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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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줄 알았던 남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광화문에서 일하고 싶었다. 빌딩이 높지만 옆으로는 산책할 수 있는 경복궁이나 인사동이 있고 큰 서점과 여러 갤러리들이 있는 광화문이 가진 지리적 요건도 좋았지만, 광화문 사거리에 서 있으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때문이었다. 조선시대의 광화문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사대문 안에 있다는건 그 당시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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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느낌을 우피치 미술관을 걸으며 느꼈다. 예전의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이 통치하면서 메디치 가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지상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한 때 메디치 가의 오피스였던 우피치 미술관(우피치라는 뜻이 실제로 office의 의미라고 한다) 에서 그 통로를 통해 베키오 다리를 건너 강의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다들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 메디치 가의 사람이 길가로 다니면 너무 붙잡고 이야기를 걸어서 이런 통로가 생겼다고 한다. 이 비밀의 통로는 현재 아주 비싼 비용을 주고 투어를 할 수 있으며, 내가 갔을 때는 운 좋게도 그 투어를 하는 사람이 있어 비밀의 문이 열렸었는데 사진도 찍을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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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메디치 가를 얘기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쥴리아노이다. 흔히 내가 이제껏 쥴리앙으로 부르던 이 사람은 석고를 그려 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석고의 크기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이렇게 나뉘는데 3대 소형 석고 중 하나다. (아그립파- 판테온을 만드는데 자금을 지원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로마에서 이미 한 번 놀람, 비너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와는 약간 다르게 생겼다, 줄리앙- 유일한 꽃미남 석고상) 내가 입시를 보던 해에 줄리앙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또 다시 고배를 마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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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은 사실 정면을 그려도 예쁜 몇 안되는 석고상 중 하나인데, 다행하게도 등판자리라고 하는 그렸을 때 가장 예쁘고 효과적인 자리에 앉아 실기를 치뤘다. 한창 석고를 그리던 때에는 그저 아주 부유한 집안의 엄청나게 잘생긴 막내아들이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 당시에도 쥴리앙은 잘생김으로 유명했고, 내가 더 주목하고 싶었던 사실은 어마어마하게 예쁜 여인과 결혼했다라는 것이다. 너무 예뻐서 피렌체의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런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이 어여쁜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했겠지. 뭐 단명한데는 암투때문이었겠지만, 가지지못한 여자에 대한 원한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쁘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둘은 서로 아주 많이 사랑했다라는것이다. 그 시절 당연시 여겨졌던 정략결혼이 아니라, 정말 서로를 사랑해서 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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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다보니 그렇게 한 눈에 반해 사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젊은시절의 치기가 아닐까 이런 첫눈부정론이 생긴다. 첫눈에 반하견, 서서히 빠져들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노곤노곤하게 만드는 것. 그 시절의 선남선녀가 이 아름다운 거리에서 다정히 걸으며 알콩달콩 서로를 사랑했을 생각을 하며 우피치 미술관을 걸어본다.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알았던 이 멋진 남자를 그렸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20150930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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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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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 어쩌면 여행자들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그걸 잘 표현한 영화는 비포 선라이즈. 물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이 세 가지 시리즈 모두 재밌지만, 난 에단호크와 줄리델피의 풋풋한 모습이 있는 비포 선라이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세 도시 중 비엔나를 가장 좋아해서 그런것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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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처럼 고독을 씹은 얼굴로 다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묵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빠지는 시간은, 내가 기존에 누군가에게 빠졌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빠른 시간에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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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때문이었을까. 피렌체여서였을까. 야경을 함께 봐서 였을까.
  까무잡잡한 피부, 큰 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선한 눈, 시원시원한 성격 등. 내가 빠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상처받기도, 주기도 싫은 그런 생각에 얕지도 깊지도 않은 인연들을 지나쳐 온 후 내가 느낀 것은 나는 이제 단순히 마음 울림만으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거듭 운명의 화살 촉이 목적지로 잘 향하지 않는 나의 큐피트 화살을 보며 운명에 회의를 느낀 후의 여행에서 운명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과연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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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억만겹의 인연으로 엮여있다면 다시 만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마음 속 울림을 잠재웠다. 뭐 운명이 아니면 어떤가. 그런 인연이 있어 나에게 피렌체는 더더욱 애틋한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20150929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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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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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 정보
0. 친퀘테레가 다섯개의 마을이고...이런 내용은 어디든 검색하면 볼 수 있으니 생략한다. 피렌체에서 피사로 가는 직항 또는 경유가 있다. 경유를 타도 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라스페치아 역에 도착하면 친퀘테레 카드를 사는 곳에 줄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줄이 길어 도착하자마자 십분 내에 탈 수 있는 기차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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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은 시간표. 이 시간표는 버리면 안된다. 친퀘테레카드를 사면 24시간 탈 수 있기 때문에 하이킹했다가 기차 탔다가 하면 된다. 
나의 루트는 우선 숙소가 있는 마나롤라로 가서 체크인을 한 후 가장 윗 마을인 몬테로쏘에 가서 내려오는 루트. 내가 갔을 때는 4개의 코스 중 2개의 코스의 하이킹 구간이 공사 중으로 출입이 불가하였다. 그것도 가장 아름답고 쉬운 구간이. 하지만 하이킹은 꼭 해보고 싶어 스니커즈외 스키니를 입은채로 하이킹 시작. 
  2. 마나롤라에서 몬테로쏘까지는 기차를 타고 이동 후 몬테로쏘에서 밥을 먹고 베르나짜까지를 하이킹 코스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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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밥은 최고. 태어나서 먹어본 해산물 파스타 중 가장 맛있었다. 언덕으로 쭉 올라가면 되는데 어마어마한 계단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친퀘테레 카드를 보여주고 하이킹을 시작하면 괸다. 그냥 산길이 아닌 계단을 엄청 올라가면 한 눈에 예쁜 비치 파라솔들이 펼쳐진 몬테로쏘의 해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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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을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는 산길을 간다. 그래도 앞에 가는 페루 학생들 덕에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3. 당이 떨어져 베르나짜에 도착한 후 젤라또 타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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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닐리아는 포도밭이 유명하다는데 오면서 많이 봤으니까 일단 패스. 그리고 리오마지오레까지 기차로 이동. 이동하는 동안 유럽에서 이렇게 빼곡하게 들어찬 기차를 처음 타봐 당황했지만 다들 돌아가는 시간즈음이었으니까. 출퇴근길인줄. 리오마지오레에서 마나롤라까지 트래킹 코스가 가장 예쁘다는 사랑의 길인데 닫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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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차시간까지 리오마지오레 구경. 리오마지오레에서 마나롤라로 이동. 
  4.  아까 체크인 하고 잠시 구경했던 마나롤라를 다시 구경해 본다. 기차역에서 바닷가 쪽 언덕을 쭈욱 오르면 친퀘테레에 오게 만들었던 그 사진의 뷰를 실제로 볼 수 있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올 곳을 고르다 보니 그 언덕의 아래에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 와인 한 잔과 멜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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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맛있고 멜론도 맛있고. 이 레스토랑은 식사도 가능한데 only cash. 해가지고 야경을 본다. 지금 다시 보니 정말 이런 사진을 내가 찍었나 할 정도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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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기로 한건 잘한듯. 
5. 시간표는 이 때까지도 버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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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라스페찌아에 가서 피렌체로 돌아가야 하니까. 참, 기차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하지만 주변 풍경보는 맛에 딜레이가 되어도 좋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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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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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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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참 적절하다. 마음에 누군가를 너무 빨리 들여서도 누군가를 너무 많이 들어서도 마음은 체한다.   
그 동안 나의 체 했던 마음을 부드럽게 넘겨주는 여행의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20150928 친퀘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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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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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
여행 5일째. 어느 덧 반이 지난 시간.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온 여행객들을 보니, 참 좋은 풍경을 공유하고 있구나. 그렇게 서로가 아는 비밀이 하나 더 쌓이는거구나 생각이 드니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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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도 처음부터 여행을 싫어했던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정작 본인들을 위해 그런 여유를 부리는 것을 사치로 생각하셨을 터. 피렌체에서는 언니 생각이 났고, 지중해에 와서는 엄마 생각이 났다. (아, 아빠 생각은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면 난다. 비록, 아빠가 이제는 술을 끊으셨지만) 마나롤라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을 하였다. 
“다음에 꼭 같이 오자” 이 문장에는 그만큼 엄마를 사랑하고 그 때까지 꼭 건강하고,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게 성공할게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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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는 것이 익숙한 나에게 여행을 함께 하자는 것은 정말 아무에게나 하지 않는 말이고, 그만큼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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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많이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제주도에 가고싶었다. 얼마 후, 그 사람은 나와 모든 인연을 끝내고 제주도에 갔고, 그에게 제주는 나와 함께 가려고 했던 곳이 아니라, 그에게 더 소중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간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분들을 추억하기 위한 장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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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로쏘에서 베르나짜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이 곳에서 혼자 뭐하는 거지? 어쩌면 누군가와 다니는 여행이 귀찮고 힘들어 이기적인 마음에서 혼자 다니는 편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에 놀랐다. 확실히 20대의 용감한 미성숙함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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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나롤라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야경을 보고있다.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밤이다.
20150928 친퀘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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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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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시간은 딱 3초. 정말 순간이다. '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은. 
그리고 그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그 첫인상은 짧은 순간 결정된다. 피렌체의 첫 인상은 다녀 본 도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역에 내려 성당을 가기 위해서는 기차역 앞에 펼쳐진 잔디밭을 보게 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그 잔디밭에 피렌체 사람들은 누워 일광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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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 펼쳐진 광경이었다. 정말 따뜻한 햇빛과 여유롭게 잔디에 누워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잔디를 지나쳐 가면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을 보게 된다.
그 반짝하고도 저릿한 느낌을 느껴보지 못한지 오래.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과의 시작은 그 첫 인상에서 결정되었다. 이제는 그런 순간의 느낌에 반응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서인가. 아니면 그냥 그런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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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힘든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좋은 사람들이었을터. 하지만 그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장이 반응하는 그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20150927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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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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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영화.
나의 외장하드에는 내 기준에서 또 보아도 재밌을 것 같은 영화들이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손이 잘 가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라는 이름도 사랑스러운 조쉬하트넷과 다이앤 크루거 주연의 영화이다. 배경은 겨울에 춥기로 유명한 시카고. 실제로 이들이 wicker park를 거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카고에 있는 공원이라고 한다. (영화의 본 이름이 Wicker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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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사실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국엔 원하는 사랑을 만나게 되는 주연들의 얘기보다 조쉬하트넷을 표면적으로 좋아하지 못하는 알렉스에게 마음이 끌렸다. 이 영화가 멜로와 스릴러 두 가지 장르가 있는 이유가 바로 알렉스의 행동때문인데, 혼자만 하는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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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있는 진정한 얘기를 잘 하지 못하는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꿀먹은 벙어리였다. 인연일 수 없다면 우연히라도 마주쳤으면 했던 사람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사람을 좋아했고, 어쩌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마음을 들키면 멀리서라도 그를 볼 수없을 것 같은 마음에서, 이렇게라도 지낼 수 있는 사이를 다시 벌리고 싶지 않아 더 말을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겁쟁이 같았던 지난 날의 내 행동을 운명이 아니었다는 말로 포장하고 싶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무심한듯 툭 하니 고백의 말을 내뱉어 본다. 그러니까 그 말이 그 사람의 마음에까지 전달되지 않아도 그 사람의 귀에 만이라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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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거형이 되어버린 그 말. 
좋. 아. 한. 다.
20150927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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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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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로마에서 두 가지 투어를 했다. 로마시티투어와 바티칸투어.
로마시티투어는 ㅁㅁㅁㅇ에서 진행한 투어였는데 아무 정보없이 나같은 역사 바보가 들어도 한번에 스토리가 연결되어 좋다. 하지만 콜로세움이나 포로 로마노 등에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설명듣고 사진찍는 정도. 그리고 점심식사도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식사 중 최하위 맛이었다. 하지만 직접 로마에 거주하고 있는 가이드가 다른 맛집이나 카페, 젤리또 집도 알려주고 특히 어떤 곳에 가보고 싶다고 할때 자세히 알려주는 말그대로 현지인의 입을 통해 듣는 정보가 좋다. 단체로 다니다 보니 소매치기의 위험에도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바티칸은 정말 가이드투어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 가이드투어는 유로 ㅈㅈㄱ나라의 프리미엄투어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조금의 예약비를 더 주고 신청한 것인데, 이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역사나 그림에 대해 아무 정보없이 간 나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머릿 속에 퍼즐처럼 모든 정보가 잘 맞춰졌다. 물론 가이드의 역량도 무시하지 못할 투어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건 복불복이니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바티칸 투어에서 필요한 것은 물과 당. 체력적인 소모가 큰 투어인만큼 마실 물과 간간히 먹을 주전부리는 필수사항이다. 점심을 나와서 먹고 싶었으나, 내가 신청한 유로 ㅈㅈㄱ나라 투어에서는 점심을 바티칸 내 식당에서 먹었다. 다른 투어들 보면 밖에서 나와서도 먹던데,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음식은, 이 가격으로 이걸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간간히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는 정도였다. 포스팅한대로 바티칸 투어의 끝자락에는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이 있다. 고로, 펜을 꼭 가져가시길. 문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엽서를 쓰는 공간이 있고 문을 등지고 섰을 때 오른쪽에서 우표를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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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티칸과 로마의 국경을 지나 쭉 걸어나오면 (바티칸을 등지고) 로마 3대 젤라또 집이라고 불리는 Old Bridge가 있다. 기다릴만한 정도의 웨이팅이었고,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 분점이 생겼다고 하나,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다. 분명 맛이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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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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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체통.
바티칸의 모든 것이 작품이지만 (심지어 하늘까지), 책이나 인터넷으로만 보던 대작들을 실제로 보고있구나라는 큰 감동을 준 작품이 천장화 말고 또 하나가 있다. 바로 피에타. 예수의 죽음과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
사람들은 이 작품을 아래서 위로 작품을 볼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의 진가는 위에서 볼 때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아래에서 볼 때는 성모마리아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아들아, 잘 참아주었구나, 이제 고통에서 해방되었구나, 편히 쉬어라. 라는 모든 것을 초탈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위에서 보게 되면 죽은 예수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작품을 위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음이 안타깝지만,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의 감동이었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다 겪고 편안한 얼굴로 하늘을 향해 있는 표정의 예수를 볼 수 있다.
피에타를 보고나니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더 커졌다. 아직 자식을 낳아보지는 않았고, 앞으로 낳을 일이 있을까도 모르겠지만, 그 기분은 어떤 것일까. 또 자신보다 더 아끼는 내 자식이 그런 고통을 겪는 모습을 다 보고있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히 말로는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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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베드로 성당의 한쪽에는 이렇게 노란 우체통이 자리잡고 있다. 바티칸 도장이 찍힌 엽서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피에타의 감동을 안고 부모님께 짧은 글을 보냈다. 한 동안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예전에 잠시 외국에서 생활할 때, 부모님께 여러 장의 엽서를 보냈었다. 내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동들이 부모님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렇게 오랜만에 엽서를 보내니 그 때 생각도 나고,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계신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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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장의 엽서는 조금 부끄럽지만 나에게 보냈다.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나보다 더 멋진 사람과 함께 이 곳에 다시 오고싶다고. 그 때까지 잘 견디고 버텨달라고. 
20150926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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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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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나는 어정쩡한 재능을 가진 사람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체능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정쩡한 재능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이 특출난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그 길을 어려움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어정쩡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단순히 하고싶다라는 치기어린 감정으로 시작했다 좌절감에 이 길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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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어쩌다보니 미술이라는 분야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많이 못 그렸던 나는 내 스스로 미술 실기평가를 잘 받아본 적이라고는 없는, 무엇인가를 만지면 고장내기 일쑤인 고장손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던 내가 눈을 떠보니 정물대 위에 올려진 정물과 석고상을 그리고 있었고, 한 번의 재수 끝에 그래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하는 곳에 들어가고 보니, 스스로 이제 재능이 생겼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대학교에서 하게 된 첫 과제를 함과 동시에 산산조각났다. 
재능이 없으면 열심히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바보인가? 그들도 열심히 할 줄 안다. 열심히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잘하는 것이 어려운거지. 그 때부터 나는 재능이 있는데 열심히까지 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사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것은 더 쉽다. 
왜? 재밌으니까. 뭘 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칭찬하는데, 재미없을 수가 없지. 
재능이 있는데 열심히 한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꼽을 수 있겠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천장화 (우리나라에서는 천지창조라고 불리지만, 이것은 일본에서 읽는 것을 그대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한 것이고, 현지에서는 그냥 천장화라고 부른다) 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미켈란젤로는 그 천장화를 그리는데 4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 동안 한쪽 팔을 들고 계속해서 천장을 보는 포즈로 그림을 그려 어깨가 휘어지고 한 쪽 시력을 잃는 등 건강도 상하게 되었다. 
실제로 천장화를 보면, 아니 대체 이 웅장한 그림을 어떻게 4년안에 그릴 수 있을까에 한 번, 그리고 어떻게 그런 포즈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에 두 번 놀라게 된다. 나도 입시미술을 하면서 시력도 짝짝이가 되고, 승모근에 엄청난 근육을 얻게 되었는데, 도대체 그 나이 많았던 노인이 이걸 어떻게 그렸을까 싶다. 그건 아마도 본인이 그 시대 종교계에 분명히 전하고 싶은바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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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면서, 그 동안 안일하게 작업했던 나를 되돌아 보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무에서 배우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경험하면서 너무나도 스스로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아왔다. 위에서 시키니까, 힘 있는 부서에서 원하니까. 나 스스로의 개똥철학과 이유있는 고집들을 꺾으면서 지내야했다. 
이제부터라도 내 작품에 대한 근거있는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20150926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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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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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걷다.
로마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때문이었다. 
우디알렌의 로마위드러브나 로마에서 생긴 일 같은 영화들에 나오는 로마는 너무나 로맨틱하다. 정말 로마에서라면 모든 사랑이 이루어 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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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묘사되는 로맨틱한 로마는 나에게는 어떨까. 
최근,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들은 많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진 않겠구나라는 생각. 
계속해서 큐피트의 화살이 어긋나고, 그럴수록 마음 속에 있는 오래 된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여행 오기 전, 그 증상이 심해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리워했다. 나 또한 돌아가지 못할 거면서도 그리워했다.  시간이란 것이 이 그리운 감정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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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혼자 다니던 내가 외롭다는 감정을 여행을 와서 새삼 느낀다. 이런 적 없었는데. 로마여서일까. 누군가의 부재때문일까.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를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처음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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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한 나에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정도로 함께 있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인데, 그 뜻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20150925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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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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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세 미술관
로마에서의 첫 날은 가볍게 보르게세 미술관에 들렀다. 
보르게세 미술관 주변 공원은 로마 사람들에게도 좋은 산책로를 제공하는 공원으로 알려져있다. 도시에 있는 공원은 매력적이다. 활기넘치면서도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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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원에 미술관이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도시의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곳이 보르게세 미술관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를 가는 보통의 관광객들은 보르게세 미술관까지 가지는 않는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묵었던 B&B가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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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세의 위치만큼이나 그 안에 들어있는 예술작품들도 역시 보물답다. 100%예약제라 당연히 출발 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 예약은 생각보다 쉽고, (http://www.galleriaborghese.it ) 예약을 해도 앞에서 티케팅을 해야한다. 들어갈 때는 작은 가방과 모자 등도 맡기라고 되어있다. (모자를 쓴 외국인이 있긴 있었다.) 
  보르게세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무래도 베르니니의 작품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본 예술 작품이었으니 그 감동은 더 했다. 조각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기는 처음인데, 어떻게 저 단단한 석고를 이토록 부드러운 물질로 보일 수 있도록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보르게세 미술관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아트 인문학 여행] 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인데, 이탈리아에 가려는 분들에게 정말 정말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한 번 더 보고 갈껄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원래 이 날의 루트는 로마에서 누구나 먹는다는 스페인 광장에 위치한 뽐삐 티라미슈를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20시간 비행으로 떡진 머리로 자신감이 많이 하락해 있었고, 첫 날 부터 허리가 끊어질 것 처럼 아팠으므로 집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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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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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 
20시간을 날아 로마에 도착했다. 된 소리가 많지만 물결치는 듯한 억양 탓에 귀엽게 들리는 이탈리아어가 들린다. 내가 생각한 로마는 대도시에 많은 관광객이 있는 런던의 빅벤 주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로마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따사롭고, 한가한. 리스본 다음으로 건물의 벽에 노란색이 어울리는 도시가 아닌가 싶다. 
작은 골목길들이 많아 오토바이, 스쿠터, 경차가 귀엽게 굴러다니는 도시.  물론 필요에 의해 작은 차를 타는 것이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경차나 오토바이를 타는 그 특유의 멋스러움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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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부러웠던 것은 ‘자연스럽고도 열정적인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을 표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다. 일할 때는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표현이라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왔던 것일까. 슬퍼도 누군가의 앞에서는 울지 않았고, 아파도 누군가의 앞에서는 아프지 않은척 했고, 좋아해도 그 감정을 심장의 끝까지 꾹꾹 눌렀다. 
물론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내 감정을 입 밖으로 내 뱉는 순간 모든 것이 깨질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줄 것 같았다. 내가 이 정도 표현했으면, 나를 그 정도로 좋아한다면, 내 이런 감정들을. 참 어리고 순수했구나. 말하지 않으면 나 조차도 그 사람을 잘 모르는데, 어째서 그 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솔직해지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솔직해지는 것은 그 사람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다.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싶다. 
20150924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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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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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 길.
이탈리아를 가는 것 만큼이나 설렜던건 아부다비 경유.
아부다비, 왠지 어렸을 때 보던 돈데크만이 살 것 같은 나라. 경유 시간이 짧아 밖에는 못나가 보겠지만, 그래도 메르스가 한차례 지나고 난 후 가는 중동은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퇴근을 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는 ��� 살인적인 일정. 새벽 한시가 다 되어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을 알리는기장의 목소리가 들리고 창 밖에 비친 모래 위에서 반짝거리는 아부다비의 불빛은 정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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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동에 가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겨울, 영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두바이 경유였다.                                   그 땐 정신이 없어서 창 밖을 볼 새도 없었네. 길이 포장 되지 않은 곳은 모래였다. 흙이 아닌.  언젠가 사막에 가보고 싶다. 두바이든, 모로코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이제 유럽으로 간다.
20150924 아부다비 공항 
/*정보  아부다비를 경유하니, 일반 유럽 항공을 경유하는 것 보다 더 오래 걸린다. 가격은 10만원 정도 저렴한 편이다. 아부다비 화폐가 따로있다. 다음에 간다면 스탑오버를 해보고 싶지만, 내년에 갈 땐 유럽항공사를 이용해야지. 비행이 길어지니 확실히 피곤함이 세 배는 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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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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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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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나이에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현재의 내 나이가 너무 좋지만,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몇 년간 나를 지독하게 쫓아다녔던 이별의 그림자는 옅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를 따라다녔고, 예전의 나 답지 않은 행동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과연 '나 다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어 질 때쯤, 이 여행을 계획했다. 차가워진 마음이 따뜻해 지기를 바라며 따뜻한 지중해로의 여행이 하고싶었다. 
하늘에도 바다빛이 있는 그 곳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하였다.
20150924 아부다비의 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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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and30 · 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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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여행.
이제껏 여행을 다녀와 정리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다.  그냥 보고 느꼈으면 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때 머리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생각들은  고스란히 혼자 간직하도록 일기장에 남겨두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번 여행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끄적인 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솔직하고 진정성있게 그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다.  시작.
20150924-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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