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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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타토르 (Dictator)'
비가 오는 날은 책읽기에 좋은 날인것 같다. 야외활동을 하기엔 부담스럽고 빗물이 흘러내리는 테라스에서 시간여행을 하기엔 제격이다. 오늘 드디어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한 '로버트 해리스'의 로마사 3부작 마지막 권을 다 읽었다. 대부분 유명 작가의 책에는 각종 매체의 서평들을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데, 그런 찬사들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대단하다. 이 책이 주는 상상력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다.
1부에서는 밑바닥에서 국부의 위치까지 오르는 영웅의 모습으로, 2부에서는 그 반대로 지고의 위치에서 영락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키케로'를 그리고 있다. 결말을 알기에 후반부로 갈 수록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3부에서는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의 3두정치', '크라수스의 죽음',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내전', '카이사르의 암살'등 격변의 시기를 다룬다. 망해가는 공화국을 재건하기 위해 카이사르의 양자 '옥타비아누스'를 이용하려 하지만, 결국 배신당하고 만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는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의 제2차 3두정치'를 목도하고는 더이상 희망이 없음에 좌절한다.
BC 43년 세 사람은 협정의 제물로 각자���게 중요한 사람을 하나씩 제거하기로 합의한다. 레피두스는 친동생을, 안토니우스는 외삼촌을, 옥타비아누스는 키케로를 제물로 바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키케로는 해외로 피신하려��� 군사 호민관 '카이우스 포필리우스'의 병사들에게 칼을 맞고 사망한다. 포필리우스는 1부에서 15세 소년으로 아버지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당했지만, 키케로가 변호해 사형을 면했던 인물이다.
키케로가 군단병에게 포위당했을 때, 그를 모시던 노예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했다. 노예들이 인간취급도 못받던 시기에 자신을 아껴준 주인을 위한 인간적인 도리였던 것이다. 그정도로 키케로는 아랫사람에게 따뜻하고 관대한 사람이었다. 그는 노예들에게 얼른 도망가라고 명령을 내리고 순순히 죽음을 맞았다. 키케로의 덕성과 용기는 그의 죽음만 보더라도 '시오노 나나미'가 그렇게 폄훼할 정도의 인물은 역시 아닌것 같다.
지금이야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를 위대한 인물로 묘사하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혼돈 그 자체였을것이다. 비할바는 아니지만 과거 한국의 군부독재 치하나 계엄령 상태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역사서에는 그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반대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는 시대상황은 섬뜩하기만 할것이다. 공화정 체제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군벌들의 권력 다툼속에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시대, 승자의 편에 줄서지 못하면 학살당하는 야만의 시대였던 것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키케로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의 일화로 마무리한다.
그 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카이사르 2세(옥타비아누스)는 외손자를 보러 갔는데, 그 아이는 마침 키케로가 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인기척이 나자 아이는 곧 그 책을 옷 속에 감추어 버렸다. 카이사르 2세는 그 책을 빼앗아 한참을 읽더니, 이렇게 말하면서 돌려주었다. "얘야! 이분은 뛰어난 연설가였고, 훌륭한 애국자였단다."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한 인간의 굴곡진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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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트룸 (Lustrum)'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로버트 해리스의 로마사 트릴로지 그 2번째 작품이다. 1편 '임페리움'이 풋내기 변호사에서 집정관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편은 집정관을 거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정적들에 의해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집정관(consul)은 로마 공화국의 최고급 정무관으로 임기는 1년이고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총리에 해당한다. 매년 7월 두 명을 선출해 다음 해 정월에 취임하는데 매달 번갈아 가며 원로원을 주재한다.
키케로는 임기중에 '카틸리나' 반란 음모를 사전에 알아 음모자들 가운데 5명을 즉결 처형하고, BC62년에 카틸리나 반란군을 섬멸했다. 이로써 그는 'Pater Patriae'(조국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방종한 귀족 청년 '클로디우스'의 예신 제의 침입이라는 황당한 사건때문에, 나중에 시련을 겪게 된다.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 그리고 카이사르의 삼두체제로 인해 원로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키케로의 입지가 좁아지는 공��정 말기. 카이사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 고려 말기의 정몽주가 살짝 오버랩된다.
이 책은 3부작 중 2권째라는 특성때문인지,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라기 보다는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켜 놓은 기승전에서 끝나는 느낌이다. 카이사르의 제안을 수락하고 목숨을 구할 것인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망명을 택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하고 자신의 집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망명길에 오르는 모습에 비장감이 느껴진다.
그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지막 3부 '딕타토르'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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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Imperium)'
이 책은 아주 멋진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출퇴근 시간을 로마시대로 보내버린 그런 책이다. 히스토리 팩션의 대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으로, '아크엔젤', '폼페이'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책이다.
고대 로마의 뛰어난 연설가이자 위대한 정치���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의 노예이자 심복비서인 '티로'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키케로'는 오늘날로 치면 흙수저와 은수저 사이에 해당되는 기사계급 출신의 비로마인이다. 가문의 후광이나 지원 세력없이, 귀족 출신도 아니면서 혼자만의 능력으로 로마 집정관의 자리에 오르는 내용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 등 거물들 사이에서 뛰어나 웅변과 기지로 위기 상황을 멋지게 돌파한다.
서기전 79년, 로마의 2인자 변호사였던 키케로는 당시 속주 시칠리아 총독 베레니우스에게 전 재산을 강탈당하고 첩자 누명까지 뒤집어 쓴 스테니우스를 도와 로마사 최고의 법정 싸움인 '베레스의 재판'을 시작한다. 로마 귀족들과의 전면전임과 동시에 매수된 배심원단을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지만, 멋지게 재판에서 승리를 거두고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귀족들의 세력 다툼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로마 집정관으로 당선되는 과정이 닮겨 있다. 히스토리 팩션이므로 당연히 중심 사건들은 모두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한다.
재미있는 점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키케로를 찌질하고 우유부단한 정치가로 그리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는 합리적이고 정감있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또 나나미 여사가 그렇게 칭송하던 카이사르를 음흉한 권모술사로 묘사하고 있다. 누구의 묘사가 더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책은 로버트 해리스가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로마사 3부작 중의 1부이다. 2부 '루스트룸', 3부 '딕타토르' 로 이어진다. '임페리움'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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