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다
Explore tagged Tumblr posts
Text
20250603
704호 살고 있다. 703호에는 노부부가 살았다. 어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에 출근하고자 현관문을 열었고 동시에 119대원 한 분이 급하게 703호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구급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703호 집안에 들어가 있었다. 두 분만이 살았는데 한 분이 먼저 가버린 순간을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집안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는데, 시각보다 냄새가 먼저였고 이곳을 쓰레기 소각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703호가 과하긴 하지만, 대체로 내가 만나본(또는 집 구경을 해본 경험상) 노인들은 물건과 음식을 잘 버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
할머니는 내게 고해성사���도 하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무서워서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30분 넘게 119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고백이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자식 여부를 묻고 자식분들의 거주지를 물었고 지금 당장 연락하라고 시켰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아드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있었고 문틈 사이로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악수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날로 목격자로서의 나의 행동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이틀에 걸쳐 펼쳐진 할머니 집 쓰레기 방출 청소는 또 다른 목격의 예고편이었다. 바로 바퀴벌레의 등장이다. 703호에 살고 있던 바퀴벌레는 삶의 터전을 잃고 일단 가장 가까운 704호, 즉 내 집으로 넘어온 것이다.
첫 번째, 내 집에서 바퀴벌레가 키워질 확률은 거의 없다. 이쪽 방면으로는 도가 튼 나는 방역 회사 수준에 청결도를 유지할 줄 안다. 잘 알겠지만 바퀴벌레 퇴치에 대단한 결벽증이 필요하지 않다. 벌레가 좋아할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만 하면 설령 바퀴벌레가 산다 한들 내 눈에 보이는 일은 없다. 두 번째. 703호와 붙어있는 발코니와 방에서부터 목격됐다. 그것도 이미 다 자랄 만큼 자라서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큰 성충이다. 내 집에서 먹고 자랐을 확률은 극히 적고 세 번째가 가장 확실한 증거다. 나는 할머니가 자식분들과 통화하는 동안 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났냐는 듯 방바닥을 돌아다니던 바퀴벌레를 보았다. 크기와 모양새가 내 집에서 본 바퀴벌레와 똑같다. 내가 놀란 건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라서가 아니라 노부부가 살던 집에서 본 바퀴벌레와 똑같아서였다. 이런 순수한 녀석들... 바퀴벌레를 담은 휴지뭉치를 들고 강아지에게 말했다. 네가 좀 잡아봐라.
쓰레기 소각장에서는 불에 타는 쓰레기,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로 1차 분류를 한다는데(태울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 기준치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타는 쓰레기로 분류된다. 조금 이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타는 쓰레기인 인간은 생활하면서 쓰레기를 만든다. 바퀴벌레 입장에서 703호든 704호든 1203호든 알 바가 아니다. 집 안 곳곳에 소독약을 바르면 좋겠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강아지는 발보다 혀가 더 빠르다. 그리고 한 달 후면 난 이 집을 떠나 다른 집으로 간다. 30일간 바퀴벌레와 동거하는 경험... 가져볼만할까?
20 notes
·
View notes
Text
올해 눈물샘은 다 말라버렸다, <폭싹 속았수다>

이놈의 드라마는 나를 회당 한 번은 울렸으니 적어도 열여섯 번은 울린 셈이 된다. 눈물이 나지 않은 에피소드가 없었고, 그 안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어찌나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올해 쏟을 눈물을 다 쏟은 것만 같다. 부모를 향해 짜증내면서 눈물을 쏟는 금명이처럼 나는 드라마를 향해 짜증을 내면서 눈물을 쏟았다. 사람을 이렇게 하염없이 울리면 어쩌나.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고 슬프다. 이렇게 부모의 마음을 자세히 보여주면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럴 나이가 되어 그런 것은 아니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금명이처럼 숱하게 짜증을 내면서 살아왔다. 금명이가 애순과 관식에게 짜증을 내면서 울 때면 덩달아 울었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서글펐겠다고 생각하면서, 만사에 툴툴대는 아빠가 내 잔소리에 삐죽대며 내쉬는 한숨을 생각하면서 울었다.
저마다 다른 일을 떠올리며 운다. 누구는 동명이를 끌어안고 넋이 나간 애순이를 보며 울고, 누구는 애순에게 전복을 구워주며 엄마가 죽으면 작은 아버지한테 가라고 말하는 광례를 보며 운다. 나는 누워 있는 관식을 향해 미안하다며 엉엉 우는 금명이를 따라 엉엉 울었다. 문득 어느 날들이 스쳐서 울었다. 매일 보고 싶은 엄마가 더 보고 싶은 밤이었다.
각자의 사연을 대입하게 만든다. 모두의 마음 구석에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을 불러 모은다. <폭싹속았수다>는 세���에 하나쯤은 존재할 이야기를 모두 모아 만든 것이다. 이미 떠나 가슴으로만 불러야 하는 부모를 떠올리며, 멀리 떨어져 가끔 전화로나 안부를 묻는 부모를 떠올리며, 같이 거실에 앉아 함께 TV를 보고 있는 부모를 바라보며 반드시 하나는 떠오르게 만드는 에피소드를 똘똘 뭉쳐 만들었다.
충섭에게 자신의 천국을 준다는 관식의 말처럼 내가 그들의 천국인지, 그들도 그들의 부모의 천국이었는지 하는 생각을 곱씹게 된다. 눈물 콧물 쏙 빼면서 나는 정말로 그랬는가, 우리 엄마 아빠는 어땠을까 내내 생각한다, 정말로 그랬고, 그러기를 바라면서.
30 notes
·
View notes
Text
1. 데미 무어로 부터 시작되어 데미 무어로 완성된 영화. ‘7억을 들인 전신 성형’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주인공. 이 영화의 각본은 데미 무어의 서사에 일정 부분 뿌리를 두고 있다. 보여지는 것을 위해 시간과 비용, 그 이상을 투자했던 사람. 데미 무어는 각본의 재료가 된 본인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내걸었다. 그렇기에 더 많은 박수를 받길 바란다.
2. 영화의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영리하다. 그 누구보다도 영화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클리셰에 가까운 닳고 닳은 소재를 가져와 변형 시키고, 본인이 밀어붙이고 싶은 지점까지 밀어 붙인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결승점을 지나 적어도 세 발 혹은 네 발까지 나아가는데, 그 과정 속 여러 감정을 느끼게뜸 만든다. 회의감에서 쾌감 그리고 감탄까지.

26 notes
·
View notes
Text

240329 Big Hit’s Tweet + J-Hope’s Letter for Naver News
[기사] #BTS #제이홉, 오늘(29일) 신보 발매 "좋은 음악이 좋은 춤을 만든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11/0004320348
[Article] #BTS #jhope, New Album Out Now (March 29) "Good music makes good dance"
(See image for letter translation.)
Trans cr; Aditi & Rinne Typeset cr; XPXOXD @ bts-trans © TAKE OUT WITH FULL CREDITS
#240329#j-hope#hoseok#hobi#bts-trans edit#this letter is so heartwarming#hope on the street vol. 1#bighit#official#twitter#naver news#bts#bangtan
91 notes
·
View notes
Text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눈은 감정과 같아서 녹고나면 지저분한 흔적과 치워내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염화칼슘으로 급하고 녹여도, 다시 물이 되어 얼어버리곤 오히려 더 미끄러워진다.
소복 소복-, 눈을 밟는 소리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다 젖어버린 신발과 바지 끝 단이 몸을 다시 시리게 만든다. 언제쯤 이런 낭만에 취하지 않고도 따스한 사람이 될까.
36 notes
·
View notes
Text
~K-Pop Phrase of the Week~
가슴이 뛰어 / 심장이 뛰어: (my) heart is racing
1. EXO - Monster
She got me going crazy
왜 심장이 뛰니?
넌 아름다워, 나의 goddess (Goddess)
닫혀있지, yeah, yeah
2. ATEEZ - HALA HALA
떨린다, 떨린다, 내 가슴이 뛰고 있다
처음 느낀 이 감정이 새로운 나를 만든다
3. BTS - Black Swan
Ayy, 심장이 뛰지 않는대
더는 음악을 들을 때
Tryna pull up
시간이 멈춘 듯해
Oh, that would be my first death
I been always afraid of
4. HWASA - just want to have some fun
이유가 왜 필요해 가슴이 뛰는데
놓치지 않을래 지금 내 마음이 바로 그걸 원해
(Say so, say so)
7 notes
·
View notes
Text
신경계의 해부학적 구조에 관한 지침
뉴런은 세포체, 축삭돌기, 가지돌기(수상돌기)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된다. 세포체는 세포핵,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소기관으로 구성되는 세포의 발전소다. 축삭돌기는 출력을 담당하는 주 신경섬유이며, 가지돌기는 입력을 담당하는 주 신경섬유다. 뉴런은 서로 연결되어 전선(뉴런의 축삭돌기 섬유)과 시냅스라는 연결 장치로 회로를 구성하도록 만든다. 시냅스는 보통 축삭돌기가 다른 뉴헌의 가치돌기와 접촉하면서 만들어진다.

인간의 뇌에는 뉴런 수십억 개가 회로 형태로 정렬되어 존재한다. 이 회로는 피질 영역cortical region을 형성하며, 케이크처럼 평행한 층, 즉 신경핵을 이루거나 그릇에 담긴 산딸기처럼 층이 없는 집합체를 이루기도 한다.피질 영역과 신경핵은 둘 다 축삭돌기 ‘돌출부’와 연결되어 계를 이루고, 이 과정이 점차 진행되어 더 높은 수준의 계들의 계를 이룬다. 축삭돌기 돌출부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져서 개별화되면 ’경로’가 형성된다. 크기를 말하자면 모든 뉴런과 회로는 미시적인 반면 피질 영역, 신경핵 대부분, 계는 거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신경계를 보통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어진다. 중추신���계의 주요 구성 요소는 대뇌cerebrum다. 대뇌는 오른쪽 대뇌반구, 왼쪽 대뇌반구,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us으로 구성된다. 뇌량은 오른쪽 대뇌반구와 왼쪽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들이 두껍게 뭉쳐있는 구조다. 또한 중추신경계는 1) 기저핵basal ganglia 2) 기저전뇌basal forebrain 3) 간뇌deincephalon (시상과 시상하부가 결합된 조직) 같은 심부 신경핵을 포함하고 있다. 대뇌는 뇌간에 의해 척수와 연결되어 있으며, 대뇌는 뇌간 뒤에 있다(그림 A-2 참조).

중추신경계는 뉴런의 세포체에서 나오는 축삭돌기의 묶음인 신경에 의해 몸의 모든 부분에 연결되어 있다. 중추신경계(간단하게 뇌라고 생각하자)를 주변부와 연결하는 모든 신경을 통틀어 말초신경계라고 한다. 신경은 뇌로부터 몸으로, 몸으로부터 뇌로 자극을 전달한다. 뇌와 몸은 혈액 내에 흐르는 호르몬 같은 물질에 의해 화학적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중추신경계는 어떤 방향으로 자르더라도 어두운 부분과 색이 연한 부분으로 확인히 구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부분은 회색질(실제 색깔은 회색보다는 갈색에 가깝다)이고 연한 부분은 백질(이것도 그렇게 흰색은 아니다)이다. 회색질이 어두운 색깔을 띠는 것은 엄청난의 뉴런 세포체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백질은 회색질에 위치한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신경섬유로 구성된다. 백질의 색깔이 더 연해지는 것은 신경섬유를 절연시키는 미엘린초 때문이다.
회색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층이 진 회색질의 예는 대뇌반구를 감싸고 있는 대뇌피질이다. 층이 지지 않는 예는 신경핵이다. 신경핵은 기저핵[좌우 대뇌반구 깊은 곳에 위치하면, 미상핵, 조가비핵(피각), 창백핵이라는 큰 신경핵으로 구성된다], 양쪽 측두엽 깊은 곳에 위치한 상당히 큰 핵 덩어리인 편도체와 시상, 시상하부, 뇌간의 회색 부분을 구성하는 작은 신경핵의 집합체 몇 개로 구성된다.
대뇌피질은 대뇌 틈새와 고랑 같은 곳에 위치한 것과 대뇌 반구 표면을 덮고 있는 덮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뇌가 저힌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대뇌 틈새와 고랑 때문이다. 이 다층 덮개의 두깨는 약 3밀리미터이며, 층들은 서로 평행한 위치에 있고 뇌 표면과도 평행하다. 뇌에서 가장 늦게 진화한 대뇌피질 부위는 신피질이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모든 회색질 부분과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신경핵, 소뇌피질은 피질하 영역으로 부른다. 대뇌피질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대뇌피질의 다양한 엽들은 세포의 배치 특성(세포구축 방식)에 따라 숫자로 구별되어 왔다. 코르비니안 브로드만이라는 독일 신경학자가 처음 이 부위들에 숫자를 붙였으며,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방식은 유효한 도구다. 이 숫자들은 외워야 하거나 지도에 표시되지만 특정 영역의 크기나 중요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뉴런이 활성화되면(신경과학 용어로 이 상태를 ‘발화‘라고 한다) 세포체로부터 전류를 흘러 축삭돌기가 퍼진다. 이 전류는 시냅스에 도착해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 분비를 촉발한다(신경전달물질 중 하나가 글루타메이트다). 흥분 상태의 뉴런에서는 시냅스가 근처에 있는 다른 많은 뉴런과의 협력적 상호작용이 다른 뉴런의 발화 여부를 결정한다. 즉 다음 뉴런이 활동전위를 만들어 낼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활동 전위가 만들어져야 그 뉴런이 신경전달물질 분비 등을 할 수 있다.
시냅스는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다. 다음 뉴런으로 자극이 계속 전달될지, 전달된다면 얼마나 쉽게 될지는 시냅스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흥분 상태의 뉴런에서는 강한 시냅스 가 자극의 이동을 쉽게 만들지만 약한 시냅스는 자극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막는다. 평균적으로 뉴런 하나는 시냅스 약 1000개를 형성한다. 뉴런이 100억 개 이상, 시냅스가 약 10조 개 이상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각각의 뉴런은 소수의 다른 뉴런과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뉴런 대부분. 또는 전부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뉴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즉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피질 영역과 신경핵 회로 안에 있는 뉴런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반면 다른 뉴런은, 축삭돌기는 몇 센티미터는 이동하지만, 소수의 다른 뉴런하고만 접촉한다. 뉴런은 자신이 속한 가까운 뉴런의 조합에 의존해 행동한다. 시스템이 하는 모든 행동은 서로 연결된 조합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조합이 다른 조합에 있는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의존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각각의 조합이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기능에 기여하는 바는, 그 시스템 안에서 그 조합의 위치에 의존한다. 서로 다른 뇌 영역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은 대규모 시스템 안에서 산발적으로 연결된 뉴런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는 뉴런의 위치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뇌는 시스템이 이루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시스템은 작지만 거시적인 피질 영역과 피질하 신경핵의 정교한 상호 연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런 거시적인 영역은 미시적인 회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회로는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고 뉴런은 시냅스에 의해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마음 뒤에 있는 뇌 시스템
심상과 뇌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나는 실험 · 임상신경심리학, 신경해부학, 신경생리학 연구 결과에 따른 틀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이 틀은 이미지 공간과 기질 공간dispositional space이라는 개념을 상정한다. 이미지 공간은 모든 감각 유형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이런 이미지 중 일부는 의식이 우리에게 경험을 허용하는 분명한 심적 내용을 구성하는 반면 또 어떤 이미지는 비의식 상태에 계속 남기도 한다. 기질 공간은 회상으로부터 이미지가 구축되고 움직임이 생성되도록 해 주며, 이미지 처리를 쉽게 해 주는 지식 기반과 메커니즘이 기질에 포함되는 공간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 공간의 내용과는 달리 기질 공간의 내용은 암시적일다. (핵심 의식이 활성화된다면) 이미지의 내용은 알 수 있지만 기질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다. 기질의 내용은 항상 비의식적이며 휴면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기질은 매우 다양한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호르몬을 혈관에 분비할 수도 있고, 내장근육, 팔근육, 다리근육, 발성기관의 근육을 수축시킬 수도 있다. 기질은 과거에 실제로 지각된 이미지에 대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기억으로부터 비슷한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기질은 예를 들어 현재의 이미지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현재 지각되고 있는 이미지의 처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일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도, 그 중간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결과뿐이다. 건강한 상태, 심장박동 증가, 손의 움직임, 떠올린 소리의 단편, 풍경에 대한 현재의 느낌의 편집된 버전 같은 것이다.
진화하면서 물려받았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든, 그이후에 학습을 통해 습득했든 사물, 사람, 장소, 사건, 관계, 능력, 생물학적 조절들에 관한 우리의 모든 기억은 기질 형태로(암시적, 숨겨진, 비의식적인 과 비슷한 뜻이다) 존재하면서 분명한 임지나 행동이 되기를 기다린다. 기질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가능성의 추상적인 기록이다. 어떤 실체, 사건,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나 기호는 우리가 말과 기호를 결합하는 규칙과 함께 기질로서도 존재하며, 말을 하거나 신호를 보낼 때처럼 이미지와 행동의 형태로 생명력을 얻는다. 기질에 대해 생각할 때면 항상 100년에 한 번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소설 속 마을이 떠오른다.
(449~459쪽)



느낌의 발견 - 안토니오 다마지오
7 notes
·
View notes
Text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사란 한 사람이 치를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인 행위 중 하나인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짐을 지고 날라 새로운 공간에 일일이 놓는다는 일만 해도 엄청난 위치에너지의 이동인데, 이삿날 전과 후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정신력과 체력이 드는가. 물건들이 새로 ‘제자리’가 될 자리를 찾아가고, 나 또한 이곳에 마침내 고정되었다는 느낌이 들기까지는 물질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한동안 격변의 시간이다. 생활 환경에 대한 적응은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 고양이가 편안해진 시점도 고려하면 거기에 일주일 쯤 더해야 할 테고. 격동의 적응 기간 동안 있었던 사소한 사건들과 마음들. 노트북을 켜고 가만히 앉아 적고 있을 수가 없어 속으로만 몇 문장 읊다가 자는 날들이 있었다.
전에 살던 집의 계약 기간이 끝나려면 멀었었기 때문에 여러 핑계거리를 만들었어야 했고, 그것만 해도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었다. 은행과 부동산을 드나들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서 불안하고 위축되었을 땐 돈에 관한 한탄을 늘어놓고 싶었고.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사를 하고 ��을 만큼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으며, 5월 초 이사 온 직후에는 만개한 봄이 이 집에서 얼마나 예쁜지, 내가 커다란 나무들과 아카시아 냄새, 새 지저귀는 소리를 배경으로 살게 되어 얼마나 벅차오르는지 쓰고 싶었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나에게 생소한 만큼 그 순간에 확실히 적어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가족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옆 동에 오빠네가 살고 나는 거기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또 살가운 새언니가 생겨서 다같이 자주 얼굴을 보고 자주 식사한다. 그러면서 하지 않던 이야기도 하게 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언쟁도 생긴다. 한 가족이라는 집단도 역시 사회의 집약체인 것이다. 사회 전체와 꼭 같은 퍼센티지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섞여있다. 이 당연한 사실이 이사 후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를 격동의 상태로 만든다. 아버지와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 전날 서로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했다. 아버지와 이제까지는 대화를 해보지 않은 주제였던 것이다. 하기야 우리가 대화라고 할 만한 대화를 한 적이나 있나. 그날도 대화라기보다는 1호선 거렁뱅이 두 명이 내는 의미 없는 역정에 가까웠다. 엄마한테 듣기로 아버지는 그날 밤 잠을 주무시지 못했고 나는 후회했다.
그리고 그 짧았던 시간이 아직도 나를 골몰하게 한다. 나와 너무 다른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닮은 나.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랑하는 마음과 미운 마음이 꼭 절반 씩인 아버지를, 대가리가 한참 큰 다음에야 들여다보고 있자니 자꾸만 내가 보인다. 아버지뿐 아니라 나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나와 다르다고 저멀리 그어둔 선에 다가가야 할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이 무언지 정하지 못하고 서점 안을 배회한다. 무엇이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데 무얼 알아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숲길을 따라 조금만 더 안으로 걸어가면 절이 있다는 걸 알고 환호했었는데, 코 앞의 절을 두고도 시끄러운 문제만 찾아가고 있다. 첫 몇 주간의 평화를 역시 적어두었어야 했다. 그런 시간은 드물고 귀하니까 말이다. 나에 대한 고민, 나와 다른(다르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에 대한 고민.. 왠지 여기 오면 좀 가벼워질것 같았다. 좀 더 넓고 해와 바람이 잘 드는 집, 좀 더 편안한 집 찾아가면서 도대체 몇 번이나 이사를 했냔 말이다. 마침내 그리던 집을 찾아왔고 쓸데없는 짐들은 다 버려두고 왔는데, 왜 쓸데없는 고민들은 변함없이 나를 따라오는 걸까. 나는 어떻게 이렇게 그대로일까.
7 notes
·
View notes
Text
성소년
이희주 / 문학동네

처음 이희주 작가를 알게 된 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하나인 <나의 천사>였다. 그리고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단편 <최애의 아이>. 이걸 읽고 이희주 도장 깨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성소년>은 한 아이돌을 너무나 사랑한 네 명의 여자들의 납치극을 다룬 범죄소설이다. 정말 미친 소재가 아닌가. 그가 그려내는 세상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읽는 내내 엄청난 배덕감을 느꼈다. 사실 다른 장편소설들도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단편과는 달리 장편에서는 매번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내는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게 나쁘다기보다는, 그저 작가의 스타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건데?’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그의 소설은 이해보다는 경험을 선사하는 쪽에 가깝다. 마음껏 망가지고 싶고, 그저 욕망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충동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그리하여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달콤함을 얻기 위해 일평생을 바치는 꿀벌처럼, 그저 아름다움을 향해 달려가는 그가 나는 낯설지 않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어떤 아름다움은 삶을 초월한다."
"아름다움을 증식하자"
20250622
14 notes
·
View notes
Text
어떤 육아서에
아이가 세살까지는‘나’ 죽었다 생각해라
라는 파트가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인것같다.
세살까지는 ‘나는 엄마다. 나는 이 아이의 우주다’ 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나는 그걸 못하고 자꾸 내 자아를 어줍잖게 찾아대서 나를 자꾸 힘들게 만든다.
8 notes
·
View notes
Text



작년 부터 하나하나씩 병이 생기고 있다. 근데 하필이면 내가 걸리는 병은 왜 완치의 개념이 없는지. 그 지점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약 먹고 낫는 병이면 좋겠는데, 나는 그냥 평생을 이 병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건가? 나이가 들면 더 약해지겠지? 덜컥 겁이났고,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와중에 제일 싫었던 것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라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지배적으로 커지는게 너무 싫었다.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단 생각, 다 틀려먹었다는 생각까지 포함해 병든 몸이 결국엔 생각까지 병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만 들 땐 대체 어떻게 나를 달래야 하지? 몇 주 동안 나와 떨어져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또 어쩔 수 없는 일에만 메달렸구나, 그럼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 그래 원래 삶은 고쳐가는거야. 그리고 인생 전체가 오답인 삶도 없다. 전부 정답인 삶도 없고. 정답과 오답이 섞여서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게 사는거라고... 기운내! 해피!
30 notes
·
View notes
Text
우당탕탕
아침 5시나 5시 30분이면 일어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진 지 2년이 넘었다.
이런 루틴을 가지게 된 건 직업 때문이었다. 3교대 근무인 대학병원에서 1년 넘게 데이 근무를 했다.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했고 집과 회사는 거리가 있어서 버스 첫차를 타야 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지. 일어나려면 밤 9시에는 누워야지,
병원을 옮기고 9 to 6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도, 습관이란 건 무서운 거더군, 아침 5시면 눈이 떠졌다. 러닝을 시작했다. 조깅을 하고 출근을 하고 일하고 또 또 일하고 들어오면 지친 몸에다 영양소를 집어넣고 누우면 밤 9시였다.
내 일상은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아침 30분 달리기와 30분 정도의 스트레칭(명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하면 시트콤 수준으로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순간이 잦다. 7월 초에 이사를 왔다. 이사 전, 이사 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잖은가.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음에도 도시가스를 깜짝하고 신청하지 않아 3일 전까지 온수를 쓰지 못했고 비로소 어제 비데를 쓸 수 있었다. (낡은 집이고 부엌 쪽 전력이 부족해서 정수기 설치하러 온 기사님과 전력이 부족한 부엌에다 정수기를 설치하며 이 집의 전력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따금 난 두 어른을 생각한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말이다. 그 둘은 일단 하루를 포기하고 시작했다. 스스로 정신이 나가게 내버려둔 건데 한쪽은 신��적인 폭력을 당할 위험 때문에, 한쪽은 허술하게 쌓아놓은 모래성이 단박에 무너져버릴까 불안해해서 더 큰 위험 안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들이었다. 자기네끼리 그러고 살면 될 일이지만 슬하에 자식을 셋이나 낳았다. (왜 이런 부부는 섹스를 자주 하는 건가. 섹스를 통해 불안을 잠식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정신이 꽤 또렷한 셋. 자식들은 커져갔고 이후에 이야기는 꽤나 끔찍하다. 난 세 남매 중에 가장 그 둘을 닮았다. 그들의 정신병을 내가 겪어봤기에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끔찍한 것이다. 난 대물림이 무섭다. 어떻게든 부지런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부모의 무능함이 있었다. 저 둘을 가장 닮은 내가 경계하는 건 게으름인 것이다. 그래서 뭐든 한다. 눈떠있는 시간 동안에는. 할 게 없으면 밥반찬이라도 만든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부모에게 벗어나 살겠다고 각오한 지난날이 있었다. 각오는 각오로 빛날 뿐, 희생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들을 내 뒷덜미를 잡는 성가신 존재로 성장시켰다. 그럴수록 병은 더 악화됐고 나는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미치광이로 변모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인파 속에 섞여 선착장으로 향했다. 표를 산다. 큰 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부두로 들어온다. 직원이 길을 터줘 배가 올랐다. 서서히 움직인다. 바다를 가르는 이 항해가 마음에 들어 반대편에 도착할지라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평생 타고 다닐수는 없는 일이겠지? 직원이 내려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겠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방금 세탁 종료 음이 울렸고 이제 빨래를 널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탁기 돌리고 1시간 동안 쓴 글이다.) 이제부터 우당탕탕 시트콤 하루 시작.
15 notes
·
View notes
Text

결국 그런 것이다. 주체가 되지 않고 미쳐 날뛰거나 우울에 갇힌 나를 구해내는 건 내가 아니다.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내 주변의 사랑이다. 무섭다는 나에게 누구나 무서운 게 있다며, 원래 그런 거라며 말해주는 내 사랑들이 나를 나아가게 만든다.
카르멘은 나아가기로 한다. 피하고 숨기만 했던 날들을 부끄러워하며 더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한다. 4개의 시즌을 지나오는 동안 카르멘 주변을 지킨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카르멘에게 끼친 긍정을 떠올린다. 카르멘은 나아가기에 충분한 힘과 사랑을 얻었다.
17 notes
·
View notes
Text

<아노라>는 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작이다. 이 타이틀이 영화의 모든 면을 대변하진 않지만 그만큼 훌륭한 작품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걸쳐 구축한 감독의 연출관을 시상의 주요 기준으로 본다면 수상 결과에 수긍한다. (기생충도 동일하게 생각함)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는 주로 사회적 약자들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사실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들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소재 보다도 연출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션 베이커는 동정과 연민은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인물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끔 연출한다. <아노라>에 있어 가장 뚜렷한 반증은 본명인 ‘아노라’ 보다 더욱 불리우길 원했던 이름인 ‘애니’를 크레딧에 올려둔 점. 션 베이커의 유머를 곁들인 관조적인 시선은 (마치 평양냉면 같은) 묘한 매력이 있다.

<아노라>의 1막은 하이틴 무비, 2막은 로드 무비, 3막은 성장 영화의 문법을 따른다. 하나의 서사로 얽혀 있지만 막 마다의 연출과 촬영 기법에 큰 차이를 두기 때문에 옴니버스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언뜻 보기엔 앞선 두개의 막과 상반되는 3막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일까 싶지만(엔딩신이 워낙 인상에 깊게 남기도 해서), 션 베이커가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동시에 애정을 갖는 시퀀스는 2막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혼을 막기 위해 이반을 찾아��선 애니부터,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토로스, 막상 사건 해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가닉과 묵묵히 이 상황을 관찰하는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이고르까지. 이반을 찾아나선 네 명의 동상이몽. 이들은 모두 이민자 혹은 그 2세라는 점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넘어지고 깨지고 버려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인물들(어떤 기준으로는 사회적 약자인)이 모여 어떻게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션 베이커가 보는 현 시대의 미국 사회가 아닐까 싶다.
ps. 국내 메인 포스터와 카피는 최악, 그에 휘둘리지 않고 꼭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28 notes
·
View notes
Text
이따금 마음에 낙석이 떨어진다. 쿵 하고 나만 들리게 커다란 굉음도 울려퍼진다. 처음 낙석이 떨어진 날엔 내 세계가 다 흔들렸었다. 그렇게 떨어진 낙석은 옮겨줄 이가 없다. 쿵 쿵 몇십번이나 떨어졌을까. 그 낙석들이 쌓여 산을 만든다.
또 다시 쿵. 하지만 이젠 높아진 산 덕분에 전 만큼 떨어질 큰 낙차가 없다. 울림도 덜하고 소리도 전처럼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덜 아프고 덜 시끄러워야 한다.
이론대로라면 그게 맞다.
10 notes
·
View notes
Text


하지만 어떤 생각이던 그게 오롯이 내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가끔 나를 두렵게 만든다
어디서 흘러들어와서 내 안에서 지멋대로 편집했을테니까 그 어디서가 어디인지를 모른다는 건 그렇게 유쾌하진 않다 결국 편집자가 나면 그게 내 생각이 되긴 한다만은 ..
두꺼운 손이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다 내가 머 개도 아니고.. 하긴 이 나이 먹고 어디 가서 쓰다듬 받거나 칭찬 받을 일이 없다
14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