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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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약을 먹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한 시간, 두 시간 보내다 보면 해가 떴다. 불안과 생각을 꾸깃꾸깃 구겼다. 눈을 감고 눈알을 좌우로 왔다 갔다 움직여도 봤다. 선생님, 요즘 사실 잠이 잘 안 와요. 약을 먹어도 그래요. 이렇게까지 약을 줄이고, 이 상태를 유지해온 게 아까우니 조금만 더 노력해 보라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밖에 나가서 뛰고 운동도 하세요. 아니면 자기 전에 책이라도 읽어 봐요. 명상도 꼭 하시고. 그가 나와 상담을 마무리할 때 하는 말이다. 밖에 나가서 뛸 힘이 있으면 이렇게 살진 않겠지요. 밖에 나갈 힘이 있다면 지금껏 방 안에 누워만 있진 않았겠지요. 그 말을 다 못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어느 순간 공허함을 채우려 입 안으로 무엇이든 욱여넣는 나를 발견했다. 위가 너무 아픈데도 먹었다. 너무나도 아파서 눕지도 못하는데 계속 먹었다. 아마 내 위는 새빨갛게 피를 흘리고 있었겠지. 아픈 와중에 내 위의 모양을 상상했다. 그래도 나아지질 않았다. 스스로 통제가 되질 않았다. 잠은 당연히 자지 못했고.
더는 혼자서 못 하겠어요. 해 보려고 했는데 안 돼요.
선생님도 처음 써 보는 약이라고 했다. 두 가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먹으면 졸린다는 약으로 골랐다. 그걸 자기 전에 먹으면 자기 전 약을 더 추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선생님은 비상약으로 입면을 도와주는 약을 처방해 줬다. 계속 먹으면 내성 생깁니다. 최대한 안 먹고 자는 쪽으로 해 보세요.
집으로 돌아와 힘없이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자마자 약을 까먹었다. 자고 싶단 욕심이 커서 그랬을진 모르겠지만 졸음이 쏟아졌다. 문제는 날이 밝아도 눈이 떠지질 않았다. 그만 자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거의 15시간을 넘게 잤다. 한심했다. 약이 없으면 안 되고, 그렇다고 약을 먹어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향한 혐오는 전보단 줄었다.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은 후로는.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볼 때마다 우울한 건 여전하다.
내가 언제부터 잠을 자지 못했는지 궁금해졌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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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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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코 있던 불안이 밤잠을 들쑤시며 제 존재를 각인시킨다.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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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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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단순한 질문에 거창한 단어들로 범벅한 대답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수렁에 빠지기 쉬운 질문. 그 거창한 단어는 어딨을까 구석구석 파헤치다 답이 나오질 않으니 아, 나와 너는 고작 이거 밖에 안 되는 건가?하며 주저 앉았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걸 놓아버리려고 했다. 밥 먹었냐, 오늘은 뭘 먹었냐, 과일은 왜 안 챙겨먹었냐 묻듯 일상에서 사소하고 단순한 게, 그게 곧 모든 걸 말해주고있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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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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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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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을 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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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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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로 약속한 날을 향해 가는 시간은 더딘데 하루하루는 또 빠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우린 영영 이 이유를 알 수 없겠지. 다만 내가 유일하게 잘 알고 있는 게 있지.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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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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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도 내가 맞는데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안락과 평온을 감히 내가 누려도 되는 건지 의심하는 매 순간.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또 나를 망쳐놓으면 어쩌지? 불안은 아직도 내 입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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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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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당신의 영역이 커져가고 있다. 때론 당신에게 압도당해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그저 좋기만 한 이 감정이 낯설다. 솔직해지기는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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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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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쓴 글이 언제지. 언제부터 글 쓰는 걸 멈추었을까. 굳이 돌아보진 않을래. 난 자주 되돌아보는 사람이라 지난 불안과 우울을 돌아보면 우울이 배로 커져서 그게 싫어서 다 그만뒀는데 그렇다고 우울이 사라지진 않더라고. 그간의 일은 몇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했다. 기록을 하지 않은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기록을 했다면 기록한 걸 후회했겠지. 굳이 한 문장을 남기자면 난 오래전부터 아픈 사람이었고,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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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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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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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은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바다를 품고 있어요. 거기에는 간사함과 선함, 온갖 지랄이 담겨있고요. ‘내가 왜 이런 사람일까?’하는 내 기대와 본연의 나 사이의 격차를 좁혀가는 일은 필요해요. 그치만 ‘나는 꼭 이런 사람이어야만 해’라는 기준으로 스스로를 억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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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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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졌다. 양치기의 업보.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채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다시 잡으려는 의지조차 상실해 버렸다고 해야 할까. 두 입술도 맥없이 꾹 닫아버렸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평생 짊어져야 할 내 몫이란 걸 알지만서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괴롭다. 나는 대체 누구일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거겠지. 나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는 건 나 스스로인 걸 아무도 모르겠지. 아주 오래 전부터 품어온 희망 사항이지만, 삶에도 버튼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되감기, 일시 정지, 정지. 삶을 멈추고 싶다. 장맛비로 범람하기 직전인 저 강물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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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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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은 뜨거웠다. 추위에 떨며 다섯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그곳의 겨울은 내게 여름이었다. 내 친구이자 치유자였던 Aek과 보낸 시간은 아직도 꿈만 같다. 바다, 산, 생명, 바람과 해달별, 뜨겁고도 따듯한 낮과 밤, 고통과 풀기, 마음과 마음. 그리고 울사鬱思와 울사鬱死. 나는 여기가 천국일까? 종종 묻고, 여기가 천국이라고 종종 말했다. 내겐 제일 낯선 행복이라는 단어도 꽤 많이 뱉었다. 삶을 통틀어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칵테일 한잔에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바닷바람 맞으며 돌돌 만 담배를 피우던 때이다. 손으로 하는 건 죄다 못 하는지라 Aek은 내가 원할 때마다 나를 위해 담배를 말아주었다. 잊어선 안 되고, 절대 잊고 싶지 않은, 돌아가고 싶은 찰나의 찰나. 바닷바람 쐬며 담배 피우기. 해변을 떠나 도심에서 시간을 보내던 때에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줄곧 그리워했던 소소한 소행. 회상에 젖어 꾸역꾸역 감정을 삼키기만 하다가 드디어 어젯밤엔 그 일을 이루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뒹굴었다. 불을 다 끄고 누운 새벽, 나는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고통을 배설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나 바라던 일을 오늘 다 이루어서 지금 죽을 수 있어. 죽어도 돼. 지금 죽고 싶어.”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삶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이지만, 오늘 새벽녘엔 죽음에 목말랐다. 벙찐 친구들에게 요전에 엄마에게도 일러둔 대로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에서 기뻐하며 잔치국수를 먹어달라고 했다. 아마 장례를 치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소식을 접한다면 넷이 모여 축하의 떡볶이를 먹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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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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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은데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나쁜 사람이 되긴 싫지만 대답은 해야겠고,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려낸 말이 고작 이 비겁한 대답. 갈 길이 멀다. 이러다 영영 입을 닫아버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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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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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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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기만 해도 지치는 지난 일이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 짓게 만드는 사람들. 생각은 자주 나지만, 아직까진 용기가 없어 쉽게 연락하진 못 하겠다. ‘용기’라는 게 불필요한 관계이지만서도 아직은 그렇다. 마음이 말끔히 회복되지 않아서겠지. 때론 고맙고, 때론 밉고, 때론 분하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여려서 그런 건지. 어쨌든, 값진 관계는 분명하고, 값진 순간이었냔 말엔 대답하기 망설여진다. 오랜만에 농담으로 범벅된 인사 한마디에 따스운 진심 담아 전하니 웃음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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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ableislet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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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마로 갇힌 동네만 탈출하면 될 줄 알았다. 예상보다, 아니, 내 희망보다 바이러스는 악착같다. 그래서 모든 게 멈췄다. 보이고, 느껴지는 움직임은 아주 작다. 수시로 드는 생각은 기약 없이 머무르지만 말고 떠날까? 여긴 3자의 시선으로 지켜만 봐도 되잖아. 굳이 여기서 뭘 일궈낼 필요는 없잖아? 헛구역질 나게 생산만 하다 정체된 채로 있기가 쉽지 않다. 처음엔 이 생활도 그간의 고통 끝에 온 쉼표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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