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dreameddreamdreaming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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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길을 잃어버리고.
헤어질 것 같다고 계속 생각 했다. 
나도 안다. 지금의 나는 비이성적인데다가 감정적이고 쓸데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회피는 그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었다. 연락의 텀이 조금은 길어졌으면 하는 너의 무언가 모를 속마음. 난 그렇게 못해. 이게 내 최선이야 라고 하는 너의 아주 솔직한 말들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잘 안다. 그러나 이러다가 똑 하고 끊어질 것 같은 우리의 고리는, 2년전 어느 순간대로 돌아가 그와 끊어지고 다시 잇는 그 고리같았다. 모든 것이 다르지만 내가 자꾸 그곳에 있음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것이 같아져버리는 마법같은 경험. 
그 없이 몇번의 계절이 지났다. 이제는 생각이 안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자연스럽게 그가 떠오른다. 평생 저주할 것만 같고, 어떨 때는 용서를 먼저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나 어려웠던걸까? 
연락이 없는거 실은 괜찮다. 하지만 자꾸 마음 한켠에,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진 나의 불안은 그에게서 자꾸 나온다. 그와의 경험에서, 연락이 일방적으로 끊기던 그때에서, 상담에서 눈물로 시작했던 그때에서, 매일 밤마다 울면서 잠들고 너의 카톡에 반가워하던 그때, 이성적인 판단이 하나도 안되어 매일 같이 버티던. 
그래서 헤어질 것 같다고 계속 생각 했다. 준비되었다던 너가 갑자기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나에게 통보하고 이 모든 것을 종료 할 것 같았다. 정말로 덜 정들었을 때 끝내는 것이 맞는걸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게 맞으면 그렇게 하려고. 너랑 이미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살려고. 
언젠가 썼던 말 처럼. 다 가지면 놓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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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ddreamdreaming ·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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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지면 놓치는 것 같아.
이날 같이 드라이브를 했는데 그게 너무 낭만적이여서 자꾸, 매일, 종종 생각난다. 너라는 사람에 낭만이 있을까? 했지만 나와 약간은 다른 결의 낭만을 가진 너라는 사람이 이제는 정말 궁금하고, 또 궁금하고, 뭐하고 있는지, 내 생각 얼마나 했는지- 나는 온통 너 생각 뿐인데 억울하게도. 
정말 다 가지면 놓치는 것 같다. 
넌 준비가 되었어요- 라고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을 시사하는지 잘 알고있다. 모르는척한건 아니다, 근데 그 말이 내가 받았던 어떤 고백보다 진한 농도로 어지럽게 다가왔다. 계약이에요? 라고 불평했지만 어이없게도 낭만을 느꼈다. 
그 후로 내 말에 너는 여러가지 버전으로 펼쳐보였다. 내가 여자친구일 때도 궁금하다는 너. 내가 좋다는 여러 말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거 다 필요 없었다고 느낀다.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지극히 내 해석으로 해석하면 서로의 알 수 없는 바다에 기꺼이 뛰어들어 몸에 물을 적시겠다는 그 약속, 너는 나보다 빨리 하겠다는거겠지.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았다. 그러니까 너가 잡아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너의 손을 가지고 놀았다, 너는 긴장했어? 나는 너무 긴장했는데. 영화 안보고 너 손만 빤히 쳐다봤는데, 왜 마주 안잡아주지? 나는 계속 잡고싶었는데. 억울한 말을 자꾸만 내뱉는다. 
차 안에서도 너가 내 손을 잡아끌어다가 얼굴에 가져다댈 때, 왜그랬어?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고. 너가 자꾸 그러면 안되는거라고, 반칙이라고. 
서로의 인생에 잘 끼어들어보자.
우리는 그냥 그렇게 약속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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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ddreamdreaming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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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ator love letter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틀었다. 그 전에는 벤자민 버튼을 봤고, 그 전에는 레터스 투 줄리엣을 봤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나만을 위한 '영화 리스트' 가 있었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 내가 약간 우울 할 때, 울고 싶을 때 등등.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경우는 나의 therapy session과도 같았다. 어떤 에피소드는 웃게도, 어떤 에피소드는 날 울게 만들기도 했으니까. 이 에피소드는 뭐랄까 나에게 사랑에 대한 낭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 붙는 멜과 데릭. 공감할 수 없는 아픔을 공감하려면 곁에 있어야함을 알고 가까워지는 알렉스. 스스로를 지키기위해 헤어짐을 택하는 크리스티나. 각기 다른 사랑을 두고 나는 낭만을 바라본다.
사랑에 빠지고 누굴 좋아하게 되면 나는 무섭다. 온갖 낭만을 믿고 사랑에 대한 수식어를 누구보다 좋아하면서도 나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발을 뺀다. 나는 불행함을 택한다. 우울함을 택한다.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음 속은 그러지말라고 외치고 있으면서도 떠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몇년간 나를 스쳐갔던 사람들은 날 다 떠나갔으니까.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불신, 신뢰의 부족, 회피, 거짓말. 
그래서 오늘은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해서 얘기했다. 
우리의 삶은, 운명은 잔인하게도 정해져있고 그 궤도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시시포스가 산아래로 떨어진 무거운 돌을 주워 올리면서 본인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 처럼- 우리는 인생에서의 어느 순간에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니체는 꽤나 낭만적이다. 올바른 것이나 정확한 것을 택하지 말라는 니체는, 비확실성을 따라가라고 얘기한다. 그것만이 영원회귀에서 '아주 약간은' 벗어날 수 있다고 얘기하니말이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인생의 비확실성에 날 내던지라니.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낭만적이다. 
또 한번 비확실성에 나를 내던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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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ddreamdreaming ·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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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번 무엇을 선택하는지 알아?
솔직히 말하면, 때때로 -하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덜하게- 그를 떠올린다. 길을 걷다가, 잠에서 깨어나서, 핸드폰을 보다가, 바깥의 풍경에서, 새벽 3시의, 2시의 공기에서, 자다 깨어나서 핸드폰을 열면 그에게서 온 새벽의 카톡을 떠올리며. 나의 잠이 방해가 되었어도 그때의 순간들이.
나의 시간이 아주 길게 늘어진 테이프 처럼 회복되거나 고쳐지기 힘들었던 그때를.
멀어지는건 늘 쉽다.
사람은 늘 한때의 인연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아주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사람이 어떻게 그래? 라는 원망 섞인 말이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에 너무 공감하게 되버렸다. 전부 다 한때의 인연이다. 명과 암이 늘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밝히고 어두워지듯이, 서로의 수레바퀴 위에서 돌고 돌다가 잠깐을 공유하는거겠지. 우리는 언제나 남이였고 앞으로도 남이다.
모든 운명이 나를 비껴가는 기분.
그래서 이걸 선택한다.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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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ddreamdreaming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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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haunt me
손을 뻗어서 탁- 하고 조명을 켰다. 아직은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곧 어두워질터이다. 오늘 날씨는 꽤나 좋았고 나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일기도 썼다. 과거와 자꾸 마주하는 나를 뒤로하고 스스로를 계속 전진시켰다. 괜찮다고 얘기도 하고 말도 했다. '강해진 나' 라고 하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진짜 괜찮았다, 어느 부분은.
작년에 보았던 연애 프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과거라는 것은 나에게 꽤나 이상하고 특별하게 작용한다. 뭐랄가 조금 더 나에게는 힘을 갖는다. 누구는 과거가 하나도 힘이 없다고 말하고, 누구는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정의한다고 한다. 두 가지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과거의 것들을 때로 과하게 집착해 현재와 미래 둘 다에 있지 못한다. 그런 나를 잘 알기에 요 몇달 동안은 더욱더 현재의 나에게 집중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갑자기 아주 불쑥. 심해에서 반갑지 않게 찾아온 갈고리처럼 나의 발목을 붙잡고 끌어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못했다. 제대로 된 이별이 없었다. 단한번도. 그 사실을 문득 연애프로를 보다가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돌고 돌아서 또 한번 이렇게 서로의 발목에 갈고리를 매어놓는 것일까. 어쩌려고 너는 그러는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연애에 종지부라는 도장을 찍어야하는걸까? 우리가 그럴 준비는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걸까? 과거의 얘기들을 구구절절 가져와 1부터 10까지 다 따져봐야하는걸까? 내가 그러고 싶은걸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걸까. 방을 밝혔지만, 도저히 내 마음을 밝히긴 어렵다.
상처받은 것들이 자꾸 생각난다.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를 듣던 나,
너의 말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나는 나 스스로 건져올려야했다.
우리는 헤어지지도 못했지만, 나도 결국 헤어지지 않기러 결심한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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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uldn’t leave you in the dark
어디서 그런 글을 봤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진 않지만- 만났’던’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그 고마움을 전달 했다는 말. 그래서 나도 오늘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시점에 내가 너라는 사람을 만나서 무엇을 깨닫고 배울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기기만일까? 나 스스로를 속이면서 고맙다고 말하는걸까? 그렇지 않았다. 
동생에게 ‘실패’ 라는 단어를 꺼냈고 아주 혼났다. 배운 것이 있을 것인데 그게 어떻게 실패냐는거다. 그렇다고 하면 관계의 성공은 장기연애고 내 그 전 연애들이 모두 성공했냐? 라고 물으면 또 할말이없다. 성공과 실패를 따지기에 나의 연애는 복잡했고 관계의 다이나믹 속에 날 맡기고 흐름을 따라가고, 우리를 재정립하고 나를 알아갔으니까. 성공/실패 라는 단어 하나로 딱 규정하기 힘들다는거다. 원래 연애란- 한 사람을 내 인생에 끼어들게 해서 최대한 괜찮기를 바라는 아주 어이없고도 한심하기까지한 행위 아닌가. 희망, 사랑, 감정, 미움, 증오, 결국 다시 사랑으로 돌아오는 이상한 사업이다. 사업이라고 표현하는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1) 시작하기까지 기반이 탄탄해야하며 (나 스스로에 대한) 2) 시간, 공간적인 힘이나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나는 이 두개를 곧 일에서 진행하니 나에게는 사업이다. 감정적인 사업. 
그래서 안된걸까? 라고 생각 했다. 나는 너무 연애를 일처럼 해. 말 버릇처럼 2월과 3월에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일처럼 연애하는 것, 어쩌구 저쩌구, 다 상관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It’s / that / simple. 
이번에는 그걸 배웠다. 
나는 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쟀다기보다는, 나에 대한 고민을 아주 많이 했다. 내가 이대로 뛰어들어도 되는걸까,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나는 충분히 괜찮을까, 나 스스로에게 상처주고 타인에게 상처 줄 만한 자격이 지금 되는걸까, 서로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이래라 저래라도 해보고 한없이 신경도 껐다가, 그러다가 다시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다가, 이 난리 부르스를 칠 준비가 되었을까. 하루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만 지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젠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진짜 고마웠다. 나는 내가 다시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비스무리하게라도 가지게 될 줄 정말 몰랐다. 근데 그걸 가능하게 해준 사람이니 얼마나 고마운가. 가능성을 보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또한 +1 이 증가했다. 
그래��� 실패가 아니다. 그러나 내 기준 성공도 아니다. 그러니까- 성공과 실패로 더이상 나누지 않기러 결심한 내가 남았다. 늘 나만 남는다. 예전에는, 불과 몇달 전에는 나만 남는 것에 불만이였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서는 나만 남아야한다. 내가 남지 않는 관계야말로 ‘실패’한 관계다. 
어쨌든, 또 하나를 배우는 31살이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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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bat, I’m ready for combat.
아주 오래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괜찮을까? 라고 생각 했던 것은 그렇지 않았고 자기 변명이나 연민을 마주해야만 했다. 옳지 않은건 아니였고 그런 경험도 해봤음에 끄덕일 수 있지만 그립지는 않다는거다. 크리스마스에 변명 해야하는 정도. 
그렇다고해서 모든게 준비된건 아니였다. 나는 꽤 오래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나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정짓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였고 오히려 인정하는 것에 가까웠다. 거짓말하지 않았고 대신 재정비했다. 
서울에서, 울산에서 심지어 제주에서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잊어버리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였다. 그저, 역사나 기억의 한편에 묻어두어야 할 사람. 어쩌면 이뤄지지 않은 것에 집착하는 것.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상했다고 생각했다. 내 고유의 무언가는 어떤 방식이든지 스쳐지나가도 바뀌지 않을터인데. 그래서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떠오르는 기분이다.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았다 떠오르는 나뭇잎 처럼. 흐르는 물이 바다로 으레 흘러가게 되는 것 처럼. 자연스러운 일들과 그대로 남은 일들. 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하겠다고 생각하던 나의 약속. 고꾸러졌다가 다시 일어날 힘을 갖겠다고 다짐하던 나 스스로. 
자꾸만 뜨는 타로카드처럼 때때로 생각날 일이다. 운전하는 옆모습이나 손이나, 말이나 목소리. 꽤 내가 좋아하던 목소리였다. 눈이 온다면, 너에게 곧잘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싶다는 것을 나는 알아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회색으로 변한 꽃을 옆에 두고 한참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게 끝나려면 나는 얼마나 더 그래야할까요. 얼마나 더 마음을 졸이고 생각하지 않고. 하지만 이젠 괜찮다. 여전히 누군가를 알아가고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것은 무섭고 내 인생에 껴도 될지 안될지 결정내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괜찮다. 경험은 힘이다. 
파도를 그대로 마주하는 일. 
내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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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e, you are always on my mind.
무수한 시간들이 지난다. 초단위로 분단위로 그러다가 곧 시간으로 합해진다. 나의 시간은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타인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지낸다. 그러다가 땡하고 너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러면 마치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잠시 멈추게 된다. 
어이없다. 
마치 트라우마틱한 경험처럼 우리는 되돌아온다. 그러고싶지 않지만 몸에 새겨진 것 처럼.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 모든 것을 겪고서도 순수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까 아니면 자기 기만일까. 
단 하나만 유일하다. 
혼자였던 경험에서 살아남은 나. 동생은 그렇게 얘기한다- 언니는 그 모든 것을 겪고 다시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게되었어 라고. 아무리 너가 내 마음 안에 있더라도 그래, 나는 다시 괜찮아질 것을 안다. 안다는 것은 죄악이지만 때로는 최선이다. 안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힘은, 인간에게 있다. 
연애프로를 보며 공감하고 이해한다. 
누구는 거울치료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나에게도 맞는 말일 수 있다. 거쳐갔던 수많은 시간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이제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얘기한다. 끊어낼 수 없는 것도, 끊어내는 용기도 가지지 못한채. 어쩌면 바보같지만 때로는 헛웃음이 나지만 그 또한 내 선택이다. 
선택에 책임을 이렇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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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utomatic
퇴근길 그날의 공기가 기억난다. 빛나는 서울을 바라보다 그날 온기도 생각났다. 겨울 안에서 너가 조심스럽게 차에서 가만히 놓인 내 손을 잡았고 아 이래도 괜찮을까? 라고 생각하던 나는 가만히 있었다. 우리는 다리를 하나 건너 넘어왔다. 너는 매번 혼자 그렇게, 그렇게 경계 없이 모든 곳을 넘어왔다. 
나는 이름이 불리는걸 좋아한다. 솔직히 아주 수줍은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목소리로 발음이 되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을수밖에.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 적당했고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여서 더 그랬다. 내 이름을 불리면, 온세상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모두가 너를 잊어버리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그게 맞다. 내 인생에 너가 없으면 더 완벽하다. 고민거리도 없어지고 머리 아픈 일도 없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도 없다. 마음 아프지도 않고 감정 상할 일도 없다. 너를 내 옆에 억지로 두었을 때 나는 엉망이였다. 일주일에 꼭 한번씩은 너 때문에 애달팠다. 고프고 보고싶고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너를 잊어버리는 것이 정말이지 나에게는 최선이자 내가 내린 선택지 중 가장 뛰어난 선택지이다. 
그러나 동시에 모르겠다. 너라는 사람은, 나의 인생에 대체 얼마나 큰 발자취를 남긴것일까. 모든 것이 처음이자 30이라는 이 상징적인 숫자에 널 만난 것- 대체 이게 무엇일까. 관계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뛰놀고 널뛰었나, 최악의 경험에서조차 최선을 찾는 내가 바보같고 다시 한번 순진해지는걸까. 내가 원했던건 너가 괜찮아지는거였으니 이제는 내가 원한걸 달성한게 아닐까. 그렇게 나는 또 한번 거짓말을 한다. 
자동 기계 같다. 무엇을 보면 너를 떠올리는거. 그만하고 싶다가도 이것이 과정이라면 기꺼이 그러겠노라 하는 나. 마음에 새겨지고, 머리에 새겨지고, 생각에 새겨진다. 그것이 습관이고 버릇이겠지. 
궁금하다. 그의 9월은 어땠을까. 
그리고 약간 보고싶다. 
담백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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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y sleeves.
+9
시간이 꽤 흐른다- 나쁘지 않은 속도로. 적당히 내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흐름과 뛰쳐나가 충동적으로 하지 않을 정도로 나를 지탱해준다. 모든 시공간과 공기들의 합, 에너지원들이 나를 다정하게 둘러싸준다. 수고했어, 괜찮아? 라고 물어오는 것 처럼. 
빠르게 계절이 변한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오면 ‘시원하다’가 아니라 ‘춥다’로 나온다. 처음 만났던 그 계절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예상 했던 것 보다는 덤덤한 것 같다. 다른게 있다면 작년의 경험보다는 약간 춥다는게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 
그와 헤어진지 딱 일년이 지났을 때, 나는 또 누구와 헤어졌다. 잔인한 이별이였다. 나에게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줘서 고맙다’ 라는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는 이별이였다. 나는 이게 어른스러운 것인지, 지독한 나에 대한 기만인지 알지 못한채로 그날 하루를 보냈다. 내가 정확히- 무슨 감정을 느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은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잠들었다. 빠르게, 아무 생각 없이 잠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먹은 수면 유도제를 마지막으로, 약 통을 버렸다. 
그리고 오늘. 무표정으로 카톡방을 나갔다. 그 전에도 종종 기분 나쁘면 홧김에 나가버리곤 했기에 사이에 크게 남은 건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선택을 내리지 못한 건 정말 정말,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같아서. 몇개월동안 애썼던 것의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아 세상에 그랬다는 것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이제 그도 믿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게 못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늘 이별은 그렇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허무하게 만들어버렸던 것 같다. 손끝에 잡힐 듯 하면서도 절대로 잡히지 않던 모든 상대들은 떠나버리고 나만 남는다. 애썼던 나. 노력했던 나. 감정에 대해서 말하던 나.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던 나. 어디선가 그 모든게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다. 나중에 꺼내어보면서 다시 실수 하지 않게. 그래도 곰씹어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짓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나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다. 
지겹게 있어줘. 라는 가사가 자꾸 떠오른다. 
처음에는 그게 상대를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애달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상대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뱉던 말이였다. 어쨌든 상대를 잃어도 나는 건졌다. 상대는 또 찾으면 되지만, 나는 또 못찾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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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tude
우리가 만나서 얼마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왜 하루종일 나의 마음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지도- 아니, 실은 딱 하고 고정되어있었는데 어제의 통화로 모든 것을 무너뜨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화난다.
화가 난다. 
그것이 나의 오늘 감정이였다. 나의 감정들을 온전히 살필 사람도 아니였으면서 살피는 척을 하고 내가 아니여도 괜찮았으면서 아닌척을 한다. 다정함과 무관심 그 사이에서, 우리는 그렇기에 불협화음이다. 솔직한 말을 해놓고 또 다른 솔직한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이다. 자기가 한 말은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듯이. 근데 그러다가 내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면 발을 뺀다. 
화가 난다. 
아. 정말로 화난다. 
하지만 이 화도 머지않아 잠재워질 것을 나는 안다. 너무 반복된 힘의 싸움이다. 이것은 잠시 지나치는 바람처럼 내 곁을 머물다 갈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오늘 하루 그러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어느 한군데에 두고 자, 가만히 있자. 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날의 새벽이 기억나던 밤. 엉엉 울면서 누구인지도 모를 상대에게 내일은 조금만 더 괜찮아지게 해달라고 바랐다.
회색으로 변한 꽃, 책들을 옆에두고 밤의 소리를 듣다가 가만히 속삭였다- 내가 기대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제 나는 올바른 이에게 기대하고 싶다. 옳지 않은 상대 말고. 나의 기대와 희망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는 사람. 우리 사이에서 회수가 되고 서로의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사람. 오해는 그만 쌓이고 진실된 말들이 오가는 상대.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기꺼이 부른다. 
사랑,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니다. 그래서 solitude- 혼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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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addiction
오늘은 자연스러움에 대해 잠깐동안 상담을 했다. 자연스러움- 그저 흘러가게 두는 것. 불어오는 바람처럼, 아침마다 우리집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빛처럼, 흩날리는 낙엽같이, 그 어떤 관계에서도 내가 붙잡아 둘 수 없듯이. 스스럼 없이 물어오는 질문들에서 무의미를, 나의 마음과 생각에 의미를 두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무 자르듯이 자르는 것만이 방법이 아닌걸 배운 오늘이였다. 그리고 그게 (생각외로) 나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방법을 천천히 찾아가는 과정. 힘들지만, 그래서 때로는 아, 다 때려치고 싶지만. 나 스스로가 나를 챙기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챙김을 바라는 것은 정말 욕심이기에. 
스스로를 용서하고 마주하는 용기. 
자연스러움을 인정할 때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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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talking to the rain
억지로 마음의 수용력을 넓혀놓았다는 것. 
나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어난 일에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에 지현이는 그것 또한 언니가 한 일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우리는 시간에 흐름에 맞추어 때로는 공간에 맞추어, 날씨에 맞추어 대화를 한다. 오늘의 대화들은 그 세개가 전부 맞는 대화였다. 과거의 일들을 꺼내어 펼쳐보고 상처 받았다는 말을 덤덤하게 하고. 남에게만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 평가하거나 선뜻 재단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해보고. 그것에 공감하며 응, 정말 그렇더라. 라고 똑 떨어지듯이 말하는 것. 이렇듯 경험이 머리와 마음에만 쌓이는게 아닌 몸에도 쌓이는 것을 배우는 과정. 
스스로도 이해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자꾸 머물렀다. 그래서 나 자신을 용서 할 수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도 없이 족쇄에 채워진 것 처럼 감정으로 나를 꽉꽉 눌러담았다. 소리지르고 싶다가도 눌렀다. 어디론가 빠져나가지 못한 감정들과 말이 내 안으로 쌓였고 모른채 했다. 울지도 못했다. 그냥 울어버릴걸. 그렇게 조금 더 버티고 버티다가 상담을 갔다. 
몸과 마음에 대한 연결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 했었는데 오늘 한번 더 선생님이랑 얘기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것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갔을 때 그게 다 어디로 가는걸까? 내 안으로 파고들 수 밖에 없는 것이라, 내가 이해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실은, 남들이 나에게 인내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은, 어쩌면 나 스스로 나에게 인내심을 주고싶었던걸지도 모른다. 천천히 해도 돼. 라고 말하고 싶었던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뱉는 말이 안타깝게 들렸다. 어쩌면 남들이야 말로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기다리지 못하는거겠지.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런 선택들을 한 나를 견디지 못하는거겠지. 그 말을 할 때 오랜만에 눈물이 났다. 나는 나를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 
여름을 기다리면서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여름의 초입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나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똑바로 서는 법. 우리는 가끔 엄청나게 혼자가 되어야한다는 말을 보았는데 그래야만 혼자 서는 방법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서히 이해가 되는 밤. 언젠가는 혼자여서 외롭다고 온몸으로 느꼈었는데 이제는 차라리 혼자여서 다행이다. 
외로움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내 안에서 오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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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me here, see me now
제주를 떠나오는데 약간 눈물이 났다. ��련하다고 했지만 어쩌면 하나도 후련하지 않은 것 일 수도 있다. 우리는 때로 진실을 말해서 나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기보다는 거짓으로 나를 포장해서 남들에게 안식을 준다. 
제주에 많은 것을 버리고 떠난다. 
무엇을 버린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 방문한 장소마다 그렇게 나를 두고 왔다- 남을 두고 왔다. 서울에서 지치기만 했던 나의 일상이 그랬을까. 어그러져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관계가 그랬을까. 여행 내내 생각은 났지만 그 뿐이였다. 딱 그 뿐. 
제주 안에서, 작은 대화의 조각 조각 안에서 우리는 결국 서로를 붙들고 있는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아니야, 괜찮아. 라는 말로 가족임을 상기시킨다. 짜증내다가도 곧 웃는다. 맑게 보이는 별에 감탄한다. 큰 구조물에 함께 놀란다. 고른 선택들에 찬사를 보낸다. 그것이 가족일테다. 50km의 속도에 신기해하며 30km의 속도에 짜증내다가도 웃는.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것도 나를 흔들어 놓을 수 없었기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여전했다. 의지할 곳 하나 찾지 못해도 나는 씩씩하다. 말뿐인 말이 아닌 사람이 되었다. 그 간의 경험이 나를 만들고, 나를 쌓아올렸다. 그래서 제주 안에서 모든 것을 버렸다. 결국 괜찮을 것이 뻔했다. 아주 추상적인 말들이 구체화되는 경험을 했다. 입에 발린 말들이 진실이 되는 순간을 깨달았다. 그 안에서 나는 너무나도 자유로운 사람이였다. 
버린 곳에 다른 것을 채운다. 
준비가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평생 준비가 안될지도 모른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야 아, 이것이 인생임을 깨닫는 사람일테다. 원래 느리며 뭘 모른다. 하지만 채움에 있어서 하나는 확실하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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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omes around, goes around.
시간이 꽤 흘렀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나의 마음이 여러번 붙었다가 떼어졌고 어떤 것들은 완전히 망가져서 형체를 알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상담을 세번 더 연장했으며 내일이면 12일간이라는 아주 긴 여행을 떠난다. 매일 있던 공간을 그냥 떠난다는게 나에게는, 꽤나 힘들다. 
어떤 것들은 가만히 있지 않음을 배운다. 강의 물, 바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기의 합, 우주의 움직임, 나의 생각, 누군가와의 관계, 사람 사이의 에너지들. 이런 것들을 모두 가만히 있길 원했던 내가 바보같았던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들은 원래 이런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걸까. 왜 나에게만 조금 더 유난처럼 느껴졌는지는 알지 못할 일이다. 그래도 6월에 - 내가 1년 중 제일 좋아하는 달에- 깨달아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제 1년 지나왔다. 관계를 끝내고 정리하는데 나 또한 시간이 필요했음을 이번년도 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정리가 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는 태도에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죄책감과 미안함은 여기에 두고가라고 얘기했다.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망가뜨렸다는 죄책감. 나 하나만 입다물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되었을지도 모르는 가족의 형태. 하지만 지현이가 그랬듯이 나에게는 항상 선택권이 있다. 내 선택으로 이뤄진 모든 일들. 죄책감과 미안함은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라는 조언.  
더이상 마음이 아프거나 깨어지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약하지 않음을 알며, 내 자신이 단단해짐을 알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서로를 발견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 또한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기 때문일까. 
그리고, 어떤 것들은 가만히 있음을 배운다.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내가 ‘원래 그러했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 남들에게 100번 얘기해보았자 절대 알 수 없을 상대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믿음을 내가 믿는 것 처럼. 내가 그렇게 하는 일들. 행동들. 오롯히 나의 책임으로 남을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곤 한다. what comes around, goes around. 그렇게 또 한번 돌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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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wait for this to end.
드디어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는 아침이였다. 오랜만에 우리 식물들에게 물을 주려고 창가에 아이들을 걸어놨는데 바깥에서 여름의 향이 옅게 났다. 고등학생 때 새벽같이 나가던 아침이라던지, 밤 늦게 집에 가려고 버스에서 내리면 저 멀리에 아빠가 있다던지 하는 날들의 합. 거기서 나는 향이였다. 나는 아마도 삶에서 이런 순간들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상담 때 상담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나의 이성적인 관계 부분에 있어서 질문을 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하시는 분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라고 덧붙이셨다.
이 관계는 글쎄, 나도 배우는 중에 있다. 이렇게 나에게 배움을 주는 관계는 처음이라 누구에게 어떤 말로, 어떤 언어로 그리고 어떤 표현으로 설명을 해야할지 명확하게 찾을 수 없다. 엄청난 노력과 공을 들이면 0으로 돌아가버리고 아무런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았을 때, 100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의 관계 안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고 또 원래 그러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상담 때 그래서 나도 조심스럽게 꺼낸 얘기는 나의 오래된 친구과도 같은- 회피 성향에 대한 얘기였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나는 내가 생각 했을 때 무서운 것을 피했고 절대 도전하지 않았고 모든 것에 안주했다. 매일같이 먹는 것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싫은건 절대 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피했다. 마주하는 것이 제일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벽을 조금씩 깨어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내가 다시 그 어릴 때의 선주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나에게 ‘버티기’ 에 대해서 얘기해주셨다. 버티라고. 마주하라고 얘기해주셨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 해주셨고 그게 너무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왜그렇게 생경하게 느껴지는지 모를일이였다.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라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정말 basic 한 얘기지만 나는 처음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렇게 상담을 끝내고나자 내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날은 상담을 끝내고 걸어서 집에 왔었다.
작년의 나는 거절 당했고, 부정 당했으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사람이 되어있었다. 몇개월 뒤 다시 마주했을 때 결과는 더 참혹했다. 무섭도록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렸고 더 화나는건 남들이 나를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나에게 잊어버리고 거기에 얽매여있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들의 조언 모두 맞는 말이고 새겨들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직 풀고 나올 준비가 안된건 나라는 것을. 또한 언젠가는 나 스스로 풀고 나올 것을 알았고 그 믿음 정도는 나에게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 아침. 여름을 느끼면서, 내가 제발 오길 바랬던 그 여름의 초입에서, 나는 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안하고 있었던 일이였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소름이 느껴졌다. 아, 이 쉬운걸. 그래서 조금 울었다. 작년과 제작년의 내가 조금은 더 좋은 모습으로 서있었기 때문이다. 두발을, 두다리를 바닥에 가만히 대고 굳건하게 서서, 훨씬 나은 모습으로, 많은 것들을 거쳐와서,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빠의 말이 기억 났다. /우리는 너를 믿는다/ 아주 심플하고 간단한 말. 
나의 회복력, 결단력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거겠지. 
비로소, 나도 그렇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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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in’ goodbye.
우리의 이별이 오늘같단 생각이 문득 든다. 그는 아마 평생을 후회 안에서 살테며 나는 곧 잊어버리겠지. 나에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과 허세, 잘난척을 해댔지만 실체가 없었던 그는 결국 나를 감당 할 수 없었을테다. 나는 그러기에 그의 부모님들 말처럼 - 너무 대단하고 잘났으니까. 미안한 마음으로 날 보는 것도 이젠 이해가 된다. 개소리긴 하지만 이해가 된다는 얘기다. 
이게 우리가 선택한 이별이다. 
미안함으로 점칠된 감정은, 절대로 진짜된 사랑을 알 수 없다. 죄책감도 마찬가지이다. 약간 슬퍼지는 것은, 그냥 우리 둘은 행복했는데 그건 다 어디로 간걸까 하는 생각. 평행 세계의 우리가 있는걸까. 거기서 나는 괜찮을까. 함께 했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하지만 또 안다. 이 선택과 지금 이 삶이 내 몸의 모든 세포들에게서 결정된 사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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