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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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수프
급식 때 늘 돈까스가나오면 국 대신 하얀 스프가 나왔다.
그때의 스프는 아마 가루를 물에 갠 소고기스프 그랬던 것 같다.
약간 되직한 느낌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라 싫어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흐르고 경양식 식당에서 맑게 갠 스프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너무!
달큰한 향도, 고소함도 모두 너무 완벽했다
그 때부터 스프는 내게 맛있는 음식이었다.
버섯도 호박도 계속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간다.
싫었는데 좋아지다가, 무뎠다가 이내 예민해지고 그래버린다.
14살의 나도 34살의 나도 계속 달라지고 변하고야 만다.
스프같은 게 맜있어져서 그래.
-Ram
*수프 1.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나가야 직성이 풀렸던 그때, 구글맵으로 이미 눈여겨봐둔 카페를 찾아갔다. 당시 머물던 곳에서 여러 블럭 걸어야 되는 곳이었는데 마침 추적추적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에코백에 책을 넣고 그렇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늘 자주 갔던 방향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낯설었지만 몇 번이나 구글맵을 확인하면서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더 넓었고 서양인들이 은근히 많아 갑자기 발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두툼한 메뉴판을 열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메뉴판 한 쪽 면이 전부 수프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고, 창밖에 비가 내리니 오랜만에 따뜻한 게 먹고 싶어져서 바로 카운터로 달려가 캐럿펌킨수프를 주문했다. 그리고 메뉴판에 수프 옆에 ���워도우인지 바게트인지 모를 빵이 있길래 제발 맛있는 사워도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일단 빵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가져온 책을 꺼내고 몇 장을 읽고 있었는데 직원이 수프를 서빙해줬다. 생각보다 수프를 담은 그릇이 굉장히 컸다. 수프를 한 술 떴는데 역시 수프는 실패하지 않았고 바라던 사워도우 대신 바게트가 나왔지만 따뜻하면 뭐든 맛있으므로 식기 전에 야금야금 열심히 뜯어먹었다. 그렇게 앞으로 일어날 다채롭고 다이나믹하고 정신없는 일들을 모른 채 비 오는 어느 평화로운 날을 즐기며 수프와 빵을 먹고 있던 내가 있었다. 그 카페를 내가 한 번밖에 못 갔다니. 다음 번엔 꼭 가게 이름을 딴 브로콜리수프도 먹고 말리라.
2. 요즘 진한 토마토수프가 먹고 싶은데 왜인지 모르게 토마토 페이스트를 사는 건 싫다. 그냥 집에 있는 토마토 다 넣어서 수프로 만들어버릴까?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올까? 근데 사실 저 토마토들은 그냥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수프는 역시나 통조림을 통해 만들어져야겠지?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그냥 열심히 토마토만 먹고 있는 요즘이다.
-Hee
*수프
가스파초를 처음 먹어본 곳은 제주도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페인에서 차갑게 만들어 먹는 스프. 나는 스프가 차가울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한 번,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파프리카, 오이의 향이 어우러진 맛이 대단히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신선하면서 맛있게 느껴진다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놀랐었다. 불볕더위에도 콩국수, 냉면 같은 차가운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였는데 먼 나라의 냉 스프 한 접시에 나는 스페인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은 스페인에 감사 인사를 올리러 한 번은 와야 할 것이란 선고를 당했던 것 같다.
가스파초는 한여름이 생각나는 맛이다. 토마토, 파프리카의 가격이 너무나 많이 올랐지만 가스파초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두고 며칠이나 먹는 정도의 얌전한 사치는 허용해도 될 것이다. 달리기에 미쳐 사는 요즘이라 뜨거운 여름이 더더욱 두려워지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 반갑게 기다려지는 이유는 가스파초를 만들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Ho
*수프
삿포로에 여행을 갔는데 유명하다는 스프카레를 못먹었다. 삿포로는 진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여행지다. 일본에 굳이 여행을 가고 가서 돈쓰는게 마음이 아직은 편하지는 않은데 삿포로는 꼭 다시 가고 싶다 생각했다.
눈이 오고 추운날씨지만 왠지 포근했던 그곳에 다시 가고싶다. 그땐 꼭 스프카레를 먹어야지. 가이드 말로는 브로콜리 튀김을 꼭 추가하라고 했다.
세상은 넓고 우린 아직 젊다. 가고싶은 곳이 많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유롭기 위해 지금은 투자하는 기간으로 삼자.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의외로 빨리.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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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학습
예전부터 나는 학습이 느렸다.
한글도 또래보다 늦게 떼었고 말도 느려서 웅변학원에 다녔다.
어릴 땐 나의 속도가 평균에서 얼마나 밀어졌는 지 알 길이 없었다.
조금씩 등수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나의 정도를 알게되었다.
지금도 나는 한참 느리게 배운다.
새로운 걸 시작하려 할 때면 괴롭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사람도 그렇다. 나는 그렇게 많이 데어보아도 또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아닌 것을 앎에도 나는 곧잘 그곳으로 달려든다.
마음이 이겨서 그렇다.
학습이라는 것이 그렇다.
꼭 잘 안되곤 하는 그런 나의 버릇들 같은 것.
-Ram
*학습
채워야 생기가 돈다. 채워야 버릴 수 있다. 채움을 멈추지 말자.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순환이 되어야 한다. 이왕이면 선순환. 뭐라도 채워보려고 영어 기사를 읽고, 코어 운동을 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도전을 하고, 좌절을 느끼고, 나를 다시 다독이고, 곧 사라질 루틴을 만든다. 열심히.
-Hee
*학습
고양이를 키우며 배운 고양이와 고양이 러버의 세계. 잘 모르니까 두렵기만 했던 트레일 러닝의 세계. 다시금 스며드는 활자와 사유의 세계. 연애와 결혼을 하며 배운 지영의 세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학습하며 그것들로 나의 정체성을 구성해가는 일은 욕망과도 닿아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며,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나를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유난히 부쩍 자라났다.
요즘 내 욕망은 사실 온통 달리기에만 매달려있다. 어떤 장비와 어떤 옷을 사야 하는지, 체력을 효율적으로 기르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주법과 훈련법을 택해야 부상 없이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관련된 지식이라면 쓸모가 있든 없든 일단은 머릿속에 끝없이 집어넣고 있다. 하나의 세계를 배워가는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도파민이 폭발한다. 도무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Ho
*학습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확실히 도움을 받고 있다.
공부를 하는 자체는 괜찮은데 그 ���과가 나를 나타내고, 그 안에서 서로가 경쟁하는게 힘들다. 나는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같다. 문제는 경쟁이 싫어도 또 이기고 싶으니까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교양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도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고, 대한민국 어느 시험도 100점 맞으라고 하는 시험은 없다고 그냥 채우라는 요건만 맞추도록 공부해야지 다 잘하려고 하면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확실한 계획이 있고, 그걸 하려면 이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완벽은 필요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 긴장도를 내려놓아야겠다.
모르긴 몰라도 24시간 스터디카페가 운영되고, 어느 시간에 가도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일거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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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나는 심장이 콩닥대는 느낌이 싫다. 아릿한 그 느낌이 저릿저릿해서 싫다.
언제고 그런감정을 느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감정이 우선이던 때에 그랬던 것 같다.
회사라던가, 일이라던가 그런 것 없이 오롯이 내 감정이 우선이 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을 풍부하게 만끽할 때,
그때 심장이 아리도록 시큰하게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떠올리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다. 손에 꼽아보면 너를 그려볼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심장에서 너를 담아두고 꺼내보고 상처받고 넣어두었다가 이내 또 꺼내보고야 만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Ram
*심장
1. 비현실적인 골목길을 지나 그 야경을 보았을 때 심장이 그렇게 뛰던 장소가 있다. 5년이 지나도 그 곳을 넘어설 곳이 없었는데. 난 그 곳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2. 택시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 그렇다고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유의 성격으로 인해 커다란 유리문을 힘차게 당겼고 함박 웃음을 하며 날 맞이하는 그 누군가들을 내 나름대로 반겼다. 그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내 지난 면접을 생각하면서.
3. 툭하면 만원인 전철에서 쓰러졌을 때가 있었다. 어떤 날엔 겨우 내리는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쓰러졌는데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진다는 사실을 아는 내 무의식이 날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의자에만 옮겨달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전철역 의자에서 조금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곧바로 학교가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혈압을 쟀고, 심전도 검사를 했다. 혈압이 낮았지만, 의사 소견으론 부정맥 증상은 아닌 것 같다고. 그냥 저혈압이 이유라고. 예방도 할 수 없고, 치료도 할 수 없고, 그저 내가 조심해야 하는 그런 것이라고 하길래 난 고칠 수 없는 이 증상에 대해 화가 났다.
-Hee
*심장
심장을 영원히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일은 없을까. 나는 늘 무언가에 가슴 뛰게 설렜고, 깊이 빠져들어 열정을 불태우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꼭 시들시들해져서 멀어지곤 했다. 무엇에도 싫증을 잘 느끼는 내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무엇에든 익숙해지고야 마는 인간의 타고난 성질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괜찮았다.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찾아가면 그만이고 시들해져서 거리감을 두었다가 오랜만에 마���했을 때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들이 더러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Ho
*심장
요즘 심장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심장은 24시간 쉬지 않는 장기라고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던, 어떤 고민이 있던 쉼 없이 피를 펌프질 해주는 심장이 내 몸 안에 있다 생각하면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쿵쿵쿵쿵.. 언제나 내 생각만 하고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내 심장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이 심장도 멈추는 날이 올테지. 언제나 그 자리에 그곳에서 자기할 일을 하는 모든 것들은 위로를 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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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설움
왜 유독 나에게만 이 여름이 지독한 지 모르겠다.
봄이 부서지던 날들은 사실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지나왔는데,
매일 비가 퍼붓고 땡�� 아래에서 녹아내릴 때마다 내가 너에게 달음박질하고 싶어질까봐 겁이 난다.
사실 핑계다.
비가 온다는 것도, 날이 뜨겁다는 것도, 봄이 끝나고 여름이 왔다는 것도,
다 내비칠 수 없는 설움이다.
내가 가진 속상함이다.
다른 걸로 막아보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난다 그게 자꾸 화가 났다가도 메꿔지지 않은 허망함인 걸 알고 밉다가도 이내 서럽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
여름이 지독했으니 가을은 더 그렇겠지, 겨울은 더 춥겠지.
-Ram
*설움
그동안 쌓아 올린 시간들이 마냥 걱정만 할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신뢰가 없나. 정말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어버렸다. 사형수가 사형을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초조하고, 절망스러웠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아니, 그렇다고 난 사형수처럼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감정들을 거치고 거쳐 결국 서러움까지 밀려오게 되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분일초가 마음 편치 않았던 그 시간들이 고통스러웠다. 그런 시간들이 꼭 필요했던 걸까. 난 잘 모르겠던데.
-Hee
*설움
지난 금요일 동창 한 명이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는 부고를 받았다. 고교 3년 내내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살았었지만 말 몇 마디 나눠보지 못 한 친구였다. 지금은 얼굴도 가물가물한. 그래서인지 부고를 받고 놀라긴 했는데 슬프지는 않았더랬다. 거룩하진 못하더라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헛된 연민에 빠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리라. 하지만 그가 수면제를 삼키던 순간 그에게 아무런 원통함도 억울함도 없었기를 바랐다. 장례식은 치러지지 못했다. 죽어야 할 이유가 살아야 할 이유보다 더 커지지 않도록 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조금 더 찾아둬야 하겠다.
-Ho
*설움
서러움이라고 하면 느껴본 적 있는데 설움이라고 하니 조금 더 심각해야 할 거 같다.
서운함이나 섭섭함은 이따금 느낀다. 내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했을 때 그렇다.
섭섭함도 서운함도 내가 뭔가 바라는 게 있을 때 느낀다. 내 감정을 내가 선택하는 연습을 했다. 내 기분이 내가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순간 내 삶의 주도권을 잃는다.
특히 연애가 그렇다. 내 마음은 잠시 미뤄두고 상대에게 집중하고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된다.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한 만큼 상대에게 받고 싶은데 상대가 해주지 않을 때 서럽고 서운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 다하는 게 결국 상대방을 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자기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서운함이 들면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은 삼키는 거보다 말로 내뱉고 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설움이나 서러운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것.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말로 표현하는 것.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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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시선
01.
요즈음 자주 느끼는 시선'들'
나를 보면서 궁금해하고, 그대로 상상하고 주무르는 여러 생각들이 있나보다.
그런 것들이 곧이곧대로 배설되어 나에게 다시 날아온다.
그게 얼마나 따가운 시선인지도 모른채.
02.
나를 보는 시선이 꼭 나를 닮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널 보는 시선이 꼭 너를 닮아서.
03.
수만개 바늘이 나를 찌르는 것 같아.
아니 그보다 많은 바늘이 나를 찌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목은 쿡쿡 찔려와 시큰하니 코끝까지 아련해지고
어떤 말도 못할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되고야 만다.
-Ram
*시선
1. 그런 식사자리들이 있다. 같이 먹고 싶지도 않았고, 부러 할말도 없고, 음식의 맛을 느낄 여유 한 톨도 부리기 싫고, 너무 불편해서 시선조차 피하고 싶은 자리.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런 자리라면 사양하고, 집에가서 누룽지를 끓여 진미채를 올려먹는게 백 번이고 나은 그런 자리들. 다행스럽게 아직까진 취사선택이 가능한 것.
2. 대놓고 다리를 쳐다보면 나도 대놓고 그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빤히 쳐다본다. 좋니? 막상 눈도 못 마주치고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3. 나와 대판 싸우고 골목길 한 구석에서 담배를 물던 너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아 아직은 그 모습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였는데, 그 한 대를 피우면 너는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을까
4. 우연히 유투브에서 어떤 이의 플레이리스트를 접했다. 총 13곡의 플레이리스트였는데, 아무 기대없이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있을 수가! 그래서 3곡 정도 계속 들으면서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만 들을게 아니다. 돌아다니면서도 듣고, 집에갈때도 듣자'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래서 스트리밍앱에서 열심히 플레이리스트 노래를 한 곡, 한 곡 검색해나갔다. 다행히 전 곡이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있었고,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그런데 웬걸. 스트리밍서비스에 모든 곡을 추가시키고 그 다음곡부터 내가 선호하지 않는 목소리의 음악이 나왔다. 아, 이런. 이 곡은 지우자. 그리고 다음곡으로 넘겼다. 아? 이런. 또 그 뮤지션이네. 이 곡도 지우자. 순간 욕심을 부리면 화가 오는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결국 내 스트리밍앱에는 절반의 곡만 살아남았다.
-Hee
*시선
두 눈으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순간,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사실, 오며가며 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큰 기쁨일 것 같았다.
어느날 문득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두 손 마주잡고 밝게 미소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시선을 온통 독차지할 너를 시간이 다하기 전에 기회가 더는 없기 전에
얼른 만나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Cheol
*시선
다 괜찮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보는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려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딸 둘을 키우는 엄마. 실직한 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을 두고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제 삶을 꼼꼼히 지켜내는 강인한 여자. 빛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빛나가 우울하다는 말을 대뜸 내뱉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긴, 누구라도 지칠만한 삶일 테다. 취업도 육아도 살림도 관심 없는 배우자와 사는 일이. 손이 많이 가는 두 딸아이를 혼자서 키우는 일.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있을 새 없는 하루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누가 괜찮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빛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빛나는 배시시 웃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사람처럼 지내는 것 같았다.
그 뒤로도 가끔 빛나는 비슷한 질문을 했다. 나는 마찬가지로 다 괜찮다고, 힘든 일은 곧 지나갈 테고 너는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고 뻔한 답을 해주는 일이 어떤 도움이라도 될까 궁금했다.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단지 위로 한 마디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가 우울을 헤치는 데 도움이 될까. 점점 더 그녀의 여린 내면을 깊게 바라보는 일이, 다 괜찮을 거라는 무책임한 말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때로는 어이없기도 했다. 빛나는 왜 내게 꾸준한 시선을 요구하는 것인지, 내 삶도 돌보지 못하는 내게 어떤 확신을 요구하는지. 나는 왜 마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는지도. 하지만 단지 한 사람의 시선으로 누군가가 힘낼 수 있다면 꾸준히 지켜봐주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닐 테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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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결
그 애는 그런게 멋졌어.
바람이 불 때에 사르륵 흔들리는 머리칼이,
조금은 얼룩해 보여도 하얗게 흐드러지는 피부가,
그리고 그대로 흐르듯이 떨어지는 몸 곳곳의 선이,
그런게 멋졌어 정말.
그런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내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마치 꼭 맞는 짝인양, 마음의 갈래가 네쪽을 향했어.
그래서 온통 너를 좋아해버렸어.
-Ram
*결
1. 이제까지 잘 다듬어왔다고 생각했다. 계속 이대로만 더 다듬어가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의 정도, 사람의 마음, 믿었던 관계, 심지어 나의 마음까지도. 곱게 다듬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너무나도 무심하게 거칠어졌다. 거칠어졌다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이미 고르고 골라서 다듬었던 건데.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뭐겠어. 또 다듬는 수 밖에.
2. 산송장같이 거실바닥에 오랜시간 누워 생각을 해봤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무니, 거의 시간여행 수준이 되어버렸다. 13살때의 나도 나오고, 15살때의 나도 나오고, 19살때의 나도 나오고, 21살때의 나도 나오고, 24살때의 나도 나오고, 26살때의 나도 나오고, 2015년의 나도 나오고, 2016년의 나도 나오고, 2017년의 나도 나왔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다보니 너도 있었다. 네가 궁금해서, 네가 궁금해져서, 채팅방을 켜서 애꿏은 아이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마치 도피처같잖아.
-Hee
*결
서로 부대끼며 살다보니 우리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것 같았다. 한결같을줄만 알았던 우리 모습은 세대간, 남녀간, 서로의 가치관, 정치색, 주변 환경에 따라 제각기 다른 분위기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되어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환경에 머물수록 경향이라는 것이 각자의 성격, 인격, 행동에 걸쳐 나무 결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결은 시간이란 도화지에 그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는 결이 다른 사람들이에요”
때로는 애써 노력하여 그 결의 모습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보기도 했고, 때로는 그 결에 의지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도 했다. 다만, 현재 시간에 우리의 결이 다르다는 사실만큼은 언제나 견디기 힘들었다. 서로가 다른 순간마다 더욱 애써 서로의 방향으로 이끌어 부딪치고 그 부딪침을 서로 포용해보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시간을 너의 시간에 부딪치고 서로의 다름을 포개어보기엔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한 자신만 존재할 뿐이었다.
-Cheol
*결
1. 부유한 사람에게, 드러나지 않을 만큼의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열등감이 나를 구차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먼저 선을 긋고 멀어지려 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조차 이해할 수 없을 변명만 늘어놓은 채 도망친 적도 있었죠. 애초에 결이 다른 것이라 생각해버리면서요. 나는 아마 앞으로도 그 열등감을 극복하지는 못할 겁니다.
2. 그녀가 매번 십만 원도 넘는 식당으로 나를 데려갈 때마다 나는 배가 부르다며 샐러드를 먹거나 가벼운 술을 한 잔 시켜서 마셨다. 한 주 동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돈을 한 끼에 쓰는 게 어렵다는 말은 하지 못했고 우리가 앞으로 보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은 힘겹게나마 전할 수 있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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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2)”
*지금
1.
지금 딱 지금. 완벽하게 행복한 타이밍이야.
살랑한 바람, 말도 안되는 거짓말같은 음악,
그��고 당신.
잔디밭에 누워서 꿈을 꾸는 것이
내가 맞는 건지
내가 이토록 한없는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행복해서 불안한 지금이야.
2.
매일이 그래,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대.
혹시 네가 내 주변을 서성이진 않을까.
내 잔상을 따라오진 않을까
불안하고 아픈 기억을 자꾸만 내뿜어.
나는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있어.
뜨겁진 않아도 따스한 사람과
가슴이 뛰진 않아도 언제나 맘이 가는 사람과
그렇게.
-Ram
*지금
1. 발 아래로 개미들이 바삐 움직이는 나의 지금. 멍하게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나의 지금. 커다란 상추쌈을 입에 가득 우적우적 씹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미채를 집어먹는 나의 지금. 늦은 밤, 밥솥에 남은 밥을 그릇에 따로 덜어두려도 주걱으로 펐는데, 그 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그냥 그대로 계란간장밥을 만들어먹는 나의 지금.
2. 난 지금이 소중한지 몰랐지. 시간만 지나길 바라고 있었지. 그때가 반짝이는 줄도 몰랐고, 그 시간이 예쁜 지도 몰랐지. 미련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바뀔 줄 알았지. 지금을 간과하게 되면 변화도 없지.
3. 나와 한 친구의 카톡방 공지사항에는 (심지어 서로 1년 넘게 없애지도 않았다) '오늘이 우리의 생 중 가장 젊은날~'이라고 되어 있다.
-Hee
*지금
평범한 감정, 똑같은 생각이더라도 더 소중히 대해보려 서툰 마음을 언제나 다잡았다
더 귀한 감정 그리고 더 귀한 생각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귀하게
-Cheol
*지금
매일 퇴근하면 학교에 가야 했으니까 주말에는 반드시 집을 나섰다. 나가서 걷고 돌아오면 크고 작은 회의감이 한낮의 그림자처럼 바로 가까이 따라왔지만 학교를 다니는 생활은 그런 주말이라도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떤 책 제목처럼 지금 여기서 당장에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했다. 정확히는 행복같이 뜬구름 잡는 말보다 마음이 어디에도 쫓기지 않는 일, 아무것도 소비되어 사라지지 않는 일을 했다. 결이 다른 초록을 찾아 걷고, 해가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다 잠드는 일들. 스스로가 너무나 사소해져 버리는 일들. 그런 일들을 지금은 못하게 됐다. 무릎이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의사에게 오래 걷는 일을 못할 거라는 진단을 받아버렸다.
어깨를 다치고 나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운동을 못 하게 됐을 때는 사랑이 한차례 끝나고 난 직후의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었다. 절망감이 일상의 틈까지 깊게 스며들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 노력할 게 없는 사람의 홀가분함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일상을 살게 했다. 나는 이번에도 전과 다를 게 없다고 믿고 싶다. 지나간 사랑보다 더 깊고 어두운 절망이 지금은 넘쳐흐르지만 이내 전처럼 돌아갈 거라고. 어깨를 사용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곳들을 앞으로는 갈 수 없게 될 테니 엄밀히 말해 절대로 이전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아주 조금을 포기하고 훨씬 더 많은 선택지를 얻었으니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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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초록색
초록색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아. 괜히 그런 느낌이야.
파란 하늘이 없은 끝없는 초록풍경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이건 그냥 내가 초록빛에 길들여지지 못해서 그런가봐.
길거리에 나뒹구는 싱그러운 풀때기도 아직은 어색해서 그래.
네가 초록색을 좋아했던 그런 사실이 기억나서는 아니고
그냥 푸릇한 느낌이 너를 닮아, 그게 묘하고 순수하게 느���져서 그래.
나를 무던히도 아껴주던 사람,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던 꼿꼿한 너를 닮은 빛깔이 나에겐 너무 벅차서.
초록색은 조금 어려워.
-Ram
*초록색
1. 나의 눈이 사랑하는 초록의 계절이 온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초록빛의 나뭇잎들과 새파란 하늘이 만나는 장면을 좋아한다. 햇살을 받아 살짝 투명해진 나뭇잎과 그렇지 않은 진한색 나뭇잎들이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을 좋아한다. 괜시리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쨍한 색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고 싶은 초록의 계절.
2. 봄을 맞이해서(는 사실 핑계고) 안하던 것을 해보고 싶어서, 굳이 가까이하지 않았던 샛노란색 아이폰케이스를 사서 끼웠다. 이런 쨍한 노란색케이스는 처음이라 2주일이 지난 지금도 낯설다.
3. 초록색하면 떠오르는게 또 있다. 작년에 유튜브에서 처음 보았던,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행복하게 노래부르던 백예린.
4. 생화보다 예쁜 조화는 없다. 주말에 모던하우스에 가서 조화 코너를 보고 또 보다가,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소리.
-Hee
*초록색
파란 하늘에 초록색 나뭇잎들이 무성했다. 나란히 걷던 그 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 행복이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가 않았다.
행복과 기쁨이 충만했던 순간 순간들이 시간이란 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내 기억에서 사라지는것 같았다. 나에게 남은 기억의 한점이라도 더 부여잡고 싶었다. 떠내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너에게 받은 소중한 행복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 싶었다. 다른 시간대의 나와 너에게도 그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글을 써야만 했다.
-Cheol
*초록색
1.
꽃잎들이 싱싱한 색으로 생명을 다해갈 때에도 초록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늠름한 초록이다. 이끼의 눅눅한 녹색과 해 비친 나무의 발간 연둣빛 그라데이션 모두 욕심 없이 제자리에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창밖엔 초록이 늘 있다. 열대 우림 같은 울창함은 없어도 곁에서 늘 필요한 만큼의 안정을 주는 초록이 나는 필요했고 공원 옆의 집을 고집하는 이유 역시도 초록.
2.
비가 오는 날 초록이 조금씩 더 짙어질 때 나도 덩달아 그 싱싱함에 동화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가 내리치던 울릉도의 원시림에서, 텐트 폴이 부러질 만큼 매서운 비바람이 불었던 통영의 섬에서, 비옷을 입고 모터사이클을 탄 채 한참을 달려 도착했던 랑비앙에서도. 나뭇잎마저도 숨을 거칠게 내쉬는 듯한 거대한 생명의 가운데 내가 있을 때, 몸이 휘청이는 비바람 속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낄 때가 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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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소비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은 퍽 나쁘지 않은 핑계이자 좋은 변명이다.
자꾸자꾸 새어버리는 수많은 감정들이,
좋은 것 나쁜 것 할 것 없이 그냥 자꾸 흘러서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다.
요즘이 그렇다.
거짓말이라고 넘겨버리던 광고를 붙잡고 결제를 누르는 것도
자주 입는 하늘색 블라우스를 카라 모양별로 자꾸 사버리는 것도
엊그제 사두었던 향수를 개봉하기도 전에 또 다른 향수를 고르는 것도
자꾸만 뭔가 공허해서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그렇다.
이대로 '나'라는 사람이 '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그냥 어느 회사의 사원이거나 어느 동네의 주민이거나 그런 껍데기로만 남게 될까봐
자꾸만 뭘 채우고 싶은 감정이 든다.
-Ram
*소비
1. 친구들을 만날 때나, 예쁜 구두를 봤을 때의 3만원, 5만원, 10만원과, 부모님께 드리는 3만원, 5만원, 10만원은 왜 이렇게 무게가 다른가.
2.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개발이나 공부를 한다거나, 읽고 싶다고 하는 책이 있다면 아낌없이 꼭, 사줄꺼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독서시간을 꼭 마련해서 나란히 앉아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여줘야지. (마음처럼 될까)
3. 러닝시계를 강력하게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알쏭달쏭하네.
4. 이런 기분을 느낀지는 꽤 오래 전부터인데, 예쁜 블라우스나, 비싼 자켓이나, 사고싶었던 가방보다 나이키에서 운동복을 사는 내 모습이 너무 어른같아서 이상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코트보다 비싼 것도 아니고, 블라우스보다 화려��� 것도 아닌데. 뭔가 어색해. 아직도. 이제 뭔가 할 거 다 하고 사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Hee
*소비
살다보면, ‘내가 왜 살고있을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나는 왜 존재할까?’
문득 이런 엉뚱한 질문들을 던져보게 되고, 쉽고 명쾌하게 대답할만큼 쉬운 질문이 아니라 금새 뚱해지고는 한다.
공부는 왜 할까? 학교는 왜 갈까? 일은 왜 할까? 돈은 왜 벌까? 돈은 왜 쓸까?
일단 먹고 입고 자고 교육받고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좋은걸로 많이 소비하기 위해서 바쁘게 살다 보면 사실 저런 질문은 생각할것도 없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절대적으로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단순히 남들보다 더 많이 먹고 입고 자고 교육받고 물려주는것만이 우리 삶의 답은 또 아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나답게 소비하는 습관. 그 시간들을 모으고 모아 더 이쁘게 살아보자.
그렇게 내 삶의 시간들을 예쁘게 채워보자.
-Cheol
*소비
행복은 더하는 것인가 덜어내는 것인가.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들은 나를 갉아먹으며 순간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었지만 지금 텅 비어버린 나는 행복에 영영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 같다. 갈망할수록 점점 더 피폐해지는 것은 행복의 속성인가. 소비한 만큼을 환원 받을 수 있다는 정직한 생각으로 나 하나 정도를 소모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애초부터 아니었을까. 행복은 순전히 자기만족일 뿐이라던 말을 순진하게 믿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몸을 내던져 곤죽이 되었어야 했는데. 일단락된 행복의 찌꺼기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선은 아무것도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일들에 집중하고 싶다. 잡히지 않는 두서를 골똘히 생각하는 일, 숨을 느긋하게 쉬는 일. 해가 질 때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일. 조금도 무엇도 바라지 않는 일.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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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선잠
일요일 늦은 아침, 해가 너무 중천에 올라서 볕이 살랑살랑 눈가에 일렁일 때
사그락하는 투박한 손이 이마를 쓸어넘긴다.
아직 꿈인듯, 아닌듯 모호한 경계 속에서
당신의 손길은 현실에 남아 꿈길을 걷는 나를 잡아당겼다.
눈 뜨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달콤한 낮.
잠들지 않아도 이 손길을 욕심내고파서 아직은 깨기가 싫은걸요.
오래도록 이 따스한 날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꿈에선가 얘기했다구요.
-Ram
*선잠
1. 그런 기분 알려나, 주말 후 다음 월요일에 회사를 가면 자잘한 업무부터 중요한 업무까지 나에게 모두 쏠릴 것이라는 걸 아는 기분.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도무지 막을 수 없어 결국 내가 다 해야 하는 그런 기분. 그럴 땐 주말에 늦잠을 잘 수도 없고, (잠이 안오기 때문이지) 이렇게 머릿 속이 복잡하면 대게 주말 오전에 선잠을 자는데, 머릿 속에서 예상하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선잠을 든 나의 꿈에 개꿈으로 나타난다.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기분만 괴상한거지. 이게 지난 주 바로 내 모습이다. 이럴 땐 주말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누군가 들으면 소중한 주말을?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답답한 주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으로 행복한 주말을 보내려면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차라리 빨리 월요일 아침에 눈을 번쩍 떠서 눈을 부릅뜨고 전투모드로 회사에 출근해서, 막을 건 최대한 막고, 처리할 건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 이게 나의 마음이다.
2. 주말 오전에 참으로 답답하고 잔 것 같지 않고, 개운하지 않은 선잠을 잘 바에야 그냥 이불을 세게 차고 일어나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있다. 책을 읽던지, 공부를 하던지, 운동을 하던지, 글을 쓰던지, 책을 사던지, 몇 달 전에 구매한 비행기 티켓을 떠올리며 여행준비를 하던지. 뭐 그런것들 있잖아.
-Hee
*선잠
1. 조용한 작업 공간.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너의 모습. 사뿐이 외투를 둘러주고 좀 더 작업에 속도를 낸다.
"깼어?"
눈빛이 마주치자 환해지는 우리 모습.
2. 침대에 누워 한동안 뒤척이던 그는 마음속에 쌓인 걱정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결국은 또 무의식중에 자리에 앉아 고개숙인 채 자고말았다.
"또야?"
눈빛이 마주치자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그였다.
-Cheol
*선잠
외부로부터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 모습을 남들이 알아차리는 것이 두려운 사람과는 되도록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다. 관계의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이 바라는 따뜻한 행복에 동조하는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덜 고생하면 선잠에 든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은근한 애정이 그를 선잠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에 애처로웠지만 내가 슬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뒤척이고 앓으면서도 잠에서 깨지 않으려는 이의 밤을 지켜줘야 할 이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이미 내 안에는 조금도 없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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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긴장
서로 아무 말 없이 손에 쥐어진 것만 깨작거리길 몇 분 째였다.
같은 공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우리가 불쌍해보였는지,
테이블 위의 컵이 어떤 과학 법칙에 의해 툭, 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깨지고야 말았다.
우리가 말 없이 보낸 시간이 꽤 길었나보다.
컵 속의 얼음도 녹아버리고, 물이 흥건하게 내려와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진 것을 보고도
아- 잔뜩 놀란 것은 종업원 뿐이었다.
뭉그적 거리며 자리를 옮기는 너와, 몇 방울 튀어오른 음료를 닦는 나에게
일말의 긴장도, 놀람도 없다는 것이 무엇일까.
깨어진 컵이나 우리의 오늘이나 다를 바가 무엇이냔 말이야.
-Ram
*긴장
1.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보다, 무대 위에 올라가기 바로 직전인 무대 뒤가 더 긴장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잘할 꺼면서.
2. 예전보다 넌 너의 세계가 많이 편안해진 듯 보였다. 대화 속에 자신감이 새어 나왔고, 부분부분 여유가 묻어 나왔고, 조금 더 대담해졌다. 너의 달콤한 말들 속에서, 긴장하지 않으면 아무 생각없이 마냥 너의 말대로 널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내게 따뜻함과 희망만을 심어주는 너에게 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3. 아닌척 하면서도, 그러지 않아 보였어도, 사실은 종종 흘러가는 시간에 긴장하고, 새삼 옳지 않은 선택은 아닐까 긴장하고,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 긴장하고. 얄궂은 너의 눈빛에 긴장하고, 시기와 타이밍의 존재를 의심하며 긴장하고, 마음이 들킬까 긴장하고, 넘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내가 빠를까 버스가 빨리 올까 긴장하고, 너에게 어떤 답장이 올까 긴장하고, 나의 못난 부분이 보이진 않을까 긴장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해 긴장한다.
4. 무엇을 보고, 듣고, 읽고 자랐냐에 따라 바뀌는 것은 분명 있다.
-Hee
*긴장
양지바른 햇볕에 잘 건조시킨 이불. 그곳에 엎드려 새근새근 쉬는 시간. 날씨가 더울까싶어 쉬이 쉬이 저어주시는 부채질 바람. 무엇이 그리도 이쁜건지 혹은 걱정되시는건지 쓰담 쓰담 내 등을 연신 쓸어내리는 손바닥의 체온.
모진 세상 풍파 걱정은 하나도 ���었던 평온했던 시절.
이내 그 시절은 폭력과 아픔으로 얼룩지고, 무의식중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낯선 손길에 연신 움찔대는 가련한 이가 되고말았다.
-Cheol
*긴장
할 말이 있다는 문자를 보내고 잠시 뒤 전화가 오기까지, 당장에라도 치어버릴 만큼 가까이서 나를 덮쳐오는 트럭 앞에 선 것 마냥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나를 생각했다. ‘나 부산으로 가게 됐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 냉정하게 뱉어내려고 연습했던 말도 역시 나오지 않았다. 일단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겨우 하고나서 내가 느낀 건 안도였는지, 후회였는지 아니면 둘 다 아닌 무엇이었는지. 태풍이 지나간 뒤 서울은 추웠고 부산은 더웠다. 만나서 우리가 종일 했던 말은 고작 300km 거리, 비행기 타면 겨우 30분 거리, 외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라는 거짓 위안의 말들이었고 바로 다음날 내가 부산에서 느낀 사소한 날씨의 차이는 그런 위안들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거대하게만 느껴진다. 어떡하면 좋을까. 녹색이던 보행신호는 지금 주황색으로 점멸하고 있다. 그 다음은 적색이 될지, 다시 녹색이 될지. 앞에 서서 멍하니 기다리는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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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몰입
01.
그런 날이 있다.
나만의 세상에 퐁당 빠져서는, 숨을 어떻게 쉬었는지 고개를 어떻게 가로저었는지도 의식하지 못한채로 지내는 날이.
02.
좋아하지 못하는 것을 좋아해야만 한다고 강요 당할때의
그런 억지스러운 감정의 행태.
03.
생애 첫 몰입은 포켓몬 빵 스티커를 모았던 때였는데,
그때는 빵도 스티커도 모두 부질없는 대로 좋아했다.
10개도 더 있었던 못생긴 캐릭터가 나와도 우리 반에서 나만 가지고 있던 희귀 캐릭터가 나와도
그냥 그걸 모으는 내가 좋았던 때였다.
그 인기가 시들해질 때 즈음 애지중지하던 스티커모음판은 거짓말처럼 쉽게 내팽겨쳐졌고
우리는 아주 쉽게 또다른 무엇인가를 모았다.
그런 것이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아끼고 버려지고.
또 지나가고.
-Ram
*몰입
1. 어떤 일 따위에 집중을 하면, 잔뜩 예민해진다. 이번엔 그러지 말자며 다짐해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날카로운 나를 발견한다. 예민함은 날 삼키려들고, 여유는 긴장뒤로 숨어버린다. 아직 내가 서투르기 때문이겠지.
2. 몰입하면 할수록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매 시간마다 할 수는 없지만 의심이라는 것도 해보고, 경계라는 것도 해보고, 때론 최대한 지독하게 객관화를 시켜보기도 한다. 사실 이러는 이유는, 몰입의 상태에서는 방어체제가 없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 경우 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3. 그 당시 넌 내게 몰입했지만, 난 너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난 너에게 몰입할 자신이 없었다.
4. 7~8년전,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얼굴만 기억나는 동료에게 빌려줬었다. 사실 난 그냥 한번 읽어보라고 (빌려) 준 건데, 그 동료는 그 책을 아예 선물로 준 거라 착각했는지, 다시 그 책이 내게 돌아오진 않았다. 오만하게도 나는, 내가 읽었으니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으며, 다시는 들춰보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하며 그 책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정말 매우 오만하게도. 지금 그 책은 어디에 있을까. 아직 그 이름모를 동료가 가지고 있을까? 그 동료의 집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까? 아니면 중고서점 어딘가에서 다음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까? 먼지가 수북히 쌓인 창고 따위에 있을까?
5. 사람은 멍청하다.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고 하며, 굳이 그것들을 알아버리곤 잔뜩 신경을 써버리고, 굳이 신경쓴 그것들은 쓸데없이 마���만 휘저어버린다. 굳이 휘저어진 마음따위는 그 상대방에게 프레임만 씌워버린다. 굳이 씌워진 프레임은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는다. 정말 사람은 멍청하다.
6. 아끼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면, 그 스트레스요소를 제거해버리고 싶어진다. 사실 조금만 생각의 틀을 바꾸면 어떨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하면 어떨까, 나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데, 그러면 그것들은 조금 널 괴롭히지 않을텐데, 라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주제넘는다고 생각하거나, 강요를 한다고 느끼거나, 그냥 내게 그만 말하라는 느낌이 확 들게 알겠다고 한다. 난 단지,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싶었을 뿐인데, 옳지 않은(사실 옳은 것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또다른 스트레스를 더해 주고 있었다.
-Hee
*몰입
살다보면 이따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온전한 몰입을 경험하는 때가 있곤하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TED강연에서는 무아지경의 몰입을 경험하는데 10년 정도의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약간의 몰입상태는 기꺼이 즐기는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경험하기도 한다.
몰입 상태에 대한 일곱가지 조건
몰입은 강렬해지기 시작하면 무아지경으로 인도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매 순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즉시 피드백을 받는다. 해야할 일이 어려워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있으며 시간 관념이 사라지고 자신을 잊어버린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란 어떠한 것일까? 그런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을 선망하면서도 그러한 미래로 나아가는 현재가 견디기 힘든 때도 있다. 나에겐 요즘같은 때. 이런저런 주변상황이 견디기 힘들어 자신을 놓고싶어 지는 때. 나 자신을 애써 붙들고 버티고 있다. 냇가에서 발견한 곱게 다듬어진 돌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놓지 마라. 견디면 시간이 다듬어 준다"
-Cheol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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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간격”
*너와 나의 간격
마음이 닿기를 바랐던 시절이 있었다.
하얀 피부며, 까만 눈동자 같은 것들이 나만의 것이기를 바랐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하나의 인연이 되었던 것은, 잠깐의 우연과 찰나의 용기 같은 것들이 덧대어져 억지로 끌고 온 시간 덕이었다.
빨간날이 다가오면 구태여 너와 약속을 잡지 않았더라도 너를 볼 수 있단 생각에 들떴고
하루가 조금 빨리 마무리 되는 날이면 네 흔적이 가득한 너의 집에 꼭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 시간의 절반 이상은 너를 향해 있었지만 네 시간의 대부분 역시 너를 향해 있었다.
우리는 딱 그만큼의 간격을 유지하며 위태로운 관계를 미루고, 끌며 흩뜨려 놓았다.
그 정도의 간격을 밀어내지 못한 채,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가여운 시간들을 묻어버리는 날들.
-Ram
*너와 나의 간격
알고 있다. 어느 때 얼굴을 붉히게 되는지. 어떤 주제에 아둔한지. 어떤 질문에 정색아닌 정색을 하는지. 어떤 문제에 삐걱대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아주 닮지도 않았으며, 어느 부분에선 감정의 각도가 첨예하게 다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의 슈퍼맨이 될 수 없으며, 산타할아버지도 될 수 없다. 우리는, 뾰족하고 정확한 독심술이 있지도 않으며, 그저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여 판단하고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경험일지라도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과거와 같게 행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 시점의 그들도, 우리도, 모두 사라졌기에 경험이 모든 것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없다. 가치관을 미워하기엔 사람을 미워할 수 없으며, 했던 행동을 타박하기엔 현재의 가치가 자칫 녹슬어 버리게 된다. 다만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르면 ��� 좋겠지만, 딱히 아니여도 좋다. 아직 앞엔 바다같은 시간이 있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하다보면 엇갈리지는 않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고, 해보고 싶은 말들도 많기에 그것들은 끝없는 동력이 된다.
-Hee
*너와 나의 간격
내가 가장 행복할 순간을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에게 존재하는 결핍을 채워가는 시간이 고되게 느껴진다. 나에게 존재하는 결핍. 그 것이 모두 채워지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나 답지 못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지금 내 상태와의 간격. 그게 바로 나와 너의 간격인것일까? 단순히 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아냐, 아니지. 내가 선택하고 걷고있는 지금의 내 일을 잘해야하기도 하다. 또한 가족도 중요하다. 단순히 어느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행복의 균형이란게 참 어렵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잘 돌보지 못했다. 20대에 들어와 불만인 순간들이 많았고 불공평한 세상이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나의 삶을 이끌어 가는 느낌. 나의 결핍들을 스스로 채우며 메우고 다져서 차차 디딤돌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조금만 더 날 돌보자. 내 사소한 욕심들을 나를 돌보는 일들과 분별하는 사람�� 되자.
한움큼 한움큼 밧줄을 잡아당기듯, 너와 나의 간격을 좁혀간다.
좀 더 힘차게, 좀 더 자신있게,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이렇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간다.
-Cheol
*너와 나의 간격
어느 틈인가 마음의 간격이 얼마큼 멀어진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어쩐 일인지 네가 떠나고 난 자리를 나는 맴돌았고 그 자리에서 보는 너는 달처럼 멀리 있는데도 잘 보였고 가끔은 사라지기라도 한 듯 희미해졌다가 어느 때보다 거대해져 나타나곤 했다. 다가갈 수도 차라리 멀어질 수도 없는 나는 자꾸만 고립된다. 서로의 시간이 얽히지 않은 채 오래 흘렀고 너의 빈자리가 못내 외롭기만 한 내가 조금 더 윤택해지려 했던 모든 노력들은 그렇게 나를 고립으로만 내몰았구나.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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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도란도란 프로젝트
1. 유일한 나의 꾸준함.
살면서 누군가 아주 오래 무언갈 한 적이 있느냔 말에 대답할 수 있는 나의 것.
2. 사실 오롯이 나의 것은 아니지만 몽글몽글한 각자의 감정이 곧 나만의 것인 느낌.
그런 복잡미묘한 일요일이 되는 느낌이 꽤나 즐거울 때가 있다.
3. 누군가에게.
어쩌면 표현의 공간이면서 감정의 배설이 되진 않을까 고민했던 날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Ram으로 읽어주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는 도도프(애칭)를 지독하게도 끈질기게 붙들어 주었고
누군가는 그런 도도프를 계속 아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20대와 30대, 그리고 모든 감정과 글이 여기에 녹아있어서,
길을 잃는 과정에서도 아주 약간은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한 우리라서.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어서.
-Ram
*도란도란 프로젝트
1. 우유, 여름, 귤, 향기, 가을의 전설, 손톱, 사탕, 신기루, 꿈, 밥, 염색, 연필, 눈빛, 선인장, 손가락, 달리기, 정리, 비, 시계, 바람, 국가, 밤, 맥주, 가로등, 위선, 메모, 얼음, 단발머리, 야망, 잠, 비행기, 입술, 우산, 결혼식, 기차, 인연, 짐, 감기, 안개, 달력, 집, 물방울, 겨울, 콩, 30분, 만약, 여행, 동생, 지갑, 진짜, 내 인생의 물음, 소세지, 같으면서도 다른, 버스,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식사 혹은 술자리에 대한 기억, 발자국, 발, 스케치북, 운동화, 영화, 특별함, 환절기, 토마토, 도전, 질투, 수영, 할아버지, 항상, 자유시간, 서울, I'm Not The Only One, 양말, 흔적, 게으름, 행복한 아이들, 이메일, 배신, 이상형, 개떡, 이불, 방황, 장마, 복숭아, 너의 의미, 낚시, 산책, 팔찌, 추천, 기다림, 오빠/형, 여자, 벽, 전화, 커피, 11월, 낭만, 변명, 만족, 꽃게, 100, 상실, 거짓말, 끝, 지나간 말, 사회, 준비, 별, 타이밍, 너, 시샘, 졸업, 일차원, 도구, 고집, 지금, 소란, 위로, 우울, 등산, 아무도 모르게, 과거, 대화, 두려움, 상자, 친구, 고요, 순간, 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아픔, 용기, 마음의 방향, 꽃다발, 돌아보지마, 어느새, 이사, 믿음, 애정, 열대야, 가을냄새, 편지, 빙수, 여유, 남겨진 것들, 카레, 언약, 반성, 우리, 눈을 뜨면, 회사, 혼밥, 치열함, 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소개팅, 연말, 독감, 침묵, 변덕, 초밥, 홍차, 안녕하세요, 상상, 혐오, 괴물, 환기, 이쁨, 레시피, 초심, 동그라미, 분노, 소원, 마감, 숙취, 불만, 그늘, 거리, 잘한 걸까, 아이, 먼지, 문턱, 잊지말아요, 택배, 억지, 바닥, 궁금증, 호흡, 라이프스타일, 선을 넘는 것, 너와 나의 간격, 숙면, 구름, 멍, 훌훌 털다, 타로, 의도, 레모네이드, 절실, 일상, 영원, 삶의 선택, 붕어빵, 현실, 숲, 병, 찬란한 계절, 반짝임, 정, 적응, 열매, 장갑, 선택, 사생활, 그거 아세요?, 몰입, 내일, 하기 싫다, 살다보면, 속사정, 건조함, 콩, 가능성, 불행, 오늘, 사고, 양화대교, 합의점, 중심, 강아지, YES, 순대, 신뢰, 플레이리스트, 손수건, 무게, 첫 출근, 눈치, 재정비, 질문, 가뭄, 피서, 상사, 착각, 긴장, 키, 팥빙수, 방어, 아침, 고속도로, 찰떡, 홀릭, 청소, 욕심, 답답함, 기간, 뽁뽁이, 무드, 첫눈, 사연, 기준, 유혹, 크리스마스 이브, 처음처럼, 잔상, 낭비, 단감, 과자, 꿈자리, 늦잠, 핫초코, 무미건조, 결, 소비, 케첩, 초록색, 선잠, 사계, 연결, 깍쟁이, 현금, 회식, 새벽, 실수, 사고, 소설, 비타민, 허전함, 자리, 백색소음, 열정, 시선, 돌담, 존재, 오전 9시, 맛, 구두, 장담, 해바라기, 태풍, 3, 길, 결핍, 시절, 한약, 조각, 궤변, 기회, 아픔, 아까움, 자정, 부끄러움, 격세지감, 분석, 선물, 한계, 돌아오지 않는 것, 자연스럽게, 셀카, 변화, 속마음, 사랑의 온도, 마스크, 후유증, 흰양말, 동상이몽, 방정리, 매력, 킹크랩, 불필요한 소비, 소주, 걱정, 마늘빵, 도박, 시간, 계획, 먼 사이, 바라만 봐도, 염증, 자취, 침대, 구겨지다, 얼룩, 자격, 병아리, 사이즈, 거울, 화, 소파, 주말, 월요병, 현타, 어떻게 이��까지 사랑하겠어, 그날의 분위기, 강요, 미니멀리즘, 닭죽, 사라진 것들, 조명, 확신, 망고, 전투태세, 양파,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거스르다, 호캉스, 입대, 구독중, 공허, 동심, 개코, 아 속 시원해, 치킨, 연애상담, 면접,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마라탕, 집들이, 왕만두, 그만두겠습니다, 노랑, 불가능, 거절의 방법, 줄까 말까, 성숙, 수치심, 작은 변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핸드폰, 원망, 버블티, 생각해 봤는데, 조립, 시골, 바퀴, 대체 불가능한, 목표, 합격, 샤워기, 요즘 어때?, 물욕, 묵인하다, 고작, 과일바구니, 도쿄, 김, 해롭지는 않습니다, 가방, 그리고 이번 주 주제인 도란도란 프로젝트라는 주제까지.
2014년 1월 12일부터 지금까지 400개 이상의 주제들로 매주 거르지 않고 글을 써왔고, 서울, 평택, 제주도, 뉴욕, 대전, 춘천, 수원, 군포,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글을 올렸다. 같은 주제지만 네 명의 멤버들 모두 생각하는 방식이나 느끼는 부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매주 멤버들의 글을 기다렸다. 여전히 나는 멤버들의 글을 기다리며 설레곤 한다.
예전 글을 읽다 보면 그 시절의 고민, 그때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데 종종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지금 다시 읽다보면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들도 여럿 있어서 같은 글이지만 내가 놓인 현재 상황이나 현재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글의 신비로움이란.
2. 누군가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글을 정독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나를 알기 전 나에 대한 선입견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쓴 글들을 읽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별 다른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3. 누군가는 마치 도란도란 프로젝트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 줄 아는 것 마냥 내 시간을 보장해 주었지만, 누군가는 도란도란 프로젝트가 자기 자신보다 중요하냐며 내게 물었었다. 물론 난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대한 내 생각을 입 밖으로 단 한 마디조차 꺼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4. 도란도란 프로젝트 멤버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갈등이 느껴지는 글, 시간에 쫓겨 어렵사리 겨우 쓴 글, 어떤 상황에 대한 마음을 애써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토로하듯 써 내려간 글, 명확한 수신자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미처 전하지 못한 글 등 그들의 많은 마음들이 온전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정말로 마음이 동해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별 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 상태로 보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5. 지난 8년 동안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읽은 독자들이 내게(그리고 멤버들에게) 종종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오곤 하는데, 그 응원의 메세지가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때로는 어디에도 말한 적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진실되게 쏟은 적도 있었고,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내 일처럼 쓴 적도 있었습니다. 끝끝내 발신하지 못할 편지를 주제를 빌려 쓰기도 했고, 어떠한 순간의 단편적인 마음과 기억들을 일기처럼 많이도 써냈습니다. 그게 어느새 육 년째입니다. 저에게는 꽤 놀라운 일입니다.
매주 짧은 글 하나를 쓰는 일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처음에는 쉬운 편이었다가 이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지금 쓰는 이 말이 언젠가 똑같이 했었던 말 같기도 하고, 그 언젠가에 했었던 말을 완전히 반박하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글을 쓰다가도 자주 잊어버리게 됩니다. 글이 길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면 분에 못 이겨 주제를 포기해버린 적도 꽤 있었죠.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거나 아주 없었던 주제를 만나면 글이 참 쉽게도 나오는 반면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주제, 할 말이 너무나 많았던 주제를 만나면 글이 일요일 저녁 영동고속도로만큼이나 정체됩니다. 이번 주제가 저에게는 딱 그런 주제입니다. 할 말이 너무나 많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마당에 이십대의 절반 동안, 매 주마다의 단편적인 제 모습이 기록된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또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늘 행복하세요.
-Ho
*도란도란 프로젝트
누구든 각자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누구는 누군가의 움막이 되고, 누군가의 지붕도 된다. 새로 올라가는 움막도 있고, 이제 허물어지는 곳도 있다. 벽이 두꺼우면 어떻게든 뛰쳐나가 혼자가 되고싶다가도 냉랭한 바람에 노출되면 지난 곳을 돌아보는 날도 있다. 자신만 쏙 들어갈만한 침낭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두 사람의 공간을 위해 단촐한 기둥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며, 너무 큰 기둥을 세우느라 그 아래 깔리는 사람도 있다. 익히 잘 알려진 황경신 시인의 <거리>라는 시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어야 // 당신과 나 사이에 바람이 분다 // 당신과 나 사이에 창이 있어야 // 당신과 내가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모순되게도 사람은 거리가 있으면 열을 다해 거리를 좁히려 드는 존재다. 그렇지만 붙이려 노력한 사람만이 적절한 거리를 알 수 있다. 바람이 분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바람이 멎는 시간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적절한 거리란 결국 붙을만치 가까워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글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좋은 글. 세상에 글이 많아질 수록 좋은 글을 찾기가 어렵다. 좋은 글의 양도 늘어나겠지만 그 글을 찾는 피로감이 물에 불듯 늘어난다. 내가 ���은 이 곳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이들을 위해 작은 타일이라도 한 장 나를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다면.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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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 542번째 주제 "수프"
"수프"
*스프
급식 때 늘 돈까스가나오면 국 대신 하얀 스프가 나왔다.
그때의 스프는 아마 가루를 물에 갠 소고기스프 그랬던 것 같다.
약간 되직한 느낌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라 싫어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흐르고 경양식 식당에서 맑게 갠 스프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너무!
달큰한 향도, 고소함도 모두 너무 완벽했다
그 때부터 스프는 내게 맛있는 음식이었다.
버섯도 호박도 계속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간다.
싫었는데 좋아지다가, 무뎠다가 이내 예민해지고 그래버린다.
14살의 나도 34살의 나도 계속 달라지고 변하고야 만다.
스프같은 게 맜있어져서 그래.
-Ram
1.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나가야 직성이 풀렸던 그때, 구글맵으로 이미 눈여겨봐둔 카페를 찾아갔다. 당시 머물던 곳에서 여러 블럭 걸어야 되는 곳이었는데 마침 추적추적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에코백에 책을 넣고 그렇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늘 자주 갔던 방향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낯설었지만 몇 번이나 구글맵을 확인하면서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더 넓었고 서양인들이 은근히 많아 갑자기 발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두툼한 메뉴판을 열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메뉴판 한 쪽 면이 전부 수프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고, 창밖에 비가 내리니 오랜만에 따뜻한 게 먹고 싶어져서 바로 카운터로 달려가 캐럿펌킨수프를 주문했다. 그리고 메뉴판에 수프 옆에 사워도우인지 바게트인지 모를 빵이 있길래 제발 맛있는 사워도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일단 빵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가져온 책을 꺼내고 몇 장을 읽고 있었는데 직원이 수프를 서빙해줬다. 생각보다 수프를 담은 그릇이 굉장히 컸다. 수프를 한 술 떴는데 역시 수프는 실패하지 않았고 바라던 사워도우 대신 바게트가 나왔지만 따뜻하면 뭐든 맛있으므로 식기 전에 야금야금 열심히 뜯어먹었다. 그렇게 앞으로 일어날 다채롭고 다이나믹하고 정신없는 일들을 모른 채 비 오는 어느 평화로운 날을 즐기며 수프와 빵을 먹고 있던 내가 있었다. 그 카페를 내가 한 번밖에 못 갔다니. 다음 번엔 꼭 가게 이름을 딴 브로콜리수프도 먹고 말리라.
2. 요즘 진한 토마토수프가 먹고 싶은데 왜인지 모르게 토마토 페이스트를 사는 건 싫다. 그냥 집에 있는 토마토 다 넣어서 수프로 만들어버릴까?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올까? 근데 사실 저 토마토들은 그냥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수프는 역시나 통조림을 통해 만들어져야겠지? 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그냥 열심히 토마토만 먹고 있는 요즘이다.
-Hee
*수프
가스파초를 처음 먹어본 곳은 제주도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페인에서 차갑게 만들어 먹는 스프. 나는 스프가 차가울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한 번,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파프리카, 오이의 향이 어우러진 맛이 대단히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신선하면서 맛있게 느껴진다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놀랐었다. 불볕더위에도 콩국수, 냉면 같은 차가운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였는데 먼 나라의 냉 스프 한 접시에 나는 스페인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은 스페인에 감사 인사를 올리러 한 번은 와야 할 것이란 선고를 당했던 것 같다.
가스파초는 한여름이 생각나는 맛이다. 토마토, 파프리카의 가격이 너무나 많이 올랐지만 가스파초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두고 며칠이나 먹는 정도의 얌전한 사치는 허용해도 될 것이다. 달리기에 미쳐 사는 요즘이라 뜨거운 여름이 더더욱 두려워지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 반갑게 기다려지는 이유는 가스파초를 만들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Ho
*수프
삿포로에 여행을 갔는데 유명하다는 스프카레를 못먹었다. 삿포로는 진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여행지다. 일본에 굳이 여행을 가고 가서 돈쓰는게 마음이 아직은 편하지는 않은데 삿포로는 꼭 다시 가고 싶다 생각했다.
눈이 오고 추운날씨지만 왠지 포근했던 그곳에 다시 가고싶다. 그땐 꼭 스프카레를 먹어야지. 가이드 말로는 브로콜리 튀김을 꼭 추가하라고 했다.
세상은 넓고 우린 아직 젊다. 가고싶은 곳이 많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유롭기 위해 지금은 투자하는 기간으로 삼자.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의외로 빨리.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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