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wanna be here? Send us removal request.
Text



나이 먹어서 그런지 추위에 약해졌다. 일본 와서는 이시간에 하늘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요 몇개월 이 기쁨을 잊고 지냈네.
0 notes
Text
베란다 활짝 열어놓고 누워있으면 발끝이 서늘해져서, 가을이 왔나, 설레어하다가도,
이불을 끌어당기며, 말도 없이 가버린 여름에게 서운해한다.
서른 번째 맞는 가을인데도 유난이고 아직도 새삼스러운 걸 보면, 난 참 변한게 없나, 싶다.
변하지 않아서 기특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마음을 담고 살 수 있는 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0 notes
Text


죽은 모래 같은 마음으로 강하게 서 있기 보다는 방황하는 우는 모래가 차라리 자연스럽다. 굳이 힘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게 응원이라는 걸 안다.
- <우는 모래>, 이도우

1 note
·
View note
Text
두 사람 / 라이너 쿤체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스무살 때,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라는 시를 좋아했다. (성추행 사건으로 실망하기 전까지.) “둘이 만나 홀로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을 특히 좋아했는데, 어른의 사랑은 이런 거겠지, 하고 막연하게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어른의 사랑을 동경 했던 것 같다. 미정이언니는 그런 나에게 <홀로서기> 같은 사랑은 너무 외로울 것 같다 했었는데, 내가 언니 나이가 되어보니,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사랑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인 말이었는지 알게되었다. 서로의 빈틈을 서로로 채우며, 끝까지 함께 노 저어 가는 게 더 현실적인 사랑이라는 걸 지금은 알 것 같다.
1 note
·
View note
Text






재작년에 아빠가 도쿄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신으시던 슬리퍼를 두고 가셨는데.. 집 앞에 슈퍼갈 때나, 산책 나갈 때, 아주 유용하게 신고있다.
집에만 있는 요즘은 퇴근하고, 저녁 먹고, 아빠 슬리퍼 신고 산책 나가는 게 루틴이 되었다. 매일 걷는 길인데도 음악만 바꿔 들어도 공기가 달라진다. 밤 9시, 10시에 벤치에 앉아서 맞는 여름바람 참 좋다. 시원해- 여름 최고.
1 note
·
View note
Text

체감온도가 평균 44도인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에 캐롤을 듣고있으면 너무 비현실적이라 겨울 나라는 어디 영화나 만화 속에나 존재하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빗자루를 들고 걸어다니면서 쓰레기를 주워담는 일을 했는데, 어찌나 고된지 유니폼을 벗고 내 옷으로 갈아입는데 바지에 다리가 들어가지 않을만큼 온몸이 땡땡 부었었다. 그런데도 난 그 일을 좋아했던 것 같다. 많이 걸을 수 있고, 많이 생각할 수 있어서. 당시 내가 담당하던 구역은 동물원쪽으로 내려가는 내리막(혹은 오르막)길이였는데, 폐장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쯔음 오르막길 꼭대기에 있는 구름다리 위로 올라가면 에버랜드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무전기 이어폰에 몰래 엠피쓰리를 꼽아두고, 구름다리에서 야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곤 했는데.. 그러면 꼭 내가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뭉클해지곤 했었다.
괜히 이곡을 들으니까 에버랜드 구름다리 위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던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의 날들이 떠올라서.
나는 올해 어떤 얼굴로 겨울을 맞이하려나. 겨울은 올까. 크리스마스는 올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0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