점심에
 올라갈 수 없는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고양이 귀도 산발적으로 쫑긋거리며
 옆에서 보세요, 스노글로브 같으니까 눈에 관련하는 말들은 아름답다 수정체랑 유리체랑 사실 더는 모른다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니까 아름다운 것만 내게 남은 거지
 불가분이란 말 좋아, 우린 원근감을 잃어도 되고 좋아하는 수를 합했을 때 소수였으면 한다
 며칠간 선명한 꿈을 꿨다
 이거 시 아니야 시인 척 해봤지만 시 아니고 일기야, 증거를 조금 덧붙인다 현재 시각 오후 열한 시 사십오 분 하루가 끝나간다 종말 서사 보고 싶다 세계보다 더 오래 지속될 사랑 슬픔 뭐 그런 이야기들 
 이와이 슌지의 피크닉을 보고 시를 쓴 적 있는데 담 위를 따라 걷자는 거, 담은 어디로든 이어져 있고, 그건 사실 멈추지 않고 걸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어쩌면 놀이이기도 한데 그건 천국과 지옥
 그러니까 바닥을 밟지 말자는 것이다
 진짜 그거 하고 싶거든 트친들 모아서 블랙 이와이 작품 몰아보기. 아게하 사랑하고 에테르 사랑하고 옌타운 밴드 사랑하고 릴리 슈슈 그리고 엔딩 크레딧 직전의 총성, 우리는 지루하면 의자를 한껏 기울여 졸 수도 있고 과자나 우물거리며 딴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주의 ; 날이 바뀌기 전에 일기를 끝마치시오
 나는 변주밖에 모른다. 내 원본 어딨는지 그것도 모른다. 손이 너무 떨려서 기억하는 악보를 칠 수 없는 피아니스트처럼. 나는 음악을 잘 모르니까 음악에 관한 비유는 하지 말까. 그렇게 비유 불능인 인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 언제나 리터럴리한.
 오늘은 오랜만에 키보드를 닦았어요. 오랜만에 일기를 써요. 오랜만에. 오랜만이란 말을 해요. 거짓말이고. 아까부터 졸렸는데 이불을 꺼내기 싫어서. 컴퓨터 앞에서 졸다가. 근데 이젠 누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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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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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7
잠을 자다 꿈을 꾸다 얼음이 얼다 금을 긋다 삶을 살다 짐을 지다 뜀을 뛰다 우리는 울다 웃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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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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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6
 17일이 되었지만.
 어제는 카페를 갔고 술을 마셨고 한강을 갔고 대청소를 했다. 피곤하다.
 모기가 많다. 책을 많이 버렸다.
 글이 짐이 아니어서 버리지도 짊어지지도 못하는 것이다.
 내일은 오후 수업이 있고 늦잠을 자야지. 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나는지는 모를 일이다. 같은 이름의 카페가 학교 근처에 있다. 그렇지만 왠지 가고 싶지는 않다. 백석을 좋아하지만.
 터방내라는 오래된 카페가 있는데 그곳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카페라는 공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많고, 트여 있고, 담화를 조성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고, 이렇고 저래서 그렇다. 커피는 좋아한다.
 간지럽다. 모기 잡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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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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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5
 두 달 동안 방치된 텀블러 어쩌구라고 쓰려다 또 어떻게 시적인 척 해보려는 문장들이 떠오른다. 졸리다. 오늘은 술을 마시는 날.
 사실 두 달 넘게와 두 달 동안 가운데 고민했다. -동안이라는 표현이 낙찰된 건 표면적으로는 적확한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실제로는 근사를 의미한다는 게 재밌어서. 
 ‘두 달 동안 방치된 텀블러에선 어떤 냄새가 날까’ 이 문장을 처음으로 떠올렸고 재미가 없어서 쓰질 않았는데 동음이의어로 말장난을 치는 것도 너무 많이 했고 필요없는 의문을 품는 것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 나이브하게. 나이브하게는 뭐라고 번역해야 하지? 여과없이. 직관을 신뢰하고 쓴 글들은 하나같이 그렇다. 시를 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쳐보자면.
 ‘독방에선 두 달 동안 방치된 텀블러 냄새가 난다’ 정도가 좋겠다. 더 다듬어볼 수도 있겠지만 시를 쓰려는 게 아니니까.
 글을 오래 안 썼다. 시 하나를 몇 달을 붙잡고 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지치는 때가 있다. 실은 자주 그렇다. 그러면 나는 도망만 간다. 대개 게임을 한다. 땀을 흘리면서 게임을 아주 많이 한 여름이었다. 창밖을 거의 보지 않은 채 계절을 하나 보냈다. 여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보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책상에 올라와서 모니터를 가린 후로 의욕이 사라졌다. 게임을 하면 보통 보이스챗을 같이 하는데 어제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리는 걸 보고 친구가 취했냐고 그랬고 고양이와 같이 사는 다른 분이 자기도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린다고 했고 고양이에겐 모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로 결론이 났다.
 중간에 호흡을 쓸데없이 늘이는 걸 좋아한다. 원래 아주 길고 지저분한 문장들을 썼는데 습관을 못 버려서 그렇다.
 내가 버린 습관은 없는 것 같다. 다 잊어서일 수도 있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할까 생각할까. 독방과 세계와 문과 방문객과 음료와 대접에 대해 고민하면 시를 한 편 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늘은 술을 마시는 날이고. 약속 장소가 너무 멀다.
 면도 잊지 말고.
 군대에서 잠시 휴가를 나온 동생이 나에게 숨기려는 듯한 아르바이트가 뭔지 궁금하다. 나쁜 생각밖에 안 들지만. 별 상관없다는 생각도 한다. 늘 생각만 한다. 생각만 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고. 나는 생각만 하다가 생각만 해선 안 되는 날을 자꾸 만나게 된다.
 독방에서 산다는 것 역시 멋진 일이지만 세상엔 필요 이상으로 독방이 많다. 그래서 독방에서 문을 열고 나가도 자꾸 다른 독방에 갖히게 된다. 그래서 세상은 창문을 만들어냈다.
 그런 쓸데없는 말들. 발명이라는 단어를 쓰려고 하면 자꾸 다른 시에서 빌려온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 어떤 시에서 봤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얼마 전 모 수업 토론 시간에 철학이나 예술은 세계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을 발굴해나가는 일이라고 얘기했지만 막상 내가 저지르고 보면 한낱 발견도 안 된다. 이젠 슬프지도 않다.
 같은 방에 여럿이서 산다는 건 멋지진 않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같은 방에서 여럿이 산다는 건 멋지진 않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한 방에 여럿이 산다는 것. 같은 방에 산다는 것. 같다는 것, 하나라는 것, 여럿이라는 것, 다르다는 것, 부재시 택배를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 공동의 영역을 어지르고 그 누구도 그곳을 치우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낸 소음에 항의하는 주민이 된다는 것.
 최초로 자신을 검열한 인간에 대해 쓴 책이 있다. 그 책을 검열한 사람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 검열이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누구의 소행인지 물어야 한다. 검열은 아마도 아래로 작동하고 아래에 비추어 자신을 주물러본다. 아마도가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검열이 아닌 것 같다. 일방적인 가짜 검열들을 생각한다. 생각만 한다. 더 안 쓸 거다.
 더 안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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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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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1
존나... 사는 거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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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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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2
 술 마시면서 일기 써야지. 내가 왜 한 달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는지 궁금했던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내 일기를 기다리던 사람은? 있다고 한다면 조금 미안한 척 하는 시간을 가질게. 됐지?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어. 정말 뭘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시를 한 편인가 두 편인가 썼고 공연을 다녀왔고 또 뭐 했는지 하나도 하나도 모르겠다. 공모전은 결국 귀찮아서(무의식 중에서는 겁이 나서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내지 못했고. 뭐 그랬다. 그렇게 우울하지도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는데 그건 내가 게임이나 하면서 실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거고 그건... 내가 생각하는 걸 무척 두려워했다는 뜻이다. 생각하면 괴로워질 줄 아니까.
 저녁에만 먹던 약을 아침 저녁 꼬박 챙겨먹게 되었고 또 약의 가짓수가 느는 일도 있었는데 덕분에 요즘 매일 매일 졸리다. 아침에 일어나도 오후 수업이 되면 졸고. 좀 우울하지 않으려니까 무기력이 밀려와. 그래도 잘 산다. 자해하지 않고. 울지 않고. 괜찮다. 그런데 또 이런 삶이 반복되면 금방 싫증나고 또 한심하고 자조적이게 되어서 어차피 우울해지니까. 약간 시한부적인 평온이다.
 아버지가 열흘이 넘도록 용돈을 안 부쳐주셔서 있는 돈 없는 돈 긁어 모아 썼고 그래서 이제 잔고는 세 자리 수인데 오늘 담배가 너무 너무 피우고 싶어서 집에 있던 동전을 들고 편의점 갔다. 궁상 맞네. 필라이트 한 캔 사려고 딱 1600원 들고 갔는데 필라이트가 없는 거 있지. 그래서 자몽에이슬 사왔는데 뭐... 내 잘못은 아니다. 필라이트가 없는 편의점 잘못이지. 그래서 의도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될 예정이다.
 대충 0.7병 정도 마셨는데 너무 빨리 마셔서 속 안 좋고 취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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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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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3
왜 블루투스 키보드는 한영변환이 안 돼서 내가 핸드폰을 붙잡고 일기를 쓰게 하나.
아침에 휴가 나온 친구랑 술을 마셨는데. 국밥에 소주 반 병을 마시고. 학교가 가기 싫어져서 그대로 자리를 옮겨서 각자 두 병씩 마신 후에 잤다. 네 시에 일어났는데 누워 있는 친구를 내버려두고 터미널로 나왔다. 머리가 아팠다.
속초행 티켓을 끊고. 왜 속초인가 하면 바다가 있고 호수가 둘 있어서. 그런데 바다가 있고 호수가 둘 있는 거 외엔 속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아마 내일도 모를 테고. 상관없다. 바다가 있고 호수가 둘 있으니까
버스가 아주 긴 터널을 지나왔는데. 살면서 통과해본 터널 중 가장 길었고. 버스는 일정한 속력으로 달렸고. 세상이 일정한 속도로 내게서 멀어지는 기분. 영원에 한없이 가까워진 기분도 들었고 약간 겁이 났고 심장이 뛰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설레는 거였다. 창밖으로 하얀 것들이 밀려올 때 똑같은 느낌을 받았으니까.
하얀 벽이 있는 터널과 만져지지 않는 검은 벽이 있는 터널을 차례로 지나다가 어느새 건물들이 있었고. 창밖의 사람들은 온몸으로 방언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딜 가나 현수막에 쓰여 있는 분양가라는 글자가 징그러웠다. 그런데 양양이라는 이름이 귀여워서 봐줬다.
여행을 할 때면 늘 Radwimps를 듣게 된다. 그건 아마 내가 제주도를 갈 때마다 모종의 이유로 듣곤 해서 생긴 습관일 거다. 아마 내가 가장 오래 듣고 있는 음악이고. 밴드다. 밴드... 어릴 때부터 밴드라는 형식을 사랑했던 거 같다. 중학교 때 잠깐 한 적도 있다. MMS라는 이름이었는데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 뭐 그런 게 아니라 내 프린팅 티셔츠에 쓰여 있던 Music is My Soul의 약자였다. 아무 악기도 없는 밴드를 하고 싶다. 시를 읽는 거야. 그 위에 다른 조용한 시를 얹고. 그 아래로 단단한 시를 까는 거지.
아무튼 도착해서 맨 처음 한 일은 바다로 가는 거였다. 바닷가에 도착도 안 했는데 실실 웃음이 났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이 나이 먹도록 바다를 보며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게 속상해서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샀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 키치한 디자인의 아이피에이에선 모래 맛이 났다. 담배를 피우고. 걷고. 돌아서는데 끼익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서. 그 소리는 새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는데. 뒤돌아보니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잠깐 폭죽이 다 터지기를 기다린 다음 숙소로 걸었다.
그리고 지금 숙소인데. 낮에 자고 버스에서 자서 잠이 안 오고. 그런데 왠지 졸린 것도 같고. 쓸쓸하고. 그래서 씻고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다 썼다. 이따 산책 나가야지. 오늘은 안 슬프고 싶은데 약을 가져오는 걸 깜빡해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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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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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8
 지워버린 일기를 다시 쓴다.
 원래 무슨 문장으로 일기를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복원이 아니라... 뭐라 불러야 좋은 걸까. 사실상 새 일기다. 고양이는 책상에 올려진 것들을 떨어트리고 싶어 한다. 어떤 음악을 틀면 많이 운다. 나는 안 운다.
 어제 분명 거울을 보고 면도를 했는데 면도가 왜 말끔히 되지 않았을까.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더 있다. 왜 동네에 돌아왔을 때 내가 산 꽃다발의 자리가 비어 있는 걸 보고 안도감이 들었는지. 지금 The Cinematic Orchestra의 Ma Fleur 앨범을 듣고 있는데 이것도 무의식의 소산인지. 난 분명 아티스트 명만 보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났다. 날씨가 쓸데없이 좋다고 썼던 게 분명하다. 아까 나갔다 오는데 하늘이 너무 투명하게 파랬고 배가 둥글게 나온 참새들이 종종걸음을 쳤고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날씨는 누구에게 쓸모 있으려고 하지 않는데. 그래도 나는 평가한다. 다소 슬프고 싶은 것 같다.
 동네에 책과 영화 마을 - 소설 비디오 대여 전문 이라는 허름한 간판을 가진 건물이 있다. 전혀 장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지나가면서 봤을 때는 당구대인지 탁구대인지가 놓여 있었는데 오늘은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술병만 있었다. 원래 예술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예술은 도무지 되질 않고,  그래서 대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녹록지 않고, 폐업하고, 결국 각자의 생업을 찾아 떠나고, 하지만 가끔씩 모여 술을 마시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그런 아지트가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내가 소설 주인공이었다면 열려 있던 문으로 들어가고 재미있는 일들을 겪겠지만. 실제로 들어간다면 아마도 장사 안 해요나 누구세요 같은 말들을 듣게 될 테고, 사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무안할 것 같고, 그냥 그 무안한 게 싫어서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재밌는 일을 포기하는 거다. 천성이다.
 어릴 때 나는 내가 새로운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명찰을 달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 ; 시 소설 음악 영화 철학 여행 사랑
 근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새롭다고 말할 수가 있나? 근데 또 누구도 하지 않는 게 새로운 건 아닌 거 같고. 물론 저 둘이 모순인 문장은 아니지만. 
 쓰면 쓸수록 또 일기를 지우고 싶어지고. 지우면 또 나중에 후회할 텐데.
 후회. 나는 오래 하는 후회 같은 거 없다. 없었다. 없었는데. 왜냐면 나는 내가 내키는 것만 하니까. 근데 그렇지 못했던 적이 한 번 있고. 그 일을 매우 후회하고.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은 유일한 일이고. 그렇지만 지금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 그럼 그게 되돌리고 싶은 일이라고 할 수 있냐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이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고. 그 뒤로 뭔가 내키는 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된 거 같고. 겁이 많아진 거 같고. 싫고. 슬프고. 싫고. 고양이가 떨어트린 책을 주워야 하고. 나는 서양근대종교철학 별로 재미없는데 굳이 주워야 하나? 그렇지만 월요일에 수업이니까. 수업. 싫고. 슬프고. 싫고. 술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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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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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3
 활자를 흘린다는 말 언젠가 시에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딨지. (1분 경과)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2년 전에 썼던... 아주 못 쓴 시였고 난 이 시에서 한 문장만 빼돌려서 새로 쓴 시에 집어넣었다. 근데 그게 구원과 영원이라는 아주 지긋지긋한 테마 다시는 언급하지 않고 싶은 그런 거라서 고칠까도 생각 중이야.
 너는 때로 구원救援과 영원永遠이 같은 글자를 나눠 가졌다고 믿어진다 했다
 사실 때로가 아니라 아주 당연히 믿었다. 구원은 영원과 함께 찾아올 거라고. 믿는데 그런 건 없다고 생각했다. 이해와 믿음은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근데 지금은 별로 믿고 싶지도 않아. 근데 또 영원은 없어도 불변은 있다고 생각해. 내가 죽을 때까지 잃지 않을 것이 하나도 없을까? 그렇진 않을걸. 그게 왜 사랑은 못 될까? 못 될 것도 없잖아. 그냥... 사랑에 빠진 다음날 죽어버리는 수도 있다. 근데 구원은 절대 바깥에서 불어오지 않는다는 거 이거 이해할 뿐만 아니라 믿기까지 해야 한다. 아니면 사람은 너무 쉽게 다치고 그러니까 더 믿고 그러다가 더 다치고... 손해를 봤어도 손절할 땐 손절해야 한다 아님 너 도박중독자랑 다를 거 없어
 슬픈 얘기를 쓰면 덜 슬퍼진다. 왜 그런지는 문학의 신도 모를 것이다. 카타르시스... 엿 먹으라 그래. 애초에 쓰는 일과 수��하는 일은 다른 층위의 일이기도 하고. 아 쓰면서 또 수용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게 더 재밌으니까 그냥 모를래. 아무튼 문학의 신을 얘기한 이유는 소노 시온의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는데 거기에서 영화의 신을 운운하는 아주 대책없는 영화(촬영)광이 나왔고 그냥 그래서. 어느 정도 메타적인 영화였는데 또 연출 자체는 아주 삐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재밌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응용윤리학 수업에서 비윤리적인 내용을 다루는 작품이 어떨 때 정당화되는가에 대한 발표를 했었는데(이게 주제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런 방식의 정당화를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쁜 건 나빴다고 남겨둘래.
 왜 갑자기 스피커 소리가 안 들리지. 나 더 슬프라고? (3분 경과) 됐다. 고양이가 아킬레스건을 물고 나는 여기가 약점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내 약점은 아주 많지만 치명상을 입히고 싶다면 마음이야 알겠지? 고양이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방법... 그것은 고양이가 아픈 것이다 음 아프지 마 페리야 사랑해
 일기를 쓰다보니 정말 마음이 아주 나아졌고 지금은 아까 시킨 버거킹의 영수증을 보고 있다. 주문번호 38590439.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누가 받을까? 내 배달구역은 B래. 아마 구역을 나눠서 여러 라이더들이 나눠서 구역을 도는 그런 시스템인 모양이다. 우리 집은 대문 안에 딸려 있지 않고 골목 옆으로 문이 난데없이 나 있어서 골목 옆으로 난 하늘색 작은 문이라고 꼭 써준다. 그래도 제대로 못 찾아오는 경우가 꽤 있지만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은 꼭 안다. 꼭.
 자주.
 자주에는 왜 이렇게 뜻이 많지. 스스로 주인됨. 색깔. 높은 빈도로. 자기 글에 주석 다는 것. 텀블러는 주석을 못 다나? 시는 주석도 시여야 한다는... 작년의 대산대학문학상 심사평(아마도)을 기억한다. 정말 주석이 시였던... 주석이 주였던 시가 한 편 있는데 누구 시였지. 박정대 시인 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생각해보면 내 시에는 주석 달린 게 없다. 볼라드를 몰라서 찾아본 뒤로 이걸 시에 쓰려면 주석을 꼭 달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여러분들도 볼라드 잘 모를 것 같은데 그... 인도에 자동차 못 들어오게 세워놓은 진입 방지 돌기? 기둥? 같은 거 있잖아. 횡단보도 앞에 있는 거. 그거. 카페에 앉아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왜 할머니들을 써야 하는지 왜 사람들은 전단지를 받아주지 않는지 어떤 복장을 하고 있는지...를 쓰려고 했는데 볼라드는 왜 생각했을까?
  룸메이트 형에게 들어오는 길에 술 사달라고 했다. 
  어제 열람실에 담배를 올려두고 잠깐 자리 비우려다가 후두암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가 거슬려서 뒤집어두려고 했는데 뒤집어도 그대로 있길래 짜증내면서 그냥 갔다. 왜 가방에 안 집어넣었을까. 사실 별 상관없었는지도 모르지.
 이브이 인형...이 거꾸로 뒤집어져 있는데 슬퍼. 저 눈이 슬퍼. 거꾸로 된 올라간 입꼬리가 슬퍼. 우리 행복할 때 물구나무를 서지 않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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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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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7
 일기 쓰자. 충동에 이끌려서. 충동에 이끌린다는 표현 이상하다. 충동에 이끌렸으면 충동만 느껴야지. 충동에 의해 그 충동의 내용으로 이끌리는 것이다. 충동이 나를 이끌거나.
 좋다. 충동이 나를 이끈다는 표현. 그리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음. 전에 쓴 일기에 이미 썼구나.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다고. 그렇다고 무슨 히피나 욜로족이 되는 건 아니지만. 히피는 조금 좋고 욜로는 아주 싫다. 내 일기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해주리라 믿어. 그러니까 설명은 생략.
 어제 저녁엔 군대에 가 있는 친구가 휴가를 나와서 참치를 사줬고. 아 가여운 친구한테 얻어먹은 거 아니고 직업 군인이야. 나는 가난한 학생이잖아. 얻어 먹어도 될 것 같아 그치. 아무튼 가난한 학생이 남의 손을 빌려서 사치를 좀 부렸고. 참치. 참치 맛있었고. 소주와 맥주를 마셨고. 피츠 수퍼 클리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맥주가 없어서 슬펐다. 소맥 말 때는 피츠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아무튼 셋이서 소주 두 병에 맥주 네 병 정도를 비웠고. 담배를 태웠고. 집에 와서 잤어.
 즐겁고 아름다운 꿈을 꿨는데 중간에 깨버렸다. 아마... 새로운 계정으로 트위터를 하고 있었고. 엄청나게 낯설고 시적인 말들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 그러다가 얘기하던 사람과 어느새 버거킹에서 만났거든. 이것도 시적이지. 단절. 비약. 그래서 꿈이 좋은데. 늘 꿈이 기억이 잘 안 나. 아무튼 그 사람은. 앞으로 S라고 부르자. 왜냐면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알파벳이라서. S는. 날 만나려고 무슨 거짓말을 했었는데. S의 친구들이 그 거짓말을 내게 알려줬고. S는 부끄러워 했고 나는 엄청 웃었고. 뭔가 명암의 균형이 이상했던 밤거리가 생각나고. 아무튼 시적인 일들 시적인 말들 너무 사적이어서 사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것들을 나눴던 기억만 흐릿하게 있어. 최근 몇 달 간 느꼈던 감정 중에 가장 즐거웠어. 꿈이었지만.
 깨서 기록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애스크에 답하다가 잊어버렸던 것 같다. 기록에 성공한 건 단 한 문장이었는데 뭔지는 비밀. 그걸 S에게 전해줬고. 일어났더니 친구가 술 먹자고 또 꼬드겨서. 보쌈에 소주를 한 병씩 마셨거든. 그리고 걔는 눕자마자 자는 거야. 난 덕분에 잠 다 깼는데. 그래서 밤새 게임 좀 하고 글 좀 쓰고. 그러다가 학교 갔어. 수업 세 갠데. 철학 수업 두 개는 잘 듣고 사회학 수업은 졸았지.
 과학철학 시간에 뮐러-라이어 착시를 예시로 관찰의 이론 적재성을 공부했는데 시상이 떠올라서 조금 끼적이다가 또 과제를 한두 줄 쓰다가 일기를 쓰고 있는 게 지금. 그 그거 있잖아 같은 길이의 막대 양끝에 보조선을 안쪽으로 긋냐 바깥쪽으로 긋냐에 따라 길이가 달라보이는 거. ( <-> , >-< ) 이거 유명하잖아. 그게 인간이 2차원 정보를 3차원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착시래. 바깥쪽으로 보조선을 그은 막대는 좀 더 들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안쪽은 튀어나온 걸로. 1.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있는(=멀리 있는) 막대가 가까운 막대와 똑같은 길이로 보이니까. 2. 원근법에 따라 저게 실제로는 더 긴 거라고 판단이 되어서 3. 길게 보이는 거래. 그래서 길이와 깊이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났고. 최근에 산발적으로 떠오르던 문장들과 어떻게 잘 배열하고 가다듬어서 시를 써보는 중.
 여기까지 쓰려다가 꼭 써야 하는 문장이 생겨서 쓴다. 우리 집 고양이가 자기 발을 베고 자는 중인데 너무 귀엽다. 나도 그냥 자는 게 귀여운 사람이면 좋겠다... 모임별. 모임별 나오고 있고 공연이 4월 22일이랬는데 시험 기간이니까. 그러니까 예매 못한 걸 음. 다행이라고 합리화 중.
 나사가 굴러다녀. 나사 빠진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겠지.
 시간이 된다면 또 체력이 된다면 이 글을 아주 오래도록 해가 몇 번 지고 뜨는 동안 쓰고 싶다. 아주 무용하고 또 재밌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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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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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5
 약 먹느라 부스럭거렸더니 고양이가 깨서 운다. 밥 먹는다.
 우리 학교에는 학교 자체 브랜드 패스트푸드점이 있는데 아침 10시부터 한정 수량으로 토스트를 판다. 입학한 지 한참 되었는데 한 번도 못 먹어봤다가 오늘 처음 먹어봤다. 피자 토스트 1200원. 식빵 두 개에 계란 프라이와 야채와 시판 같은 피자소스가 들어간다. 생각보다 맛있었고. 다 먹고 식빵 하나의 칼로리를 검색해보며 슬펐다.
 아. 약 먹으니까 속 안 좋다. 요즘 안 그러더니 또 그러네. 뭐라도 좀 먹고 잘까.
 신해경 새 노래 나온대서 기대했는데 별로다. 자기복제. 매너리즘. 무슨 사자성어 같네. 물론 맨날 똑같은 시만 쓰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오늘은 메타시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나는 메타시를 거의 쓰지 않는데 그럼에도 어딘가 지겹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메타-메타시는 어떨까 생각했는데 이미 누가 썼을 법해서 메타-(메타-메타시)까지 떠올리다 그만뒀다. 대신에 가위바위보에서 최선의 수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하는 시를 써볼까 했다. 하루종일 붙잡고 있었는데 진전이 없어서 쓰다 말았다. 나중에 쓰고 싶으면 쓰겠지.
 쓰다의 외연을 조금 확장해서 하다로 바꾸면 조금 싫어하는 말이다. 하고 싶으면 하겠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 많다. 저 말 너무 폭력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정말 하고 싶으면 했겠지. 이렇게. 틀린 말은 아닌데 누구나 리스크를 아니면 뻔한 손해를 끌어안고 살 수는 없다.  그런 건 약간의 피학증을 달고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거다(농담이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말은 좋다. 나는 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다. 물론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걸 했던 거지만. 아 이거 ���마 전 로티 글에서 본 것 같은데. 푸코를 언급하면서... 답답해서 찾아왔다. “대안적인 신념은 그 당시 정말 가능했던 후보들이라는 한계 내에서 형성되며, 이 후보들은 누군가가 다른 후보를 억압할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맥락이 조금 다르기는 한데 또 크게 다른 건 아니다. 푸코의 권력 개념이 소유되는 어떤 힘이 아니라 미시적 차원에서의 상호작용 총체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그러니까 아무튼 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했다. 어머니가 나 몰래 과학중점고등학교를 지원했을 때도 화를 내서 인문계를 갔고(애기 때를 자랑하는 것도 우습지만 시 과학 영재였다. 시 대회에서 상도 몇 번 탔고 차석 졸업했다) 그대로 공부하고 싶었던 철학과로 진학했고 글을 쓰고 학교를 다닌 만큼 휴학을 하고 연애를 하고 돈을 쓰고 놀고 놀고 놀았다. 우스개로 왜 이공계로 안 가고 사서 고생하고 있냐는 소리를 가끔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이과를 갔어도 물리학과에 가서 가장 돈 안 되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조금 춥다. 그래서 좋다. 조금 외롭고 조금 슬프고 조금 우울하고 조금 아픈 건 좋다. 조금 비가 오고 조금 눈이 내리고 조금 바람이 불고 조금 꽃이 지면 더 좋다. 
 나 금요일 공강이다. 근데 종일 뭐 하지. 응용윤리학 과제 개요만 짜둬야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고 싶다. 영화관 안 간 지 오래다.
 언어철학 공책을 잃어버린 줄 알고 한 권 더 샀다. 나에게는 피카츄-파이리-꼬부기-이상해씨 네 개의 클리어파일이 있고 색깔을 맞춘 공책이 또 한 권씩 있다. 언어철학은 노란색. 매 학기 듣는 강의와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색깔을 매칭한다. 사회학과 수업 교수님은 마르크스 전공이셔서 파이리...를 했고 언어철학은 그냥... 그냥 노랑 느낌이라서 피카츄 했다. 언어. 언어는 왜 노란색을 연상시켰을까. 마침 읽으려고 샀던 프레게 논문 번역한 책도 노란색이라서 수업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속 더 안 좋다. 진짜 뭐 좀 먹을까.
 그리고 쓰는 동안 조금 많이 슬프다. 잘 잘 수 있을지 모르겠어. 사랑하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 잡다한 장애들... 그런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거 말고 그냥 내가 사랑하는 일 자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어. 그럼 난 훨씬 덜 슬플 거야.
 진짜 뭐 좀 먹을래. 그리고 일기 다 쓰면 자려고 했는데 늦게 잘래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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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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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6
 어제는 잠을 늦게 잤다. 누웠는데 외로워서 슬퍼서 잠이 안 왔다.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를 했다. 나이와 불면의 이유 같은 것들을 얘기하다가. 내일(이라고 말하는 다가올 아침) 우리 모두 학교를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전공을 서로 얘기했다. 그녀는 방송어쩌구스피치 하는 세 가지가 섞인 처음 듣는 전공이었고. 철학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 묻길래 어렵죠. 안 어려운 학문은 없겠지만요. 상투적으로 답했다. 진짜 쓸데없는 얘기들, 고양이와 강아지, 학교 다니는 얘기 같은 것들을 하다가 자장가 불러달라길래 싫다고 했고. 대신 노래를 추천해달라길래 O3ohn의 Somehow를 추천해줬다. 나도 뭔가 추천을 받았는데. 비별? 별로여서 조금 듣다가 껐다.
 알람을 일어나야 하는 시각보다 조금 일찍 맞추는 편인데 1. 내가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고 2. 제때 일어나도 준비 마치고 시간이 남으면 기분이 좋아서 그렇다. 아무튼 대체로 1이고 오늘도 1이어서 알람을 미루고 미뤄서 준비하기 빠듯한 시간에 일어났다. 셔틀버스를 눈앞에서 놓쳐서 몬스터 에너지를 사서 마셨고. 학교에 도착했더니 배가 고파서 삼각김밥을 하나 먹었다. 오늘은 종교 철학 수업이 있고. 파스칼에 대해 공부했고. 파스칼의 내기, 신이 있든 없든 믿는 게 더 이득이라는, 그 유명하고 이상한 얘기를 들었고, 유대교에 연원을 두는 유일신 종교가 아닌 힌두교나 조로아스터 같은 것들을 생각했고, 팡세라는 책 이름이 귀엽다고 생각했고, 다시는 수학자이면서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사람은 나오지 않겠지 생각했다.
 다시 셔틀을 타고 동네에 도착해서는 서브웨이 베지 위트 빵 파서 슈레드치즈 채소 빼는 것 없이 올리브오일소금후추를 먹었고 간만에 병원에 가서 약을 제때 먹으라는 말, 용량을 증량하겠다는 말, 속이 안 좋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약국에서 약사 선생님이 요즘 마음은 편안하신가요? 묻는데 왠지 모르게 엄청 웃으면서 아니요, 답했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집에 오는 길에 샌드위치와 맥주를 사와서 마셨다. 요즘 담배가 맛이 없길래 오래 되어서 그런가 했는데 새 담배를 피워도 여전히 맛이 없다. 끊을 때가 된 걸까.
 과제를 찔끔찔끔 하다가 영 재미가 없어서 일기 쓰고 있다. 하품도 하고 있고. 그루밍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다. 노래 들어야지. 과제도 마저 끝내고. 오늘은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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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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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반 년만에 일기 쓴다. 실은 글을 잘 안 쓴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덜 우울하기 때문에. 일기 쓰려고 텀블러 들어와서 작년의 나는 뭐 저리 불행을 전시해 놓았나 잠깐 생각도 했지만 그땐 그러지 않으면 못 견뎠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불행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때때로 우울하고 그럼에도 견딜 만해서 견디고 있다. 견디는 건 능력이 아니다. 견뎌지는 사건을 현상을 상황을 환경을 만날 뿐이지.
 마트에 나갔다 오면서 음악을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멘델스존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노량진 밤과 클래식은 결혼식장과 신스팝만큼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한희정 노래가 나왔길래 들어보는데 너무 K드라마 감성이어서 TAEK 노래로 넘겼다.
 살구 타르트와 콜라맛 하리보를 사왔다. 맥주 한 캔과 에너지 드링크도. 홍차를 마시려고 나갔던 건데 결국엔 술을 마시고. 잠에 들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해본다.
 의미의 풍부함과 미적 이념에 대한 생각을 했고. 내가 교수가 된다면 철학을 왜 했냐는 질문에 가장 무용한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살구 타르트는 필요 이상으로 달다. 홍차 마실걸. 늦지 않았나?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았는데 생각이 잘 안 난다. 다음에 또 쓸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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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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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8
 며칠 전에 질문을 받았다. 나도 태어난 이유가 있을까요. 꽤 오래 생각했지만 내가 한 대답은 내가 당신 예뻐하려고, 였다.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실은 스스로 도달한 답변이 있었는데. 생각의 흐름을 쫓자면 이렇다. 이유라는 것은 결과에 선행하는 것이다. 생 이전엔 무엇이 있었나. 어떤 초월자의 의지가 있었다는 대답은 내겐 있을 수 없다. 부모가 가졌던 생식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당신은 삶의 의미 같은 걸 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여기서 나는 철학 전공자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 문장에 부딪히게 된다.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다. 사물들은 제각기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은 아니다. 생에 무목적적으로 던져진 후 주체적으로 자신의 존재 방식을 결정해 나간다. 당신에겐 태어난 이유가 있다. 그걸 나는 모른다. 당신은 무얼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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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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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3
 일기 거의 한 달 만에 쓰는 거다. 안 쓰려고 했던 건 아니고 써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귀찮아서 안 썼다. 혹시 독자가 건너편에 있다면 미안함을 느낀다고 쓰려다가 딱히 미안할 일은 아닌 거 같아서 철회하려고.
 일기를 안 쓴 만큼 영화도 꽤 오래 안 봤는데, 사실 시간을 때우려고 극장에서 덩케르크를, PC가 없는 모텔에 혼자 누워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긴 했다. 그러니까 컴퓨터가 있고, 내 주의를 분산할 ‘딴짓’이 가능할 때 나는 그닥 일기를 쓰고 싶어하거나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딴짓이라고 하면 트위터나 의미없는 웹서핑 같은 거. 종종 시를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저런 무의미한 활자 탐색에 할애된다. 나는 나의 이런 성향을 설명할 방법을 올해(아마도 맞을 것이다)에 처음 알았는데, 그건 내가 Aphantasia라는 나쁜 놈을 앓고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눈을 감으면 아무런 이미지를 볼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다 보인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주변 사람들 몇 명에게나 물어봤다. A에겐 빈 방을 떠올리고 거기에 내가 말하는 사물들을 채워놓게 했고, B에겐 그게 정말 시각 정보인 거냐고 계속 캐물었다. 꿈처럼 보이는 거라고 했다. 나는 이 사실에 정말 엄청난 박탈감을 느낀다. 왜냐면 나는 데이트 할 때 애인이 입고 왔던 옷, 지었던 표정, 함께 걸은 거리를 하나도 기억해낼 수 없으니까. 소설을 쓸 때 특정한 공간과 인물을 머릿속에 불러오는 게 불가능하니까. 추억이라는 건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어떤 활자 정보밖에 안 된다. 너무. 너무 슬프잖아? 나는 방금 본 얼굴도 눈 감으면 떠올리질 못하는 이미지 결여 인간이다.
 문단 넘길 때 줄 간격이 너무 길어서 싫다. 아무튼. 문득 생각이 든 게 그래서 내가 텍스트에 강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왜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의 후각 청각이 발달하는 것처럼. 예전부터 무의미한 문자열에서부터 단단한 논리 구조를 가진 철학까지 텍스트라면 ��� 잘 기억해내곤 했다. 그저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덕분에 학업도 원만하게 잘 해냈고. 요즘에도 하루 종일 텍스트를 탐닉하는 거 말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아판타지아의 영향도 있지 않나 그냥 생각해보는 거다.
 원래는 소노 시온의 영화 안티포르노 본 얘기하려고 했는데 정말 난데없다. 뭐 일기란 게 그런 거겠지. 고쳐서 어디 낼 것도 아니고 상관없다. 소노 시온의 영화는 지금까지 총 네 편(러브 익스포져, 차가운 열대어, 두더지, 안티포르노)을 봤는데 다 좋았다. 키치하다는 말 조금 철 지난 유행어지만 아무튼 난 그런 걸 좋아하나보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짧은 영화인데도 집중 못하고 그 ‘딴짓’들 열심히 하긴 했지만. 조금 더 내 취향을 발설하자면 형식이 곧 내용(의 전부여도 좋고 일부여도 좋다)이 되는 작품을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한다. 더 길어지면 읽는 사람도 피곤할 테니 여기서 줄일까? 제 일기가 많이 많이 보고 싶다면 멘션으로 디엠으로 카카오톡으로 열심히 재촉해주시기 바람!
(이 일기는 오픈 카톡에서 누군가 일기가 너무 좋다고 해서 쓰여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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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per-ego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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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6
 일어난 지 열두 시간도 안 됐는데 졸리다. 생활패턴 되돌리려면 자긴 자야겠는데 오늘 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일기를 쓰고 자려고 한다. 일기를 쓸 만한 일이 없지만. 언제나 마음은 있으니까. 물론 전시할 만한 마음이 아니거나 재미없는 정적인 마음이어서 일기에 쓰기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쓸 만한 마음이 없는 거 같기도 하다. 나에게 마음이라는 건 오랜 시간 억눌러야 했던 것이라서 제대로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마음이 온전히 작동하도록 둔 적이 없어서 그렇다. 병목이 좁으면 무섭게 쏟아진다. 숨이나 쉬어야 할 구멍으로 감정들이 분화할 때 나는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게 된다. 예전 같으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을 텐데.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그래서 그들이 먼 것만 같고, 남들에게 폐 끼치는 것도 두려운 나는 혼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이나 치는 거다. 술 마시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음악을 듣고(종종 역효과가 나지만). 그래도 안 될 땐 폐를 끼쳐도 좋을 낯선 이들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너무 비참하고 내가 역겹고. 혼자 견딜 수 없는 게 잘못인 것만 같다. 그러지 않았거든. 사람은 외로울 수 있고 괴로울 수 있고 그걸 참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이젠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그런 인간이어서 너무 많은 걸 잃었기 때문에.
 떠올리려고 하면 모든 것에서 묻어나오는 것들이 있는 반면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고 떠올려지지 않는 것은 없다. 잊혀지는 것들은 잊혀질 만한 것들뿐이다. 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사람일 수 있을까? 이런 거 너무 재미없고 유치한 의문이지만 좀 봐줬으면 한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언제나 유치한 믿음이나 변명이나 오해 따위니까. 단순한 것일수록 오래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다음엔 가장 단출한 사랑을 하자. 단촐이 단출의 잘못이라는 걸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럴 때 잘도 기억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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