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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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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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말도 안되게 추워졌던 날이었다.
집안의 창문을 깨기라도 할 작정인지 바람은 날카롭게 불어댔다. 새벽 4시, 안입던 후드와 양말을 꺼내 신으며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메일함엔 어지러우리 만큼 온갖 메일이 쌓여있었다.
내게 회신이 온 메일이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몇통의 전화를 했을까, 한국에 있는 몇명의 감독님들께 전화를 걸고서 겨우 일을 끝냈다. 노트북을 닫으면 그날의 피로를 맞이 한듯, 그제서야 온몸에 피곤이 퍼져나간다.
오전 8시가 되어서야 다시 잠을 자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문득 베를린을 떠나고 싶었다. 적절하리만치 지겨워진 타이밍이었다. 나는 프라하에 사는 친구 몇명에게 연락을 ���두고 가방에 대충의 짐을 싸서 베를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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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프라하에 있던 건 지난 4월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날씨가 꽤나 추워 가죽자켓을 껴입고 따가운 손 끝을 숨기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다녔던 것 같은데,
그곳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은게 싫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려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가 프라하에 있던 건 그리 멀지도 않은 이야기였고, 나는 그때 실패를 앞두고 다가올 미래를 더욱 두려워했었으니까. 걱정이 하루가 멀다하고 쌓여대던 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라하에 사는 동안 이 도시가 너무 싫다며 울먹거리며 찌질하게 돌아섰던 적이 있었다.
과연 내가 안정적이게 될까? 행복이 오려나. 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막연하게 생각했던 질문에 어쩌면이라는 단어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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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도착해 친한 언니 양을 만났다. 몇달 전 베를린에 놀러온 언니에게 집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었는데, 그녀를 볼 수 있어 기분이 잠시나마 좋아졌다.
언니는 1월이 오면 한국으로 돌아갈거라고 말했다. 한국에 가기로 결심한 그녀의 결단력이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도 주변을 정리하고, 바리바리 가져온 짐들을 되돌려 보내고. 남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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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 내리던 홍수 속의 프라하였다. 언니는 계속해서 우산을 챙기고 나는 그냥 비를 맞고 다녔다. 비를 맞고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유럽에 와서 생긴 고집이었다.
밤늦게 친구 강도 함께 불러 우리는 길게 술을 마셨고 과거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 없이 했다. 아주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그들에게 자꾸만 베를린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순간 처럼 마음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자리가 없는 것도 그렇고, 일상의 내 흐름 자체가 불편하다고. 예전 만큼이나 베를린이 마냥 자유롭진 않은 것 같다고. 가끔은 내가 발없는 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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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 곳곳에 내가 기억하는 몇가지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좋아하던 바, 다니던 회사 건물, 광장에 주차 된 트럭, 불꺼진 놀이공원.
대개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 당시 나는 속상한 감정과 맞바꾼 술 한잔을 좋아했다. 붉은 도시 조명이 즐비한 거리에서, 강이 보이는 다리에서, 혹은 이 집 저 집을 옮겨다니며 속상함을 술로 풀었다. 어쩌면 그러한 행위는 ���군가와 시간을 보내면서 위로를 얻었던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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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가 더이상 싫지 않았다. 이곳에서 울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더이상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구와 함께 했는지 그 사실들은 기억 저편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이렇게 둘러보면 예쁘고 무해한 도시가 있었다는 것 뿐. 그 힘들었던 도시가 이번엔 나를 조금 살게하는 기분이들었다.
행복은 조금 매섭고, 불행은 가끔 너무 유순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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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6 · 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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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리네요… 근데 사진은 흑백 처리한 겁니다, 깔깔!!!
방탄소년단 🎵
방탄을 지독하게 좋아하던 순간이 있었어요. 솔직히 노래 너무 좋아…아이돌 노래는 별로다? 그래도 한 번만 맛 보세요… 한 번만… 비오는 날에 듣기 좋은 노래들로 가져왔습니다만?
네, 뭐… 노래 설명은 귀찮고요.
한 번만 들어보시라니까요!!!
***
그나저나 방탄 하니까 생각난 건데요.
오 팀장님이랑 갔던 식당에서 저 butterfly 노래가 나왔거든요(제미니가 말아준 거 아님. 제가 설정했습니다만, 문제라도?
근데 오 팀장님께서 아시는 눈치더라고요 ;-;
“팀장님도 방탄소년단을 아세요?” 라고 묻자,
"어, 알지. 우리 딸내미가 엄청 좋아하거든. 매일 아침저녁으로 불러대서 아주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야. 덕분에 춤도 몇 개 외웠다." 라고 말씀하시길래~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방탄소년단도 아시고. 애기는 방탄 노래 중에서 뭐 좋아하는데요?” 발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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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가 춤추는 거 상상하니까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귀엽다… 귀여운데?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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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atocake · 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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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시간났을 때 반리 애호해주러 갔었는데...
어쩌다보니 *(검열)* 에 *(검열)*해버려서
당장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반리만 끌고와서 심지어 페르소나 집이었음.)
하 지들은 맨날 니먼시(니가먼저시작했다는뜻) 시전하면서
어이가 없지만 사과도 안 받아주길래 페르소나 방황시키니까 만룡이 만났는데
사정 얘기했더니 "저는 안 그럴걸요? 저한테 해보실?" 이래서
진짜로 *(검열)*해주니까 진짜 좋아하던 만룡이...
메이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떠올랐다네요......
나도 메이드 볼래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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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miee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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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사진들. 사진을 10장씩 밖에 못올려서 아쉽구만. 근데 이 텀블러 갬성을 못잃겠어서 자꾸만 기웃거림.
1. 예쁜 크리스마스 케익. 폭설 내리던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강릉으로 급 여행길에 같이 오른 케익.
2. 질샌더 탱글백. 귀여워서 자주 들고 다닌다.
3. 반신욕 하려고 인테리어 할 때 욕조 만들어 놨는데, 아기가 생긴 지금은 목욕 시킬 공간이 좁아져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 반신욕도 10번도 안했음 ;
4. 신동 와인샵. 지금은 없어진듯함.
5,6. 광교에서 좋아하던 카페가 행궁동에도 생겨서 부러 찾아갔었다. 여전히 나이스 하신 사장님과 맛난 빵과 커피. 그리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
7. 수영은 언제쯤 다시 할 수 있을까.. 내 뱃살..omg 😶‍🌫️
8. 화훼단지에서 사온 꽃
9. 파리 신혼여행에서 꽂혔던 버터를 곁들인..
10. 지난 생일 선물, 미우미우백 . 완전 꽂혀서 샀는데 어정쩡한 포지션.. 🤫 그래도 간간이 잘 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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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uryouth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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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벌써 엄마와 이별한 지 1년이 됐어. 시간 참 빠르네. 작년의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가 살아 있었다는 게 이제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됐네.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미안하네. 아무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인가봐. 언제쯤이면 엄마를 만나러 갈 때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착잡해.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 더는 아프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고통이 있지 않나 싶어 걱정이 된다. 엄마를 괴롭히던 암덩어리들이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닌가 몰라. 지켜보고 있다면 알겠지만 나는 지난 1년 간 잘 지내지 못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는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네. 엄마는 내가 잘 살기를 바라겠지? 그럴 거라 믿고 힘내는 중이야. 
1년 전 오늘은 세상이 반으로 접히는 기분이었어. 반으로 접힌 세상에 내 몸도, 마음도 전부 반으로 접혀서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었지. 정신 차려 보니 하나 둘 조문객들이 모이기 시작했어. 모두 우리에게 위로의 말들을 건넸지만 사실 와 닿지는 않았어. 엄마가 더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거든. 아직도 가끔은 엄마가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아.
엄마를 보러 가려는데 궂은 날씨가 야속하더라.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고 도로는 공사 중이라 진흙을 밟아가면서 올��갔지. 엄마 많이 춥겠더라. 그래도 우리가 가서 조금은 온기가 향했기를 바라. 봄, 여름, 가을에는 경치도 좋아서 괜찮았는데 눈 내리는 겨울에 가니 많이 시리겠더라. 춥지 않게 자주 갈게. 
엄마가 진짜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밤에 내 꿈에서 닭강정을 먹고 싶다고 했었어. 꿈에서 깨자 마자 엄마가 좋아했던 신림 꿀벌닭강정이 아직 장사를 하는지 검색했더니 폐업했더라고. 아쉽다. 되는 대로 시장에서 사갔는데 마음에 들었나 모르겠네. 먹어본 적 있는 가게 닭강정인데, 엄마가 좋아하던 맛이랑 비슷해. 앞으로도 종종 사서 갈게.
어떻게 1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 반쯤 정신을 놓고 살다 보니 한 해가 다 지났더라고. 이제는 정신 차리고 살아보려 해. 엄마 없다고 아빠 심심하게 두지 않을게. 엄마랑 같이 못 가봤던 일본도 모시고 가서 아빠 좋아하는 맥주도 실컷 사드리고 올게. 엄마도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할 거라 믿어. 
엄마, 나 이제 잘 살아볼게. 엄마가 안 깨워줘도 잘 일어나고, 잘 챙겨 먹고, 부지런히 살아볼게. 엄마 없이도 잘 산다고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아줘. 다 엄마가 그리워서 하는 거니까. 여전히 보고 싶고 쓰리다.
영원한 나의 사랑, 조만간 또 편지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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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vvivi567890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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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i forget about this account? yeah lol. Anyways coming back to say that everyone needs to read this NOW!!!! please please please ple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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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y-sun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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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 맘에 꼭 가득 안고 살아
지난 세월에 커져버린 그대가
나의 꽃이 되어 짙어져 버린 오늘이
그대에게 고마워
My love is a flower in your hands
우리의 시간이야
I'll give you something
Unforgettable
영원한 마음이야
그리운 시간들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면서
새하얀 모습으로
내가 좋아하던 그때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라
My love is a flower in your hands
우리의 시간이야
I'll give you something
Unforgettable
영원한 마음이야
My love is a flower in your hands
우리의 시간이야
I'll give you something
Unforgettable
영원한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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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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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모순
그리워하는 것들은 죄다 모순이다.
얼마전 모순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하였다.
왜? 왜이런 선택을 했을까? 우린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인생의 선택에 모순 투성이다. 그럼에도 나아가야한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지금도 내 모순적인 모습에 환멸이나곤 한다.
좋은 마음도 좋지 않은 마음도 아닌 채 나는 어떤 일들을 끌고간다. 맺을, 끊을 자신도 없으면서.
나는 지독한 인간인 것이다.
-Ram
*모순
1. 하루가 다르게 아침과 밤이 차가워지고 있다. 아직 나는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바깥공기가 차가워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공기가 서늘해서 혹시 베란다 등 집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이 ���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봤는데 당연히 모든 창문들이 닫혀있었다. 찬 공기에 거의 등 떠밀리듯 압축팩에 넣어둔 겨울 이불을 꺼냈고, 여름 이불은 세탁했다. 압축팩을 꺼낸 김에 겨울옷들을 모두 꺼내 서랍장과 행거에 가득 채웠고, 여름 옷들은 다시 압축팩으로 들어갔다. 요 몇 년 사이 여름의 기억들이 좋아서 겨울은 더욱 내 안에서 열세했다. 추위로 인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운동을 할 때 (특히 테니스) 효율이 극히 떨어지고, 겨울밤은 그저 외면했었던 나의 겨울들. 이제는 조금은 바꿔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겨울을 미워할 수 없고, 재미없다고 할 순 없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몸에 열을 내고, 낮은 온도로 인해 굳은 내 몸은 스트레칭을 많이 해서 조금은 더 유연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단단하게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가 폴폴 입김을 내며 크게 웃는 날들이 많아질 수 있게 해보자.
2. 사유해야 휩쓸리지 않고, 중심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끌려가지 말자.
-Hee
*모순
귀여운 걸 보면 왜 깨물고 꼬집어주고 싶을까. 어떤 장면들은 왜 웃긴데 슬프기까지 할까.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정말이지 지겹도록 길고 괴로웠던 여름이 이제야 가려는데 왜 아쉬운 마음이 슬그머니 자라나는지. 왜 좋아하던 일도 파고들면 싫어지고 잘 지내다가도 가끔씩은 그냥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왜 누군가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전에는 모순 같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어째선지 모순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곧바로 이해되지가 않았을 뿐, 삶이나 감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무게추 혹은 안전장치 같이 느껴진달까.
-Ho
*모순
가끔은 모순적이라 느껴져도 괜찮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아는거니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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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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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극장에 있을 때
바깥에서 너는 나에게 전화를 걸고 또 걸었는데
너는 몰랐겠지만 나 그 영활 아주 좋아하던 중이었어
그 영활 보며 널 아주 많이 생각하던 중이었어
너에게서 여러 번째 전화가 걸려올 때
정말로 일어나서 극장 밖으로 나가야 할지
나가서 네 전활 받아야 할지
초조해졌지
그런데 문득 깨달은 거야
이건 정말 꿈이 아니라는 걸
다급하게 극장 문을 열고 환한 빛을 보았을 때
네가 그 앞에 서 있을 줄 몰랐지
빛 속에서
빛을 등지고 서 있는 네 얼굴이 까맣게 보였지
빛 속에서
나는 네 손을 잡고
이 영화로 초대한다
너도 알게 될 거야
아름다운 영화인 것을
중간에 놓친 부분은
새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어둠 속에 앉아서 비로소
네 얼굴을 보았을 때
스크린 빛이 밝아졌을 때
누군가 물 한 잔과 커피 한 잔을
��끗이 비우고 일어서는 장면이 펼쳐진다
- ‘극장을 위한 여름’,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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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mzi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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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고 보니 여름이 지나갔다.
올 여름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외로움이 있었고,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생겨나 나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여름 내내 그 결정들을 미루려 온갖 애를 쓰고 있었다. 정말이지. 결정같은 건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올 여름 어딘가에서 자존심을 잃어버렸다. 그러한 낯선 경험의 냄새들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많이 울었던 계��로 기억이 될 것이다.
*한바탕 울고 나면 늘 어머니가 전화가 와 있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는지, 그녀는 늘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음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런 그녀를 알 수 있다. 나는 그녀에게 그저 겨울에 보러 가겠다는 말만 남길 수 밖에 없었다.
*한 사랑이 떠났고 남겨진 사람은 묵묵히 할 일을 한다.
미뤄 둔 청소를 하고, 텅 비어진 냉장고를 채운다. 바쁘게 걸어다니고, 적잖이 쌓여버린 메일함의 처리해야하는 일들도 해결한다. 그렇게 입을 다물고 할 일을 하다보면 그 사람에게 머물러있던 애정이라거나 걱정 같은 것들이 잠시나마 사라졌다.
비록 사둔 복숭아는 썩어버렸지만.
그러한 일상을 반복하다가,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오랜 잠을 잤다. 자세가 불편한지도 모른채로 잠을 잤다. 어깨가 결리면 그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떠올렸다.
기약도 없는 편도 티켓을 좋아했고, 지폐를 수둑하게 들고다니는 것도, 짤랑거리는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것도 좋아했다.
가지고 있는 가방에 온갖 멍청한 것들을 때려 넣고 이방인 처럼 이 집 저 집을 전전해 가며 이사를 하는 것도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여기서의 일상은 한국에서의 일상과는 많이 다르다. 그때의 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각도 잊어버렸다.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을 기다리는 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만을 바라봤다.
상처를 쉽게 받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가끔은 절대 울지 않는 나를 보고 모두들 독한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해댔으니.
여기서는 울어도 위로 받지 않아서 좋다. 나약한 나를 내려놓을 수가 있다. 가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미친 사람 처럼 나를 바라보는 것을 빼고는 나를 괴롭히는 시선이 하나도 없다.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리는 것 만큼 지치는 일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반년만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영과의 대화에서 다시 한번 나는 지금의 삶을 떠올리고 있다.
요즘 어떻냐는 물음에 정확한 마음의 표현을 하지 못한채로 그저 이 여름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영이 말하기를 곧 여름이 간다고 말했고 나는 말했다.
나는 가을에 좀 더 힘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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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eoo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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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 되면 어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다가. 찌릿하다가. 그리고 자다가 남몰래 과거를 회상하다가, 눈물을 흘린다
보고싶은 우리 할머니는 왜 나의 꿈에 나오시지 않을까 외할머니가 없었던 내게, 외할머니의 존재를 알려준 우리 할머니는 결국 내 꿈에 한 번도 나오시지 않았다 다른 이의 꿈에는 예쁜 치마를 입고 발이 애니메이션만큼 빠르게 돌아가면서 이곳저곳 누비는 모습이 나왔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할머니, 나는 할머니 모습이, 목소리가 생각이 안나
내 사진은 그렇게 찍고 아기들 사진은 또 그렇게 찍으면서 왜 우리 할머니 얼굴을 찍을 생각을 안했을까. 그냥 동영상이라도 한 번 찍어놓을걸.
사람이 가장 먼저 잊는다는게 목소리라는데.. 정말 그런가봐
사실 우리가족은 할머니의 마지막을 수년 전부터 예상했었고 의연해지려 노력했었고,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셨을 때부터 너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내가 그런 생각을 해서 할머니가 실망하신건가
우리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살치살은 이제 보지도 않고 짜장면도 이제는 별로네. 사실 나는 할머니 생각만 하면 미안한 것 투성이야
다음에는 할머니, 할머니가 내 할머니가 아닌 친구로 태어나줬으면 좋겠다. 내가 아기를 낳을지 안낳을지는 아직 잘 모르니까 우리 꼭 한 번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실컷 싸우고 놀고, 꽃치마 입고 산책가자 할머니 늘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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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yup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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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은 기필코 울려 버린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이제서야 보고 울어 버렸다.
울고나서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나는 바로 지금입니다.
나는 최고의 순간에 강백호와 같은 진심도 열정도 없었고, 그리하여 무수하게 놓쳐버린 최고의 순간들과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돌아올 최고의 순간들은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그게 슬펐다.
그러고보면 슬램덩크에서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는 윤대협이었다. 농구를 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진심이었지만 농구 그 자체에 대한 야망은 별로 없던 캐릭터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근데 그게 이제와서 후회가 되는 구나 싶었다.
원작에선 약했던 송태섭의 개인 서사를 추가하면서 전체의 클라이막스인 산왕전을 보여줬는데,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나 이제와서 뒤늦게 추가한 송태섭 사연팔이가 그닥 와닿지는 안았지만, 애니화를 위해 새로 그린 작화들이 있다는 면에서 그만하면 충분하였다.
역시 십몇년만에 다시 봐도 슬램덩크의 산왕전은 그간 충실히 쌓아놓았던 서사들을 계속, 멋지게, 충분히 폭발하는 그런 멋진 지금까지 창작된 모든 이야기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 있는 클라이막스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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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miao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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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 빵집, 좋아하던 공간들이 많이도 사라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사실 자주 뒤돌아본다. 어떤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 날 때 마음껏 그리워해보려고 better에 보드를 만들어두었는데 부지런히 정리해보기도 전에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들었다. 다들 끝을 향해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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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lygood21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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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교사가 애를 죽일 수 있냐?"
"정신병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
"정신과 환자를 어떻게 구속할 수 있냐?"
단 한명의 정신과 환자와도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으면서
본인이 살아온 삶의 범주에서
일차원적으로 이루어진 생각��
아무 거리낌 없이 배설하고
그걸로 정책과 법안까지 만들고
그에 따라 판결까지 내려지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거 뻔히 보이는데
"법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임?" 소리가 나오는 것.
정신과 입원은 법에 따라 불가능에 가깝고
공무원 짜르기도 법에 따라 불가능에 가까우니
법대로 했는데 세상이 비뚤어졌으면
법 만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거 아닌가???
조현병은 망상과 환각이 특징.
고양이를 좋아하던 화가가
어느샌가 고양이를 악마로 묘사하듯
그 교사 눈에는 아이가
자기를 물어뜯으려는 괴생명체로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심지어 조현병 때문에 조종하던
항공기를 추락시킨 기장도 있음.
조절되지 않은 정신과 환자는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이성적인 일반인의 사고 방식으로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신과 환자는 강한 구속이 필요하고
마취총이나 테이저건도 쓸 수 있도록
법적 허용이 필요한 것이다.
이 인권, 법률 나부랭이들아
당신 가족 앞에 칼든 정신과 환자
인권도 법 지켜가며 제압할거냐
한국 법안은 발의할게 아니라
수정하고 폐기할게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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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kind-son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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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습관의 희석
책을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하던 시기가 있다. 아마 군대에서 더 이상 할 게 없을 때부터.
그 시기에 읽은 책은 정말 40권에서 50권이 넘어갈 것이라 기억한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걸 배우고 다양한 시야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책에 대한 '취향'이라는 것도 그 때 탄생하였다. 예를 들면, 오쿠다 히데오의 실없는 문장이나 하루키의 불안한 시선 같은 것들.
그리고 이제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게 되며 한 차례 책을 읽는 것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다 온라인에서 많은 정보를 학습해야하는 시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들어가 빠르게 웹과 앱의 개발에 관련하여 공부를 하여야 했고, 그 당시 플랫폼 붐이 일어나면서 정말 셀 수 없는 아티클들이 쏟아져 나와 나는 아날로그 책을 읽을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 '지금'이 되었는데, 나에게 지금이란, 9-6 근무+야근과 조기 출근+들락날락 하는 업무 스켸줄+대학교+운동=지금 이라는 뜻인데 이러다보니 문득 누워서 가만히 나에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들에 사람이 절여지고 있었다.
그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제는 책 한 장을 읽는 순간에도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행동을 한다.
한 문장을 읽는데 시야의 방향이 좌에서 우가 아닌 상하 좌우 여러 각도가 포함되어 있다.
집중력의 부재가 능력의 저하를 일으키는 시대다.
다시 집중을 위한 기본을 잡기 위해서 책을 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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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adult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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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1
겨울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겨울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겨울을 좋아하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나에겐 그저 건조하고 추위에 못 견뎌 답답하게 겹겹이 옷을 껴입어야 하는 힘든 계절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그토록 좋아하던 여름이 싫어졌다. 살을 뭉갤 것 같은 태양도, 지리하게 계속되는 더위도 너무 힘들었다. 씻어도 씻어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싫었고 기운도 없었다. 그런 여름을 어떻게든 견디게 해준 것이 바로 요가였다. 5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요가를 했다.
지금은 무언가를 할 여유조차 없는 상태여서 마음이 답답하고 또 괴롭다. 그럼에도 계속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가 있고 또 채워나가는 데 더 몰입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정답은 없고, 그저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다시 또 정리하고 또 다시 정리하며 해나가야 한다고 느낀다. 끊어내야 할 것들을 끊어내고 다시 또 정리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 꼼꼼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차분히 눈 앞의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텐션이 떨어지더라도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해야하는 것들,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더 좋은 것들, 더 많은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느낀다. 열심히 견뎌내며 부딫혀보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것들에 대한 열의가 있으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마음도 든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추한 모습이었다. 단순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치 자신은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들의 눈빛은 열정에 넘치지 않고 그저 뭔가를 가리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런 모습이 나에게서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를 무언가를 나무라는 것보다 그저 그런대로 내버려두는 쪽을 택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인가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꽤나 그대로 내버려둬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혼자이고 싶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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