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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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1point · 11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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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아침 5시나 5시 30분이면 일어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진 지 2년이 넘었다.
이런 루틴을 가지게 된 건 직업 때문이었다. 3교대 근무인 대학병원에서 1년 넘게 데이 근무를 했다.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했고 집과 회사는 거리가 있어서 버스 첫차를 타야 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지. 일어나려면 밤 9시에는 누워야지,
병원을 옮기고 9 to 6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도, 습관이란 건 무서운 거더군, 아침 5시면 눈이 떠졌다. 러닝을 시작했다. 조깅을 하고 출근을 하고 일하고 또 또 일하고 들어오면 지친 몸에다 영양소를 집어넣고 누우면 밤 9시였다.
내 일상은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아침 30분 달리기와 30분 정도의 스트레칭(명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하면 시트콤 수준으로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순간이 잦다. 7월 초에 이사를 왔다. 이사 전, 이사 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잖은가. ���심히 준비한다고 했음에도 도시가스를 깜짝하고 신청하지 않아 3일 전까지 온수를 쓰지 못했고 비로소 어제 비데를 쓸 수 있었다. (낡은 집이고 부엌 쪽 전력이 부족해서 정수기 설치하러 온 기사님과 전력이 부족한 부엌에다 정수기를 설치하며 이 집의 전력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따금 난 두 어른을 생각한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말이다. 그 둘은 일단 하루를 포기하고 시작했다. 스스로 정신이 나가게 내버려둔 건데 한쪽은 신체적인 폭력을 당할 위험 때문에, 한쪽은 허술하게 쌓아놓은 모래성이 단박에 무너져버릴까 불안해해서 더 큰 위험 안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들이었다. 자기네끼리 그러고 살면 될 일이지만 슬하에 자식을 셋이나 낳았다. (왜 이런 부부는 섹스를 자주 하는 건가. 섹스를 통해 불안을 잠식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정신이 꽤 또렷한 셋. 자식들은 커져갔고 이후에 이야기는 꽤나 끔찍하다. 난 세 남매 중에 가장 그 둘을 닮았다. 그들의 정신병을 내가 겪어봤기에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끔찍한 것이다. 난 대물림이 무섭다. 어떻게든 부지런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부모의 무능함이 있었다. 저 둘을 가장 닮은 내가 경계하는 건 게으름인 것이다. 그래서 뭐든 한다. 눈떠있는 시간 동안에는. 할 게 없으면 밥반찬이라도 만든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부모에게 벗어나 살겠다고 각오한 지난날이 있었다. 각오는 각오로 빛날 뿐, 희생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들을 내 뒷덜미를 잡는 성가신 존재로 성장시켰다. 그럴수록 병은 더 악화됐고 나는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미치광이로 변모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인파 속에 섞여 선착장으로 향했다. 표를 산다. 큰 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부두로 들어온다. 직원이 길을 터줘 배가 올랐다. 서서히 움직인다. 바다를 가르는 이 항해가 마음에 들어 반대편에 도착할지라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평생 타고 다닐수는 없는 일이겠지? 직원이 내려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겠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방금 세탁 종료 음이 울렸고 이제 빨래를 널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탁기 돌리고 1시간 동안 쓴 글이다.) 이제부터 우당탕탕 시트콤 하루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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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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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별 도리없이 인정해야겠지. 나는 그릇이 매우 작아. 작은 슬픔에 푹 잠겨 젖고 작은 성취가 자랑스러워 벅차고 작은 말에 내 세상을 다 주었다가 단 한 번의 되물음에 마음을 접는 날들을 겪다보면 이 작은 찻잔만한 마음들이 얼마나 많은 갈래로 나를 방향전환 해왔는지 돌이켜보게 되지. 큰 그릇을 우러러보던 내가 어쩌다 이다지도 잘게 쪼개진건지 한탄스러워. 이 작은 마음 안에서도 저 많은 소재들이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차지하지 못하고 춘추전국시대처럼 저마다 소리를 높이는 많은 날들엔 가끔 어떤 영웅적인 마음 하나 가진 낭만적인 독재자를 만들어내고 싶어지기도 하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게 어디있을까. 나는 손쉬운 영달을 밀어두고 다시 오합지졸의 감정들을 다스려봐. 어느 하나 멸종 되면 안될 이다지도 다양한 감정의 배합물들, 이런 미지근하고 이도저도 아닌 감각과 너무 사소해 섬세한 지표들. 이것들이 모여있는 이 나이의 나는 지금 이외의 시간엔 살아있지 않아. 오늘 겪은 일이 나를 바꾸고 어제와 문득 떠오른 6년 전 어떤 말 한마디가 겹쳐 또 다른 합성물로 잔류를 결정해. 나의 체성분은, 체감각과 체온도 체지표 는 쉴새없이 변하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잔류하는 것들의 퀄리티체크. 너무 나쁜 것들은 남겨두지 않기로 해. 너무 무겁거나 너무 아프거나 너무 악한 것들은 아무리 소중해도 처분하려고 해. 한 번에 수거가 어려운 것들은 조각내어 먼 곳에 여행을 가있을 때, 바다같은 웃음을 만났을 때, 풍랑에 휩싸여 헝클어진 머리로 육교를 건너는 퇴근길에, 유난히 또렷한 출근 길 버스정류장에, 한 조각 씩 모른 척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오자고.
나는, 유난하지만 그래도 균형잡으려 노력하는 사람.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사람. 멋지진 않아도 무너지진 않는 사람. 엉킨 것 처럼 보여도 개미굴을 여러개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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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bgb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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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adult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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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1
24년이라는 숫자가 절대로 익숙하지 않은데도, 그 해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많이 슬프게 했다. 오늘은 그랬다. 수많은 범죄자들의 노래를 듣는 내가, 너무나 오래된 옛날 음악을 듣는 내가, 오늘은 그 음악에 익숙해진 내가,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문득 훅 다가오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청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괴롭지 않은 무엇인가를 남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시달려야만 견뎌낼 수 있는 삶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다. 나는 아주 단조롭게도 그런 삶의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어한다. 무관심한 누군가를 만나면 더 관심을 주고 싶고, 그런 관심들을 통해서 그의 다른면을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상황들 말이다. 온 몸이 간지럽고 위태로울 때가 많다. 면역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일궈낸 결과다. 오늘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채 나누었던 이야기들 면면은 다 내가 이뤄낸 초라한 내 결과였다.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그리고 의도가 선하다고 했지만 일방적인 의도에 선함과 악함을 누가 따질 수 있겠는가. 내가 하려던 것들의 처음과 끝은 그대로 타인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오롯이 그 외줄타기를 혼자서만 하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을 미리 생각하는 사람과 아무것도 미리 생각하지 않는 사람,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서 미리 생각하며 행동에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과, 차라리 불안을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 모든 상황들을 몸으로 부딪히며 해결해나가려는 사람과 이미 준비된 땅을 골라서 밟으려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다. 영영 헤어나올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직 나는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 분명히 시작이라는 것을 했고, 매너리즘에 괴로워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음을, 사막을 지나고 뚫고 넘어서는 날에는 분명 또렷한 갈 길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걸 오늘 알아냈다. 그리고 알아야 할 일들에 대해, 해나가야 할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절대 거저 나에게 오지 않으리란 것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지금의 아이들을 더 많은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나는 지금 충분히 그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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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jeonle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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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0월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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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인류는 상온초전도체를 발견하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이위전에게 ADHD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업적을 이루었다. 오늘부터 콘서타라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또렷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기분이다. 앞으로의 인생은 포스트위저니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겠다. 콘서타18mg 1일차의 실시간 기록
커피 많이 마신 느낌. 굉장한 각성효과. 속이 살짝 더 부룩하다. 얼굴빨개짐. 화끈거려. 손발에 땀이 난다. 복용 3시간 후부터 과하다 싶었던 각성이 살짝 떨어졌다. 오히려 좋아. 일하다가 딴짓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회의시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했다. 집중하자는 의도만으로 집중이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  
10.19. 첫 날은 커피를 마신날처럼 잠에 들기가 어려웠고, 잠에 들고 나서도 중간중간 잠에서 깼다. 한 일곱여덟번 정도. 투약 2,3일차에는 첫날만큼 과한 각성은 아니지만 필요한만큼의 각성과 필요한만큼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속이 더부룩한 부작용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면 딱 적당히 좋은 것 같은데, 혹시 내성이 생기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다. 20분쯤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이쯤이면 대화가 피곤해질 법한 타이밍인데 그렇지 않고 계속 이야기가 잘 들리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단점. 친구의 빡치는 직장상사 이야기에 집중했더니 나도 빡치고 뒷목이 땡긴다. 아이디어회의를 준비해야 하는데, 혹시 약이 도움을 주려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동안 딴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을 뿐. 빈 공책을 더 오래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10.26. WK의 윗웰씨랑 이야기했다. 난 도쿄가 좋은데, 서울 오피스라서 김�� 식었지만 연봉을 꽤 올려줄 수 있다는 말에 좀 혹했다.
10.30. 콘서타 3주차. 지난 주에 약을 새로 처방 받으러 가서 질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이 약은 내성이 없다고 하긴 했는데, 그렇다면 내 몸이 적응을 한 것��지 약효가 첫 주보다는 약해진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집중을 잘할 수 있고 아침부터 또렷한 정신으로 지낼 수 있어서 쾌적하다. 요 몇주를 거의 주7일제처럼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약의 도움이 있어서 얼마나 럭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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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l-ja-a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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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마음」
찔레꽃 향기에 고요가 스며 청대닢 그늘에 바람이 일어
그래서 이 밤이 외로운가요 까닭도 영문도 천만 없는데
바람에 불리고 물 우에 떠가는 마음이 어쩌면 잠자나요
서늘한 모습이 달빛에 어려
또렷한 슬기가 별빛에 숨어
그래서 이 밤이 서러운가요 영문도 까닭도 천만 없는데
별 보면 그립고 달 보면 외로운
마음이 어쩌면 잊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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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fuhrer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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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후보자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누님/언니 타입의 아메스트리스인. 근처 명문가에서 일하다 모시던 아가씨가 타계한 관계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노라 가드너: (앞의 두명에 비해서 굉장히 조용한 인상. 외모도 도자기같은 피부에 긴 흑발, 푸른 눈동자, 또렷한 이목구미 등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뛰어나 굳이 메이드를 했어야하나 할 정도다)
에르마: (딱하다는듯 바라보다가) (헛기침) 어쨌든, 경력은 대단하네요!
하암... (부스스 눈을 뜬다)
에르마: (호텔 발코니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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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andcookiesand · 2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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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ces of June in our memories come to us as clear facts in our lives. The difference between truth and fact is big or small.
The truth and the truth are not the same, but God.
We are always in a state of mourning,
God's Holy Spirit wants to fulfill God's will through all things in our lives.
Jesus, who is with us through the Holy Spirit to lead our lives to God with love, mercy, patience and judgment.
Past, Present and Future,
I always pray and repent for the help of the Lord Jesus.
[The Bible : Scripture:The Holy book ]
Psalm 33:11-15
[11] The counsel of the LORD standeth for ever, The thoughts of his heart to all generations. [12] Blessed is the nation whose God is the LORD; And the people whom he hath chosen for his own inheritance. [13] The LORD looketh from heaven; he beholdeth all the sons of men. [14] From the place of his habitation he looketh upon all the inhabitants of the earth. [15] He fashioneth their hearts alike; He considereth all their works.
Psalms 33:11-15
[11] But the plans of the Lord stand firm forever, the purposes of his heart through all generations. [12] Blessed is the nation whose God is the Lord, the people he chose for his inheritance. [13] From heaven the Lord looks down and sees all mankind; [14] from his dwelling place he watches all who live on earth— [15] he who forms the hearts of all, who considers everything they do.
---------♡
기억 속에   있던   유월의  흔적들이   우리 생활 속에  또렷한   사실로  다가옵니다.  진실과  사실의  차이가  크거나  작거나 합니다.
사실과 진실이   일치되는 -다르지 않은-  하느님(하나님). 
늘  우리의  생사화복(生與死,幸與不幸),
우리의  삶의  모든 것들을  통해   하나님(하느님)의  뜻을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거룩한  영.
우리의  삶을 사랑과 자비와  인내와 심판으로  하나님께로  인도하시려고  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늘  주  예수님의  도움을  구하는 회개하며 기도 드립니다.
[성경 聖經 :성서 聖書 : The Bible : Scripture:The Holy book ]
시편 33:11-15
[11] 여호와의 도모는 영영히 서고 그 심사는 대대에 이르리로다 [12] 여호와로 자기 하나님을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빼신바 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  [13]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감찰하사 모든 인생을 보심이여 [14] 곧 그 거하신 곳에서 세상의 모든 거민을 하감하시도다 [15] 저는 일반의 마음을 지으시며 저희 모든 행사를 감찰하시는 자로다
시편 33편 [공동번역]대한성서공회  
[11]길이 흔들리지 않을 것은 야훼의 뜻, 영원히 흩어지지 않을 것은 그의 계획뿐이다.
[12]야훼께서 당신 겨레로 뽑으시고 몸소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주신 민족은 복되다.
[13[야훼, 하늘에서 굽어보시며, 사람들을 낱낱이 살펴보신다.
[14]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을 당신 거처에서 내려다보신다.
[15]사람들의 마음을 몸소 빚어주신 분이시라, 사람이 하는 일 모르는 것이 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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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tone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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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쉴 틈 없이 바쁘다 오랜만에 글을 쓰네. 따지자면 이 곳을 찾을 때가 일 년에 몇 번 안됐었는데, 근래에는 스쳐 지나가듯 떠나는 너와의 시간이 아쉬워 글을 남기고픈 마음이 잦아 오랜만이라 느껴지나보다.
하릴 없이 사랑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던 경험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대할 때면 사랑이 앞선다. 지나치게 농축된 마음은 비상식이 통할 때가 많다. 그 사람은 한 밤중에 대구를 거쳐 울산으로 자기를 데리러오던 나를 보고 썩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나는 캄캄한 울산역 앞에서 새벽을 기다리다 두 팔 벌려 오던 그 사람을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 사람의 등이 휠 때까지 꼭 끌어안고, 그 사람은 내 등을 토닥인다.
뭐가 어찌됐든 간에 한 번 해보자는 말이 여즉 공기에 맴돈다. 그 날의 공기는 유난히 몽롱하여 다시 찾아갔지만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려했던 몽롱함은 그 장소가 아니었고, 그 사람과 얼마나 진한 눈맞춤을 하느냐였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든 해보자는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눈은 흔들렸지만 반짝였고, 나 또한 그랬을거다.
그런 그 사람을 사랑한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발걸음을 어떻게든 맞춰보려는 그 사람과, 냉철하지만 또렷한 손 끝을 어떻게든 잡으려는 나. 하루 걸러 하루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우리를 지키려는거.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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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scontainer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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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 청판 다이얼은 노틸러스만의 상징이자 진짜를 구별하는 핵심입니다. 사진 속 다이얼은 정품과 동일한 수직 브러시 패턴을 구현했으며, 빛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블루 그라데이션의 깊이감까지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이 컬러 톤은 단순 파란색이 아닌, 어두운 실내에선 딥 블루, 자연광에선 은은하게 퍼지는 메탈릭 블루로 연출되며, 정품 사용자도 단번에 고개를 끄덕일 수준의 재현력을 보여줍니다.
베젤의 브러시 마감 또한 매우 정밀하게 처리되어, 사진을 확대해보면 결 방향의 흐름, 반사광의 경계, 측면 각도의 입체감이 살아 있습니다. 폴리싱 라인의 번짐 없이 또렷한 윤곽은, 고가의 하이엔드 미러급 공정에서만 가능한 수준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인덱스와 핸즈의 비례, 폰트 두께, 야광 도포의 간격입니다. 검수 사진에서 확인되는 디테일은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며, 특히 날짜창의 테두리와 숫자 정렬 상태는 고배율로 확대해도 흐트러짐 없는 정렬감을 보여줍니다.
케이스 측면의 구조, 러그와 브레이슬릿의 연결부 마감, 그리고 용두의 크기와 AP 로고 각인까지 — 단 하나의 조립 편차 없이 대칭감 있고 일관된 균형을 이룹니다.
굿즈컨테이너는 출고 전마다 실제 제품을 직접 촬영한 고해상도 검수 사진을 제공합니다. 이 사진은 단순한 인증용이 아닌, 제품 퀄리티의 사전 증명이자, 구매자가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투명하고 정직한 창구입니다.
우리는 말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사진 그 자체가 설명입니다. 굿즈컨테이너는 오늘도 ‘거의 정품’이 아닌, 진짜처럼 완성된 하나의 결과물을 보여드리기 위해 검수 사진 한 장에도 철학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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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gwak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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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지브리
또렷한 이목구비와 단정한 인상
곽영의 30대 모습은 부드럽고 젊은 인상이야. 피부가 매끈하고 얼굴선이 또렷해서 단정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지. 정장 차림에 미소도 살짝 머금고 있어서 자신감 있고 따뜻한 분위기를 준다.
60대 모습은 훨씬 더 차분하고 진중해 보여. 주름이 생기고 표정이 단호해지면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고, 머리에는 흰 머리카락이 섞여 있어 세월의 흔적도 보여. 전반적으로는 변함없는 이목구비와 절제된 분위기로 기품이 있어.
#ChatGPT #Ghibli #곽영 #30대_6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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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amoneya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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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세상을 깨우다, 라식라섹으로 시작하세요!
눈앞의 세상을 깨우다, 라식라섹으로 시작하세요! 시력이 나빠진 것에 대한 걱정, 매일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불편함은 이제 그만! 라식과 라섹 수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해보세요. 라식과 라섹은 각각의 방법으로 시력 교정을 통해 맑고 또렷한 시야를 제공합니다. 라식 수술은 각막의 일부를 절개한 후, 레이저를 이용해 재형성을 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라섹 수술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후, 같은 원리로 레이저를 적용합니다. 두 방법 모두 회복 기간이 짧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라식라섹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력 개선 효과입니다. 수술 후 빠른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시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대다수는 수술 후 즉시 시력 회복을 느끼며, 특히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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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bitcoin5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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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뽈룬티어’ 가 1월 27일 방송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축구 해설가에 도전한 가수 이찬원의 활약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앞서 이찬원은 야구 중계에서도 또렷한 딕션과 깔끔한 전달력을 보여줬기에, 이번에도 이찬원의 진행력이 또 한 번 주목된다.스포츠 캐스터 면모를 보여줄 이찬원은 중계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왔다.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이찬원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 중계를 연습하는 모습을 공개한 뒤 “학창시절에 스포츠 아나운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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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atheworldotcom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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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비주얼’ 이달의 소녀 뷰티팁, 현진-비비-희진-하슬 [★뷰티철학]
Writer: 이상지
Photographer: 권광일
© Chi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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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걸그룹 역사상 ‘역대급 비주얼’을 자랑하는 이달의 소녀의 뷰티팁은 무엇일까.
데뷔 전부터 이니스프리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달의 소녀. 지난 16일 시크뉴스 본사에서 만난 이달의 소녀 1/3 멤버들은 풋풋하고 상큼한 매력이 가득했다. 이달의 소녀 1/3 멤버 희진 현진 하슬 비비에게 직접 평소 즐기는 뷰티 비법에 대해 물어봤다.
◆ 현진, 고양이 눈매 살리는 아이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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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멤버 현진. 평소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이너뷰티에 집중하는 편이다. 피부에 좋은 과일과 야채 물을 많이 먹는 것이 맑은 피부를 유지하는 팁. “아무래도 피부가 좀 힘들지 않게 화장을 안하는 게 팁이에요. 특별한 날에만 간단하게 하는 것이 피부에 좋아요”
데일리 메이크업은 매력적인 눈꼬리를 강조해준다. “핑크색 섀도를 애교살까지 바르고 아이라인은 고양이 눈매를 살리기 위해 리퀴드 아이라이너를 써서 연출해요. 또 눈썹 숱이 많이 없어서 눈썹을 집중에서 그려요. 눈썹을 길게 그리면 눈이 커 보인다고 들어서 그렇게 하는 편이에요”
◆ 비비, 화려한 헤어 컬러에 어울리는 색조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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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도 화장에 관심이 많았다는 비비는 한국 화장 중에서도 글리터 메이크업을 좋아했다. 화려한 헤어 컬러 때문에 다양한 색조 메이크업을 즐긴다.
“브라운 컬러 헤어에 맞춰서 브라운 컬러 브로우를 연출해요. 아이 메이크업은 오렌지 색상을 좋아해서 항상 써요. 입술은 자연스러운 게 좋아서 누드톤 컬러를 좋아하고요”
◆ 희진, 매일 다르게 연출하는 립 포인트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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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립 제품이 생기면 바로 사버리는 희진. “하늘 아래 같은 발색은 없다는 거죠. 입술에 포인트를 줘요. 입술은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해요” 데일리 메이크업으로 희진은 선크림을 바르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살려주는 정도만 가볍게 메이크업을 해준다.
◆ 하슬, 홑꺼풀 매력 더하는 음영 아이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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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은 이달의 소녀 가운데 뷰티에 가장 관심이 많은 멤버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자격증을 따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꾸었었다는 열혈 뷰티 소녀.
“전 멤버들과 다른 눈매를 가지고 있어요. 섀도를 진하게 하거나 음영을 넣는 게 중요 아이라인을 필수로 하는 편인데요, 삼각존에 섀도를 칠하면 눈매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웜톤이라 핑크 섀도는 잘 안 받고 베이스로 연한 음영을 깔고 핑크로 포인트를 올려주는 식이에요. 음영 섀도 중에서는 브라운 계열을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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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jiniii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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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 그 여름 해질녘, 우리는 달콤한 풀냄새를 맡으며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야트막한 물둑을 몇 번 건너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서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둘 다 조금 전부터 맨발이었다. 맑은 물이 복사뼈를 차갑게 씻어내고 강바닥의 잔모래가 발을 감쌌다 – 꿈속의 부드러운 구름처럼. 나는 열일곱 살, 너는 나보다 한 살 아래였다. / 너는 노란색 비닐 숄더백에 굽 낮은 빨간색 샌들을 대충 쑤셔넣고 모래톱에서 모래톱으로, 나보다 조금 앞서 걸어갔다. 젖은 종아리에 젖은 풀잎이 달라붙어 근사한 초록색 구두점을 만들었다. 나는 낡은 흰색 스니커즈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짧은 오열 같은 것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말다운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 나 역시 계속 침묵을 지킨다. 그저 그곳에 앉아 그녀의 슬픔 – 아마 슬픔일 것이다 –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경험은 난생처음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슬픔을 오롯이 받아들인다는 건. 누군가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내맡긴다는 건. / 내가 좀더 강하면 좋을 텐데. 좀더 힘주어 너를 안고 좀더 믿음직한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단 한 마디로 그 자리에 걸린 나쁜 주문을 확 풀어버리는, 올바르고 적확한 말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사실을 슬프게 생각한다.
"듣지 마요." 그림자가 말했다. "두려워해선 안 돼요. 앞을 향해 달리는 겁니다.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믿고." / 그래, 달리거라. 벽이 말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얼마든지 멀리 달려가려무나. 나는 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 / 벽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똑바로 달려 그 앞에 있을 벽으로 돌진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림자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나는 온 힘을 쥐어짜 의심을 버리고 나 자신의 마음을 믿었다. 그리고 나와 그림자는 단단한 벽돌로 이뤄져 있을 두꺼운 벽을 반쯤 헤엄치다시피 통과했다. 마치 부드러운 젤리층을 해치고 나아가는 것처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촉이었다. 그 층은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무언가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시간도 거리도 없고, 고르지 못한 알갱이가 섞인 듯 독특한 저항감이 느껴질 뿐이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 물컹거리는 장해물을 돌파했다.
소리 없는 어둠이 방을 감사기 시작할 때,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코트 깃을 세운 뒤 강변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향했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은 쓰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야 할 곳이 있다.
그 강줄기가 복잡한 미로가 되어 암흑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 또한 우리 내부에서 몇 갈래 길로 나뉘어 나아가는 듯하다. 몇 가지 다른 현실이 섞이고 다른 선택지가 얽혀, 그로부터 종합체로서의 현실이 –우리가 현실로 인지하는 것이– 완성된다.
그러나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제는 그 직장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건 아침의 첫 햇살처럼 명확했다. / 나는 그저 이 현실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뿐이다. 이 장소의 공기가 내 호흡기에 맞지 않는다, 라고 바꿔 말해도 될 정도로. 이대로 여기 머무르면 머지않아 숨쉬기도 힘겨워질 것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다음 역에서 이 전철을 내리고 싶다 – 내가 바라는 건 오직 그뿐이다.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것,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 /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도 상사는(그리고 아마 동료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현실이 나를 위한 현실이 아니다, 라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그 깊은 위화감은, 아마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는 드디어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관성을 얻어 차츰 전진한다. 생생하고 또렷한 꿈의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의 장막이 내려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내 마음은 다시 그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돌아갔다. 그러지 않기란 불가능했다(딱히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 아니지만).
머릿속을 텅 비워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직감을 –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방향감각을 –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박에 없다. / 하지만 분명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라고 오키는 내게 말했다.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을 테지, 라고.
그곳에 혼자 서 있으면 어김없이 슬퍼졌다. 아주 오래전에 맛보았던, 깊은 슬픔이었다.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구름은 언제까지고 하늘 한곳에 가만히 멈춰 있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따뜻한 눈물이 솟아 뺨을 타고 흐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슬픔은 내게 눈물조차 주지 않았다. / 그러면 나는 단념하고, 원래 왔던 길을 조용히 되돌아가곤 했다.
고야스 씨의 슬픔도 아내 못지 않게 깊었지만, 동시에 그에게는 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상실의 총격에 깊이 가라앉아 살아갈 의욕을 거의 잃은 듯한 아내를 어떻게든 건져내어 본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 물론 완전히 회복할 순 없겠지만(불가능하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원상태에 가까운 지평으로 그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고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고만 있을 순 없다. 어쨌거나 인생은 장기전이다. 그 길에 아무리 큰 슬픔이 있더라도, 상실과 절망이 기다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네, 고독이란 참으로 무정하고 쓰라린 것이랍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뼈와 살을 깎는 그 무정함, 쓰라림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 제게는 과거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기억이 강렬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감촉이 양 손바닥에 짙게 배어 있어요. 그리고 그 온기의 유무에 따라 사후 영혼의 상태가 크게 달라진답니다." / "당신 역시 과거에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강렬하고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그 사람의 영혼을 좇아 머나먼 곳으로 떠났다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셨고요."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 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 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니다. 혹은 그 충격을 크게 누그러뜨리거나요.
나는 그런 불꽃의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나에게 무슨 중요한 가르침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힌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무음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을 뿐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필요한 건 적절한 시간의 경과였다.
나는 그 지도를 책상 위에 펼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딱딱한 무언가로 등을 힘껏 얻어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을 느꼈다. 그 충격이 내 몸안에서 모든 논리를, 모든 맥락을 말끔히 내쫓아버렸다. 방 전체가 크게 출렁이는 것 같은 물리적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균형을 잃고 양손으로 책상을 꽉 붙잡았다. 그대로 잠시 말을 잃고, 생각이 나아갈 길을 잃었다. / 그 종이에 그려져 있었던 건,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를 거의 정확하게 묘사한 지도였다.
그것은 내 마음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덜덜 떨도록 만들었다. 지진이 멈추지 않는 땅 위의 젤리 상태 물체처럼. / 그 지도를 바라보는 사이, 내 마음은 알게 모르게 다시 그 도시로 돌아갔다. 눈을 감으면 나는 실제로 그곳을 흐르는 강물의 소리를 듣고, 밤꾀꼬리의 애달픈 우짖음을 들을 수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문지기가 뿔피리를 불고, 단각수들의 발굽이 달각달각 돌길을 밟는 메마른 소리가 거리를 감쌌다. 내 옆에서 나란히 걷는 소녀의 노란색 레인코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세계의 귀퉁이를 맞비비는 듯한 소리다. / 현실이 내 주위에서 살짝 삐걱이며 미세하게 흔들린 것 같았다 – 만약 그것이 진짜 현실이었다면 말이지만.
옐로 서브마린 소년... 그 자신이 그대로 하나의 자립한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 궁극의 개인 도서관.
"..벽에 둘러싸인 도시는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곳까지 정해진 루트가 있는 건 아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곳에 다다르는 길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릅니다. 그러므로 설령 당신이 마음먹는다 한들 아이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건 불가능해요. 그애는 자기 힘으로 자신의 루트를 찾아내�� 하는 겁니다." / "그는 그 도시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겁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테지만, 그게 어떤 도움인지도 자기 힘으로 찾아낼 것이고요. 당신이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어쨌거나, 네, 그가 어느 쪽 세계를 택하느냐를 두고 당신이 고민할 필요는 없답니다. 그애는 스스로 판단해서 앞으로의 삶을 선택할 겁니다. 그래봬도 심지가 굳은 아이니까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세계에서 확고하고 힘있게 살아나갈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선택한 세계에서, 당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아가면 됩니다."
옐로 서브마린 파카를 입은 소년이 그 도서관 안쪽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광경을 나는 떠올렸다. 그의 곁에는 소녀가 있을까? 그녀는 그때처럼 난로에 불을 지펴서 그를 위해 방을 덥히고, 그의 약한 눈을 치유하는 진한 쑥색 약초차를 만들어줄까? 그렇게 생각하자 어렴풋한 슬픔을 느꼈다. 그 슬픔은 온도가 없는 무색의 물처럼 알게 모르게 내 마음을 적셔갔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여기 이렇게, 언제까지라도 머무를 수 있다. 여기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시곗바늘이 멈추어, 혹은 바늘 자체가 소실되어, 시간은 이 지점에 정확히 정지한다. 이윽고 나의 혀가 정상적인 움직임을 되찾고, 올바른 마을 하나 또 찾아낼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너의 손에 닿는다. 그리고 그 손을 잡는다. 너도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나의 젊은 심장이 가슴속에서 메마른 소리를 낸다. 나의 기억이 선명한 예각을 지닌 쐐기가 되고, 나무망치가 그것을 올바른 틈새에 정확히 박아넣는다.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 나는 흠칫 각성한다. 혹은 틀림없는 현실의 대지로 이끌려온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 또렷이 귓가에 남아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시공간을 거슬러 두 세계에서 노인과 소년을 경험하지만 결국 내 안의 직감과 본능이 살아있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더없이 만족스러운 삶 아닐까
2024. 11. 13.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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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rdosii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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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와 인프제를 오락가락해서
누군가와 진짜 친해지는데 꽤나 시간이 든다
물론 상대의 문제는 아니고
나혼자 아 이 사람이 날 안좋아하면 어쩌지 하는
소심한 우려가 대부분이다
근데 몇년간 내가 혼자 좀 동경하던 분이 있는데
최근에 그분과 친해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F라고 칭하겠다
일부러 맞추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Friend의 알파벳에 그분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게
이상하게 운명 같이 느껴지기도 해
우리는 친구가 된걸까?
혼자만의 착각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들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을 곁에 두게 되어서 기쁘다
F는 나보다 어리지만
분명 따뜻하고 다정한 어른이다
나에게도 또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확신해
그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 부러웠다
부러운 거지 질투는 절대 아니다
동경 정말 그 사람을 동경한다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게
눈에 선명해, 라고 확신했었다
그렇지 않고선 저렇게 다정할 수 없어
저건 분명 가족에게서 받은 힘이 만든 기운일 거야
그런 선함과 여유는
감정을 만드는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정도로 유지될 수 없었을 거야...
라고 생각할만큼 그 사람은 단단하고 따뜻하다
근데 나도 어디가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적인 환경에서 등따시게 자랐단 말이지
자랑하고 싶을만큼 대단한 우리 엄마 아빠는
지금의 나를 130% 만들어주었다
좋아하는 옷이나 장난감은 잘 안 사줬지만
한글책 영어책 안 가리고 한웅큼씩 사다주셨고
매주 비디오도 3-4개씩 같이 빌려왔다
짱구 1편과 클래식 2편
인생은 아름다워, 타이타닉 뭐 이런 명작들을
엄마아빠와 소파에서 함께 보며 잠들었다
한달에 한번은 뒷좌석의 나에게 전국지도를 들려주고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여행을 했으며
차에서 잠이나 자고싶은 어린 나에게
문화유적의 요모조모를 침튀기며 설명하던
아빠의 열정이 있었다
일요일 낮에는 다같이 대청소를 하고
엄마가 끓여주는 잔치국수로 마무리를 했다
아빠가 만든 달큰한 국수 양념장은 늘 애매하게 남아서
다같이 한숨자고 일어나면
아빠가 저녁에 압력밭솥에 콩나물죽을 만들곤 했다
양념장을 얹어 먹으면 그만한 게 없었다
바닥에 눌러붙은 죽을 긁어주던
그 고소한 냄새가 나를 키웠다
나는 어디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적당히 혼나고 적당히 감시받고 적당히 대들고
적당히 대우받고 적당히 존중받았다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없고
부모님이 부끄러워 본 적도 없다
불평할 거리가 특별히 없는
평범하고 따뜻하고 어쩌면 넘치게 자랐다
아빠가 어떻게 놀아줬는지
그 노래소리들도 전부 기억이 나고
엄마가 크리스마스마다 무얼 주었는지
연도별로 다 기억한다
4살 때부터의 기억이 지금까지 또렷한 걸 보면
나는 복에 겨운 유년시절이 키운 아이다
그런데 그런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이토록 베베 꼬인 사람이 되었을까?
F의 선함과 다정함은 가족만의 것은 아니었나 봐
이제 조금 그와 친구가 되었으니
조금씩 그 사람을 알아가 봐야겠다
오늘의 이상한 인류는
F가 아니라 나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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