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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invasion6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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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인베이전 6화 자막 인베이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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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의 야심차고 정교하게 제작된 전기 영화(4개 중 시크릿 인베이전 6화 자막 인베이젼, R 등급, 금요일 극장 개봉)는 조밀한 내러티브와 뛰어난 출연진과 함께 많은 영화를 3시간 안에 압축합니다. 킬리언 머피는 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을 맡아 잊을 수 없는 경력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참혹한 미국 역사의 시대를 동등한 부분으로 바꾸는 서사시에서 우리가 꽤 오랫동안 보지 못��던 방식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무서운 공포 쇼, 편집증 스릴러 및 정치 potboiler.
예, 폭탄이 터집니다. 놀런과 같은 대���의 손에 들려 있는 오싹하지만 멋진 시계입니다. Nolan은 2017년 "Dunkirk"에서 여러 스토리 라인에 걸쳐 결합된 음모를 펼쳤고 그는 1950년대에 시작된 한 쌍의 이야기를 통해 "Oppenheimer"로 다시 그렇게 합니다.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 왼쪽)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사 스릴러 "오펜하이머"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이론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를 모집합니다. 정부 보안 승인을 갱신하는 데 장애물에 직면한 Oppenheimer는 유럽의 과학계에 진출한 것부터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나치와 러시아인보다 먼저 원폭을 개발하는 유명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 컬러로 설명합니다. . 대조적으로, 흑백 두 번째 줄거리는 루이스 스트라우스(다우니)를 상무장관으로 승인하 시크릿 인베이전 6화 자막 인베이젼 위한 상원 청문회와 오펜하이머와 전 원자력 위원회 의장의 경쟁에서 비롯된 낙진을 중심으로 합니다.
Oppenheimer가 양자 역학의 힘이 되지만 그의 강인한 성격과 그의 전직 정신과 의사 Jean Tatlock(Florence Pugh), 그의 형제 Frank(Dylan Arnold)를 포함한 공산당원들과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적을 만들면서 처음에는 천천히 타오릅니다. ).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무시되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끄는 맹렬한 준장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는 오펜하이머를 책임자로 영입합니다.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은 핵 아마겟돈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역사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Kitty Oppenheimer(Emily Blunt)는 남편 J. Robert(Cillian Murphy)가 "Oppenheimer"에서 원자 폭탄을 개발하는 동안 함께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친구와 동료들이 그를 부르는 "오피"는 뉴멕시코에 비밀 연구실과 마을을 건설하고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폭탄을 만들기 위해 경쟁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인류의 손에 쥐고 있는 파괴적인 힘에 대해 점점 더 걱정하게 됩니다. Murphy의 캐릭터는 "이제 나는 죽음, 세계의 파괴자가되었습니다"라는 유명한 인용문을 말하고 Nolan은 그것을 화��에 표시하는 훌륭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최초의 핵무기 폭발인 1945년 트리니티 테스트로 이어지는 놀라운 똑딱거리는 시계는 Hoyte van Hoytema의 놀라운 영화 촬영법과 Ludwig Göransson의 강력한 오케스트라 악보를 혼합하며 폭발 자체가 감각을 뒤흔드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여파는 Nolan이 Oppenheimer의 도덕적 곤경과 세상이 영원히 변했다는 깨달음을 파헤치는 시크릿 인베이전 6화 자막 인베이젼 곳입니다. 치명적인 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후, 과학자는 환호하는 미국인들에게 말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방식을 상상합니다.
독점 영상: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이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운데)는 "오펜하이머"에서 상무장관 지명의 일환으로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는 루이스 스트라우스를 연기합니다. Murphy는 전쟁 중에 동료들에 의해 불안정하고 이기적이라고 간주되는 수척하고 문제가 많은 인물의 시크릿 인베이전 6화 자막 시크릿 인베이젼 한글 6회 E06 신경질적인 강렬함에 놀랍게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밀리 블런트는 남편의 충직한 챔피언인 키티 오펜하이머에게 정직하고 변덕스러운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Nolan의 올스타 앙상블(Rami Malek, Alden Ehrenreich, Benny Safdie 등 포함)은 최고 수준이지만, 개성이 너무 많아서 확장된 실행 시간으로도 모두 등장하기 어렵습니다. 변화를 위한 자기 길항제를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중요한 매력을 가져오는 다우니에게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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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twoo6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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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서는 남편의 불륜인 줄 알았던 사연이 시아버지와 간병인의 새 출발로 돌변해 모두를 놀랍게 했다.13일 방송된 채널A 생활밀착형 탐정 실화극 '탐정들의 영업비밀'의 '탐정24시'에서는 부자 탐정단이 수백 쌍의 예비부부에게 약 10억원 이상의 피해금액을 발생시키고 잠적한 강남 유명 예복업체의 대표를 추적했다. 분점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미 직원들의 퇴직금과 급여 등의 지급도 밀려, 적게는 약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까지 피해금액이 다양했다. 업체 대표가 일을 시작할 무렵부터 9년��� 거래한 공장 사장은 "약 3억원 정도 대금이 밀렸다. 우리도 그렇고 구두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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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data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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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impressive how every KPop group was mentioned by Hybe but RV. Are they really that irrelevant? | streets said the report things from hybe has 20.000 pages so we still don’t know yet if RV was mentioned or not [61059]
It's impressive how every KPop group was mentioned by Hybe but RV. Are they really that irrelevant?
Yes [61061]
It's impressive how every KPop group was mentioned by Hybe but RV. Are they really that irrelevant?
they're so irrelevant that hybe groups are clearly getting inspired by them [61062]
Based on what I've read so far, the most they'd probably have to say about RV is "oh Irene lost all popularity and people like Karina and wonyoung have taken her place yada yada" and then bring in how they're gonna uplift lsfm members into it. Fandom is weak, plus maybe something about the music content or concept and seulgi solo, maybe members looks or surgery accusations etc. I mean if they're going off kforum posts that's p much it these days
There was mention of Irene from hybe they used “OO” as an alias and said OO is a member of an SM girl group they then talk about her reading “a feminist book” and the reaction to it. Apart from that I haven’t seen anything else RV related leaked yet. | I think there was similar thing about an nmixx member..which would have been more recent so not sure if people got mixed up. do you have the original text? [61090]
What's this? SM과 YG의 경우도 동시에 언급하며 "좀 놀랍게 아무도 안 예쁨. OOOOO만도 못한 연습생 인프라인가 싶었는데, OOO 데뷔 할 때도 외모로 다들 충격 받았던 걸 생각하면 SM의 미감 자체가 달라진건가 싶기도"라고 적시했습니다. also mentioned the cases of SM and YG at the same time, saying, "It's a bit surprising that no one is pretty. I thought they had a trainee infrastructure that wasn't as good as OOOOO, but considering that everyone was shocked by their looks even when OOO debuted, I wonder if SM's aesthetic sense itself has changed." 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440490
Yes hybe really said they think sm idols are ugly a company who has many of the most beautiful girl idols. I think this was about the newer idols though because you would have to be blind and just taking the piss to include the iconic visuals of Korea like Irene and y00na and so on. When this came out they received a lot of shit from everyone including knetz. [61101]
It's about the nmixx member because what Irene read wasn't an anthology by several writers there was one author. also the reports only address things that took place 2022 onwards. [6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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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it's jyp artist [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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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light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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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쾌변 어려운 장트러블"... 놀랍게..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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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nheimer-0815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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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FULL_"온라인시청하기 [2023_1.0.8.0 ] 4k
{{오펜하이머 다시보기 }}▶ FULL_"온라인시청하기 [2023_1.0.8.0 ] 4k
영화 오펜하이머
시놉시스 :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시청하기 ▶ [오펜하이머 HD화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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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 제작에 전권을 행사할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가 오늘 국내 개봉을 했습니다.
다크 나이트 흥행이후, 인터스텔라로 오펜하이머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함과 동시에 매니아층이 두터운 감독으로 평가받는 그가,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사에 대한 전기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개봉주로부터 3주동안 IMA 독점 상영 계약을 맺어 상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미리 접했었어요.
저는 CGV SVIP등급으로 예매오픈알림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기에, 개봉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예매오픈 알림을 해둔후 예매를 하게되었는데,
개봉 첫 날인 오늘 IMAX 상영관은 모두 매진일 정도로 감독의 영향이 큰 작품중 하나입니다.
IMAX로 관람하고 온 영화 오펜하이머 후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오펜하이머 선택을 해야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
1904년 4월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1922년 18세의 나이로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후, 화학을 전공했지만
프랑스어, 독일어, 불어,그리스어, 라틴어를 익혔고 3년만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 후 영국 물리학의 산실인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진학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버클리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 연구를 하며 제자들을 키운 인물입니다.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장론, 우주선 물리학,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대한 중요한 업적을 남기는 그는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기간 동안 원자폭탄을 제조한 오펜하이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으로 지내며 원자폭탄을 성공적으로 제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물리학자입니다.
이후 오펜하이머에게 미국 정부가 추진하던 수소폭탄 계획을 부탁받지만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청문회에 출석하게되면서 자신의 과거와 삶을 낱낱히 드러내는 수모를 겪게되는데,
그의 삶 자체가 20세기 미국의 과학과 전쟁 그리고 오펜하이머 과학과 정치의 굴곡진 관계를 극명하게 반영하며
영웅과 매국노를 오간 천재과학자의 전기를 3시간짜리 영화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에게 적대적이었던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로스 역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맷 데이먼,
연인 진 태틀록 역은 플로렌스 퓨가, 아내역은 에밀리 블런트,
데이비드 힐 역에 라미말렉, 그리고 주인공 킬리언 머피, 게리 올드만 등 초화화 캐스팅을 완성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제가 언급했던 배우 이외에 아는 얼굴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들 상당수가 자신의 역할이나 출연 불량을 모르고 출연 계약을 한 경우가많다는 기사를 오펜하이머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할수 있었던것 놀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는것에 큰 의의를 두고 계약을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그의 인생이 낱낱이 드러나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1954년 비공식 청문회 장면을 중심으로 시대를 오가며 전개됩니다.
시대를 오가며 진행되는 만큼 흑백과 컬러의 교차 대조를 활용하여 촬영했는데,
흑백 장면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스트라우스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컬러 장면은 오펜하이머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어 시대를 오가는 전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기 충분합니다.
원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잘 오펜하이머 다시 보기 사용하지 않는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 한컷도 CG를 사용하지 않았다고해서 화제가 된것이 사실입니다.
영화 장면중에서 원자폭탄 실험 장면이 등장하는데,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거대한 버섯 모양의 불기둥을 실제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구현해 냈는데, CG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더 놀랍게 느껴졌던게 사실입니다.
정치에 무력할 수 밖에 없었던 천재과학자가 정치와 과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사망할때까지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던 그가,
2022년에서야 그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확인하며 오펜하이머 스파이 혐의를 벗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을 흡입력있게 끌어들이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이 조화로운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극장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북미에서는 일찌감치 7월 말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동시 개봉하면서 '바벤하이머'라는 두 영화 제목을 합친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엄청난 광풍의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국내에서는 7말 8초를 지나 한국 텐트폴 영화들의 박빙의 대전에 참여하지 않고 살짝 비껴간 광복절 개봉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습니다. 확실히 북미보다 늦게 개봉했고, 놀란 작품을 사랑하는 국내 팬들의 오펜하이머 기다림이 더해지며 어제 하루 5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에 오프닝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3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섞어 '콘펜하이머'로 또 몰고 가려고 하는 모습이더군요.
뭐, 영화 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저도 어제 오리지널 티켓을 받으러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하고 왔는데요. 솔직히 저에겐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작품이었다 이야기하고 싶네요. 핵폭탄을 만든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영화라는 정도만의 정보를 가지고 극장에서 관람을 했는데요. 저에겐 솔직히 너무 지루한 작품이었습니다. 인물에 대한 전반적인 업적이�� 스토리를 모르니까 호흡이 길고 다소 몰입감이 떨어졌고 여기에 보는 맛, 연기의 맛을 살리는 많은 대배우의 출연이 반갑기는 하지만 너무 산만했습니다. 캐릭터가 많으니 더욱 쫓아가기가 어렵더군요. 글쎄요. 일반 2D 관에서 봤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솔직히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IMAX, 돌비 시네마로 봤다고 달랐을까요?
사실 워너의 DC 히어로 '배트맨 트릴로지'와 '인터스텔라'까지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특히나 뭔가 영화를 보면서 과학 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의 '인터스텔라'도 스토리 하나만으로 충분히 영화를 즐길만한 작품이었거든요. 더해 IMAX로 펼쳐지는 우주 은하의 경이로움. 그리고 '덩케르크'와 '테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보며 저 역시 놀란의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앞서 본 관객들의 리뷰와 영화 오펜하이머 블로거들의 압도적인 호평 일색의 리뷰를 찾아보면서 괜히 더 <오펜하이머>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리게 되었던 거 같아요.
​막상 영화를 만나면서 3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존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고 ���화를 만났더라면 이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공부 막 하고, 뭔가 정보를 찾아서 챙겨가며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일이 잘 없잖아요. 그럴 거면 뭐 다큐멘터리나 찾아보고 짤막한 위키백과 훑어도 되는데 꼭 내 돈 내고 극장 가서 영화 보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야? 하는 생각을 가진 관객들도 많을 거예요. 저처럼 영화 보고 나서 내가 지금 뭘 보고 나왔나 하는 지루함에 실망감을 가진 관객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영화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의 치밀하게 짜인 영화 안의 시간과 음악 흑백과 컬러 그리고 양면성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과 인류를 위협하는 살상 무기를 개발한 실존 인물인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겪고 감내해야 했던 개인사들이 빼곡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감정의 분열과 파괴의 질감 맞추기라도 한 듯 덧입혀진 베일 듯한 음악들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3시간의 영화를 전체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화 관람 전 인물에 대한 정보나 짧은 클립의 영상 하나쯤은 꼭 챙겨 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이 영화를 재미있게 오펜하이머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지루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영화 <오펜하이머>는 러닝타임 내내 미친 캐스팅 라인업으로 눈 호강을 만들어줍니다. 뜻밖의 구간에서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며 이 인물이 여기에서 나오는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데요. 플로렌스 퓨와 에밀리 블런트의 임팩트가 컸는데요. 확실히 사랑도 참 열정적인 게 미국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과 결혼 그리고 관계가 이렇게나 대담하게 그려질 줄이야. 다만 영화 보면서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쫓아가기도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몰입감이 떨어지는 데다 다수의 캐릭터들을 쫓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를 아득하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기대했던 블록버스터로의 묘미도 크지는 않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생각보다 다이내믹한 스케일을 느낄만한 장면이 몇 없기도 하고요. 차분한 분위기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담아낸 작품 정도로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한번 봤으니까 N차 오펜하이머 관람하면 이번엔 잘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tvN에서 방송한 '알쓸별잡'이라는 예능을 한번 찾아보고 다시 영화를 돌비 시네마로 관람을 할 예정입니다. 그땐 진짜 제대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를 즐기고 올게요. 첫 관람과 같은 감정이 계속 이어진다면 리뷰는 더 하지 않을 거고요. 재미있었다, 새롭다, 왜 못 알아봤지 싶다면 한 번 더 다른 방식으로 포스팅을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당신의 <오펜하이머>가 그렇게나 열광할만큼 매력적인 시네마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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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FULL_"온라인시청하기 [2023_ver ] 8k 7.8.0.p
오펜하이머▶ FULL_"온라인시청하기 [2023_ver ] 8k 7.8.0.p
오펜하이머
영화 : 오펜하이머 다시보기 [2023_ver ] 8k 7.8.0.p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시 하트넷, 라미 말렉 外
관람일 : 2023년 8월 15일 (2023-76)
개봉일 : 2023년 8월 15일
시놉시스 :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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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 제작에 전권을 행사할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가 오늘 국내 개봉을 했습니다.
다크 나이트 흥행이후, 인터스텔라로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함과 동시에 매니아층이 두터운 감독으로 평가받는 그가,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사에 대한 전기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개봉주로부터 3주동안 IMA 독점 상영 계약을 맺어 상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미리 접했었어요.
저는 CGV SVIP등급으로 예매오픈알림 서비스를 오펜하이머 이용할수 있기에, 개봉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예매오픈 알림을 해둔후 예매를 하게되었는데,
개봉 첫 날인 오늘 IMAX 상영관은 모두 매진일 정도로 감독의 영향이 큰 작품중 하나입니다.
IMAX로 관람하고 온 영화 오펜하이머 후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
1904년 4월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1922년 18세의 나이로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후, 화학을 전공했지만
프랑스어, 독일어, 불어,그리스어, 라틴어를 익혔고 3년만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 후 영국 물리학의 산실인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진학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버클리 오펜하이머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 연구를 하며 제자들을 키운 인물입니다.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장론, 우주선 물리학,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대한 중요한 업적을 남기는 그는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기간 동안 원자폭탄을 제조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으로 지내며 원자폭탄을 성공적으로 제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물리학자입니다.
이후 오펜하이머에게 미국 정부가 추진하던 수소폭탄 계획을 부탁받지만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청문회에 출석하게되면서 자신의 과거와 삶을 낱낱히 드러내는 수모를 겪게되는데,
그의 삶 자체가 20세기 미국의 과학과 전쟁 그리고 과학과 정치의 굴곡진 관계를 극명하게 반영하며
영웅과 매국노를 오간 천재과학자의 전기를 오펜하이머 3시간짜리 영화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에게 적대적이었던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로스 역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맷 데이먼,
연인 진 태틀록 역은 플로렌스 퓨가, 아내역은 에밀리 블런트,
데이비드 힐 역에 라미말렉, 그리고 주인공 킬리언 머피, 게리 올드만 등 초화화 캐스팅을 완성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제가 언급했던 배우 이외에 아는 얼굴이 많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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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할수 있었던것 놀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는것에 큰 의의를 두고 계약을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그의 인생이 낱낱이 드러나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1954년 비공식 청문회 장면을 중심으로 시대를 오가며 전개됩니다.
시대를 오가며 진행되는 만큼 흑백과 컬러의 교차 대조를 활용하여 촬영했는데,
흑백 장면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스트라우스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컬러 장면은 오펜하이머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어 시대를 오가는 전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기 충분합니다.
원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컴퓨터 오펜하이머 다시 보기 그래픽을 잘 사용하지 않는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 한컷도 CG를 사용하지 않았다고해서 화제가 된것이 사실입니다.
영화 장면중에서 원자폭탄 실험 장면이 등장하는데,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거대한 버섯 모양의 불기둥을 실제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구현해 냈는데, CG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더 놀랍게 느껴졌던게 사실입니다.
정치에 무력할 수 밖에 없었던 천재과학자가 오펜하이머 정치와 과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사망할때까지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던 그가,
2022년에서야 그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확인하며 스파이 혐의를 벗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을 흡입력있게 끌어들이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이 조화로운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극장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북미에서는 일찌감치 7월 말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동시 개봉하면서 '바벤하이머'라는 두 영화 제목을 합친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엄청난 광풍의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국내에서는 7말 8초를 지나 한국 텐트폴 영화들의 박빙의 대전에 참여하지 않고 살짝 비껴간 광복절 개봉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습니다. 확실히 북미보다 늦게 개봉했고, 놀란 작품을 사랑하는 국내 팬들의 기다림이 더해지며 어제 하루 5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에 오프닝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3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섞어 '콘펜하이머'로 또 몰고 가려고 하는 모습이더군요.
뭐, 영화 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저도 어제 오리지널 티켓을 받으러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하고 왔는데요. 솔직히 저에겐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작품이었다 이야기하고 싶네요. 핵폭탄을 만든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영화라는 정도만의 정보를 가지고 극장에서 관람을 했는데요. 저에겐 솔직히 너무 지루한 작품이었습니다. 인물에 대한 전반적인 업적이나 스토리를 모르니까 호흡이 길고 오펜하이머 다소 몰입감이 떨어졌고 여기에 보는 맛, 연기의 맛을 살리는 많은 대배우의 출연이 반갑기는 하지만 너무 산만했습니다. 캐릭터가 많으니 더욱 쫓아가기가 어렵더군요. 글쎄요. 일반 2D 관에서 봤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솔직히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IMAX, 돌비 시네마로 봤다고 달랐을까요?
사실 워너의 DC 히어로 '배트맨 트릴로지'와 '인터스텔라'까지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특히나 뭔가 영화를 보면서 과학 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의 '인터스텔라'도 스토리 하나만으로 충분히 영화를 즐길만한 작품이었거든요. 더해 IMAX로 펼쳐지는 우주 은하의 경이로움. 그리고 '덩케르크'와 '테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보며 저 역시 놀란의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앞서 본 관객들의 리뷰와 영화 블로거들의 압도적인 호평 일색의 리뷰를 찾아보면서 괜히 더 <오펜하이머>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리게 되었던 거 같아요.
​막상 영화를 만나면서 3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존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고 영화를 만났더라면 이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공부 막 하고, 뭔가 정보를 찾아서 챙겨가며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일이 잘 없잖아요. 그럴 거면 뭐 다큐멘터리나 찾아보고 짤막한 위키백과 훑어도 되는데 꼭 내 돈 내고 극장 가서 영화 보는데 오펜하이머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야? 하는 생각을 가진 관객들도 많을 거예요. 저처럼 영화 보고 나서 내가 지금 뭘 보고 나왔나 하는 지루함에 실망감을 가진 관객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영화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의 치밀하게 짜인 영화 안의 시간과 음악 흑백과 컬러 그리고 양면성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과 인류를 위협하는 살상 무기를 개발한 실존 인물인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겪고 감내해야 했던 개인사들이 빼곡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감정의 분열과 파괴의 질감 맞추기라도 한 듯 덧입혀진 베일 듯한 음악들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3시간의 영화를 전체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화 관람 전 인물에 대한 정보나 짧은 클립의 영상 하나쯤은 꼭 챙겨 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지루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영화 <오펜하이머>는 러닝타임 내내 미친 캐스팅 라인업으로 눈 호강을 만들어줍니다. 뜻밖의 구간에서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며 이 인물이 여기에서 나오는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데요. 플로렌스 퓨와 에밀리 블런트의 임팩트가 컸는데요. 확실히 사랑도 참 열정적인 게 미국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과 결혼 그리고 관계가 이렇게나 대담하게 그려질 줄이야. 다만 영화 보면서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쫓아가기도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몰입감이 떨어지는 데다 다수의 캐릭터들을 쫓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를 아득하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기대했던 블록버스터로의 묘미도 크지는 않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생각보다 다이내믹한 스케일을 느낄만한 장면이 몇 없기도 하고요. 차분한 분위기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담아낸 작품 정도로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한번 봤으니까 N차 관람하면 이번엔 잘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tvN에서 방송한 '알쓸별잡'이라는 예능을 한번 찾아보고 다시 영화를 돌비 시네마로 관람을 할 예정입니다. 그땐 진짜 제대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를 즐기고 올게요. 첫 관람과 같은 감정이 계속 이어진다면 리뷰는 더 하지 않을 거고요. 재미있었다, 새롭다, 왜 못 알아봤지 싶다면 오펜하이머 한 번 더 다른 방식으로 포스팅을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당신의 <오펜하이머>가 그렇게나 열광할만큼 매력적인 시네마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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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2sang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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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www.amazon.com/Piano-Shop-Left-Bank-Discovering/dp/0375758623 )
고객이 되려면 기존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묘한 관행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힘들었다. 이제 나는 이 어수룩해 보이는 가게가 간판에서 말하는 가게, 다시 말해 피아노 부품가게 이상이라고 믿고 있었다. 젊은 남자의 음모를 꾸미는 듯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내 호기심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마치 나도 모르는 새에 지하마약거래에 말려든 느낌이었다. 또는 수수께끼의 인물들, 암호로 된 지침, 불확실한 보답 등이 등장하는 모호한 탐구에 나선 것 같기도 했다. (p21)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친구 부탁이었거든요." 뤼크는 말을 끊더니 사과하는 듯한 말투로 덧붙였다. "사실 잘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피아노죠." 그의 말로 볼 때 잘 만든다는 것은 피아노가 전부인 이 사람에게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다른 요소들은 무엇일까? 디자인? 재료, 마감, 평판? 무엇 때문에 어떤 피아노는 훌륭하고, 어떤 피아노는 잘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것일까? 그 답은 물리적인 속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분명했다. 마치 피아노에 우리를 끌어당기는 그 나름의 기질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뤼크의 태도 때문에 나는 피아노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p27-28)
"네, 아주 아릅답죠. 가장 오래된 건 1837년에 만든 거예요." 뤼크는 온화와 경멸이 섞인 표정으로 피아노들을 보았다. "하지만 여기가 아니라 박물관에 있��야 할 물건들이죠. 저것들은 이 악기 역사의 한 부분이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죽은 거죠.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살아 있는 피아노예요."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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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크는 피아노를 음악이라는 예술을 올려놓고 숭배할 제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나 이 악기를 이용하고 이것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진지한 음악가들에게는 깊은 존경심을 품었다. 노골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군가가 소유는 했지만 친 적은 거의 없는 피아노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텔레비전이나 전축처럼 피아노를 가족의 거처에 불가결한 물건으로 여기던 부르주아적 감수성의 흔적인 셈이었다. 뤼크는 이것을 비극으로 여기지는 않았지만, 광택은 여전한데 친 적은 거의 없��� 피아노가 오면 큰 기쁨을 느꼈다. "이제 가구로 사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 수 있겠네요." 뤼크는 웃음을 머금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럴 때면 왠지 그가 고아원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가 누군가의 집에 양자로 들어가기를 바라면서 그 아이들에게 감상과는 거리가 먼 희망을 품는 듯했다. (p37)
뤼크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 그보다 더 역겨운 것으로, 자신의 음악적 허세를 과시하려고 이 위대한 악기를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피아노가 그의 공방으로 오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자주 보는 모양이었다. 곧 알게 되었지만 그는 재능 있는 피아노 조율사로도 명성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지식이 그 수준이라면 큰 살롱 끝에 메르세데스를 주차시켜 놓은 것 하고 뭐가 달라!" 뤼크는 욕을 퍼부었다. "오늘은 적어도 사백 제곱미터는 될 것 같은 아파트에 있는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를 조율하고 왔어요. 하지만 내 맹세하는데, 그 피아노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쳤을 거예요. 주인 말이 아침에 일어나 그걸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대요. 그래서 마치 호로비츠라도 당장 들어와 연주할 것처럼 덮개를 열어놓은 채로 놔두고 있더군요. 차라리 스위스 은행통장이나 주식증서를 들여다보고 있지!" 그의 이런 경멸에는 일종의 서글픔이 뒤따랐다. 그것은 연주되지 못한 채 서 있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피아노를 향한 것이었다. "훌륭한 좌담가를 독방에 가두어놓은 꼴이지 뭐예요." 뤼크는 한번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아노가 설사 새것처럼 유지되고 기술적으로도 정비가 이루어진다 해도, 일종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p38)
뤼크는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할 때는 늘 모호한 표현을 썼다. 절대 '샀다'거나 '거래했다'거나 '경매에서 낙찰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는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거나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치 문간에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그렇게 하면 당연히 그가 하는 거래의 비밀이 유지되었다. 실제로 악기의 출처를 감추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런 표현을 쓰는 이유의 일부일 뿐이었다. 피아노의 '도착'을 언급하는 방식은 사실 그가 느끼는 감정과 일치했다. 피아노는 한동안 그와 함께 살러 온, 떠날 때까지 그가 보살펴야 할 영혼이었다. (p41)
그 자그마한 크기와 세세한 부품의 아름다운 배치를 보자 마음속에서 한 단어가 꿈틀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당돌. 나는 이 피아노가 당돌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데렐라 같은 피아노였다. 못된 윗사람들에게 들볶이다가 결국 승리를 거두는 패배자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런 논리를 따르자 베흐슈타인은 매력 없이 오만해 보이기만 했다. 베흐슈타인은 초대를 받아 현관으로 무도장에 들어온 피아노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 작은 피아노가 어쩐지 좋고, 따라서 내 가족에게 맞는다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다. 뤼크는 내게서 서서히 깨어나는 욕망을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일까? (p45)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으며 뤼크에게 웃음을 지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홀렸다고 해도 좋았다. 갑자기 이 위대하고 비실용적인 거대한 물건이 내가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영토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 것이다. 아직 건반에 손을 대기도 전에 뭔가가 '그래, 이거야!' 하고 말했다. 물론 뤼크를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 피아노를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 내 삶에 음악을 다시 불러 들이고 싶어한다는 것 또한 분명했다. 나는 음계를 몇 개 쳐보았다. 그러다 화음 몇 개를 이어가보았고, 마지막으로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아르페지오를 몇 개 쳤다. 음들이 울려 퍼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슈팅글의 액션은 훌륭하고 깔끔했다. 그러나 건반을 움직이는 데 약간 힘이 들어갔다. 스타인웨이가 자랑하는 비단결 같은 느낌, 다른 유명한 제품의 벨벳 같은 촉감은 전혀 없었다. 그래, 이 피아노를 치는 것은 신체를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다. 거의 운동선수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그 결과 만들어진 음색은 아주 달콤하고 풍만했다. 강건함과 섬세함이 묘하고 놀랍게 결합되어 있었다. (p46)
"어떤 피아노를 살까 고민할 때 피아노에 우리 자신의 많은 부분을 투사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당연히 그렇게 되죠. 그게 피아노의 아름다움 아닌가요. 이건 벽장에 넣어둘 수 있는 플루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피아노와 함께 살고, 피아노도 우리와 함께 살죠. 이건 덩치도 커서 무시해버릴 수가 없어요. 마치 가족의 한 사람처럼 말이에요. 따라서 딱 맞는 것이어야 해요!" (p48)
마침내 우리 둘만 있게 되었군. 마치 할리우드의 거창하고 낭만적인 장면을 흉내내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피아노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 가장 강했다. 나는 천천히, 꼼꼼히, 느긋하게 피아노를 살피는 호사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바라던 것을 얻는 과정에서 잠재적인 재난을 피해 살아남은 것이 기뻤다. 이제 나는 긴장을 풀고, 뤼크가 말한 대로, 내 인생에 도착한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 피아노를 구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가 나를 찾아온 느낌 이었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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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방에 습관적으로 들르는 것이 어린 시절 이후 자라난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매력을 느꼈다. 첫 기억은 희미하지만 강렬하게 채색되어 있다. 현실-다른 것과는 완전히 달라 보이던 반짝거리는 커다란 가구-과 상상의 부자연스러운 결합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 낯선 거인 앞에 앉은 사람이 그냥 손가락을 아래위로 움직이기만 해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일까? 피아노는 어떤 파악할 수 없는 과정에 따라 음악을 발산해내는 거대하고 놀라운 물체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이 검고 흰 띠를 누르는 것이, 심지어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조차도 엄청난 만족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예상치 못한 밝은 소리였다. 때로는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른들이 거대한 동시에 품위가 있는 하나의 기구, 유일한 기능은 소리를 내는 것뿐인 기구를 고안해 냈다는 것이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로 여겨졌다.파리에서 중고 피아노를 사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원을 완성한 셈이다. (p64-65)
우리 동네는 파리 좌안의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파리의 다른 지역들만큼 뜨겁지 않다. 센 강은 도시를 대체로 비슷하게 북과 남으로 반반씩 나누어놓는다. 강을 따라 동에서 서로 흘러가다보면 남쪽 반은 왼쪽에 있어 좌안이라고 부른다. 도시의 이 지역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상업지구보다는 주거지역의 좁은 거리, 수많은 공원, 파리 대학의 도시 캠퍼스 몇 개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 많은 부분이 고급스럽게 변했고 학생들의 가난은 푸치니의 <라보엠>만큼이나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서는 예술가와 장인, 기능공과 숙련 노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 카페나 플라타너스가 들어선 가로수 길은 파리의 다른 많은 지역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면도로와 접한 안마당들은 다른 데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있다. (p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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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랑이 줄무늬 그랜드를 잃은 것을 보상하려고 짐짓 열을 내��� 게 분명했다. 뤼크는 방을 둘러보았다. 업라이트와 그랜드, 당당한 피아노와 덜 알려진 상표들을 훑어보더니, 이윽고 나를 보았다. "가끔은...." 뤼크는 거의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어깨를 으쓱했다. "..... 그냥 크기가 맞는 걸 가질 수밖에 없어요." (p83)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없다면 음악이 아니란다." 펨버튼 선생님은 대답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미 그런 정서는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발표회날 밤에 펨버튼 선생님 제자들의 몸을 전기처럼 훑고 지나가는 일종의 통제된 히스테리는 어쩌면 그 가운데 한두 명에게는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경험을 쌓는 셈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전문 음악가가 될 생각이 없는 우리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너무 비싼 대가였다. 왜 그냥 우리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연주하면 안 되는가? 부모는 당연히 자신의 돈이 값지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며, 음악가 생활을 향한 자신의 희망과 갈망이 아주 쉽게 자식에게 투사된다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음악은 함께 나누는 멋진 것이 될 수도 있다. 연주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단둘이만. 그렇다고해서 음악을, 그리고 그 작곡가를 깊은 곳에서부터 알아가는 순수한 기쁨을 위해 혼자서 연주한다는 생각을 일종의 신성모독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 (p86)
"이제 사드 카하트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초기 곡을 들어보겠습니다." 펨버튼 선생님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선생님이 말하는 이름과 내 이름을 간신히 연결할 수 있었다. 내 다리는 흔들흔들 친구의 부모 형제들 사이에 난 좁은 통로로 나를 실어갔다.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묘한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건반을 아무렇게나 두들겨대면 사람들이 내가 어려운 곡을 연주한 것으로 여기고 넘어 가줄까? 하지만 내가 진짜로 쳐야 할 곡은 달의 뒷면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곡이 어떻게 진행되더라? 나는 자문했다. 그건 둘째치고, 시작은 어떻게 하더라? 내 얼굴은 입을 딱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 줄로만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은 주먹으로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았다. 꼼짝도 하지못한 채로 몇 초가 지나가자 펨버튼 선생님이 옆쪽에 서 있다가 다가와서, 피아노 의자의 높이를 조절한다는 핑계로 청중에게 내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가린 다음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귀에 대고 작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단조로 시작하잖아."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펨버튼 선생님을 보았다. 펨버튼 선생님은 피아노가 제대로 조율되어 있는지 확인하듯이 손을 건반에 올려놓더니 그 화음을 살짝 쳤다. 그 음들을 듣는 순간 마법이 풀렸다. 내가 아는 곡이야! 나는 혼자 생각했다. 내 눈이 반짝거리자 펨버튼 선생님의 손이 등을 세게 두드렸다. 펨버튼 선생님이 물러나자 나는 건반이 적이라도 되는 양 공격하여, 실수 하나 없이 곡을 그대로 끝까지 연주해버렸다. 이 말은 그냥 악보에 있는 음표들을 다쳤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해석은커녕 프레이징도 다 무시해버렸다. 아마 평소 속도의 두 배로 쳐버렸을 것이다. 끝내고 나자 유달리 까다롭기는 하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곡예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서커스의 동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이 몰려왔다. 이런 터무니없는 행사를 가지고 그렇게 법석을 떠는 게 너무 놀라웠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 실망감도 컸다. (p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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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순한 움직임에서 얼마나 놀라운 결과가 생기는지. 우리의 손가락과 손과 팔이 어떤 미묘한 힘과 합쳐져 건반에 집중되면 온갖 종류의 소리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피아노의 비밀스러운 내부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나는 그 구조를 더 알고 싶었다. 실용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라 그 미학 때문에. 나는 이 큰 기계가 어떻게 간단한 움직임을 그렇게 섬세하게 수용하여, 셀로니어스 몽크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발레를 추는 듯한 손에 만개한 목소리를 부여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뒷방에 가끔 흩어져 있는 기계조각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뤼크의 대답을 듣는 과정에서 피아노가 소리를 내는 방식의 기본사항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p106)
피아노의 진동하는 현은 혼자서는 약하고 울림이 없는 소리를 낸다. 따라서 현의 진동을 증폭시킬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 해결책은 현의 에너지를 울림판이라고 부르는 크고 얇은 나무판에 옮기는 것이다. 울림판은 표면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증폭한다. 결과적으로 거대한 막이 브리지를 통해 현에 닿아 있는 셈이다. 브리지란 울림판 위에 붙어 있는 길고 가는 나무돌기로, 그 위쪽 끝이 현과 밀착하여 그 움직임을 밑의 막에 전달한다. 이 대목에서 섬세한 목공작업이 요구된다. 여기에서는 나무에 대한 감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무가 노래를 불러 악기가 생명을 얻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의 질을 느끼는 이런 감각이 피아노 제조의 선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 같은 위대한 현악기 제작자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었다. 나무는 소리에 말 그대로 몸을 떨며, 그 소리를 섬유조직을 통해 전달한다. (p110) 110
피아노를 연주할 때, 특히 큰 소리로 연주할 때는 목재 구조 전체가 현이 내는 소리와 공명하며 진동하고 울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때 손을 올려놓으면 피아노가 마치 생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 (p111)
따라서 피아노 제조자나 복원자는 한편으로는 능숙한 목수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구조공학자가 되어, 육중한 강철 프레임으로 보강한 목조 캐비닛에 가장 훌륭한 시계만큼이나 복잡한 기계장치를 맞추어 넣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어떤 음악사가는 이 기계장치가 시계만큼 복잡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가지 큰 차이라면 시계는 두드리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섬세함과 단단하므 기교와 힘의 결합 때문에 피아노가 독특한 것이���, 제조나 수리 기술을 한 사람이 다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p114)
나는 우정이 천천히 전개되는 것을 즐겼다. 가게에서 피아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묵약 같은 게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끔 나오기는 했지만, 뤼크와 나는 서로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거의 묻지 않았다. 이것은 관심 부족이라기보다는 존중으로 이해되었다. 새로운 관계에서 급하게 많은 사실을 토해내고 금세 친밀성을 기대하는 데 익숙한 미국인이라면 놀랄 수도 있는 방식이었다. 어쨌든 그 공방에서는 움직이는 속도가 달랐으며, 나는 여러 가지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p116)
나는 기억할 수 없는 옛날부터 피아노와 마주칠 때마다 피아노의 건반을 보호하는 긴 나무판인 뚜껑을 들어올렸다. 호텔 로비건, 레스토랑이건, 학교건, 극장이건 상관없었다. 그때마다 왠지 금지된 일을 하는 듯한, 아슬아슬하면서도 감질나는 느낌이 들곤 했다. 낯선 사람의 책꽃이에서 책을 꺼내 펼쳐보는 것이 내밀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행동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p117)
"치지 마!" 그들은 바 뒤나 호텔의 프런트데스크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 피아노는 여기 연주자들만 치는 거야!" 그 말은 개인적인 모욕으로 들렸다. 나 나름으로 음악의 관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무참하게 훼손하는 말이었다. 마음속에서는 나도 연주자였다. 나도 몇 년 동안 레슨을 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도 피아노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는 피아노 뚜껑을 얼른 닫고 중얼중얼 사과를 했지만, 그렇게 야단을 맞았다고 해서 다음에 손을 안 댄 적은 없었다. 그것은 나 나름의 무정부주의였으며, 나는 고집 빼면 시체인 아이였다. (p119)
"새러는 피아니스트 오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어, 너도 나처럼 피아노를 칠 때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구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을 다 닫으마." 여자는 마치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바로 들여다보고, '이 소년이 원하는 것'이라는 제목 밑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읽고 그대로 따르는 것 같았다. 여자는 몸을 돌려 나가다가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 피아노 좋지?" " 네. 좋아요." 나는 말없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가족조차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즉시 이해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차를 타러 나가는 길에 나는 여동생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두꺼운 안경을 쓴 여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아, 킬리언 선생님 말이구나. 우리 사이에선 늙은 코카콜라 병으로 통해." 여동행은 잠깐 장님 시늉을 했다. "음악하고 합창을 가르쳐. 사실은 아주 좋은 선생님이야." "그래, 그런 것 같아." (p123-124)
세월이 흐른 뒤 내 삶에서 피아노의 중요성을 다시 발견했을 때, 나는 킬리언 선생님 같은 사람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 나에게 음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로부터 음악을 끌어낼 수 있는 직관력 있는 교사. 그러나 성인으로서 연주를 ���기려면, 그런 사람을 우연히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대신, 내가 직접 찾아 나서서 나의 요구와 기대를 분명히 밝혀야 함을 알았다. (p128)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면서 피아노의 캐비닛을 통해 자신이 만든 음악의 진동을 느낄 수 있도록 건반을 아주 세게 두드려댔다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1818년 발군의 영국 피아노 제조업자인 브로드우드는 베토벤에게 최신기술을 모두 망라한 그랜드 피아노 한 대를 제공했다. 캐비닛과 프레임은 더 단단해졌고, 현은 3줄로 묶었으며, 액션의 반응속도도 향상되었다. 베토벤은 이 피아노 역시 격렬한 연주로 망가뜨렸지만(그 시대 사람은 "끊어진 현들이 폭풍우를 맞은 가시덤불처럼 엉켜 있었다"고 전한다). 1827년에 죽을 때까지 애착을 가졌다. 베토벤은 귀가 멀면서 그의 시대 사람들이 작곡하던 것과는 전혀 닮지 않은 음악을 상상했다. 이 시기에 나온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는 피아노의 힘과 표현력의 극한을 드러낸 것으로 지금도 강한 인상을 준다. 베토벤의 소나타 32곡 가운데 가장 긴 <함머클라비어>는 일반적으로 그의 건반곡 가운데 가장 어렵고 또 가장 멀리 내다본 곡으로 인정받는다. 기술적인 면이나 시적인 면에서 뛰어난 이 작품의 푸가 피날레는 오늘날에도 청자를 놀라게 한다. 베토벤도 이것을 예측하여 악보 출판사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당신은 지금부터 50년 뒤에도 피아니스트들을 바쁘게 만들 소나타를 갖게 되었소!" 어떤 의미에서 베토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악기를 위해 작곡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세대를 넘기지 않고 그런 악기가 탄생한다. 피아노의 발전이 절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p132-133)
쇼팽의 음악은 다른 어느 작곡가의 음악보다도 피아노의 핵심에 놓인 역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타악기가 노래를 부르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진지한 피아니스트들이 직면하는 기본적인 문제다. 피아노의 기계 같은 정확성을 이용해 음의 연속적인 흐름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매혹적인 그물을 던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중요한 의미에서는 반직관적인 일이다. 흐름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련의 음을 서로 겹치게 하고, 손가락을 교묘하게 놀리고, 페달을 이용하고, 음의 농담을 활용하는 특정한 기법을 배우고 소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쇼팽의 작품을 살아나게 하는 노래하는 선율을 전개하는 데 중요하다. 쇼팽의 음악은 건반에서 태어났으며, 그가 살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p136)
오스카 와일드가 19세기 말에 한 말을 들어보면 상류사회에 피아노가 널리 퍼진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감 있게 타자기를 치는 소리가 누이나 가까운 친척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보다 덜 짜증스럽다." (p138)
악기로서는 독특한 경우지만, 피아노는 가구이기도 했다. 이 점이 피아노를 시장에 파는 데 핵심요소였다. (p138)
피아노의 유행은 185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생산증가, 부의 팽창, 지불방식의 변화가 그 기반이 되었다. 피아노는 소비자 다수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소수의 사치품 가운데 하나로,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 거의 첫 번째 제품이었다. 갑자기 모두가 피아노를 갖게 되었다. 생산과 매출의 증가는 극적이었다. 1850년에 전 세계에서 1년에 약 5만 대가 생산되었다. 1910년에 그 숫자는 50만 대를 넘어섰으며, 그 가운데 35만 대가 미국에서 생산되었다. 이때가 피아노의 절정기였다. 모든 품위 있는 가정만이 아니라, 모든 학교, 술집, 클럽, 교회, 기선, 카페, 서부의 도로변 여관에서도 피아노를 볼 수 있었다. 손가락의 교묘한 움직임을 커다란 소리로 능숙하게 번역해낸다는 점에서 피아노는 시대기술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 또 피아노의 성공적인 판매방식은 이후 모든 소비재 판매의 모범이 되었다. 1889년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 꼭대기의 작은 방으로 끌어올린 첫 번째 물건이 피아노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 갖추어진 작은 플레옐 업라이트는 이 미래주의적 구조물이 공학과 예술을 융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했다.
단순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20세기 초에 등장했다. 모더니즘 정신이 싹트면서, 연주회용 피아노가 순수하고, 장식이 없고, 빛나는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관행, 내부의 빛나는 것을 비추는 완벽한 거울 구실을 해야 한다는 관행이 나타났다. 검정, 색깔이 아닌 색, 늘 빛과 움직임을 비추는 우아한 박이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더니, 계속 표준으로 남았다. 이보다 더 엄격한 관행-거의 예외가 없다-은 흑백의 건반 색깔이다. 두 종류의 건반 사이에는 늘 이런 극명한 대조가 있었지만, 18세기에는 그것이 뒤바뀌는 일도 많았다. 다시 말해 원음이 검은색이고 사이음이 흰색인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배치는 19세기 초 이후에 널리 퍼졌다. 시각적인 대비는 필요하지만, 건반이 예를 들어 파랑과 노랑, 또는 빨강과 검정으로 구성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캐비닛이 정교한 예쁜 수제 피아노에서도 건반의 흑백은 건드리지 않는다. (p145-146)
전자와 금속합금, 컴퓨터 칩과 최첨단 합성수지. 이 모든 것이 피아노 디자인에 새롭게 적용되었지만 원래의 설계를 현저하게 개선한 것은 아니다. 피아노는 피아노일 따름이다. 그것은 그 바탕이 되었던 관념의 완벽한 표현물로, 문화적으로 보자면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도 할 수 있다. 피아노는 기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우리 문화의 한 가지 경향(타자기나 컴퓨터 자판을 생각해보라)이 온음계에 기초한 구체적인 음악관념과 결합하는 방식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위대한 천재성은 단순히 기계적인 것을 음악의 영역으로 번역했다는 데 있다. (p147-148)
이제 피아노가 생기자-내가 가져본 첫 피아노였다-나는 그 책임감 때문에 어찔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것은 집이나 새 차를 사는 것과 같은 중요한 결정이었으며, 나는 이 일을 ���기로 내 인생을 바꾸고 음악을 재발견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중단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환상은 품지 않았다. 규칙적인 연습을 그만둔지 이미 20년이 지났다. 내가 과거에 바흐의 2성 인벤션이나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슈팅겔은 완벽하게 조율되어 있었고, 그건반은 내가 옆을 지날 때마다 손짓을 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음계와 화성 진행만 쳐보았다. 말 잘 듣던 학생답게 오래전에 늘 연습하던 것의 윤곽이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아주 좋아하던 곡 가운데 몇 곡은 온전하게 기억이 났다. 슈베르트의 왈츠는 금세 생각이 났다. 다른 곡의 몇 악구도 떠올랐다. 그러나 내 속에 남아 있는 단편만 재생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좌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교사가 없으면 진전도 없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였다. (p150)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렸을 때 익혔던 기본적인 접근방법을 바꾸고 싶었다는 점이다. 펨버튼 선생님이 보여주었던 점잖은 압제의 형태에서 벗어나 교사와 솔직하게 대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피아니스트의 길로 나아간다는, 아니 그 이전에 발표회를 한 번이라도 열거라는 기대 따위는 아예 없었다.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재능이 발견되어 꽃을 피울 거라는 희망 같은 것도 없었다. 지금의 목표는 전보다 더 분명하고, 또 개인적이었다. 내가 음악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더 심화시키고, 세상에 대한 내 느낌을 확장할 수 있는 곡을 선택해볼 생각이었다. 그런 자유는 한껏 누릴 생각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책임감을 느꼈다. 건반에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레슨의 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어린아이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았다. 내가 규율을 선택한다면, 거기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했다. (p151)
154-5
우리는 두 작품에 실린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버르토크가 먼저였다. 어떤 곡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쉬웠다. 그러나 안나는 더 복잡한 곡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쉬운 곡들의 화성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쉬운 곡이라 해도 그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게는 새로운 일이었다. 내가 힘겨워하면 안나는 내 공책에 "인내심을 가져요!" 하고 적곤 했다. 그녀는 곡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음표만 치는 것은 공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술 자체를 목표로 삼는 일은 그녀의 접근방법과 거리가 멀었다. 안나는 내 귀를 틔우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녀는 내 귀가 매우 예민하다고 말했다. 안나는 화음을 연주하면서 선율을 노래하게 했고 그 반대로도 해보게 했다. 간단한 곡에서도 계속 미묘한 화음과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도록 가르쳤다. 일종의 음악체조도 했다. 화성 진행을 하면서 다음 화음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처음에는 피가 마를 듯했지만, 묘한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전처럼 흐름을 손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포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피아노는 그 개념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었다. (p156)
나는 안나에게 처음 레슨을 받을 때부터 예기치 못했던 만족감과 일종의 쾌락을 경험했다. 맨 처음에 연습한 몇 곡의 아주 단순한 음형변화-전조, 예상치 못한 화음-에서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쉬운 것이기는 했지만 내 귀와 정신으로 곡의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단순히 손가락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더 싶은 수준의 이해, 그와 더불어 더 깊은 수준의 아름다움에 이르는 것. (p156-157)
나는 스스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이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언젠가 베토벤의 소나타를 치겠다든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칠 때까지 해보겠다든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곡에 도전하여 거기에서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것으로 충분했다. 뭔가를 이룬다는 것은 초점을 빗나간 문제였다. 이것이 어렸을 때와 다른 점이었다. (p158)
어느 날 베흐슈타인의 악보대에 올려놓았던 악보를 챙기는데 안나가 음악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선물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선과 궁술>을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제 좀 아시게 된 것 같지만, 중요한 건 태도예요." 나는 그날 저녁 흥분하여 그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안나의 가르침 몇 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책은 단순히 신체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이 보이는 부담스러운 동작-이 경 우에는 궁술-을 익히는 문제의 핵심에 명상을 집어넣었다. 이 책은 집중을 강조했으며, 배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모든 새로운 기술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그 나름으로 깨달음과 만족을 준다. 당면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정신적 규율은 심미적인 쾌락만큼이나 중요하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엄격하게 위계적인 관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자신의 기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방심하지 않으면서도 초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긴장을 푼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마라!" 스승은 제자에게 외친다. "긴장을 느끼는 것은 네가 진정으로 거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하다!" (p159)
안나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는 이런 태도가 체현되어 있었다. 안나는 의욕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로 내적인 집중력을 이용 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 부분을 체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브람스나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보고 그것이 왜 걸작인지 알아야만 해요. 그래야 그 걸작 가운데 작은 부분이라도 우리 솜씨로 해석할 기회가 생길 때 감사할 수 있죠. 이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해요, 안 그래요? 완벽 같은 것은 없어요." (p160)
163, 4 168 172
길을 건너자 열린 창문으로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젊은 여자의 옆 모습이 보였다. 여자는 33개 변주곡의 중반을 넘어섰으며,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팔이 주기적으로 악보대로 올라가 악보를 넘겼다. 여자의 연주는 기술적으로 뛰어났으며, 다양한 악절에 투영해 내는 음색의 깊이는 숨을 앗아갈 듯했다. 나는 흥분해서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붙잡고 한번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봐요, 이것 좀 들어보세요! 이��� 엄청난 베토벤 연주입니다!" 그러나 나 혼자만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 사람들은 급한 걸음으로 지나갔고, 자동차들은 서고 가기를 반복했다. 파리 사람들이 조롱하듯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유람선이 근처의 마리 다리 밑을 시끄럽게 지나갔다. 유람선에 달린 클리그 등 때문에 나무와 건물이 판지로 만든 영화세트처럼 바뀌었다. 강렬한 빛이 희미해지자 눈에 보이지 않던 악보 담당자가 창문으로 걸어 왔다. 밝은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나이 든 여자였다. 여자는 경첩이 달린 창문을 밀어 닫더니 걸쇠까지 단단히 걸고, 도시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커튼까지 드리웠다. '이런!'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음악은 계속되었지만 이제는 멀리서 딸랑거리는 소리일 뿐이었다. 밖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시정이나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창문을 닫기까지 그 훌륭한 변주곡을 다섯, 아니, 어쩌면 여섯 곡쯤 들은 듯했는데,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성싶었다. 이런 계시와 같은 사건은 드물었다. 나는 미리 계획할 수 없는 이런 특별한 기쁨을 고맙게 생각했다. 파리는 가끔 행인에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속에 감춘 풍요로운 지층을 하나 드러내 보이곤 했다. (p173)
나는 밖에서 흘러드는 이웃의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러나 정말 특별한 것- 예를 들어 베를리오즈의 솔로-이 들릴 때는 들려오는 소리 쪽으로 완전히 관심을 돌렸다. 가끔 그런식으로 하던 일이 중단되었지만, 그것은 자발적인 중단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달콤했다. 계시처럼 나타나는 작은 음악을 듣는 기쁨에 치러야 하는 얼마 안 되는 대가일 뿐이었다. 가끔 비 오는 날이면 창문이 평소처럼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던 것이 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각각의 음악 뒤에 놓인 영감을 은밀히 공유해왔던 것이다. 소리로 이루어진 이 간접적인 세계는 나에게 매우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이 보지도 못한 음악가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나만이 아는 유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드링 습기를 피해 창문을 닫자 내가 누릴 자격이 있는 어떤 것을 거두어들였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p176-177)
장 폴은 자신의 귀의 특이한 민감성에 가장 좋은 해독제는 노래라고 말했다. 피아노는 모든 음 사이에 아주 분명한 음정이 있는 특정한 소리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노래는 무한히 다양하게 음이 변하여 하나의 높이에서 다른 높이로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장 폴은 피아노가 특정한 88개 음 높이로만 제한되어 있는 것이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나 현악기는 이와 달리 무한한 변화가 가능하다. "결국 나는 두 가지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는 분명하고, 정확하고, 완벽하죠. 좁은 의미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노래는 꿈을 꾸게 해줍니다." (p182)
"나중에야 반주자가 된 덕분에 노래의 세계로 들어가 피아노의 압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피아노가 노래를 하게 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그건 지는 싸움입니다. 피아노를 어떻게 보든, 어차피 타악기를 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하지만 목소리는 무한히 유연하지요. 나는 실제로 피아노를 칠 때와 노래를 할 때 뇌가 각각 다른 영역에 집중한다고 믿습니다." 장 폴은 모든 진지한 피아니스트가 직면하는 기본적인 문제를 묘사하고 있는 셈이었다. 피아노의 지나치게 정확한 음을 넘어서서 멜로디라는 시를 불러내는 것. 다른 대부분의 악기와는 달리 피아노의 주어진 소리는 직접 그 높이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바이올리니스트, 트럼펫 연주자, 플루티스트는 모두 자기 악기의 높이를 반음, 4분의 1음, 8분의 1음씩 밀어 올릴 수 있다.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누를 때 나오는 소리의 정확함에 속박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그것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다. 그냥 그대로다. 정신이 피아노의 구분된 음들로부터 하나의 연속체를 구축하여 음악이 흐르는 듯한 착각을 만들려면 특정한 기법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 기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레가토인데, 이것은 문자 그대로는 '함께 묶여 있다'는 뜻으로 앞에 누른 건반을 놓기 전에 다른 건반을 눌러 소리가 겹쳐서 연결되어 들리게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서는 멜로디가 빗방울이 아니라 하나의 강이야!" 펨버튼 선생님은 내가 레가토 프레이징을 익히려고 안간힘을 쓸 때 그렇게 말하곤 했다. (p183-184)
대중에게 반주자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악적으로나 지적으로 적어도 공연의 반은 책임을 진다.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대로 될 때는 반주자나 성악가나 다양한 요소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대와 소통이 융합되는 훌륭한 대화와 마찬가지지요. 마치 함께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음악이 숨이지요." (p185)
조율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인 사항을 생각해보자. 피아노에는 현이 200개 이상 있다. 그 각각을 특정한 음 높이로 조율해야 한다. 각각의 높이는 또 다른 현과 관련을 맺어야 한다. 그래야 저음역부터 고음역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의 음에서 규칙적인 음정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순수한 물리학적 문제다. 뤼크의 표현을 빌리면 기계적인 것이다. 진동하는 현의 규칙성은 현의 모든 물리적 속성을 알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그것을 다 안다는 것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모두 출발점은 똑같다. 중앙의 C 위의 A는 거의 언제나 초당 440헤르츠-하나의 현이 특정한 음을 내기 위해 진동하는 횟수다-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옥타브와 5도를 완벽한 간격으로 유지하면서 피아노를 조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도를 완벽하게 맞춘다면 건반 전체를 가로질러 5도로 진행할 경우 뒤에 가서는 같은 음이라 하더라도 출발점의 음보다 상당히 높아진다. 피아노는 현의 고정된 음 높이에 묶여 있기 때문에, 조율사는 조율을 할 때 이런 물리적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p191-192)
초기 건반음악에서 작곡가들은 주요 음정이 정확하게 들리는 한정된 숫자의 조를 활용했다. 다른 조들은 피했다. 그런 경우에는 주요 음정에 내재하는 불협화가 더 쉽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음악이 복잡하게 진화하면서 작곡가들은 조를 자유롭게 바꾸고 건반의 반음계를 활용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그런 한계가 근본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한계를 ��복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해결책은 음정 일부를 '조율', 다시 말해 약간 왜곡하여, 일부는 협화음이지만 일부는 약간 불협화음으로 들리게, 그러나 어떤 조에서도 너무 불협화음으로 들리지는 않게 하는 것이었다. (p192)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건반악기의 전 음역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아니지만, 좀더 균형 잡힌 조율을 가장 열렬히 옹호했던 사람으로 꼽힌다. 프렐루드와 푸가로 이루어진 종합 작품집인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그 자체로 걸작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으로 조율이 이루어진 건반악기로 다양한 스타일, 조, 음역을 연주하는 음악 가운데 초기의 가장 유명한 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조율사들은 옥타브를 12개의 똑같은 반음으로 나누어, 음향적 불일치를 그들 각각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른바 '등분 조율'이 현재 조율의 표준이 되어 있다. 이렇게 약간의 왜곡을 할 필요와 더불어 다른 고려사항도 있다. 사람의 귀는 높은 음을 실제 주파수보다 약간 낮게 듣는다. 이 점까지 생각하면 조율사가 연장을 집어들 때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앞에 두고 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점 때문에 피아노는 음정이 건반 전체에 걸쳐 균일한 것이 아니라 위쪽 음역으로 가면서 점차 넓어지도록 조율되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조율이 항상 근사치라는 것이다. 조율은 두 가지 개념, 기계적으로 정확한 것과 음악적으로 매력적인 것, 경험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다. 조율사가 이루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균형이다. 이론적인 음의 거슬리는 소리와 귀가 듣는 데 익숙한 기분 좋은 소리 사이의 평균이다. (p193)
복잡하고 불규칙한 상황에서 오는 기술적인 까다로움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을 묶은 장력이 서로 다른 두 대의 피아노-제조업자마다 현을 프레임에 연결하는 방식도 보통은 약간씩 다르다-를 똑같은 방식으로 조율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개별적인 피아노의 다른 여러 가지 고유한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이 상대적으로 뻣뻣하면 특정한 화음구조가 약간 달라지며, 조율을 할 때는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늘 인간적인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피아노가 아이들이 쾅쾅 두드려대고 부모는 가끔 연주하는 튼튼한 업라이트인가? 아니면 주요한 공적 연주회를 위해 준비해놓은 콘서트 그랜드인가? 고객이 정기적으로 피아노 조율을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가끔 뒤늦게 조율을 하는 사람인가? 이런 점들을 비롯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변수들이 방정식에 들어와 좋은 조율사가 훌륭한 조율이라는 평형상태를 이루는 방식을 결정한다. 피아노가 평소에 쓰이는 방식을 고려하여 얼마나 오래 조율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도 이 방정식의 일부다. 이런 다양한 방식에 대한 뤼크의 설명은 역시 그의 말답게 포괄적이며 단정적이지 않다. "피아노를 조율하는 것은 요리와 비슷하지요. 저마다 자신의 요리법이 있거든요." (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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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의 높이를 맞추는 것은 전체적인 조율의 첫 단계일 뿐이다. 피아노에 독특한 음색, 그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조음이라는 섬세한 기술이다. 조음은 피아노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무엇이 듣기 좋은 목소리냐 하는 것은 피아노의 전 음역에 걸쳐 음 높이가 정확한가 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주관적이다. 목소리는 환경에 따라서 변한다. 가정용으로 조음된 피아노는 콘서트홀의 무대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균형을 정확하게 잡으려면 기술자의 솜씨와 경험의 무게가 더욱더 요구된다. 어떤 조율사는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 모두 조음을 위한 우리 나름의 요령을 갖고 있지요. 그걸 보여주는 건 벌거벗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조음을 할 때는 누가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동료들은요." (p198)
나는 뤼크에게 좋은 조율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속으로는 그가 특별한 조율사와 평범한 조율사를 가르는 까다로운 기술과 놀라운 방법의 목록을 나열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다가 그의 답을 듣고 놀랐는데, 돌이켜보면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의 답이 이론과 실천의 많은 부분을 관통해 조율세계의 핵심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조율사는 고객이 곧바로 다시 부를 필요가 없는 사람이죠."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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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란 눈으로 그가 손에 쥔 나뭇조각을 바라보자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쪽 끝에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구멍은 그것이 피아노의 조율이 고정되었던 육중한 나무의 일부임을 보여주었다. "내가 식인종이나 되는 것처럼 보지 마세요. 나는 그저 얼어 죽지 않으려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세상을 죽은 피아노로부터 구하려는 것이기도 하고요." 피아노에 일종의 생명을 부여하는 이 사람도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고, 확실한 죽음이었다. 도저히 수리할 수 없는 피아노가 생기는 일은 그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자주 일어났다. 그런 피아노는 거의 언제나 좋은 피아노와 한 묶음으로 왔으며, 뤼크는 그 전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뤼크는 어떻게해도 다시 연주가 가능하도록 만들 수 없는 피아노일 경우 해체해서 쓸모 있는 부품은 챙겨두고 나머지는 땔감으로 만들어 난로 옆에 단정하게 쌓아두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리할 수 없는 피아노를 태우는 뤼크의 관행을 알고 있는 듯했다. 뤼크는 그것을 땔감이라고 불렀다. 뤼크는 엄청난 파이프 시설이 천창으로 뻗어 올라가는, 괴상해 보이는 난로로 걸어갔다. 그는 차가운 금속뚜껑에 손을 올리더니 사람들을 돌아보며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내 몸도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주어야 하니까요." (p211-212)
"미안해요." 여주인은 흐느끼며 말했다. "남편이 나를 위해 그 곡을 연주하곤 했거든요." 음악과 기억. 이 둘이 결합되었을 때보다 가슴을 강하게 누르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따라서 이 거추장스러운 소유물을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었다 해도, 사랑하던 피아노, 친구나 가족과 연결되어 있던 피아노와 헤어지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파리와 뉴욕의 피아노상 몇 명도 비슷하게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늘 특정한 제조사, 모델, 도장의 중고 피아노를 찾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피난민, 이민자, 전쟁의 피해자- 이들은 온 세상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종종 그 세상에 살던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긴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물질적 환경이 나아졌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의 집의 중심을 차지했던 피아노와 똑같은 것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일이 그들의 뜻대로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 (p216)
"피아노는 아주 사적인 거죠." 그 피아노상은 내게 말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기억하는 것, 예를 들어 깔깔한 음색이라든가, 고음부의 가벼움이라든가, 약간 달라붙은 페달 같은 것은 우주에서 오직 단 한 대의 피아노만 갖고 있는 특징이죠. 또 전문적인 복원작업을 거치면 다 고쳐지는 특징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피아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닳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파괴당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 좋은 악기를 들이면 음악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이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덩어리가 발휘하는 특별한 연상의 힘은 그 개별적인 피아노 한 대만 갖고 있는 것이다. (p217)
나는 이 장소가 뤼크의 공방만큼이나 그 나름으로 은밀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과거에 빠져 헤매는 일 없이 과거를 끌어안고 있는 듯 보였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나는 한 친구가 이곳의 '안쓰러운 건물'을 가리키며 먼지투성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이곳이 결코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쇠락하기는 했지만, 낡은 저택에서 예상할 수 있는 초라하면서도 고상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겉모습을 볼 때 있는 돈은 다 음악 교육에 써온 것 같았다. 여러 연령층의 학생들이 악기를 들고 음악에 관해 재잘거리면서 서둘러 층계를 오르내리자 아연 건물에 활력이 가득 찼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정원에서 올려다보았거나 물결 형태의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보았다면, 자신이 알았던 세계보다 훨씬 빨리 돌아가는 지금 세계의 소음과 속도로부터 물러나 앉은 이 고립된 장소를 보고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p227)
학교 어디를 가나 발견되는 피아노도 마찬가지였다. 피아노가 매우 다양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드니 씨는 그것을 장점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어떤 학교에는 스타인웨이나 야마하 한 가지 피아노밖에 없지만, 스콜라 칸토룸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피아니스트는 보통 바이올리니스트나 플루티스트와는 달리 자기 악기를 연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피아니스트로 살아 가는 데는 적응이 불가피한 요소지요." 설사 어떤 면에서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라고 할 수 없을지라도 플레옐의 액션이나 쉼멜의 음색을 느껴보는 것은 피아니스트가 듣고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은 적어도 기법 그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만큼 중요하다. 건반으로 음악을 해석한다는 개념 자체와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p230)
261-2 267
나이가 들어 피아노 세계에 다시 입문하게 되자 자기 규율의 관행에 관해 서서히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두 거장의 방법을 눈으로 보면서 더욱더 분명해졌다. 안나에게 레슨을 받는 처음 몇 달 동안 나는 선생을 얻었다는 소박한 기쁨을 다시 발견했다. 이 세상에는 건반을 진정으로 독학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사람은 드물었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작곡과 즉흥연주를 제외하면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주어진 구조물-악보-과 그 해석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창조성을 묘하게 섞는 것이다. 모든 음표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시작일 뿐이다. 진짜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에 자신의 자아를 투명하게 보태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이런 분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매우 겸손해지는 경험일 뿐 아니라 묘하게 흥분을 자아내는 경험이기도 했다. 음악이 무한히 완벽을 향해 날아가도록 밀어주는 일은 오직 선생만이 해줄 수 있다. (p268-269)
271
"음악학교에서는 틀린 음을 치지 않게 하려고 준비를 너무 강조하지요. 하지만 얄궂게도 준비를 하면 긴장을 하게 되어 잘못 치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동작이 더 큰 모험이기는 하지요." 페터도 인정했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이고, 음악도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음악 역시 모험이어야 합니다!" (p272)
"똑같다고? 똑같다고? 이게 비디오 기계처럼 빨리 감기를 해버리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라나도스가 반복을 하라고 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음악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 말이에요. 반복부는 결코 '똑같은 게' 아니에요. 어디, 악보를 좀 볼까요?" (p276)
"아무도 음을 틀리게 치지 않는 마법의 피아노가 있다면 나도 좀 봤으면 좋겠군요! 사실 모든 음을 정확하게 치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거예요. 사람 대신 그런 일을 해줄 피아노를 찾아주세요. 그럼 나도 마법을 믿을 테니까."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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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한 순간은 두 피아니스트, 곧 선생과 학생을 다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간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공유, 이런 마음의 만남을 공모Complicité라고 부른다. 이 말은 음악의 변경을 함께 탐험하는 두 피아니스트에게 즉시 생겨나는 특별한 유대를 완벽하게 표착한다. 실내악을 대화, 끊임없이 주고받고 목소리들이 합쳐졌다 갈라지는 대화에 비유할 수 있다면, 이것은 완전한 동시성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댄서 둘이 같은 동작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어떤 놀라운 화학작용에 힘입어 두 피아니스트 사이에 완벽한 일칙가 이루어진 것이다. (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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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올리는 건반뚜껑을 열더니 나더러 건반 앞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뭐든지 쳐보십시오. 그저 건반을 느끼고 음색을 들어보라는 뜻이니까요." 순간 그가 조금 전에 한 말이 기억났다. 아무리 재능 있는 연주자라 하더라도 건반을 살피는 눈만 보면 그가 피아노에 어떻게 접근할지 알 수 있다던 이야기 말이다. 그의 말이 옳다면 그는 이미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망설이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두 가지 극단적으로 모순되는 충동 때문에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달아나고 싶기도 했고 치고 싶기도 했던 것이다. (p313-314)
315-6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무엇이 피아노에서 가장 중요하냐고 물었다. 파지올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연주할 때 나는 소리죠. 아주 간단한 겁니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이상에 봉사하는 거지요. 따라서 피아노를 만들기 전에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파지올리는 찬란하고, 명료하고, 일관된 소리를 원했다. 큰 음량에서도 왜곡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소리여야 했다. 공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듣는 소리는 바탕음과 더 높은 주파수에서 공명하는 모든 배음의 조합이다. 그 균형을 올바르게 잡는 것이 피아노 제작기술의 핵심이다. 어떤 음을 치면 우리 모두 기본음의 몇 배 높은 배음을 듣는다. 이것은 기본음보다 더 작게 울린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 미묘한 음들을 의식하지 않지만, 이 음들이야말로 피아노에 특징적인 소리를 부여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나는 파지올리에게 그 많은 배음을 들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랜 세월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것을 듣도록 귀를 훈련시켜왔다고 대답했다. 그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은 그 균형을 올바르게 잡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왜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느끼는 것도 아닌 차이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하는 게 올바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원칙과는 별도로, 피아노가 내는 음질을 놓고 판단을 내릴 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듣지 못하는 아주 많은 소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 소리들이 파지올리가 파지올리처럼 들리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위대한 와인의 모든 미묘한 맛을 다 맛볼 수 있는 와인 전문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뭐 훌륭한 와인을 평가하려고 그 모든 것을 알 필요까지야 없겠지만요. 하지만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자기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그렇게 하지요." (p318-319)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실력이 시원치 않다는 둥 핑계를 댔다. "아, 베토벤이나 쇼팽은 잊어버려요." 뤼크가 말했다. "그냥 음계나 몇 개 쳐보세요. 중요한 건 액션을 느끼고 소리를 들어보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 안심이 되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치든 심판하지도 않고 내쫓지도 않을 친구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플레옐이 갑자기 고요한 바다의 섬이 되었다. (p329)
330
노인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내가 녹음으로 들어 아는 곡이었다. 테크닉에 관한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워낙 자신만만하고, 또 워낙 흠이 없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테크닉은 사라지고 음악만 앞으로 나왔다. 마틸드, 뤼크, 나 모두 피아노 캐비닛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덮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해머가 현을 두드리는 모든 동작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통해 깊은 울림이 퍼져나와 우리 몸으로 들어왔다. (p333)
노인은 연주를 하자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 머뭇머뭇 걸음을 내딛던 구부정한 몸이 정력적인 운동선수의 몸으로 바뀌어, 무한히 긴박한 느낌으로 건반을 두드렸다. 그는 피아노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아노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의 손과 발은 강력하면서도 복잡한 힘으로 건반과 페달을 두드리고 쳐댔다. 피아노��� 변했다. 이제 섬세한 선은 사라졌다. 입을 다문 물체에서 느껴지는 묘하게 예의바른 느낌도 사라졌다. 지금 하는 일이 이 피아노가 하려던 일이었다. 템포는 무척 빨랐다. 프레스토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터치는 자신만만하고 규칙적이었다. 광기로 치닫지도, 처지지도 않았다. 특히 반복부에서 음색, 음량, 음질을 대비시켜, 똑같은 악절이 완전히 새롭게 들리게 했다. 돈꾸밈음은 예상치 못했지만 느닷없지는 않았다. 아주 높은 곳에서 크고 아름다운 잎이 땅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했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분명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들 때문에 하강의 춤처럼 느껴졌다. 그는 음악이라는 무한히 섬세하고, 재치 있고, 집요한 대화의 일부가 되었다. 음악은 시작할 때처럼 갑자기 끝이났다. 그는 마지막 화음을 누른 채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화음이 공방의 빛이 가득한 냉기 속으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보았다. (p334)
우리가 느낀 기쁨은 자연발생적인 것이었다. 마틸드는 심지어 장갑을 낀 손으로 박수를 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는 다시 피아노를 돌아보더니 횡재를 한 뤼크를 축하했다. 나는 그것이 그 나름의 겸손의 표현임을 깨달았다. 관심을 자신의 연주에서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와 그 소나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더 연주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가장 진실한 경의는 그가 인도하는 대로 악기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나머지는 소음일 뿐이었다.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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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어느 날 오후에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나는 그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 슈팅글을 쳤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그런 시간이었다. 내 두 손은 건반 위에서 독자적인 동력을 가진 듯 움직였다. 소리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순수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규칙적으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 주에 받았던 레슨은 까다로웠지만 만족스러웠다. 내가 연습하던 모차르트의 아다지오는 새삼 심오하게 들렸다. 갑자기 그 복잡한 음들이 내 손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재미 삼아 슈팅글의 덮개를 열었다. 소리의 울림이 파도를 이루어 내게 돌아왔다. 캐비닛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전율이 그렇게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했다. 건반을 누르고, 소리를 들어라 세련되지 못한 연주였음에도 다채로운 소리와 미묘한 음색이 다시 나를 압도했다. 단지 악보, 음악이 적힌 종이의 놀랍고 추상적인 체계를 보는 것만으로 내 손이 모차르트의 영감을 살려낸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맞는 건반을 누르는 것뿐이었다. 물론 쉬운 ���은 아니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이 능란한 기계는 내가 작곡가의 생각을 끌어안고 그것을 손의 운동으로부터 음악의 무한궤도로 번역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화음들이 허공에 머물다 서서히 물러나는 동안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가 소유하기는 했지만 결코 정복하지는 못한, 언제 보아도 낯설어 보이는 악기 안을 들여다보았다. 당연히 음악이 중요했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였다. 그러나 나는 내 피아노로 어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얼마나 깊은 만족을 주는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영적으로. 그 만족은 무한했고, 그것이 내 삶에 주는 영향은 깊디깊었다. 나는 방 건��편에서 피아노를 바라보면서, 그 모퉁이가 텅 비었을 때를 기억해보려 했다. 전생의 일 같았다. (p342-343)
- 사드 카하트 , '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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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wansu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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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구축 어렵지 않아요. 남들보다 빠르게, 다르게, 놀랍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됩니다. 참 쉽죵? #브랜드청년 #빠르게 #다르게 #놀랍게 #생각을팝니다 #생각상점 #브랜드를만듭니다 #뿌리깊은브랜드 #생각이다른브랜드 #공감이되는브랜드 #happybrander #브랜드네이밍 https://www.instagram.com/p/BvLdontHnsD/?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14u525b335s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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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monsta-x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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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ome forehead and handsome eyes and handsome nose our handsome hyung thank you for showing a warm side of you all the time I love you Happy birthday from the bottom of my heart hyung is always a surprisingly sexy person🤟🖤 #Jooheon #찬란하고_애틋한_셔누ayo
Translation: FY!MX (fymonsta-x). Please take out with full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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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sta-x7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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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도 잘생기고 눈도 잘생기고 코도 잘생기고 멋진 우리형 늘 언제나 지금처럼 따듯한 모습 보여줘서 고맙고 사랑해 생일 진심으로 축하하고 형은 항상 놀랍게 섹시한사람🤟🖤 #주헌 #찬란하고_애틋한_셔누ayo
our handsome hyung whose forehead is handsome eyes are handsome and nose is handsome too, thank you for showing a warm image all the time just like how you are now. i love you wishing a sincere happy birthday, hyung is always a surprisingly sexy person🤟🖤 #JOOHEON #찬란하고_애틋한_셔누ayo
[Translation:kihyun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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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p-monstax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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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 handsome on the forehead, eyes, nose, and cool. Thank you for always showing us the warm side of you. I love you.
Happy birthday from the bottom of my heart and you're always a surprisingly sexy per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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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jessi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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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나
 내 전공은 영화와 미학이다. 영화 미학은 아니고, 영화와 미학. 입학할 땐 영화를 좋아했고 졸업할 땐 미학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 꿈은 카피라이터와 사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피라이터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이고 사서는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철학과와 광고홍보학과에 수시를 넣었고, 영화학과, 문헌정보학과, 그리고 지금의 전공학과에 정시 접수를 했다. 그냥 붙은 곳으로 진학했다.
 갑자기 영화학과를 생각하게 되었던 건 왕가위의 영화 때문이었다. PMP가 유행이었고 야자시간에 종종 인강을 듣는 척 하면서 영화를 봤다. <중경삼림>을 처음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한테 영화는 그냥 영화였는데,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었다. 감각적인 영화라는게 존재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처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메모도 했다. 하다보니 메모할 공간이 부족했다. 보고 또 봤다.
 그 다음엔 왕가위의 다른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봤다. 아비정전,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아비정전과 해피투게더를 좋아한다. 그 다음엔 비슷한 시기의 영화들을 찾아봤다. 첸 카이거와 장예모 감독의 영화들을 봤다. <패왕별희>를 가장 좋아했다. 도서관에서 영화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중국 5세대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영화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조금 덜 무거운 영화를 찾았다. 생각해보면 가장 어둡고 무거운 것들을 좋아했던 시기는 10대였다. 방황했던 건 10대에도 20대에도 마찬가지였는데, 10대에는 그런 데에서 공감과 위안을 찾았다면, 20대에는 현실이 무거우니 영화를 볼 때에는 그런 무게를 잊을 수 있는 것들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취향이 아주 바뀐 건 아니지만 일부러 조금 피했다. <블랙 스완> 같은 영화는 정말 좋았지만 두 번 보기는 힘들었다. 가능하다면 그런 감정 소모를 줄이고 싶었다.  
 내 20대의 영화는 8할이 우디 앨런이지 않을까. 그의 70년대 영화들을 좋아한다. <애니 홀>과 <맨하탄>. 졸업할 때 <맨하탄>으로 논문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왕가위를 주제로 정했었는데 교수님께서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과 연관지어 보라고 하셔서 휴학했다. 아무튼, 그 시절 우디 앨런의 영화는 내게 2차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가 재즈에 빠지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고. 그는 내게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줬다. <블루 재스민>은 내게 <마담 보바리>같은 작품. <미드나잇 인 파리>는 지적 허영심과 호기심을 최고로 자극하는 작품. 그리고 <애니씽 엘즈>와 <매치 포인트>, <카페 소사이어티> 정도가 좋아하는 2000년대의 작품들이다.
 영화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유명한 영화들을 전부 보지는 않는다. 가끔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안봤냐”고 물어본다. 글쎄. 대학교에서 배운 건 ���영화사’나 ‘영화 제작’이지 권장 도서 목록처럼 명작 제목들을 나열해놓고 다 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전공이라서 보는 작품들은 <달세계 여행>, <열차 도착>, <전함 포템킨>, <말타의 매>, <시민 케인> 같은 류나 히치콕 작품 같은 것들이지. 아니면 교수님의 취향이 듬뿍 묻어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들.
 다양한 영화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접해보는 건 재미있었다. 문학 교과서로 한국 문학을 맛보기 한 것처럼. 나는 호불호가 극명해서 유명하지만 보지 않은 영화들이 정말 많고, 대부분은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다. 사실 <대부>도 작년에 봤고 <백 투더 퓨처>도 얼마 전에 봤다. 스타 트렉 시리즈나 마블 영화들을 좋아한다. 홍상수, 김기덕 감독 영화 싫어하고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 영화 좋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 큰 관심은 없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보다 <아바타>를 더 놀랍게 봤다. 이걸 뭐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대체로 나는 보기 좋은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진지하려면 아예 진지하고, 재미있으려면 아예 재미있는 것들이 좋다. 불편한 것들은 되도록 피한다.
 몇 년간 영화의 전당에서 주말마다 영화를 두세편씩 보는 게 취미였다. 영화제 수상작 특별전이나 알랭 레네 특별전 같은 것도 재미있었고 <트립 투 이탈리아>나 <파리로 가는 길> 같은 영화들을 보는 걸 좋아했다. 예전만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요즘 통 가지 못해서 아쉽다. 요즘은 영화를 대부분 넷플릭스로 보게 된다. <결혼 이야기> 같은 것들은 좋았다. 그렇긴 한데 넷플릭스로는 거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걸 보게 된다. 중간중간 끊어가면서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들. 영화관의 어둠과 강제성이 가끔 그립다. 중간에 화장실 가기 싫어서 두세 시간동안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보는 영화가.
 곧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다. 십 년 동안 빠짐없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요즘 상황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싶다. 전공이 전공이라 그런지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티켓이 자주 생긴다. 결국은 아쉬워서 야외 상영이라도 한 편 보게 되겠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갑작스럽게 정리해보는 나의 영화 취향사. 그런데 결국 수십 번 돌려보게 되는 영화들은 이런 영화들이다. 우디 앨런과 왕가위의 작품들을 제외하면, <클로저>, <이터널 선샤인>, <500일의 섬머> 정도? 교수님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작품들을 좋아하시던데, 나는 참 보편적인 취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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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madakawi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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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 만 드디어 해냈습니다. 놀랍게 판명 됨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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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akesmargin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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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3
조용미 시인을 오래 존경하였으나 그의 음성은 처음 듣는다.
대담이나 인터뷰를 윤문하여 정리한 것을 읽은 적은 있는데, 그걸 글로 읽을 때 우선하여 느낀 질감은 명료함과 똑바름이었고, 그러나 이렇게 목소리로 들으니 전혀 다른 질감이라 그 사이의 긴장과 대립이 의미 있고 놀랍게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응당한 긴장이다. 진실을 말하려 하면 나를 속이려는 나를 제지해야 하고, 또렷하게 문제를 보려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말이 어눌해지고 마니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지키고 싶은 이들이 많은, 다른 것들을 지키기를 계속해서 권유하는 사회에서 일정한 사회적 패널티를 감수하고 더듬으며 말하는 것.
참 오래도록 씩씩하고 용기 있으며 명민한 감각을 가진 이의 시가 앞에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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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eartx044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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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andahelmet27-blog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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