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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는데, 불이 켜져 있어서, 잠이 들려면 무슨 생각이나 소리가 나서, 어쩌고 저쩌고 집중이 안되서 결국 못잤고 짜증만 난다. 하다하다 잠자는 것에도 집중을 못하다니 진짜 ADHD같은 컨디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최신 지견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집중력 장애와 수면장애와 게으름에는 알콜 치료가 최선이라고 한다. 주로 40도가 넘는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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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all stories in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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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의 교보문고였고, 그건 꽤나 이상한 광경이었다. 키가 나보다 큰 여자가 엽서인지를 고르고 있었고, (그런데 이 사람은 아까 30분 전에 내가 펜을 고를때도 서 있던 여자가 아닌가) 여기보다 병원이 어울릴 것 같은 90살 정도는 되어 보이는 노인이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점에 오면 모든 책을 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잡지 ‘포포투’부터 소설 1984까지, ‘자존감수업’부터 무슨 미국의 패권이 어쩌고 하는 정치철학 책, 그리고 ‘일본어 첫걸음’까지 (’음, 저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조용하고 평화롭다. 

누워있는데 일순 조용하던 순간이 있었다. 머릿속 생각도 하던 이야기도 멈추고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을 때. 창 밖에 차도 지나가지 않고 저기 어딘가에 공사장 인부들도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햇살만 조용히 블라인드를 투과하던 그 때. 그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일도, 그 거창한 미래 계획도, 사람에 대한 걱정도 더 이상 와글와글 소리를 내지 않던 그 순간.

내 머릿속도 얼��나 와글거렸는지.

그 와글거림에 귀가 멀어 중요한 것을 못 했다. 밥먹고 산책하는 소중한 순간들, 가만히 집을 정리하고 물건을 정해진 곳에 놓는 일상의 공유. 그 순간이 우리의 다른 순간들보다 더 소중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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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가다 만나는 그런 바람처럼 마주했듯이

지금 스쳐 지나가지만 다시 아무일 아니듯 다시 만나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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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은 꽤나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만화영화에서 악당들은 항상 ‘와하하하하하’ 하고 웃는다) 그건 각자의 사정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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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wegian wood

..나는 계속 벚꽃을 바라보았다. 봄의 어둠 속 벚꽃은 마치 피부를 찢고 튀어나온 짓무른 살처럼 보였다. 정원은 그렇게 많은 살들의 달콤하고 무거운 부패로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나오코의 육체를 생각했다. 나오코의 아름다운 육체는 어둠 속에 누웠고 피부에서는 무수한 식물의 싹이 트고 초록색 작은 싹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바르르 가늘게 몸을 떨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육체가 병들어야만 하나, 나는 되뇌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창의 커튼을 닫았지만 방 안에도 봄의 향기가 가득했다. 봄의 향기는 모든 지표면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나에게 부패를 연상시킬 따름이었다. 나는 커튼을 닫은 방 안에서 봄을 격��하게 증오했다. 봄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을 증오하고 그것이 내 몸 깊은 곳에서 일으키는 둔한 통증 같은 것을 증오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나 강렬하게 뭔가를 증오한 적은 없었다. 

-

4월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도 쓸쓸한 계절이다. 4월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듯이 보였따.... 그렇지만 나는 완전한 외톨이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도 모두 내가 선 장소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안녕’, ‘잘 지내니’ 라고 말해 줄 상대조차 없었다... 나는 애절한 고독 속에서 4월을 보냈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왔지만, 5월은 4월보다 더 혹독했다. 5월에 이르러 봄이 한층 깊어지면서 내 마음이 떨리고 흔들린다는 것을 느꼈다. 떨림은 대체로 저녁 어스름에 찾아왔다. 목련꽃 향기가 살풋 풍기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영문도 모르게 부풀어 올라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이 꿰뚫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가 버리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그것을 흘려보내면 둔중한 통증이 남았다.

그럴 때 나는 나오코에게 편지를 썼다. 나오코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나는 멋지고 기분 좋고 아름다운 것만 가려서 썼다. 풀 냄새, 신선한 봄바람, 달빛, 영화, 좋아하는 노래, 감명 받은 책 같은 것에 대해 썼다. 그 편지를 다시 읽어 보고 스스로 위로받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가를 생각했다. (412, 425)

어이, 기즈키, 나는 생각했다. 너하고난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너도 많이 괴로웠을 테지만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야. 정말이야. 이게 다 네가 나오코를 남겨 두고 죽어 버렸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왜냐하면 난 그녀가 좋고 그녀보다는 내가 더 강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 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러야만 해.

-

그리고 나는 기즈키를 생각했다. 어이, 기즈키, 너 마침내 나오코를 손에 넣은 거야. 좋지 뭐, 원래 네 여자였으니까. 결국 그곳이 그녀가 가야 할 장소였던거야, 어쩌면. 그래도 이 세상에서, 이 불완전한 산 자의 세상에서 나는 나오코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나는 나오코와 둘이서 어떻게든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괜찮아, 기즈키. 나오코를 너에게 줄게. 나오코는 너를 선택한거야. 그녀의 마음처럼 어두운 숲 안쪽에서 나오코는 목을 맸어. 어이, 기즈키, 넌 옛날에 내 일부를 죽은 자의 세계로 끌어들였어. 지금, 나오코가 나의 일부를 죽은 자의 세계로 끌고 갔어. 가끔은 내가 마치 박물관 관리인이 된 듯한 기분이야.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는 휑한 박물관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곳을 관리하는거야.(415, 458)

“요즘 들어서 이렇게 살면 되지, 생각하게 됐어. 이게 우리 자신을 위한 미래의 생활이라고. 누구 눈치도 볼 것 없이 마음껏 해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안정감이 없는 거야. 몸이 2~3센티미터 허공으로 붕 떠오른 것 같아서, 거짓말이라고, 이렇게 편한 인생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는 느낌이 드는 거야. 머지않아 대가를 치를 거라고 둘이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

... 지금까지가 너무 가혹했던 거야. 하지만 괜찮아. 우리, 앞으로 충분히 보상받고 말 테니까.” (418)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419)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갈늘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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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wegian wood

“모든 걸 다 버리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버리는 거, 정말 멋지다는 생각 안 들어? 나는 가끔 무지 그렇게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모든 걸 집어던지고 어딘가로 가고 싶다고. 하긴 우루과이 같은 데 가 봐야 어차피 당나귀 똥 같은 것밖에 없어... 여기저기 온통 당나귀 똥이야. 여기 있건, 저기로 가건. 세상은 당나귀 똥이야... 하지만 요전 일요일 난 정말 마음��� 푸근했어.”(291)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야. 나는 곧 스무 살이고 나와 기즈키가 열여섯, 일곱 살에 공유한 것의 어떤 부분은 벌써 사라져 버렸으며, 그것은 아무리 한탄한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거야. 더 이상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너라면 내가 느낀 것, 말하려는 것을 잘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마도 너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너에 대해서 생각해. (368)

오늘은 비가 내리네. 비 내리는 일요일은 나를 조금 혼란스럽게 해. 비가 내리면 빨래도 못 하고 다림질도 할 수 없으니��. 산책도 할 수 없고 옥상에서 뒹굴 수도 없어... 비 내리는 정원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어. 지난번에도 썼듯이 난 일요일에는 태엽을 감지 않거든.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 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그 정도로 네가 좋아.”(388)

외로워지면 난 울곤 해. 운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레이코 씨는 말하지. 그렇지만 외롭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워. 내가 외로움을 타노라면 밤의 어둠 속에서 많은 사람이 말을 걸어와. 밤의 나무들이 바람에 술렁대듯이 여러 사람이 나를 향해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식으로 [죽은] 기즈키나 언니와 대화하곤 해. 그 사람들 역시 외로워서 이야기할 상대를 찾는 걸 테지.

때로 그렇게 외로운 밤이면 네 편지를 다시 읽어 봐. 바깥에서 들어오는 많은 것들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와타나메가 써서 보내주는 주변 세계 일들은 내 마음을 아주 푸근하게 해줘. 참 이상하지. ...

나도 가능하면 짬을 내서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편지지를 앞에 두면 내 마음은 늘 아래로 가라앉기만 해. 이 편지도 억지로 힘을 짜내 쓰고 있어....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난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다만 그것을 문장으로 잘 표현할 수가 없어. 그래서 편지 쓰기는 내게 정말 괴로운 일이야.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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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wegian wood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불안전한 인간이야. 그래서 더욱 네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안하. 네게 미움을 받는다면 난 정말 ��산이 부서져 버릴 거야. 나는 너처럼 자신의 껍질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야. 네가 진짜로는 어떨지 몰라도 내게는 어쩐지 그렇게 보여.(153)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아. 누군가에게 자기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이런 문장을 쓴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몰라. 물론 문장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서 일부분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누군가에게 뭔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만으로 지금 나에게는 행복인걸. 그래서 지금 나는 너에게 편지를 써.(153)

때로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곤 해. 만일 나와 네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상황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157)

“나를 이해해서 어쩌려고?”

“넌 정말 모르는구나.” 내가 말했다. “뭘 어쩌겠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이건. 세상에는 시간표를 조사하는 게 좋아서 하루 종일 열차 시간표만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어. 또는 성냥개비를 연결해서 길이 1미터나 되는 배를 만들려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이 세상에 너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잖아?”(244)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더 심각하게 아프고, 뿌리도 아주 깊어. 그러니까 만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너 혼자라도 가줘. 날 기다리지 말고... 내 생각 하면서 망설이거나 하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해. 아니면 난 너까지 끌고 갈지도 몰라. 설령 무슨 일이 있다 해도 그런 짓만은 하기 싫어. 네 인생을 가로막고 싶지 않아. 누구의 인생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까도 말했듯이 가끔 만나러 와 주고, 나를 언제까지나 기억해 줘.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253)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릴 적부터 좋은 선생을 만나 제대로 훈련만 받았더라면 꽤 높은 수준까지 올랐을 텐데, 하고. 그렇지만 그건 아니야. 결국 그 애는 제대로 된 훈련을 견뎌 낼 수 없는 애였어.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으니까. 대단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것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안 되어서 그 재능을 산산이 흩뿌린 채 끝내버리는 사람들. 나도 그런 사람을 몇이나 봤어. 처음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보는 사람이 압도당하고 말아. 난 도저히 상대도 안 된다고. 그렇지만 그것뿐이야. 그들은 거기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왜 안 나아갈까? 노력하지 않거든. 노력하는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만에 빠져 스스로를 망쳐버리는거야. 약간 재능이 있어 어릴 적부터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꽤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칭찬하게 되고, 노력 같은 거 별것도 아니라 생각해 버리는 거지... 그래서 지적받고 꾸중 듣는 것도 모르고 인격 형성에 필요한 어떤 요소를 빠뜨린 채 앞으로 가 버리는 거야. 이건 비극이야.(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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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가 아직 젊고 그 기억이 더욱 선명했을 때, 나는 몇 번이나 나오코에 대해 글을 쓰려 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처음 한 줄이라도 나와만 준다면 그 다음에는 물 흐르듯 쓰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 한 줄이 아무리 애써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해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21)

일상생활 면에서 보자면 우익이건 좌익이건 위선적이건 짐짓 악당인 척하건 별다른 차이가 없다.(25)

“말을 잘 못 하겠어. 요즘 들어 계속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이상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거야. 맞지도 않는 말이거나 완전히 반대거나. 그걸 고쳐 말하려 하면 이번에는 혼란에 빠져서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모르게 돼. 마치 몸이 둘로 갈라져서 서로 술래잡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적절한 말은 다른 내가 아는데, 여기 있는 나는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거야.”(41)

나는 늘 그런 침묵의 공간 속에 이리저리 흩어져 떠다니는 밫의 입자를 바라보며 내 마음을 찾으려고 애써 보았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도대체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러나 대답다운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때때로 공중에 떠다니는 빛의 알갱이를 향해 손을 뻗어 보기도 했지만 손가락 끝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56)

나는 즐겨 책을 읽었지만 많이 읽는 타입은 아니고 마음에 드는 책을 잡으면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편이었다... 불현듯 생각나면 나는 책꽂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곤 했는데,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페이지도 재미없는 페이지는 없었다. 얻덯게 이리도 멋질 수가 있을까 감탄했다.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알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 본 인간은 하나도 없었고,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할 만한 인간조차 없었다.(57)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은 이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금세, 아니, 만약에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결국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고쳤다. 아마도 우리는 그때 만나야 했기에 만났을 것이고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만났을 것이다. 딱히 무슨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107)

“완벽한 사랑을?”

“그게 아냐.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를 바라진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건 바로 그런 거야.

“(...) 그렇다니까. 난 남자애가 이렇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기 싫어졌다는 거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난 정말 당나귀 똥만큼 멍청하고 센스가 없어. 사과하는 의미에서 다른 걸 하나 사다줄게. 뭐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난, 그만큼 더 상대를 사랑해 주는 거지.”(137)

“우리 친척들 모두 병에 걸려 고통 받다 죽었어... 죽을 때까지 무지 시간이 걸려. 마지막에는 산 건지 죽은 건지도 모를 정도로. 남은 의식이라고는 괴로움과 통증뿐이지.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그렇게 죽어 가는 거야. 천천히 죽음의 그림자가 생병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이 깔렸고, 주변 사람들도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상황. 그런 거 정말 싫어. 절대로 견딜 수 없어, 난.”(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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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k high makes me sad

에픽하이를 참 좋아했었다. 우리 세대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촌스런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나의 사랑노래이다보니 나의 슬픔과 기다림이었고, 지루한 시간을 버틴 상상력이었고 영국 생활의 룸메이트였다. 나의 철학이었고 사상이 되었다. 

그러나 marcellin caillou(link)처럼 이들과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난 내 이야기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왜냐면 오랜만에 들은 에픽하이의 가사는 너무 유치했다. 그 땐 멋있게, 맛있게 들었던 가사들이 특히. (여전히 신나긴 했다) 

요즘 내가 사는게 그렇다. 그냥 병원 일도 잘 매듭지어지지 않고, 이렇게 꼰대가 되는 듯 싶다가도 우리는 진짜로 할만큼 했다 싶다. 올해가 되면 책도 읽고 여가시간도 가지고 건강하게 운동도 하려고 했는데 여전히 인생에 잠 잘 시간 말고는 없다. 

그리고 이 나이에 벌써 새로운걸 받아들이는게 싫다. 음악도 책도 그냥 익숙한거 보지 새로운 것 받아들이는게 싫고 영화도 그렇고. 내가 ��하는게 하도 없다보니 여기서 끝인가 싶다. 그리고 더 최악인건 새로운음악은 귀에 거슬려서 싫고  옛날건 옛스러서 싫고... 

그래서 슬퍼진다. 에픽하이를 듣고 꿈꾸던 청소년의 나와 지금은 얼마나 멀어졌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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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을때는 이래도 되는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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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할 일도 굉장히 많고 여기에 쓸 말도 굉장히 많았는데 모두 없어지고 시간만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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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Y가 말한 것을 꼭 적어놔야겠다고 한 것이 기억났는데 다시 보니 아래 글 안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자기가 쓴 글을 나중에 다시 보면 마음이 따듯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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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Y를 만나서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했던 이야기들 모두 적어놓고 싶고 꼭 이건 기억해놔야지 하던 것도 있었는데 좀 없어지기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려 정말 마음이 따듯해지는 시간이었고 다소 매��리즘에 빠졌던 나의 활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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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더 랍스터>라는 영화를 봤다. H가 <가위손>같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자는걸, 이거 평이 괜찮은 영화라고 설득해서 같이 봤는데 섬뜩한 느낌의 블랙 코미디를 가진, 우리같은 일반인에게는 약간 지나친 예술영화였다. 어쨌든 약간이나마 H와 이야깃거리가 된 점은 다행이었는데, 영화 리뷰를 적으려는 시도는 아니나 다를까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에라도 감상을 편하게 적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머리 속에서 유통기한도 지났고 그럴 기분이 아니라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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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어울리지 않게도 검게 선팅한 리무진의 창문으로는 '해피 엔딩'이라는 LED 전광판이 즐겁게 빛나고 있었다. 차를 마주친 곳이 장례식장에서 꺾어져 나오는 길이 아니었다면 운구차임을 집작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뒤를 따라나오는 작은 20인승 버스 (그나마 이건 회색 버스이고 파란색으로 조그맣게 해피 엔딩이라는 회사명이 적혀있음) 를 보고서야 그 일행의 '해피 엔딩'이 어떤 의미인지 확신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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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험 후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