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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Rescu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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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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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빌라>
재호와 나는 장미 빌라에 살았다. 이름 그대로 담에 흐드러지게 장미가 늘어져있는 빌라. 나는 103호, 재호는 101호. 그게 나와 재호가 친해진 이유였다. 재호네 가족과 우리 가족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냈다. 품앗이처럼 서로 음식을 주고받고, 마주치면 자상하게 인사를 했다. 학교���는 재호가 한 명 더 있었다. 나의 친구는 최재호, 다른 재호는 윤재호. 둘은 확연히 달랐다. 최재호는 축구하는 애, 윤재호는 음악 하는 애. 최재호는 까무잡잡한 애, 윤재호는 허여멀건 애. 최재호는 키가 큰 애, 윤재호는 평균의 키. 최재호는 와일드 윤재호는 센티멘탈. 보통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친해지지 않던데, 재호와 재호는 친하게 지냈다. 나는 그들을 최재, 윤재,라고 불렀다.
윤재는 최재와 내가 같은 빌라에 사는 걸 부러워했다. 나도 친구가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어. 윤재는 종종 그렇게 말했다. 아빠의 회사 문제로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윤재는 학교까지 거리가 멀었다. 윤재는 가끔씩 우리 동네에 밤늦게까지 있기도 했다. 그런 날엔 최재네 집에서 잠들곤 했다. 우리 엄마는 최재랑만 놀던 내가 새로 사귄 친구가 또 재호라는 이름을 가진 걸 알고는 우리 수인이는 재호들이랑만 노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윤재가 여자친구가 생겼다. 연우라는 이름을 가졌고, 기타를 치는 친구. 언젠가 연우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윤재보다 훨씬 작은 몸에 자신의 키만 한 기타를 진 귀여운 여자애가 윤재 옆에 있었다. 자신의 사랑을 자랑하는 윤재가 사랑스러웠다.
*
연우를 처음 본 건 우리가 고등학생이 되고 첫 겨울방학 때였다. 원래는 여름에 보기로 했는데 첫 방학이라 그런지 싱숭생숭하게 학원 보충이니 가족 여행이니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아예 계절을 미루게 되었다. 우리는 놀이공원에 갔다. 겨울이라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흥이 나지 않기도 했다. 역시 여름에 왔어야 했나 싶은 가벼운 후회가 잠깐 들었다. 놀이기구에 탈 땐 당연히 윤재와 연우가 함께 앉았고 내가 최재와 함께 앉았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였던 최재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줄 알았건만, 왠지 무릎이 가까워지니 묘하게 최재가 다르게 느껴졌다.
연우는 키가 작고 잘 웃었는데, 웃지 않을 땐 조금 서늘해 보이기도 했다. 연우와 윤재가 밥을 먹고 담배를 피우러 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윤재가 언젠가 모르고 ‘그래서 연우랑 같이 피우러 나가는데…’라고 얼결에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둘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랑 최재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연우 귀여운 애 같아
좀 무서워 보이는데. 윤재는 쟤 어디가 좋은 거지?
최재의 말투는 너무나 진심이었는데, 이상하게 표정에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서워 보인다고 말하면서 전혀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스치��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서 최재에게 말했다. 그냥 무표정이어서 그런 거 아닐까? 최재가 말했다. 글쎄. 사실 나는 그때 최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최재의 코를 보고, 턱 선을 보고, 어깨를 보고 있었다. 최재는 확실히 중학교 때보다 훨씬 체격이 커져있었다. 그늘진 골목에서 윤재와 연우가 샤워코롱과 담배 냄새가 어설프게 뒤엉킨 냄새를 풍기며 나왔다. 연우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는데 여러 번 지어본 듯 자연스러웠다. 최재는 윤재를 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병신 새끼. 윤재가 괜히 최재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을 쳤다.
*
그날 이후로 꽤 친해진 우리는 꼭 넷으로 숫자가 맞지 않더라도 보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내가 없는 자리가 궁금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선 분위기가 어땠을까. 어쩌다 내 얘기가 나왔을까. 어디를 갔을까. 몇 시에 헤어졌을까. 나는 모든 게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척했다. 그저 단체 대화방에 전송된 사진으로 여러 가지를 추측했다. 그러다 하루는 최재가 빠진 날이었다. 우리는 신발을 구경했다. 서로의 발 사이즈를 이야기하다가, 윤재가 자신은 손도 발도 그리 크지 않아서 여차하면 여자 신발을 큰 사이즈로 신어도 된다는 말을 했다. 이어서 연우가 손을 쫙 펴면서 말했다.
최재는 손 진짜 크더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나도 모르게 연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때 연우는 무척 당황했는데, 나는 연우의 그 표정을 보고서야 내가 어떤 말을 내뱉었는지 알았다. 은연중에 내가 갖고 있던 질투와 최재에 대한 애정 같은 것들을 눌러 담은 말. 그냥 저번에 내 기타를 쳐보겠다고… 그때 알았어…. 연우는 잘못한 학생처럼 말했다. 나는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연우도 윤재도 알아버린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조금 불안했는데, 그 불안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덮어졌다. 연우와 윤재 사이에 아기가 생기면서. 고등학교 3학년이 거의 끝나갈 때.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 막 스무 살로 향해갈 때. 윤재는 학교를 안 나왔는데, 나는 그게 어차피 수능도 끝난 마당에 윤재는 음악을 하니까 나오지 않는 거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윤재는 막노동을 뛰고 있었다. 연우는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한다고 했다. 그 사실은 최재에게 들었다.
몰랐어? 쟤네 돈 필요하잖아
왜?
애 생겨서
최재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애가 생길 걸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그런 최재를 보면서 무서웠다. 내 마음이 더 커질까 봐. 최재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면 저런 무심한 말투에 받을 상처가 무서웠고, 그 아픔이 가늠되지 않았다. 키우는 건 아니지?라고 머뭇거리며 물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 걔네가 어떻게 키워,라고 대답했다. 최재는 윤재와 연우를 생각 없는 철부지 커플로 취급하며, 조금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날 나는 최재에게 절대로 내 마음을 고백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연우는 아이를 지웠고, 대학에 갔다. 연우의 얼굴은 그간 많이 상했는데 가끔씩 예전 얼굴이 스칠 때면 마음이 조금 아팠다. 윤재는 음악은 접어두고 그냥 돈을 벌고 싶다며 중간에 자퇴를 하고 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만한 게 둘이 아이를 지울 때 결국엔 윤재의 아버지가 전체 금액의 8할 정도를 빌려줬고, 윤재는 그걸 갚아야 했다. 윤재는 아버지에게 많은 책망을 들었다. 그중엔 우리도 있었다. ‘어디서 멍청한 애들만 골라 사귀어가지고’라는 말. 윤재는 이것도 어쩌다, 술을 마시고 내뱉어버렸다. 최재는 그 나이대 남자들이 그렇듯 군대에 갔다. 혼자 남은 나는 윤재를 만나지도, 연우를 만나지도 못했다. 가끔가다 연우에게 연락이 올 때가 있었는데, 윤재의 행방을 묻는 연락이었다. 그건 주로 늦은 밤이었다. 그러면 나는 윤재한테 연락해 보았고, 한 번도 연결된 적은 없었다. 최재에게선 가끔씩 연락이 왔다. 알 수 없는 조합의 숫자가 너무 반가웠다. 최재의 목소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닌가, 내가 최재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최재는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자신이 일과를 이야기했다. 나는 최재가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게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자신의 하루를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듯 이야기한다는 거. 보통 연인들이 그렇게 하니까.
최재가 첫 휴가를 나왔다. 첫날엔 가족들을 만나고, 둘째 날에 나를 만났다. 최재는 더 까무잡잡해지고 몸이 더 커져있었다. 최재는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언젠가 함께 가봤던 호수 근처 포장마차에 갔다. 칼국수랑 제육볶음,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윤재랑 연우 사이가 좀 안 좋은가 봐. 연우가 가끔씩 전화해서 윤재가 어딨냐고 물어봐.
걔네들이 그렇지. 윤재 그 새끼 여자 만나러 갔겠지 뭐.
여자? 무슨 여자?
최재가 술을 음료수처럼 꿀꺽 넘겨내고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돈 주고 만나는 여자.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우리와 함께 동네를 걸어 다니고 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좋은 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미래를 고민하던 윤재가? 윤재가 돈 주고 여자를 만난다고? 심지어 연우 몰래? 애를 지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우를 두고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근데 최재는 왜 이걸 알고만 있지? 뭐라고 안 하나? 혹시 알고 있었어? 최재는 벌건 제육볶음을 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뭐라고 안 했어?
뭘 뭐라고 해. 그 새끼 원래 그런 걸
무슨 윤재가 원래 그래
최재는 나를 철부지 어린애 보듯 보더니 옛날 얘기를 꺼냈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 잘 때, 그렇게 하루 종일 여자 얘기만 했었다고. 얘 이쁘지 않냐, 얘랑 연락하고 있다, 얘는 부르면 온다, 같은 얘기들. 최재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나는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었다. 난 정말 몰랐어. 진짜? 진짜 윤재가 그랬어? 내가 최재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한테도 그랬잖아. 아냐?
���한테? 윤재가 나한테? 순간… 떠오르는 몇몇 순간들이 있었다. 최재가 오늘은 집 분위기가 좋지 않아 윤재를 재울 수 없다고 말했을 때 윤재는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수인아 너네 집은? 안되겠지? 기타를 배워보지 않겠냐며 손 몇 가락을 부딪히듯 마주쳤던 것… 술에 취해있을 때였지만, 내 목에 가까이 얼굴을 대며 향수를 뿌렸냐고, 좋은 향기가 난다고 약간 늘어지는 말투로 말하던 게 기억이 났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저 최재가 오해할까 봐 걱정을 했었는데… 최재가 알고 있었다니. 그걸 왜 지금에서야 말할까. 최재한테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걸까.
*
얼마 뒤, 연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으로 낮에 걸려온 전화였다. 조심스럽고 상냥한 말투로 어떻게 지냈냐고 묻더니 밥이나 한 번 먹자고 말했다. 언제? 지금. 지금은 안된다 말하니 연우는 그러면 언제 되냐고 물으며 내가 정확한 날짜를 말하길 요구했다. 나는 주말에 된다고 했고, 어디서 보냐 물으니 자신이 우리 동네에 오겠다고 말했다.
주말에 연우는 우리 동네에 왔다. 그것도 30분이나 일찍. 천천히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는 조금 빠른 속도로 마무리를 하고 나갔다. 베이지색 보헤미안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은 연우가 카페에서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었다. 요즘 또 술을 자주 마셨는지 어쨌는지 조금 부은 얼굴이었다. 연우는 나에게 뭘 마실 거냐고 물었다. 그냥 커피 마시려고. 연우가 아이스?라고 묻더니 잽싸게 카운터로 가 결제를 했다. 쇼케이스에 있는 디저트를 가리키며 뭐 먹고 싶은 건 없냐고 시키고 싶으면 시켜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지갑을 들고 있다가 네가 왜 사,라고 말했는데 연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예전의 웃음과는 달리 부자연스러웠다. 분명히 약간 이상한 공기가 서리고 있었다. 내 커피가 나오고, 시키지도 않은 디저트가 나왔다. 연우는 내가 아니라 테이블만 보고 있었다.
연우야 너 무슨 일 있어?
연우가 왈칵 울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게 보일 정도로 울었다. 당황한 나는 연우의 옷과 비슷한 색의 티슈 여러 장을 뭉텅 집어 연우에게 건넸다.
수인아, 진짜 미안한데… 돈 좀 빌려주면 안 될까?
애가 또 생겼다고 했다. 나는 숨기지 못하고 한숨을 크게 쉬며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너네 진짜 미쳤냐. 정말 미안하다고 연우는 손바닥을 삭삭 비비며 말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에서 나는 삭삭 소리가 너무 소름 끼쳤다. 윤재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고 제발 부탁이라고 말했다. 나는 윤재에게 연락했다. 여전히 윤재는 받지 않았다. 나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았던 여윳돈 얼마를 연우에게 이체했다. 날씨는 너무나 밝았고, 연우는 울음을 그치지 못한 상태로 뒤돌아 갔다. 연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그해 겨울 또 한 번 알 수 없는 조합의 숫자가 전화기를 울렸다. 최재를 기다리던 습관대로 나도 모르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말 없이 수화기만 들고 있었고, 최재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러다 최재가 내뱉은 말은, 곧 이사를 간다고 했다. 저 바닥 아래서 내 마음을 누군가 끌어내리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아이처럼 울었다. 최재는 미안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이사를 가는 게 아닌데도, 최재네 가족이 알뜰살뜰 돈을 모아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인데도 최재는 미안해했고, 나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옥색 페인트가 발린 101호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이사센터 직원들이 빌라를 왔다 갔다 했다. 좁은 골목엔 뒷 빌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의 뒤로 최재네 집이 담기고 있었다. 최재네 부모님은 내 손을 잡고 그간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고, 최재한테 안부를 전해 듣겠다고 했다. 나는 아주머니의 설렘 가득한 얼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은 말하고 싶었다. 안 가시면 안 돼요? 여기서 계속 저희랑 사시면 안 돼요? 내 마음과는 달리 101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빈 상태가 됐다. 가끔씩 멀끔하게 차려입은 부동산 사람들이 몇몇 부부를 데리고 최재네를 찾아왔다. 언제는 신발장 앞에서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이 잘 돼서 저기 신도시로 이사 갔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짧게 부러운 감탄사를 뱉었다.
연우는 나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게 돈을 갚아야 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이유뿐만은 아닐 것 같았고 어쩌면 아무 이유도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건, 최재에게서 전화가 왔던 날이었다. 나는 그때 혼자 있었고, 주변이 시끄럽지도 않았고, 만약 받았다면 삼십분 정도는 거뜬히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서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비트는 핸드폰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냥,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날씨는 금세 눈을 다 녹이고, 따뜻함을 넘어서 약간 더운 날도 있었다. 바람이 가끔씩 살랑일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집 근처 카페 문에 달린 종이 찰랑하고 청아한 소리를 냈다. 그러면 나는 그 안에서 나를 기다리던 연우가 떠올랐다. 그리고 골목을 꺾어서 안으로 들어오면 꽃 내음이 났다. 붉은 장미가 담에 흐드러지게 놓여있었다. 그 풍경을 볼 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재호가 떠올랐다. 최재호 윤재호 모두. 물론 최재가 큰 비율을 차지했지만 윤재도 늘 따라오는 기억이었다. 101호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장미를 보고 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왠지 마음이 동했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사람들에게 내 모든 마음을 꺼내줄 뻔했다. 하지만 재호와 내가 101호와 103호여서, 단순히 가까워서 친해졌었다는 기억이 그 마음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잠깐 폈다 지는 꽃이지만 많이 보세요. 그래도 아름다우니까요. 그들은 내 말에 웃었다. 그들의 어깨 뒤로 장미가 보였다. 붉은 장미와 담벼락이 뒤엉켜 서로를 껴안은 채 ‘장미 빌라’라는 글자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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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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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픽션 02
연지의 글
연지의 글이 막혔다. 하지만 연지는 당황하지 않는다. 우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신다. 그래도 나아갈 징조가 보이지 않으면 연지는 얼음과 위스키를 꺼냈다. 그래도 안되면, 정 안되면. 연지는 태훈을 만났다.
태훈도 그걸 모르진 않았다. 그래서 태훈은 이따금씩 연지의 글이 막혔으면, 하고 바랐다. 연지의 책이 나올때면 태훈은 얼마간은 포기 상태에 빠졌다. 책이 나오면, 당분간 글을 쓸 일은 없고 축하 받을 일만 있으니까. 그래서 태훈이 생각해낸 방법은 연지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작가들의 책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연지는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하고 감동받은 후 ‘나도 이렇게 써봐야겠어’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한동안 연지와 만날 수 있게되었다. 연지는 태훈의 생각을 물어봤다. 너는 이 사람 책을 왜 선물했어? 어떤 지점이 나랑 비슷했어? 어떤 부분에서 내 생각이 났어?
그러면 태훈은 인터넷의 수많은 코멘트들을 짜집기해 그럴싸하게 연지에게 말했다. 연지는 태훈의 말을 경청했다. 태훈은 그럴수록 더 담백하게 얘기하려 애를 쓰곤했는데, 꽤 자연스러워 연지는 태훈에게 습작을 자주 전송했다. 그러면 태훈은 지하철에서, 화장실에서, 걸어다니면서 연지의 글을 읽었다.
*
그날도 연지의 글을 읽으면서 지하철 환승 통로를 향해 가고있었는데, 태훈이 발이 땅에 붙었다. 발뿐만 아니라 태훈의 모든 감각이 바닥에 붙고있었다. 연지의 글이 무언갈 깨어나고 있었다. 이번 글은 여태의 글과 분명하게 달랐다. 더 이상 아마추어의 글이 아니었다. 태훈은 불안했다. 연지가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불안함에 몸이 조금도 꼼짝달싹 하지않았다.
태훈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연지의 글을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과장해서 까내린다면 그건 가스라이팅이니까... 태훈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글이 엄청 좋아졌네. 글 잘 쓰네 이연지”
“정말? 진짜?!”
순수하게 기뻐하는 연지를 보며 왠지 마지막 얼굴이 아닐까 싶은 기분에 태훈은 약간 씁쓸했다. 그리고 그건 정말로 연지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그후로 태훈은 연지를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었다. 문학상을 받은 연지, 북토크 행사에 있는 연지, 사람들과 뒷풀이를 하는 연지.
때때로 태훈은 그때 연지에게 조금 덜 좋은 책을 주고, 조금 덜 칭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연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소유하는 기분만 들었을 것 같았다. 사랑 안에 소유욕은 있겠지만 소유욕이 사랑은 아닌 것처럼 태훈은 연지와의 기억을 아름답고 쓸쓸하게 마음 저편으로 남겨두었다.
*
“연지 작가님은 이 사연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랑을 소유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연이었어요. 사랑하면... 행복하게, 그 사람이 행복하게 해줘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연지가 팟캐스트에서 그렇게 말했다. 사랑은 소유욕이 아니다. 태훈은 자신과 연지가 같은 생각이라는 것에 마음이 다시 연지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연지와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럼 상대방과 함께있지 않아도, 그것도 사랑인가요?”
“‘그것도 사랑이다’라고 하기보단 ‘그런 사랑도 있다’는 거죠”
태훈은 자신의 알 수 없는 그 감정에 드디어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사랑. 태훈은 지난날 연지에게 그런 사랑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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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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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픽션 03
“넌 아무나 사랑하잖아”
“넌 아무도 사랑 못 하잖아”
수아와 수현이 그렇게 서로를 쏘았다. 수아와 수현은 9분 차이의 일란성 쌍둥이다. 수아가 먼저, 수현이 나중에. 얘기 첫 시작은 수아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옷을 수현에게 보여주며 ‘이 옷 예쁘지 않냐? 사서 같이 입을래?’였는데 어느덧 둘은 이런 말을 내뱉고 있었다. 수아가 수현에게, 넌 아무나 사랑하잖아. 수현이 수아에게, 넌 아무도 사랑 못 하잖아.
분명 둘의 생김새는 아주 비슷했으나, 묘하게 수현만 인기가 있었다. 뭐랄까, 눈빛이나 말투의 뉘앙스가 달랐다. 수아가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헤어질 때 아무 목적 없는 목소리로 ‘잘가! 오늘 재밌었어!’라고 한다면, 수현은 ‘오늘 재밌었는데... 가려니까 조금 아쉽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수아가 그 차이를 ���리가 있을까. 수아는 그저 ‘맨날 거지같은 새끼들만 만나는 주제에’라고 말하는 게 제일 적당한 다음 공격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넌 거지같은 새끼들도 안꼬이잖아’라는 수현의 말에 수아는 K.O 완패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진짜 죽을만큼 싫었던 일은 고등학교 때 같이 다녔던 학원에서 수아가 좋아했던 오빠가 수현에게 고백을 했던 때였다. 그때 그 오빠는 빼빼로 데이를 빌어 수현에게 고백을 준비했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는 수아를 수현으로 착각하고 주려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 수아였구나. 수현이는 혹시 어디있는 줄 알아?”
화장실에 갔는데요. 그 오빠는 고맙다며 수아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었다. 뭔가 쎄한 기분에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하트 모양의 빼빼로를 뒤에 들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수현의 침대에 그 빼빼로가 놓여있었다. 그 날 수아는 냉장고에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잠들었다.
그러던 둘이 제대로 성향이 갈렸던 건 집이 말하자면, 한국의 거의 모든 집이 그렇듯 아빠가 엄마를 패기 시작했던 일이었다. 수아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서 ‘아빠가 우리를 위해서 뭘했는데. 엄마도 나도 수현이도 사는 거 힘들어 왜 혼자 난린데’ 라고 말한 반면, 수현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빠... 우리한테 왜 그래.. 예전엔 안이랬잖아.. 아빠 응? 왜 그래..’하는 것이었다. 수아는 그런 수현이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쟤는 이 순간에도 사랑을 하네. 대체 어쩌려고.
그리고 아빠가 떠났다. 어느 날 밤 화장실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는데, 아빠같았다. 그러나 아빠가 우는 소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설마 우는 건가, 하고 넘겼었다. 아빠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겨울 옷도 옷장에 그대로였고, 신고 나갔을 신발을 제외하고 신발도 그대로였다.
어느날은 수현이 ‘이 추운 날 아빠는 어디서 뭘하고 계실까...’라는 말을 하며 감상에 빠졌는데, 수아는 아무 감정없이 ‘숙식까지 해결되는 곳에서 일하고 계시겠지’라고 말했다. 수현은 그런 감정없는 수아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또 그 말을 뱉었다. 진짜 넌 아무도 안 사랑하는구나.
“네 마음 속에 널린 사랑 가지고 유세떨지 말아라. 네가 사랑하는 아빠 어딨는데 지금? 알기나하냐?”
수현은 그 말에 뒤돌아 펑펑 울며 집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 둘은 서로의 ‘사랑’에 관해서 언급하는 일을 암묵적으로 금기시했다. 그리하여 아빠의 물건은 모두 수현이 관리했다. 아빠가 나중에 돌아오면, 이라고 말하면서 서랍장 한 칸 모두 아빠의 물건을 가득넣었다.
그 서랍은 그 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도 열리지 않았다. 어느 날 수아 혼자 집에 남겨진 날, 느즈막히 낮에 일어난 수아의 시선에 그 서랍이 들어왔다. 수아는 서랍을 조심히 천천히 열었다. 낡은 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열린 그 서랍에는 수현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수현의 널려있는 사랑이 그 서랍 한데에 모여있었다. 수아는 난생 처음으로,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랐다. 수현을 위해서라도 돌아와야된다고 생각했다. 수현과 닮은 이 서랍을 한 번은 열어보기를 바라면서. 수아는 생각했다. 만약 아빠가 돌아온다면, 그건 수현 덕분일 거라고. 수아는 조용히 서랍을 닫았다. 낡은 나무에선 아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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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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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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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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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안 좋은 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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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제가 오늘 낮에 아는 회장님이랑 점심을 먹었어요. 저희 식당에 자주 오시는데 언젠가는 밥을 사준다고 명함을 주셨어요. 그렇게 약속을 잡아 밥을 먹게됐는데, 전 정말 밥 먹는 자리인 줄 알았어요. ‘밥 한 끼 먹이고 싶으신가보다’했죠. 아무튼 밥을 먹으러 부랴부랴 여의도로 갔어요. 도착하니까 죄다 화이트 칼라에 넥타이 맨 직장인들이더라구요. 신기하기도 하고 잠깐 온 거지만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아 하여튼, 밥을 먹고서 회장님 사무실에 갔어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하시길래 저는 열심히 들었어요.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200만원 좀 안된다고 했어요. 그거로 생활하기는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물으셔서 돈 욕심 별로 없어서 괜찮다고 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얘기하시다가 저한테 갑자기 웃는 게 참 이쁘대요. 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감사하다고 대답했어요. 진짜 안믿으실 수도 있지만 이 때도 몰랐어요. 그리곤 안아보자고 하셔서 저 그냥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랑 안는 마음으로 안았거든요. 가볍게 포옹했는데 갑자기 무릎에 앉아보라고 하시는거예요. 그제서야 눈치챘어요. 당황해서 말 더듬으니까 무릎 툭툭 치면서 앉아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우선 ‘아니에요’라고 하고 다른 자리에 앉았어요. 그 때 회장님 손님이 오셔서 얘기나누시는 동안 친구들한테 거기 사무실 주소랑 그 회장님 명함 찍어서 다 돌렸어요. 나 연락 안되면 여기로 신고 좀 해달라고. 아니면 찾아오기라도 해달라고. 너무 무서웠어요. 기다리는 ���안. 혹시나 저 문이 잠기진 않을까, 저 손님이라는 사람이랑 같이 나를 덮치진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손님이 나가셨어요. 나가시자마자 일어나서 ‘저 그만 가봐야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회장님은 끝까지 저한테 ‘뭐 사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괜찮다고 하고 건물을 빠져나왔어요. 건물 빠져나오니까 힘이 풀렸어요. 대낮이었는데 눈물나고 머리 지끈거려서 지하철 못 타겠더라고요. 돈도 많지도 않은데 그냥 택시 탔어요. 이젠 괜찮아요. 아까 다 울었거든요. 근데 저 정말 밥 먹는 자리인 줄 알고 나간거거든요. 맨날 와이프분이랑 오셨단 말이에요. 그래도 어디가서 말도 못해요. 그런 거 어느 정도 알 나이면서 그 자리 왜 나갔냐고 할까봐. 근데 저 정말 밥 먹는 자리인 줄 알았거든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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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 좋은 일도 있었어요. 그러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너무 친절하신거예요. 사실 택시 잡으면 또 기사님이 어떤 분이냐에 따라서 기분도 많이 달라지잖아요. 근데 정말 조용하신 분이었어요. 그냥 별 말 없이 가시다가 ‘생각보다 머네요 허허’하고 웃으시는 게 전부였어요. 창문 밖 바라보다가 눈물나서 울었는데 그걸 보셨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정말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운전해주시는데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구요. ‘이 기사님은 그 회장님 같은 행동 안하겠지?’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대낮에 목적지 멀리 부르니까 어쩌면 물어보셨을만도한데 안 물어보시더라구요. 택시타면 가끔 그런 것도 설명해야될 때가 많아서 싫었거든요. 근데 기사님은 그저 본인 교대 시간만 걱정하시면서 운전해주셨어요. 조용히 차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런 일 있고나서 탄 택시가 또 별로였어봐요. 아마 머리 터졌을거예요. 정말 다행이었어요. 세상 정말 못 믿겠다 싶은 마음이었는데 택시타고 잠깐 잊었어요. 집가서 샤워하고 아픈 머리 붙잡고 쓰러지듯이 잠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사님을 만나서 돌아온 일만큼은 그나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택시 제가 돈 내고 타는건데 이런 생각 참.. 그쵸? 몰라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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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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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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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용 치즈 코너에서 근무하시는 어머니랑 친해졌다
인사도 나누고 가끔은 서비스도 주시고 크리스마스 안부도 여쭤봤다. 귀여우시다.. 러쉬 직원분은 샤워젤 선물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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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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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잠자는 사람들만 늘어가네
뭐가 어찌됐건 세 번 만나면 떡을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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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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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야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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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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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말하기
- 아니 니가 나한테 사과했으면 좋겠어. ‘생각이 많아서 연락이 늦었다. 걱정하게해서 미안하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어제는 술을 먹고 누나를 보니까 기분이 좋아서 충동적으로 재결합을 선택했다.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관계에 대해서 확신이 안생긴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한테 집중해야될 것 같다. 좋은 누나 동생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라고 못하지 너는? 생각이 없고 예의가 없으니까.
- 너 내가 보낸 메시지 제대로 읽지도 않은 것 같아서 설명하는데 너 내 첫마디가 ‘사람 기만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인데 이게 왜 나온 말인지 모르니? 다시 만나기로 한 다음날 연락이안돼. 어제 단속걸렸다고 한 게 마지막이라 걱정이돼서 죽겠는데 연락이 안돼. 연락이 계속 안되네. 너무 걱정이돼서 전화했더니 안받아.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물어봤더니 동휘씨는 너랑 통화했다고 하네. 내 전화는 안받았는데. 그리고 대한씨는 요즘 니도 바쁘고 지도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하네. 근데 인스타그램 켰더니 대한씨랑 너랑 친구 생일파티에있네. 답장도 안오고 전화도 안받고 생일파티. 병신아 관계에 대해서 확신없는 거면 연락남겨놓으라고 멍석 다 깔아줘도 연락없더라? 그래놓고 니 재정상태 브리핑은 왜하냐? 누가 지금 니 재정상태 설명해달랬어? 나는 니가 예의 좆도없이 잠수타려고하고 답장안하고 전화안받으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 올리고 이지랄하는 거 얘기하는거야. 모르는 척 좀 하지마라 니도 모르지 않잖아. 그리고 너 보낸 말 중에 ‘경찰이 집까지 데려다주고 존나 편하더라고’ 이 말은 무슨 생각으로 뱉은거야? 어쩌라고 나보고? 너 단속 걸려서 기분 좆같은 거 나보고 무슨 ‘니가 모르는 게 있는데 이게 아주 기분이 좆같은 일이야’라는 뉘앙스로 설명하는데 그거 뭐 어쩌라고. 너 진짜 자기합리화하면서 상대방한테 좆같이 굴어서 사과해야되는 상황에서도 사과 죽어도 안한다. 사과 안하는 게 무슨 존심인지 모르겠는데 그딴 알량한 자존심을 속에 키우면서 살꺼면 니 혼자 살아 사람들이랑 관계맺지말고. 연애 처음 시작할 때 니가 했던 말 존나 웃겼던 말 있는데 너가 같이 성장하는 연애 하고싶다고 했지? 상대방 이딴식으로 대하는 너같은 애가 누구를 성장시켜. 진짜 너같이 저질인 애도 처음 본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해줘야되는 아메바새끼도 처음보고 ㅋㅋ 그리고 니같은 애 저주할 시간같은 것도 없으니까 니 저주도 바라지마 좆같으니까
- 진짜 너같이 저질인 애 처음본다. 지난 여름에 대림창고에서 들은 말들도 어이가 없었어. 나 때문에 지각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병신아 난 전주에 가서도 너한테 전화했었어. 니가 학교형들이랑 평촌에서 족구한다던 그날도 내가 전화했었어. 정석씨랑 셋이서 자는 날도 니 몸 일으켜서 어떻게든 깨우려고 했었어. 근데 니가 계속 나때문에 지각한 것처럼 쳐말하더라? 근데 그래도 니가 좋아서 너랑 헤어지기 싫어서 죽닥치고 그냥 미안하다고 했어. 니가 어딘가에 화내고싶어하는 것 같기도해서 화풀이 대상으로라도 네 옆에 있고싶었어. 근데 그것도 정도가있지 이번에도 음주운전이 내 탓? 진짜 병신새끼야 작작해. 그리고 니 돈 문제 씨발 어쩌라고 니 돈 없는거 왜 자꾸 설명하고 지랄이야 누가 지금 너 지갑에 얼마 들었냐고 쳐물었냐? 관계 무르자는 말도 못하겠고 상황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하겠고, 잠수타려고했는데 자꾸 전화하고 문자하고 친구들한테까지도 연락하고 이러니까 겨우 답장하는 것 같은데 미친년아 진짜 예의 좀 지켜 진짜 병신같아서 할 말이 없다. 인스타그램에 미친새끼 시발 니는 그와중에 스토리를 올리는 거 보면 나 보라고 올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보던 말던 상관없는거잖아. 상처를 받던 말던, 화가 나던 말던 상관없는 년이면 왜 다시 만나자는 말에 동의를 해 씨발새끼야. 이렇게 하나하나 다 설명해도 나는 안다. 넌 안 변하고 계속 이렇게 살 새끼인거 ㅋㅋ 정신 못차리고서 자기합리화만 존나 하면서 살겠지 가오 존나부리면서 ㅋㅋ 존나 하자있는 새끼. 니가 그러니까 니 인생이 그렇게 꼬이는거야 남 탓하면서 살지마라 진짜 좆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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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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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죽었으면 좋겠어?”
아니 니가 나한테 사과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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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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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 내 타투 신기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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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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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일하면!! ㅡ_ㅡ
25일 현정언니 만나서 타투하고 전시보고 맛있는 거 먹기로 함
26일 연주랑 2시부터 만나서 술 주구장창
27일 퇴근 후 유민씨랑 술
28일 점심에 화영이랑 ddp 행사 후 가영이랑 저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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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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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하지마라 이 개새끼야 문자에는 답장 안하고 스토리는 보고 올리고 지랄을 하길래 여기다 올린다 병신새끼야 사람이 핫바지로보이냐 술쳐먹고 보고싶다고 연락할 땐 언제고 나도 너 보고싶어하니까 또 이지랄로 관계맺지 병신아 네가 그러니까 안되는거야 내 인생에서 꺼지고 인스타그램으로 다음 여자나 찾아봐 덜 떨어진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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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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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매장 동생의 마지막 근무날이었다. 마감 멤버들끼리 가볍게 편의점에서 맥주를 먹었다. 맥주를 먹는데 눈이 내렸다. 올해의 첫 눈이었는데, 주책맞지만 보자마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하늘이었고, 바로 연락을 했다. [하늘아 여기 눈 와] 답장이 금방 오지 않아서 괜히 보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자다 깬 새벽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여기도!! 눈 오니까 좋다]라고 답장이 와있었다. 나는 [그러니까! 잠깐 오고 그쳤지만 무척 좋았다~]고 보냈고 그에 대한 답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짧게 주고 받은 메시지 창을 몇번이고 보면서 출근을 했다. 이따 쉬는 시간엔 답장이 와있으려나. 아무튼 오늘은 눈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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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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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 언니의 결혼식에 가영이가 준비해야 되는 것
가영이는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을 하리라고 다짐한 건 중학생 때의 일이었다. 가영이는 동네에 짝사랑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어느 겨울날에 “춥지?”하며 그 오빠가 가영이의 손을 잡았다. 가영이는 오빠와 맞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두 ���람의 손 위로 겨울빛이 내리쬐었다. 그 장면은 가영이 머릿속의 바탕화면이 되었다. 가영이는 그 장면이 자신한테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종이와 연필을 꺼내 그때 그 장면을 최대한 열심히 그려보았다. 그게 가영이가 그린 첫 그림이었다.
그림은 꽤 마음에 들었지만, 누가 본다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부지?’라며 킬킬거릴까 봐 그림을 서랍에 숨겨두었다. 하지만 그 그림은 청소하던 엄마에게 너무나 쉽게 발견되었다. 엄마는 그림을 보며 “어머 우리 가영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구나”라고 하셨다.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엄마는 “가영이가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는지 몰랐네”라는 말을 하며 그림을 오래 보실 뿐이었다.
엄마는 이따금 이모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가영이가 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잘 그린 거 있지. 그 왜 큰 오빠네 승현이도 그림 그리잖아. 우리 집안에 그런 예술가 끼가 있는 애들이 하나씩 있나 봐” 가영이는 쑥스럽기도 하면서 어쩌면 내가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가영이는 엄마에게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한심하단 표정과 어르는 말투로 “미술은 취미로 가영아”라고 말했다.
역시 미술은 취미인가. 하긴 미술로 어떻게 돈을 벌겠어. 그럼 나는 돈 벌려면 뭘 해야하지.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닌데. 가영이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생각나지 않았고, 가영이는 애매하게 전문대에서 미술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어떤 수업은 재미있었고, 어떤 수업은 하염없이 지루했다. 그렇게 시간을 버티면서 가영이는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 붕 떠버린 삶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지 못했다. 누구는 대학원 준비, 누구는 취직, 누구는 유학. 가영이는 자신이 배운 교육과정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더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될 리 없겠지만 유학 얘기를 꺼내보았다.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도 있으니 생각 없어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단칼에 “유학을 어떻게 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하셨다. 순간 ‘미술은 취미로 가영아’라고 말씀하셨던 학창시절 때가 겹쳐서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은 친척 오빠의 결혼식이었다. 가영이네 가족도 모두 깔끔하게 입고선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래 가영이는 요즘 뭐해?”라는 질문이 왔고 ‘이제 막 졸업했어요’라고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엄마가 선수를 쳤다. “얘 이�� 유학 가려고. 더 배우고 싶다나 뭐라나 호호”라고. 가영이는 깜짝 놀라 엄마를 쳐다봤지만 엄마는 말을 주워 담지 않으셨다. 가영이는 마음속으로 탄식을 하곤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가영이는 왠지 모르게 집에서 눈치가 보였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싶었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청담동의 작은 갤러리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가영이는 지원했고, 간단한 면접 후에 합격을 했다.
격주로 토요일도 출근을 해야 하며 인턴 때는 80만원밖에 못준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대수랴. 당장 백수로써 집에서 받는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가영이는 기쁘지 않았지만 엄마가 기뻐할 것은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엄마는 기뻐하셨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가영이가 청. 담. 동. 에 있는 갤. 러. 리. 에서 일하게 됐어”라고 강조해서 이야기하곤 하셨다. 한 번 더, 가영이는 기쁘지 않았다.
갤러리는 회장 한 명, 직원 두 명으로 굴러가고 있었고, 한 명은 회장의 딸이었다. 가영이의 업무는 명확하지 않았다. 미술품을 포장하다가 영수증 정리를 하다가 회장님 구두 수선을 맡기러 가기도 하고, 식사 후엔 커피를 내리기도 하며 어떤 때는 담배 심부름도 해야 했다. 소위 잘 사는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천대를 받는 느낌도 들었고, 비서인지 경리인지 큐레이터 인턴인지 모를 일을 하며 가영이는 마음이 점점 더 안 좋아 졌다. 가영이는 매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눈물을 흘렸다. 매일 집 앞 공터에서 눈물자국을 닦고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두 달을 다녔을까. 가영이는 어느 주말에 아빠랑 저녁을 먹은 후 식탁의자에서 무릎을 끌어안고는 울면서 말했다. “아빠 진짜 미안해요. 나 못 다니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아빠는 놀라서 가영이에게 힘들면 다니지 말라고, 세상에 직장은 많다고 가영이를 달래주었다. 그때 퇴근을 한 엄마가 집에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풍경에 엄마는 무슨 상황이냐고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설명했고, 엄마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영이를 걱정하는 마음만 가득 찬 건 아닌 듯했다. 엄마는 무언가 다른 걱정도 하시는 듯했다.
가영이는 퇴사를 하기로 했다. 팀장에게 얘기를 하고 돌아온 날, 엄마에게 오늘 말했다고 했는데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휴 좀 더 참지”라는 말이 조그맣게 들렸다. 가영이는 엄마를 쳐다봤고 엄마는 이어서 말했다. “다른 일 빨리 구해” 빨리? 왜 빨리 구해야 하지? 설마. 가영이는 짐작이 가는 게 있었지만 모르는 척 엄마에게 물었다. “왜 빨리 구해야 돼?” “너 언니 다다음 달에 결혼하는 거 몰라?” 가영이는 심장이 철렁했다. 역시. 맞구나. 가영이의 언니가 다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
가영이는 알면서도 이를 꽉 물고 물어봤다. “언니 결혼식이랑 내가 일을 빨리 구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너는 친척들 다 있는 거기서 논다고 하면 좋니?” 가영이는 말문이 막혔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로 흐느끼며 말했다. “알아보고 있다고 하면 되잖아... 엄마 나 진짜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는 거야” 엄마는 가영이에게서 눈을 떼고 방으로 들어갔다.
가영이는 엄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영이는 그날 밤 엄마에게 문자를 남겨두었다. [엄마 나는 상처였어. 난 엄마가 어떤 사람이였으면 좋겠어서 어떤 사람이길 바란 적 없어] 잠에서 일어나니 [그래 엄마가 미안]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개운치 않은 기분에 울적한 표정은 쉽사리 사라지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언니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어느 날 보다 가장 예쁘게 꾸민 가영이. 친구들도 “야 너 오늘 이쁘다?”라는 말을 해준다. 저 멀리 친척들이 보인다. 친척들에게 다가가기가 무섭다. 인사드려야 하는데. 무직 상태라는 사실을 미소로 가리고 우물쭈물 친척들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친척들 중 누구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길고도 짧은 결혼식이 끝났다. 가영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몇 번의 눈물을 참았다. 집에 도착했고 진한 화장을 지우고 가진 옷 중에 제일 예쁜 원피스를 옷장에 걸어두며 생각했다. ‘모든 연극이 끝났어’ 가영이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되뇌었다. “다 끝났어••• 다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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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you-rescue-me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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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들 싸그리 모아놓고
누가 누구한테 대시했고, 누구랑 누구랑 만났고, 누가 누구랑 입맞췄으며 누가 누구를 먹고 버렸는지 이야기 해야 사랑이 없다는 걸 깨달을래? 인간에 대한 정이 얼마나 떨어져야 사랑을 포기할래? 사랑같은 거 없다고 병신들아 그냥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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