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왕녀를 위한 파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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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밀어본 게 얼마 만이냐 휘파람을 불던 요한과, 지루할 정도로 길었던 그의 등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번갈아 서로의 등을 민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빡빡 부탁해. 빡빡 기나긴 등을 밀면서 어쩌면 비틀즈가 해체된 이유는 존 레논의 기다란 상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했었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216
누군가 보문 호수에 길게 늘어서 있는 오리배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는데, 박민규의 <아, 하세요 펠리컨>이 떠올랐다. 박민규의 소설보다 훨씬 낭만적인 사진이었지만.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라거나,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찰나였다. 인생의 중요한 사건과 결정들이 대개 그러하듯.
비틀즈가 해체된 이유가 레논의 기다란 상체 때문이라는 박민규의 문장에 참 많이 웃었고, 그렇게 웃고 있던 그 순간, 박민규라는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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