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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의 발췌노트
22 posts
문학, 철학, 예술, 시각문화연구, 디자인, 과학, 교육, 미디어 미학, 디지털 휴머니즘, 서비스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도서 및 문서에서 발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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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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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의 시간
"무한히 작은 탄성체를 상상해보라(비록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것을 수학에서 말하는 점에 가까울 정도로 수축시켜보자(불가능하겠지만)." 그런 다음에 이것을 점차로 잡아늘여서 선을 만들어보자. 그때 선 자체가 아니라 점이 그 선으로 그려지는 자취의 움직임에 집중하라. "자, 이제 그 운동을 떠받치고 있는 공간을 떨쳐버리고 오직 움직임 그 자체에만, 긴장(tension)과 연장(extension)이라는 행위에만, 요컨대 운동성 그 자체에만 주의를 집중시켜보자. 그러면 지속 안에서 우리 자아가 ���떻게 전개되어가는지에 대해 더욱 충실한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1장 시간의 성질, 연쇄(chain)가 아닌 흐름(stream)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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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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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것보다 추상적인 것이 더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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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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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창문 이론 p.34
오랜 기간 수리하지 않고 방치된 창문 하나가 거주자들에게 버려진 느낌을 스며들게 한다. 당국자들이 그 건물에 별 관심이 없다는 느낌 말이다. 그래서 다른 창문이 하나 더 깨진다. 사람들은 이제 어지르기 시작한다. 낙서가 등장한다. 심각한 구조적 손상이 시작된다. 꽤 짧은 시간 안에 소유주가 그걸 고치려는 의지를 넘어설 정도로 건물이 손상되고, 결국 버려진 느낌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깨진 창문 이론'은 뉴욕과 다른 주요 도시 경찰들에게, 큰일을 막기 위해 조그만 것들을 엄중 단속해야겠다는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 정말 그렇게 된다. 깨진 창문, 낙서, 기타 작은 위반 행위를 잘 단속했더니 중범죄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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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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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잔디밭은 매일 조금씩 손질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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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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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 일꾼의 신조
우리가 단지 돌을 자를지라도 언제나 대성당을 마음속에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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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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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르니에_일상적 삶_고독의 정도
 그러면 어떻게 해서 우리가 결정적인 고독상태에 도달할 수 없게 되는가? 우리들을 사회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착오에 의해서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드는 결정적인 고독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간수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빗장을 걸고, 또 이렇게 함으로써 의도적인 고독을 통해 강요된 고립을 강화시키면서 바스티유 감옥의 자기 방에 갇히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 그는 그렇게 혼자 있기를 원했을까? 그것은 공개될 운명에 처한 사고를 비밀리에 표현하기 위해서이며 문제거리를 은밀한 방법을 통하여 백일하에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담배종이처럼 얇은 종이 위에 씌어진 그의 원고는 가발 속에 감춘 핀 주위에 감겨졌다. 그 원고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가! 또한 그의 현재의 삶이 황량했던 반면, 나중에 그의 고독이 얼마나 많이 번식하게 되었는가? 몽테뉴가 자신의 '도서관'에 은퇴한 것은 고대인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이며, 그의 후세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정치적인 일에서 손을 뗀 후 플로랑스 근방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아침마다 자신의 정원의 우물과 사육장 근처에서 시를 읽었다. 또한 그는 밤에는 자신의 '서재'에서 자신이 친근감을 느꼈던 옛날 사람들과 대화했으며,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묻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 또한 그는 인간성이 풍부했던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대답해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네 시간 동안이나 아무런 권태를 느끼지 않았으며, 그의 모든 근심을 망각하고 있었으며, 가난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죽음도 그에게 공포를 주지 못했다. '나는 완전히 이 사람들 속으로 이동했다.'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영감받은' 사람은 벨로스가도의 '카지노' 정면의 벽에 새겨져 있는 '당신은 고독 속에 놓인 소란을 보리라'라는 충고에 따르게 된다고 믿게 되었다. 
 영감받은 사람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고독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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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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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저널리즘’이란 아이디어로 백만장자가 된 미국 언론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1863∼1951년)는 “뉴스란 누군가는 꼭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정보다. 아무도 막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냥 광고”라고 정의했다. 그렇다. 엔트로피가 높을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이기에 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다.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가장 많은 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죄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신들마저도 막으려 하는 정보, 그런 것이 바로 진정한 뉴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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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라인 시대에서 정보란 근본적으로 다른 역할을 한다. 바로 정보의 화폐화다. 개인 정보와 데이터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쉽게 접속�� 수 있는, 분석되지 않은 정보 그 자체는 화폐일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점점 더 개인화되는 현실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다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가장 희귀한 ‘나’에 대한 정보라면 화폐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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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신화집 산해경엔 ‘제강’이란 특이한 ‘혼돈의 신’이 등장한다.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엉뚱하게 생긴 제강은 형태가 불투명한 몸통에 날개 네 개, 다리 여섯 개를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혼자 항상 즐거워 춤과 노래를 잘했다는 제강은 신기하게도 눈·코·귀·입이 없었다. 얼굴 그 자체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제강을 불쌍하게 여긴 그의 친구들은 제강에게 눈·코·귀·입 구멍을 뚫어주기로 결심한다. 하루에 하나씩 7일에 걸쳐 구멍들을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7일째 되던 날, 그렇게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살던 제강은 죽고 만다. 정보는 불확실을 확실로 바꿔준다. 엔트로피는 그 과정에 필요한 정보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을 지각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던 제강은 혼돈, 그러니까 완벽한 불확실이자 무한의 가능성이다. 최대의 엔트로피인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알아보는 순간 세상도 우리를 알아본다. 우리의 내면적 혼돈과 가능성은 세상을 통해 질서와 현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세상의 진리는 죽음이기에, 우리가 세상을 보고 세상이 우리를 보는 순간, 우리의 존재는 제강과 함께 무한에서 유한으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前) 직원으로 NSA의 전 세계 대상 정보수집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그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아는 ‘혼자’란 것이 허락된 세상에서만 가능하다고. 모든 사람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홀로일 수 없다고. 정보 사회의 어두운 미래는 구멍 7개가 아닌 100만 개의 구멍이 뚫린 제강이다. 우리의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알려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하고 독립적인 ‘나’가 아니라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우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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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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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탐구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하나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믿고, 그것을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하듯) 이런 잘못에서 벗어나려면, 생각해야 할 주제에 대해 시간을 들여 숙고홰야 한다. 또 다른 잘못은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면서 별 씀모도 없는 주제에 지나치게 열정을 불태우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키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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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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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삶의 행동이나 관념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PC에서 메신저를 싫어하던 사람들이 라인이나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수시로 주고받고, 사진 찍는 것을 기피하던 사람들이 셀카로 사진 찍어 공유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NHN 일본모바일앱개발팀 김창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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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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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심리학이 개발한 조직화의 법칙(law of organization)
"어떤 문서도 그것 자체로는 완벽하게 이해될 수 없으며, 다른 문서들과의 관계를 알아봄으로써 의미가 명확해진다."
알렉스 라이트, <분류의 역사> 중 11장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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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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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1장 디지털의 철학_02.탈역사적 마법_5.탈역사적 마법
선사시대의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 이런 세계감정을 ‘애니미즘animism’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사유에 밀려났던 이 주술적 감정이 기술의 힘으로 되살아오고 있다. 가상건축의 선구자 마르코스 노박Marcos Novak(1957~)은 사이버 공간에 마술적 애니미즘이 숨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 공간은 “살아animistic 움직이고animated 변신한다metamorphic.”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은 가상공간만이 아니다. 요즘은 곳곳에 산포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로 인해 현실공간마저 거대한 신경망을 가진 생명체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이제 기계가 말을 걸어온다 해도 놀라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일상에 속한다.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기원전 43~기원후17/18)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는 인간이 동식물을 제 선조나 친족으로 여기던 ‘토테미즘totemism’의 기억을 담고 있다. 역사시대에 인간은 자신을 애써 동물과 구별지으려 했다. 그러던 인간이 최근 자신이 동물과 친족임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우리가 동물에게서 발견하는 이른바 ‘인간적 특성’은 실은 우리가 그들과 공유하는 동물적 특징에 불과하다.” 이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질적인 것이 아니라 양적인 것으로 간주된다(초파리는 74퍼센트, 침팬지는 98.8퍼센트 인간과 친족이다). 생명공학을 통해 이미 여러 동물이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과 유전자를 나눴다. 형질 전환 생명체는 바이오엔지니어링 시대의 새로운 ‘토템’이다. 선사시대의 세계에는 일상과 몽상,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어 있었고 두 세계는 ‘샤머니즘shamanism’이라는 선사적 테크네로 매개되었다. ‘샤만’이라 불리는 주술사는 댄스나 약물로 자신과 타인을 환각에 빠뜨렸다. 샤만은 인간이 ‘대안적 세계’와 접속하는 선사��대의 인터페이스였다. 환각 속에서 그들은 현실에서 소망의 세계로 입장하고, 사후세계의 영혼들을 현실로 불러냈다. 로이 애스콧에 따르면, 우리 역시 “생태공간의 물리적 현전, 영적 공간의 신비적 현전, 가상공간의 원격 현전, 나노공간의 진동 현전”의 중첩된 존재다. 이 현전의 모드 사이를 오가게 해주는 테크놀로지의 ‘그루guru’들은 디지털 시대의 ‘샤만’이다.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1-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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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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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장 디지털의 철학_01.디지털 가상_11.주체에서 기획으로
 주어진 세계가 만들어진 세계로 교체될 때 고전적 의미의 ‘객체Object’도 사라진다. 객체란 있는 그대로의 사물, 신에 의해 주어지고 인간이 아직 손대지 않은 세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 되었다. 객체가 사라지면 그것의 상관자인 주체Subject도 존재할 수 없다. 카를 마르크스는 “문제는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산업혁명의 관념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문제는 아직 없는 세계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대안적 세계를 디자인하는 인간은 더는 객체를 인식하고 변형하는 주체가 아니다. 그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앞으로pro 던져서ject 기술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존재, 즉 ‘기획project’이다. 이렇게 우리가 기획이 된 것은 물론 우리의 “자유로운 결정”의 결과가 아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떤 식으로던 헤쳐나가야 한다.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주체의 죽음’을 선언했다. 그들의 말대로 주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간은 이제 기획이 되어 넓은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플라톤적 신학은 이를 타락의 상태라며 윤리적으로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플루서는 대안적 세계를 창조하는 인간의 활동을 미학적으로 긍정한다. 그는 모든 이가 기술적 상상력으로 세계와 자신을 기획하는 예술가가 되는 사회를 꿈꾼다. 니체의 운명애amorfati를 연상시키는 어조로 그는 우리에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용감하게 걸음을 내딛으라고 요청한다. ‘디지털 가상’은 우리 주위와 내부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공허의 밤을 밝혀주는 빛이다. 우리는 “그런 무(無)에 대항하기 위하여gegen 그 무 속으로in 자신을 투사(기획)하는 전조등”이다.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1-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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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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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1장 디지털의 철학_01.디지털 가상_07.비트의 분산
 컴퓨터의 등장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째, 인간이 더이상 계산하는 자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고 프로그래밍하는 자로 진화하게 되었다. 둘째, 컴퓨터는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종합하는 일도 해낸다. 
‘컴퓨터’의 어원인 ‘com+putare’는 ‘함께+바라보다’라는 뜻을 갖는다. 컴퓨터는 자연의 모든 현상을 0과 1로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어원에 걸맞게 그렇게 분석된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형상으로 합성할 수도 있다. 이때 탄생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가상’이다. 
/../ 플루서가 말하는 ‘디지털 가상’은 모니터 위의 이미지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앞서 그는 모든 것이 가상임을 암시한 바 있다(“속이지 않는 것도 있는가?”). /../ 오늘날 물리학은 세계가 미립자로 이루어졌다고 가르친다. 우리에게 사람, 동물, 식물, 기계, 산과 바다로 보이는 모든 것이 실은 우리의 감각에 나타난 가상일 뿐 그 실체는 미립자의 조합이다. 여기서 플루서는 매우 급진적 명제를 내놓는다.
이렇게 모든 것이 기만한다면, 모든 것이 디지털 가상이라면-컴퓨터 모니터 위의 합성영상뿐 아니라 이 자판과,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과, 그 손가락을 통해 표현되는 생각까지-그렇다면 ‘가상’이라는 말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모든 것이 디지털이라는 사실, 모든 것이 비트의 촘촘한 분산이라는 사실이다. 이로써 플루서는 “실재적”이라는 개념을상대화한다. 가상과 현실의 차이는 질적인 것이 아니라 양적인 것에 불과하다. 어떤 것의 분산이 촘촘할수록 더 현실적이고 듬성듬성할 수록 더 잠재적이다. 한마디로 가상과 현실의 차이는 밀도의 차이, 강도의 차이, 해상도의 차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도 ‘약한 해석’과 ‘강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전자는 이 주장을 그저 ‘언젠가 육안으로는 현실과 전혀 구별할 수 없는 가상이 등장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고, 후자는 ‘언젠가 인간이 만든 가상이 글자 그대로 실물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는다(이를테면 고해상의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개와, 복제지만 동시에 실물인 스너피의 차이를 생각해보라). 플루서는 두 번째 독해까지 염두에 두는 듯하다. 그에게는 이미 “대안적 세계가 주어진 세계만큼 실재적real이거나 주어진 세계가 대안적 세계만큼 유령스럽다gespenstisch”.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1-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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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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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1장 디지털의 철학_01.디지털 가상_05.역사적 사유에서 형식적 사유로
문자 대신 숫자로 자연을 기술하면서 인간의 의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최초의 이론가들은 주술적 사유와 싸우는 가운데 '역사적 의식'을 발전시켰다. 역사적 의식은 선형적/과정적/논리적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숫자로 사유하게 됨에 따라 역사적 의식은 퇴조하고 새로이 '형식적' 의식이 등장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세계의 모상을 문자로 기록하는 게 아니라 대안적 세계의 모형을 숫자로 구성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인간의 사유도 역사적/계몽적 의식에서 빠르게 형식적/분석적 의식으로 변해간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보적/계몽적으로 사유한다. 그들은 아직도 세계를 인과관계의 사슬로 파악하고 거기에 개입하여 그 고리를 깸으로써 인간을 필연성에서 해방시키려 한다. 하지만 인문학에서도 공학적 사유로의 전회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1950년대에 이미 프랑스에서는 역사주의가 퇴조하고 구조주의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는 인문학조차 선형적 사유에서 체계적 사유로 전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역사의 종언'은 이 구조주의적 전회의 필연적 결과이리라.  비록 소수지만 세계를 '인과의 연쇄'가 아니라 '주사위 던지기'로 파악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진보적/계몽적으로 사유하지 않고 체계적/구조적으로 사유한다. 미래학적으로 사유하는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의 모상이 아니라 앞으로 존재할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낸다. 이들이야말로 미래사회의 프로그래머다. 플루서는 미래 사회가 자칫 '프로그래밍하는 자'와 '프로그래밍당하는 자'라는 새로운 계급으로 나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매트릭스>의 플롯에 비유하자면 전자는 매트릭스의 아키텍트, 후자는 매트릭스의 주민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1-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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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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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1장 디지털의 철학_01.디지털 가상_03.모상에서 모형으로
늦어도 청동기 시대 이래로 인간은 이렇게 주어진 세계를 만들어진 세계로 바꾸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제힘으로 대안적 세계를 고안하면서도 오랫동안 자신이 그저 신의 설계를 모방한다고 믿었다. 중세 성직자는 사물의 이상적 규준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장인들에게 그 규준을 제시했다. 그 규준에 따라 장인들이 제작한 구두는 성직자들이 제시한 규준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다.  이때만 해도 '제작'은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는 모범(이데아)을 모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다. 초기 르네상스의 혁명적 수공업자들은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위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가격은 원상과 모상의 일치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을 위한 생산이 시작되면서 형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장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주문자는 구두의 형태를 '사전에' 요구하지만 소비자는 구두의 형태를 '사후에' 선택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후 제작의 관념이 세속화된다. 이상적인 구두, 즉 구두의 영원불변한 모범이란 관념은 장인들에게 낯선 것이 되어간다. 시장이라는 조건에서 구두의 형태는 하늘의 이데아가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장인들 역시 이제 신발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들이며,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그 형태를 변형하는 것도 자신들이라 믿게 된다. 이로써 제작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에서 '디자인'이 된다. 디자인이란 '이미 있는 것의 모상'을 뜨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의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미지 인문학1-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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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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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복잡성: 단순화된 모델의 수용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언론의 수동적 구경꾼 역할에서 해방했지만, 그 기술의 단순화 경향은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수동적 구경꾼으로 축소했다. /../ 기술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한 단계씩 더 단순해진다.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가 더 진보하고 예측 가능해질수록 사람들이 그 이용법을(혹은 스마트폰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줄어든다. 기술을 배우는 대신 우리는 기술이 우리에 대해 배우는 세상을 선택한다. /../ 따지고 보면 기술은 우리의 시종인데, 왜 그것이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어떻게든 그 결과물을 우리에게 제공하면 안 되는가? 왜냐하면 그 작동 원리를 더 적게 알면 알수록 그것의 단순화된 모델을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레스토랑 추천 서비스는 이웃에 대한 지식을 대체하고, 말하는 지도 서비스는 도로에 대한 지식을 대체하며, 녹색이나 적색의 주식 시세 표시기는 부와 복지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대체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것은 디지털 모델을 현실로 착각할 때만 생길 수 있는 문제이다. 레스토랑 추천, 지도 기능, 주식 시세 표시기 등은 세계를 이해하는 여러 방식일 뿐 세계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는 현실과 그 모방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 그러나 설령 그런 예측이 맞다고 해도, 가상 현실의 시뮬레이션과 현실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의 능력은 날로 높아지는 시뮬레이션의 완성도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지각력 감퇴와 더 연관이 클 것이다. /../ MP3는 실제로는 일종의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 MP3 음악을 들으며 자란 젊은이들은 그 부모들이 들을 수 있는 수십만 개의 악음을 더 이상 분별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들 시뮬레이션 기술의 탁월함과 중요성이나, 컴퓨터 과학자들이 이를 통해 구현한 ‘근사 현실’에서 얻는 지식의 중요성을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된다. /../ 디지털 환원주의는 지도를 생산한다. 이 지도들은 진로를 계획하는 데는 그만이지만 여행 자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 지도가 아무리 자세하거나 쌍방향적이라고 해도, 영토를 대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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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sc-extract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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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복잡성: 탈출의 현실
디지털 아카이브 덕택에 어떤 데이터의 부분이든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끌어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 데이터의 맥락을 잃어버릴 위험성도 있다. /../ 학문체계를 버림으로써 우리는 이 순간까지 우리를 끌어 온 여러 세대에 걸친 여정과의 연결을 끊는다. 우리는 더 이상 그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가 아니다. 아니 무엇을 거부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 삶은 어떻게 하면 알 필요가 없는 것을 알지 않을 수 있는가를 아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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